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97051922> [판타지/모험/개인서사] 이야기들 - 1 - :: 773

◆MjRAeKhiz2

2024-09-23 18:08:33 - 2024-12-04 22:18:03

0 ◆MjRAeKhiz2 (zXep3rh/ik)

2024-09-23 (모두 수고..) 18:08: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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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99 ◆MjRAeKhiz2 (Qj6IwgZ15Q)

2024-11-21 (거의 끝나감) 19:07:38

>>694
지하수로에 들어간 엘리의 첫인상은, 긴 문장도, 한 문장도, 하다못해 한 마디도 필요없고 한 글자면 충분합니다. 엘리는 주변을 둘러보고는 속으로 스스로에게 되묻습니다.

엥.

엘리가 알기로, 그리고 다른 모든 지성 있는 이들이 알기로 지하수로는 그냥 더럽고, 어둡고, 위험한 것들이 득시글거리는 곳입니다. 세스타우처럼 식인을 교리 삼는 교단과 고블린, 랫킨의 3파전과 좋다고 도축 부산물에 인육을 섞어 내보내는 정신나간 수준까지는 아니더라도, 지하수로 따위의 하수도 시스템이 정비된 동네 사람들이라면 다 공유하는 이미지인데, 이곳은 딴판입니다.

햇빛의 암막이 풀린 엘리의 밤눈이, 촛불 램프 너머의 초췌한 얼굴을 바라봅니다. 금 간 안경을 밧줄로 이어붙여 쓴 사내의 얼굴에는 주름이 자글자글하고, 입은 옷은 허름하지만 위에서 본 학사복이 해진 것과 비슷합니다. 그 너머에는, 수많은 침침한 촛불들 사이에 모인 이들이 로브를 쓴 채 이곳을 바라보고 있고... 웬지 모르게, 수로 주제에 물이끼 좀 낀 걸 빼면 이상할 정도로 깨끗합니다.

엘리를 뒤로 하고, 티호미르가 신원을 밝힙니다.

"나야, 티호미르. 소고기 먹고 싶댔지? 그럼 소고기 값 좀 해."

그러자 사내가 씩 웃으면서 엘리를 바라봅니다.

"누군진 모르겠지만, 환영합니다!"

700 ◆MjRAeKhiz2 (/7Sxx8yykI)

2024-11-21 (거의 끝나감) 22:27:10

>>695
일단 행색 추레한 마녀는 그냥 아무 말도 안하고 가만히 앉아만 있으니 넘어갑시다. 흰 눈 같은 소녀도 별 말 없이 앉아있는데, 옆에 있는 북극곰에게 분수의 물을 떠서 부어주고 있습니다. 흰 북극곰은... 곰이라는 덩치에 걸맞지 않게, 곰을 처음 보는 크론이 척 보기에도 참 고통스러워 보이는 표정으로 헥헥대고 있습니다. 그럴 법도 합니다. 크론 같아도 온 몸에 10cm 두께의 지방층과 털로 된 코트를 입고 그걸 벗지도 못한 채로 이곳에 있어야 한다고 하면... 아마 몇 시간도 안 돼 차라리 교수형을 집행하라고 빌 겁니다. 그래서 열심히 물을 붓고는 있는데... 이거, 그리 신통찮은 모양입니다.

"그르르르륽..."

그리고 옆에서는, 생긴 것'만' 멀쩡한 남자가 공염불을 외고 있습니다.

"뚫지 못하는 가슴팍, 그런데 나는 돈이 없어. 사랑하는 사람들은 빨간 색을 좋아해. 하늘에 파란색이 보인다. 내가 대못 세 개를 열 번이나 다섯 번씩 먹어버렸다..."

...이거 뭐... 그나마 대화가 통할 만한 사람은 앞의 마녀와 북극곰을 식히고 있는 소녀밖에 없는 것 같습니다.

701 ◆MjRAeKhiz2 (/7Sxx8yykI)

2024-11-21 (거의 끝나감) 23:55:33

>>697
"아."

여관 주인은 그 이야기를 듣자 자신이 한참 실수했음을 뒤늦게 깨닫고 바로 뒤돌아서서 꾸당탕 뛰어갑니다. 얼마 지나지 않아 헬렌이 '직접' 요구하고 나서야 갖다줄 마음이 들었던 걸까요? 아무튼 여관 주인은 급사와 함께 헉헉대며 올라오더니 돼지기름과 독주, 붕대를 가져옵니다... 아니, 돼지기름이 맞긴 합니까, 이거? 돼지기름이라고는 믿기지 않을 정도로 정제된 수준의 고형 기름, 뚜껑을 따기만 해도 취할 것 같은 수준의 독주, 그리고 한 번도 쓰지 않은 새 붕대까지. 최상급품들은 굳이 설명이 필요 없습니다. 페로는 헬렌과 여관 주인을 번갈아보더니 말합니다.

"진짜 귀천이 다르다지만 이건 너무한... 아니, 아니다. 이 아가씨는 그럴 법도 하네."

과연 그렇습니다. 백작가의 딸의 심기를 별것도 아닌 이유로 거스르는 미친놈이 어디 있겠습니까. 그래서인지, 여관 주인은 척 봐도 방 며칠 값은 될 이 물건들을 '서비스'로 그냥 준답니다.

"아이구, 내 정신 좀 봐. 제가 이 특등실의 기능을 설명드리는 것을 잊었군요. 여기 이 밧줄을 당기시면, 밑에 있는 급사를 부르게 될 겁니다. 무조건 1명은 대기하니 반드시 올라올 겁니다. 다음부터는 불러주시면 저희 여관 땅문서 집문서 빼고 뭐든 다 구해드립죠. 헤헤..."

...라고 말하고는 사라집니다. 페로는 그걸 보더니, 으쓱 하고는 일을 시작하지만... 축 처진 고양이 꼬리와 귀가 그녀의 감정을 설명해줍니다. 뭐, 굳이 그게 아니더라도 저딴 꼴 겪었는데 기분 좋을 인간 있으면 나와보라 하십쇼. 페로는 헬렌의 흉진 상처에 독한 술을 붓고, 따끔한 느낌이 가시기도 전에 그 위에 돼지기름을 바른 후에 바로 붕대를 꽉 묶습니다. 그리고 부목을 팔에 댈 때는 그렇게 저도 모르게 푸념하는군요.

"고향집에서는 고양이 같지가 않다고 지랄, 여기서는 고양이 같다고 지랄..."

702 ◆MjRAeKhiz2 (nvGvcbIbxo)

2024-11-22 (불탄다..!) 00:04:21

>>698
"그럼 부탁 좀 할게요. 흐아암..."

넬루는 아앨라나의 온기가 채 가시기도 전에, 임시 침대 위에 올라갑니다. 그리고는 잠에 드는데, 새근새근 잘도 잡니다. 아앨라나가 정확히 시간을 재본 것도 아니지만, 아무리 길어도 2분은 지났을까 싶을 때쯤에 넬루는 이미 잠에 들었습니다. 넬루가 날밤을 까면서 경계를 선 탓에 지친 것을 고려하더라도, 신기할 정도로 빠른 속도입니다. 아마, 언제 또 잘 수 있을지 모르는 극한의 상황이, 언제든 두 발 뻗고 쭉 잘 수 있을 때만큼은 펑펑 잘 수 있게 만든 거겠지요... 앨리스의 초대로 꿈 속에서 앨리스가 만든 '기억의 궁전'에 처음 진입해서 읽어본 책은 '수면'에 대한 책이었고, 그 책에는 인간이 '눕자마자 바로 숙면에 들고 단 한번도 깨지 않는다면, 이론상 4시간의 수면만으로 완벽한 몸 상태를 회복할 수 있다'고 되어 있었습니다. 아마... 그 정도까지는 아니겠지만 꽤나 편하게 자고 있겠지요.

아앨라나는 그 동반자의 숙면을 위해 얼마 남지 않은 시간 동안, 햇빛이 완전히 뜰 때까지 버텨보기로 합니다. 그 때... 가말라시엘이 말을 거는군요.

'그런데 말입니다. 사도님... 플라베르흐 사람들과 계약할 때, 인신공양으로 얻고 힘이 만약 남았으면 그것을 플라베르흐를 위해 써야 한다고 하지 않았습니까?'

뭔가... 좀 으스스한 목소리로, 가말라시엘이 말을 잇습니다.

'그렇다면... 지금 힘이 남아있는데, 이걸 지금 사도님 옆에서 자고 있는 넬루를 위해 쓴다면... 이것 역시 플라베르흐를 위한 게 아닐까요?'

음... 뭘 하려는 것이건 간에, 아앨라나는 그 저의와 정확히 뭔 행동을 하려는 것인지 아직은 잘 모릅니다. 도와준댔더니 베스니 다리 한 짝을 말다리로 만들어버린 놈이니까요.

703 헬렌 - 진행 (DoLM31gEwE)

2024-11-22 (불탄다..!) 10:05:27

@@>>701

헬렌은 여관 주인의 설명을 들으며 제 지위에 대해 다시금 실감했다. 로렌스 가문의 영지에도 지위고하가 없는 것은 아니다. 그럼에도 능력에 따른 인재 채용에는 적극적인 편이었기에 로렌스가의 기사들 중에는 천출 출신도 있었다. 그런 가정환경에서 자란 헬렌인 만큼 페로의 출신에 대해서도 신경을 덜 쓰고 그 능력에 집중하는 것이기도 했고.

확실히 마법사를 쓱싹해버린 것도 대단하고, 지금 붕대를 감고 치료하는 손도 야무지다.

“고향집에서 고양이 같다는 건 어떤 의미인데?”

헬렌은 얌전히 치료를 받으면서 궁금증에 묻는다. 헬렌은 페로에 대해 궁금한 게 많다. 전투 기술은 누구에게 배운 건지, 동굴 안에서 마법사를 해치울 땐 어떻게 한 것인지, 당시 정령사가 있었던 것 같은데 어떤 모습이었는지, 치료에 대한 건 어떻게 배웠는지, 더 할 수 있는 것들은 무엇이 있는지 등등.

704 ◆MjRAeKhiz2 (nvGvcbIbxo)

2024-11-22 (불탄다..!) 12:53:40

>>703
"뭐어, 말 그대로, 고양이 같다는 거에요."

그렇게 말하는 페로의 귀와 꼬리가 살랑살랑 흔들립니다. 그리고 백과사전의 정령이, 페로 대신 끼어들어서 페로는 치료나 하게 내버려두고 대신 헬렌에게 설명해줍니다.

'주류 사회에서 차별받고 소외받는 수인족도 그 수인족 공동체 내에서 소득과 자산, 출신지와 계급, 성별이나 종족, 생김새 등에 따라 다양한 차별과 소외를 겪습니다. 예를 들어, 보름달 수인은 의사소통을 할 수 있고 이족보행이 가능하다는 점을 제외하면 사실상 동물과 다름없는 생김새를 가지고 있고, 반달 수인은 동물이 이족보행을 하는 듯한 외견을 가지고 있으며, 초승달 수인은 인간의 외견에 동물의 귀, 꼬리 등이 달려있는 외견을 가지고 있습니다. 개중 보름달 수인은 위대한 달과 야생의 축복을 동시에 받았다고 공경받으나, 초승달 수인은 대부분 인간과의 통혼 또는 돌연변이로 발생하기 때문에, 인간들의 차별에 분노하는 수인족 공동체 내에서는 잠재적 배신자로 적대받거나 경계인으로 배척받습니다.'

...라는군요. 아마 고향집에서는 인생긴 건 인간인데 고작 고양이 귀랑 꼬리만 달린 주제에 동족 행세를 한다고 싫어했을 거고, 여기서는 도둑질에 능한 펠리네 수인족이라고 일단 차별하고 봤을 거고... 헬렌이 그런 종족 차별에 적극적으로 가담한 것은 아니지만, 그녀가 그간 접했던 책이나 연극에서 펠리네 수인족 인물들은 대부분 도둑질이나 비겁한 일면을 가졌던 것을 생각하면 당연할 겁니다.

705 헬렌 - 진행 (DoLM31gEwE)

2024-11-22 (불탄다..!) 13:47:57

@@>>704

“그렇구나.”

헬렌은 백과사전 정령의 부가 설명에 더욱 깊게 이해하고는 고개를 끄덕였다. 궁금한 점은 많지만 아직 친하지 않으니 꼬치꼬치 묻기도 그래서 헬렌은 얌전히 치료를 받는다. 반복적으로 붕대를 감거나 부목을 대는 과정은 뭔가 머리를 손질받는 것과 같은 느낌이 있어 졸음이 몰려오는 것 같다.

“듣고 싶어서 들은 건 아니지만 여기 손님으로 묵고 있는 거야? 오늘 당장 출발할 게 아니라면 같이 저녁 식사 어때? 오늘 도와준 것도 너무 고맙고 해서 내가 대접하고 싶은데...... 지금은 좀 피곤해서 조금 있다가.....”

갑작스런 전투와 그 난리를 치고 여관에 와 씻고 치료도 받으니 긴장이 풀려 얼굴에 졸음기가 가득 몰려든다. 물론 티를 안 내려고 노력 중이지만.

706 ◆MjRAeKhiz2 (nvGvcbIbxo)

2024-11-22 (불탄다..!) 14:19:11

>>705
"백작 영애와의 저녁 식사라... 좋아요. 저도 할 얘기도 좀 있고..."

페로는 치료를 다 마치고 나서 일어납니다. 그리고는 치료비는 나중에 계산하겠다면서 조용히 문을 닫고, 헬렌은 마치 마법이라도 걸린 듯... 기절하듯 침대에 누워버립니다. 사실 당연합니다. 오늘 헬렌이 당한 일을 생각해봅시다. 아침에는 뜬금없이 돈자루를 도둑맞아 쫓아다녔고, 점심에는 광산을 돌아다니다가 오후 시간때쯤에 광산을 폭파시켜서 유황 온천으로 개장해버렸고, 그 과정에서 부상을 입었고 하마터면 중상이나 사망사고까지 날 뻔했으니까요. 그런데 당연히 안 자고 배깁니까?

새근새근, 새근새근... 피로 앞에서, 왁자지껄 시끄러운 밑층의 술 마시는 소리마저도 그저 자장가에 불과할 뿐. 헬렌은 잠에 들고...


똑똑똑


노크 소리가 헬렌의 잠을 깨웁니다.

"실례합니다. 아가씨. 급사입니다. 저녁은 어떻게 준비해드릴까요?"

707 아앨라나 - 진행 (1t6E4J8L7I)

2024-11-22 (불탄다..!) 17:53:09


@@ >>702

저의 제안을 받아들인 것 같은 그녀는 제가 그랬던 것처럼 이번에는 그녀가 풀의 침대에 누웠고 빠르게 잠들었어요. 엄청 피곤하셨나봐요. 경계심을 한껏 세워 밤을 지새우게 된다면 체력의 소모가 보통보다도 크겠지요? 그러니 이렇게 되겠지요. 아니면, 이것도 그녀가 어촌을 지키는 전사로서 훈련한 기술 중에 하나 일수도 있겠네요. 제가 알고 있는대로 된다면 그녀가 몇 시간 동안 깨어나지 않고 잠들 수 있다면 체력을 제대로 회복할 수 있을 거에요

"그 말도 일리가 있지만 넬루 씨가 그렇게 해도 된다고 하면 그때 해보도록 해요"

그렇게 해서 저는 잠깐 하늘을 향해서 흘깃 바라보며 그 빛이 숲에 들어서는 것과 함께 그녀의 곁을 지키고 있으면 가말라시엘 님이 저에게 그리 설명하며 말하였어요. 저는 그 말에 긍정하면서도 그렇게 대답했어요. 그녀는 어촌의 주민이고, 주민들과의 약속은 주민들을 위해서 쓰는 거에요. 즉, 주민인 넬루 씨가 알고 받아들인 다음에 하는 것이 맞는 거겠지요. 그때 의식을 거행할 부터 저는 주민들에게 이를 알리고 그들의 선택을 기다렸어요. 이후 그들은 결정했고 저는 의식을 실행하여 그들의 목적을 이루는데 힘을 사용하게 되었지요

"그런데 무엇을 하려고 하시나요?"

이어서 저는 가말라시엘 님에게 물어보았어요. 어촌의 주민들로부터 남겨진 힘을 사용하여 넬루에 도움이 될 것에 대하여 생각하고 있는 것에는 무엇이 있을까요?

708 헬렌 - 진행 (DoLM31gEwE)

2024-11-22 (불탄다..!) 18:31:56

@@>>706
페로와 저녁 약속을 잡고 헬렌은 그대로 뻗어버렸다. 꿈도 없는 깊은 잠. 하루동안 엄청난 일들이 일어났고 정신 없이 지나갔다. 그렇게 잠들었던 중 똑똑 노크 소리가 잠을 깨운다. 벌써 저녁 때인 모양이다.

“저녁은 2인분으로 부탁해. 준비를 마치면 여기 묵고 있는 고양이 수인 여자애인 페로를 불러와주고.”

몸을 일으키며 눈을 비빈다. 그래도 잠을 자고 나니 몸이 한결 낫다.

709 ◆MjRAeKhiz2 (nvGvcbIbxo)

2024-11-22 (불탄다..!) 19:02:19

>>707
"뭐어... 예를 들어서, 이 검은 숲 어디선가 다가오는 위험한 괴물을... 제 존재를 지팡이가 아닌 다른 모습으로 이 현실에 현현시키는 방식으로 쫓아낸다면, 그렇게 해서 넬루 씨를 지킨다면... 사도님이 약속을 지키는 것 아니겠습니까? 보시다시피, 넬루는 플라베르흐의 유능한 경계병이니까요."

이야기만 들어보면 맞는 말입니다. 하지만 아앨라나의 뛰어난 지성이 말해주건대, 그녀의 촉으로 볼 때 뭔가 의심스럽습니다. 정확히 어떤 이유에서인지는 모르겠지만, 대충 느낌이 구리다는 그런 생각이 듭니다... 아무튼 그런 논리인데, 그렇게 가말라시엘이 이야기하는 동안에는 아무런 위협도 없었습니다. 해봤자 아앨라나도 앨리스의 집에서 심심하면 보고, 쫓아내다가 정 안 되면 지팡이로 머리를 내려쳐 깨 죽여서 내던진 검은 숲 특산의 흑림 구렁이 몇 마리 정도입니다. 그마저도 여기에 사람이 없다고 착각해서 온 것뿐이고, 아앨라나 기지개를 켤 겸 일어나서 땅 몇 번만 구르면 알아서 겁을 먹고 도망칩니다.

그리고 다시 일출입니다. 아앨라나가 깨우기도 전에, 넬루는 눈을 뜨고 일어납니다. 그리고는 지체 없이 마체테를 꺼내더니 자기가 누워있던 임시 침대를 내리쳐 박살내버리는군요. 그렇게, 뭔가 구색을 갖춰 놨던 치대는 정체를 알 수 없는, 마치 위에서 딱따구리가 구멍을 파고 남긴 것 같은 톱밥 더미가 됩니다. 넬루는 그러고 나서 아앨라나에게 말합니다.

"별 일 없었죠? 그나저나... 뒤에 저거, 뭐에요?"

넬루는 그렇게 말하고 창을 꺼내들더니, 아앨라나 앞에 서서 경계합니다. 아앨라나가 뒤돌아보면, 어느 새인지 모르겠는데... 거대한 곰이 나와 있습니다. 잠깐, 낯이 익습니다. 이 곰... 한쪽 눈은 희게 변했고, 나머지 한쪽 눈은 이상한 마석이 박혀 있군요. 아앨라나를 바라보자 그 마석이 붉게 빛나더니 불곰이 분노하는데, 가말라시엘이 끼어들어서 이야기합니다.

'이런! 야밤중에 아앨라나 씨를 잡아먹으려다, 장님이 된 그 불곰 친구가 어디서 이상한 마석이 박힌 모양이군요.'

710 ◆MjRAeKhiz2 (nvGvcbIbxo)

2024-11-22 (불탄다..!) 19:25:14

>>708
"알겠습니다... 잠깐, 2인분 말씀이십니까? 아, 알겠습니다."

준비는 매우 빠릅니다... 아니, 빠른 정도가 아니라 그냥 헬렌이 대답하자마자 저녁 메뉴가 들어옵니다. 아무래도 헬렌이 저녁 식사를 주문할 것이라 예상하고 차려둔 모양입니다. 그런데 사과 파이와 송어포 스테이크, 포도주, 신선한 과일 한 접시, 그 외에는 특이하게 붉은 소스가 얹어진 닭 구이 요리가 있는데... 그걸 헬렌이 보자마자, 입을 다물고 있던 암허슈트가 경고하는군요.

'백과사전의 정령, 제발 좀...'

'중산층에 전파된 귀족 요리인 '풀레 퓌슬리'입니다. 갓 잡아 데고흐제(degorger)한 신선한 닭을 브리데(Brider)한 상태로 바르데(Barder)해서 브로셰트(brochette)한 후 꽁까세(congcasser)한 토마토를 쎙줴(singer)하고 미조떼(mijoter)한 소스를 나뻬(napper)한 후 데깡테(decante)하고, 약 3분 동안 레스팅(resting)한 후 접시에 드레세(dresser)합니다. 출처는 생 뮈리아 공작부인의 규수 요리책 31쪽 41행'...

...굳이 알고 싶지 않은 정보였지만, 헬렌은 여기서 백과사전의 정령의 한계를 알아차립니다. 백과사전의 정령, 적어도 헬렌과 동행하는 정령은, 자신이 수집한 정보, 즉 헬렌의 서재에 꽂혀 있던 정보 위주로 데이터가 편중되어 있다는 것 말입니다. 하나라도 틀리면 바스티유에서 앙시앵 레짐이 무너지고 레볼루시옹이 일어나 기요틴으로 끌려갈 것 같은 헛소리는 집어치우고 말입니다. 아무튼, 여급은 식사를 내오고 나서 다른 음식들을 가져오겠다면서 이것저것 가져오고... 그 사이에 페로도 끌려옵니다. 여급은 척 봐도 다른 곳에 가야 했을 것 같은 큰 스튜 한 접시와 맥주 한 컵, 사슴 뒷다리 구이를 가져와서 올려두고, 마지막으로 어안이 벙벙한 페로를 자리에 앉힌 후 꾸벅 고개를 숙입니다.

"맛있는 식사 되세요. 혹시 다 드셨거나 다른 필요한 게 있으시면, 밧줄을 당겨주세요. 꼭 도와드리겠습니다!"

"음..."

어쩌다보니, 헬렌 같은 귀족 영애나 먹을 법한 고급요리와 페로 같은 이족보행 웨옹이나 먹을 것 같은 '저급'요리가 참 어색하게 어우러진 저녁상이 펼쳐집니다. 페로는 슬쩍 눈치를 보더니, 딱 봐도 접시부터 '나 고급요리요' 하며 매끈한 표면에 힘이 흡 하고 들어간 고급 요리들을 슬쩍 헬렌 쪽으로 밀고, 자기 쪽으로는 '저급 요리'들을 슬쩍 당깁니다...

//
참고로 저 백과사전의 염병은 내가 요리채널 보면서 동사, 형용사, 관형사, 명사 중 한국어나 한자유래 한국어, 하다못해 표준국어대사전에 정식 등재된 외래어 한 단어조차 없는 경악할 꼬라지를 보고 기함했던게 생각해서 넣어봣서....

711 아앨라나 - 진행 (hO7C2jidy.)

2024-11-22 (불탄다..!) 20:17:59


@@ >>709

"꼭 필요한 것이 아니라면 잠시 동안을 위해서 힘을 소모하기 보다는 가능한 축적된 힘을 아껴서 나중에 좀 더 큰 것을 위해서 사용하는 것이 더 좋을 것 같지 않으세요?"

가말라시엘 님이 저에게 말하시는 그 주장은 저도 맞다고 생각은 들어요. 하지만, 그냥 그렇게 하기에는 아무래도 뭔가 걸리는 느낌을 저는 받았어요. 그래도 결국 필요하다고 여겨지고 햬야 된다면 실현하겠지만요. 그래서 저는 가말라시엘 님에게 그렇게 말해보았어요

그래서 저는 과거의 숲 뱀을 퇴치하던 것이 떠올리며 시간을 보내고 있었어요. 그렇게 해서 시간이 꽤 흘렀을까요? 태양이 높은 자리에서 그 빛으로 숲을 내려보고 있었을 때 제가 따로 넬루를 깨우게 되는 일도 없이 그녀가 스스로 일어났어요. 저는 그녀가 눈을 뜨면서 곧바로 정리 정돈이라고 할 수 있을 행동을 하는 것을 지켜보았어요

"저것이 나타나기 전까지는 그랬어요"

"어떠한 일이 있었는지는 모르겠지만 마력에 오염된 야수라고 할 수 있을 것 같아요. 잘 보세요, 저것의 눈이 있어야 할 자리에 대신 차지하고 있는 이상한 돌 같은 것이 그 원인이겠지요"

잠시동안 그것의 상태를 가볍게 살펴보고는 저는 넬루의 질문에 그렇게 설명했어요. 그저 잊혀져 지나가 버린 야수이기에 제가 일일 기억하려고 했었던 것은 아니었지만 저는 그래도 알아 볼 수 있었어요. 저곳에 있는 변화가 있는 야수는 제가 이미 한번 보았던 존재와 같다는 직감이 들었지요. 저 짐승에게 왜 마석으로 추측할 수 있는 것이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저 존재가 곧있으면 공격할 것 같으니까 방어하고 물리처야 하겠어요

"가말라시엘 님이 말하셨던 그 다가오는 위험한 괴물이라는 것이 저 존재에게도 해당하나요?"

저는 가말라시엘 님에게 그렇게 물어보듯이 말했어요. 과거의 사연으로 분노를 간직한 야수인가요, 저 야수가 지금까지 저를 기억하고 있었나요? 어쩌면 저 불길한 돌이 영향을 주어 실제로 저 야수에게 그렇게 되도록 만들어버린 한 것일 수도 있겠어요

712 ◆MjRAeKhiz2 (MXcsP6m5Gc)

2024-11-22 (불탄다..!) 21:57:05

오늘은 컨디션이슈로퇴장
아앨라나주 미안혀 내일은 가말라시엘 떡밥+전투로 보답

713 헬렌 - 진행 (WjVDH9BJZw)

2024-11-22 (불탄다..!) 22:05:42

@@>>710

헬렌은 평소에 그랬듯이 백과사전 정령의 TMI를 한 귀로 듣고 한 귀로 흘려보낸다. 아무래도 서재 내에 있는 요리책이라도 독파했던 모양이라고 생각하면서.

식탁 위에 음식이 차려지는데 미리 이야기를 하지 않은 탓에 음식의 수준이 널을 뛰듯하다. 헬렌은 눈치를 보는 페로를 보고는 이마를 짚었다.

“미안. 내가 너무 피곤해서 말도 안 해두고 잠들어 버리는 바람에 손님을 곤란하게 했네. 진짜 편하게 먹어도 되니까. 어차피 나 혼자 다 못 먹는 양이기도 하고.”

헬렌은 백과사전 정령이 정보를 퍼붓던 무슨 말을 하는지 이해하기 어려웠던 닭 구이 요리를 페로의 앞접시에 덜어준다. 그리고 사슴 구이를 자신의 앞에 던 다음 한입 먹는다. 음식을 나눠먹는다는 것은 친교의 의미니까. 그리고 앞으로 여행을 하며 호사만 누릴 수 없을 테니 귀족적인 수준의 음식 외의 음식도 익숙해질 필요가 있다고 생각하기도 했고.

“아, 동굴 안에서 마법사를 어떻게 해치웠는지 좀 얘기해줘. 물론 그 직후에 내가 광역 공격을 하는 바람에 엄청 화났었겠지만........ 아, 그 때 그 쪽에 정령사도 한 명 있는 것 같았었는데.”

헬렌은 자신의 시야 밖에 있었던 일에 대해 궁금해하며 묻는다. 눈빛이 반짝였을지도 모른다. 헬렌은 영 근접전엔 재능이 없었으니까. 물론 호신 정도는 배우긴 했으나 그 이상으로는 나아가지 못했다. 물론 손도 야물지 못해 신부 수업도 영 잼병이었고. 아무래도 정령술에 재능이 몰빵된 것일지도.


/ ㅋㅋㅋㅋㅋㅋㅋㅋㅋ 진짜 웃기다 ㅋㅋㅋㅋㅋㅋ 요리는 정말 심오한 세계이지... ㅋㅋㅋㅋ
캡 오늘 진행도 고생했서~

714 엘리 - 진행 (9CLzFNjYJQ)

2024-11-23 (파란날) 15:51:55

@@>>699

"어, 음—"

잠깐 벙찌긴 했지만, 그래도 젊음 좋다는 게 뭔가. 유연한 사고로 하여금 금새 파악하고 받아들일 수 있었다.

"어둠의 비밀결사... 인거지?"

약간 어두운 정도로 킨 촛불과 로브! 이건 어둠의 비밀결사가 지하수로를 개조한 것으로밖에 보이지 않았다

715 ◆MjRAeKhiz2 (yX2Jgba6V2)

2024-11-23 (파란날) 17:39:35

>>711
"뭐어... 그렇다고 볼 수 있지 않을까요? 불쌍한 곰돌이. 눈이 멀더니 어디서 기이한 마석이 박힌 모양이군요!"

가말라시엘은 껄껄 웃으며 언제나 그렇듯 남 일인양 대답하지만, 그 목소리에는 알 수 없는 사악함이 감돕니다. 뭔가... 뭔가 불길하고 가까이하면 안될 것 같은 검은 기운, 그런 익숙하지만 적응은 안 되는 징조입니다. 아앨라나가 혼란스러워하는 사이 넬루는 창을 붙잡고 몸을 낮춘 채 창끝을 겨누는데, 후읍... 하아... 후읍, 하아... 숨소리와 함께 공황을 막아보려 하지만 잘 안 되는 모양입니다.

"그르르륵..."

불곰이 점점 다가오고, 넬루도 물러나지 않고 이를 악뭅니다. 아무래도, 넬루가 죽는 꼴을 보기 싫으면 아앨라나가 뭔가 해야 할 때입니다.

716 ◆MjRAeKhiz2 (yX2Jgba6V2)

2024-11-23 (파란날) 18:49:16

>>713
페로는 자기 몫이라 생각했던 사슴 한 덩이가 헬렌의 접시에, 이름도 기이한 풀레 퓌슬린지 풀에 피흘린 놈인지 아무튼 닭 요리가 자기 접시 위에 올라가자 헬렌을 물끄러미 바라보더니 조심스레 포크와 니이프를 잡고, 그녀가 아는 귀족의 예절... 아니, 최소한 귀족에게 무례하지 않은 예절을 떠듬떠듬 떠올려가며 알면 아는대로, 모르면 되는대로 닭고기를 썰어 입 안에 넣습니다.

"웅냥냥... 움...?"

고양이가 낼법한 음미하는 소리를 내며 음식을 한 입 삼킨 페로는, 헬렌의 질문에 귀를 쫑긋거리더니 곰곰이 고민하다가 대답합니다.

"...그냥 기어 들어가서 잘 숨었다가 뒤에서 목 땄는데요? 제일 번쩍거리고 좋은 옷 입은 놈. 원래 마법사들은 구별하기 쉽거든요."

음. 헬렌으로 치면 정령술 비결을 물었더니만 그냥 정령한테 가서 공손하게 잘 부탁하면 된다고 대답한 꼴입니다. 스스로도 아니다 여겼는지 뭐라 덧붙이려는데 잘 안 됩니다.

"어, 그러니까 그 방법이..."

717 헬렌 - 진행 (ZPZQ1hlqUM)

2024-11-23 (파란날) 19:14:41

@@>>716
헬렌은 무례해 보일까봐 참고 있었지만 페로의 쫑긋거리는 귀도 팔랑거리는 꼬리도 귀엽다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웅냥냥하면서 먹는다니 너무 귀엽다......라고 생각해버린다. 그래서 맛있는 음식을 그 앞접시에 마구 덜어주려 한다. 자신이 먹은 사슴 고기도 사슴 고기에서 원래 이런 맛이 났나? 싶은 느낌이었지만 그려려니 하고 먹는 것을 보면 그렇게 먹는 것에 까탈스러운 아가씨는 아닌 모양이다.

“설명이 어려우면 괜찮아. 혹시 거기에 정령사가 있지는 않았어?”

암허슈트가 이야기하기로는 정령사가 있다고 했으니까. 그것에 대해서 궁금하기도 했다. 원래 정령사라는 것이 귀하기도 했고 헬렌은 자신이 아닌 다른 정령사를 본 적이 없기도 했다. 왜냐하면 아무리 로렌스가가 정령술로 유명했다고 한들 선선대에서 그 맥이 끊겼으니 찾아오는 정령사가 없었기 때문이었다.



/ㅋㅋㅋㅋㅋㅋ풀에 피흘린 놈 ㅋㅋㅋㅋㅋㅋㅋㅋㅋ

718 ◆MjRAeKhiz2 (yX2Jgba6V2)

2024-11-23 (파란날) 21:59:55

>>714
"아가씨 생각보다는 좀 소박할 겁니다. 이들은... 논까사라는 이들입니다."

티호미르의 설명은 아리송함과 신비함만을 더합니다. 논까사, 뭔가 전혀 연상되는 구석이라곤 없는 게 더더욱 비밀결사의 암호명처럼 다가오죠. 그런 엘리의 환상을 깨주겠다는 듯 초췌한 사내가 악수하자고 손을 내밀고 환하게
웃으며 우수수 떨어진 치열을 드러내더니, 뒤에 있던 이들과 그들을 둘러싼 무더기들을 가리키며 논까사의 뜻을 친절하게 설명해줍니다.

"여기 친절한 후원자님께서 설명하신대로, 저희는 논까사, 논문 까인 사람들입니다. 학술의 도시라고 연구예산이 무제한은 아닌지라... 그, 조금 주류에서 벗어나거나, 실용성이 없다거나 하는 학문을 포기하지 않은 이들이나, 학문의 분야와 별개로 연구가 진척이 없는데도 포기하지 않은 그... 어... 음... 학문의 투사라 할 수 있죠!"

한참 동안이나 말을 고르던 사내도 스스로의 꼴을 보면 영 자신이 없어집니다. 티호미르는 그 사내의 어깨에 손을 얹습니다.

"일이나 하자고."

그의 말대로, 사내는 엘리를 안으로 안내합니다. 안에는 습기를 막으려는 듯 온갖 흡습재에 덮인 책과 문서 더미들이 있고, 로브 쓴 이들은 몇십년 전 것일지도 모를 전공서적을 베개 대신 받치고 자고 금 가서 못 쓰는 연금술 실험용 플라스크를 주전자로 쓰고 있습니다. 어디서 매캐한 탄내가 나기에 고개를 돌려보면, 한 명은 말린 물이끼를 뭉쳐 태우고, 한 명은 태운 재를 모아 물에 개어 잉크를 만들고 있습니다... 짠내 나는 광경이군요. 사내는 엘리와 티호미르를 이곳에서 가장 '멀쩡한' 숙소로 안내합니다. 왠지 감옥으로 쓰다 버려진 느낌이지만... 그래도 개인실입니다.

티호미르가 이야기하는군요.

"일단 이곳에서 낮 동안 계시죠. 해가 지는 대로 류드밀라 아가씨...아니, 집행관님께 보고하겠습니다."

상황이 이리되니 류드밀라를 집행관이라 부르네요.

719 아앨라나 - 진행 (.O8/PqUhEg)

2024-11-23 (파란날) 22:52:03


@@ >>715

"말씀하신대로 저 존재가 해당하지 않는다고 할 수 없겠네요. 그것이 저희를 나쁘게 대해도 된다는 것은 아니지요"

저는 저 야수를 불쌍하지는 않아요. 그렇다고 해서 따로 나쁜 감정을 품고 있는 것도 아니에요. 가말라시엘 님이 실제로는 저 야수를 그렇게 여기는 것이 아니라고 유추하는 것은 어렵지 않아요. 이 습격을 막고 다시 한번 저 야수를 쫓아내거나... 이번에는 그 행동이 마지막이 되도록 하게 되겠지요

지금 이 상황에서 저 야수의 위협과는 또 다른 곳으로 제가 느끼고 있는 은 익숙하다면 익숙한 것이에요. 그렇지만 이번에는 이상하다고 할 수 있는 것 같아요 유독 강하게 서리는 것이 이였어요

"넬루 씨, 조심해주세요! 저는 주변의 바위를 사용해서 공격해보겠어요"

넬루가 저 위험한 야수와 대치하면서 시선을 끌어주는 동안 저는 주변을 둘러보아서 적당히 크고 단단해 보이는 바위 몇 개를 마법으로 뽑아내서 공중으로 들어올려 던지는 것을 시도하기로 했어요. 그래서 저는 그렇게 그녀를 향하여 너무 크지 않게 외쳐보았어요. 그녀가 저 야수와 대치하고 있는 만큼 혹시 이 공격으로 그녀까지 잘못되지 않도록 행동한 이후 그 틈을 노리도록 해야겠지요

720 ◆MjRAeKhiz2 (JHVqb50QNc)

2024-11-24 (내일 월요일) 20:00:46

>>717
"정령사요? 음... 있었나?"

귀를 쫑긋쫑긋, 하다가, 고민하면서 맥주를 홀짝홀짝 들이키던 그녀의 귀가 위로 바짝 솟고 페로는 기억났다는 듯 손가락을 딱 튕깁니다.

"그... 정령사라고 부르기는 뭐하고 그 좀 미쳐보이는 사람은 있더라고요. 이상한 근육질 노인이 천장을 흔들고 있고, 큰 박쥐가 박쥐떼한테 물려 나가고 있다고 막 똥오줌 싸고 난리도 아니었는데... 굳이 죽일 필요도 없이 자기가 자기 목에 칼 찔러서 죽던데요?"

무슨 느낌인지 헬렌은 감이 탁 오고, 옆에 있던 로지가 헬렌에게 당연한 사실을 주지시킵니다.

"아시죠, 아가씨? 아가씨처럼 그냥 말만 떼면 바로 정령사 해도 되는 수준의 적성은 극도로 드물고, 대부분은 정령을 사역할 수 있거나 정령을 보거나 둘 중 하나만 해도 일단은 정령사 취급 받는거. 혹시나 해서 말하지만, 정령사들이 다 아가씨 수준이거나 둘 다 조금은 할 수 있을 거라 생각하면 그게 인지 편향이에요."

"그리고 백과사전의 정령과 로지의 문제는 저 아는 척이지요."

"저 노인네 또 지랄이야."

암허슈트가 끼어들자 로지는 또 도끼눈을 하지만, 암허슈트는 로지의 입을 텁 막더니 "하던 얘기 계속하십시오. 아가씨"라고 말합니다. 뭐, 뻔할 뻔자입니다. 그냥 가만히 구경이나 하거나, 아니면 눈에 보이지도 않았을 광석의 정령 수사닌이 갑자기 나타나 천장을 흔들면서 죽이려 들고, 배시가 박쥐들한테 끌려나가고, 정령의 사역에 보탤 수 있을 정도로 발달한 버섯 군체들이 전부 자기를 죽이려 하는 꼴을 보면 공포스럽겠죠. 그래서 공포를 못 이겨 자살한 듯합니다. 아무튼 그건 그거고, 이번에는 페로가 묻습니다.

"그런데 아가씨는 이런 험한 데는 왜 오신 거에요? 그란 투리스모라면 더 좋은 데도 많을 텐데."

'그란 투리스모: 귀족 자제들이 견문을 쌓기 위해 세계 각지의 다양한 지역을 돌아다니며 전투, 상업, 경기, 항해, 모험, 교육, 교류, 친교 등 다양한 경험을 쌓기 위해 떠나는 여정을 의미합니다.'

백과사전의 정령이 거드는군요.

721 ◆MjRAeKhiz2 (JHVqb50QNc)

2024-11-24 (내일 월요일) 20:54:14

>>719
아앨라나는 지팡이에 남은 마력으로 바위를 들어올립니다. 바위를 감싸안은 땅이 쩌저적 금이 가면서 천천히 바위가 딸려나오지만, 민물 크라켄을 죽일 때에 비하면 속도가 너무나도 부족합니다. 마력이 부족한 걸까요? 아니, 아닙니다... 아앨라나는 마력 전달이 미친 듯이 느려진 느낌을 받습니다... 그리고, 저 불곰이 가까워지면 가까워질수록, 아니, 정확히는 저 불곰의 눈에 박힌 마석이 가까워지면 가까워질수록 느려집니다. 넬루는 창을 앞으로 내지르면서, 플라베르흐 어촌 특유의 전투 함성을 큰 소리로 내지르며 곰을 위협합니다.

"호수는 기억한다! 호수는 이어진다!"

그리고, 가말라시엘은 천천히 아앨라나에게 말하는군요.

"그냥... 저한테 조금만 더 '재량권'을 주시면 됩니다. 잠시, 저도 바깥 바람 조금만 쐬게... 그 힘을 쓰도록 지팡이에 피를 조금만 흘려넣으면, 그러면 그 보답으로 저 곰을 그대로 가죽과 곰 고기로 해체해드리죠."

...가말라시엘은 아앨라나를 유혹하고 있습니다.

//뭔가 상황이 아앨라나에게 강요하고 있는 것 같다면 ㅈㅅ. 가말라시엘의 든든하지만 뭔가 뒤가 구린 이미지를 좀 더 강화하기 위해 인신공양 이후 이벤트로 하나 추가해본거.

722 헬렌 - 진행 (Wtt.Lj77Ok)

2024-11-24 (내일 월요일) 23:15:01

@@>>720
헬렌은 페로의 설명에 차마 그 사람이 정령사라고 말할 수 없었다. 같은 사람 취급이고 싶지 않아.........

‘이 정도 일줄은 몰랐어......’

확실히 헬렌은 우물 안 개구리, 온실 속 화초처럼 살아오긴 했다. 어쨌든 암허슈트가 로지의 입을 막아버린다. 그리고 이번엔 페로가 묻는다.

헬렌은 일단 잠시 고민한다. 아니, 집안에 돈이 없어서 그란 투리스모를 할 형편이 안 된다고 말하기에는 부끄럽다. 그럼에도 헬렌은 솔직하게 이야기한다.

“어머니가 불치병으로 아프셔서 천문학적인 돈이 들어가고 있거든. 나라도 어떻게든 해서 돈을 벌거나 어머니를 낫게 할 방법을 찾아보려고 일단 나온 거야.”

어쨌든 그런 귀한 돈을 페로가 훔쳐갈 뻔한 것이긴 했다. 뭐, 어머니가 아프다는 사실은 로렌스가에서 수 많은 의사와 치료사를 불러들이고 온갖 효과가 있다는 약재들을 사들이면서 소문이란 소문은 다 났기에 숨길 것도 없겠지만.

“사실 앞으로 어디로 가야 할지 계획도 없어. 일단 수도 쪽으로 향하곤 있는데... 나는 할 줄 아는 게 제대로 배우지 못한 정령술 밖에 없고. 오늘 뼈져리게 느꼈지만 혼자서는 제대로 할 수 있는 게 없다는 생각이 들어서.... 게다가 네가 오늘 함께 싸워주고 치료도 하는 걸 보면서.....”

헬렌은 얼굴을 빨갛게 물들이며 말한다.

”혹시 다른 일이 있는 게 아니라면, 나랑 같이 다니지 않을래? 그, 동료 제안 같은 거야.”

헬렌은 페로에게 다짜고짜 파티 신청을 했다.

723 아앨라나 - 진행 (s0FDAd/9JU)

2024-11-25 (모두 수고..) 22:41:26


@@ >>721

저의 시도는 자체는 정상적으로 된 것처럼 보였지만 그 과정에 있어서는 달랐어요. 어쩐지 이번에 바위를 움직이는데 뭔가 잘못된 것이 있었어요. 그래도 할 수는 있으니 어떻게 해서 피하더라도 크기가 되는 만큼 움직임을 방해하거나 부수적인 피해를 주는 것은 할 수 있겠지요

저는 이 현상이 저 돌의 눈을 품은 야수의 마력을 띈 불길한 돌, 마석 사이에 마력 간섭으로 흐름의 충돌이 그런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이것이 저 마석의 유별난 점이겠지요. 야수가 다가올 수록 마력의 흐름이 예전과는 다르게 느껴져요

"넬루 씨, 가능하다면 저 야수의 힘을 줄이기 위해서는 그 눈에 자리하고 있는 돌을 우선적으로 치는 것이 좋을 거에요. 뿐만이 아니라 제가 마법을 쓰는데 방해가 되는 것 같아요"

저는 지금의 상황에 대해서 다시 그녀에게 그렇게 외쳤어요. 마석이란 마력이 응집되어 끌어내고 머금은 돌과 같아요. 그렇다면 드레인 능력을 최대한 사용해서 마석으로부터 마력을 강제로 누출해서 뺏어오는 것을 해볼 수도 있을 거에요. 마석에 깃든 마력이 줄어들 수록 간섭은 줄어들고 저에게는 이득이 되겠지요. 아직은 확신이 들지는 않지만 제가 추측한 것이 맞다면 이에 맞춰서 행동한다면 대처할 수 있을 것 같아요

"그 말씀은 즉, 봉해진 모습에 대해 말하시는 것이지요? 그 필요하신 피는 몇 방울이면 충분한가요? 지금 바로 얻을 수 있는 것이라 한다면 한가지가 떠오르네요"

거기에서 첨언하는 가말라시엘 님의 말에 그렇게 물어보며 말했어요. 그 말에서 유추해 본다면 가말라시엘 님은 지팡이 속에 감춰진 일면을 들어내고자 힘을 쓰려는 것일 거에요. 그때 이후로 좀더 적극적이시라고 해야할까요. 다만, 그 결과는 빠르고 확실할 거에요. 그럼, 그것을 실현하고자 한다면 제 자신의 손가락에서 째서 조금 피를 몇 방울 떨어내면 될 것 같았어요. 하지만... 정말로 그렇게 해도 될지는 모르겠네요

724 ◆MjRAeKhiz2 (djTWwqLb8I)

2024-11-25 (모두 수고..) 23:37:39

>>722
"워우."

페로는 눈을 끔뻑이고 자기가 들은 말이 맞나 다시 확인합니다. 분명, 헬렌은 그렇게 말했습니다. 같이 다니자고... 같이 다니면서 일 좀 해보자는 이야깁니다. 별 기대 없이 대답이나 하면서 젯밥이나 주워먹던 페로는, 헬렌을 바라보더니 잠시 고민합니다. 고민 끝에 고개를 푹 떨군 페로는 어깨를 으쓱거리더니, 다시 헬렌을 올려다봅니다. 그 페로의 눈망울은 금방이라도 눈물이 새어나올 것처럼 벙글벙글합니다. 페로는 울먹거리는 목소리로... 이야기합니다.

"다, 다른 곳에서는 다 안 됐는데... 상단에서는 딱 봐도 도둑 고양이라 그러고... 경비대도 범죄자는 안 받는다 그러고... 베르누 수색대도 탈락했는데... 나... 나..."

페로는 헬렌의 손을 탁 붙잡고 이야기합니다.

"사실 저도... 비슷한 느낌이에요. 원래 살던 혈족이 쫓겨나면서 어떻게 살지 고민하다가... 각자 방법을 찾아서 뿔뿔이 흩어졌거든요. 그런데... 백작가 영애의 부하로 들어간다면..."

수인들은 쉽게 차별의 희생양이 되고, 개중에서도 특히 이미지가 안 좋은 펠리네 수인이라면 뭐... 말할 것도 없을 겁니다. 페로는 헬렌의 제안에 더 말할 것도 없이 고개를 끄덕입니다.

"...네."

로지와 암허슈트가 양 옆에서 각각 조언하는군요.

"아가씨, 논리적으로 보면, 아직 아무것도 약속하지 않았어요."

"아가씨. 상대는 지금 소름돋을 정도로 아주 많은 것을 아가씨에게 기대하고 있습니다."

725 ◆MjRAeKhiz2 (djTWwqLb8I)

2024-11-25 (모두 수고..) 23:54:10

>>723
'그렇게 많을 필요가 없습니다. 중요한 건 피의 양이 아니라, 그 피를 흘리는 이의 마음입니다. 바라지 않는 자의 피로 이룬 바다보다, 바라는 자의 피 한 방울이 더 좋은 법.'

가말라시엘의 이야기는 그렇습니다. 아앨라나가 가말라시엘의 현현(顯現)을 마음 속으로 허락하고, 그 마음을 전하는 의미로 지팡이에 피를 한 방울이라도 흘려 넣으면 된다는 겁니다. 그러면 지팡이를 정당히 소유한 이가 잠시 봉인을 풀게 되기에, 뭐 아무튼 그렇게 해서 가말라시엘이 풀려날 수 있다... 가말라시엘이 아앨라나의 머릿속에 갑작스럽게 주입하려 든 지식들을 간단하게 정리하면 그러합니다. 하지만 아앨라나는 그 지식들을 옆으로 치워놨습니다. 지금은 그딴 걸 생각하기에는 너무 상황이 좋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이 큰 곰을 저더러 어떻게... 하아..."

곰의 눈에 박힌 마석을 집중적으로 공격하라는 말에, 넬루는 원망하듯 아앨라나를 돌아봤다가 이내 자기가 싸워야 할 상대를 돌아봅니다. 어쩌겠습니까. 마법사는 아앨라나고, 넬루는 비마법사고, 앞에서 목숨 걸고 창칼로 싸우는 게 다른 플라베르흐 촌민들처럼 넬루가 살아온 방식인 것을. 넬루는 아앨라나의 말대로 창을 내지르며 곰을 도발하다가, 곰이 갑자기 몸을 앞으로 쑥 빼자 크게 소리를 지르면서 마석 쪽으로 창을 내지릅니다.

"이야아아악!!!!"


캉!


창이 마석을 내리치자, 곰은 고통스러운 듯 움찔거립니다. 그도 그럴 것이, 입장을 바꿔서 눈에 웬 돌덩이가 박혔는데 그걸 누가 때렸다면 끔찍하지 않겠습니까? 그 틈에, 아앨라나는 드레인으로 마석의 기이한 힘을 흡수하려고 합니다... 그리고 아앨라나는 눈을 부릅뜹니다. 우물로 비유하자면, 해봤자 빨래 하고 밥이나 짓자고 우물을 판다는 게 제방을 무너뜨린 것마냥, 엄청나게 거대한 마력의 파도가 아앨라나의 흉곽을 금방이라도 부수고 들어오려는 것 같습니다. 마력이 정제가 되지 않았건, 마력을 무식한 방식으로 압축했건... 아앨라나는 다시 한번 선택의 기로에 빠집니다.

가말라시엘의 제안을 받아들일지. 아니면 이 정신나간 마력 파동을 통제할 시간을 벌 다른 방법을 생각해볼지.

//오늘은 여기까지
많이 진행 못해서 ㅈㅅ

726 엘리 - 진행 (UTw/eB81lE)

2024-11-26 (FIRE!) 16:59:52

@@>>718

'목적은 아마도... 세계정복인가?'

이들의 이름을 듣자마자 든 생각이었다.

"아, 음."

그런 환상이 부서지기까진 얼마 되지 않았지만.

나야 평생 돈 걱정한 적이 별로 없었으니까 공감은 못 해주겠다. 그나마 쪼들린게 세스타우에 온 직후 쯔음이겠지만, 용돈도 널널하고 일을 처리한 후에는 풍족해져서 가축도 사가면서 여행했으니.

"고마워~ 난 낮동안 이 친구들이랑 잘 지내볼게"

밤에 언니의 분노를 감내해야 하는 건 감내해야 하는 거고. 미래는 어찌됐던간에 그들의 연구 중에는 꽤나 내 눈길을 끄는 것들이 있었으니깐

727 ◆MjRAeKhiz2 (VOWkT7kgao)

2024-11-26 (FIRE!) 21:08:10

>>726
"냉정히 말해, 이 사람들은... 버려졌습니다. 아무도 관심이 없죠. 저 위의 호르뮈셰 행정부도 그렇고, 방금 엘리자베스 아가씨를 죽이려 한 이들도 그렇고요. 그래도 이들이 지하수로에 죽치고 있는 게 고블린이나 랫킨보다야 훨씬 나으니 그냥 여기 살게 내버려두고 영원히 신경 끈 것 같습니다. 아마 여기서 30년 일한 경비병이란 놈들보다 여기 온 지 사흘도 안 된 제가 이 지하 수로 돌아가는 사정은 훨씬 더 잘 알 겁니다. 아, 그리고 한 가지 더... 일이 이렇게 될 걸 대비해서, 아가씨께서 알아서 처리하라고 명령하신 닭들은 이 친구들한테 넘기고, 대신 아가씨 몫으로 닭 피만 대신 빼서 어디다 보관해두라고 했습니다."

티호미르는 엘리에게 속삭입니다. 버려진 이들, 이라고 하는군요. 행색을 보면 척 봐도 그렇습니다. 돈 안 되는 연구, 주류에서 밀려난 연구, 말이 좋아 연구지 연구를 다른 것으로 바꾸면 인간사 어디라도 다 적용될 이야기입니다. 다만 여기는 학문에 대한 열의, 호르뮈셰라는 학술도시 특성상 '학술'에 재활용할 수 있는 쓰레기를 많이 주울 수 있는 환경, 그리고 외부인에게 딱히 적대적이지 않은 연구자 특유의 분위기 때문에 특수하게 이 집단이 유지되고 있는 거겠죠. 엘리는 티호미르가 떠난 뒤에, 주변을 둘러봅니다...

"어디보자, 이번 발광이끼는 지난번 117번 실험 표본에 비해 120%나 밝아..."

"뭐라고? 그럼 그걸 얘기를 했어야지! 내 버섯 실험 조건의 동일성이 엉망이 됐잖아!"

지하수로 천장에는 세스타우에서 보았던 것과 비슷한 발광이끼가 들러붙었는데 훨씬 거대한 군체를 이루고 있고, 그 아래에는 허름한 복장의 연구자들이 모여서 각자의 연구를 하거나 식사를 하고 있습니다... 마침 엘리가 티호미르한테 떠넘겼던 닭들을 탕탕 썰어서 가마솥에 집어넣고 끓이고 있는 이들이 보입니다. 그들의 뱃속에서 나는 꼬르륵 소리로 합창단도 꾸릴 기셉니다.

"헤헤, 고기다. 고기!"

"그나저나 뱀파이어 하수인이라던데 괜찮을까? 요즘 위에 이단심문관들이 극성이란 말이 있던데."

"뭐 어때. 아무튼 오랜만에 이거도 연구 예산이라고 들어왔는데."

그리고... 아무리 살기 위해서라지만, 엘리가 보기에는 좀 눈살 찌푸려지는 광경도 나옵니다.

"야, 잠깐만!"

누군가 지하수로에서 사는 미꾸라지인지 물뱀인지를 잔뜩 집어넣고, 옆에서 가재를 집어넣고, 누군가는 귀한 거라며 생선대가리를 집어넣는데, 앞의 둘이야 그렇다쳐도 마지막에서는 엘리가 살기 위해 이런 짓까지 해야 하나... 라는 생각을 하게 만듭니다. 아무튼 그건 그거라 생각하는데, 누군가 엘리를 부르는군요.

"아, 이번에 저희 논까사를 방문하신 분이 뱀파이어 귀족 아가씨라 들었는데 사실이군요. 환영합니다!"

화분을 들고 있는 어린 연구자가, 태연하게 말합니다.

"혹시 비료 만드는 실험에 동참해주실 수 있을까요? 여러 비료 레시피를 시도하고 있는데, 이번에 이론상으로 효과가 있을 거라 예측된 조합에 뱀파이어의 머리카락이나 손톱, 피 약간이 들어가거든요!"

...좀 있으면 일족 영지 쳐들어가서 관짝 파내고 뱀파이어 뼛가루가 정력에 좋다고 훔쳐가겠습니다그려. 아무튼 엘리는 이곳에서 낮을 보내야 할 것 같습니다.

728 헬렌 - 진행 (RlN3CHJGeo)

2024-11-27 (水) 19:35:30

@@>>724
헬렌은 페로가 눈물을 글썽이며 손을 잡아오는 것에 그 손을 마주 잡는다. 사연을 들어보니 안타깝기도 하다.

“부하까지는 아니구.......”

물론 같이 다녔다가 서로 잘 맞지 않거나 힘들어진다면 나중에 자신의 영지에 추천장 정도는 써줄 수 있다곤 생각하지만 말이다. 어쨌든 파티 신청은 승낙된 것 같다. 헬렌은 배시시 웃는다.

‘괜찮아. 동굴에서도 그렇고 서로 잘 맞을 것 같다는 느낌이 들어.’

물론 근거없는 느낌일 뿐이지만 말이다. 헬렌은 잡은 두 손을 흔들며 말한다.

“그럼 잘 부탁해. 아, 그런데 하고싶다던 말이 뭐야?”

생각해보니 할 말이 있다고 하지 않았던가?

729 크론 - 진행 (sF3sSBCtys)

2024-11-27 (水) 20:09:28

@@>>700

가까이서 보자니 더 가관이다.
괜히 왔나 싶다만..그래도 여기까지 왔다가 다시 뒤로 돌아가는 것도 모양 빠지는 일이고 뭐라도 해봐야지.

그렇게 결심했지만 보는 것도 가관이었는데 들리는 것은 한술 더 떠버리니 의욕이 꺾일락 말락한다.
아니 그냥 의욕을 도록 하자. 쟤는 일단 넘긴다. 그럼 둘이 남는데..

아무래도 어떻게 하면 좋을지가 명확한 상대가 보였기에 '크론'은 소녀를 따라 분수대의 물을 손으로 떠다 북극곰에게 뿌려준다.
물론 아무리 퍼부어도 별 의미는 없을 것 같지만..그래도 대화하는 동안만 수고를 해보지 뭐.

"좀 보태줘도 되겠지? 물론 이 분수에 이 친구를 통으로 넣어도 될락 말락일거 같긴 하지만."

경어를 쓸지 반말을 지 잠시 고민이 있었으나..일단 평어를 쓰기로 한다. 뭔가 느낌이 평어가 낫다.
//오랜만!

730 아앨라나 - 진행 (Uyh9QdW/SE)

2024-11-27 (水) 22:41:20


@@ >>725

"그렇겠네요, 존재를 얾매는 힘이란... 담아내도록 만들어진 것은 본디 그러한 것이겠지요"

저는 가말라시엘 님의 그 말에 그렇게 대답하여 말했어요. 예전부터 방법은 가까이 있었다는 거에요. 단지 그것을 바라보지 않았을 뿐이겠지요. 그것을 제가 실현한다면 지금까지 와는 얼마나 다르게 될까요? 무엇을 볼 수 있게 될까요? 여기서 저에게 드는 것은 새로운 것을 볼 수 있을 거라는 것이었어요

제가 외치고 이에 그녀가 저에게 보이는 표정에 조금은 잘못한 감정이 들기는 했지만 저는 그녀의 도움이 필요했어요. 그리고 그녀는 제가 부탁한 것을 정말로 해낼 수 있을 정도로 강인하고 숙련된 사람이에요. 그녀가 보여주었던 것으로 제가 믿었던 것처럼 그녀의 우렁찬 외침과 함께 창끝에 서린 일격은 마석에 닿았어요

저는 그때를 놓치지 않았어요. 그대로 제가 마석에 드레인을 사용하는 것 자체는 좋았어요. 다만, 그것에서 제가 생각했었던 것보다 훨씬 다른 것이었어요 그 강렬한 마력의 격류와 큰 반동에 저는 얼굴을 약간 찡그렸어요. 이 정도의 마력이 응축되어 이끌림이 있는 것이라고 한다면, 마력의 흐름이 이상했던 것도 이제는 이해가 되요

어떻게든 하기 위해서는 이번에는 저는 선택을 해야만 했어요. 그래서 저는 저의 몸, 옷가지를 더듬거리며 그 안에서 작고 짧은 칼집이 있는 은빛 칼을 찾아서는 손에 쥐었어요. 그것은 평소에 제가 약초나 버섯 같은 것을 따낼 때 사용하던 것이었어요

"지금부터는 안전하게 떨어져 있어 주세요, 이제 있게 될 일에 휘말리게 된다면 안되니까요...!"

혹시 몰라서 저는 또 다시 이번에도 그녀에게 외쳤어요. 저는 다른 손으로 칼날의 손잡이를 쥐고 그 칼집으로 칼날을 부터 꺼내 들어서는 저의 손가락 끝에 향해 살짝 찔러내고 따끔한 통각에 순간 주춤하면서도 손가락에서 피어오르는 붉은 방울을 지팡이에 흘러내 보았어요. 파도에 저항하며 나아가는 배가 되는 것인지 순풍을 받은 배와 같이 되는지 그것은 거기에서 제가 할 수 있는 것을 해야 하겠지요

731 ◆MjRAeKhiz2 (Xl2utBGeR.)

2024-11-28 (거의 끝나감) 09:57:26

>>728
"별 건 아니었고... 저도 눈치 보다가 그 이야기 하려고 했었거든요."

부하 되는 이야기. 라고 운을 붙입니다. 아무래도 쫓겨다니는 씨족의 일원에게 그렇게 시간이 많지 않을 테니, 기회가 딘다 싶을 떄 강한 사람에게 붙어서 제대로 일을 시작하려 한 것 같습니다. 그런 의미에서 보면, 페로의 입장에서 헬렌은 정말로 좋은 상대였을 겁니다. 페로는 왜 헬렌과 함께 일하고 싶었는지 조목조목 이야기합니다.

"백작 영애, 그러니까 귀족도 보통 귀족이 아니라 어지간히 심한 일이 아니면 적당히 넘어갈 수 있지, 하는김에 저도 아가씨 수행원으로 올라가서 그 이름값으로 적당히 묻어갈 수 있지, 게다가 백작의 이름값이 있으니까 당연히 더 큰 건수도 많이 들어올 테지..."

맞는 말입니다. 로렌스 백작가의 권위와 정령사로서의 명성이 아니었다면 광산 공략은 아예 받지도 못했거나, 오히려 죽으러 들어간다며 다들 앞장서서 뜯어말렸을 일이니까요. 페로는 잘 됐다는 생각에 고기를 잔뜩 뜯어먹으며 귀를 살랑살랑 흔듭니다. 잘 안 풀리던 취업 문제가 이제 해결됐으니, 지금 당장은 또 무슨 걱정이 있겠습니까? 페로는 자기 앞의 접시를 한번 더 비운 후, 헬렌에게 묻습니다.

"그런데 이제는 어디로 갈 거에요? 진짜 돈만 생각한다면, 동쪽 숲의 제재소 쪽에서 우드 엘프들 상대로 소탕전을 벌이고 있는데 거기가 잘 될 거고... 좀 더러워도 된다면 서쪽에는 늪지대가 있구요. 요즘 거기 트롤, 고블린들이 많이 나와서 다들 고생한대요."

// 코멘터리: 다음 씬 루트. 여기서 다음 동료를 누구 먼저 영입하느냐가 결정될 예정

732 ◆MjRAeKhiz2 (Xl2utBGeR.)

2024-11-28 (거의 끝나감) 10:07:47

>>729
"......"

소녀는 물끄러미 크론을 바라봅니다. 한참 동안 크론을 바라보다가, 크론이 하는 이야기를 듣고는 뭔가 깨달은 듯 눈동자를 밝게 비춥니다. 그녀는 바로 휘파람을 불더니, 북극곰의 목에 걸려있던 형형색색의 알록달록한 밧줄을 붙잡고, 북극곰을 분수대 안으로 당깁니다. 북극곰은 영문도 모른 채로 어리버리하다가 일단 소녀가 시키는 대로 들어가더니, 그대로 안에 풍덩 빠져버립니다. 풍덩! 유레카를 외친 한 고대 학자가 생각나는 광경, 문자 그대로 작은 오두막만한 북극곰이 분수 속에 그대로 드러누워버리자 분수대에 앉아있던 사람들이 전부 물 세례를 맞지만... 그래도 다들 아무런 반응이 없습니다. 추레한 마녀는 흘깃 북극곰을 보더니 다시 고개를 돌려 바닥에 방금 먹은 물을 뱉고 다시 앞을 바라보고, 정신 나간 남자는 놀랍게도...

"행복한 무덤. 그런데 머리가 어디를 보고 있지? 가슴은 왜 무릎뼈를 사랑하는 걸까? 돼지는 햇빛으로 구워..."

...방금 물을 쳐맞아놓고도,, 그의 아무 말이나 막 뱉어대는 출력에는 물과 관련된 내요이 하나도 나타나지 않습니다. 이거 아무래도 입력 자체가 고장났거나, 입력은 됐더라도 그게 출력과 제대로 연결이 안 되는 모양입니다. 아무튼 북극곰은 물 속에 통째로 들어가자, 당장이라도 죽을 것 같은 상황에서 일단 '버틸 수는 있는' 수준으로 있게 되었습니다. 한숨 소리도 한결 편해보이는군요.

"...."

꾸벅, 흰 눈 같은 소녀가 고맙다는 듯 크론에게 말없이 고개를 살짝 숙여 인사합니다.

733 ◆MjRAeKhiz2 (Xl2utBGeR.)

2024-11-28 (거의 끝나감) 10:14:25

>>730
피를 바치는 의식은 그동안 많이 했습니다.


많은 피를 바치는 건 아니었어도, 몇 방울의 피를 흘리는 정도의 의식은 마녀들이라면 다 배우고 집전하는 것이었으니까요.



그렇기에 아앨라나는 여러 용도 중 의식 용도도 있는 작은 칼로 손바닥에 상처를 내, 가말라시엘의 지팡이에 그 핏방울을 흘려 넣었습니다.





가말라시엘이 그토록 부르짖던 '바라는 자의 피' 한 방울.

가말라시엘이 누군지도 모르는 이들이나 가말라시엘을 증오하는 이들의 피로 이룬 강과 바다보다,몇백배 몇억배는 더 귀중한 성물(聖物).


'드디어.'


아앨라나의 시야가 암전하고 눈 앞은 형체를 구별할 수 없는 암흑만이 자리잡습니다. 그곳에서 유일하게 볼 수 있는 것은... 소용돌이치듯 하다가, 사악하게 웃는 인간의 얼굴로 변한 회색 악마입니다. 악마는 자신을 그동안 믿고, 자신의 현현을 도와준 '사도님'의 머리를 한번 가볍게 쓰다듬고는... 자신의 충실한 사도에게 정중히 부탁합니다.

"무슨 소리가 들리더라도 눈을 뜨지 마십시오. 명령은 아니고 부탁입니다만, 아마 제가 눈을 떠도 된다고 하기 전에 눈을 뜨신다면... 차라리 명령하지 그랬냐고 절 원망하실지도 모릅니다."

...라고 말하고는, 아앨라나의 눈을 자신의 거대한 손으로 감긴 채 아앨라나의 시야에서 악의 어둠을 거둡니다. 아앨라나는 본능적으로 눈을 뜨면 앞을 볼 수 있겠다는 걸 깨닫지만... 앞에서 끔찍한 소리가 들립니다. 아앨라나의 눈은 가려도 넬루의 눈은 가리지 않았는지...

"어어... 저거... 저거 뭐야?!"

"끄억?! 쿠어워어어어어얽!"

철퍽! 푸쟉! 빠각! 팍! 싸운다기보다는, 마치 푸줏간에서 고기를 도살하는 듯한 소리와, 못 볼 걸 본 듯한 넬루의 비명소리가 들립니다...

이거, 눈을 떠야 할까요?

734 엘리 - 진행 (3DilHgWyAA)

2024-11-28 (거의 끝나감) 11:40:17

@@>>727

"그, 그게 무슨 이론인지는 모르겠지만. 응. 받아둬. "

도대체 어떤 이론이 연구가 본격적으로 이루어지지도 않았을 뱀파이어의 신체 부위의 효능을 뒷바침한다는 것인가. 그다지 어려운 부탁은 아니니까 구태여 거절하지도 않았지만.

'이게 버려진 이들의 삶이구나...'

나도 그런 사람들이 존재한다는 '사실'을 모르진 않았다. 다른 사람들은 나를 머리에 꽃밭이 들어찬 녀석으로 볼 수 있겠지만, 일단 알고는 있는 것이다. 그냥 멋대로 살아서 그렇게 보이는거지.

하지만, 아는 것과 직접 그들과 부대껴 사는 건 느끼는 바가 다를 수밖에 없었다.

"뭐, 잘 지내보자~"

그렇지만 아무런 열의도 꿈도 없이 죽어가는 것보다, 이렇게 꿈을 위해 노력할 수 있는 건 좋은 일이라고 생각했으니까.

735 헬렌 - 진행 (IFaKXkiJY6)

2024-11-28 (거의 끝나감) 15:15:24

@@>>731
물론 부하, 라고 생각하진 않지만. 아무래도 동료라는 말이 페로에게는 부담스러울 수 있다고 헬렌은 생각이 들었다. 신분차라는 것이 원래 그런 법이니까. 뭐어. 어쨌든 파티의 리더 격은 자신일테니 잠시간은 그렇게 생각해도 상관 없나, 싶기도 했고.

어쨌든 페로가 이어서 말하는 것은 확실히 맞는 말이었기에 고개를 끄덕인다. 어쨌든 잘 먹는 모습을 보니 기분은 좋다. 헬렌도 음식을 먹으면서 배를 채운다.

“음....... 아직은 대인전으로 정령을 쓰긴 미숙하고 부담스러워서. 좀 더럽더라도 서쪽으로 가는 편이 괜찮지 않을까 싶어.”

헬렌은 용병들을 제압하려다가 반 죽음으로 만들어 놨던 것을 떠올리며 고개를 저었다. 게다가 제재소와 우드 엘프가 싸우고 있다고 한다면 확실히 벌목 문제이겠지... 자연으로부터 수익을 얻고 그것들을 보살피며 살아가는 로렌스가의 사람으로 어느 쪽 편을 들기 남감한 느낌일 것 같아 돈만 보고 당장 가기에는 조금 염려스럽다. 헬렌의 성격 상 몸이 더 고생하는 편이 낫다고 보는 모양이다.

736 ◆MjRAeKhiz2 (3J1nQixpok)

2024-11-28 (거의 끝나감) 17:53:09

>>734
싹둑

말이 떨어지기 무섭게, 엘리의 은빛 머리카락은 붉은색과 초록색의 녹에 색색이 잡아먹힌 가위에 서걱 하고 한 움큼 잘려나갑니다. 찔려서 피 나는 것고다도 덧나는 것과 파상풍이 더 두려운 무시무시한 가위를 한손에 든 그녀는 헤실헤실 웃으며 감사를 표합니다.

"감사합니다! 뱀파이어님!"

어느새 손톱을 보면 엘리의 손톱도 끝단이 잘려 깔끔하게 다듬어져 있습니다. 생살을 찢어발기는 손톱을 자르기는 쉽지 않을텐데 마모가 진행된 끝단이고 그리 많이 자른 것도 아니기에 가능했던 것 같지만... 그래도 소름돋는건 어쩔수 없습니다. 그래도 소름돋지 말라고 당장 뱀파이어 당사자인 엘리자벅스 바토리 블라드 체페슈가 들으면 코웃음을 칠만한 헛소리를 늘어놓습니다.

"자, 이제 이걸 빻아볼까...아니면 심어볼까..."

아무튼 엘리가 돌아서면, 이번에는 책가방을 멘 이가 동전이 든 모자를 든 채 엘리에게 구걸 바가지 내미는 거지마냥 내밉니다.

"이번에 전공서적 공동구매를 진행하는데 돈이 부족해서요... 학술 발전을 위해 염치 불구하고 한 푼 부탁드릴수 있을까요? 내키지 않으신다면..."

급기야 팔소매를 걷어 보여줍니다.

"피라도 팔겠습니다. 그래도 더러운 건 안 먹었어요! 요즘은."

네, 요즘은 말이죠.

737 크론 - 진행 (9tEoQKMuuU)

2024-11-28 (거의 끝나감) 18:11:26

@@ >>732

아니..그냥 한 소리였는데 진짜 분수에 들어가도 되는 건가.

그래도 물을 뒤집어쓴 애들도 별말이 없는 걸 보면 딱히 문제가 없는 일인가.
아니 쟤들을 기준으로 삼아도 될 리가 없나.

당장은 분수에 들어가도 되는가 아닌가는 중요한 문제가 아니다.
자신에게 더 중요한 것은 어찌 되었든 뭔가를 얻어내는 것.

그렇다면 아무튼 내 이야기가 통한 것이니 뭐라도 이야기를 이어갈 필요가 있다.
'크론'은 자신을 향해 고개를 숙여 인사하는 소녀를 향해 말을 건다.

"일단 어떻게든 된 거 같아서 다행이네. 그나저나 이 친구는 이름이 뭐야?"

소녀의 이름보다 곰의 이름을 먼저.
뭐가 되었든 저 곰을 매개로 활용하는 편이 나을 거 같다.

738 ◆MjRAeKhiz2 (wUxfP6ggew)

2024-11-28 (거의 끝나감) 19:02:17

>>735
쫑긋쫑긋, 페로의 고양이귀가 헬렌의 이야기를 듣고 파닥거리더니 고개도 귀를 따라 파닥거립니다. 페로는 이리저리 떠돌아다니며 주워들은 지식과, 그래도 용병 일을 먼저 시작하면서 주워들은 경험을 바탕으로 서쪽 늪지에 대한 정보를 이야기해줍니다.

"네에. 아가씨. 서쪽 늪지는 그... 진주 늪지라고 해서 냇가진주가 서식하는 데거든요. 그, 저 멀리 검은 숲의 냇가진주보다는 조금 못해도 돈이 되는데... 최근에 여기에서 식인게랑 고블린 같은게 갑자기 준동해서 여길 소유한 바르부트 부인이 조사단을 꾸리고 있대요. 그래서, 아가씨는 특이한 재능이 있으니 돈은 좀 못해도 대접은 잘 받을 거에요. 그리고, 그..."

페로는 헬렌이 쓰는 특등실의 방음 성능도 못미더워 조용히 속삭입니다. 그럴 만한 내용입니다: 바르부트 부인은 어지간한 귀족도 찍어누를 떼돈을 벌었는데 계급이 못 따라가는 요즘말로 '자본가' 나쁜말로 '졸부' 냉정한말로 '평민'이라 귀족과 식사하는 등 격식을 높일 기회를 동경한다네요.

"...그러니까 뭔 말인지 아시죠? 천탈러어치 면죄부를 말 한마디로 갚는다는 말이 있잖아요. 아가씨라면 사교도 배웠으니까 잘 할 거에요. 그런데..."

...쫑긋쫑긋, 페로의 귀가 낮게 깔리고 페로는 신발 속에 숨겨놨던 주머니칼을 꺼내 펼칩니다. 그새 세로로 쭉 째진 그녀의 눈동자는 문 너머를 노려보다 이내 문 쪽으로 달려가 문 경첩 방향, 즉 문이 열리면 자연스레 침입자의 사각이 되는 쪽에 몸을 숨기고 주머니칼을 위로 겨눠 언제라도 성인 남성의 목에 휘둘러 찌를 수 있게 준비합니다. 암허슈트도 헬렌의 어깨에 손을 얹어 등골을 전율로 절여버립니다.

"즐거운 식사시간을 방해해서 죄송합니다만, 문 너머에 쇠의 무거움과 날붙이의 서늘함이 느껴집니다."

739 ◆MjRAeKhiz2 (wUxfP6ggew)

2024-11-28 (거의 끝나감) 19:32:10

>>737
"......"

소녀는 크론을 물끄러미 바라보다가 내려놓은 가죽 가방에서 한참 뒤적거리더니 거칠고 두꺼운 목판(木板)과 흰색 분필을 꺼내고, 작은 입술은 꼭 다문 채 분필로 사각사각 큼지막한 직선과 곡선을 목판 위에 그려 글을 쓰고는 크론에게 보여줍니다.

'안타르크티스'

...이거, 크론이 타고난 머리로 어깨너머 글자를 배우지 않았다면 이름도 모를 뻔했습니다. 한참 동안 글자를 읽게 둔 소녀는 다시 목판을 돌려 박박 지우고 무언가를 씁니다.

'나의 이름은 솔러입니다. 당신 이름은 무엇입니다?'

상당히 어색한 말투지만... 문법상 문제는 없긴 하군요. 이 소녀, 말을 못하는 걸까요?

740 헬렌 - 진행 (IFaKXkiJY6)

2024-11-28 (거의 끝나감) 22:52:50

@@>>738
확실히 페로의 말을 들어보니 그곳으로 가는 게 나아보이긴 한다. 식인게랑 고블린 같은 거라면 정령이 말을 이해하지 못해 학살이 된다고 한들 문제가 될 것 같지도 않고. 바르부트 부인과의 친교를 통해 이득을 취할 수도 있을 것이었다. 물론 귀족의 체면이라는 것도 있겠지만 사실 돈 앞에서 체면이 무슨 소용이겠는가.

그렇게 페로와 대화를 하며 다음 목적지를 구상하고 있는데 페로, 그리고 암허슈트의 반응이 날카로워진다. 등골에 전율이 흐르며 헬렌은 몸을 딱딱히 긴장시키고 허리와 어깨를 더 편다.

“밖에 누군가요. 할 말이 있다면 들어와서 얘기하시죠.”

다행히 등허리에는 단검 하나를 차고 있었다. 페로와 암허슈트를 믿고 문 너머의 사람에게 존재를 알고 있음을 알린다. 암허슈트가 있으니 기습을 당할 염려는 하지 않는다. 헬렌이 눈이 날카롭게 문 너머를 향한다.

741 아앨라나 - 진행 (fTFg7hoHpc)

2024-11-28 (거의 끝나감) 23:18:24


@@ >>733

저의 그러한 동작이 이어져 맺어졌을 때, 저의 피가 지팡이에 떨어지는 그 순간에 저의 시야의 모든 것은, 몰려오는 폭풍과도 같은 어둠에 그 자체에 삼켜지듯이 감싸여 가려졌지만 일순간의 정적에서 저는 거기서 보았어요. 그 속에서 회색을 띈 빛이 아닌 빛을 지닌 존재가 있어요 위협적인 가시로 덮인 회색의 장미 꽃. 신비롭다고도 할 수 있을 그 모습에 어쩐지 저의 마음은 이끌림 자아내었어요

"그 모습을 저의 눈에 담게 되었네요, 저를 생각하고 위해서 하는 말씀이시니 그렇게 해야 하겠지요"

저는 머리의 쓰다듬을 그대로 받으면서 동시에 제 앞의 그 얼굴을 향하여 양 팔을 들어올려 손길을 뻗어 보이며 닿아보려 하면서도 곧이어 스스로도 모르는 사이에 희미한 미소가 섞인 채로 저는 담담히 눈을 감아 보았어요

그리고 들여오는 그 소리는 사냥한 짐승을 먹기 위해서는 거쳐야만 하는 과정으로 그 육체를 해체하는 과정을 연상하게 하지만 실제로 그렇지 않아요. 왜냐면 실제로 손질은 이렇게나 선명하고 과장되게 울리는 소리를 만들어 내지는 않으니까요. 회색을 품은 존재는 분명 소리조차 속여볼 수 있었겠지만 그렇게 하지 않았던 것이겠이요. 지금부터 할 것에 비하면 그것에 소모할 힘 같은 것은 낭비와 무의미한 행위에 지나지 않을 것이니까요

어둠 넘어에서 넬루의 비명소리가 들려왔어요. 그녀에게는 미안하게 되었네요. 그래도, 다행인 점이 있다고 한다면 그녀는 충격을 이겨낼 만큼 강한 마음이 있을 것이라는 정도이겠지요

742 ◆MjRAeKhiz2 (CTTCrPtUU.)

2024-11-29 (불탄다..!) 22:58:35

>>740
똑, 똑, 똑... 문을 세번 노크하고 문 너머의 상대가 조심스레 문을 엽니다. 문을 열면... 헬렌이 무엇을 예상했건 간에 정말로 예상과는 다른 이가 문 너머에 보입니다. 화려하고 멋들어진 옷을 입고 그 위에 흉갑을 걸친 신사가 안을 슬쩍 보더니 옆으로 비켜서고, 옆으로 비켜서면 단정하게 차려입은 척 봐도 높은 직위의 행정관이나 입는 옷을 입은 젊은 여성과, 그 여성 뒤에 있는 경비병들이 눈에 띕니다. 신사는 레이피어를 차고 있고, 경비병들 역시 칼과 철퇴 등 다양한 무기로 무장하고 있으니 암허슈트의 경고가 틀린 건 아니었습니다. 젊은 여성은 앞으로 나오더니 고개를 꾸벅 숙입니다.

"무례에 사과드립니다. 헬렌 이블린 로렌스 백작 영애님. 저는 은광과 그 주변 마을 관리를 모렐 남작님께 위임받은 서기관 예멜입니다. 다름이 아니라..."

...이런, 은광을 이야기하는 걸 보니 설마 따지러 온 걸까요?

"...최근 영애님의 탐사를 통해 해당 은광맥에서 유황 광맥과 수맥이 존재함이 입증됨에 따라, 사정청취 후 발견자에 대한 포상 등 적절한 조치를 밟고자 방문케 되었습니다. 곧 떠날 수도 있다는 소식을 들어서. 모렐 남작님께서 직접 찾아뵙고자 하셨으나, 현재 남작부인께서 난산을 겪으신 후라 경황이 없으신 점 양해 부탁드립니다."

...다행히도 아니군요. 다만 페로한테는 다행이 아닌 것 같습니다.

"영애님께서는 백작가 규수이신만큼 온건하고 이성적인 대화와 사교의 예를 아실 것으로 믿어 의심치 않으나... 현재 동행하고 있는 이 펠리네 수인 시종도 그러할지는 심각하게 의문이 듭니다. 그러므로, 조사가 진행될 동안만 저 시종의 무장 해제를 명할 것을 요청드립니다."

서기관은 그렇게 말하고, 옆에 서 있던 신사는 당연하다는 듯 문간에 숨어있던 페로에게 손바닥을 탁 펼쳐 페로에게 무기를 내놓으라고 하는군요... 다른 사람이라도 이랬을지, 아니면 페로가 펠리네 수인이라 이 모양인지.

743 ◆MjRAeKhiz2 (CTTCrPtUU.)

2024-11-29 (불탄다..!) 23:26:53

>>741
얼마나 오랜 시간이 지났을까요. 아니면 얼마 지나지 않았을까요? 곰의 비명은 힘없이 잦아들다가 어느 순간부터 더 이상 들리지 않았고, 넬루의 공포에 질린 숨소리만 가끔씩 들려옵니다. 아앨라나의 귀를 가득 채운 것은 철퍽, 철퍽, 하는 고기를 발골하고 ㅓㅇ형하는, 인간이 곰 앞에서 듣기는 힘든 소리들뿐입니다. 그러다가 어느 순간... 가말라시엘은 아앨라나에게 눈을 떠도 된다고 허락합니다.

"이제 눈을 뜨셔도 됩니다. 사도님."

그리고 어둠 속을 헤매던 아앨라나의 시선이 다시 빛을 맞이하면... 빛은 아앨라나에게 붉은색으로 물든 숲을 보여줍니다. 분명 곰이 있었을 자리는 웬 핏덩이가 좀 걸린 커다란 갈비뼈 하나만 떨어져있고, 그 갈비뼈를 중심으로 사방의 나무와 수풀에 피가 잔뜩 묻어있습니다. 그 나무에는 노란색의 지방이 엉겨붙어 있거나... 힘줄이 있거나... 그나마 알아볼 수 있는 건 눈알 정도군요... 그리고 다른 쪽을 보면, 허어억, 흐으윽, 하면서 벌벌 떨고 있는 넬루가 보입니다. 넬루는 창을 꼭 껴안은 채 전의를 상실해서는 알 수 없는 말을 중얼거리고, 아앨라나가 다시 앞을 보면...

"도와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사도님."

...얼굴도, 피부도, 눈도, 코도, 귀도, 입도 없이, 오직 검은색의 연기로만 이루어진 기이한 형체가... 아앨라나를 바라보고 있습니다. 그것에는 어떤 실체도 없지만... 그녀는 그 흐름에서 본능적으로 얼굴을, 표정을, 감정을 읽어내고, 가말라시엘이 자신을 치하하고 있음을 눈치챕니다.

"옛날에는 굳이 이럴 필요도 없이 자유롭게 바깥을 돌아다녔는데! 그러다가 너무 나댄 놈이 있으면 이렇게 손도 좀 봐주고 말입니다. 뭐어, 그래도 절 믿고 도와주신 사도님의 뒤통수를 칠 순 없으니 이제 들어가야겠지요. 하지만... 다음 번에는 좀 더 부탁드리겠습니다."

...라고 말하더니, 가말라시엘은 아앨라나의 눈 앞에서 형체를 잃고는 지팡이 속으로 빨려 들어갑니다.

744 헬렌 - 진행 (/m.lW91ry2)

2024-11-30 (파란날) 15:41:29

@@>>742
헬렌은 날카로운 시선으로 무장한 이들과 서기관이라는 예멜을 바라보다가 그 말을 잠자코 듣는다. 헬렌은 확실히 제가 백작가를 나오기는 했나보다 하는 생각을 해버린다. 이런 대접을 받다니. 무례함에 화가 날 지경이다.

“페로. 내 뒤로 와.”

헬렌은 자리에서 일어나 앞의 이들을 찬찬히 바라보며 말한다.

“곧 떠날 수도 있다는 소식을 들었다면 전령을 보내서 의사를 물어보고 시간을 잡는 것이 옳지 않나요? 게다가 다짜고짜 완전무장을 한 채 찾아와 제 동료를 비하하고 무장 해제를 요구하다니. 마치 죄인을 심문하려는 태도로 보이는데. 이는 남작님의 뜻인가요?”

헬렌의 눈빛이 차갑다. 무장을 한 채로 방까지 찾아와 식사를 방해한 것도 어처구니가 없는데 이러한 태도라니. 백작가의 위상이 떨어진 것인지 자신이 만만하게 보였는 것인지 심히 의문이든다. 멋모르는 백작 영애라고 제멋대로 다룰 수 있다고 생각하나 보지?

745 ◆MjRAeKhiz2 (EY6M3kSOug)

2024-11-30 (파란날) 20:04:04

>>744
페로는 신사의 펼친 손바닥을 탁 쳐내더니, 경비병들 사이를 요리조리 빠져나와 헬렌 뒤에 섭니다. 그리고 특유의 유연한 온 몸을 흐느적거리며 해파리마냥 나풀거리더니 베ㅡ하고 혀를 내밀며 남작의 부하들을 도발합니다. 이 사회는 냉혹한 계급과 인종차별이 엄존하는 페로는 그걸 피할 길이 없습니다. 하지만 이들도 다르지 않죠. 행정관은 옷매무새를 다듬더니 일단 사과로 이야기를 시작합니다.

"식사 시간을 방해한 것은 죄송하게 생각합니다. 동행한 고양이... 아니, 부하분도 역시 영애님의 높은 안목으로 잘 뽑으셨을 텐데 감히 의심한 점 죄송합니다. 하지만, 저희에 대한 첫 인상이 좋지 않으신 것과 별개로, 여기 왔으니 해야 할 일을 하겠습니다."

...뭐... 그렇다네요.

"헬렌 영애님께서 은광을 점거한 도적을 소탕하기 위해 몸소 나서주신 용단은 감사드리고, 그 과정에서 새 수원과 유황 광맥을 발견하신 공로 역시 감사드리나... 그 과정에서 은광이 최소 1년 이상의 복구 공사를 요하는 수준으로 파괴된 것에 대해 남작님께서 깊은 유감을 표하셨고, 이에 대해 적법한 절차에 따라 배상을 탄원하는 바입니다."

돈 달라는 얘기고, 구체적으로는... 은광의 1년치 수입이나 복구 비용의 10분의 1. 헬렌이 서명한 지불보증도 받는다는데... 로지가, 암허슈트가 헬렌에게 말합니다.

"제 도움 청할거면 저기 꿀이랑 파이 있죠? 저거 많이 드시고 술은 입도 대지 마세요. 술 들어간 사람 머리만큼 힘든 것도 없어서."

"아가씨. 제게 이 엘 뇌르즈 와인 한 잔을 아가씨의 미각을 빌려 맛보게 해주신다면, '섭섭잖게' 도와드리겠습니다."

그 와중에, 벽에서 스며나오듯 노파 형태의 정령이 튀어나오더니 벌컥 화를 냅니다.: 바바 페흐입니다.

"겨우 쥐새끼 벌라지새끼 다 쫓아내고 이제 조용하다 싶더만 어떤 불상놈의 년놈들이야?!"

...셋 중 누구한테라도, 아니면 알아서, 한번 잘 해결해봅시다.

746 아앨라나 - 진행 (j9GVeEijpM)

2024-11-30 (파란날) 20:20:48


@@ >>743

야수가 울부짖는 소리는 얼마가지 않아서 줄어들면서 곧 사라졌어요. 거기서 들려오는 소리라고 한다면 넬루의 목소리가 그녀가 내쉬는 가냘픈 숨소리와 마치 살덩이들을 일부러 과격하게 소리를 내며 찢는 듯한 것이었어요. 토끼 같은 것을 손질하는 것과 다르게 고기를 썰어내는 것에도 이렇게까지 들려오는 것은 묘하네요

그래서 저는 가말라시엘 님의 그 말에 감았던 두 눈을 서서히 떠 세상을 바라보기로 했어요. 그러면 숲은 붉게 물들어 있었어요. 주위를 둘러보면 독특한 취향이 없는 이상 불쾌하다고 할 수 있을 거에요. 저에게는 그 뿐이네요. 이 색들은 빗방울이 씻겨 줄 것이고 남겨진 부스러기들도 숲의 생물들이 가져가 줄 거에요. 그렇게 하면 희미한 흔적만 남겨지게 되고 이후에는 그 조차 남지 않을 거에요

넬루의 상태가 너무 심하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그녀에게 거리를 좀 두라고 하는 것 뿐만이 아니라 아무것도 보지 말라고 부탁해야 했어요. 아! 문뜩 떠오른 생각이 있어요. 그녀가 끔찍한 기억으로 고통 받는다면 그 기억을 지워주는 걸 해보는 것은 어떨까요? 그녀의 상태를 좀 더 지켜보아야겠어요

"서로 돕기로 했으니까요. 저는 듣게 되었고 상황도 그렇게 되었으니 그래서 제가 할 수 있는 것을 해보았어요"

저는 가말라시엘 님이 저에게 그렇게 말해주시는 것에 저는 눈웃음을 지어보이고는 그리 대답해주었어요. 어둠으로 채워진 안개와도 같은 그 형상으로도 저는 알 수 있었어요. 전부터 함께 함에 있어 얼굴은 없었기에 완전히 다른 것은 아니에요. 다른 때보다도 기뻐하고 있음을 느껴지고 알 수 있다는 것이에요

"서로를 향해서 믿어주고 그에 맞는 행동을 이어간 것처럼 이후에도 그리해야겠지요"

이어지는 가말라시엘 님의 그 말에 저는 고개를 끄덕이며 그리 말했어요. 과거에는 이런 상황이 몇 번이고 있게 되었던 것일까요?

그렇게 해서 이제 저는 한 때 흉포한 야수가 있었을 자리에 남겨진 피의 웅덩이에 다가가 보았어요. 야수의 눈을 차지하고 있었던 그 묘한 마석도 같이 파괴된 것일까요? 좀 더 둘러보거나 아니면 가말라시엘 님에게 물어볼 수도 있을 거에요

747 ◆MjRAeKhiz2 (xeT3jJfktQ)

2024-12-01 (내일 월요일) 08:41:30

>>746
'항상 감사합니다. 사도님. 그동안 저를 주웠던... 아니, 저를 만났던 많은 사도들 중에 아앨라나님이 가장 친절하고... 가장 이성적입니다.'

그렇게 이야기하면서, 아앨라나는 울고 있는 넬루를 뒤로 한 채 곰...이었던 피웅덩이에 가까이 가봅니다. 가말라시엘이 개박살냈을 그 곰에게서 유일하게 남은 것은... 불길하게 빛나던 그 마석뿐입니다. 그리고 그 마석은 닿는 것들을 사라지게 만드는 건지, 아니면 뜨거워서 핏방울을 증발시키는 것인지, 덩그러니 놓여진 갈비뼈 위에 맺힌 핏방울이 뚝뚝 떨어질 때마다 치이이이... 하는 소리를 냅니다. 그리고 앨리스의 아래에서 수학한 아앨라나는 이 마석이 품고 있는... 정확히는 모르지만 정말로 불길한 기운을 감지할 수 있습니다. 이미 드레인을 시도할 때부터 정말로 보통 마석이 아니란 건 이미 감지했지만 말입니다. 일단 눈으로 보아서는 이 정도가 한계일 것 같습니다. 그리고...

"우욱... 욱... 우웨에에에엑..."

숨 넘어가는 소리에 뒤를 바라보면, 공포와 역겨움을 참지 못한 넬루가 구토를 하고 있습니다. 만약 아앨라나가 세상사에 좀 덜 '초탈했다면' 가말라시엘에게 대체 뭔 짓을 했길래 애가 저 꼴이 났냐고 따졌을 수도 있을 정도로 심한 꼴입니다. 넬루는 어떻게든 제정신머리를 유지하려고 하지만 잘 안 되는 모양입니다. 가말라시엘은 흠... 하면서 그답잖게 눈치를 보더니 말합니다.

"베스니, 그 말 많은 음유시인이랑은 다르게 저건 기억을 지워주는 게 예의 같은데 말이죠."
// 미안혀 어제 기절잠했다...

748 헬렌 - 진행 (VJMEqa4f8o)

2024-12-01 (내일 월요일) 14:22:43

@@>>745
들어와서 무슨 이야기를 하려나 했더니 역시 제게 좋지 않은 이야기를 하러 온 것이 맞았다. 하긴 그러니까 저렇게 완전 무장을 한 채로 무기를 빼앗으려 했겠지. 내가 수틀려서 공격할 것을 대비했던 것일지도 모르고.

이런 상황에서 정령들이 도와주겠다고 나서는 것에 헬렌은 그래도 안도감을 느낀다. 게다가 바바 페흐까지 나타났으니 그 도움을 받는 것도 좋겠지만....... 어쨌든 두려움이나 공포심으로 쫓아낸다고 하더라도 다시 찾아와 귀찮게 할 것이 뻔한 느낌이라 헬렌은 로지의 도움을 받아 논리로 박살내서 내보내는 것이 낫겠다는 생각을 한다. 물론 뇌를 과하게 주물러 과부하가 오는 느낌은 정말 싫지만.........

“후....... 실례할게요.”

빡침이 느껴지는 한숨을 내쉬며 헬렌은 파이를 씹어 삼키고 꿀을 마셨다. 그리곤 로지의 도움을 받고자 한다.

749 ◆MjRAeKhiz2 (xeT3jJfktQ)

2024-12-01 (내일 월요일) 20:55:46

>>748
처음 파이를 먹었을 때는, 그리 달콤하다는 생각은 안 듭니다. 통밀을 거칠게 갈아 만든 밀가루에서는 껍질의 거친 입자가 씹히고, 호밀을 많이 넣었는지 시큼한 맛이 납니다. 그 거침과 시큼함을, 위에 뿌려진 약간의 설탕과 알알이 박힌 건포도가 혀에 닿으며 느껴지는 달달한 느낌이 보완해줍니다. 이건 싸움을 위해 먹는 것이고, 헬렌은 백작령 가장 후미진 마을의 마굿간에 묶인 개돼지 앞에서 격식을 차리면 차렸지 저 쌍놈들한테 보여줄 격식 따위는 없다는 생각으로 우격다짐으로 씹어 삼킵니다. 그냥 먹어도 딱히 나쁘지 않을 맛이었고, 싸우기 위해 먹는 것치고는 꽤 괜찮은 맛이군요.

'음, 좋아. 좋아...'

'로지. 아가씨 머리는 차분기관이 아닙니다. 그것만 알아두십쇼.'

'암허슈트 할배는 노망이라던지, 치매라던지 그런거 안 걸려요?'

그리고 헬렌은 옆에 놓여있던 꿀과 시럽의 뚜껑을 땁니다. 그리고는 그 걸쭉한 꿀과 시럽을 한번에 들이마십니다. 과유불급, 그 달달함에 혀가 얼얼해지다 그 얼얼함이 머리까지 올라오고, 목구멍에서 토기가 올라올 것 같지만 헬렌은 무시하고 우격다짐으로 삼킵니다. 무슨 영문인지 모르는 행정관이나 페로나 갑작스런 돌발행동에 당황하고, 페로는 헬렌의 몸에 손을 댈 수도 없는데 그대로 내버려둘 수도 없어 우왕좌왕합니다.

"아, 대장님... 아가씨... 아, 뭐라 해야 돼... 아무튼 그거 그렇게 먹으면 토해요!"

토하라죠. 헬렌은 그렇게 마시고 나서... 로지를 돌아보고, 로지는 웃으면서 앞으로 나섭니다. 그리고, 잠시 헬렌의 뇌를 빌립니다. 하지만 이번에는, 로지가 헬렌에게 이야기하는군요. 로지는 논리의 정령이므로, 논리의 허점을 찾아줄 순 있지만 싸우는 건 헬렌이 해야 한다는 것 같습니다.

'광산에서처럼 제가 다 하려고 들면, 아마 아가씨께서 논쟁하다가 중간에 쓰러지실 거에요. 그리고 저는, '논리'의 정령이지 '언쟁'의 달인이 아니고요. 상대방의 말에 섞인 허점과 오류를 집어줄 테니까, 아가씨는 그걸 활용만 하시면 되요. 일단... 백과사전의 정령. 너 나랑 일 같이 해야 돼.'

로지가 꿀을 다 마시고 탁자에 올린 헬렌의 손 위에 자신의 손을 포개자, 팟! 하고 헬렌의 머릿속에서 여러가지 허점들이 스칩니다.

'1년 이상의 복구 공사가 필요할 것으로 예상된다면 분명 설계를 마쳤다는 것인데, 어떻게 하루도 지나지 않아 조사와 설계 및 공사비 산정을 마쳤는지?'

'만약 헬렌이 광산을 파괴한 것에 대해 복구비를 부담한다면, 헬렌이 발견한 유황 광맥이나 신규 수원에 대해서는 헬렌의 지분을 인정할 것인지?'

그 외 기타 등등... 논리의 정령이 도와주고 있으니, 한번 싸워봅시다... 아마 쉬울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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