>1597052123> [1:1/HL] 붉은 꽃잎과의 연약 제 1 장 :: 236

◆VBpsLTpcvU

2024-09-29 20:48:47 - 2024-10-18 01:37:45

0 ◆VBpsLTpcvU (kwtpdCwWvs)

2024-09-29 (내일 월요일) 20:48:47


"" 인명재천이라 하나, 저물기엔 심히도 이르고 가여우니. 네 부모의 발원을 들어, 네 천명, 내가 거두어주마. ""

>>1 베니오(아카하나이치린노히메기미)

- 남들에게 보이지 않는 것들에게서 날 구해준 존재가 너무나 고맙고 감사했다. 하지만 그 존재 때문에 내 인생은 그 날 너무나도 크게 바뀌었다.

>>2 아사히나 카케루

186 베니오주 (f1FZ3LsBQg)

2024-10-08 (FIRE!) 20:43:22

ㅋㅋㅋ 무엇을 숨기랴 마감만 지키면 되는 프리랜서지요~ 요즘은 일이 거의 없어서 무직이나 다를바 없지만~

아니 그럼 저 모습이 어케 안귀여워~ 어? 필터 빼도 여전히 귀여운데~~ ㅋㅋㅋㅋㅋ 신은세의 요괴들도 형태와 방식만 다르지 인간들하고 비슷한 생활을 하니까~ 부탁하러 오는 요괴들 중에는 가족 단위로 오는 이도 있을지도~ 첨에는 막 값진거 금전 이런거 가져오다가 나중에 하나시구레가 도령이 단 걸 좋아한다더라 귀뜸해줘서 갖가지 과자들 가져올거래~

ㅋㅋㅋㅋㅋㅋ 사실 진심 낼 것도 없이 카케루 소환! 해버리면 되지만 ㅋㅋㅋ 아니면 카케루 앞질러서 복도나 창문에서 와악 하고 나타나거나? 분위기 급 그림자복도 될지도?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술래잡기하다가 맛있는 간식으로 함정 만들면 카케루가 걸려줄까 그래도 도망갈까 궁금해졌다 ㅋㅋㅋ

카케루주의 기가 막힌 발언은 늘 나를 두근거리게 해~ 그런 돌직구적 모먼트 최고야~ ㅎㅎㅎㅎㅎ 과연 쓰담을 부를지 딱밤을 부를지 기대해보겠으~! XD 오늘은 음~~ 나름 괜찮아! 텀 느긋하게 이으면 되니까~ 이번엔 내가 선레 쓸까 하는데~ 시작 부분에 살짝 사이드 관련 요소 넣어볼게~

187 카케루주 (ctqC1AFLvI)

2024-10-08 (FIRE!) 20:50:27

....프리랜서라니! 이런 부러운! 물론 나도 프리랜서였던 적이 있어서 그거 꽤 힘들다는 거 알고 있긴 하지만 말이야...고생이 많아. 베니오주...

ㅋㅋㅋㅋㅋㅋㅋ 금전 이런 것은 아마 카케루가 진짜 필사적으로 고개를 거절할 것 같아. 아 이제 디저트로 바뀌는거야? 그건 카케루가 아주 환장하고 받지! ㅋㅋㅋㅋ 아마 근처에 소문 다 퍼지지 않을까 싶어. ㅋㅋㅋㅋ 카케루에게 뭘 부탁하려면 달콤한 것을 가지고 오면 된다. 카케루 입장에서도 가만히 있어도 달콤한 것이 막 들어오니 일석이조로구나!

ㅋㅋㅋㅋㅋㅋ세상에... 그림자복도...ㅋㅋㅋㅋ 카케루 이제 바구니 속에 숨으면 되는거야? ㅋㅋㅋ 그런데 정말로 어떻게 보면 그림자복도긴 하구나. 단지 령들이 해치지 않을 뿐. 맛있는 간식으로 함정을 만들면 아무리 그래도 거기에 속진 않아. 하지만 걸려도 딱히 상관없잖아? 하는 마음으로 일부러 뛰어들 순 있을 것 같아. 달콤한 거 최고! 라는 마인드로 말이야. ㅋㅋㅋㅋㅋ

알았어! 그럼 느긋하게 기다려볼게!!

188 ??? - 카케루 (f1FZ3LsBQg)

2024-10-08 (FIRE!) 22:54:17

카케루가 신은세에 오고 2주가 지났다. 신은세의 서쪽 영역은 현세와 달리 온후한 봄의 기운이 만연하여 온종일 포근한 날씨가 이어졌다. 그런 계절이 유지되는 곳이라 그런지, 정원이나 울타리, 토리이는 물론 아카하나히메의 가옥의 곳곳에도 붉은 꽃이 핀 붉은 가지가 돋아 있었다. 정확히는 꽃봉오리가 달려 있었지만은. 아무튼 그 2주간 지내기에 어려움은 없었을 것이란 의미다.

어려움이 아-주 없지는 않았겠지만 말이다.

"식사는 맛있게 했나요, 도령?"

점심 시간이 살짝 지난 오후, 차림새를 단정히 한 오키쿠가 카케루에게 다가왔다. 어깨에 적갈색 숄을 두른 것을 보아하니 외출하려는 모양이다. 카케루가 온 뒤로 줄곧 업무 지시를 내리던 오키쿠였으니 오늘도 그럴려고 온 듯 했다. 아니니다를까, 인자한 미소를 띈 오키쿠가 말했다.

"잠시 나가야 할 일이 생겨서, 도령이 오후에 할 일을 알려주러 왔답니다. 음, 저 안 쪽으로 가면 창고가 나올건데, 그 옆 방에 뒤섞인 곡물 한 섬이 담긴 소쿠리가 있을 거에요. 체와 여분의 항아리도 같이 두었으니, 곡물들을 걸러서 나눠 담아주었으면 해요."

일을 설명해 준 오키쿠는 웃는 얼굴로 덧붙였다.

"다과상도 가져다 두었으니 목 축여가며 쉬엄쉬엄 하고 있어요. 그럼 잘 부탁해요. 도령."

그리고 오키쿠는 다녀오겠다며 총총히 복도를 걸어갔다. 따스한 한 낮의 햇살이 내리쬐는 오후, 오늘도 어제와 비슷한 그런 하루가 될 것 같지 않을까. 아니면 어떤 예감 같은 것이 느껴졌을까.

어쨌거나 지금은 오키쿠가 지시한 일을 위해 그 방으로 가보는게 좋을 듯 하다. 가는 길에는 이젠 익숙한 요괴들 몇몇만 마주칠 뿐, 특별히 일어난 일은 없었다.

//시작은 가볍게~!

189 카케루 - ??? (ctqC1AFLvI)

2024-10-08 (FIRE!) 23:06:49

이곳에 오고 나서 2주라는 시간이 흘렀다. 처음에는 불만이 가득했으나 시간이 지나며 그 불만은 눈이 녹듯이 천천히 가라앉았다. 물론 그렇다고 해서 카케루가 지금 이곳의 생활에 모두 적응한 것은 아니었다. 당장 이곳에는 자신이 인간계에서 당연하게 볼 수 있는 것이 아무 것도 없었으니까. 노트북도 없었고, TV도 없었고, 가볍게 놀 수 있는 스마트폰도 없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아예 심심한 것만은 아니었다. 부탁을 하면 이런저런 책을 볼 수 있었고, 저택 안이나마 가볍게 산책을 할 수 있었고 쉬고자 할 때는 또 쉴 수도 있었으니까. 물론 업무는 해야 했지만.

어쨌든 포근한 봄날씨는 오늘도 계속되는구나. 그렇게 카케루는 생각하며 따스함을 즐겼다. 자연스럽게 떠오르는 부모님 생각에 그는 괜히 한숨을 내쉬었다. 연락이라도 할 수 있다면 좋겠는데. 하지만 이제는 이곳에 속했으니 다시는 돌아갈 수 없겠지. 그렇게 생각을 하자 괜히 우울한 기분만 슬슬 떠올랐다. 이어 카케루는 고개를 도리도리 저으며 제 뺨을 톡톡 쳤다. 정신을 차려야만 했다. 여기서 우울한 표정이나 분위기를 보일 생각은 없었다. 어쨌든 자신은 이곳에서 지내야만 했으니 적응해야 할테니까.

"아. 네. 덕분에요."

점심 시간이 지난 후, 오키쿠가 자신에게 다가와서 하는 말에 카케루는 차분한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이곳의 주인에겐 복잡한 마음이 가득했으나 오키쿠에겐 딱히 거부감이 없었다. 그녀의 차림으로 보아 오늘은 외출을 하려는 것일까. 그와는 별개로 뭔가 업무를 맡기려는 것이겠거니 그는 판단했다. 그리고 그 예상은 틀리지 않았다.

"곡물들을 걸러서 말이죠. 알겠어요. 해본 적은 없지만... 일단 해볼게요!"

자신이 살던 곳에서 자신이 곡물을 걸러서 나눠서 담을 일이 어떻게 있겠는가. 허나 모든 일이든 경험을 해봐야 하는 법이었다. 일을 빠르게 끝내고 쉬는 시간이 주어지면 오늘은 오랜만에 그림이라도 그려야겠다고 생각하며 그는 이어지는 말에 고개를 천천히 끄덕이면서 이야기했다.

"다녀오세요. 오키쿠씨. 외출 잘 하시고요."

아카하나히메에겐 그렇게 굳은 표정을 지은 그였으나, 오키쿠를 대하는 표정은 상당히 부드러웠다. 그때의 굽히지 않는 모습이 마치 거짓말인 것처럼. 어쟀든 허리를 굽혀 인사를 한 후, 그는 빠르게 일을 마무리지을 생각으로 바로 창고로 향했다. 중간에 보이는 요괴들은 이제는 상당히 익숙했다. 초기엔 자신을 해치려는 령인 줄 알고 잔뜩 경계하고, 털을 바짝 세운 고양이마냥 날카로운 눈빛을 보였으나 자신을 해하려는 존재가 아닌 것을 안 이상 무서워할 것은 없었다. 자연스럽게 좋은 오후에요. 그렇게 인사를 하며 그는 미소를 지었다.

이어 그는 마침내 창고에 도착했다. 가볍게 손을 탁탁 털면서 기합을 넣은 그는 조용히 문을 열었다.

"보자. 보자. 얼마나 곡식이 있으려나..."

/과연 카케루가 그 일을 잘 할 수 있을 것인가! 그래도 도전이다! 카케루! 잘 해보는거야!

190 ??? - 카케루 (f1FZ3LsBQg)

2024-10-08 (FIRE!) 23:39:48

카케루의 인사에 오키쿠 또한 고개를 가볍게 끄덕였다. 그리고 언제나처럼의 다소곳한 걸음걸이로 복도를 걸어갔다. 복도 끝에 다다르거든 현관을 나서 가옥의 울타리 밖으로 나갈 터였다. 지난 2주간 카케루가 딱 한 번 나가봤을 그 너머로 말이다.

어찌되었든 지금은 일을 해야 할 시간. 가옥의 일이란 대부분 살림과 관련된 일이다. 가옥이 워낙 넓고 정원에 후원에 맞붙은 별채도 있다보니 하루 종일 청소만 해도 시간이 모자르다. 하물며 할 일이 청소 뿐만이 아니니 일손이 아무리 있어도 부족했다. 다행히 아카하나히메를 섬기며 모시는 요괴들이 많이 와주니 카케루가 과로하게 업무를 하는 일은 없었다.

복도에서 마주친 요괴들은 나름의 웃음을 지으며 예에, 좋은 오후여요, 하며 인사와 함께 지나갔다. 참으로 느긋하고 평화로운 시간이다. 그 시간은 카케루가 창고 옆 방을 열었을 때도 그러했다.

드르륵.

미닫이로 된 문을 열자 바로 보이는 것은 커다란 등나무 소쿠리다. 넙적한 소쿠리 안에는 뒤죽박죽 섞인 곡물이 수북하게 담겨 있었다. 옆에는 같은 크기의 검은 항아리가 일곱개 있는 것을 보아하니, 섞인 곡물은 일곱가지인 듯 하다. 마찬가지로 눈의 크기가 다른 채 일곱개가 소쿠리 옆에 차곡차곡 쌓여 있었다. 눈의 크기가 제일 큰 것부터 써서 큰 알부터 골라내면 될 듯 싶다.

그리고 또한, 작은 팔각 소반 역시 한옆에 놓여 있었다. 차가 식지 않도록 덮어둔 오색 천덮개를 걷으면 엎어둔 찻잔 두 개와 찻주전자, 다과 접시가 있다. 접시엔 한입 크기로 빚어 설탕에 살짝 굴린 방울 카스텔라와 얇게 밀어 바삭하게 구운 달콤고소한 전병이 담겨져 있다. 찻주전자로부터 엷은 말차향이 흘러나오니, 일하는 틈틈히 먹으면 참 좋을 듯 하다.

그렇게 방 안을 한 바퀴 둘러보고 난 후, 카케루는 일을 바로 시작했을까, 혹은 차부터 한 모금 마시려 했을까. 어느 쪽이 되었든, 자리를 잡고 앉아 한 숨 돌리고 나니, 방 구석에서 부스럭! 하는 소리가 들려온다.

"삐약!"

자그마한 새 우는 것 같은 소리도 함께 말이다. 필시 방 안에서 들려왔으니, 한 번 찾아보는 것이 좋을까? 아니면 무시하고 할 일만 할까? 만약 방 안을 찾아보고자 한다면 4개의 벽 중 2개의 벽에 설치된 선반과 벽장이 가장 의심스러워 보일 것이다. 어느 쪽도 크고 작은 단지와 상자들이 즐비하지만, 조막만한 새 한 마리 쯤은 충분히 숨을 만한 공간이 있었으니 말이다.

191 카케루 - ??? (ctqC1AFLvI)

2024-10-08 (FIRE!) 23:56:43

미닫이 문을 열자 느껴지는 창고 특유의 향. 그것은 좋은 것도 아니며, 나쁜 것도 아니었다. 굳이 말하자면 전통의 향이었다. 어쨌든 그 향을 즐기려고 이곳에 온 것은 아니었기에 그는 가만히 상황부터 파악하려고 했다. 커다랗고 넙적한 소쿠리 안에 섞여있는 곡물은 대체 몇 종류인걸까. 일단 근처 항아리를 바라보면 일곱개인 것 같긴 한데...

"...애초에 왜 이렇게 섞인거야?"

나에게 일 시키려고 여기 신이 심술부린 건 아니지? 그런 합리적이지 못한 의심을 해보기도 하며 카케루는 가만히 곡식을 바라봤다. 어쨌든 그다지 어렵지 않게 끝낼 수 있을리라 믿으며 그는 시선을 돌려 가져다놓았다는 다과상의 위치도 확인했다. 그렇게 멀지 않은 곳에 있는 상을 바라보며 그는 호기심을 가지고 살며시 천덮개를 걷었다.

"...와..."

그의 시선이 제일 먼저 향한 곳은 다름 아닌 방울 카스텔라였다. 안 그래도 달콤한 디저트를 좋아하는 그였다. 이거 지금 먹고 시작해도 좋지 않을까 싶을 정도로 다양한 다과의 모습에 그는 절로 침을 꿀꺽 삼켰다. 당장이라도 자리에 앉아 저것부터 먹고 싶은 충동이 한가득 피어올랐으나, 그는 애써 꾹 참았다. 역시 일을 다 끝낸 후에 먹는 것이 더 달콤하고 여유롭게 즐길 수 있을 것 같다고 판단했기 때문이었다. 침을 꿀꺽. 괜히 다과상을 한 번 더. 하지만 계속 이렇게 보면 또 먹고 싶어질 것 같아 그는 천덮개를 조심스럽게 덮었다.

"안돼. 안돼. 일부터 하고 먹어. 카케루. 아무튼 달콤한 것만 보면 정신을 못 차린다니까."

하지만 먹고 싶어. 히잉. 그런 속마음을 애써 가라앉히며 그는 막 일을 시작하려고 했다. 그 순간, 삐약하는 소리가 들리자 그는 고개를 갸웃했다. 삐약? 이건 또 뭐야? 왠 새 울음소리지? 삐약. 병아리가 들어왔나? 병아리는 곡식 쪼아먹지 않나? 이거 좀 안 좋은데? 그런 생각을 하며 그는 만약 의문의 새가 곡식을 다 쪼아먹었을 시 자신에게 벌어질 일이 뭐가 있을지를 생각했다.

아무리 생각해도 좋은 미래가 보이지 않았기에 그의 가슴은 철컹하면서 무너져내렸다. 안돼. 찾아야만 해. 그렇게 생각하며 그는 새 울음소리가 들릴만한 곳을 가만히 두리번거렸다. 그리고 그는 선반과 벽장을 가만히 바라보다 이어 선반을 먼저 드르륵하고 열었다.

"이 안에 있으려나? 있으면 나오렴~ 나와도 안 잡아먹을테니까."

192 베니오주 (CrCCO/aq9Q)

2024-10-09 (水) 00:21:38

>>나에게 일 시키려고 여기 신이 심술부린 건 아니지?<<
카케루야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아이고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왤케 귀엽냐고 ㅋㅋㅋㅋㅋㅋㅋㅋㅋ 다과보고 얼른 먹고싶어서 히잉 하는것도 그렇고 ㅋㅋㅋㅋㅋㅋㅋㅋ 역시 아직 어리구만 어려~~

193 카케루주 (sxe23i8qdU)

2024-10-09 (水) 00:44:53

그야 7개는 아무래도 카케루 입장에선 많으니까? ㅋㅋㅋㅋㅋㅋ 아무튼 그 정도로 달콤한 것을 좋아한다! 카케루는!
물론 그렇다고 해서 막 달려드는 것은 아니고 나름 꾹 참을 줄도 알지만 말이야! ㅋㅋㅋㅋ

194 베니오주 (CrCCO/aq9Q)

2024-10-09 (水) 00:54:44

그치만 10개는 더 많아서 줄인게 7개라는거~ 과연 누가 저런 일을 만들었을까용~ ㅎㅎㅎㅎㅎ 다과상 반응 기대했는데 완전 기대이상이야~! 이제 베니오가 나타나서 카케루 일하는 동안 다 먹어버리면 어떻게 될까... 히히히... (몹시나쁨)

195 카케루주 (sxe23i8qdU)

2024-10-09 (水) 01:00:47

ㅋㅋㅋㅋㅋㅋ 진짜로 누가 몰래 뭔가 하긴 한거구나! ㅋㅋㅋㅋㅋ 아무튼 그건 아무리 봐도 카케루 반응 보고 싶어하는 것 같았다! 달콤한 거 좋아하니까 어떻게 나오는지 보려는 것이 눈에 보였다! 하핫!!
베니오가 나타나서 다 먹으면? 아주 공허한 눈빛이 나오겠지. 그거 내껀데. 나에게 말도 없이 다 먹었어.. 신이라면서 다 뺏어먹었어...중얼중얼하는 모습이 나올지도?

196 베니오주 (CrCCO/aq9Q)

2024-10-09 (水) 01:12:44

그렇지요~ 누가 누가 몰래 몰래~ ㅎㅎㅎ 곧 나올테니 다음 답레를 기다리시라~ 시간상 내일 볼 수 있겠지만~? ㅋㅋㅋㅋ
아 노린거 다 티났냐구 쥐엔장 ㅋㅋㅋㅋㅋㅋ 아주 훌륭해요 이정도면 디저트헌터(?)의 명성이 아깝지가 않아요 카케루 쿤~ >:3 아니 근데 중얼중얼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귀여워... 젠장 귀여워,... 저질러버리고 싶다... 안돼 참아라 지금 그랬다간 관계가 크아악~~ ㅋㅋㅋㅋ

197 카케루주 (sxe23i8qdU)

2024-10-09 (水) 01:14:45

누가 몰래몰래 뭔가를 한 것이 들키면 경우에 따라서는 카케루의 눈빛이 상당히 공허하게 바뀔 것 같은데. ㅋㅋㅋㅋ 물론 사전이나 경우에 따라서는 조금씩 달라질 순 있지만 말이야.
아니. 하지만 아무리 봐도 달콤한 것 묘사가 너무 잘되어있잖아! ㅋㅋㅋㅋ 카케루가 어떻게 나오는지 보려고 하는 것 같았단 말이야! 그리고 그게 적중을 한 모양이구나! 앞으로 디저트를 보면 환장하는 카케루의 모습이 더 나올지도 모르지! ㅋㅋㅋㅋ
대체 뭘 저지르려는거야...ㅋㅋㅋㅋㅋㅋ

198 베니오주 (CrCCO/aq9Q)

2024-10-09 (水) 01:20:04

음~ 글쎄~ 몰래 저지른거는 밝혀지면 적어도 공허눈빛은 안 나올거라고 확신한다! 아닌가 나올 수도 있나? 에라 모르겠다~ ㅋㅋㅋ
긋 그치만 그게 아니 내가 원래 그런거 묘사하는 걸 좋아해서 그럴 뿐이야! 그렇다구! ㅋㅋㅋㅋㅋㅋ 이렇게 된 이상 앞으로 더더 먹음직스런 묘사를 해버리는 수밖에~! ㅋㅋㅋ!!!
저지르는거요? 그야 카케루 몰래 다과 다 먹어버리기지~~ 하하하하 신님은 가끔 자비가 없다~~ :D (그리고 최악으로 치닫는 관계도)

199 카케루주 (sxe23i8qdU)

2024-10-09 (水) 01:24:03

ㅋㅋㅋㅋㅋㅋ 일단 답레를 보면 알 수 있겠지! 다음 답레에서는 안 밝혀져도 적어도 이번 일상에는 밝혀질 것이라고 믿어! 그리고 공허한 눈빛의 여부도 그때가 되면 자연히 알 수 있겠지!
ㅋㅋㅋㅋㅋㅋㅋㅋㅋ 그럼 그런 것으로 알도록 할게! 아앗...하지만 보다가 내가 배가 고플지도 몰라!! 나 실제로 디저트 조금 먹고 싶어졌단 말이야! ㅋㅋㅋㅋㅋㅋ
아앗...ㅋㅋㅋㅋ 그건 진짜 카케루의 눈빛이 매우 공허해진다. ㅋㅋㅋㅋ 화는 못 내지만 되게 중얼중얼거리면서 삐진 모습 보인다. ㅋㅋㅋㅋ 오키쿠에게 다 이른다! 아마도!

일단 나는 슬슬 자러 가볼게! 베니오주도 좋은 밤 보내!

200 ??? - 카케루 (CrCCO/aq9Q)

2024-10-09 (水) 02:31:24

"...흐엣취!"

카케루의 생각이 어딘가에 느껴진 것일까. 가옥을 돌아다니던 누군가가 크게 재채기를 했다. 재채기를 한 누군가는 코끝이 간지러워 몇 번 긁적이다가 다시 가옥의 복도를 걷기 시작했다. 조용히, 기척도 소리도 없이.

여하간, 보들보들한 방울카스테라와 바삭바삭한 전병의 조합은 당장 소반 앞에 앉아서 한 입씩 하지 않고는 못 베길 무언가였다. 고소하고 달달한 냄새를 부드럽게 받쳐주는 말차의 향 역시 훌륭했다. 그러나 카케루는 극한의 인내심으로 먼저 먹는 선택지를 외면했고, 방울카스테라와 전병은 잠시 천덮개 아래로 감추어졌다.

그 직후, 애써 참는 카케루의 정신을 돌리기 딱 좋은 이변이 일어난 순간이었다.

"삐약!"

병아리 같은 작은 새의 울음소리는 확실히 벽장과 선반 어딘가에서 들려오고 있었다. 소리는 분명 일반적인 병아리 같지만, 여긴 신과 요괴가 사는 신은세. 소리만 작은 무언가 엄청난게 있을 지도 모르는 일이다. 하여 카케루는 소리의 근원을 찾기로 하였다.

제일 먼저 열어본 선반에는 숙성 중인 모종의 조미료 단지가 여럿 들어있었다. 달짝지근한 향이 느껴지는 걸 보니 뭔가의 청이거나 절임 같은 것 같다. 내부는 확실히 조막만한 무언가가 숨기에 적합해 보였지만, 새로이 들리는 소리는 선반이 아닌 벽장 쪽이다.

"삐약!"

선반 옆에 있을 큰 벽장은 문 없이 열려진 상태로 둥근 단지와 각진 상자들이 일렬로 늘어서 있다. 총 3층으로 이루어져 있고, 약간 씁쓸한 향내가 은은히 나는 것으로 보아 약재거나 말린 나물 같은 것이 있는 듯 하다. 다시 새소리가 들려오진 않았지만 벽장 어딘가에서 스르륵, 하고 매끈한 무언가가 스치는 소리가 작게 들려온다. 아마도, 2층 쯤인 것 같은데...

201 카케루 - ??? (sxe23i8qdU)

2024-10-09 (水) 11:30:16

".....여기가 아닌가."

분명히 이 근처인데? 그렇게 생각하며 그는 선반 안으로 다시 한번 잘 둘러봤다. 하지만 아무리 바도 달콤한 향이 나는 단지가 여럿 들어있을 뿐이었다. 대체 이 단지에는 뭐가 들어있을까? 열어보는 것이 좋을까. 그렇게 생각하는 와중 새롭게 들려오는 삐약 소리. 아차. 또 달콤한 것에 정신이 팔렸네. 그렇게 생각하며 그는 고개를 강하게 저은 후에 선반의 문을 닫았다.

이어 그는 다시 소리가 들린 벽장을 가만히 바라봤다. 문없이 물건들이 바로 놓여있는 형태였기에 바로 상태를 살필 수 있었다. 3층으로 이뤄진 선반에서 새의 울음소리는 들려오지 않았지만 역시 여기밖에 없다고 생각하며 그는 가만히 선반을 뚫어져라 바라봤다.

"...아마도..."

무언가가 스치는 소리가 작게 들려오는 것에 그는 반사적으로 손을 뻗었다. 2층 부위를 노려서 손을 스윽 넣은 후에 안에 뭐가 있는지, 움직이는 것은 없는지 뒤져보려는 듯, 천천히 손을 움직였다. 그리고 뭔가가 잡힌다면 그는 빠르게 손을 빼내서 그 내용물을 확인하려고 했을 것이다. 빠지지 않을 정도의 큰 것이 이 선반 안에 있을린 없다고 판단하며.

"곡식을 쪼아먹으려고 온 거라면 미안하지만 안돼. 나도 주어진 일이 있거든."

그런 혼잣말을 하는 것은 혹시나 이 안에 있을 뭔가도 령이라서 말을 할 수 있지 않을까하는 기대감 때문이었다.

202 ??? - 카케루 (CrCCO/aq9Q)

2024-10-09 (水) 18:35:53

단지로부터 느껴지는 달달한 향은 잠깐이지만 카케루를 홀리기 충분했다. 하지만 카케루는 그 유혹에 넘어가지 않고 무사히 선반을 닫았다. 단지의 내용물 확인하는 것 정도야 나중에 얼마든지 할 수 있을 테니, 현명한 선택이었다.

벽장 앞에 서서 둘러보아도 한 눈에 들어오는 건 없었다. 관리와 손질이 잘 된 단지와 상자들이 층마다 가지런하게 놓여있을 뿐이다. 하지만 분명히 소리는 어디선가 들려오고 있었고, 카케루는 정확히 소리를 잡아내어 2층단에 손을 뻗었다. 그 움직임은 매우 신중했고 서두르지 않았다. 그렇게 서서히 벽장의 끄트머리쯤 가자...

"뺙!"

놀란 듯한 소리와 함께 무언가 한웅큼 잡힌다. 보들보들하면서 매끈하고, 말캉하면서 길쭉한... 이게 대체 무엇일까? 그것의 정체는 곧 드러났다. 기묘한 감각의 그것은 한 마리의 아기새와 한 마리의 아기뱀이었다.

"삐이이... 삐이..."
"샤악!"

흰 깃털의 아기새는 녹색 비늘의 아기뱀에게 돌돌 말려 있었다. 그러나 잡아먹는다기보다 보호하는 듯한 모양새다. 갑작스러운 잡힘에 놀란 듯 웅크리는 아기새의 머리를 아기뱀이 둥글게 감싸며 카케루를 향해 위협의 소리를 냈다. 그러나 아직 이도 제대로 보이지 않는 뱀의 위협은 그저 연약할 뿐. 카케루가 손아귀에 조금만 힘을 넣어도 두 작은 생명은 으스러질 것이 분명했다.

"삐익..."
"샤아아!"

이 작은 두 생명의 등장에 카케루는 어떤 행동을 할 것인가. 적어도 확실한 건, 아기새와 아기뱀은 바들바들 떨며 겁에 질려 있음이었다.

//하루가 어케 순살이 되버렸어~~ 좋은저녁이야~~

203 카케루 - ??? (sxe23i8qdU)

2024-10-09 (水) 19:04:30

"......?"

뭔가 매끈하면서도 몰캉하고 물렁물렁하면서도 길쭉한 느낌. 카케루는 그런 감촉을 느끼며 아. 이거 뭔가 잡으면 안되는 것을 잡은 모양이다라고 확신했다. 그리고 손을 살며시 펼치자 그는 깜짝 놀라 으아악! 소리를 낼 수밖에 없었다. 아기새는 그렇다고 쳐도 아기뱀까지 있던 탓이었다. 누가 보면 고작 그 정도로 왜 놀라냐고 하겠지만, 뱀은 인간에게 있어서 충분히 위협적인 존재이고 공포의 존재였다. 아무리 작은 아기뱀이라고 하더라도 그에게 있어서는 상당히 낯설고 위험한 존재로 인식되기 딱 좋았다.

"자, 잠깐. 잠깐. 왜 여기에 새와 뱀이 있는건데?! 뭐야. 뭔데?! 대체?!"

평소의 차분한 모습은 산산조각나고 크게 당황해서 어쩔줄 모르는 표정을 지으며 그는 자신이 손에 잡고 있는 생명체를 바라봤다. 그 와중에 아기뱀이 새를 돌돌 말고 자신을 향해 위협을 내는 것에 그는 멍한 표정을 지었다. 이거 잡아먹는 거 방해하지 말라고 위협하는건가? 하지만 그렇다고 하기엔 별로 힘을 안 주는 것 같은데. 영문을 모르겠다고 생각하고 그는 어떻게 해야할지 고민했다. 무섭긴 했지만 일단 빠르게 결정해야만 했다.

그리고 그가 내린 결론은 밖에 풀어주는 것이었다.

"여기 들어오면 안돼. 여기 창고라서 동물이 들어오면 안된단 말이야. 밖에 내보내줄테니까 어서 집에 가. 알았지?"

이어 그는 창고의 문을 열었고 조심스럽게, 정말로 조심스럽게 두 생명체를 땅에 내려주었다. 이 두 생명체가 겁에 질려있다는 것을 안 것도 바로 그 타이밍이었다.

"이, 이제 진짜 갈 길 가. 알았지? 여긴 들어오면 안돼."

어서 가라는 듯, 카케루는 둘을 향해 가볍게 손동작을 취했다. 자신은 죽이거나 해칠 생각이 없으니 여기에 들어오면 안된다는 것을 분명하게 이야기하며.

/원래 쉬는 날은 훅훅 가는 법 아니겠어? ㅋㅋㅋㅋ 안녕! 베니오주! 좋은 저녁이야!

204 ??? - 카케루 (CrCCO/aq9Q)

2024-10-09 (水) 23:32:28

카케루가 크게 당황하여 내는 소리에 아기새는 더욱 놀라 파다닥 떨고 아기뱀은 그런 아기새를 진정시키느라 잠시 정신없었다. 그 와중에도 카케루를 향해 틈틈히 위협을 하는 것이 아무리 봐도 아기새를 지키려는 모양새다. 아직 작고 작은 아기 동물들을 두고 카케루가 한 행동은, 창고 밖에 내려주는 것이었다.

"시이이익..."

아기뱀은 내려지고도 계속 카케루를 향해 경계를 풀지 않았다. 그러면서 아기새를 데리고 그 자리에서 멀어지려나 싶었지만...

"삐익... 삐이이~~"

서러운 울음이 터진 듯 조그만 몸으로 대차게 울어제끼는 아기새 탓에 아기뱀도 당황한 듯 어쩔 줄 모르는 몸짓을 보였다. 삐약삐약 섧게도 울어대는 아기새를 대체 어찌해야 할 것인가. 다행히 고민할 필요는 없었다. 멀지 않은 곳에서 발소리가 들려오더니 키가 훌쩍한 그림자가 카케루와 아기 동물들 위로 드리우더니 큼지막한 손이 아기새와 아기뱀을 감싸올렸다.

"이런 곳에 계셨습니까, 아기씨들."

잿빛 귀와 꼬리를 가진 늑대요괴, 하나시구레가 엷게 웃는 얼굴로 카케루를 보았다.

"좋은 오후입니다. 도령. 아기씨들이 갑자기 나온 듯 한데, 많이 놀라진 않았습니까? 혹여 어디 물리거나 한 곳은 없는지요?"

하나시구레는 이런 일이 익숙한 듯 카케루에게 안부를 물었다. 그 훌쩍한 키로 카케루 어깨 너머 방 안을 보곤, 대충 무슨 일이 있었는지 알 것 같다는 표정을 지으면서도, 주절거림 없이 카케루를 바라보았다.

//카케루주도 좋은 휴일 보냈니~~ 아으 시간 왤케 물처럼 갈까 아깝게 흑흑!

205 카케루 - ??? (sxe23i8qdU)

2024-10-09 (水) 23:50:42

일단 아기새와 아기뱀을 내려준 것까진 좋았다. 그대로 멀어지면 아마 아무런 문제없이 완전히 행복했을 것이다. 하지만 이건 또 무슨 일인가. 아기새가 갑자기 엄청나게 울어대는 것이 아닌가. 그에 아기뱀도 당황한 것 같았지만 더 당황한 것은 자신이었다. 뭐야. 왜 갑자기 우는건데? 대체 뭐가 문제인데?! 영문을 모르겠다는 표정으로 그는 크게 당황했다.

"아니. 아니. 왜 우는건데?! 창고 안은 안된다니까."

아무리 그래도 동물을 창고 안에 집어넣을 수는 없는 것 아니겠는가. 하지만 저렇게 우니 다시 집어넣어야하나? 어떻게 해야하지?! 혼란만 쌓여가는 가운데, 구원의 손길이 다가왔다. 하나시구레. 자세히 아는 것은 아니지만, 꽤나 든든한 이미지가 있는 늑대 요괴였다. 그가 와서 아기새와 아기뱀을 감싸올리더니, '아기씨'라고 부르고 있었다.

"아. 하나시구레씨. 아. 놀라진....."

놀랐다. 엄청 놀랐다. 하지만 그 사실을 인정하긴 싫었는지, 그는 그 부분의 답은 살며시 회피했다. 뭐랄까. 너무 어린애 같을 것 같았으니까. 이제 자신도 성인인데. 이런 것에 놀랐다고 하는 것은 뭔가 영 내키지 않았다.

"물리진 않았어요. 하지만, 갑자기 엄청 울어대서... 그보다 아기씨라니요. 얘들이 누군지 아세요?"

하나시구레의 말로 보아, 아무래도 하나시구레는 이 누군지도 모를 아가새와 아기뱀이 무엇인지 아는 것 같았기에 그는 그렇게 질문했다. 얘들도 령? 혹은 하나시구레 같은 존재인가? 그런 의문이 들어 그는 가만히 답을 기다렸다.

/나름대로 하루 잘 보낸 것 같아! 푹 쉬는 하루였어!! 물론 내일부터 또 일이네..흑흑....내일 하루 빨리 갔으면 좋겠다...8ㅁ8

206 ???, 베니오 - 카케루 (rLzmTnzxto)

2024-10-10 (거의 끝나감) 02:58:45

삐약삐약 서럽게도 울던 아기새는 하나시구레의 손에 감싸이자 거짓말처럼 조용해졌다. 아기뱀 또한 하악질 없이 얌전히 그 손 안에 똬리를 틀었다. 하나시구레의 친근해보이는 부름처럼, 이 작은 동물들 또한 그의 손길이 익숙해보였다. 덕분에 조용해진 가운데 두 사람은 대화할 수 있었다.

"하하. 그렇습니까. 다행입니다."

하나시구레는 카케루의 회피를 눈치챘으나, 굳이 꼬집지 않고 물리지 않아서 다행이라며 작게 웃었다. 색감과 달리 유순한 붉은 눈동자가 카케루를 위아래로 빠르게 훑는 걸 보니 혹시나 모를 것을 살피는 듯 하다. 카케루가 대답하는 잠깐 사이, 훑어보기를 마친 하나시구레는 선하게 웃는 얼굴로 말했다.

"아직 어린 아기씨들이셔서 도령의 손이 낯설었던 듯 합니다. 제가 잘 달래드릴테니 걱정은 않아도 되고, 이 아기씨들에 대한 것은."

차분히 대답해주던 하나시구레가 문득 말을 멈추고 살짝 뒤를 보았다. 그러자 기다렸단 듯, 허공에 붉은 꽃잎 한 줌이 바람도 없이 휘르르 돌며 사람의 형상을 그려내었다. 이윽고 형상이 실제가 되어 나타난 이는 붉은 머리에 붉은 눈을 한, 보통의 인간처럼 보이는 여성이었다.
그녀는 다름아닌 아카하나히메, 베니오였다.

"아가들은 찾았느냐, 하나레? 욘석들, 살금살금 들어오면 내 모를 줄 알고..."

곧장 하나시구레를 보며 말을 하던 그녀는 한 박자 늦게 카케루를 발견하고 입을 꾹 다물었다. 그 쯤, 카케루도 눈치챌 수 있지 않을까. 그녀가 보통 인간처럼 보이지만 사실 첫 날 이후로 마주친 적 없는 그 신이라는 사실을. 그 날처럼 위엄과 위압감은 없지만 카케루를 향한 저 심통난 표정이, 딱 그녀임을 알아볼 수 있게 해주었을 듯 하다.

그런 두 사람을 아는지 모르는지, 아니, 분명 알고 있을 하나시구레가 말을 이었다.

"마침 잘 오셨습니다. 아가씨. 도령이 여즉 모르는 것도 많고 묻고 싶은 것도 많은 듯 하니, 이리 뵌 김에 담소라도 나누심이 어떨까 싶습니다."
"뭣, 하나레 너 이 녀ㅅ"
"도령도 이 참에 물어볼 것은 다 물어보면 될 겁니다. 허면, 소인은 아기씨들을 맡고 있을 터이니, 편안한 시간 보내시길."

그녀와 카케루에게 각각 말을 남긴 하나시구레는 공손히 허리를 숙여 인사를 하고 자리를 떠나갔다. 카케루가 잠깐을 외쳐도 웃는 얼굴로 괜찮을 거라며 의미심장한 말만 남겼다. 그렇게 한 차례, 정신 없는 태풍이 지나간 듯한 그 후에, 그녀와 카케루 만이 자리에 남겨져 있었다.

"......"

그녀는 하나시구레가 간 방향을 보며 저 녀석이 정말! 하고 군소리를 했으나, 정작 둘만 남겨지자 심통난 표정으로 팔짱을 낀 채 서 있었다. 카케루 쪽을 한 번 힐끔, 본 것 외에는 말도, 행동도 없었다.

//드디어 베니오 등장~! 히 히히히 사이드 관련 부분이 넘 길어져버렸다... (땀땀) 카케루주 휴일 잘 보냈다니 다행이구~ 밤에도 푹 쉬고 남은 평일 화이팅~!

207 카케루주 (lwmGsi.V6s)

2024-10-10 (거의 끝나감) 17:06:39

하나시구레야! ㅋㅋㅋㅋㅋㅋ 드디어 만났구나!
다만 오늘 내가 조금 일이 생겨서 답레는 늦어질 것 같다!
혹시나 기다릴까 싶어서 남겨둘게!

208 베니오주 (rLzmTnzxto)

2024-10-10 (거의 끝나감) 17:44:44

카케루는 과연 하나시구레가 원망스러울까 아닐까~?! ㅋㅋㅋㅋㅋ 오케오케 확인했으~ 잘 다녀와 카케루주~!

209 카케루 - 베니오 (PIcXcLnTYM)

2024-10-10 (거의 끝나감) 22:49:27

그래서 이 아기씨들이 누군데? 왜 창고에 새와 뱀이 있었던건데? 얘들은 령이야? 그렇게 생각하면서 답을 기다리려고 했으나 그 답을 들을 일은 없었다. 허공에 붉은 꽃잎이 휘르르 돌다 사람의 형상을 그려냈기 때문이었다. 그 형상은 누군지 아주 잘 아는 이였다. 아카하니히메. 이곳의 주인이자 자신에게 강제로 뭔가를 먹인 존재. 그리고 자신을 이곳으로 데리고 온 존재. 자신을 살려준 신. 그녀에 대한 것은 하나시구레에게 들은 것이 있긴 했고, 그로 인해 이것저것 생각한 것 또한 있었다. 하지만 그 생각한 것을 말하기도 힘들 정도로 그녀는 여전히 심통이 난 것 같다고 카케루는 생각했다.

"네? 네?! 아니! 저기요! 잠깐만요! 하나시구레씨!!"

그 와중에 하나시구레가 그녀에게 자신과 담소라도 나눠보라고 이야기를 하는 것에 카케루는 크게 당황했다. 이 참에 물어볼 것은 다 물어보라니. 이게 무슨 소리야. 누가 봐도 자신에게 성이 난 존재에게 묻긴 뭘 물어?! 크게 당황하며 그는 다급하게 하나시구레를 불렀다. 물론 그렇다고 현 상황이 달라지는 것은 없었다. 그리고 이 상황이 달갑지 않은 것은 아카하나히메 역시 마찬가지가 아닐까라고 카케루는 생각했다.

지금만 해도 심통난 표정으로 팔짱을 끼고 아무런 말도 하지 않고 있지 않은가. 그에 카케루는 작게 혀를 찼다. 아니. 대체 나보고 이 분위기를 어쩌라는거야. 그렇게 생각하며 그는 머리를 긁적였다.

"저기... 그간 격조하셨습니까? 아카하나히메님?"

일단 인사를 하는 것이 좋겠지. 그렇게 생각하며 그는 애써 격식을 차리면서 그녀에게 인사했다. 물론 그걸 어떻게 받아들일지는 그녀의 자유겠으나, 가능하면 침묵을 지키지는 않았으면 좋겠다고 그는 생각했다.

"...그... 아직 화난 거에요?"

일단 지금 상황을 파악하자. 그렇게 생각하며 카케루는 그렇게 조심스럽게 그녀에게 질문을 하나 더 던졌다.

/에고... 갑자기 회식할 일이 생겨버려서..이제야 들어왔네... 원망스럽다기보다는 아니. 저기요! 잠깐요!! 아니! 제발!! 이런 느낌의 다급함에 가깝지 않았을까 싶네! 일단 답레와 함께 갱신할게!

210 베니오 - 카케루 (TeGEQLR056)

2024-10-11 (불탄다..!) 03:45:02

두 사람, 이라고 할까, 한 사람과 한 신의 부름에도 아랑곳않고 하나시구레는 떠나갔다. 마지막으로 카케루를 돌아볼 적,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는 듯이 미소 짓고 있었지만, 어디 그게 마음처럼 될까. 당장에 돌아보면 보이는 것은 팔짱을 끼고 아랫입술을 비죽 내민 그녀가 있을 뿐인 것을.

그러나 놀라운 사실은, 그녀 역시 진작에 화는 다 풀렸다는 것이다. 화가 다 풀렸음에도 여태 얼굴 한 번 비추지 않았던 연유는... 직접 물어봐야 알겠지만은.

"......"

카케루가 먼저 인사했을 때, 그녀는 선뜻 대답하지 않았다. 격식을 차리는 것은 괜찮았으나 대답하기엔 무언가 걸렸다고 할까. 하지만 그녀 역시 근 2주간 들어온 말들이 있었다. 그것을 생각하면 대답을 하긴 해야겠으나, 무엇이 그리도 목을 콱 막고 있던지. 결국 그가 질문 하나를 더 하고서야 조금 부루퉁한 목소리가 겨우 튀어나왔다.

"내가 그리도 속 좁은 신으로 보이더냐. 여즉 화가 나 있게."

그리 말한 것은 어찌어찌해도 흥! 하고 숨을 내쉰 것은 오해의 소지가 있을 것도 같고 아닐 것도 같고. 문득 그런 생각이 들자 그녀는 그랬다간 상황만 더 꼬일 것이란 예감이 퍼뜩 들었다. 하여 턱짓으로 창고 옆 방을 가리키며 말을 이었다.

"너 시킨 일이 있어 여기 있던 것 아니냐. 마저 일 보거라. 나는 그 옆에서 좀 쉬었다 갈 테니."

저 조막만한 것들 찾느라 온 가옥을 돌아다녔다며 중얼거린 그녀는, 카케루를 향해 먼저 들어가란 눈짓을 했을 것이다. 나름의 배려라고 할지, 쓸데없는 오지랖일지는 모르겠지만.

//회식이라~ 맛있는거 먹었으려나~ 잘 들어온거 같아서 다행이야~ 오늘밤도 푹 쉬어 카케루주~!

211 카케루 - 베니오 (klY.qNCVPI)

2024-10-11 (불탄다..!) 19:55:48

"화난 것 같은데요."

부루퉁한 목소리도 그렇고, 흥 소리를 낸 것도 그렇고. 아무리 봐도 화가 잔뜩 난 것 같은데. 그의 눈은 절로 도끼눈으로 바뀌어있었다. 이 신도 묘하게 이런 쪽으로는 인정 안하네. 인정하면 유치하다는 소리 들을까봐 그런가. 그렇게 생각을 하나 그런 말까지 굳이 입 밖으로 꺼내진 않았다. 괜히 어색한 상황을 더 악화시킬 필요는 없었으니까.

"...급한 일은 아니라고 해서요. 천천히 해도 괜찮아요. 그보다 옆에서 좀 쉬었다가 간다니. 마치 일 감시하는 것 같잖아요. 땡땡이는 안 부려요."

괜히 투덜거리는 목소리른 내는 것이, 그의 마음 속에서도 여전히 걸리는 것은 있었다. 물론 자신 쪽의 문제라는 것은 잘 알지만 그럼에도 인정하기 싫은 마음이 있었기에... 그는 괜히 그렇게 말을 하며 입을 꾹 다물었다. 그러다가 그는 두 손을 올려 자신의 뺨을 찰싹찰싹 소리가 날 정도로 아주 강하게 쳤다. 아마 그 소리가 꽤 커서 누군가가 깜짝 놀랐을지도 모른다.

이어 그는 한숨을 크게 내쉬더니 괜히 오른손으로 머리를 북북 긁었다. 그리고 베니오를 바라보고 이야기했다.

"...제대로 이야기를 못한 것 같아서... 대충 아카하나히메님이 무슨 일을 하는지, 어떤 신인지는 좀 듣긴 했거든요. ...솔직히... 옛날 일이라서 잘 기억은 안 나긴 하는데... 그래도 분명하게 인사는 해야겠다 싶어서요."

부루퉁한 목소리를 내긴 했으나 이내 목소리를 가다듬던 카케루는 바로 허리를 굽혔다. 그리고 그녀에게 정말로 정성이 가득한 인사를 올렸다.

"어렸을 때 목숨을 구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아카하나히메님. ...그리고 귀신들에게서 절 구해준 것도 필시 아카하나히메님이죠? 그것도 감사해요. 덕분에 제가 이 시간까지 살아있을 수 있는 거니까요. 적어도 그 인사는 확실하게 하고 싶었어요."

집에도 갈 수 있게 해줬으면 더 좋았겠지만... 그런 작은 중얼거림을 들릴듯 말듯한 혼잣말로 남기고서 그는 괜히 고개를 옆으로 돌렸다.

/고기 먹었었지! 고기! 아주 많이 먹었어! ㅋㅋㅋㅋ 물론 좀 많이 늦게 마치긴 했었지만...ㅋㅋㅋㅋ 아무튼 베니오주도 이제 주말인데 푹 쉬길 바라!

212 베니오 - 카케루 (mf.//E0kRs)

2024-10-12 (파란날) 02:56:55

"아니래도?"

카케루의 말에 쏜살같이 튀어나가는 대꾸가 더더욱 의구심이 들게 한다. 그녀도 그것을 알아 아차, 하는 표정을 지었지만, 연달아 실수하는 것이 제 마음에도 들지 않았는지 볼만 더 통통하게 부풀었다. 신의 모습은 하나도 없이 그러고 있으니 그저 고집 센 여느 가문 아가씨 같을 뿐이다.

그 뒤에도 그녀는 그의 말에 작게 중얼거리긴 했다. 내가 내 집에서 쉬겠다는데 무슨 상관이냐는 둥, 하여간 하나레 녀석, 이따 보기만 해봐라는 둥. 사방으로 투덜대던 그녀가 흠칫 놀라는 순간 있었다. 갑작스레 뺨 치는 소리가 나서였는데, 그 원이은 다름아닌 카케루였다.

스스로의 뺨을 굉장한 기세로 치는 카케루를 놀란 눈으로 보던 그녀. 부루퉁한 목소리지만 말의 내용은 앞전 것들과 사뭇 달랐다. 심지어 자세를 갖추고 올리는 태도에 그녀도 알 수 없이 꿍했던 것이 살짝은 풀리는 듯 했다. 살짝인 이유는 그가 기어코 작게 중얼거린 말 때문이었지만. 어쨌거나 카케루가 먼저 고개를 숙였으니, 그녀도 마냥 뻣뻣이 구는 건 신으로서도 못 할 짓이거니 싶어 그리 말해주었다.

"네 부모의 간절함이 내게 닿았으니 어찌 외면하랴. 나는 그 바람을 들어 내 소명을 다했을 뿐이니, 네 부모에게 더 감사하거라."

이러면 또 감사할 수 있게 돌려보내 달라던가 하는 것 아니려나. 그녀는 말없이 생각하며 손수 앞서 창고 옆 방으로 들어갔다.

"땡땡이를 치든 뭘 하든 상관 않는다. 후에 오키쿠에게 혼나기 싫으면 네 알아서 하겠지. 그리고, 하나레 녀석 말대로 묻고 싶은 거나 궁금한 거 있을 거 아니냐. 오늘 아니면 또 언제 볼 줄 알고. 어여 들어와 자리 잡거라."

그녀는 그렇게 말하며 방 안으로 들어가 한켠에 자리잡았다. 정확히는 천덮개가 덮인 소반 옆이었다. 그 옆에 있던 작은 상자를 팔받침마냥 놓고 기대서 나른히 앉은 그녀는, 방 한가운데 놓인 곡식 소쿠리와 체 등등을 보고 하여간 사고뭉치들이라며 중얼거렸다. 딱히 숨긴 소리는 아니었으니 카케루도 충분히 들을 법 했다.

//오~ 회식은 역시 고기에 쐬주가 최고지~ ㅋㅋㅋㅋㅋ 카케루주도 느긋한 주말 보내기야~ 답레도 편할때 달아주기~

213 카케루 - 베니오 (/ET/JbQf6w)

2024-10-12 (파란날) 10:39:12

"신이 인간의 사정을 일일히 다 들어주는 경우는 흔하지 않다고 들었거든요. 제가 들은 신화나 그냥 다른 이야기도 그렇고 말이에요."

소명이 있다고는 하나, 그 소명을 전부 수행하고 사람의 소망을 들어줄지는 별개의 일이었다. 인간의 사정은 신에게는 너무나 사소한 경우가 많아 그냥 무시하고 모르는 척 넘길 수도 있지 않겠는가. 대가를 받았다고는 하나, 어쨌건 인간을 위해서 자신의 힘을 써서 도와준 사실 자체는 고마운 일이었다. 그리고 카케루는 신이니까 당연히 들어줘야한다는 생각은 절대로 하지 않았다. 신이건 뭐건, 감사할 것은 감사해야 하고 고마움을 표할 것은 반드시 고마움을 표해야한다고 생각했으니까.

인간이건 신이건 감사를 받아야 할 일에 대해서는 분명하게 감사를 해야한다. 그것이 카케루의 생각이었다.

한편 묻고 싶은 거나 궁금한 것이 있지 않냐는 그 말에 어쩌면 조금은 분위기가 풀렸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하며 카케루는 그녀의 움직임을 눈으로 쫓았다. 그 와중에 아주 자연스럽게 소반 옆에 앉은 그녀를 바라보며 그는 다급하게 그곳으로 향했다.

"아니. 잠깐만요! 그거 다 먹으려는 거 아니죠?! 그거 일 다 끝나면 먹으려고 아껴둔거거든요?!"

물론 몇 개 먹는 것은 그렇다고 쳐도 아주 자연스럽게 모조리 다 먹는 것은 용납할 수 없다는 듯이 그의 목소리는 평소와는 다르게 상당히 다급했다. 냅다 달려서 바로 그녀의 맞은 편 자리에 앉은 그는 잠시 말을 고민하다가 그녀에게 물었다.

"사실 묻고 싶은 것은 엄청 많긴 한데... 일단 이것부터 물을게요. 아까 그 뱀과 새는 뭐에요? 대체? 야생동물이에요?"

그렇다고 하기에는 아기씨라고 하는 것을 보면 그건 또 아닌 것 같고... 영 모르겠다는 듯이 그는 머리를 긁적였다.

/ㅋㅋㅋㅋㅋ 정작 나는 술은 많이 안 마셨지만 말이야. 금요일이라면 마셨겠지만 목요일이니까 다음날 또 일해야하니 뭔가 애매하더라. ㅋㅋㅋㅋ 아무튼 베니오주도 좋은 주말 보내길 바라!

214 베니오 - 카케루 (GK5fu5TKGs)

2024-10-13 (내일 월요일) 00:07:36

카케루가 알고 있는 사실은, 맞는 말이긴 했다. 신은 모든 인간의 바람을 들어주지 않는다. 일일히 귀기울이지도 않으며, 그것이 소관이라 한들 되도 않는 명분을 대며 외면하기도 한다. 그에 관해서는 그녀도 할 말이 있기에 자연스레 흘려 말했다.

"네 알고 있는 것이 틀리진 않았으나, 그 신화니 전설이니 하는 것도 결국 너희 인간이 쓰는 것이다. 알려진 신의 의도는 인간이 멋대로 추측했을 뿐인게지."

개중에는 진실도, 사실도 있을 수 있으나, 결국 전해지는 말은 전하는 이의 주관이 섞여들어가기 마련이다. 예전부터 그랬는데 지금은 오죽하랴. 그리 생각하면 그녀와의 첫 대면은 과연 최악이었겠다며 방 안에 자리 잡고 앉아 조금 쉬이려는데...

"뭐?"

어처구니 없는 소리가 그녀의 귓전을 때렸다. 그녀에게는 그제야 소반이 눈에 들어왔다. 풍기는 냄새로 보아 오키쿠가 그를 위한 다과를 준비해놓은 모양이다. 먹기는 커녕 천덮개에 손끝도 대지 않았던 그녀로서는 어이가 없고 심기가 다시 까끌해지려 하여, 고개를 돌리고 헛웃음을 작게 흘렸다.

"나를 대체 무얼로 보고 그런 망언을 하는 겐지... 에잉!"

쯧! 짜증은 솟으나 더 무언가 말하기는 싫은지, 혀 차는 것으로 끝을 낸다. 잠시 가늘어진 눈으로 카케루를 응시하긴 했으나 더 말 않고 설명을 시작했다.

"그 아가들은 다른 영역을 수호하는 신들의 자식이다. 정확히, 동쪽과 중앙 수호신의 자식이지."

설명을 이어가며 그녀가 허공에 손짓하자, 붉은 먹물 같기도 하고 기류 같기도 한 것이 휙휙 흘러나왔다. 그 붉은 선은 그녀의 손을 따라 움직여 작은 원을 그리고 그 원을 중심으로 주위를 네 곳으로 갈랐다. 그리고 동서남북을 차례대로 백적청흑으로, 중앙은 녹색으로 채웠다.

"동에 하쿠히센류노미코토, 서에 나, 아카하나이치린노히메기미, 남에 쇼우센쿠노치노코, 북에 코쿠토리노아토에노카미, 그리고 중앙, 스이로노이케가키누시. 여 다섯 신이 신은세를 지탱하며 수호하고 있다. 그 아가들은 하쿠히센류노미코토와 스이로노이케가키누시의 자식들인데, 아직 어리고 장난기가 많아 틈만 나면 여기저기를 쏘다니며 사고를 치고 다니지. 저것들을 저리 만든 것도 그 아가들이 한 장난이다."

그녀는 턱짓으로 뒤섞인 곡식을 가리켰다. 아이들이 했다 하니 그럴 법도 하다 싶을까. 일단 거기까지 말한 그녀는 잠시 카케루가 이해할 시간을 주었다.

//하하하 신명에 고통받아라 카케루여! (<나쁨) 토요일이 사르륵 녹아버렸어~~ 이런 젠장~~

215 카케루 - 베니오 (wzHR0axBlM)

2024-10-13 (내일 월요일) 00:18:01

"그렇다면 신 쪽에서 조금 더 자세하게 이야기를 해주면 안되는 거예요? 적어도 인간들은 그런 신화를 보고 추측할 뿐이라고요."

그래서 이런저런 불평도 나오는 거고. 그렇게 이야기를 하며 카케루는 괜히 고개를 도리도리 저었다. 물론 신들의 입장에선 매우 사소한 문제일지도 모르나, 인간의 입장에선 사소하지 않았다. 차라리 자세하게 알려주면 그런 문제점은 줄어들지 않을까 생각을 했으나, 그 부분에 대해서는 특히 더 고집을 부릴 마음은 그에겐 없었다. 신들은 신들의 입장이 있을테니까.

한편 베니오가 헛웃음을 작게 흘리면서 자신을 뭘로 보냐는 말에 카케루는 잠시 갈등했다. 이거 솔직하게 말하면 혼나겠지? 화내겠지? 굳이 화를 내게 하고 싶진 않았기에 그는 아무런 말도 하지 않고 살며시 침묵을 유지했다. 하지만 저 신은 솔직히 당장 다 뺏어먹어도 이상하지 않을 것 같단 말이야. 적어도 아직 카케루의 입장에서 아카하나히메는 그런 이미지로 보이는 모양이었다. 완전히 좋게만은 보기 힘든, 약간은 심술이 강하고 자기가 원하는대로 하는 신. 그렇기에 그는 여전히 경계의 눈초리를 풀지 못했다. 물론 최대한 티는 내지 않으려고 했지만 본능적인 경계심까지 완전히 죽일 순 없었다.

한편, 자신의 물음에 대한 답이 나오자 카케루는 자연스럽게 귀를 쫑긋 세웠다. 그녀가 그리는 작은 원이 네 곳으로 나뉘었고, 각각 다른 색으로 채워지는 것을 바라보며 그는 절로 오...소리를 냈다. 하지만 이어지는 신들의 이름에 그의 표정이 순간적으로 어두워졌다. 아니. 그게 무슨 신인데? 도저히 영문을 모르겠다는 듯이 그는 어리둥절한 표정을 지었다.

"어...그러니까 적어도 동쪽과 중앙 수호신은 뱀과 새 모습을 하고 있다라는거죠?"

자식이 뱀과 새니까 그 부모도 당연히 뱀 혹은 새가 아니겠는가. 아. 그러면 혹시?! 순간적으로 무서운 생각에 빠졌는지 카케루는 절로 침을 꿀꺽 삼켰다. 그리고 베니오를 바라보면서 물었다.

"그 애들. 나중에 돌아가서 제가 무섭게 했다고, 이르는 것은 아니죠? 어느 순간 그 동쪽과 중앙의 수호신이라는 분이 찾아와서 저를 몸으로 감고, 부리로 막 쪼고 그러는 것은 아니죠?"

걔들. 되게 엄청 무서워하던데. 보통 그런 어린애들은 부모에게 이를 때 무조건 상대가 나쁘게 말하는 것이 일반적이지 않았나? 그럼 내가 위험한 거 아니야? 그런 생각이 들자 그는 절로 얼굴이 새하얗게 질렀다.

"...버, 버리지 않을거죠? 아카하나히메님."

/ㅋㅋㅋㅋㅋㅋㅋ 신명보다 오히려 뱀과 새에게 공격당할지도 모른다는 불안감 때문에 무서워진 카케루였다고 한다! 안녕! 베니오주! 토요일 푹 쉰 것 같아서 다행이야!

216 베니오 - 카케루 (GK5fu5TKGs)

2024-10-13 (내일 월요일) 02:23:59

신마저 코가 간질간질해질 소리를 하지 않고 참은 것은, 현명한 선택이었다. 이미 심기를 다시 건드린 상태에서 그런 말까지 얹었다간 또다시 자리가 파탄 날 것이 분명했다. 알게 모르게 위기 하나를 넘긴 후에 이어진 대화가, 그리 순조로웠는지는 모르겠지만.

"네 녀석은 화신이라는 말도 못 들어봤느냐. 본디 신이란 마음만 먹으면 모습 쯤은 쉬이 바꾼다. 누님과 형부가 그러하시니 아가들도 그렇긴 하지만."

영 이해가 모자른 카케루를 보며 한심하다는 듯이 말하던 그녀는 이어진 말에 한층 더 어이가 없어졌다. 그러나 한편으론 그럴 법도 하다고 생각했다. 뭣도 모르는 입장에선 그럴 만도 하지. 그렇게 이해하고 보니, 혼자 지레 겁먹고 얼굴이 하얘진 카케루가 우습지 않을 수 없었다.

"하하하! 몰래 들어와 사고 친 것은 그 아가들인 것을, 애꿎은 네가 혼날 리가 없잖느냐. 무엇보다 하쿠히센류노미코토, 시라타케 누님은 인간을 끔찍이도 싫어하셔서 벌하는 것조차 학을 떼신다. 아가들만 혼꾸멍이 나겠지. 스이로노이케가키누시이자 료쿠세이 형부는 인간을 반기시는데다 아가들이 먼저 장난 친 것이니 이해하실 것이고."

후후. 말 끝에 흘린 잔웃음이 가느다란 기류 되어 허공에 그린 그림을 흩뜨렸다. 카케루가 겁 먹은 모습이 그리도 우스운지, 연신 키득대던 그녀는 보이지 않는 힘으로 카케루의 이마에 딱밤을 놓으려 했다. 허공을 튕기는 시늉은 했으니, 감이 좋아 피했다면 맞지 않을 수도 있겠다. 맞았건 아니건 그녀는 그렇게 말했다.

"너는 내가 데려온 건 그렇게도 끔찍해하더니 다른 신에게 혼날 것은 그리도 무섭더냐. 고얀 것. 슬슬 손이라도 움직여가며 떠들거라. 쉬엄쉬엄이든 어쨌든 저녁 전에 다 골라야 할 것이야."

//음... 확실히 그게 더 무섭긴 해! 인정! ㅋㅋㅋㅋ 카케루주도 주말 잘 보내는 중이려나? 일요일도 즐겁게 보내자구~

217 카케루 - 베니오 (wzHR0axBlM)

2024-10-13 (내일 월요일) 09:36:19

그게 뱀과 새 모습을 하고 있다는 것과 무슨 차이인거지? 그렇게 생각하며 카케루는 고개를 갸웃했다. 화신이건 뭐건 어쨌건 뱀과 새 모습을 하고 있다는 거 아닌가? 내가 잘못 이해하고 있는건가? 그렇게 생각하며 그는 고개를 갸웃했다. 일단 그렇다고 하니 그런 것으로 알고 있겠지만. 어쨌건 뱀과 새 모습으로 변할 수 있다는 것으로 그는 이해를 하기로 했다.

한편 그럴 일은 없다고 베니오가 이야기하자 카케루는 그제야 겨우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하지만 그와는 별개로 인간을 싫어해서 벌하는 것조차 학을 떼는 신이 있다는 말에 그는 괜히 침을 삼켰다. 적어도 그 신의 눈에는 띄지 말아야겠다고 생각하며 그는 가만히 그 신의 이름을 외웠다. 그와는 별개로 어쨌건 당장 감기거나 쪼이는 일은 없을 거라고 생각하며 그는 입을 열었다.

"그럼 다행이긴 하지만요. 아얏!"

갑자기 자신의 이마에서 콩 하는 충격이 가해지자 그는 깜짝 놀라 주변을 두리번거렸다. 뭐야. 뭔데? 대체 뭐인건데? 아픈 부위를 괜히 손으로 문지르며 히잉 소리를 내는 카케루는 베니오를 빤히 바라봤다. 틀림없이 저 신이 한 것이겠지. 두고 봐. 괜히 그렇게 속으로 중얼중얼거리면서 그는 입술만 삐죽 내밀었다가 다시 집어넣었다.

"그야 혼나는 것과 갑자기 여기로 데리고 온 것은 별개잖아요. 아카하나히메님도 갑자기 살던 곳을 떠나서 생판 모르는 곳으로 오게 되고, 거기서 평생 살아야하는데 친구도 가족도 아무도 없다면 저와 비슷할걸요? 이건 갑자기 살던 곳을 떠나게 된 이들만 느낄 수 있는 거라고요. 데리고 온 이는 절대로 이해할 수 없는 거고."

그 부분만큼은 절대로 굽히지 않겠다는 듯이 투덜거리는 목소리를 내던 카케루는 가만히 원래 해야 했던 일을 시작했다. 이렇게 하면 되나? 이렇게 하면 되는 건가? 서투른 손동작이지만 그래도 어떻게든 분류는 되고 있었다.

"그래서 그때 저에게 먹인 것은 뭐예요. 그걸 다 떠나서 꼭 그렇게 먹여야만 했던 이유가 있어요? 입을 강제로 벌리고 먹였다면 모를까. 마우스 투 마우스는 생각도 못한 방식이라고요."

/오늘은 결혼식에 참여해야해서...낮에는 자리를 길게 비우게 될 것 같네! 베니오주도 좋은 하루 되길 바라!

218 베니오 - 카케루 (GK5fu5TKGs)

2024-10-13 (내일 월요일) 17:58:49

감이 좋으니 피하지 않을까 싶었으나, 잠시 안도한 틈이었던지, 정확히 이마 정중앙을 맞는 카케루를 보고 그녀는 다시금 와하하 웃었다. 두리번거리다가 그녀를 빤히 보는 시선이 어련할까. 속으로 무슨 생각 할지 빤히 보이나 잠깐은 즐겁게 해주었으니 봐주겠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이것이 참, 그리 생각하자마자 저 앙칼지게 투덜대는 소리 좀 보라. 그럼에도 그녀는 싱글싱글 웃는 얼굴을 유지하고 있었다. 한차례 투덜거린 카케루가 슬슬 곡식을 거르기 시작할 쯤, 무심하게 툭 내뱉었다.

"네 존재 자체를 지우지 않은 것을 감사하게 생각할 줄은 모르는 게로구나. 아무렴, 너희 인간들은 필요할 적에만 신이시여 신이시여 그리 부르짖고, 은혜며 가호며 죄 받아가고선 그에 상응하는 대가를 치르라 하면 언제 부르짖었던 양 돌아서 악신이다 너무하다 우는 소리를 하지. 그래, 내 네 기분은 모를 것이나 너 또한 그것은 모를 것이다. 내가 분명 여기 있거늘, 모두가 나에 대해 서서히, 아주 서서히 잊어가는 것을 지켜만 봐야 하는 것을."

킬킬킬킬, 그녀는 조금 전과는 달리 음침한 기운이 섞인 웃음을 흘렸다. 언제 또 기분이 상해 분위기가 뒤집힐까 조마조마한 순간일까. 일단 그녀는 겉보기엔 그저 느긋히 쉬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일하는 카케루를 보며 체의 눈이 제일 큰 것부터 써서 가장 큰 알부터 골라내라 알려주는 둥 하며.

"뭐긴 무어야. 내 신력이 담긴 술이지. 네 어찌 바락바락 대드는데다 대놓고 싫다며 밀어냈지 않느냐. 나를 그리도 열뻗치게 하였으면 그 정도 수난은 겪어야 이치가 맞지. 아무튼 그것을 마셨으니 신은세 어딜 가도 네게 해를 가할 것은 없을 것이다. 아, 아니지. 나 외의 수호신은 네게 손 대고도 남으니 충분히 주의하거라. 앵간하면 마주칠 일 없겠지만은."

누님 형부야 그렇다 쳐도 그 놈이랑 그 녀석은 성가시단 말이지. 끝말은 거의 혼잣말에 가까이 중얼거린 그녀는, 설마 무슨 일 나겠냐며 조용히 생각했다.

//요즘 메리지시즌이지~ 잘 다녀왔으려나? 남은 저녁은 푹 쉬어 카케루주~

219 카케루 - 베니오 (wzHR0axBlM)

2024-10-13 (내일 월요일) 18:34:02

그 대가가 자신과는 아무런 이야기도 되지 않았기에, 자신에게는 너무나도 일방적인 것이라는 것이 문제 아니냐는 목소리가 목구멍까지 나올듯 말듯했으나 그는 애써 그것을 삼켰다. 일단 여기서는 자신이 참기로 한 것이다. 딱히 두려운 것은 아니었다. 그저 '내가 분명 여기 있거늘, 모두가 나에 대해 서서히, 아주 서서히 잊어가는 것을 지켜만 봐야하는 것을' 부분이 마음에 걸린 탓이었다. 아카하나히메를 숭배하고 있는 제 친구를 떠올리며 그는 툭 던지는, 혹은 지나가는 목소리로 그녀의 말에 대답했다.

"꼭 그런 것도 아닐걸요. 혹시 아나요. 아카하나히메를 정말 극적으로 숭배해서 절대로 안 잊고 널리 알리려고 노력하는 이가 있을지."

그 존재에 대해 굳이 더 자세하게 말을 하지 않는 것은 꿀밤을 맞은 것에 대한 심술이었다. 괜히 맞은 부위를 손으로 한번 더 보란 듯이 문지르던 그는 체를 이용해서 아까보단 능숙하게 거르기 시작했다. 거르고 남은 것들을 항아리 안에 집어넣고, 그는 두번째 체를 잡고 천천히 흔들기 시작했다. 요령을 알면 생각보다 쉽게 끝날지도 모르겠다고 생각하며 그는 작업에 집중하면서도 그녀의 말에 귀를 기울였다.

"...신들에게 있어서 마우스 투 마우스는 수난이에요? 아니. 뭐, 수난이라면 수난이긴 한데... 꼭 그 방식대로 해야 했는지는 아직 모르겠거든요. 전. ...노 카운트에요. 노 카운트. 난 그거 인정 못 해."

어떻게 보면 입맞춤. 혹은 키스였으나 그건 절대로 카운트 못한다고 딱 잘라 이야기를 하며 그는 고개를 도리도리 저었다. 아무튼 신은세 어디로 가도 해를 입지는 않겠으나 수호신들은 조심해야 한다고 이야기하는 것을 그는 똑똑히 기억하기로 했다.

"딱히 다른 영역에 가지 않으면 위험하진 않은거죠? 그럼? 다른 구역도 궁금하긴 하지만... 아직 이쪽 지역도 둘러보질 못했으니까요. 나갈 수 있으면 천천히 둘러봐야겠네요."

다른 구역을 둘러봐도 되는지는 둘째치더라도, 일단 이 구역부터 확실하게 익혀야겠다고 생각하며 그는 또 다시 거르고 남은 것들을 항아리에 천천히 집어넣었다.

"집에 돌아가는 것은 안된다고 쳐도, 외출도 안돼요?"

/막 돌아온 참이야!! 그리고 이제 푹 쉴거야! ㅋㅋㅋㅋㅋ 안녕! 베니오주!

220 베니오 - 카케루 (Hn6/enMgVk)

2024-10-14 (모두 수고..) 02:24:43

카케루는 기껏 모시는 이에 대한 걸 두루뭉술히 했으나, 그녀 앞에서 그런 것은 얕은 지혜에 불과했다. 무엇보다 그 신앙을 직접적으로 받는 그녀다. 모를 리가 이상하다. 후후. 작게 웃은 그녀는 담담히 얘기했다.

"그건 네 나고 자란 마을이기 그 곳이기 때문이다. 다른 땅에서야 다 잊었대도, 거기엔 옛 얘기 기억하는 이가 한 명쯤은 있겠지. 그것도 머지않았겠지만은."

시간이 흐를수록 사람은 신비에서 멀어지며 자연히 신에 대해서도 잊어간다. 강력하며 즉각적인 권위를 가진 신은 아니겠지만, 그녀처럼 탄생 비화조차 모호한 말석의 신은 언제든 신심의 명맥이 끊기고도 남는다. 누군가 온 성심을 다한들 그것이 길이길이 이어질 지는 그 누군가도, 하물며 신조차도 모른다. 모르기 때문에 모를 일이니, 그녀는 가급적 생각하지 않고자 해왔다.

거듭될수록 서글퍼질 뿐이기에.

"하하, 네가 그리 말하는 것만으로도 수난임이 증명되지 않았느냐. 너야 모르겠어도 나로서는 잘 택한 방법이다 싶구나."

그녀는 별다른 기색 없이 즐거운 듯 웃으며 말했다. 딱밤 한 번 더 먹여줄까 하다가, 열심히 일하는 모습에 기특함을 느껴 그만두었다. 자르륵자르륵. 체로 곡식 거르는 소리가 제법 평온하게 들린다. 살며시 눈을 감고 그 소리에 귀를 기울이던 그녀는 그의 물음에 답해주는 것을 잊지 않았다.

"동과 북을 제외하곤 가도 괜찮을 것이나, 가고 싶거든 하나레와 같이 가거라. 멀기도 하고 길도 모르잖느냐."

그렇게 말하다가 외출 얘기에 한 쪽 눈을 슬쩍 뜬다. 이걸 말해주어 말어? 잠시 속으로 재어보다가, 그냥 말해주자 싶어 말한다.

"네 기가 충분히 정착하였으니 이제 나가도 된다. 해도 당분간은 하나레나 오키쿠와 같이 다니거라. 현세와 크게 다를 바 없어보여도 여긴 괴이가 사는 세상이다. 어떤 별 일이 생겨도 이상하지 않아. 그 둘이 피해야 할 것과 가려야 할 것을 알려줄 테니 잘 따라다니며 배우거라. 그리고."

크흠. 작게 헛기침을 한 그녀는 선심 쓴다는 듯이 덧붙였다.

"네가 이 곳 생활을 성실히 하여 자격이 갖춰지거든, 현세로도 갈 수 있을 것이다. 아주는 아니고 길어야 일곱 밤이겠지만은. 그러니 툭하면 조동아리 내밀지 말고 출가했다 생각하고 살거라."

말을 마친 그녀는 벽을 등지고 모로 길게 누웠다. 따수운 봄 햇살 드는 창고방에 자락자락 곡식 흔드는 소리 들리니, 절로 나른해지는 기분이었다.

//푹 쉬고 잘 자고 있으려나~ 월요일 화이팅 카케루주!

221 카케루 - 베니오 (xS40jgv9qI)

2024-10-14 (모두 수고..) 18:48:37

"그건 그럴지도 모르지만... 아니. 하지만 꼭 잊혀진다는 법은 없잖아요? 일단 마을 내부에서라도 이런저런 이야기는 있긴 하거든요? 막 엄청 자세하고 상세한 이야기는 없지만... 그래도 일단은, 숭배하는 애가 하나 정도는 있을 수도 있는 거고..."

그러고 보니 자신이 아니라 그 친구. 정확히는 아카하나히메를 모시는 신사 집 아들인 제 친구가 여기에 오는 것이 더 좋지 않았을까라고 생각하며 그는 떨떠름한 표정을 지었다. 그 애가 여기에 왔다면 아주 좋아 죽으려고 하는 것을 넘어서서 승천하지 않을까라고 그는 생각했다. 물론 그 애가 하는 말과 지금 자신이 마주하는 아카하나히메는 다른 느낌이긴 했지만... 아무렴 어떠랴. 그 정도는 받아들일 수 있는 아이라고 그는 확신했다.

"와. 제가 경험이 없어서 그런거지. 다른 이와 경험이 있었으면 딱히 수난도 아니거든요?"

첫번째가 그런 것이라서 놀란 것이지. 만약 첫번째가 아니었다면 굳이 이렇게까지 신경 쓸 일도 없었을 것이다... 라고 카케루는 애써 생각했다. 물론 실제가 되면 다를 수도 있었지만. 괜히 그런 목소리를 투덜거리며 그는 좀 더 일에 집중했다. 그러다 괜히 울리는 소리에 리듬을 살짝 섞어보다가 그는 다시 원래의 템포로 돌아왔다. 너무 촐랑대는 모습은 역시 어른스럽지 않았으니까.

"그야...뭐... 그렇긴 하지만요. 일단 나가도 된다는 말로 알면 되죠? 그러면 다음에 두 분에게 부탁해볼게요. 이곳에 대해서도 이것저것 많이 알고 싶거든요. 어쨌건 지내는 곳이고..."

여기 디저트는 어떤 느낌인지 궁금하고...라는 말은 굳이 하지 않으며 그는 입 속으로 삼켰다. 하지만 조만간에 종이와 필기구를 구해서 반드시 이곳에서도 디저트 지도를 만들고 말리라. 그는 그렇게 다짐했다. 그러다 그는 순간 움찔했다. 이곳에서 지낸지 조금 되긴 했다만 벌써부터 여기 생활에 익숙해지려고 하는거 아닌가. 나. 조금 복잡한 생각을 품고 그는 괜히 입술을 삐죽 내밀다가 그녀의 들려오는 말에 그는 빠르게 다시 입술을 원래대로 집어넣었다. 그야 지금 들려오는 말은...

"그 말. 거짓말 아니죠? 대충 저를 속이려고 하는 말은 아니죠?!"

다시 부모님을 볼 수 있다. 친구를 만날 수도 있다. 어쨌건 다시 원래 살던 세계에 갈 수 있다. 그 사실 하나만으로도 그는 아주 희망찬 표정을 보였다. 연이 완전히 끊어진 것이 아니라면... 왕래하면서 볼 수 있다면 그것만으로도 자신은 충분히 이 생활을 버틸 수 있었다. 그래서일까. 그의 두 눈은 밝게 초롱초롱 반짝였다. 그러다 순간 멈칫하더니 그는 그녀를 빤히 바라봤다.

"혹시나 해서 말하는데, 그 자격 어쩌고 하는 것이 수백년 뒤, 수천년 뒤는 아니죠? 돌아갔는데 막 아무도 없고 그런 건 아니죠?"

/월요일...어떻게든 통과했다! 갱신할게!!

222 베니오 - 카케루 (/ebS2Cvo02)

2024-10-15 (FIRE!) 03:03:05

꼭 잊혀진다는 법은 없다. 그야 보통 인간이 보기에는 그럴 수도 있다. 한 명이라도 알아주는 이가, 기억하는 이가 있다면 가늘게나마 인지는 이어질 테니. 그러나 이미 잊혀진 신들을 그녀는 너무 많이 보았다. 그렇기에 더 말을 얹지 않고, 사내 녀석이 종알종알 말이 많다며 흘려보냈다.

"그랬으면 다른 방법을 택했겠지. 네 녀석이라 그런 방법을 쓴 것이다."

참으로 고집스런 발언에 지지않고 대꾸해 준 그녀는, 언뜻 들리려다 만 운율감에 한 쪽 눈을 슬금 떴다. 거 그대로 했으면 좋을 법 했구만. 카케루의 속내까진 모르는 그녀이니 녀석 고지식하다고 생각하며 다시 눈을 감는다. 대화에 쓰기에는 귀와 입 만으로 충분했으니.

"그래, 그래. 잘 배워서 얌전히 다니거라. 네 취향에 맞는게 있을까 싶다만은."

후후후. 카케루의 디저트광적인 면을 살짝이나마 알고 있던 그녀는 저 차분해보이는 말 뒤에 무슨 생각을 하고 있을지 훤히 보이는 듯 했다. 딱히 외출을 제한할 생각은 없으나, 너무 나돌아다니면 한 번씩 금지령을 내려 길들이는 것도 나쁜지 않겠다 생각하고 있는데...

"에잉. 네 녀석은 어째 원하는 말을 들려줘도 반응이 그 모양이더냐. 내가 네게 거짓을 알려줘서 무엇을 얻겠다고. 시간이라면 걱정 말거라. 애초부터 시간축이 다른 세계다. 여기서 얼마가 지나든 맞춰서 넘어가면 될 뿐이니."

그 새를 못 참고 튀어나온 불만 비슷한 것에 그녀는 혀를 차며 대답해주었다. 조금 전과 같이 한 쪽 눈만 뜨고 카케루를 흘겨보며, 말을 덧붙였다.

"근본적으로 현세의 하루는 신은세에서의 한 달이다. 별다른 수를 쓰지 않는 한, 그 계산법으로 셈하게 되지. 그렇다고 네 시간이 현세와 다르게 흐를 걱정은 말어라. 내 가호를 받고 있는 한, 너는 현세와 같은 시간을 보낼 것이다."

이제 좀 불만이 풀어졌냐며, 그녀는 흘긴 눈의 힘을 풀었다. 그리고 다시 감으며 하암, 작게 하품했다.

//월요일 고생 많았어~ 이제 남은 평일 4일! 아자아자~!

223 카케루 - 베니오 (kaMj6Zhsf6)

2024-10-15 (FIRE!) 19:46:20

"뭔가 말만 들으면 저에 대해서 이것저것 다 파악해둔 것 같네요. 대체 어디까지 파악해둔 거예요?"

마치 자신이기에 마우스 투 마우스를 썼다고 하는 듯한 그 말에 이 신은 대체 어디까지 자신을 파악하고 있나 싶어 카케루는 그렇게 물었다. 아주 살짝 경계하는 눈빛이 향하는 것은 덤이었다. 그도 그럴 것이 자칫하면 자신의 프라이버시까지 제대로 파악하고 있을지도 모르기에. 물론 크게 문제가 될 것은 없지만 아무래도 조금 민감한 부분도 있지 않겠는가. 하지만 화를 낼 생각은 없었다.

"...어?"

'취향에 맞는 게 있을까 싶다만은'이라는 말에 그는 순간 움찔했다. 그리고 순식간에 얼굴이 새빨개졌다. 마치 자신의 생각이 읽힌 것 같았기에 그는 입을 꾹 다물고 괜히 고개를 아래로 숙였다. 그리고 그 상태에서 괜히 채에 힘을 주며 불평하는 목소리를 냈다.

"...다, 다양한 것이 있으니까 제 취향에 맞는 것이 있을지도 모르죠! 책이건 분위기건, 놀거리건."

디저트 이야기만 일부러 쏙 빼먹으며 그는 제 물음에 대한 답이 들려오자 좀 더 귀를 활짝 세웠다. 이 답은 앞으로 자신의 삶에 있어서 가장 큰 부분을 차지할테니까. 자신을 흘겨보건 말건 그는 그녀의 말에 귀를 기울였다. 시간축이 다른 세계고, 현세의 하루가 신은세에서의 한 달. 그렇다고 한다면 여기서 한 달을 보내야 하루가 간다는 거니까 밖에서 1년이면...대체 어느 정도인거지? 그렇게 생각하며 그는 머릿속으로 계산하려다가 말았다. 365달이라는 수치가 여러모로 감이 안 잡히기 때문이었다.

"그나마 다행이긴 한데... 뭔가 엄청나네요. 그럼 제가 밖에 나갔을 때 여기로 돌아오면 7달이나 지났을 수도 있다는 건데..."

경우에 따라서는 밖에서 시간을 보내는 것은 조금 신중하게 생각하고 움직이는 것이 좋을지도 모르겠다고 그는 생각했다. 시간의 흐름이 다른만큼, 경우에 따라서는 시차로 인한 혼란을 느낄지도 모르니까. 밖에선 고작 하루 지났는데 자신이 찾아가서 오랜만이야! 라고 크게 반가워하면 얼마나 어이가 없겠는가. 한동안은 조금 혼란스럽겠다고 생각하며 그는 6번째 채를 천천히 흔들었다.

"...그럼 아카하나히메님은 대체 여기서 몇 년이나 보낸 거예요? 여기에 있는 이들도 그 오랜시간 동안 쭉 같은 이들이었어요?"

/화요일!! 이제 3일 남았다! 베니오주도 안녕! 갱신할게!

224 베니오 - 카케루 (dahIyi1tzY)

2024-10-16 (水) 03:10:50

"가끔은 모르는게 약이니라."

그녀가 카케루에 대해 어느 정도 아는 것이 신경은 쓰이는가 보다. 하여 그녀는 일부러 두루뭉술하게 대답을 흘리며 말을 아꼈다. 괜히 이것저것 안다며 떠들었다가 또 삐지게 하면, 귀찮은 것도 그렇지만 오키쿠나 하나시구레가 얼마나 은근히 쪼아댈지 감이 안 잡히기 때문이었다.

지난 2주간에도 적잖게 들은 말이 있는데 다음은 오죽하랴. 아무리 신이래도 잔소리는 싫은 법이다.

"그래, 그래. 거 보다보면 있겠지. 응."

잠시 눈을 감은 탓에 그의 홍조를 못 본 그녀는 그저 성난 줄만 알고 적당히 대꾸했다. 그의 말도 맞는 말이긴 하나, 신은세와 현세는 문명과 문화가 다르니 아마 크게 즐길 것은 없지 않을까. 그녀라도 나가서 현세의 것을 가져와야 하나. 그런 생각을 잠시 하기도 했다. 어디까지나 생각 뿐이었다. 지금은.

"7달일지, 7년일지, 70년, 혹은 700년일지. 오고 가기 전에는 모르는 일이다. 항상 올바르게 흐른다고는 할 수 없으니."

신은세와 현세를 오가는 것이 마냥 곧이 곧대로만은 아닐 거라고, 그리 말한 그녀는 그래도 현세에 가는 것 만은 제대로 고정시켜 줄 테니 걱정 말라고 덧붙였다. 그리고 점점 잘아지는 알갱이 소리에 귀를 기울일까 싶었는데...

"여성의 나이를 대뜸 묻는 것은 실례라고 들은 적 없더냐."

들려온 물음에 먼저 한 마디 툭 했다. 그걸로 끝인 듯 싶었으나, 조금 후에 작은 한숨을 내쉬고 답을 이었다.

"모른다. 그저 언젠가, 이 곳이 만들어졌고, 그 때부터 여기 있었다. 처음엔 혼자였지. 꽤 한참을 지나서야 현세에서 밀려난 이매망량들이 들어왔고, 성불하지 못 한 령들이 흘러들었다. 그 령들 속에 오키쿠가 섞여 오기 전까지는 누구도 이 집에 없었다. 그리고 또 한참을 지나 하나레를 들였고, 그리고... 무얼, 그것도 제법 예전이니, 쭉 같은 이들이라고 할 수도 있겠구나."

오래 전 기억을 더듬듯, 어물어물 대답한 그녀는, 얘기 도중 말끝을 작게 흐리다가 대충 얼버무렸다. 지나간 시간을 무어라고 기억하고 있냐며 질린 듯한 말과 함께.

//인제 수요일이네~ 오늘만 지나면 이번주도 꺾인다~! 화이팅 카케루주~~

225 카케루 - 베니오 (MtGLh/IxaQ)

2024-10-16 (水) 19:15:51

모르는 것이 약이라니. 엄청 파악해두고 있다는 거 아니야? 그런 생각이 들자 그는 절로 도끼눈을 뜨고 가만히 그녀를 바라봤다. 하지만 차마 더 자세하게 묻기는 무서웠다. 굳이 모르는 것이 약이라는 말이 나올 정도라면 어쩌면 자기 생각보다 훨씬 더일 가능성이 컸기에. 어쨌든 그 말에 굳이 더 대답을 하지 않으며 그는 채만 툭툭 흔들 뿐이었다. 점점 쌓여가는 항아리의 수가 늘어갈수록, 그의 미소 역시 더욱 크게 번졌다. 이것만 다 끝내면 더 달콤한 것들을 먹을 수 있으렸다. 아주 맛잇게 먹어주마. 그렇게 생각하며 그는 방긋방긋 웃었다. 이런 곳에 왔어도 디저트 사랑 기질은 변함이 없었다.

"......"

그 와중에 700년의 시간 차가 있을지도 모른다는 말에 그는 두 눈을 깜빡였다. 이거 갔다왔더니 풍경이 확 바뀌어있는 거 아닌가. 그런 생각이 들어 그는 난감한 표정을 지었다. 자연스럽게 채를 흔드는 그의 손놀림이 천천히 줄어들었다. 그리고 고민을 하던 그는 가만히 그녀에게 물었다.

"700년이면 제가 7일 있으면 4900년이라는건데 한번 갔다왔더니 싹 다 바뀌어있고 그런 것은 아니죠? 왜 이리 늦게 왔냐고 성내는 것은 아니죠?"

만약 잠깐 나갔다가 온 이가 4900년 후에야 온다고 한다면 자신이라면 크게 당황할 것이기에 이곳의 이들은 어떤가 싶어 그는 조용히 답을 기다렸다. 아니면 이들에게 있어선 1000년의 세월도 별 의미가 없는... 순식간에 훌쩍 지나가는 시간일까? 한편 그녀의 툭 던지는 대답, 그리고 잘 모른다는 그녀의 답이 들려오자 그는 조용히 침묵을 지켰다.

"아카하나히메님."

그녀의 이름을 조용히 부르던 그는 잠시 침묵을 지켰다. 그리고 괜히 머리를 긁적이면서 그녀를 빤히 바라보기 위해 고개를 홱 돌렸다. 그리고 잠시 말을 고민하다가 그녀에게 툭 던졌다.

"...외롭진 않았어요? 그 길고 긴 시간동안."

조금 그녀에 대한 인식이 바뀌는 순간이었으나, 그는 굳이 그 사실을 입에 담진 않았다.

/퇴근이야! 답레와 함께 갱신할게! 베니오주도 좋은 저녁!

226 베니오 - 카케루 (dQO31Ccq1s)

2024-10-17 (거의 끝나감) 03:07:18

잠깐이지만 따끔한 시선이 느껴져 슬쩍 한 눈을 뜨니, 아니나다를까 저 발칙한 도끼눈을 좀 보라. 그녀는 당장 딱밤을 들까 하다가 또 참았다. 그래, 한낱 인간이 무얼 안다고 이해를 바라겠는가. 더 캐묻지 않는 것에나 장하다고 생각하자며 다시 눈을 감을려다 그대로 낮게 뜨고 있었다.

그 덕에 혼자 무슨 생각을 그리도 즐겁게 하는지 방실방실하는 옆얼굴을 보았으니, 괜히 건드리지 않길 잘 했다 싶고.

카케루는 신은세와 현세의 시간차와 그 불안정함에 대해 듣더니 잠시 생각이 많아진 듯 했다. 그럴 만도 하다. 신과 이매망량들은 시간이 얼마나 지나든 스스로의 소명과 본분을 다하면 그만이다. 수명이 원체 긴 것도 있다. 시간에 얽매인 것은 현세의 산 것들 뿐. 그 중에서도 인간에게는 혼에 영향을 줄 정도로 시간의 흐름이란 민감한 사항이다. 그녀가 맞춰준다 했으니 별 생각 없을 줄 알았건만, 의외로 진지하게 생각하고 하는 질문에 맹랑함 반 새삼스러움 반의 기분이 들었다.

"1만년이면 모를까, 반만년으론 어림도 없다. 그리고 넌 내가 걸핏하면 화내는 줄 아는구나. 내 직접 이리 말을 다 해줘놓고 후에 왜 그랬느냐 화를 내는 것은 인간으로서도 못난 짓 아니냐. 아직 자격도 없는 것이 벌써부터 별 걱정을 다 하긴."

에이잉! 한심하다는 듯 고개를 절레절레 젓던 그녀. 그렇게 평정심을 유지하는 듯 했으나, 뒤이은 카케루의 질문과 그 시선에, 조금은 씁쓸한 표정이 그려지는 걸 지울 수 없었다.

"긴 시간, 이라는 개념 자체가 상대적인 것이다. 애시당초 흐름이 다른 존재이니, 외롭고 자시고 할 것이 있겠느냐."

그럼에도 그녀는 담담하게 대답해주었다. 예도 아니오도 아닌, 모호한 답을 흘려주곤, 모로 누웠던 몸을 일으켜 앉았다. 앉았다가 누웠다, 다시 일어나느라 여기저기 흐트러진 머리카락을 손으로 슥슥 훑으며 아무렇지 않게 말했다.

"어찌되었건 앞으로 자주 외출할 듯 하니 당부 하나 해두마. 어딜 가든 신은세의 존재들은 너를 도령이라 부를 것이다. 네게 이름을 묻지 않을 것인데, 이는 네가 내 식솔이기 때문에 상하를 지키는 것과 이름은 때때로 강력한 [연령]이 되어 존재를 구속하기 때문이다. 너는 산 인간의 몸을 갖고 있기 때문에 어떤 변수를 일으킬지 모른다. 그러니 절대, 누구에게도 네 본명을 말해주어선 안 된다. 자칫하여 네 혼을 몸에서 떼어내야 하는 최악의 상황까지 갈 수 있으니."

그렇게 되면 자격이고 뭐고 현세로 절대 나갈 수 없게 된다며 그녀는 진중하게 말했다.

"그러니 누군가, 누구든 끈질기게 네 이름을 묻는다면, 쿠로하네, 라고 대거라. 이것은 내가 너에게 주는 가명이니, 너를 [지키는 언령]이기도 하다. 절대 잊지 말거라."

거기까지 말을 마친 그녀는 두둥실 떠오르듯이 몸을 일으켰다. 소리 없이 사뿐사뿐 걸어 방 바깥으로 나가며, 끝나거든 뒷정리 잘 하고 쉬란 말을 남겼다. 잡지 않는다면 그녀는 그대로 방을 나가 사라질 것이다.

//별 일 없는 수요일 보냈으려나~ 이제 남은 평일 이틀이다~ 힘내자구~!

227 카케루 - 베니오 (FtTBDG.pPk)

2024-10-17 (거의 끝나감) 19:48:58

"자격은 만들면 되는 거잖아요. 단지 신이라면 모를까. 저에게 있어선 4900년은 상상조차 안 가는 시간이거든요. 화를 안 내는 것은 다행이지만, 그래도 역시 어마어마하네요. 그 시간의 차이라는 것이."

비록 일본은 고유의 연호를 사용하지만 다른 나라들은 대부분 서기를 사용하고 있었다. 그 서기를 기준으로 봐도 인류는 아직 3000년도 마주하지 못했는데 4900년이라니. 그저 헛웃음이 나올 수치일 뿐이었다. 그럼 앞으로 자신은 적어도 이 신은세에서 4900년의 시간을 보낼 수도 있는 것일까. 상상하니 그저 헛웃음만 나올 뿐이었다. 신의 세계란 참 신기하다고 생각하며 그는 그저 웃음소리를 낼 뿐이었다.

"그리고 걱정하는데 자격이 왜 필요해요. 하고 싶으면 하는 거지."

안 그러냐고 톡 쏘며 말하는 모습이 제 생각을 굽힐 마음이 없어보였을 것이다. 허나 그 표정도 이내 서서히 풀렸다. 자신의 물음. 외롭지 않았냐는 그 물음에 그녀가 모호하게 대답한 탓이었다. 표정을 보아하니 외롭긴 했나보다. 그저 그렇게 추측할 뿐이었다. 지금 여기서 무슨 말을 하면 좋을까. 그렇게 생각하며 그는 침묵을 잠시 지켰다. 그리고 한숨을 내쉬면서 그녀에게 말했다.

"본의는 아니지만, 이곳에서 살게 되었으니까 뭐... 있는 동안에는 잘 지내보려고 노력해볼게요. 물론 어느 정도 고집이 있는 이라는 것은 이제 잘 아실테니까 그건 감안하시고요."

그래도 쓸데없는 고집은 안 부린다고 이야기를 하며 그는 그저 피식 웃었다. 이어 마지막 채를 천천히 흔들며 그녀의 마지막 설명에 그는 귀를 기울였다. 본명을 절대로 알려줘선 안된다는 말. 자칫하면 혼을 몸에서 떼어내야 할지도 모른다는 말. 그 말은 꼭 기억해야했기에 그는 고개를 천천히 끄덕였다. 이어 쿠로하네라는 이름을 대라는 말이 들리자 그는 쿠로하네라는 단어를 중얼거렸다.

"......기다려요."

하지만 그와는 별개로 그는 그녀를 붙잡았다. 이어 그는 마지막 채를 탁탁 털면서 항아리 안에 남은 것들을 천천히 집어넣었다. 그리고 그는 피식 웃으면서 오른손으로 다과를 가리켰다.

"안 바쁘면 저거 같이 먹어요. 외롭지 않게 말동무는 해줄테니까."

꿀밤이 날아올지도 모르는 당돌한 발언이라는 것을 스스로도 직감했는지 그는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살짝 방어자세를 취했다. 그리고 가만히 그녀의 답을 기다렸다.

/...하지만 목요일이 힘들었어! 베니오주도 화이팅이야!

228 베니오 - 카케루 (dQO31Ccq1s)

2024-10-17 (거의 끝나감) 23:30:10

"하여간 말은 잘 한다. 고작해야 1백년 남짓 사는 인간이 그런 소릴 하는데, 어찌 자격을 논하지 않을 수 있겠느냐. 쓸데없는 생각 말고 그런가보다 해라. 어련히 알아서 되겠거니."

한 마디도 지지 않는 카케루에 그녀는 요즘 것들은 하여튼 기세만 등등하다며 투덜거렸다. 그리 말할 즈음부터 슬슬 가야겠거니 생각도 했다. 쉬기로는 충분히 쉬었고, 당장에 해주어야 할 말은 다 해준 듯 했으니. 끝으로 진명과 가명에 대해 알려주곤 몸을 일으킨 그녀였다.

"내 보기엔 네 고집 하나하나가 왜 그러는지 모르겠다만, 네가 그렇다 하니 그런가보다 하마. 어차피 잘 지내지 않아 손해인 것은 너다."

그 말을 끝으로 나가려던 그녀는, 대뜸 잡는 말에 우뚝 멈춰섰다. 신에게 기다려라. 무슨 말이 남았나 싶어 돌아보니 그의 손이 다과 올려진 소반을 가리키고 있었다. 이어진 당돌한 발언에 그녀 또한 피식, 웃었다.

"아까는 손끝도 까딱 못 하게 하더니. 이젠 감히 신을 동정이라도 하는게냐? 발칙한 것."

말투는 화가 담긴 것 같아도 엷게 웃는 얼굴은 그것이 농임을 알려준다. 그럼에도 짐짓, 엄히 다스릴 듯 카케루에게 손을 뻗은 그녀는, 예상대로 딱밤, 이 아닌 가벼운 손길로 정수리께를 슥슥 쓰다듬으려 했다. 부드러운 잎사귀가 쓸고 가듯이, 스윽스윽.

"너 맛있게 먹고, 오늘은 이만 쉬어도 된다. 오키쿠에게 내 말은 해두마."

손짓 너머로 그렇게 말한 그녀는 처음 이 앞에 나타났을 때처럼 꽃잎이 되어 흩어졌다. 이름 모를 붉은 꽃잎 열댓장이 하늘하늘 흔들리며 바닥으로 떨어지다가, 이내 붉은 연기 되어 사라졌다. 주변 어디에서도 발소리나 기척은 들리지 않으니, 남겨진 것은 카케루 혼자임이 틀림 없었다.

//아직 겸상은 허락치 않는다~! 막이래~~ 이쯤에서 두번째 일상 마무리 하자~ 수고했어 카케루주~

229 카케루주 (FtTBDG.pPk)

2024-10-17 (거의 끝나감) 23:49:05

아직 겸상은 해주지 않는구나. 그렇다면 저걸로 막레를 받을게! 하지만 언젠간 겸상하고 말테다!
뭔가...베니오의 이런저런 면모를 볼 수 있는 일상이었어! 마찬가지로 수고했어! 베니오주!

230 베니오주 (dQO31Ccq1s)

2024-10-17 (거의 끝나감) 23:58:31

멀었지요 그럼그럼~ 아아직 베니오라는 이름도 안 가르쳐줬는걸~ ㅋㅋㅋㅋ 어라~ 베니오 첨부터 끝?까지 짜증만 내다 간거 같은데? ㅋㅋㅋㅋㅋㅋ 보인게 있었다니 뿌듯한걸~

231 카케루주 (hVb0yF3ShA)

2024-10-18 (불탄다..!) 00:09:05

내면에 있는 외로움이라던가 알게 모르게 보이는 자상함이라던가, 이것저것 신경쓰는 모습이라던가... 이런저런 모습이 은은히 녹아있었다고 생각해! 캐해석 실패는 아니었다고 믿어보고 싶네! ㅋㅋㅋㅋ
아. 일단 베니오라는 이름을 듣는 것이 먼저란 말인가! 갈 길이 멀구나!

232 베니오주 (lDiZUNH0Gw)

2024-10-18 (불탄다..!) 00:19:58

아니 은근히 넣느라 신경쓴 부분을 다 알고 있었잖아?! 카케루주... 캐해력이 만만치 않은걸...! 경계해야겠어...(?) ㅋㅋㅋ 실패 아니고 대성공 드리겠습니다 땅땅땅~ ㅎㅎ 이름은 카케루가 꼭 아카하나히메님이라고 불러야 하냐고 발칙한 발언! 했으면 딱밤 한번 주고 알려줬을거야~ 평상시에도 오키쿠나 하나시구레가 베니오 아가씨라고 언급하는 걸 자주는 아니지만 한두번씩은 들어봤을 테니까~

233 카케루주 (hVb0yF3ShA)

2024-10-18 (불탄다..!) 00:24:14

확실히 언급하는 것은 들었을테지만 카케루 입장에선 아무래도 아카하나히메라는 이름이 더 익숙할테니까 일단은 그렇게 부르지 않을까 싶어. 일단 그 이름에 대해서는 들었어도 신이 가지고 있는 진명이 아닐까 정도로 카케루는 추측중이야! 신화를 보면 진명이라던가 그런 것이 있는 신들도 있으니 말이야. 그래서 카케루도 딱 그 정도 의미로만 알고 있을 것 같네!
하지만 나중에 베니오라는 이름을 알게 되면 허락을 구했다는 가정 하에 인간계에서 베니오를 찬양하는 친구에게 가서 전에 어떤 서적에서 봤는데 그런 이름이 있대. 정도로 슬쩍 알려줄지도 모르겠어! 물론 안된다고 하면 절대로 말을 안하겠지만!

234 베니오주 (lDiZUNH0Gw)

2024-10-18 (불탄다..!) 01:19:35

오호 글쿤~ 진명이랄까 진명이라면 진명이지만~ 이제는 의미가 없는 진명이지~? 호호호^^ 나중에 알려주게 되면 측근에게만 허락하는거라며 다른 곳에 발설하지 말란 당부를 붙일테니~ 그 친구에게는 아쉬운 일이겠구만~

235 카케루주 (hVb0yF3ShA)

2024-10-18 (불탄다..!) 01:34:23

ㅋㅋㅋㅋㅋㅋ 일단 진명은 진명이로구나! 의미가 없을지는 일단 두고 보겠어! 의외로 소소한 의미같은 것은 있을지도 모르겠지만 말이야. 어쨌든 다른 곳에 발설하지 말란 당부를 한다면...친구에게는 어쩔 수 없지!
그런데 만약에 말해주면 어떻게 되는거야? 진짜 천벌이라도 당하나... 말하는 캐입을 할 생각은 없지만, 이건 개인적인 궁금증이야!

그리고 난 이만 자러 갈게! 베니오주도 잘 자!

236 베니오주 (lDiZUNH0Gw)

2024-10-18 (불탄다..!) 01:37:45

의미가 아주 없지는 않은데 그 내용을 들은 사람의 감상 차이는 있달까? 캐바캐인걸로~ :3
만약 말해주면 무려...... 베니오가 삐진다! (???) 천벌까지 갈 건 없는건데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근데 분명히 당부 했자나 말하지 말랬자나 왜 말했어 흥 나 삐질거야 (문쾅!) 해버린대~

앗 벌써 시간이 이렇네! 잘 자 카케루주~ 굿나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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