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97051922> [판타지/모험/개인서사] 이야기들 - 1 - :: 857

◆MjRAeKhiz2

2024-09-23 18:08:33 - 2024-12-27 19:36:09

0 ◆MjRAeKhiz2 (zXep3rh/ik)

2024-09-23 (모두 수고..) 18:08: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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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38 ◆MjRAeKhiz2 (wUxfP6ggew)

2024-11-28 (거의 끝나감) 19:02:17

>>735
쫑긋쫑긋, 페로의 고양이귀가 헬렌의 이야기를 듣고 파닥거리더니 고개도 귀를 따라 파닥거립니다. 페로는 이리저리 떠돌아다니며 주워들은 지식과, 그래도 용병 일을 먼저 시작하면서 주워들은 경험을 바탕으로 서쪽 늪지에 대한 정보를 이야기해줍니다.

"네에. 아가씨. 서쪽 늪지는 그... 진주 늪지라고 해서 냇가진주가 서식하는 데거든요. 그, 저 멀리 검은 숲의 냇가진주보다는 조금 못해도 돈이 되는데... 최근에 여기에서 식인게랑 고블린 같은게 갑자기 준동해서 여길 소유한 바르부트 부인이 조사단을 꾸리고 있대요. 그래서, 아가씨는 특이한 재능이 있으니 돈은 좀 못해도 대접은 잘 받을 거에요. 그리고, 그..."

페로는 헬렌이 쓰는 특등실의 방음 성능도 못미더워 조용히 속삭입니다. 그럴 만한 내용입니다: 바르부트 부인은 어지간한 귀족도 찍어누를 떼돈을 벌었는데 계급이 못 따라가는 요즘말로 '자본가' 나쁜말로 '졸부' 냉정한말로 '평민'이라 귀족과 식사하는 등 격식을 높일 기회를 동경한다네요.

"...그러니까 뭔 말인지 아시죠? 천탈러어치 면죄부를 말 한마디로 갚는다는 말이 있잖아요. 아가씨라면 사교도 배웠으니까 잘 할 거에요. 그런데..."

...쫑긋쫑긋, 페로의 귀가 낮게 깔리고 페로는 신발 속에 숨겨놨던 주머니칼을 꺼내 펼칩니다. 그새 세로로 쭉 째진 그녀의 눈동자는 문 너머를 노려보다 이내 문 쪽으로 달려가 문 경첩 방향, 즉 문이 열리면 자연스레 침입자의 사각이 되는 쪽에 몸을 숨기고 주머니칼을 위로 겨눠 언제라도 성인 남성의 목에 휘둘러 찌를 수 있게 준비합니다. 암허슈트도 헬렌의 어깨에 손을 얹어 등골을 전율로 절여버립니다.

"즐거운 식사시간을 방해해서 죄송합니다만, 문 너머에 쇠의 무거움과 날붙이의 서늘함이 느껴집니다."

739 ◆MjRAeKhiz2 (wUxfP6ggew)

2024-11-28 (거의 끝나감) 19:32:10

>>737
"......"

소녀는 크론을 물끄러미 바라보다가 내려놓은 가죽 가방에서 한참 뒤적거리더니 거칠고 두꺼운 목판(木板)과 흰색 분필을 꺼내고, 작은 입술은 꼭 다문 채 분필로 사각사각 큼지막한 직선과 곡선을 목판 위에 그려 글을 쓰고는 크론에게 보여줍니다.

'안타르크티스'

...이거, 크론이 타고난 머리로 어깨너머 글자를 배우지 않았다면 이름도 모를 뻔했습니다. 한참 동안 글자를 읽게 둔 소녀는 다시 목판을 돌려 박박 지우고 무언가를 씁니다.

'나의 이름은 솔러입니다. 당신 이름은 무엇입니다?'

상당히 어색한 말투지만... 문법상 문제는 없긴 하군요. 이 소녀, 말을 못하는 걸까요?

740 헬렌 - 진행 (IFaKXkiJY6)

2024-11-28 (거의 끝나감) 22:52:50

@@>>738
확실히 페로의 말을 들어보니 그곳으로 가는 게 나아보이긴 한다. 식인게랑 고블린 같은 거라면 정령이 말을 이해하지 못해 학살이 된다고 한들 문제가 될 것 같지도 않고. 바르부트 부인과의 친교를 통해 이득을 취할 수도 있을 것이었다. 물론 귀족의 체면이라는 것도 있겠지만 사실 돈 앞에서 체면이 무슨 소용이겠는가.

그렇게 페로와 대화를 하며 다음 목적지를 구상하고 있는데 페로, 그리고 암허슈트의 반응이 날카로워진다. 등골에 전율이 흐르며 헬렌은 몸을 딱딱히 긴장시키고 허리와 어깨를 더 편다.

“밖에 누군가요. 할 말이 있다면 들어와서 얘기하시죠.”

다행히 등허리에는 단검 하나를 차고 있었다. 페로와 암허슈트를 믿고 문 너머의 사람에게 존재를 알고 있음을 알린다. 암허슈트가 있으니 기습을 당할 염려는 하지 않는다. 헬렌이 눈이 날카롭게 문 너머를 향한다.

741 아앨라나 - 진행 (fTFg7hoHpc)

2024-11-28 (거의 끝나감) 23:18:24


@@ >>733

저의 그러한 동작이 이어져 맺어졌을 때, 저의 피가 지팡이에 떨어지는 그 순간에 저의 시야의 모든 것은, 몰려오는 폭풍과도 같은 어둠에 그 자체에 삼켜지듯이 감싸여 가려졌지만 일순간의 정적에서 저는 거기서 보았어요. 그 속에서 회색을 띈 빛이 아닌 빛을 지닌 존재가 있어요 위협적인 가시로 덮인 회색의 장미 꽃. 신비롭다고도 할 수 있을 그 모습에 어쩐지 저의 마음은 이끌림 자아내었어요

"그 모습을 저의 눈에 담게 되었네요, 저를 생각하고 위해서 하는 말씀이시니 그렇게 해야 하겠지요"

저는 머리의 쓰다듬을 그대로 받으면서 동시에 제 앞의 그 얼굴을 향하여 양 팔을 들어올려 손길을 뻗어 보이며 닿아보려 하면서도 곧이어 스스로도 모르는 사이에 희미한 미소가 섞인 채로 저는 담담히 눈을 감아 보았어요

그리고 들여오는 그 소리는 사냥한 짐승을 먹기 위해서는 거쳐야만 하는 과정으로 그 육체를 해체하는 과정을 연상하게 하지만 실제로 그렇지 않아요. 왜냐면 실제로 손질은 이렇게나 선명하고 과장되게 울리는 소리를 만들어 내지는 않으니까요. 회색을 품은 존재는 분명 소리조차 속여볼 수 있었겠지만 그렇게 하지 않았던 것이겠이요. 지금부터 할 것에 비하면 그것에 소모할 힘 같은 것은 낭비와 무의미한 행위에 지나지 않을 것이니까요

어둠 넘어에서 넬루의 비명소리가 들려왔어요. 그녀에게는 미안하게 되었네요. 그래도, 다행인 점이 있다고 한다면 그녀는 충격을 이겨낼 만큼 강한 마음이 있을 것이라는 정도이겠지요

742 ◆MjRAeKhiz2 (CTTCrPtUU.)

2024-11-29 (불탄다..!) 22:58:35

>>740
똑, 똑, 똑... 문을 세번 노크하고 문 너머의 상대가 조심스레 문을 엽니다. 문을 열면... 헬렌이 무엇을 예상했건 간에 정말로 예상과는 다른 이가 문 너머에 보입니다. 화려하고 멋들어진 옷을 입고 그 위에 흉갑을 걸친 신사가 안을 슬쩍 보더니 옆으로 비켜서고, 옆으로 비켜서면 단정하게 차려입은 척 봐도 높은 직위의 행정관이나 입는 옷을 입은 젊은 여성과, 그 여성 뒤에 있는 경비병들이 눈에 띕니다. 신사는 레이피어를 차고 있고, 경비병들 역시 칼과 철퇴 등 다양한 무기로 무장하고 있으니 암허슈트의 경고가 틀린 건 아니었습니다. 젊은 여성은 앞으로 나오더니 고개를 꾸벅 숙입니다.

"무례에 사과드립니다. 헬렌 이블린 로렌스 백작 영애님. 저는 은광과 그 주변 마을 관리를 모렐 남작님께 위임받은 서기관 예멜입니다. 다름이 아니라..."

...이런, 은광을 이야기하는 걸 보니 설마 따지러 온 걸까요?

"...최근 영애님의 탐사를 통해 해당 은광맥에서 유황 광맥과 수맥이 존재함이 입증됨에 따라, 사정청취 후 발견자에 대한 포상 등 적절한 조치를 밟고자 방문케 되었습니다. 곧 떠날 수도 있다는 소식을 들어서. 모렐 남작님께서 직접 찾아뵙고자 하셨으나, 현재 남작부인께서 난산을 겪으신 후라 경황이 없으신 점 양해 부탁드립니다."

...다행히도 아니군요. 다만 페로한테는 다행이 아닌 것 같습니다.

"영애님께서는 백작가 규수이신만큼 온건하고 이성적인 대화와 사교의 예를 아실 것으로 믿어 의심치 않으나... 현재 동행하고 있는 이 펠리네 수인 시종도 그러할지는 심각하게 의문이 듭니다. 그러므로, 조사가 진행될 동안만 저 시종의 무장 해제를 명할 것을 요청드립니다."

서기관은 그렇게 말하고, 옆에 서 있던 신사는 당연하다는 듯 문간에 숨어있던 페로에게 손바닥을 탁 펼쳐 페로에게 무기를 내놓으라고 하는군요... 다른 사람이라도 이랬을지, 아니면 페로가 펠리네 수인이라 이 모양인지.

743 ◆MjRAeKhiz2 (CTTCrPtUU.)

2024-11-29 (불탄다..!) 23:26:53

>>741
얼마나 오랜 시간이 지났을까요. 아니면 얼마 지나지 않았을까요? 곰의 비명은 힘없이 잦아들다가 어느 순간부터 더 이상 들리지 않았고, 넬루의 공포에 질린 숨소리만 가끔씩 들려옵니다. 아앨라나의 귀를 가득 채운 것은 철퍽, 철퍽, 하는 고기를 발골하고 ㅓㅇ형하는, 인간이 곰 앞에서 듣기는 힘든 소리들뿐입니다. 그러다가 어느 순간... 가말라시엘은 아앨라나에게 눈을 떠도 된다고 허락합니다.

"이제 눈을 뜨셔도 됩니다. 사도님."

그리고 어둠 속을 헤매던 아앨라나의 시선이 다시 빛을 맞이하면... 빛은 아앨라나에게 붉은색으로 물든 숲을 보여줍니다. 분명 곰이 있었을 자리는 웬 핏덩이가 좀 걸린 커다란 갈비뼈 하나만 떨어져있고, 그 갈비뼈를 중심으로 사방의 나무와 수풀에 피가 잔뜩 묻어있습니다. 그 나무에는 노란색의 지방이 엉겨붙어 있거나... 힘줄이 있거나... 그나마 알아볼 수 있는 건 눈알 정도군요... 그리고 다른 쪽을 보면, 허어억, 흐으윽, 하면서 벌벌 떨고 있는 넬루가 보입니다. 넬루는 창을 꼭 껴안은 채 전의를 상실해서는 알 수 없는 말을 중얼거리고, 아앨라나가 다시 앞을 보면...

"도와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사도님."

...얼굴도, 피부도, 눈도, 코도, 귀도, 입도 없이, 오직 검은색의 연기로만 이루어진 기이한 형체가... 아앨라나를 바라보고 있습니다. 그것에는 어떤 실체도 없지만... 그녀는 그 흐름에서 본능적으로 얼굴을, 표정을, 감정을 읽어내고, 가말라시엘이 자신을 치하하고 있음을 눈치챕니다.

"옛날에는 굳이 이럴 필요도 없이 자유롭게 바깥을 돌아다녔는데! 그러다가 너무 나댄 놈이 있으면 이렇게 손도 좀 봐주고 말입니다. 뭐어, 그래도 절 믿고 도와주신 사도님의 뒤통수를 칠 순 없으니 이제 들어가야겠지요. 하지만... 다음 번에는 좀 더 부탁드리겠습니다."

...라고 말하더니, 가말라시엘은 아앨라나의 눈 앞에서 형체를 잃고는 지팡이 속으로 빨려 들어갑니다.

744 헬렌 - 진행 (/m.lW91ry2)

2024-11-30 (파란날) 15:41:29

@@>>742
헬렌은 날카로운 시선으로 무장한 이들과 서기관이라는 예멜을 바라보다가 그 말을 잠자코 듣는다. 헬렌은 확실히 제가 백작가를 나오기는 했나보다 하는 생각을 해버린다. 이런 대접을 받다니. 무례함에 화가 날 지경이다.

“페로. 내 뒤로 와.”

헬렌은 자리에서 일어나 앞의 이들을 찬찬히 바라보며 말한다.

“곧 떠날 수도 있다는 소식을 들었다면 전령을 보내서 의사를 물어보고 시간을 잡는 것이 옳지 않나요? 게다가 다짜고짜 완전무장을 한 채 찾아와 제 동료를 비하하고 무장 해제를 요구하다니. 마치 죄인을 심문하려는 태도로 보이는데. 이는 남작님의 뜻인가요?”

헬렌의 눈빛이 차갑다. 무장을 한 채로 방까지 찾아와 식사를 방해한 것도 어처구니가 없는데 이러한 태도라니. 백작가의 위상이 떨어진 것인지 자신이 만만하게 보였는 것인지 심히 의문이든다. 멋모르는 백작 영애라고 제멋대로 다룰 수 있다고 생각하나 보지?

745 ◆MjRAeKhiz2 (EY6M3kSOug)

2024-11-30 (파란날) 20:04:04

>>744
페로는 신사의 펼친 손바닥을 탁 쳐내더니, 경비병들 사이를 요리조리 빠져나와 헬렌 뒤에 섭니다. 그리고 특유의 유연한 온 몸을 흐느적거리며 해파리마냥 나풀거리더니 베ㅡ하고 혀를 내밀며 남작의 부하들을 도발합니다. 이 사회는 냉혹한 계급과 인종차별이 엄존하는 페로는 그걸 피할 길이 없습니다. 하지만 이들도 다르지 않죠. 행정관은 옷매무새를 다듬더니 일단 사과로 이야기를 시작합니다.

"식사 시간을 방해한 것은 죄송하게 생각합니다. 동행한 고양이... 아니, 부하분도 역시 영애님의 높은 안목으로 잘 뽑으셨을 텐데 감히 의심한 점 죄송합니다. 하지만, 저희에 대한 첫 인상이 좋지 않으신 것과 별개로, 여기 왔으니 해야 할 일을 하겠습니다."

...뭐... 그렇다네요.

"헬렌 영애님께서 은광을 점거한 도적을 소탕하기 위해 몸소 나서주신 용단은 감사드리고, 그 과정에서 새 수원과 유황 광맥을 발견하신 공로 역시 감사드리나... 그 과정에서 은광이 최소 1년 이상의 복구 공사를 요하는 수준으로 파괴된 것에 대해 남작님께서 깊은 유감을 표하셨고, 이에 대해 적법한 절차에 따라 배상을 탄원하는 바입니다."

돈 달라는 얘기고, 구체적으로는... 은광의 1년치 수입이나 복구 비용의 10분의 1. 헬렌이 서명한 지불보증도 받는다는데... 로지가, 암허슈트가 헬렌에게 말합니다.

"제 도움 청할거면 저기 꿀이랑 파이 있죠? 저거 많이 드시고 술은 입도 대지 마세요. 술 들어간 사람 머리만큼 힘든 것도 없어서."

"아가씨. 제게 이 엘 뇌르즈 와인 한 잔을 아가씨의 미각을 빌려 맛보게 해주신다면, '섭섭잖게' 도와드리겠습니다."

그 와중에, 벽에서 스며나오듯 노파 형태의 정령이 튀어나오더니 벌컥 화를 냅니다.: 바바 페흐입니다.

"겨우 쥐새끼 벌라지새끼 다 쫓아내고 이제 조용하다 싶더만 어떤 불상놈의 년놈들이야?!"

...셋 중 누구한테라도, 아니면 알아서, 한번 잘 해결해봅시다.

746 아앨라나 - 진행 (j9GVeEijpM)

2024-11-30 (파란날) 20:20:48


@@ >>743

야수가 울부짖는 소리는 얼마가지 않아서 줄어들면서 곧 사라졌어요. 거기서 들려오는 소리라고 한다면 넬루의 목소리가 그녀가 내쉬는 가냘픈 숨소리와 마치 살덩이들을 일부러 과격하게 소리를 내며 찢는 듯한 것이었어요. 토끼 같은 것을 손질하는 것과 다르게 고기를 썰어내는 것에도 이렇게까지 들려오는 것은 묘하네요

그래서 저는 가말라시엘 님의 그 말에 감았던 두 눈을 서서히 떠 세상을 바라보기로 했어요. 그러면 숲은 붉게 물들어 있었어요. 주위를 둘러보면 독특한 취향이 없는 이상 불쾌하다고 할 수 있을 거에요. 저에게는 그 뿐이네요. 이 색들은 빗방울이 씻겨 줄 것이고 남겨진 부스러기들도 숲의 생물들이 가져가 줄 거에요. 그렇게 하면 희미한 흔적만 남겨지게 되고 이후에는 그 조차 남지 않을 거에요

넬루의 상태가 너무 심하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그녀에게 거리를 좀 두라고 하는 것 뿐만이 아니라 아무것도 보지 말라고 부탁해야 했어요. 아! 문뜩 떠오른 생각이 있어요. 그녀가 끔찍한 기억으로 고통 받는다면 그 기억을 지워주는 걸 해보는 것은 어떨까요? 그녀의 상태를 좀 더 지켜보아야겠어요

"서로 돕기로 했으니까요. 저는 듣게 되었고 상황도 그렇게 되었으니 그래서 제가 할 수 있는 것을 해보았어요"

저는 가말라시엘 님이 저에게 그렇게 말해주시는 것에 저는 눈웃음을 지어보이고는 그리 대답해주었어요. 어둠으로 채워진 안개와도 같은 그 형상으로도 저는 알 수 있었어요. 전부터 함께 함에 있어 얼굴은 없었기에 완전히 다른 것은 아니에요. 다른 때보다도 기뻐하고 있음을 느껴지고 알 수 있다는 것이에요

"서로를 향해서 믿어주고 그에 맞는 행동을 이어간 것처럼 이후에도 그리해야겠지요"

이어지는 가말라시엘 님의 그 말에 저는 고개를 끄덕이며 그리 말했어요. 과거에는 이런 상황이 몇 번이고 있게 되었던 것일까요?

그렇게 해서 이제 저는 한 때 흉포한 야수가 있었을 자리에 남겨진 피의 웅덩이에 다가가 보았어요. 야수의 눈을 차지하고 있었던 그 묘한 마석도 같이 파괴된 것일까요? 좀 더 둘러보거나 아니면 가말라시엘 님에게 물어볼 수도 있을 거에요

747 ◆MjRAeKhiz2 (xeT3jJfktQ)

2024-12-01 (내일 월요일) 08:41:30

>>746
'항상 감사합니다. 사도님. 그동안 저를 주웠던... 아니, 저를 만났던 많은 사도들 중에 아앨라나님이 가장 친절하고... 가장 이성적입니다.'

그렇게 이야기하면서, 아앨라나는 울고 있는 넬루를 뒤로 한 채 곰...이었던 피웅덩이에 가까이 가봅니다. 가말라시엘이 개박살냈을 그 곰에게서 유일하게 남은 것은... 불길하게 빛나던 그 마석뿐입니다. 그리고 그 마석은 닿는 것들을 사라지게 만드는 건지, 아니면 뜨거워서 핏방울을 증발시키는 것인지, 덩그러니 놓여진 갈비뼈 위에 맺힌 핏방울이 뚝뚝 떨어질 때마다 치이이이... 하는 소리를 냅니다. 그리고 앨리스의 아래에서 수학한 아앨라나는 이 마석이 품고 있는... 정확히는 모르지만 정말로 불길한 기운을 감지할 수 있습니다. 이미 드레인을 시도할 때부터 정말로 보통 마석이 아니란 건 이미 감지했지만 말입니다. 일단 눈으로 보아서는 이 정도가 한계일 것 같습니다. 그리고...

"우욱... 욱... 우웨에에에엑..."

숨 넘어가는 소리에 뒤를 바라보면, 공포와 역겨움을 참지 못한 넬루가 구토를 하고 있습니다. 만약 아앨라나가 세상사에 좀 덜 '초탈했다면' 가말라시엘에게 대체 뭔 짓을 했길래 애가 저 꼴이 났냐고 따졌을 수도 있을 정도로 심한 꼴입니다. 넬루는 어떻게든 제정신머리를 유지하려고 하지만 잘 안 되는 모양입니다. 가말라시엘은 흠... 하면서 그답잖게 눈치를 보더니 말합니다.

"베스니, 그 말 많은 음유시인이랑은 다르게 저건 기억을 지워주는 게 예의 같은데 말이죠."
// 미안혀 어제 기절잠했다...

748 헬렌 - 진행 (VJMEqa4f8o)

2024-12-01 (내일 월요일) 14:22:43

@@>>745
들어와서 무슨 이야기를 하려나 했더니 역시 제게 좋지 않은 이야기를 하러 온 것이 맞았다. 하긴 그러니까 저렇게 완전 무장을 한 채로 무기를 빼앗으려 했겠지. 내가 수틀려서 공격할 것을 대비했던 것일지도 모르고.

이런 상황에서 정령들이 도와주겠다고 나서는 것에 헬렌은 그래도 안도감을 느낀다. 게다가 바바 페흐까지 나타났으니 그 도움을 받는 것도 좋겠지만....... 어쨌든 두려움이나 공포심으로 쫓아낸다고 하더라도 다시 찾아와 귀찮게 할 것이 뻔한 느낌이라 헬렌은 로지의 도움을 받아 논리로 박살내서 내보내는 것이 낫겠다는 생각을 한다. 물론 뇌를 과하게 주물러 과부하가 오는 느낌은 정말 싫지만.........

“후....... 실례할게요.”

빡침이 느껴지는 한숨을 내쉬며 헬렌은 파이를 씹어 삼키고 꿀을 마셨다. 그리곤 로지의 도움을 받고자 한다.

749 ◆MjRAeKhiz2 (xeT3jJfktQ)

2024-12-01 (내일 월요일) 20:55:46

>>748
처음 파이를 먹었을 때는, 그리 달콤하다는 생각은 안 듭니다. 통밀을 거칠게 갈아 만든 밀가루에서는 껍질의 거친 입자가 씹히고, 호밀을 많이 넣었는지 시큼한 맛이 납니다. 그 거침과 시큼함을, 위에 뿌려진 약간의 설탕과 알알이 박힌 건포도가 혀에 닿으며 느껴지는 달달한 느낌이 보완해줍니다. 이건 싸움을 위해 먹는 것이고, 헬렌은 백작령 가장 후미진 마을의 마굿간에 묶인 개돼지 앞에서 격식을 차리면 차렸지 저 쌍놈들한테 보여줄 격식 따위는 없다는 생각으로 우격다짐으로 씹어 삼킵니다. 그냥 먹어도 딱히 나쁘지 않을 맛이었고, 싸우기 위해 먹는 것치고는 꽤 괜찮은 맛이군요.

'음, 좋아. 좋아...'

'로지. 아가씨 머리는 차분기관이 아닙니다. 그것만 알아두십쇼.'

'암허슈트 할배는 노망이라던지, 치매라던지 그런거 안 걸려요?'

그리고 헬렌은 옆에 놓여있던 꿀과 시럽의 뚜껑을 땁니다. 그리고는 그 걸쭉한 꿀과 시럽을 한번에 들이마십니다. 과유불급, 그 달달함에 혀가 얼얼해지다 그 얼얼함이 머리까지 올라오고, 목구멍에서 토기가 올라올 것 같지만 헬렌은 무시하고 우격다짐으로 삼킵니다. 무슨 영문인지 모르는 행정관이나 페로나 갑작스런 돌발행동에 당황하고, 페로는 헬렌의 몸에 손을 댈 수도 없는데 그대로 내버려둘 수도 없어 우왕좌왕합니다.

"아, 대장님... 아가씨... 아, 뭐라 해야 돼... 아무튼 그거 그렇게 먹으면 토해요!"

토하라죠. 헬렌은 그렇게 마시고 나서... 로지를 돌아보고, 로지는 웃으면서 앞으로 나섭니다. 그리고, 잠시 헬렌의 뇌를 빌립니다. 하지만 이번에는, 로지가 헬렌에게 이야기하는군요. 로지는 논리의 정령이므로, 논리의 허점을 찾아줄 순 있지만 싸우는 건 헬렌이 해야 한다는 것 같습니다.

'광산에서처럼 제가 다 하려고 들면, 아마 아가씨께서 논쟁하다가 중간에 쓰러지실 거에요. 그리고 저는, '논리'의 정령이지 '언쟁'의 달인이 아니고요. 상대방의 말에 섞인 허점과 오류를 집어줄 테니까, 아가씨는 그걸 활용만 하시면 되요. 일단... 백과사전의 정령. 너 나랑 일 같이 해야 돼.'

로지가 꿀을 다 마시고 탁자에 올린 헬렌의 손 위에 자신의 손을 포개자, 팟! 하고 헬렌의 머릿속에서 여러가지 허점들이 스칩니다.

'1년 이상의 복구 공사가 필요할 것으로 예상된다면 분명 설계를 마쳤다는 것인데, 어떻게 하루도 지나지 않아 조사와 설계 및 공사비 산정을 마쳤는지?'

'만약 헬렌이 광산을 파괴한 것에 대해 복구비를 부담한다면, 헬렌이 발견한 유황 광맥이나 신규 수원에 대해서는 헬렌의 지분을 인정할 것인지?'

그 외 기타 등등... 논리의 정령이 도와주고 있으니, 한번 싸워봅시다... 아마 쉬울 겁니다.

750 헬렌 - 진행 (VJMEqa4f8o)

2024-12-01 (내일 월요일) 21:23:44

@@>>749

싸움은 원래 추잡하고 힘겨운 것이고, 어떤 때에는 설명을 할 시간도 없을 때가 있다. 헬렌은 페로의 걱정에도 불구하고 혼자의 힘겨운 싸움을 마치고 손등으로 입술을 훔친 채 행정관을 노려본다. 백작령의 기사단장이 말했다. 싸움은 기세라고.

“먼저 서기관께서 하는 말은 잘 알아들었어요. 그런데 이상한 점이 있군요. 분명 스스로 말하기를 1년 이상의 복구 공사가 필요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하였는데, 조사와 공사 설계를 언제 끝마치신 건가요? 하루가 채 지나지도 않았는데 어떻게 공사비 산정까지 나올 수 있죠?”

헬렌이 이상하다는 듯 팔짱을 끼며 지배자 특유의 거만한 태도로 서기관을 바라볼 것이었다.

“만약 제가 이에 대한 복구비를 부담한다면, 제가 발견한 유황 광맥이나 신규 수원에 대해서는 제 지분을 인정하고 그 수입을 저에게 주실 건가요?”

헬렌의 태도는 당연히 자신이 받아야 할 것을 정당히 요구하는 모습일 것이다.

751 아앨라나 - 진행 (JCmIFmnyL.)

2024-12-01 (내일 월요일) 22:55:39


@@ >>747

"이런 것은 제가 처음 이었나요? 그렇게나 칭찬을 받으니 기분이 들떠지네요"

저는 가말라시엘 님에게 그렇게 듣자 약간 우쭐해진 기분으로 되묻듯이 말했어요. 그 말에서 처럼 여럿 사람들을 거쳐오면서도 이렇게 될 수 있었던 것은 좀처럼 없었던 것 같아요. 그럼, 그 제가 알지 못하는 과거는 얼마나 많은 세월을 보내게 되었을까요?

그리고 저는 피의 웅덩이에서 제가 원하던 것을 찾게 되었어요. 마석은 파괴되지 않았어요. 그런 일이 있었지만 거기에 남겨져 있었어요. 지금 이렇게 보이는 것도 그렇고 이대로 줍는 것은 좋은 선택은 아니겠지요. 그러니까 뭔가 다른 방법이 있을 거에요. 이런 독특한 마석이라면 계속 살펴보면서 이리저리 연구도 해보고 제대로 가공도 해서 사용해보고 싶어져요. 마녀 님께도 보여주고 싶어요. 저에게 무엇을 말해 주실까요? 기대되네요~

"이것을 안전하게 가져가기 위해서 괜찮은 방법이 있을까요?"

저는 피를 머금은 마석을 내려다 보면서 가말라시엘 님에게 물어보았어요. 지금 생각나는 방법이라고는 다른 물체로 대신 감싸서 직접 접촉을 최대한 피하면서 옮기는 것 정도겠네요. 보아서는 어쩌면 피에 담그는 것이 괜찮을까요? 아니면 나쁜가요?

"그래요, 그녀가 크게 괴로워 보이니 도와주어야겠어요"

곧이어 소리가 들려오는 쪽으로 고개를 돌려보면 이번에는 넬루가 구토까지 하고 있었어요. 제가 그녀에 대해서 자세히 알고 있는 것은 아니지만 그녀는 전사로서 다양한 경험을 했을 거에요. 그런데도 이것은 그 정도로 심하다는 거겠지요. 저는 거들어 말하시는 가말라시엘 님의 말에 맞춰 저는 그렇게 대답했어요

"제가 괴로운 것을 잊는데 도와드릴 수 있을 거에요"

이제 저는 그녀에게 다가가서는 그렇게 말했어요

752 ◆MjRAeKhiz2 (xeT3jJfktQ)

2024-12-01 (내일 월요일) 23:15:57

>>750
"상황이 긴급함에 따라 건축 길드의 마스터를 초빙하여 대강의 견적을 산출했습니다. 자신의 견적이 배상금 추산에 쓰일 수 있다는 것을 고지받자, 길드 마스터는 극히 '보수적'으로, 즉 영애님께 매우 유리하게 공사비용과 공사 기간을 계산했습니다."

'만약 본고를 읽고 있는 귀하가 농노가 끌고 가던 당나귀를 죽였다면, 간단하게 마굿간에서 당나귀 한 마리를 꺼내 그 평민에게 주거나 당나귀 한 마리를 살 돈을 주면 될 일이고, 귀족이 평민에게 입힌 손해에 관하여는 굳이 글을 쓰고 읽을 필요도 없다. 역설적으로, 농노는 가진 것이 없기에 입을 피해도 없는 이들이니. 그러나 귀족인 귀하가 다른 귀족의 재산을 손괴했거나, 또는 반대로 다른 귀족이 귀하의 재산을 손괴했다면 그 때부터는 먼저 침착해야 한다. 파손된 재산의 성질을 파악하고, 파손된 재산과 관련된 전문가를 양측이 고용해 그 파손의 정도를 정밀히 검토한 후, 양측의 검토 결과에 따라 구체적인 배상액을 제시할 수 있다. 이때, 손해액 감정을 위해 전문가를 초빙한 비용은 관례상 피해를 가한 쪽이 부과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출처: 명예로운 귀족을 위한 제국 손해배상 실무'

백과사전의 정령이 그답지 않게 타이밍 좋게 거들고, 굳이 로지가 뭐라 말을 얹을 것도 없이 헬렌은 행정관의 말을 받아칩니다. 헬렌에게 유리하게 계산하는 것은 헬렌이 고용할 손해사정 전문가, 즉 헬렌이 부를 광업 전문가나 건축 전문가가 해야 할 일이지 그 쪽이 해야 할 일이 아니며, 즉 헬렌은 남작이 실제로는 대규모의 금액을 부풀린 다음 헬렌에게 유리하게 계산했다는 속된 말로 '시장 장사치' 같은 속임수를 썼다고 의심하지 말아야 할 이유가 하나도 없다는 것입니다. 그리고...

"만약 헬렌 영애님께서 소유하신 땅에서 누군가 금괴를 캐낸다면, 그것의 소유권은 헬렌 영애님께 있지 그 사람에게 있는 건 아니지 않겠습니까?"

이 부분은 로지가 나섭니다. 논리를 대변하는 정령이 '개'논리를 들이대는 것은 좀 고통스럽다지만... 지금의 헬렌은 '언쟁'을 하고 있는 것이지, 자로 잰 듯한 철저한 논리학 수업 시간을 듣고 있는 것이 아닙니다. 로지는 개논리도 논리고 무논리도 논리라는 심정으로 헬렌에게 이야기하려다 머뭇거리는데, 암허슈트가 옆에서 나타나 거듭니다.

'하지만 영애님처럼 명예를 아는 귀족이시라면, 그 발견자에게 금괴를 전부 다 주지는 않더라도 그 노고를 공치사 몇 마디로 끝내지 않고 금괴 10개를 발견하면 한두개 정도는 떼어주는 식으로 갚겠지요. 하지만... 상대가 모시는 남작이란 인간은 그렇지가 않은... 돼지인가 보군요?'

그러자 로지는 씩 웃으며 이야기합니다.

'저 노인네 쓸데가 다 있네. 그리고 한 가지 더... 비유는 상황을 똑바로 맞추고 하라고 그래요. 남의 땅에서 땅을 막 파제낀 거랑, 은광에 자리잡은 도적들을 몰아내고 마을에 평화를 가져오겠다고 들어갔던 헬렌 아가씨의 행동이 어떻게 똑같은 것으로 비유가 되는 건데요?'

...랍니다.
// 사이다 하나 까고 다음 국면으로 넘어갈 예정.

753 헬렌 - 진행 (faP.Va9CZk)

2024-12-02 (모두 수고..) 10:49:23

@@>>752
헬렌은 서기관의 말에 픽 웃었다.

“제가 해야할 일을 대신 해주셨다니, 과연 그 결과를 제가 믿을 수 있을지 모르겠군요. 이렇게 한쪽에서 일방적으로 일을 처리하는 건 없다고 생각되는데. 지금 짧은 시간에 날림으로 처리해 저를 곤혹스럽게 만들려는 것 같은데요. 게다가 제가 고의로 한 것도 아니고 남작님의 ‘영지민들’을 위해 사기꾼들을 몰아내고 괴물을 죽이기 위한 과정에서 일어난 일에 대해 말예요.”

헬렌은 손가락으로 뺨을 두드리며 여유롭게 서기관의 말에 답한다.

“비유가 잘못 되었네요. 아무것도 없는 땅인 줄 안 곳에서 누군가가 금이 있다는 것을 알렸다면 그 사람에게도 지분이 있는 것이고, 그 금을 캐는데 누군가가 돈을 투자했다면 그 사람에게도 지분이 있는 것이겠죠. 이번 상황에서는 마을 사람들을 괴롭히는 들개 무리를 몰아내는 과정에서 우연찮게 파헤쳐져 금이 드러났다고 보는 게 맞지 않을지요.”

헬렌은 한숨을 쉬며 말했다.

“어쨌든 이렇게 말싸움을 하는 것도 지겹네요. 좋은 일 하려다 죽을 뻔 했는데, 이렇게 위험한 광산을 방치한 남작님이 오히려 저에게 손해배상을 요구했다며 아버지께 편지를 붙여야겠어요. 그 광산이 폭발 위험성이 있는 곳인줄 알았다면 들어갈 일도 없었을테고 로렌스가의 장녀이자 소중한 정령사인 제가 죽을 뻔하고 이렇게 다칠 일도 없었을텐데... 저는 이에 대해 좋게 넘어가려고 했지만 원하시는 게 서로의 손해를 따지고 들자는 것이라면 그렇게 하도록 해요.”

빙긋 웃는다.

“아참, 제가 정령사라 편지를 보내면 3초면 바로 백작님께 도착한답니다.”

754 ◆MjRAeKhiz2 (NaKfjxAHZI)

2024-12-02 (모두 수고..) 19:46:53

>>751
아앨라나는 마석을 헝겊으로 감쌉니다. 그러니 그 불길하던 기운도... 고작 이 헝겊만으로 가려지는 느낌입니다. 적어도 느낌은 그렇다는 이야기입니다. 아마 아앨라나는 다른 장소에서, 맨눈과 맨손보다 좀 더 적절한 도구와 숲속보다 좀 더 나은 조사환경 등이 갖춰지면 아앨라나 스스로 이 마석의 성질과 정체를 조사해볼 수 있을 겁니다. 아니면, 곧 마녀님의 집으로 돌아가니 그곳으로 가서, 앨리스 님에게 물어보는 방법도 있을 것입니다. 불치하문이라 하여 모르는 것을 물을 때는 아랫것한테 물어도 부끄럼이 없어야 군자라는데, 하물며 앨리스님에게 아앨라나가 물어보는 것에 무슨 거리낌이 있을까요. 아마 인신공양에 대한 좋은 설명을 준비한 뒤의 이야기겠지만 말입니다.

"...우욱... 우으으... 기억을... 지워요?"

넬루는 아앨라나를 빤히 바라봅니다. 눈동자는 흔들리고, 인상은 완전히 구겨졌고, 그녀의 두 눈은 의심으로 떨립니다. 혹시 기억을 지워주겠다는 뉘앙스의 말이 좀 이상하게 들렸나 싶지만, 이내 나오는 말은 전혀 다른 핀트를 짚고 있음을 드러냅니다.

"그게... 되는 거에요?"

넬루는 잊을 수만 있다면야 잊고 싶습니다. 누구 말마따나 안 본 뇌, 안 본 눈 사고 싶은 거죠. 하지만 이 세상 상인 누구도 안 본 뇌와 안 본 눈알을 넬루에게 팔아서 갖다 박아줄 수가 없는데, 아앨라나는 그래도 그 마녀의 제자라니 가능할 것 같기도 하고 아무리 그래도 너무 나간 것 같기도 하고. 그렇습니다.

755 ◆MjRAeKhiz2 (NaKfjxAHZI)

2024-12-02 (모두 수고..) 20:07:31

>>753
결국 언쟁은 기세 싸움이고, 헬렌은 자신이 멋모르고 뛰쳐나온 아가씨가 아니라, 어느 정도 머리에 뭘 넣고 나온 아가씨임을 증명한 이상 상대는 고작 남작의 대리를 받는 평민의 신분으로 로렌스 가의 백작 영애라는 신분을 찍어누를 수도 없으니 밀릴 수밖에 없습니다. 젊은 행정관의 표정은 헬렌이 한 마디도 지지 않고 또박또박 반박하고, 그렇다면 직접 계산해보자, 바로 백작령에 편지 보내보겠다면서 당당하게 나오자 한숨을 쉽니다. 한숨을 다 내쉬자 하하 웃으면서 말을 꺼냅니다.

"역시, 한 마디도 안 지시는군요. 그러셔야죠. 그러셔야..."

잠깐, 이 행정관이랑 병사들. 뭔가 이상합니다. 아무리 백작가의 영애가 정식 백작 취급은 아니라지만, 이렇게까지 말했는데도 기가 죽는 기색이 없습니다. 오히려, 더 당당하게 나오니 뭔가 무섭습니다. 헬렌의 허리에 타고 오르는, 계급이고 뭐고 죽음을 각오하고 덤벼드는 아랫것의 하극상에 대한 공포가 밀려오는 것을, 암허슈트가 헛기침 소리로 안심시키면서, 그녀를 포함한 모두의 시간이 참 느리게 흐릅니다.

'아가씨. 생각하신 게 맞습니다. 이 녀석들, 연기 학원을 다녀왔는지 지금까지 잘도 아가씨를...'

행정관이 뒤로 몇 걸음 물러나자, 신사가 레이피어를 찬 검집에 손을 뻗어 손잡이를 당기고, 그 가늘고 긴 은빛의 비밀을 드러내는 순간, 헬렌의 뒤에 숨었던 페로가 어느새 빠져나와 탁자를 온 힘을 다해 밀어뜨리고, 헬렌을 위한 포도주 잔과 페로를 위한 맥주잔이 공중을 빙글빙글 돌며 붉은색과 검은색의 일렁이는 파도가 되어 하늘을 칠합니다. 탁자에 뒤덮이는 헬렌의 시야 앞에 보이는 건 본색을 드러낸 경비병들의 고함치는 표정과, 신사의 절제된 살의로 가득찬 표정, 그리고 피처럼 붉은 포도주를 꿰뚫고 날아오는...

"이 영지 아주 지랄이네!!!!!!!!!!!!!!"

...레이피어 끝을, 암허슈트가 헬렌과 무도회를 하듯 그녀의 한쪽 팔을 잡고 허리를 감아 피해내며 어깨를 꿰뚫었을 레이피어 끝단이 손가락만 스치고 나가게 만듭니다. 식탁이 넘어가며 와장창 하는 소리와 함께 달려들던 경비병들의 기세가 잠시 무너진 틈을 타 페로는 주머니칼을 다시 꺼내들어 달려들고... 어느새 헬렌을 위한 특등실은 수많은 이들이 뒤엉킨 싸움판이 됩니다!

상황이 어떻게 된 건지는 모르겠지만, 페로는 상대들이 적이란 건 확인하고는, 한 경비병이 제 목을 베려는 것을 몸을 낮춰 피하고는, 몸을 낮추자 얼굴에 지르는 무릎을 껴안고는 넓적다리를 주머니칼로 푹푹 찌릅니다. 끔찍한 비명에 경비병들의 이목이 쏠려 페로를 죽이려고 하지만, 페로는 그것마저도 요리조리 피하고는 되려 같은 편의 무릎을 철퇴로 박살내서 주저앉히고 페로의 머리통에 꽂으려던 도끼가 경비병의 관자놀이를 파고들게 만들어 서로 죽이게 만듭니다. 페로는 주저앉은 상태로 무력화된 경비병을 헬렌 쪽으로 걷어차, 레이피어를 피하며 엎어진 헬렌을 피 묻은 경비병으로 덮어버립니다.

"끄읅... 끅, 끄으으으윽..."

머리에 도끼가 박히고, 대동맥이 지나는 허벅지에 세 번이 넘는 깊은 자상을 입고, 무릎이 박살난 경비병은 아마 생각이란 걸 할 수 없을 테지만, 그 두 눈으로 자신이 엎고 넘어진 헬렌을 똑바로 쳐다보다가, 조금씩 조금씩 인간의 숨소리가 아닌 망자의 피 끓는 소리를 내면서 눈빛에 힘이 죽어갑니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힘이 없어진 그 눈빛은 헬렌을 계속해서 바라봅니다.

// 이 다음에 암허슈트 - 바바 페흐 중 어느쪽이 상황 정리하는 거로 보고싶어?

756 엘리 - 진행 (Sdcx1PioDI)

2024-12-02 (모두 수고..) 20:48:48

@@>>736

"그래, 그래. 말리지만 마~"

말리려고 햇빛에 널어놨다가는, 뱀파이어의 신체가 아니라 였던 것이 될테니까.

그리고, 다음에 찾아온 남자는...

"아, 음. 아냐. 후원 의향 많아. 나 학술 좋아해."

돈을 꺼내 적선한다. 저 모습을 본다면 어떤 뱀파이어라도 학술에 대한 의욕이 솟아오르리라.

여러모로 굉장한 곳이었다. 나로썬 보지도 못하고 듣지도 못한...

757 ◆MjRAeKhiz2 (NaKfjxAHZI)

2024-12-02 (모두 수고..) 21:18:23

>>756
딸그락, 딸그락, 쨍... 째래랭...

한 푼, 두 푼 정도를 예상했던 구걸꾼은, 한 푼 두 푼을 넘어 열 푼 넘는 돈이, 그것도 동화의 칙칙한 흙빛이 아니라 어두운 하늘에 뜬 달처럼 밝은 은빛을 보고 눈을 크게 뜹니다. 기껏해야 동전 여럿밖에 없던 동냥바가지에 은화가 섭섭잖게 차고, 구걸꾼은 행여 자신이 잘못 보았나 구걸 바가지에 들어잇던 은화 하나를 올려 지하수로 천장에 붙은 발광 버섯에 가까이 대봅니다... 이건 분명합니다. 은색입니다.

"어떻게... 이런..."

구걸꾼은 피를 팔지도 않았는데 이 정도의 자선을 베푸는 것을 보고는, 감사하다는 생각보다도 다른 생각이 더 앞섭니다.

"그러면, 제 피를 드시면 금화도 주시는 겁니까? 제가 죽을 정도로는 못 드리지만, 그래도 한 사흘 앓아누울 정도는 괜찮습니다...! 아니, 이게 아니지..."

하지만, 엘리의 표정에서 그냥 딱해서 주는 것임을 읽은 구걸꾼은 머쓱해하더니 고개를 꾸벅 숙입니다.

"감사합니다. 아가씨... 호르뮈셰를 가호하는, 심지어 우리 같은 머저리들도 가호하는 미네르바 정령님께서 아가씨를 기억하시길."

미네르바... 흥미롭군요.

758 ◆MjRAeKhiz2 (NaKfjxAHZI)

2024-12-02 (모두 수고..) 21:18:32

오랜만

759 엘리주 (OXluLHQDmA)

2024-12-02 (모두 수고..) 21:44:13

예이~~

760 헬렌 - 진행 (riIRzvzUMw)

2024-12-02 (모두 수고..) 22:36:08

@@>>755

정령사라고 편지를 3초만에 배달하지는 못하니 그냥 허세일 뿐이지만 좀 먹힐 줄 알았는데. 결과론적으로 이들이 본색을 드러내자 헬렌은 이제야 전말을 알겠다 싶었다! 왠지 광산에 도적들이 점거해도 대책없이 방치되어 있더라니! 남작이 허수아비거나 눈이 가려졌거나 한 거 아니냐고.

결국 죽이려드는 놈들이 달려들고 레이피어에 손끝이 베이며 넘어진다. 동굴에서 보지 못했던 페로의 전투 실력을 엎어진채로 구경하다 결국 경비병이 자신의 쪽으로 넘어지는 것에 깔려버린다.

“로렌스가의 자비에 감사하렴.”

헬렌은 자신의 앞에 엎어져 죽어가는 남성의 숨통을 허리에서 빼낸 단검으로 푹 찔러 거둬준다. 아무리 곱게 자랐다고 하더라도 저를 죽이려고 했던 상대를 돌봐줄 정도로 착하진 않다. 이 시대에는 질병, 기아, 전쟁, 살육 등으로 인해 죽음이 가까운 곳이니까. 사람을 직접 죽인 건 처음이나 뭔가 대단한 느낌이 드는 것도 아니다.

/바바 페흐!

761 아앨라나 - 진행 (F9SznwNwEs)

2024-12-02 (모두 수고..) 22:46:54


@@ >>754

제가 조심스럽게 그리 해보았더니 마석으로 부터 감도는 그 기운이 줄어드는 것만 같았어요. 거기에 당장은 큰 문제는 없어 보였고 어렵지 않게 되었으니 다행이네요. 그래도 이것만으로는 어딘지 부족해 보였기 때문에 가지고 다니기 좀 더 쉽게 해보기 위해서 저는 주변을 다시 살펴보고는 거기에서 적당해 보이는 덩쿨 줄기를 찾아보았어요. 그것을 칼로 끊어다가 천으로 감싼 마석에 둘러서 묶어보기로 할 생각 이었지요

"넬루 씨의 태도를 저는 이해해요, 세상의 어떠한 것이라도 완전하게 '그렇다' 라고 말할 수는 없을 거에요. 그렇지만 저는 그것을 해볼 수는 있어요"

그래서 제가 했었던 말에 그녀가 저에게 보여주는 시선과 행동에서 그 안에 담겨 있는 불안과 의심이 묻어나오는 그 물어보는 말에 저는 그렇게 대답해주었어요. 지금 그녀가 저를 향한 믿음이 어느 한 쪽으로 기울기 어렵듯이 저도 그녀에게 어떤 것도 확답을 할 수 없고 하지도 않겠지만 그렇다고 해도 할 수 있는 것과 없는 것은 달라요. 저는 그녀의 머리 속을 휘젓는 나쁜 기억을 없애주고 싶고 그것을 시도할 능력도 있어요

762 ◆MjRAeKhiz2 (FJnCOE1SZs)

2024-12-03 (FIRE!) 07:47:55

공지: 진행시간 엇갈림 때문에...
그날 밤 10시까지 올라온 답레는 어지간해선 반드시, 그 이후 답레는 상황되면 처리할게.
그리고 진도가 늦는거같은데 혹시 지금 또는 곧 있을 국면에서 원하는 전개 있음 얘기해줘 반영해볼려

763 ◆MjRAeKhiz2 (2iKCyHzQcM)

2024-12-03 (FIRE!) 11:17:09

>>761
"그럼... 부탁 좀 할게요..."

넬루는 깨질 것 같은 머리를 부여잡고 발작적으로 고개를 흔듭니다. 세상에는 몰라도 되는 일, 잊어도 되는 일이 있고 방금 넬루가 보았던 가말라시엘의 현현과 그 끔찍한 살상은... 딱 그러했습니다. 그러자 가말라시엘은 껄껄 웃으며 이야기합니다.

'기억! 살아온 지난날을 바라보는 흐릿한 거울이자 펼칠 때마다 바뀌는 일기장. 그리고... 제가 사람의 생명 다음으로 좋아하는 무언가죠.'

어쩌면 가말라시엘은 이걸 노린걸지도 모릅니다... 잊고 싶을 정도로 끔찍한 것을, 아앨라나에겐 보여주지 않고 그녀에게 보여주었겠죠. 어찌됐건 아앨라나는 넬루가 바라는대로, 지팡이를 들어 가말라시엘의 권능을 끌어내고... 기억을 지우기로 합니다.

지팡이에서 붉은 빛이 나오더니, 순간 넬루의 두 눈을 눈이 멀 정도로 비춥니다. 그러자 울던 넬루는 멍해지더니 아앨라나를 한참 바라보다가 묻습니다.

"...누구야?"

이거, 기억을 얼마나 지운건지.

764 아앨라나 - 진행 (Yb3sAMyCvA)

2024-12-03 (FIRE!) 19:44:24


@@ >>763

"누군가의 기억을 더듬는 것에 관심이 있으신가요? 기억을 책이라고 한다면 바꿔야 할 문단이 어디에 있는지 알기 위해서는 우선 그 책을 읽어보아야겠지요. 이를 말하시는 거겠지요?"

그녀의 대답과 함께 가말라시엘 님의 그리 말하시면 저는 그렇게 묻듯이 덩달아 비유를 섞어서는 말했어요. 곧이어 저는 기억의 변화를 주기 위해서 지팡이를 낮게 들어 올리며 집중했어요. 힘이 연기가 피어오르듯 오르며 번쩍이는 불꽃이 지나간 뒤에... 기억의 변화는 제대로 되었을까요?

"너무 많이 잊게 되어버렸어요! 그녀가 저에 대한 것도 잊었나요?"

저는 그녀의 그 한마디에 바로 잘못되었음을 알아차리고는 살짝 당황해서 가말라시엘 님에게 그렇게 말했어요. 이번에는 무엇이 문제였을까요? 가말라시엘 님이 힘을 과하게 사용했나요? 아니면 그녀가 끔찍한 기억으로 고통 받게 된 이유에는 저에게도 연관성이 있으니까 그 때문에 저의 대한 기억도 엮여서 변하게 된 건가요? 제가 가말라시엘 님의 감춰졌던 형상을 일깨웠던 원인이기도 하였으니까요. 그렇다고 하더라도, 이건 책의 낱장을 찢게 되어버린 거에요

"어디까지 기억하고 계시나요? 저는 아앨라나라고 해요. 가볍게 안나라고 불러주셔도 좋아요. 뭔가 끔찍한 일을 겪으신 것 같아서 제가 깨워보았어요"

이 상황을 수습하기 위해서 우선은 지금 제가 해야 할 행동은 그녀에게 자기 소개의 시간을 다시 가져야 할 것이라는 거에요. 그리고 저는 간단하게 그렇게 설명을 더했어요. 그녀는 보았지만 저는 아니었던 끔찍한 것을 겪은 것은 사실이었으니까요

765 헬렌주 (1oQmhCAEWg)

2024-12-03 (FIRE!) 21:38:40

공지 확인했음~~~~ 편하게 진행해줘~~
나는 지금 진도 괜찮고~ 원하는 거 있음 바로 얘기할게~

766 ◆MjRAeKhiz2 (Ubigktz5HA)

2024-12-04 (水) 00:48:59

>>764
'뭐... 삶이란 게 그렇지 않습니까? 항상 원하는 것을 이룰 수는 없거나... 이루더라도 약간의 문제는 생기기 마련이죠."

가말라시엘은 그렇게 넘어갑니다만, 넬루와 당장 돌아갈 곳이 있는 아앨라나에게는 둘러대는 건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습니다. 그렇기에, 아앨라나는 (자신이 악마인지 무엇인지 아무튼 정말로 강력한 무언가가 잠든 지팡이를 봉인 해제했더니 넬루의 정신을 무너뜨릴 정도의 끔찍한 짓을 저질렀고, 그것 때문에 넬루가 기억을 지워달라고 했다...)는 부분은 적당히 둘러대기로 하고, 나머지 부분은 사실대로 이야기합니다. 플라베르흐에서 베스니라는 음유시인과 만난 이야기, 그리고 그곳에서 거대한 호수 괴물에게 습격당한 이야기 등등... 넬루는 아앨라나를 의심스럽게 바라보다가...

"거대한... 문어 괴물? 그걸 어떻게..."

...정상적인 상황이라면, 분명 플라베르흐 촌민들만 알아야 할, 그것도 중요하고 민감한 부분운 치안 병력과 원로들만 알아야 할 그 괴물의 이야기를 아앨라나가 꺼내자 눈빛이 달라집니다. 넬루는 잠시 혼란스러워하더니 이내 받아들입니다.

"알겠어요... 안나 님... 지금 저게 뭔지는 모르겠지만... 갈비뼈를 보니 큰 동물 같은데, 안나 님이 그런 건가요? 그러면 대단하네요. 그러면... 다시 길을 가죠..."

...라고 말합니다.

767 엘리 - 진행 (DKTkpra8L2)

2024-12-04 (水) 10:26:57

@@>>757
"정령? 신이 아냐?"

주제도 돌릴 겸, 흥미도 풀 겸 묻는다. 보통 숭배의 대상이라 하면, 신이라는 이미지가 있으니까.

그리고 그 신의 기운이란 건 내겐 천적과도 같았고 말이다.

"포용해준다면 좋겠네, 뱀파이어도~"

이 도시를 가호하는 존재가 정령이라 한다면, 불가능하지 않을지도 몰랐다.

768 크론 - 진행 (TQnn.sT7t.)

2024-12-04 (水) 12:56:45

@@ >>739

..목판? 분필? 설마..

제길 설마 했는데 진짜 필설을 하다니.
다행스럽게도 글을 익히긴 했다만..아무래도 쓸 일이 많지는 않았으니 익숙하지 않긴 하다.

홀로 읽는 정도야 크게 무리 없지만 소통을 필설로 하는건 아무래도 조금 부담스럽다. 다른 상대를 골랐어야 했나..

다만, 글을 보니 상대도 썩 잘 쓰는 기색은 아니다. 문법이 틀리진 않았으니 교육은 제대로 배운 것 같지만..경험이 적은 걸까?
그렇다면 크론의 반응 역시 살짝 느려도 큰 무리는 없을거다. 아마 반응이 느림을 눈치채도 자신의 글 탓으로 여기지 않을까?

'크론'은 미소를 지으며 우선 저 북극곰을 먼저 바라보며 이름을 부른다.

"네 이름은 안타르크티스구나 반가워."

이름은 있지만 아마 소녀가 그 이름을 부른 적은 없을지도 모르니 저 곰 입장에서도 이름이 불린 적은 별로 없을지도 모르겠다.

"내 이름은 '크론'이야. 아마 다들 그렇겠지만 이번에 새로 입학을 하게된 신입생이지. 반가워 솔러."

굳이 뒤에 말을 더 붙이진 않았다. 어디서 왔냐거나 와보니 어때 같은 일상적인 질문을 할 수도 있겠지만.
잠시 쉼을 택해 솔러가 과연 말을 더 붙일지 아님 말지를 보려는 셈이다. 그 반응을 보면 대충 어떤 느낌인지 알 수 있겠지.

//오랜만! 그리고 공지는 내 텀 자체가 길다보니깐 현재로는 딱히 전개에 대한 의견 없음!

769 ◆MjRAeKhiz2 (Ubigktz5HA)

2024-12-04 (水) 16:13:57

>>767
"예에. 미네르바 정령님은 다른 곳이라면 신으로 불릴 만큼 위대하시지만, 신과는 조금... 다르신 분입니다. 신이 어떤 속성을 상징한다면, 정령은 그 속성 자체라고 할 수 있지요.... 아아, 그, 정령술을 공부하던 친구가 눈만 잃지 않았다면 당장 뱀파이어 아가씨 앞에 데려와서 설명을 시키는 건데..."

아쉽습니다. 아쉬워요... 그렇게 말하고는, 그 구걸쟁이는 구걸바가지의 동전을 자루에 채워넣고는 지하수로 위로 올라갑니다. 정령이라... 엘리가 알던 신은, 명시적으로 '어둠'이나 또는 그와 관련된 영역 및 속성을 관장하는 신, 또는 빛과 상관이 없는 영역을 관장하는 신이 아닌 이상 엘리에게 끔찍한 영향을 끼치곤 했습니다. 예를 들어 어두운 암흑의 신을 섬긴다면 모르겠고, 또 식물 중에서도 어두운 곳에서도 잘 버티는 이끼 계통의 식물신을 섬긴다면 모르겠지만, 태양이 많이 필요한 나무들과 자연과 관련된 신들은 엘리에게 지옥을 선보였습니다. 재생이 되는 줄 알았는데 온 몸에 달라붙은 씨앗들이 엘리 대신 급격히 성장하면서 그녀의 몸에 영원히 뿌리박을 뻔한 끔찍한 일이 아직도 기억에 생생하니까요. 하지만 정령이라면... 신이 아니라면, 뭔가 다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그런데 슬슬 시간이 되었는데 싶을 때즘... 다른 이들은 잠시 이상함만 느끼고 주위를 둘러보지만, 엘리는 확실히 느낄 수 있는 동족의 낌새가 느쳐집니다. 그 쪽으로 고개를 돌리면 수많은 박쥐떼들이 날아오더니, 엘리 앞에 한 마리 두 마리씩 서다가 마침내 뭉쳐서 모양을 만들고는, 그 모양은 굳어지더니... 익숙한 언니의 모습으로 변합니다. 류드밀라는 한숨을 쉬더니, 엘리 쪽을 더듬다가 그녀의 손을 잡고는 말합니다.

"...교수를 만나러 갔다가 돌아오는 길에, 이상한 놈들을 만났다고 들었어. 괜찮아? 아픈 데가 있으면, 괜찮다고 헛소리 하지 말고 말해. 네 몸이 박살난 건 나도 알 수 있지만... 타박상이나 내출혈은 내가 잘 몰라."

...그럴 법도 합니다. 두 눈이 저 꼴이니까요. 아까 전의 차갑고 가혹하던 말투와는 다르게, 지금은 그녀의 온 몸을 쓰다듬는 손길을 생각하니 ㄱ그렇게 차갑게 느껴지지는 않습니다.

770 헬렌주 (HfbFPtb112)

2024-12-04 (水) 18:09:57

>>760 놓친 것 같은데~~!

771 ◆MjRAeKhiz2 (f3jmD5kLu.)

2024-12-04 (水) 21:45:00

>>770
ㅈㅅ

772 ◆MjRAeKhiz2 (Ubigktz5HA)

2024-12-04 (水) 22:16:55

>>760
'정말 개판이군. 이건 제가...'

'야 임마. 너도 닥쳐!'

암허슈트도 바바 페흐가 지배하는 집의 영역에서는 그리 힘을 못 쓰는 모양입니다. 본디, 집은 또 하나의 사회이자 사회의 최소 구성단위로서 수많은 이들이 그래도 돌아갈 곳은 있다며 의탁하고 고된 하루를 이겨내던 원동력입니다. 설령 그 집이 아무리 작더라도, 아무리 추하더라도, 아무리... 끔찍하더라도 말입니다. 어쩌면 그 집에는 술에 취해 가정폭력을 일삼는 애비가 앉아있을 수도 있고, 지난 해 소작이 밀린 것을 봐줬더니만 올해도 이러냐고 따지는 세리가 있을 수도 있으며, 그렇기에 집을 따뜻한 것으로 여기지는 않더라도 적어도 집만큼은 이 삶에서 유일하게 행복할 수 있는 곳임을 바라는 이들이 참 많아서 그 염원으로 바바 페흐가 만들어졌는지도 모릅니다. 그리고...

'남의 집에서 이게 뭐 하는 염병들인지 모르겠네!'

...만약 그렇다면, 바바 페흐는 그 염원에 기꺼이 보답할 준비가 되었을 것입니다. 아무리 괴팍하다 해도, 그간 굴뚝 있으면 있는대로, 없으면 없는대로, 전 세계에서 어디서은 바바 페흐, 어디서는 윌리 할매, 어디서는 성주신이라는 이름으로 받았던 공경과 제삿밥이 얼마인데요. 그리고 지금은, 정령으로서 가장 중요한 '자신의 영역'이 침범당한 분노를 풀 생각도 가득해보이고 말입니다.

"뒤져 이 카펫 새끼야아아아아아아!!!!!"

신사의 레이피어를 붙잡고 뺏으려고 실랑이를 벌이던 페로의 등 뒤에 어떤 경비병이 칼을 치켜들고 뛰어들지만, '공교롭게도' 엎질러진 맥주와 포도주 때문에 미끄러워진 바닥에 발을 헛디뎌 그대로 무용을 벌이다 뒤로 넘어지고, 뒷목이 넘어졌던 식탁 모서리에 부딪치면서 목이 꺾여 죽습니다. 페로를 걷어차 밀쳐낸 신사가 페로를 벽난로 쪽으로 밀어넣고 그대로 걷어차려 하지만, 페로는 몸을 굴려 신사의 다리를 교묘히 피하고 신사의 다른 발은 바닥을 구르던 포도주 병과 부딪치면서 미끄덩, 그대로 온 몸이 벽난로 속에 들어갑니다. 당연히 빼려고 하는데, 오븐 겸용으로 만들어진 벽난로라서 그런지 위에 걸려있던 열기 유출 차단용 철판의 걸쇠가 '참 우연히' 풀리면서 그는 특실용 커다란 벽난로의 '직화 인육 통구이'로 변하는 시간을 가지게 됩니다.

"아... 끄으으으으아아아아아아아아!!!!!!!!!!!!!!!!"

다른 이들도 상황은 마찬가지입니다. 누군가는 우왕좌왕하다가 유리창에 머리를 박았다가 가슴에 유리조각이 찔려 꺽꺽대면서 피를 토하다 죽거나, 누군가는 페로에게 공격을 날리는데 페로를 향한 공격은 방안의 가구나 집기에 자꾸 이상할 정도로 턱턱 걸려서 공격이 차단되는데 페로의 공격은 정확하게 급소를 노리는 이상한 일이 발견됩니다. 일이 이렇게 되자, 행정관 행세를 하던 젊은 여자는 이상할 정도로 못 싸우는, 그리고 이상할 정도로 페로와 헬렌에게만 유리하게 돌아가는 상황에 위화감을 느끼더니... 눈치챕니다. 고작 아가씨 주제에 왜 그리 기가 셌을까, 고작 아가씨 주제에 어찌 그리 무기를 잘 피했을까.

"그냥 널 죽여야 했는데..."

그녀는 허리춤에 걸려있던 석궁을 바로 꺼내고 헬렌을 조준하지만... 석궁 볼트가 헬렌을 향해 날아가기도 전에, 그녀의 키가 헬렌의 시야에서 점점 낮아지고, 그 느린 순간 그녀의 표정이 기이할 정도로 뭉개집니다. 그리고...

'콰지지직! 쾅!'

'푹찍!'

'뽀그르르르르르르르....'

썩었던 마루바닥이 무너지면서 그녀가 서 있던 자리에 거대한 구멍이 생기고, 석궁을 쏘기도 전 그대로 자유낙하합니다. 안의 '경비병'들이 다 몰살된 것을 확인한 페로가 여차하면 병을 던져서 머리통을 깨버릴 각오로 바닥을 구르는 포도주 병을 들고 구멍을 슬쩍 바라봤다가 '어우!'하면서 눈을 질끈 감습니다... 뚫린 마룻바닥의 파편이 그녀의 복부를 찢었고, 그 다음으로 그 아래에 있던 테이블에 내장이 다 새어나온 채로 떨어졌고, 바로 옆에 있던 새는 물을 받는 양동이에 그녀의 머리가 참 타이밍 좋게 들어갑니다. 그리고 그녀의 코와 입이 물 속에 처박혔는데, 쇼크에 정신이 없는지 아니면 목이 부러져 머리를 가눌 수도 없는지... 그녀의 머리는 양동이 속 물에서 나올 생각이 없습니다.

이렇게 전투가 끝났습니다. 바바 페흐는 자신이 일으킨 대학살 앞에서도 태연하게 "그러게 남의 집 맡겨둔 것마냥 쳐들어오니 이 염병들이지."하면서 혀만 차더니, 헬렌을 보고는 표정을 싹 바꿉니다. 그 페로를 처음 만났을 때의 닭머리 굴뚝 할머니랑은 다르게, 불청객한테는 사악한 대악마나 다름없어도 집주인이나 헬렌 같은 정령사에게는 좀 손속에 차이를 두는 정령 같습니다.

'그래. 우리 애기가 얼마나 놀랐을꼬. 우리 애기가 우리 세상에서도 보살이지만, 애기 세상에서도 보살이니 내 작은 부탁만 하자. 응? 특실 특실 돈만큼 받고 싶으면 1층 집주인한테 여기 물 새는 거랑 마룻바닥 썩은 것부터 좀 고치라고 이야기 좀 해주련?'

...마침 그 때, 페로는 그 푹 꺼진 마룻바닥 근처를 손으로 슥 만져보더니 말합니다.

"아오, 그 여관 주인장놈 마음에 안 들더니 아가씨 숙소에도 이래놨네. 물 새서 바닥 썩어서 사람 푹 꺼지는 게 특실이야?"

773 ◆MjRAeKhiz2 (Ubigktz5HA)

2024-12-04 (水) 22:18:03

미안해서 묘사 고봉밥 좀 함...

774 헬렌 - 진행 (MlUrVduW2k)

2024-12-05 (거의 끝나감) 09:33:04

@@>>772

‘바바 페흐!’

바바 페흐의 도움으로 인해 페로는 위기를 모면하고 수 많은 경비병들이 우연을 가장한 공격으로 제 발에 걸려 넘어져 죽음을 맞이한다. 뿐만 아니라 레이피어를 든 신사도, 행정관이라고 자신을 소개한 여자도 자멸하는 모습에 헬렌은 감사를 느낀다.

“감사합니다. 바바 페흐. 집주인에게는 꼭 이야기할게요. 페로, 방금은 이 집의 주인 정령인 바바 페흐가 도와준거야. 너 공격하는 애들 자빠뜨리고 넘어뜨리고 한 거 말이야. 너도 감사인사 하자.”

헬렌이 푹 꺼진 마룻바닥을 만져보며 말하는 페로를 부르며 말했다. 아마 페로라면 방금의 전투가 무언가 이상했다는 것을 알아챘을 테니 말이다.

어쨌든 특실이 엉망이 되기도 했고 주인장에게 바바 페흐의 말도 전해야 할테니 일단 줄을 당겨 급사들을 부른다. 아니, 이미 이놈들이 쳐들어 왔을 때부터 어떻게 되었을지도 모르겠지만 말이다.

정말 이런 습격이라니. 이 영지...... 정말 엉망인 모양이다.


/ㅋㅋㅋㅋㅋㅋ 괜찮아~! 묘사 넘 맛있다......... 바바페흐 멋져........ 역시 성주신......!!!!!

775 ◆MjRAeKhiz2 (KrmjikcMNg)

2024-12-05 (거의 끝나감) 17:51:11

>>774
"어... 맘마 고양이의 뼈가 이런 집에도 있어요? 엄청... 살벌한데요. 무슨 영매나 강령술사 불러서 원혼이라도 씌어놨나 했네."

'맘마 고양이의 뼈: 펠리네 문화권의 거주 형태인 따뜻한 상자에서 자주 발견되는 가정과 집의 정령으로, 자주 거주지를 옮기는 펠리네 수인족의 문화양식상 정주민족의 바바 페흐와 같이 뚜렷한 자아와 침입자에 대한 적극적이고 직접적인 배제 시도는 일어나지 않는 것으로 알려집니다.'

페로는 오한을 느끼고 점점 수그러들던 그녀의 꼬리가 다시 펑 터지더니, 아무튼 인사를 합니다.

"감사합니다. 바바 뼈... 아니, 바바 페흐님."

"나 어딨는지 보도 못하는 년 인사 받아 뭣하냐? 그리고 원혼? 애기야. 잘 들어라..."

헬렌의 타종에 반응한 걸까요? 암허슈트는 다시 금속의 서늘함을 경고하는데... 쾅! 하고 문이 열리더니 이번에는 정말 처음부터 난리법석을 치는군요.

"아가씨부터 지켜!"

"제기랄, 부임 첫날부터 이게 무슨 지랄이야...!"

경비병들이 우당탕 들어오다 선반에 놓인 불켜진 양초를 때리고, 그 양초는 알코올 범벅이 된 바닥에 떨어져 페로의 꼬리 끝에 옮겨붙을 정도의 불을 만듭니다. 페로는 순수한 고통에 인간의 어휘를 잊고 소리지릅니다.

"미웨오오오오오옹!"

그러자 경비병들은 더 당황해서 비명을 지릅니다.

"도적놈들이 화염술사를 데리고 있다!"

"물 퍼와!"

함께 온 급사가 양동이로 페로에게 물을 끼얹고, 경비병들은 유리병을 밟고 미끄러지고 벽난로를 덮은 오븐용 철판을 짚었다가 살 익는 소리와 함께 비명을 지르고, 뚱뚱한 경비는 허둥지둥하다 뚫린 구멍에 쏙 들어가서 허리부터 끼어버립니다. 정말 개판인데... 다행히도 암허슈트가 나섭니다.

"어르신, 제가 도와드리죠."

"그래. 좀 해봐라."

암허슈트는 광산에서 그리했던 것처럼 분위기를 딱 잡고 짧게 뱉습니다.

"조용히."

그러자, 일순 모든 소리가 죽은듯 조용해집니다.

776 아앨라나 - 진행 (B5UJhac4.Q)

2024-12-05 (거의 끝나감) 22:06:37

@@ >>766

"저와 그녀가 바랬던 것에서 많이 어긋나 버렸지만 그것도 맞겠지요. 그렇다면 그녀와 저는 앞으로 다시 맞춰가야 해야겠어요"

저는 가말라시엘 님의 그 말에 나름대로 긍정하면서도 조금 떨떠름한 기분으로 그렇게 말해주었어요. 그래서 저는 이 상황에 대해서 넬루에게 간단히 설명했어요. 어촌과 호수의 괴수, 이상한 음유시인에 얽힌 지금까지 있었던 것들에 대해서요

"비슷하다고 할 수 있어요. 그렇다면 같이 가도록 할까요?"

그리하여 저의 설명을 그녀는 의아하면서도 이 설명을 이해하여 줘서 다행이네요. 이어서 저는 그녀에게 한 손을 살며시 내밀어 그리 말했어요

777 ◆MjRAeKhiz2 (X7THjmdpwo)

2024-12-06 (불탄다..!) 00:04:28

>>768
"끄우응...?"

북극곰은 크론 쪽을 바라보더니 혀로 쩝쩝 물을 핥아 마시고는, 크론 쪽으로 목을 쭉 빼서 그의 냄새를 킁킁 맡더니 다시 물러납니다. 일단 상황을 보아 자신과 동행중인 솔러를 적대하지도 않고, 여차하면 자기가 한방에 죽여버릴 수 있는 상대이니 딱히 적의를 보이지 않습니다. 대형견이 소형견보다 얌전한 경향이 있는거랑 비슷한 이치죠.

"..."

솔러는 크론을 보다가 다시 끄적여 묻습니다.

'반가워요. 크론. 혹시 귀하게 부탁을 던져도 됩니다?'

그리고 적은 내용을 보니...

'안타르크티스가 배고파요. 밥, 있나요?'

...처음 본 상대한테 밥찵여를 시전합니다. 차갑고 귀여운 눈빛으로. 뭐어, 크론이 경비대를 사칭한 도적들을 죽이고 나서, 너무 당연했던 나머지 슬쩍해놓고 잊은 금전이 찌릿 스치네요.

778 헬렌 - 진행 (7MU6wXeh0s)

2024-12-06 (불탄다..!) 14:50:49

@@>>775

진짜 엉망진창이다........

헬렌은 이제야 사태를 알아차린 경비병들이 우르르 몰려와 난동을 치는 모습에 머리를 짚었다가 이내 암허슈트로 인해 조용해지자 이내 말을 한다.

“일단, 이 자들이 행정관과 경비병 행세를 하며 저를 협박하고 공격하였으니 데려가 신원을 파악하고 어찌된 영문인지 조사를 해주세요. 뭐, 이미 다 죽어버린 것 같지만.”

헬렌이 한숨을 내쉰다. 동굴을 점령했던 놈들하고 한패이려나. 아니면 다른 이들이려나. 동굴도 그렇고 지금 상황도 그렇고. 영지 관리가 어떻게 되고 있는 건지.......

“그리고 바닥에 물이 새서 썩은 부분이 있으니 조심하시고요.”

이미 끼어 있는 사람도 있는 모양이지만..........

779 엘리 - 진행 (Xaj4qybJfE)

2024-12-06 (불탄다..!) 23:07:39

@@>>769

"속성의 상징과 속성 그 자체라면..."

일견 비슷해 보여도 염소와 악마만큼 다를 수 있었다. 염소에게 악마를 상징한단 동위성이 있었도, 내가 염소를 보기엔 그냥 순한 초식동물이었으니까.

"아픈 건 침 바르면 낫잖아?"

엄청나게 혼날 걸 예상했지만, 예상 외로 상냥한 반응이 돌아오자 능청으로 받아친다. 사실 진짜 그렇기도 하고. 정말로 죽음의 위기를 느꼈던 적은, 신의 힘이나 성물이 관련된 적 말고는 거의 없었으니까.

문득 류드밀라가 변한 박쥐 한마리 한마리가 전부 눈이 패여있는건가... 라는 생각이 들었지만, 조용히 속으로 삼켰다. 물어볼 게 있고 아닌 게 있지.

780 ◆MjRAeKhiz2 (9mrCrmtf8M)

2024-12-07 (파란날) 00:08:59

오늘은 이시간에 퇴근한 관계로 자고일어나서 처리할게
그리고 헬렌 상황은 도적들 죽어나가는건 파이널 데스티네이션, 경비병들 불쇼는 https://img2.quasarzone.co.kr/img/data/editor/1802/f8b678e6289e2e2fd8fcd658f0f7c546_1517706755_5442.gif 이거 생각하면 될듯...

781 헬렌주 (wGpJXjrb5w)

2024-12-07 (파란날) 11:42:33

ㅋㅋㅋㅋㅋㅋㅋㅋㅋ완전 웃기다ㅋㅋㅋㅋㅋㅋ
캡 고생했구 푹 쉬구~~

782 ◆MjRAeKhiz2 (DT51FjL7dc)

2024-12-07 (파란날) 16:24:13

>>776
아앨라나는 떨떠름해하는 넬루를 데리고 집으로 돌아갑니다. 그래도 다행인 점은, 검은 숲에서 앨리스의 위명이 워낙 대단했던 덕분에 기억이 잘려나갔어도 그 집의 위치만큼은 잘 안다는겁니다. 살인벌, 걷는 버섯 따위가 덤벼들지만 마체테와 창에 찢어집니다. 그리고...

"여기... 인가요?"

넬릐는 반사적으로 한쪽 무릎을 꿇어, 아앨라나에게는 익숙하겠지만 그녀에게는 그렇지 않은 앨리스, 위대한 마녀의 집에 예우를 표합니다. 흰색 벽돌과 빨간 지붕, 이 숲에서 외로이 서 있는 그 집에 말입니다.

783 ◆MjRAeKhiz2 (DT51FjL7dc)

2024-12-07 (파란날) 16:40:21

>>778
차갑게 분위기가 식고 헬렌이 할 말을 하자, 경비병들이 입을 다물고 잠잠히 듣습니다. 그러자 경비병들, 해봤자 두꺼운 누비옷에 가슴과 윗배를 가리는 흉갑만 걸치고 방패와 창 따위를 들었을 뿐인 이들 중에서, 그나마 흉갑뿐만 아니라 각반과 무릎보호대를 차고, 누비 갑옷이라도 안팎으로 철갑을 꿰매어 넣은 갑옷을 입은 경비대장이 앞서나옵니다.

"영애님. 저희도 이 상황이 정말 당황스럽습니다. 하지만 설명할 시간을 조금만 부탁드리겠습니다..."

이 영지의 남작 베르나는 출산 문제 때문에 자리를 비우기 힘들어 대신 행정관에게 경비 몇몇을 붙여 인사하고자 했으나, 갑자기 실종되어 혹시나 하는 마음에 이들을 찾았다는 겁니다. 그리고 지금 보니, 이들은 그 행정관의 신분을 뺏었던 듯합니다.

"그러니까, 음..."

"나머지는 제가 설명드리겠습니다."

"여, 영주님?!"

경비병들이 깜짝 놀라 뒤를 바라보면, 한 여자가 서 있습니다. 하지만 헬렌이 보았던 영주들과는 달리... 그녀의 거친 손, 상처입은 얼굴, 그리고 영주라기에는 수수한 옷은 마치 은광에서 금방 나온 일꾼과 같습니다. 하지만 눈빛만큼은 결기를 잃지 않은 베르나 남작은 가슴에 손을 얹고 인사합니다.

"상황이 이리 되어 죄송합니다. 영애님."

784 ◆MjRAeKhiz2 (DT51FjL7dc)

2024-12-07 (파란날) 17:17:05

>>779
"상황 파악이 안 되는거야?"

엘리는 걱정하지 말라는 마음 반, 농담 반으로 대답하지만 이번의 목소리에는 노기가 서려있습니다. 류드밀라는 더듬고 있던 엘리의 손목을 꽉 붙잡더니, 이번 사건이 단순히 엘리 하나만의 문제가 아니라고 격앙합니다.

"호르뮈셰는 뱀파이어-인간 부전협정을 비준하고 준수하는 인간 도시야. 그러니까, 호르뮈셰가 정상적으로 돌아간다면 제아무리 이단심문관이라 해도 뱀파이어라는 이유만으로 공격할 수 없고, 만약 그런 일이 일어났다면 호르뮈셰 경비대는 조약 위반죄에 더해 민간인 살인에 준하는 사건으로 간주해야 해!"

엘리를 구한 티호미르와 예마의 보고에 따르면, 상대들은 '낡고' '그슬린' 이단심문관 장비를 입었고 신성력을 쓸 수 있었다고 합니다. 다행히도 두 사람은 뱀파이어를 시중드는 인간이지 뱀파이어가 아니기에 신성력에 치명적인 손상은 못 입혔지만... 류드밀라는 한숨을 쉽니다.

"엘리, 미안한 얘기지만 집행자가 되어 일족이 이런 위험한 곳을 돌아다니는걸 방조할 순 없어. 새벽이 되는 대로 떠나자."

...엘리가 절대 받아들일수 없는 제안과 함께.

785 헬렌 - 진행 (fmZrieSgMk)

2024-12-07 (파란날) 17:57:23

@@>>783

헬렌은 경비병들의 설명을 들었다. 그 이야기를 들으니 확실히 이들은 이 영지의 경비병들이 맞는 모양이었다. 사기꾼들이 모렐 남작이라고 했던 영주는 사실 베르나 남작이었고 말이다.

한숨을 내쉬는데 뒤에서 영주가 나타나 상황을 설명한다고 하자 헬렌은 눈을 동그랗게 떴다. 그리고 영주라기에는 소박한 옷을 입고있는 그녀의 모습에 자못 놀라기도 했다. 영지의 사정이 썩 좋지 않은 걸까. 게다가 출산을 하였다는 소식을 들어 더욱 걱정스러운 마음이 든다. 헬렌은 예의에 맞게 인사한다.

“일단 출산으로 인해 경황이 없으셨다 들었습니다. 이야기는 앉아서 하는 것이 어떨까요.”

헬렌은 급사에게 엉망진창인 지금의 방이 아닌 다른 방에 자리를 마련해달라 요청하고 앉아서 차분하게 이야기하기를 권한다. 출산 직후에는 몸이 약해지니 무리하지 않는 것이 좋다고 생각하니까. 역시 어머니가 생각나기도 하고.

786 아앨라나 - 진행 (uxJ4S/5j2k)

2024-12-07 (파란날) 23:29:22


@@ >>782

그렇게 되어 마음의 흐릿함이 엿보이는 그 속에도 그녀는 믿어주었고 저는 함께 길을 계속 가기로 했어요. 그 와중에도 숲의 생물들이 저희에게 다가섰지만 그때 마석이 스며든 곰의 과는 달리 쉽게 해결 할 수 있었지요. 그리고 길을 건너 끝에 저희는 도착했어요, 동시에 저로서는 돌아온거에요

"네, 그래요. 이곳이에요. 앨리스 님과 제가 살아가는 곳이에요"

저는 그녀의 말과 행동을 보면서 가볍게 상체를 낮추며 고개를 끄덕이고는 그렇게 말했어요. 꿈결 속에서 마녀 님을 뵈었지만 지금 계실지는 모르겠네요. 없더라도 당분간은 계속 집에에서 시간을 보내게 되겠지요

787 ◆MjRAeKhiz2 (gET.vhWZlg)

2024-12-08 (내일 월요일) 00:16:49

>>785
"네, 알겠습니다..."

베르나 남작은 급사의 도움으로 다른 곳으로 자리를 옮깁니다. 헬렌이 쓰던 특실보다는 못하지만, 그래도 깨끗하고 결정적으로 피비린내도 아니고 개판도 아닌 곳입니다. 베르나 남작은 후우... 하고 의자에 앉고, 젊은 약초사...이자 마녀로 보이는 이가 강보에 싸인 아이를 들고 오지만, 베르나 남작은 손을 휘휘 저어 나중에 오라는 듯 눈치를 줍니다. 경비병들은 눈치껏 문을 닫으려 하는데, 페로는 저 자리에 자기가 끼는게 맞는지 아닌지 눈치를 보다가, 어차피 상황도 정리됐겠다, 약은 약사에게 전쟁은 병사에게 사교는 귀족에게 하는 게 맞겠다, 경비병들과 같이 문을 닫고 알아서 이야기를 하게 내버려둡니다. 베르나 남작은 먼저 이야기를 꺼냅니다.

"로렌스가의 영애님께는 다시 한번 죄송하다는 말씀을 드립니다... 원래대로라면 아가씨께서 여기 들어오셨다는 이야기를 들었으면 늦게라도 모셔서 좋은 자리를 드림이 상례지만... 최근 영지 치안이 어수선하여 여러 문제를 안겨드렸군요."

그렇게 말하는 남작의 행동에는 품위가 보입니다. 졸부가 귀족을 어설프게 따라하려고 보이는 어색함은 없고, 태어날 때부터 그랬던 듯 자연스러운 저 기품, 저건 분명히 날 때부터 귀족이었고 자랄 때도 귀족이었던 이가 족보와 인장보다도 더 확실하게 자신을 증명할 수 있는 증거입니다. 베르나 남작은 고통스러운지 배를 움켜쥐지만, 다시 심호흡을 몇 번 하고 이야기를 이어갑니다.

"이번에... 유황 광맥을 발견하시고, 또한 광천수 수맥도 발견하셨다고 들었습니다. 이에 대해 본래는 발견자에 대해 기대되는 채굴 소득의 1개월치를 지급하는 것이 상례이고, 또한 저희가 용병을 아무리 불러도 해결할 수 없었던 광산의 문제를 해결해주신 만큼 그 용병들이 받아야 했던 급료도 드림이 당연하지만... 윽..."

베르나 남작은 힘겹게 이야기를 이어갑니다.

"트리무스히드라와 용병들 때문에 일어난 파괴의 여파로... 복구 공사 때문에 지금 당장은 지불이 어려울 것 같습니다... 그렇기에, 이런 말씀을 드리는 것은 정말로 실례임을 알기에, 고통스럽게 탄원드림은... 급료와 발견 포상금의 지급을 2년 단위로 분납함을 허용하실 수 있는지 여쭙고 싶습니다...'

그리고는 쿨럭대는군요.

"죄송합니다. 광산 작업 감독 과정에서 조금 무리한 모양입니다..."

'행동주의 운동: 농노 및 인부와 가깝게 지내는 하급 귀족들 사이에서 퍼지는 생활 양식으로, 영지의 기본이 되는 농업이나 광업 등의 노역에 직접 종사 및 감독하여 영지의 번영을 이룰 것을 강조합니다. 이 과정에서 작업 효율의 향상과 영지민들의 지지를 얻지만 기존의 귀족상과는 배치되는 양식입니다.'

788 ◆MjRAeKhiz2 (gET.vhWZlg)

2024-12-08 (내일 월요일) 00:33:40

>>786

아앨라나가 가까이 가자, 마치 안에 기다리는 사람이 있다는 듯 문이 제 스스로 끼이이이... 경첩 녹슨 소리를 내면서 열립니다. 넬루는 흠칫 놀라 창을 겨누지만, 이내 여기는 마녀의 영역이고, 앨리스의 집이라는 사실을 이성적으로 상기하고는 창을 내립니다. 여기가 만약 진짜 앨리스님의 집이라면 저 정도의 '이상현상'은 사실 당연한 것일 테니까요. 당장 눈을 감았다 떴더니 안개 가득한 미궁 속에 자기만 남는 상황이 아닌 것만도, 사실 검은 숲에서 앨리스의 위명을 생각해보면 다행이겠죠.

"저기... 실례합니다. 앨리스 님 계십니까?"

...휘이이이이이이...

오늘따라 이 복잡한 숲에 왜 이리 바람 소리는 스산하고 큰지, 곰이 나타나도 뻗대던 넬루는 행여 이 바람이 앨리스와 연관이 있을 수 있다 생각하니 괜히 바람 소리에 움츠러들고 맙니다. 그리고... 바람 소리, 풀벌레 소리, 새소리가 아니라 진짜 사람의 목소리, 아앨라나에게는 익숙하고, 가말라시엘에게는 (베스니만큼은 아니지만) 성가시고, 넬루에게는 정말로 낯설지만 의외나 다름없을 목소리가 들려옵니다.

"그래. 나 여기 있단다."

"...엥?"

그리고 드러난 모습, 파랑과 흰색 옷을 조합해 입은 넬루보다도 더 어린 소녀의 모습은 넬루를 당황하게 만듭니다.

"...앨리스 님...?"

"왜 사람 두 번 불러?"

소녀는 이상하다는 듯 눈살을 찌푸립니다.

//오늘 여기가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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