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97051922> [판타지/모험/개인서사] 이야기들 - 1 - :: 895

◆MjRAeKhiz2

2024-09-23 18:08:33 - 2025-01-07 22:22:07

0 ◆MjRAeKhiz2 (zXep3rh/ik)

2024-09-23 (모두 수고..) 18:08:33

.

661 ◆MjRAeKhiz2 (9hJlvCiFoo)

2024-11-17 (내일 월요일) 21:02:53

>>650
그렇게 넬루와 아앨라나는 함께 길을 나섭니다. 솔직히 말해, 베스니와 넬루는 서로 비교하는 게 미안할 정도입니다. 넬루가 동료라면, 베스니는 그냥 걸어다닐 줄 아는 것만 빼면 '짐덩어리'와 하등 다를 바가 없다고 봐도 될 정도로 말입니다. 아니, 어쩌면 걸핏하면 툭 튀어다니고 무슨 짓을 저지를지 모른다는 점에서 짐덩어리보다 더 심할 수도 있습니다. 원래 천성 자체가 불가해하고 종잡을 수 없는 가말라시엘도, 넬루의 존재를 느끼자 안도의 한숨을 내쉬는군요.

'사도님. 고맙습니다. 적어도 사람 같은 사람을 동행자로 들이셔서 말이죠.'

넬루는 창을 붙잡고 앞서 갑니다. 베스니와 함께 있을 때는 경계를 서고 있을 때여서 그런지 무장이나 장비가 가벼웠는데, 지금은 배낭에 이것저것 싣고 있고, 창 말고도... 날만 짧았다면 도끼라 오해할 정도로 살벌한 마체테를 허리춤에 차고 있습니다. 아무거나 일단 밟고 보던 베스니와는 달리, 넬루는 창으로 의심스러운 것은 쿡쿡 찔러보고, 움직이면 일단 물러섰다가... 위험하지 않은 것이면 그냥 지나가고, 위험한 것이면... 푹! 찔러서 위험하지 않게 만든 다음에 지나가는군요. 그렇게 넬루는 아앨라나의 앞에서 길을 이끄는데, 아앨라나는 깜짝 놀랍니다.

"...잠시 여기서 쉬죠."

여기는 루미나크톤이 대량으로 서식하는 냇가, 베스니가 보고는 환장했던 그 빛나는 신비한 냇가입니다. 베스니, 그 답답한 외지의 음유시인을 끌고는 개고생하며 겨우겨우 온 거리를 넬루, 같은 검은 숲 사람과 함께하니 벌써 주파한 겁니다.

662 ◆MjRAeKhiz2 (9hJlvCiFoo)

2024-11-17 (내일 월요일) 21:03:19

외 답레가 업지 했는데 답레도 안써놓고 답레르ㄹ 기다리고 있던 나 <- ㅄ

663 ◆MjRAeKhiz2 (9hJlvCiFoo)

2024-11-17 (내일 월요일) 21:04:29

오늘은 여기까지
사유: 내일 5시 50분 출그ㄴ

664 엘리주 (oO/3.e.lHs)

2024-11-17 (내일 월요일) 21:23:48

잘자~~

665 헬렌 - 진행 (PlJDBPnSGU)

2024-11-17 (내일 월요일) 21:57:57

@@>>660

“그래...?”

내가 손에 물 안묻히고 산 아가씨 같나? 아가씨 치고는 말괄량이였던 것 같긴 한데. 하지만 험한 일을 겪지 않고 살아온 것은 맞긴 했다. 헬렌은 소녀가 고개를 숙여 인사하자 계속 누워있기 그래서 몸을 일으켰다. 삭신이 쑤시긴 했지만 그래도 언젠가는 일어나야 하니까......

“응, 반가워, 페로.”

너무 늦은 통성명인 것 같긴 하지만 말이다. 그나저나 뭔가 오는 소리가 들려오고 페로가 짜증내며 뒤를 돌아보자 아, 익숙한 얼굴이 보였다. 주점에서 술을 마시던 광부들이다. 병사들과 함께 말이다.

찾아갈 일은 덜었네. 다행이다.

그런 생각을 하면서 헬렌은 상황을 설명하라는 듯 페로를 바라봤다. 이야기가 잘 안 되면 그때 말을 얹어도 되겠지 생각하면서.


/내일 출근 시간 무슨 일...... 화이팅.......!

666 ◆MjRAeKhiz2 (d4DIz/12JY)

2024-11-18 (모두 수고..) 09:14:12

그리고 답레쓸때 캐릭터성 때문에 고민하는건 몰라도 어떻게해야 이길까, 해결할까 때문에 고민 안해도됨
캡틴은 서사를 풀러온거지 캐릭터들 죽이러온게 아니다

667 헬렌주 (hwArl7Yx3s)

2024-11-18 (모두 수고..) 09:21:29

머리로는 알고 있는데~~~ 이게 막 고민하게 되부렁~~ ㅋㅋㅋ
고마워 캡~~~

668 ◆MjRAeKhiz2 (d4DIz/12JY)

2024-11-18 (모두 수고..) 10:36:44

>>665
병사들과 광부들은 은광이었던 뜨거운 물웅덩이를 보고 잠시간 고민하다가, 지도를 펼쳐듭니다. 혹시 우리가 지도의 방위를 잘못 보았나 고민하다가 격론을 벌이는군요.

"아니, 글쎄. 여기가 맞다니까 그러네!"

"맞기는 뭐가 맞아! 댁 눈엔 저 냄새나는 물웅덩이가 은광으로 보여?!"

페로는 헬렌과 자기를 내버려두고 옥신각신 싸우는 치들을 보다 못해 앞으로 나서고, 페로가 한마디를 하자...

"은광 맞아요."

아직 그녀의 안에 깃들어있던 암허슈트의 존재 때문에, 헬렌을 포함한 모두의 뒷골이 차갑게 식으며 모골이 송연해지고 저절로 주변이 조용해집니다. 페로 스스로도 이 권능에 놀라는데, 뒤늦게 암허슈트가 빠져나오더니 헬렌 옆의 로지를 보고 비꼽니다.

'아가씨의 명민한 두뇌를 한계까지 몰아붙여서 기껏 생각한게, 동굴 속 타토이드 균사를 거의 절멸시키고, 수사닌은 몇년 동안 뻗게 만들고, 아가씨를 죽일 뻔한 자폭이었습니까?'

'노인네는 닥치시고.'

페로는 여기가 은광이 맞으며, 어쩌다보니 이리 됐다고 설명하지만... 다들 여기가 은광이라는건 납득해도, 암허슈트가 빠져나가자 평범한 고양이 소녀로 돌아온 페로를 무시하는군요.

"근데 넌 뭐냐?"

"야옹아, 오늘은 쥐 몇마리 잡았니?"

...백과사전의 정령이 넌지시 알려준 종족차별이 보입니다. 더 큰 문제는, 헬렌이 몸도 아픈 와중에 입아프게 설명도 해야할 것 같단 거죠.

669 엘리 - 진행 (ic2Jt92iQA)

2024-11-18 (모두 수고..) 18:02:41

@@>>651

"뭐, 낮에 좀 약해지긴 해도 부끄러워할 것도 없으니까—"

그리고 보통 낮이면 도시의 치안 역시 기능하니까. 심문관 비슷한 것이 정당한 권리로 심문하는 건 막을 수 없지만.

"흐음."

딱히, 귀족으로써의 자긍심 같은 게 있는 건 아니지만... 귀족 이전에, 목숨 협박때문에 곧이곧대로 말을 들어야 하는 상황은 꽤나 녹록치 않았다.

"마비 이상으로 해를 끼치는 약품은 아니겠지?"

그렇다고 대놓고 거절하기에는 죽을 것 같으니, 소심하게 이의를 제기해본다

670 헬렌 - 진행 (gTWa4TuU2s)

2024-11-18 (모두 수고..) 20:03:26

@@>>688

아무래도 암허슈트와 로지는 사이가 좋지 않은 것 같다.

‘둘 다 싸우지 마요. 애써주셔서 너무 고마워요.’

두 정령의 말을 듣는 동안 페로가 광부들과 병사들에게 설명하는데, 영 들어먹지 않는 느낌이다. 결국 헬렌이 앞에 나서고 만다.

“페로 말이 맞아요. 도적들이 일부러 은광에 트리무스히드라, 그러니까 세 머리 뱀을 몰아넣고는 용병인 척 속여 돈을 받고 자작극을 펼치고 있었어요. 뼈에 피를 묻혀 놔둠으로 죽은 척 하고 계속 돈을 받을 속셈이었고요.”

그리고 저기 머리가 터져있는 도적들과 죽은 트리무스히드라를 손가락으로 가리킨다.

“그리고 저와 이 친구가 같이 도적들과 저 뱀을 처치했어요. 어떻게 단 둘이서 저 많은 인원과 거대한 뱀을 물리칠 수 있었냐고 묻는다면......”

헬렌은 품에서 로렌스 가문의 인장을 보여주며 말을 잇는다.

“저는 로렌스가의 장녀, 헬렌. 정령사거든요.”

인장을 보여주는 행동 만으로도 팔이 욱씬욱씬 거린다. 얼른 여관으로 돌아가서 씻고 치료받고 자고 싶은데........

671 ◆MjRAeKhiz2 (zEGLdYuyWw)

2024-11-18 (모두 수고..) 20:20:11

>>669
"난 너한테 하라고 말했지, 질문하라고 한 적이 없어."

확실합니다. 이 '그슬린' 이단심문관은 이유야 어찌되었건 위겔 교수의 죽음을 원하고, 엘리 같은 제 3자, 그것도 뱀파이어 같이 죄를 뒤집어씌우기 딱 좋은 제3자의 손을 빌린 죽음을 원하고 있습니다. 화상 자국에 눈썹이고 입술이고 남아나지 않았지만, 엘리는 그 씰룩거리는 얼굴에서 분명한 감정을 파악합니다. 엘리가 인간들에게, 특히 일족 영지 바깥의 인간들에게서 익숙하게 느꼈던 감정... 살의입니다. 그슬린 이단심문관과 그처럼 그슬린 부하들이, 엘리의 미약한 이의에서 거절 의사를 읽었는지 그녀를 죽이려고 다가오지만...

땡그르르르.... 펑!

엘리의 발치에 웬 둥그런 깡통이 굴러오고, 깡통이 펑 하고 터지면서 주변을 자욱한 연기로 물들입니다. 괴한들이 콜록거릴 새도 없이, 아니, 엘리의 눈 앞이 연무로 뒤덮일 새도 없이... 눈 앞에 익숙한 얼굴이 나타납니다. 예마, 류드밀라를 수행하던 인간 하인 중 한 명입니다. 류드밀라는 엘리의 양 어깨를 팍 밀쳐 바닥에 넘어뜨리고는 연무 속에서 철퇴를 좌우로 마구 휘두르며 달려드는 광신도 하나를, 피의 세례를 받은 붉은 눈으로 뒤돌아보고는 칼로 그어버립니다.

"위대한 태양이여!!!!!!!!!"

"이런 씨...!"

하지만 그러기가 무섭게 옆에서 그슬린 이단심문관이 철퇴로 예마의 머리를 짓뭉개려는데, 이번에는 덩치가 나타나 이단심문관을 밀쳐버리고는 엘리에게 가까이 옵니다. 그리고는 옆에 있던 하수구 뚜껑을 철퇴의 자루 부분을 지렛대 삼아 까서 열더니, 엘리를 그 안으로 끌고 가는군요.

"여기는 우리가 어떻게든 처리하겠습니다! 일단 지하로 숨으십쇼! 어두운 곳은 아가씨의 집이나 다름없잖습니까!"

에고, 세스타우도 그렇고 여기도 그렇고, 엘리는 지하에서 계속 살아갈 운명일까요?

672 ◆MjRAeKhiz2 (zEGLdYuyWw)

2024-11-18 (모두 수고..) 21:07:18

>>670
"이런 씨..."

페로가 뿌리 깊은 수인족, 특히 펠리네 수인족 차별의 설움을 느끼며 뒤로 물러나기가 무섭게 헬렌이 나섭니다. 비록 부상을 입긴 했어도 귀족 아가씨의 기품은 어디 가지 않고, 귀족의 옷은 찢어지고 더러워져도 귀족의 옷입니다. 의류의 재질과 품질에 상관없이 옷 한 벌 한 벌이 매우 귀하고 비싼 이 시대에, 귀한 옷 중에서도 매우 귀한 티가 나는 헬렌의 옷은 로렌스가의 인장과 함께 헬렌의 계급을 드러냅니다. 페로한테는 야옹이를 운운하며 종족 차별을 일삼던 이들이, 헬렌 앞에서는 갑자기 공손해집니다. 경비병들은 투구를 벗어 고개를 숙이고, 광부들은 검댕 묻은 얼굴로 귀족한테 인사를 할 수 없다는 듯 뜨거운 물로 세수를 하려다 얼굴과 손을 한 번에 데입니다.

"뜨아악! 뜨거워!"

"저 머저리들... 아무튼, 만나뵙게 되어 영광입니다!"

광부들과 경비병들은 트리무스히드라를 보고 탄성을 내지릅니다. 어떻게 저걸 죽일 수가 있냐, 역시 정령사는 다른가, 그런 이야기를 하는데... 그런데 개중에 좋게 말하면 비판적인 사고를 할 줄 알고, 나쁘게 말하면 눈치 없는 광부가 손을 들어 묻습니다.

"어... 그런데 뭘 어쩌다가 은광이 이렇게 됐습니까?"

//코멘터리: 너무 걱정하지 말 것. 상황이 좀 웃기게 되긴 했는데 아무튼 헬렌은 괴물도 조졌고 도적도 조졌으니 여기서 광부나 경비병들이 따진다면 도와줬더니만 보따리 내놓으란 꼴이고, 헬렌은 귀족 신분임. 그게 아니더라도 암허슈트나 로지 둘 중 하나가 이 상황에서 또 도움을 줄 수 있음.

673 아앨라나 - 진행 (hIRbok8zkI)

2024-11-18 (모두 수고..) 21:16:01


@@ >>661

그러한 일이 되었기에 저는 닐루, 그녀와 함께 어촌을 나와서 돌아가는 길을 함께 하게 되었어요

"닐루 씨는 마음에 드시나요? 그녀가 먼저 나선 것이고 제가 요구한 것은 아니었지만요..."

가말라시엘 님의 그런 말에 저는 그렇게 물어보며 말했어요. 베스니가 확실히 나쁜면도 좀 있었지만 그래도 비교하기에 공평한 것은 아니었어요. 장인과 초보자를 두고 보면 당연하게도 초보자가 못 미덥다고 들 수밖에요. 닐루는 오랫동안 어촌을 지키는 일을 해왔던 것 같았어요. 그래도 베스니와는 나쁜 점만 있었던 것은 아니었어요. 빠르게 흘러가는 풍경들 속에서 지나쳐 버렸던 새로운 일면을 볼 수도 있었어요

그래서 저는 얼마 되지 않아서도 곁에서 함께하면서 그녀의 모습과 행동을 보면 그녀의 실력이 크게 뛰어나다는 것을 알게 되었어요. 그동안 베스니가 영 못마땅해 보였던 것 같은 가말라시엘 님이 보기에 이정도가 된다면 그 대비가 확연히 날 수 밖에 없었겠지요

"좋아요, 그렇게해요"

저는 그녀의 그 말에 그리 대답하면서도 고개를 조금씩 움직여 주변을 살펴보았어요. 그것은 베스니와 여정과 지금이 얼마나 달라졌는지 저에게 제대로 실감을 하게 해주었어요. 하루가 채 되지 않아서 저희는 벌써 어촌에 방문하기 전에 마주했던 물가에 다시 그 발을 딛게 되었으니까요

674 ◆MjRAeKhiz2 (zEGLdYuyWw)

2024-11-18 (모두 수고..) 22:55:17

>>673
'훨씬 마음에 들죠. 적어도 할 줄 아는 건 없으면서 떠드는 일은 없지 않습니까?'

가말라시엘은 그렇게 이야기합니다. 뭐, 가말라시엘이 마음에 들어한 아앨라나와 비교해보면 베스니는 상극이긴 합니다. 아앨라나가 완전 과묵한 편은 아니지만, 그래도 아앨라나가 가말라시엘에게 말하던 모든 것들은 검은 숲에 관한 것 같이 그녀 자신이 아주 잘 아는 것이었고, 모르는 것에 대해서는 매우 신중하고 말을 아끼는 좋은 태도를 보여 왔습니다. 하지만 베스니는? 아는 것은 따발총처럼 미친듯이 말하고, 모르는 것은 지어내서라도 아는 척하고, 진짜 모르는 것은 알 때까지 알려달라고 아주 미친 듯이 달려들었죠. 가말라시엘과는 상극일 법도 합니다. 가말라시엘이 한쪽 다리를 말다리로 바꾼 것도 엿먹어 보라고 그런 것일 텐데, 그걸 신기하다고 좋아한 시점에서 붙을 수도 있었던 정나미까지 뚝 떨어졌겠죠.

아무튼 넬루는 창을 등에 걸고, 마체테로 주변의 억센 풀들을 내리칩니다. 그리고 나무들 사이에 마체테로 꺾은 굵은 나뭇가지들을 침대 기둥 삼아 붙이고 억센 풀을 밧줄 삼아 엮은 다음, 그 사이에 풀들을 밧줄처럼 단단히 묶어서 임시 침대를 만듭니다. 넬루는 그걸 보여주면서 말합니다.

"오늘 밤은 벌레 걱정 없을 거에요. 마녀님의 제자니까 벌레를 쫓는 마법이 있을지도 모르는데... 우리는 아니거든요."
//

675 ◆MjRAeKhiz2 (zEGLdYuyWw)

2024-11-18 (모두 수고..) 22:55:25

오늘은 여기까지

676 아앨라나주 (hIRbok8zkI)

2024-11-18 (모두 수고..) 23:04:04

진행 수고하셨어요!

677 헬렌 - 진행 (gTWa4TuU2s)

2024-11-18 (모두 수고..) 23:09:55

@@>>672

헬렌은 이런 대접이 익숙하다. 자신이 영시 내에서 어떤 사고를 치든 간에 영지민들은 공손하게 헬렌을 대했다. 그야 귀족이니까. 물론 영주인 백작이 한숨을 쉬며 배상을 하곤 했지만 말이다. 어느정도 합리적인 법률이 있는 로렌스가 임에도 계층이란 자연스럽게 존재했고 헬렌은 기득권층이었다.

“트리무스히드라를 처리하는 과정에서 유황과 지하수를 이용해 폭발을 일으켰어요. 원래 위험성이 있는 광산이더군요. 채굴 중에 일어났다면 큰 인명 피해가 났을 텐데 다행이네요. 지금도 추가적인 폭발이 일어날 수 있으니 조심하길 바라요.”

힐긋 머리가 수박처럼 깨진 도적들을 바라봤다가 싱긋 웃는다. 겉으로는 웃는 모습이지만 심기가 영 좋지 않다는 것을 앞에 있는 이들이 모두 알 것이리라. 물론 채굴중에 이러한 폭발이 일어날 일이 있을지 없을지 모르지만 그냥 하는 말이다.

“저는 이만 치료를 받고 쉬어야 하니 뒷처리를 부탁하죠. 도적 잔당의 처리, 트리무스히드라의 사체 처리, 이 사건의 전말 등 모두 보고받고자 하니 허투루 처리할 생각 말고 꼼꼼히 임해주시길.”

도둑질을 한다고 손목을 자르는 동네이니 그냥 놔두다가 이상하게 처리가 될까 당부한 것이었다. 헬렌은 이만 은광을 나와 여관으로 돌아가려고 한다. 피곤해......



/고생했다~~~

678 ◆MjRAeKhiz2 (sfZc1zVT4U)

2024-11-19 (FIRE!) 20:17:31

>>677
"...그, 그렇군요..."

광부와 경비병들은 상당히 떨떠름한 반응을 보입니다. 만약 헬렌이 일반적인 용병이거나 하급 귀족이었다면, 당장 "우리가 괴물을 쫓아내랬지 은광을 재난현장으로 만들랬냐"고 항의했을 게 뻔합니다. 하지만 어쩌겠습니까. 그들이 사는 사회는 태어날 때부터 씨가 다른 신분제 사회고, 헬렌은 백작인 것을. 그리고, 헬렌도 할 말은 많습니다. 어차피 유황 냄새가 자욱하던 것으로 보아 언제 어떻게 터질지도 모르는 상황이었고, 반대로 생각해보면 헬렌이 자기랑 페로만 들어가 있을때 터뜨린 덕분에 은광에서 수십명의 광부들이 통째로 폭살당하거나 매몰당하는 사태를 피한 것 아니겠습니까. 그렇게 생각하면서, 헬렌은 피곤한 몸을 질질 끌고... 여관으로 돌아갑니다.

"에구. 급사야! 여기 아가씨 짐 좀 들어드리고 그래라!"

여관 주인은 헬렌의 상태를 보더니 여급을 부릅니다. 여급들 중에서 제일 어려보이는 소녀가 달려오더니, 헬렌을 부축하고는 그녀에게 배정된 방으로 데려가고는, 헬렌이 원래 입고 있던 옷에 비하면 훨씬 못하지만, 헬렌이 지금까지 보았던 사람들이 입던 옷들보다는 확실히 나은 단정한 옷 한 벌을 보여주면서 말합니다.

"조금 허름할 수도 있지만... 저희 여관에서 빌려드릴 수 있는 최고의 여벌옷입니다. 일단 목욕재개...재계? 를 하시는 동안, 입고 계신 옷을 세탁해드릴까요?"

679 크론 - 진행 (bEGM81ka62)

2024-11-19 (FIRE!) 20:29:33

@@>>635

대체 어떤 것을 알려주는 것일지 기대하며 잭을 따라가자 도착한 곳은 공터였다.

으음..이런 방식의 교육인가.
잭이 나를 향해 밀어보낸 목검을 바라보며 잠시 생각한다. 과연 어떤 공격을 보여야 진심의 공격일까.

"그럼 지도 부탁드립니다. 조교님!"
'크론'은 허리를 숙여 목검을 잡고 그대로 일어선다.
아니, 그대로 일어나는 듯 보였지만 사실 그렇지 않다.

바닥에 놓인 목검을 슬쩍 땅에 찍고 단숨에 잭을 향해 날린다.
잭의 얼굴을 향해 흙과 모래 따위를 날려 시야를 가리고 바로 달려든다.

어찌 보면 비열한 속임수, '크론'이 보여도 되나 싶지만 잭은 이미 내가 싸우는 모습을 보았다.
그렇다면 어울리지도 않게 격식 차리기보다는 진심을 보이는 편이 나을 거다. 배우는 것도 더 많을 것이고.


//공지도 확인 완료!

680 ◆MjRAeKhiz2 (sfZc1zVT4U)

2024-11-19 (FIRE!) 21:19:15

>>679
"호오."

잭은 크론의 속임수를 마주치지만, 그렇게 놀란 느낌은 아닙니다. 잭 리거는 오히려 그러길 바랬다는 듯 씨익 미소를 짓더니 뒤로 몇 걸음 물러나고, 크론이 자신의 안쪽으로 달려들자 달려들게 내버려둡니다. 그리고, 크론이 예상했던 대로, 잭은 노련하게 그 공격을 흘려냈습니다. 크론이 어떻게 되었는지 알기도 전에, 잭은 크론이 안쪽으로 돌진하며 내지른 칼을 검으로 툭 내친 것만으로 궤적을 틀어버리고, 발을 걸어 크론이 공터를 구르게 만듭니다. 몇 바퀴를 구른 크론의 목젖에 잭의 칼끝이 들어서고, 잭은 크론에게 충고합니다.

"나머지는 마검학 시간에 배울 테니, 일단 중요한 거 두가지만 알려드리죠. 첫째, 동작이 너무 커요. 검술의 기본은 수 싸움이고, 상대방의 수를 읽어내거나 내 수를 속이진 못하더라도 최소한 숨겨야 하는데... 그러게 대놓고 수를 보여주면 최악이죠. 둘째, 힘이 너무 들어갔어요. 힘이 너무 들어갔는데 정교하지가 않으면, 이렇게 상대가 조금만 변칙적으로 대응해도 완전히 넘어지니까요."

...라고 말하면서, 잭은 크론을 일으켜줍니다. 그리고는 그에게 웃는군요.

"그나저나, 크론 씨. 꽤나 난놈입니다? 어느 파벌을 편들고 싶진 않은데, 흑색 파벌에서 진짜 좋아하겠어요. 뭐 농담이고... 잘 해보세요."

...라고 말하고는 사라집니다.

이제, 크론은 입학 수속만 밟으면 되겠군요.

//오랜만이얌

681 크론 - 진행 (bEGM81ka62)

2024-11-19 (FIRE!) 21:52:12

@@>>680

잭의 반응을 보니 역시는 역시군.

그래도 이게 당장 내가 보일 수 있는 최선이니 어쩔 도리가 있나.
그렇게 잭의 발에 걸려 몇 바퀴 구르며 나는 그런 생각이나 하고 있었다.

이어 전해지는 잭의 충고에..아니 이거 맞는 말이긴 한데 이거만 알면 검술 낙제를 면할 수 있다고?
당장 내가 한두 마디 들었다고 실천할 수 있을까..? 아니 낙제 면하기에는 이미 충분하다는 말인가?

뭔가 이걸로 정말 충분한가 싶은 생각이 들었지만 흑색 파벌을 언급하는 잭의 이어지는 말에 그 생각을 더 이어갈 수 없었다.
흑색파벌..분명 신비주의자라고 했던 거 같은데 그런 놈들을 갑자기 왜 언급하지? 뭐..걔들도 비열한 거 좋아하나?

아니 그런 생각이나 할 때가 아니지..
결국 잭의 충고는 절제다. 동작도 힘도 너무 크다. 필요한 만큼만 최적으로..

나는 그렇게 잭의 충고를 머리로 되새기며 걸음을 옮겼다. 딱 봐도 아카데미로 보이는 건물로.

'크론'의 입학 수속을 진행할 때다.
//오랜만~어김없이 이쯤이면 나타난다고

682 헬렌 - 진행 (7317oq.HXM)

2024-11-19 (FIRE!) 22:29:51

@@>>678
헬렌은 떨떠름한 사람들의 모습을 뒤로하고 피곤한 몸을 질질 끌고 여관으로 들어갔다. 어린 여급 소녀의 시중을 익숙하게 받으며 헬렌은 방으로 들어갔다.

“응, 부탁할게. 그리고 내가 씻고 나오면 바로 치료를 할 수 있게 의사나 치료사를 불러줘.”

곰팡이들이 응급처치를 해주었다지만 확실히 치료를 받는 것이 필요했다. 그리고 씻고 치료를 받고 나면 한숨 자야지. 몸이 아프고 피로한 것도 그렇지만 머리가 더이상 무리라며 비명을 지르고 있는 것 같다. 멍한 느낌. 그러고보니 페로하고 제대로 인사를 못하고 왔는데. 광부들한테 마차값은 받았으려나. 못 받았을지도.......

683 ◆MjRAeKhiz2 (sfZc1zVT4U)

2024-11-19 (FIRE!) 22:31:04

>>681
크론이 아카데미로 보이는 건물을 찾는 방법은 간단했습니다. 역참은 모든 게 잘못되고 거지같은 국경에서 그나마 건물같은 건물을 보고 대충 저게 역참이겠거니 했는데 정말로 역참이었죠. 여기서도, 당연히 어려보이는 학생들이 졸졸 몰려가는데다가 엄청 커보이는 곳이 상식적으로 아카데미 입학처겠죠. 그리고 크론의 직감은 맞아떨어져서, 얼마 지나지 않아 입학 수속을 밟으러 오라고 외치는 직원들의 목소리와, 이리저리 안내하는 소리가 들립니다. 그리고...

"그러고보니, 헤르타 선배는 어디에 있대?"

"아마 위데르 언니랑 같은 기숙사 쓸 걸? 그나저나 여기 말이지..."

...크론은 문득, 수많은 이들 사이에서 혼자라는 생각에 빠집니다. 이 많고 많은 이들 중에, 크론처럼 특별한 일행 없이 혼자 다니는 이는 하나도 없어 보입니다. 누구는 이미 아카데미에 아는 사람이 있는 것처럼 이야기하고, 누구는 동향 사람을 만났다며 벌써 입학 수속을 다 마치고 술 먹을 계획까지 세웠고, 그게 아니더라도 누군가와 두런두런 이야기 정도는 나누고 있습니다. 그런데 크론은... 뭐...

솔직히 생각해보면 그랬습니다. 크론의 삶에 친구라는 건 없었습니다. 부끄러울 일은 절대 아닙니다. 친구 없는 게 욕인 건 이곳에서나 그렇지, '크론'이 원래 살던 지옥 같은 곳에서, 친구는 '이상할 정도로 배신을 안 하는 놈' 정도의 뜻이었으니까요. 필요하다면 지금부터 만들면 될 일입니다. 바로 이곳, 아카데미에서 말입니다.

입학 수속은 크론이 생각했던 것보다도 훨씬 간단했습니다. 오히려 경비병한테 입학증을 내미는 게 더 어려웠다는 생각이 들 정도입니다. 크론은 기숙사 열쇠와 입학시험 일정이 적힌 종이를 받은 후 돌아섭니다. 입학 시험은 다음날이니, 일단은 다른 일부터 신경쓰는 게 좋겠다고 생각합니다. 크론은 주변을 둘러보면서 여러 정보를 알게 됩니다.

일단 크론이 당장 가볼 수 있는 건 마법용품점이나 식당들 따위가 몰린 상점가, 크론의 방도 있을 기숙사, 그리고 지금 당장은 문도 안 열렸겠지만 각 대학의 학부들, 독립 동아리 홍보회가 열리고 있는 광장 정도가 있겠군요. 가까이에는... 할 일이 없는지, 가만히 학생들 몇몇이 앉아있는 분수가 보입니다. 아까 전에는 보이지 않던 크론과 비슷한 외톨이입니다. 어떤 마녀 모자를 쓴 여자는 크론이 보기에도 친구가 없을 법한 행색이고, 한 소녀는 마치 북극의 빙산이 자아를 얻은 것처럼 희고 푸른 머리칼과 흰 살결을 가진 채 땀을 뻘뻘 흘리며 녹아가는 북극곰 한 마리와 함께 앉아있고, 어떤 남자는 생긴 건 멀쩡하다 못해 멋진데 허공에 대고 알아들을 수 없는 지리멸렬한 단어를 마구 쏟아붓고 있군요....

//찐막. 다들 잘자.

684 ◆MjRAeKhiz2 (sfZc1zVT4U)

2024-11-19 (FIRE!) 22:41:23

>>682
고기도 씹어본 사람이 잘 알고, 시중도 받아본 사람이 잘 압니다. 헬렌 같이 백작가 영애씩이나 되어서 격식 따위 집어치우라고 말한다면, 오히려 시중을 들어야 하는 사람이 더 피곤해집니다. 왜냐고요? 어디까지고 선이고 어디까지고 무례인지가 더 모호해져서 모시는 게 더 고역이거든요. 역사적으로, 수천년 전부터 지금까지, 격식 없는 이미지를 표방하던 모든 왕족과 귀족 중에 실제 문자 그대로 격식 없는 아랫것을 참아준 이들은 아무도 없었으니까요. 이건 오히려 헬렌이 배려한 것이라 할 수 있습니다. 그렇게 생각하면서 헬렌은 방 안에 딸린 욕실로 들어갑니다. 욕실에는 뜨거운 물이 받아진 욕조가 있고, 물이 뜨겁거나 차가우면 당기라고 걸어놓은 밧줄이 있습니다. 그렇게 대단한 기계 장치는 아니고 아마 당기면 급사가 있는 다른 방에 연결된 종이 울리면서 차가운 물을 흘리거나 더운 물을 호스에 붓는 정도겠지만, 그래도 이 여관에서 가장 좋은 방임에는 틀림없습니다. 헬렌은 귀족 작위와 지불한 방값에 걸맞은 당연한 호의를 누리면서 몸을 씻어내고, 몸에 달라붙은 페실린 곰팡이들을 비누로 닦아내자 그새 딱지가 앉은 것을 발견합니다.

아무튼 헬렌은 목욕을 끝마치고 상쾌한 모습으로 나옵니다. 그런데, 치료사나 의사가 아니라 여급이 우물쭈물하며 서 있군요.

"죄, 죄송합니다. 아가씨... 지금 의사들은 전부 은광 복구 작업에 나가서 대기중이고, 약초사들은 영주님 댁에 조산사 일을 보러 갔다고..."

...라고 말하는데, 뒤에서 누가 문을 두들기더니 익숙한 목소리가 들리는군요.

"나도 약초사 겸 외과의사 겸 이발사인데."

쫑긋쫑긋한 귀에 이곳저곳 두들겨맞은 흔적, 아까 전까지만 해도 함께 목숨걸고 싸운 페로입니다. 능력 좋은 도적에 약초사 겸 의사라니, 설정 과잉이군요.

//
찐찐막!!!

685 아앨라나 - 진행 (C9aWm/AWms)

2024-11-19 (FIRE!) 23:18:13


@@ >>674

"그런가요, 그녀가 보여주는 모습을 본다면 그렇게 좋은 평가를 주는 것도 맞겠네요"

저의 물음에 가말라시엘 님은 그렇게 대답해주었고 저는 그것에 긍정하고는 그렇게 말했어요. 지금 함께 하는 넬루와 날리, 여러가지 의미에서 베스니는 어울리는 사람은 아니 였어요. 넬루가 숲의 역사에 속하는 사람이기에 더 뛰어나다는 것도 있으니 차이는 클 수 밖에 없었겠지요. 그에 비하면 저로서는 베스니에 대해서 그렇게 평가가 심하지는 않았어요. 말하자면, 장점과 단점의 차이가 확연한 사람 이였고 좋게 볼 수 있는 면모도 있었다. 정도의 수준이라고 해야 할까요? 사람의 성격과 그로 인한 행동은 저마다 다르고 다양하겠지요. 이렇게 경험은 나중에 어떤 식으로든 도움이 될 수 있을 거에요

"그렇네요, 할 수도 있겠지요. 하지만 넬루 씨가 보여주는 것 또한 좋은 기술이시고 이는 멋져요"

그리고 저는 그녀가 즉석에서 초목으로 엮어내 만들어낸 좋아 보이는 잠자리를 가만히 지켜보면서 완성 되었을때 저는 손바닥을 살짝 몸에 가까이 가져대면서 손뼉을 치는 시늉을 해 보이며 그와 함께 눈웃음을 한번 지어 보이고는 그렇게 말했어요

686 아앨라나주 (C9aWm/AWms)

2024-11-19 (FIRE!) 23:21:33

수고하셨어요~
이번에는 꽤 늦어버렸네요

687 헬렌주 (7317oq.HXM)

2024-11-19 (FIRE!) 23:57:30

고생했어 캡~~

688 헬렌 - 진행 (xTp8/dVho6)

2024-11-20 (水) 08:49:12

@@>>684
헬렌은 집을 나오면서 여러 불편을 감수하겠다고 생각하며 나왔으나 그래도 역시 몸에 익은 호사를 마다할 이유도 없고 누릴 수 있으면 누려야 한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집에서 등불을 바꿔가며 지원해준 돈을 언제까지고 펑펑 쓸 수는 없는 노릇이므로 돈을 벌긴 해야했다. 헬렌은 몸을 씻으면서 백과사전 정령에게 묻는다.

‘트리무스히드라의 사체 중에 팔아서 돈이 될만한 게 있을까?’

생각따위 하지 않으리라 생각했는데 그래도 따뜻한 물에 몸을 담그니 그래도 피로가 조금은 풀리는 모양이었다.

몸을 씻고 나오자 여급이 우물쭈물 말하는 것을 듣는다. 그런 사정이라면 이해하지 못할 것도 없다. 그나저나 영주님 댁에 조산사 일을 갔다는 것이 궁금증을 자아낸다.

‘여기 영주가 누구시지?’

본래 잠깐 들렀다가 지나갈 곳이어서 딱히 영주와 같은 이들을 만날 필요성을 느끼지 못했었는데, 생각해보니 오늘 거한 사고를 치기도 했으니 인사를 한 번 가는 게 좋겠다는 생각도 든다. 게다가 임산부가 있다고 하니 남동생을 출산 후 일어나지 못하고 계신 어머니가 생각나 남일 같지 않다.

그나저나 치료는 어떡하지? 그냥 자야하나, 생각하던 중 문을 두드리는 소리와 목소리가 들렸다. 돌아보니 페로다!

“페로! 난 네가 쉬러 갔거나 마을을 떠났으려나 했는데! 얼른 들어와.”

헬렌은 여급을 내보내고 페로를 방 안으로 들였다. 방 안에 비치되어 있는 테이블과 의자에 자리를 권하곤 헬렌도 마주 앉는다.

689 ◆MjRAeKhiz2 (/Jb.zpbh/o)

2024-11-20 (水) 15:47:11

>>688
"이제 곧 떠날 생각이었어요. 그런데... 아가씨 싸우는 걸 보니, 생각이 좀 바뀌어서."

페로는 그렇게 말하면서 안으로 들어와서는, 능숙하게 헬렌의 상처를 위아래로 눈으로 슥 훑습니다. 굳이 손볼 필요도 없는 가벼운 부상부터 연고 좀 바르면 될 부상, 그리고 부목 정도는 대 줘야 할 부상까지 대충 견적을 확인하던 페로는 스스럼없이 가까이 다가오고, 페로의 펠리네 수인 특유의 세로 동공이 가까이에서 헬른의 몸을 훑고, 고양이 귀가 쫑긋거리면서 헬렌의 몸에서 부상을 발견할 때마다 무언가를 발견했다는 듯 반응하는 게 눈에 띕니다. 페로는 헬렌 그녀 자신도 목욕하면서도 발견하지 못했던 부상들을 일일이 열거하면서, 적절한 처방들을 제시합니다.

"어디보자. 이 정도 상처들은 아마 별 일 없이 나을 거에요. 이 찰과상은 좀 크긴 한데... 아마 흉터만 좀 남고 끝날 거고, 흉터 남는 거 싫으면 독한 술로 한번 상처 씻은 다음에 돼지 기름이건 소 기름이건 동물 기름을 잘 정제한 걸 바르고 그 위에 붕대를 덮으면 될 거에요. 그리고... 에구, 이 정도면 뼈가 금 갔을 텐데."

쯧쯧, 페로는 그렇게 말하면서 힐끔 헬렌을 쳐다봤다가 제 양 뺨을 짝짝 칩니다.

"아유, 내 정신 좀 봐. 그렇게 큰 돈자루를 생각없이 끌고 다니는 귀족 아가씨한테 그깟 치료비가 없을까... 조금만 기다려봐요. 부목 가지고 와도 될까요?"

헬렌은 이야기를 하려고 들여보낸 건데, 페로는 이야기고 뭐고 일단 치료부터 하려는 것 같군요.

690 ◆MjRAeKhiz2 (/Jb.zpbh/o)

2024-11-20 (水) 16:20:39

>>685
"아무래도, 우리는 대단한 마법 같은 건 없으니까요..."

넬루는 어깨를 으쓱이면서, 다시 창을 꺼내듭니다. 그리고 부우우우ㅡ 하는 소리와 함께 옆에서 갑자기 나타난 검은 숲 특산의 사람 머리통만한 말벌을 푹 찔러서 바닥에 꽂아버린 다음, 마체테를 꺼내 여러번 내리쳐 으깨 버리는군요. 마치 잡초를 베는 것처럼 자연스럽게, 살벌한 맹수의 숨통을 끊어버린 넬루는 아앨라나에게 먼저 잘 것을 권합니다.

"먼저 주무시죠. 저는 뭐... 맨날 하는 게 이거라서, 아마 다섯 시간 정도는 버틸 수 있을 거에요."

확실히, 걸어다니는 짐짝과 다닐 때보다 훨씬 편하다는 건 부정할 수 없습니다. 아앨라나가 베스니와 함께 있을 때도 경보 마법을 걸어두긴 했지만, 지금은 경보 마법에 더해 한 사람이 계속 깨어서 감시한다면 자다가 칼 맞는 일은 절대로 없을 겁니다.

691 아앨라나 - 진행 (I8giHMAIoQ)

2024-11-20 (水) 18:54:10


@@ >>690

"아무래도 마법이라는 것 자체가 타고난 능력에 영향 받는 경향이 좀 있으니까요. 하지만, 이런 저도 올바른 배움이 없다면 제대로 실현할 수 없었겠지요"

그녀가 하는 말에 저는 담백한 느낌으로 두 눈을 반쯤 감으며 말했어요. 마법이라는 것은 마력을 통해 세상 그 자체가 정한 규칙을 타협하는 행동이라고 할 수 있어요. 사람이 불꽃을 피워내기 위해선 무엇이 필요할까요? 이에 대한 대답을 다르게 할 수 있어요. 마녀 님이 거둬 주시지 않았다면 저의 이런 재능을 제대로 살릴 수 없었을 거에요. 마녀 님이 저에게 뛰어난 재능이라고 하시면서 마법을 배우고 성공적으로 실천했을 때 제가 해낸 결과와 칭찬 받은 것에 정말 기뻤답니다

"또 한 번 훌륭한 솜씨이었어요"

그러다가 저에게 어떤 소리를 들려오는 듯하더니 그와 함께 그녀가 창을 들고는 보이는 것은 어느새 곁에 다가오던 보통 숲 큰벌 이라고 이름지어 부르던 위험한 생물이었어요. 그것은 그녀의 재빠른 공격에 짓이겨지는 것이 아니던가요? 저런 위험한 생물을 이렇게 능숙히 제압하는 것을 그 앞에서 보았던 저는 그녀에 대해서 갈수록 크게 느껴졌어요. 그래서 저는 살짝 움츠리고 있었다가 이번에도 눈웃음 지으며 그녀에게 칭찬하며 말했어요

"제가, 그래도 될까요? 그렇다면 그 배려에 감사히 잠자리에 들도록 하겠어요"

이후에 그녀가 저에게 먼저 잠들 것을 권하는 것에 그렇게 되물어보듯이 말했어요

692 ◆MjRAeKhiz2 (/Jb.zpbh/o)

2024-11-20 (水) 21:30:00

>>691
"편히 주무세요."

'편히 주무시길. 사도님.'

믿음직한 경비병과 믿음직한 지팡이(?)의 가호 아래, 아앨라나는 잠에 듭니다. 그녀의 등허리가 임시 침대에 뉘이는데, 억센 갈대를 대충 엮어 만든 것치고는, 아니, '것치고는' 이 아니라 그냥 다른 침대나 해먹과 비교해도 될 정도로 꽤나 잘 만들어졌습니다. 중간에 막대기를 적절한 곳에 잘 엮은 덕분에 아앨라나의 체중을 잘 지탱하고 있습니다. 아앨라나는 어두워지ㅕㅁ 점점 나타나는 밤하늘의 별들을 바라보다가 스르르 잠에 들고... 찌르르르 우는 풀벌레 소리와 어디선가 들려오는 물소리, 바람에 이리저리 휘날리는 나뭇잎 소리는 그녀를 위한 자장가가 됩니다. 그리고...

"...아앨라나 님, 아앨라나 님. 교대할 수 있을까요."

외부의 시계 기준으로 말하자면 새벽 4시쯤, 슬슬 날이 밝아질락 말락 하던 시간대쯤에 넬루가 아앨라나를 깨우며 말합니다.

"앞으로... 해가 뜰 때까지만 조금 잘게요."

넬루는 저녁부터 지금까지, 진짜 뜬눈으로 밤을 지새운 모양입니다.

//오늘은 여기?까지.

693 헬렌 - 진행 (xTp8/dVho6)

2024-11-20 (水) 22:17:04

@@>>689
헬렌은 생각이 바뀌었다는 것에 고개를 갸웃했지만 일단 페로의 진찰을 받는다. 능숙하게 진단하고 처방하는 것을 보니 꽤나 실력이 있는 것 같다. 눈을 깜빡이며 이야기를 듣다가 고개를 끄덕인다.

“응. 부탁할게. 가는 김에 흉 안지게 술하고 기름, 붕대도. 아마 여급한테 말하면 될거야.”

일단은 치료를 받고 나서 페로의 이야기도 들어보고 난 뒤에 대화를 나눠야 될 것 같다. 페로의 말처럼 일단 돈은 있으니까 말이다.


/고생했어 캡~

694 엘리 - 진행 (8eWOEicBWQ)

2024-11-21 (거의 끝나감) 10:34:07

@@>>671

"너희들은 앞으로 나를 모욕할 때 모기 대신 두더지라고 해도 좋아."

광신도들을 돌아보고 말한다. 왜, 모기는 적어도 땅 위에선 살지 않는가. 이게 두더지야 뱀파이어야!

덩치의 이끎에 저항하지 않고, 하수구 속으로 들어가— 우선 주위를 살핀다

'대학도시라면, 하수처리라도 잘 되지 않았을까?!'

음, 음. 적어도 냄새라도 좀 덜 났으면 한다.

695 크론 - 진행 (VRMyhWwDJE)

2024-11-21 (거의 끝나감) 12:19:16

처음 보는 건물들 투성이여도 뻔한 구석도 있군.
결국 학생으로 보이는 애들이 몰려가는 있어보이는 건물. 그 이상 가는 아카데미 설명이 있을까?

그렇게 진입한 아카데미 속 풍경은 위기감을 불러오기에 충분했다.
아무래도..당연하다면 당연한 것인지 이미 연이 있어보이는 사람들로 가득한 곳에서 자신은 홀로 아무 연고도 배경도 없으니
어떻게 살아남아야 하는가하는 걱정이 가득했다.

그런 걱정을 하던 와중에 어찌된 일인지도 모르게 순식간에 입학 수속은 끝나버렸다.
그래..이게 열쇠고 이게 일정..아무튼 내일이라 이거지.

그렇게 복잡한 머리로 이제 어디를 향해야 하는 생각하던 나의 눈에 동류..라고 하기에는 과하겠다만 외톨이들이 보였다.

어째 저렇게 약속이라도 한듯 분수에 모여 앉아서 각자의 개성을 뽐내고 있는지. 그들 사이에 있으면 '크론'은 아무 개성도 없..
응? 아 그래.

그렇게 '크론'은 그 외톨이들에게 향했다. 나무를 숨기려면 숲으로, 괴짜를 숨기려면 괴짜들 속으로.
무엇보다 아직 적절한 '크론'의 설정을 준비하지 못한 상황이니..
저 외톨이들의 얘기를 들어보면 어떤 설정이 '크론'에 붙어야 아무 연고도 배경도 없이 아카데미에서 외톨이로라도 지낼 수 있을지 감이 잡힐 것 같았다.

696 ◆MjRAeKhiz2 (dqZPomHRts)

2024-11-21 (거의 끝나감) 14:45:36

>>693
페로는 금방 갔다가 올라옵니다... 옥신각신하는 소리와 함께요. 바깥에서 여관 주인과 페로가 시비가 붙은 것 같습니다. 엿들으려고 한 건 아니지만, 들으라고 달린 귀가 듣는 걸 뭐 어쩝니까.

"거 참 의심 많네. 여기 아가씨가 돼지기름, 붕대, 독주 자기 앞으로 달아서 가져오라고 했다니까?"

"그래, 야옹아! 니가 그 귀족 아가씨 하인이면 나는 악룡 때려잡은 방랑기사다!"

"아 나 이 씨, 아저씨. 나도 돈 내고 방 쓴 손님이고, 지금 이 아가씨 유일하게 고칠 수 있는 사람이라니까?"

"발정난 고양이 새끼마냥 시끄러워서는. 야, 집어치워!"

그 격한 언쟁이 무색하게, 아주 정중한 노크 소리가 들리더니 여관 주인이 이야기합니다.

"아가씨. 아무래도 동네에 잡놈들이 냄새를 맡았는지 아가씨를 팔고 있습니다. 경비대를 불러드릴까요?"

뭐... 만약 진짜 부른다쳐도 엿되는건 주인장일 텐데 아직 상황파악이 안 된 모양입니다.

697 헬렌 - 진행 (/WFu8Xqb/o)

2024-11-21 (거의 끝나감) 15:51:48

@@>>696
헬렌은 밖에서 시끌시끌한 소리가 들리는 것에 고개를 갸웃하다가 이내 들어보니 페로가 종족 차별을 당하고 있는 소리였다. 결국 여관 주인이 와 사실을 확인하려 한다. 헬렌은 언짢은 기분으로 말했다.

“제 친구이니 말 함부로 하지 마세요, 주인장. 제가 부탁한 게 맞으니 그 말대로 하시고요.”

헬렌은 한숨을 내쉰다. 세상이란 참 불공평한 것이 많다. 타고나기를 귀한 피가 있는 것처럼 그 반대도 충분히 있을 수 있음에도 헬렌은 이러한 상황 자체를 겪어본 적이 없었다. 그런 것은 눈에 띄지 않는 법이니까. 특히 타고나길 대접받는 사람의 눈에는 말이다.

698 아앨라나 - 진행 (fYgAreinQs)

2024-11-21 (거의 끝나감) 17:16:58


@@ >>692

저는 그렇게 그녀의 배려에 감사히 여기며 그녀가 만들어 준 잠자리를 제대로 즐겼어요. 자연은 매번 많은 은혜를 내려 주지만 그것으로 무언가를 실제로 하기 위해서는 그 나름대로의 방법을 터득해야해요 그녀는 이것을 잘 알고 능숙하게 해낼 수 있다고 저는 보았어요. 그렇게 저는 편안하게 풀에 안겨서 하늘을 덮어서는 잠에 빠져들었어요

"그럼요, 이제 제가 해야 할 차례에요"

그리고는 그녀가 말했던 시간이 되었을까요? 저는 그녀가 부르는 소리를 듣고는 잠에서 깨어났어요. 저는 눈가를 비비면서 자리에서 숲의 사이에 스며들어 비추는 빛들을 알아보고 일어나 그녀의 물음에 그렇게 대답했어요

"넬루 씨가 저를 지켜주신 것처럼, 이번에는 제가 지켜드릴게요. 그러니 좀 더 주무시는 것은 어떠세요?"

제가 지금까지 그녀가 저에게 보여준 것처럼 한눈에 잘 보이는 성과를 내보이며 할 수 있을지는 장담할 수는 없겠지만 이런 것이라면 저도 해볼 수 있겠지요. 훌륭하게 해낼 수 있다면 좋겠지만 못해도 나쁘지 않을 것이라 생각이 들었어요. 가장 좋은 것은 아무런 일도 없는 것이에요. 그래서 저는 그녀에게 그렇게 말하면서 제안해보았어요

699 ◆MjRAeKhiz2 (Qj6IwgZ15Q)

2024-11-21 (거의 끝나감) 19:07:38

>>694
지하수로에 들어간 엘리의 첫인상은, 긴 문장도, 한 문장도, 하다못해 한 마디도 필요없고 한 글자면 충분합니다. 엘리는 주변을 둘러보고는 속으로 스스로에게 되묻습니다.

엥.

엘리가 알기로, 그리고 다른 모든 지성 있는 이들이 알기로 지하수로는 그냥 더럽고, 어둡고, 위험한 것들이 득시글거리는 곳입니다. 세스타우처럼 식인을 교리 삼는 교단과 고블린, 랫킨의 3파전과 좋다고 도축 부산물에 인육을 섞어 내보내는 정신나간 수준까지는 아니더라도, 지하수로 따위의 하수도 시스템이 정비된 동네 사람들이라면 다 공유하는 이미지인데, 이곳은 딴판입니다.

햇빛의 암막이 풀린 엘리의 밤눈이, 촛불 램프 너머의 초췌한 얼굴을 바라봅니다. 금 간 안경을 밧줄로 이어붙여 쓴 사내의 얼굴에는 주름이 자글자글하고, 입은 옷은 허름하지만 위에서 본 학사복이 해진 것과 비슷합니다. 그 너머에는, 수많은 침침한 촛불들 사이에 모인 이들이 로브를 쓴 채 이곳을 바라보고 있고... 웬지 모르게, 수로 주제에 물이끼 좀 낀 걸 빼면 이상할 정도로 깨끗합니다.

엘리를 뒤로 하고, 티호미르가 신원을 밝힙니다.

"나야, 티호미르. 소고기 먹고 싶댔지? 그럼 소고기 값 좀 해."

그러자 사내가 씩 웃으면서 엘리를 바라봅니다.

"누군진 모르겠지만, 환영합니다!"

700 ◆MjRAeKhiz2 (/7Sxx8yykI)

2024-11-21 (거의 끝나감) 22:27:10

>>695
일단 행색 추레한 마녀는 그냥 아무 말도 안하고 가만히 앉아만 있으니 넘어갑시다. 흰 눈 같은 소녀도 별 말 없이 앉아있는데, 옆에 있는 북극곰에게 분수의 물을 떠서 부어주고 있습니다. 흰 북극곰은... 곰이라는 덩치에 걸맞지 않게, 곰을 처음 보는 크론이 척 보기에도 참 고통스러워 보이는 표정으로 헥헥대고 있습니다. 그럴 법도 합니다. 크론 같아도 온 몸에 10cm 두께의 지방층과 털로 된 코트를 입고 그걸 벗지도 못한 채로 이곳에 있어야 한다고 하면... 아마 몇 시간도 안 돼 차라리 교수형을 집행하라고 빌 겁니다. 그래서 열심히 물을 붓고는 있는데... 이거, 그리 신통찮은 모양입니다.

"그르르르륽..."

그리고 옆에서는, 생긴 것'만' 멀쩡한 남자가 공염불을 외고 있습니다.

"뚫지 못하는 가슴팍, 그런데 나는 돈이 없어. 사랑하는 사람들은 빨간 색을 좋아해. 하늘에 파란색이 보인다. 내가 대못 세 개를 열 번이나 다섯 번씩 먹어버렸다..."

...이거 뭐... 그나마 대화가 통할 만한 사람은 앞의 마녀와 북극곰을 식히고 있는 소녀밖에 없는 것 같습니다.

701 ◆MjRAeKhiz2 (/7Sxx8yykI)

2024-11-21 (거의 끝나감) 23:55:33

>>697
"아."

여관 주인은 그 이야기를 듣자 자신이 한참 실수했음을 뒤늦게 깨닫고 바로 뒤돌아서서 꾸당탕 뛰어갑니다. 얼마 지나지 않아 헬렌이 '직접' 요구하고 나서야 갖다줄 마음이 들었던 걸까요? 아무튼 여관 주인은 급사와 함께 헉헉대며 올라오더니 돼지기름과 독주, 붕대를 가져옵니다... 아니, 돼지기름이 맞긴 합니까, 이거? 돼지기름이라고는 믿기지 않을 정도로 정제된 수준의 고형 기름, 뚜껑을 따기만 해도 취할 것 같은 수준의 독주, 그리고 한 번도 쓰지 않은 새 붕대까지. 최상급품들은 굳이 설명이 필요 없습니다. 페로는 헬렌과 여관 주인을 번갈아보더니 말합니다.

"진짜 귀천이 다르다지만 이건 너무한... 아니, 아니다. 이 아가씨는 그럴 법도 하네."

과연 그렇습니다. 백작가의 딸의 심기를 별것도 아닌 이유로 거스르는 미친놈이 어디 있겠습니까. 그래서인지, 여관 주인은 척 봐도 방 며칠 값은 될 이 물건들을 '서비스'로 그냥 준답니다.

"아이구, 내 정신 좀 봐. 제가 이 특등실의 기능을 설명드리는 것을 잊었군요. 여기 이 밧줄을 당기시면, 밑에 있는 급사를 부르게 될 겁니다. 무조건 1명은 대기하니 반드시 올라올 겁니다. 다음부터는 불러주시면 저희 여관 땅문서 집문서 빼고 뭐든 다 구해드립죠. 헤헤..."

...라고 말하고는 사라집니다. 페로는 그걸 보더니, 으쓱 하고는 일을 시작하지만... 축 처진 고양이 꼬리와 귀가 그녀의 감정을 설명해줍니다. 뭐, 굳이 그게 아니더라도 저딴 꼴 겪었는데 기분 좋을 인간 있으면 나와보라 하십쇼. 페로는 헬렌의 흉진 상처에 독한 술을 붓고, 따끔한 느낌이 가시기도 전에 그 위에 돼지기름을 바른 후에 바로 붕대를 꽉 묶습니다. 그리고 부목을 팔에 댈 때는 그렇게 저도 모르게 푸념하는군요.

"고향집에서는 고양이 같지가 않다고 지랄, 여기서는 고양이 같다고 지랄..."

702 ◆MjRAeKhiz2 (nvGvcbIbxo)

2024-11-22 (불탄다..!) 00:04:21

>>698
"그럼 부탁 좀 할게요. 흐아암..."

넬루는 아앨라나의 온기가 채 가시기도 전에, 임시 침대 위에 올라갑니다. 그리고는 잠에 드는데, 새근새근 잘도 잡니다. 아앨라나가 정확히 시간을 재본 것도 아니지만, 아무리 길어도 2분은 지났을까 싶을 때쯤에 넬루는 이미 잠에 들었습니다. 넬루가 날밤을 까면서 경계를 선 탓에 지친 것을 고려하더라도, 신기할 정도로 빠른 속도입니다. 아마, 언제 또 잘 수 있을지 모르는 극한의 상황이, 언제든 두 발 뻗고 쭉 잘 수 있을 때만큼은 펑펑 잘 수 있게 만든 거겠지요... 앨리스의 초대로 꿈 속에서 앨리스가 만든 '기억의 궁전'에 처음 진입해서 읽어본 책은 '수면'에 대한 책이었고, 그 책에는 인간이 '눕자마자 바로 숙면에 들고 단 한번도 깨지 않는다면, 이론상 4시간의 수면만으로 완벽한 몸 상태를 회복할 수 있다'고 되어 있었습니다. 아마... 그 정도까지는 아니겠지만 꽤나 편하게 자고 있겠지요.

아앨라나는 그 동반자의 숙면을 위해 얼마 남지 않은 시간 동안, 햇빛이 완전히 뜰 때까지 버텨보기로 합니다. 그 때... 가말라시엘이 말을 거는군요.

'그런데 말입니다. 사도님... 플라베르흐 사람들과 계약할 때, 인신공양으로 얻고 힘이 만약 남았으면 그것을 플라베르흐를 위해 써야 한다고 하지 않았습니까?'

뭔가... 좀 으스스한 목소리로, 가말라시엘이 말을 잇습니다.

'그렇다면... 지금 힘이 남아있는데, 이걸 지금 사도님 옆에서 자고 있는 넬루를 위해 쓴다면... 이것 역시 플라베르흐를 위한 게 아닐까요?'

음... 뭘 하려는 것이건 간에, 아앨라나는 그 저의와 정확히 뭔 행동을 하려는 것인지 아직은 잘 모릅니다. 도와준댔더니 베스니 다리 한 짝을 말다리로 만들어버린 놈이니까요.

703 헬렌 - 진행 (DoLM31gEwE)

2024-11-22 (불탄다..!) 10:05:27

@@>>701

헬렌은 여관 주인의 설명을 들으며 제 지위에 대해 다시금 실감했다. 로렌스 가문의 영지에도 지위고하가 없는 것은 아니다. 그럼에도 능력에 따른 인재 채용에는 적극적인 편이었기에 로렌스가의 기사들 중에는 천출 출신도 있었다. 그런 가정환경에서 자란 헬렌인 만큼 페로의 출신에 대해서도 신경을 덜 쓰고 그 능력에 집중하는 것이기도 했고.

확실히 마법사를 쓱싹해버린 것도 대단하고, 지금 붕대를 감고 치료하는 손도 야무지다.

“고향집에서 고양이 같다는 건 어떤 의미인데?”

헬렌은 얌전히 치료를 받으면서 궁금증에 묻는다. 헬렌은 페로에 대해 궁금한 게 많다. 전투 기술은 누구에게 배운 건지, 동굴 안에서 마법사를 해치울 땐 어떻게 한 것인지, 당시 정령사가 있었던 것 같은데 어떤 모습이었는지, 치료에 대한 건 어떻게 배웠는지, 더 할 수 있는 것들은 무엇이 있는지 등등.

704 ◆MjRAeKhiz2 (nvGvcbIbxo)

2024-11-22 (불탄다..!) 12:53:40

>>703
"뭐어, 말 그대로, 고양이 같다는 거에요."

그렇게 말하는 페로의 귀와 꼬리가 살랑살랑 흔들립니다. 그리고 백과사전의 정령이, 페로 대신 끼어들어서 페로는 치료나 하게 내버려두고 대신 헬렌에게 설명해줍니다.

'주류 사회에서 차별받고 소외받는 수인족도 그 수인족 공동체 내에서 소득과 자산, 출신지와 계급, 성별이나 종족, 생김새 등에 따라 다양한 차별과 소외를 겪습니다. 예를 들어, 보름달 수인은 의사소통을 할 수 있고 이족보행이 가능하다는 점을 제외하면 사실상 동물과 다름없는 생김새를 가지고 있고, 반달 수인은 동물이 이족보행을 하는 듯한 외견을 가지고 있으며, 초승달 수인은 인간의 외견에 동물의 귀, 꼬리 등이 달려있는 외견을 가지고 있습니다. 개중 보름달 수인은 위대한 달과 야생의 축복을 동시에 받았다고 공경받으나, 초승달 수인은 대부분 인간과의 통혼 또는 돌연변이로 발생하기 때문에, 인간들의 차별에 분노하는 수인족 공동체 내에서는 잠재적 배신자로 적대받거나 경계인으로 배척받습니다.'

...라는군요. 아마 고향집에서는 인생긴 건 인간인데 고작 고양이 귀랑 꼬리만 달린 주제에 동족 행세를 한다고 싫어했을 거고, 여기서는 도둑질에 능한 펠리네 수인족이라고 일단 차별하고 봤을 거고... 헬렌이 그런 종족 차별에 적극적으로 가담한 것은 아니지만, 그녀가 그간 접했던 책이나 연극에서 펠리네 수인족 인물들은 대부분 도둑질이나 비겁한 일면을 가졌던 것을 생각하면 당연할 겁니다.

705 헬렌 - 진행 (DoLM31gEwE)

2024-11-22 (불탄다..!) 13:47:57

@@>>704

“그렇구나.”

헬렌은 백과사전 정령의 부가 설명에 더욱 깊게 이해하고는 고개를 끄덕였다. 궁금한 점은 많지만 아직 친하지 않으니 꼬치꼬치 묻기도 그래서 헬렌은 얌전히 치료를 받는다. 반복적으로 붕대를 감거나 부목을 대는 과정은 뭔가 머리를 손질받는 것과 같은 느낌이 있어 졸음이 몰려오는 것 같다.

“듣고 싶어서 들은 건 아니지만 여기 손님으로 묵고 있는 거야? 오늘 당장 출발할 게 아니라면 같이 저녁 식사 어때? 오늘 도와준 것도 너무 고맙고 해서 내가 대접하고 싶은데...... 지금은 좀 피곤해서 조금 있다가.....”

갑작스런 전투와 그 난리를 치고 여관에 와 씻고 치료도 받으니 긴장이 풀려 얼굴에 졸음기가 가득 몰려든다. 물론 티를 안 내려고 노력 중이지만.

706 ◆MjRAeKhiz2 (nvGvcbIbxo)

2024-11-22 (불탄다..!) 14:19:11

>>705
"백작 영애와의 저녁 식사라... 좋아요. 저도 할 얘기도 좀 있고..."

페로는 치료를 다 마치고 나서 일어납니다. 그리고는 치료비는 나중에 계산하겠다면서 조용히 문을 닫고, 헬렌은 마치 마법이라도 걸린 듯... 기절하듯 침대에 누워버립니다. 사실 당연합니다. 오늘 헬렌이 당한 일을 생각해봅시다. 아침에는 뜬금없이 돈자루를 도둑맞아 쫓아다녔고, 점심에는 광산을 돌아다니다가 오후 시간때쯤에 광산을 폭파시켜서 유황 온천으로 개장해버렸고, 그 과정에서 부상을 입었고 하마터면 중상이나 사망사고까지 날 뻔했으니까요. 그런데 당연히 안 자고 배깁니까?

새근새근, 새근새근... 피로 앞에서, 왁자지껄 시끄러운 밑층의 술 마시는 소리마저도 그저 자장가에 불과할 뿐. 헬렌은 잠에 들고...


똑똑똑


노크 소리가 헬렌의 잠을 깨웁니다.

"실례합니다. 아가씨. 급사입니다. 저녁은 어떻게 준비해드릴까요?"

707 아앨라나 - 진행 (1t6E4J8L7I)

2024-11-22 (불탄다..!) 17:53:09


@@ >>702

저의 제안을 받아들인 것 같은 그녀는 제가 그랬던 것처럼 이번에는 그녀가 풀의 침대에 누웠고 빠르게 잠들었어요. 엄청 피곤하셨나봐요. 경계심을 한껏 세워 밤을 지새우게 된다면 체력의 소모가 보통보다도 크겠지요? 그러니 이렇게 되겠지요. 아니면, 이것도 그녀가 어촌을 지키는 전사로서 훈련한 기술 중에 하나 일수도 있겠네요. 제가 알고 있는대로 된다면 그녀가 몇 시간 동안 깨어나지 않고 잠들 수 있다면 체력을 제대로 회복할 수 있을 거에요

"그 말도 일리가 있지만 넬루 씨가 그렇게 해도 된다고 하면 그때 해보도록 해요"

그렇게 해서 저는 잠깐 하늘을 향해서 흘깃 바라보며 그 빛이 숲에 들어서는 것과 함께 그녀의 곁을 지키고 있으면 가말라시엘 님이 저에게 그리 설명하며 말하였어요. 저는 그 말에 긍정하면서도 그렇게 대답했어요. 그녀는 어촌의 주민이고, 주민들과의 약속은 주민들을 위해서 쓰는 거에요. 즉, 주민인 넬루 씨가 알고 받아들인 다음에 하는 것이 맞는 거겠지요. 그때 의식을 거행할 부터 저는 주민들에게 이를 알리고 그들의 선택을 기다렸어요. 이후 그들은 결정했고 저는 의식을 실행하여 그들의 목적을 이루는데 힘을 사용하게 되었지요

"그런데 무엇을 하려고 하시나요?"

이어서 저는 가말라시엘 님에게 물어보았어요. 어촌의 주민들로부터 남겨진 힘을 사용하여 넬루에 도움이 될 것에 대하여 생각하고 있는 것에는 무엇이 있을까요?

708 헬렌 - 진행 (DoLM31gEwE)

2024-11-22 (불탄다..!) 18:31:56

@@>>706
페로와 저녁 약속을 잡고 헬렌은 그대로 뻗어버렸다. 꿈도 없는 깊은 잠. 하루동안 엄청난 일들이 일어났고 정신 없이 지나갔다. 그렇게 잠들었던 중 똑똑 노크 소리가 잠을 깨운다. 벌써 저녁 때인 모양이다.

“저녁은 2인분으로 부탁해. 준비를 마치면 여기 묵고 있는 고양이 수인 여자애인 페로를 불러와주고.”

몸을 일으키며 눈을 비빈다. 그래도 잠을 자고 나니 몸이 한결 낫다.

709 ◆MjRAeKhiz2 (nvGvcbIbxo)

2024-11-22 (불탄다..!) 19:02:19

>>707
"뭐어... 예를 들어서, 이 검은 숲 어디선가 다가오는 위험한 괴물을... 제 존재를 지팡이가 아닌 다른 모습으로 이 현실에 현현시키는 방식으로 쫓아낸다면, 그렇게 해서 넬루 씨를 지킨다면... 사도님이 약속을 지키는 것 아니겠습니까? 보시다시피, 넬루는 플라베르흐의 유능한 경계병이니까요."

이야기만 들어보면 맞는 말입니다. 하지만 아앨라나의 뛰어난 지성이 말해주건대, 그녀의 촉으로 볼 때 뭔가 의심스럽습니다. 정확히 어떤 이유에서인지는 모르겠지만, 대충 느낌이 구리다는 그런 생각이 듭니다... 아무튼 그런 논리인데, 그렇게 가말라시엘이 이야기하는 동안에는 아무런 위협도 없었습니다. 해봤자 아앨라나도 앨리스의 집에서 심심하면 보고, 쫓아내다가 정 안 되면 지팡이로 머리를 내려쳐 깨 죽여서 내던진 검은 숲 특산의 흑림 구렁이 몇 마리 정도입니다. 그마저도 여기에 사람이 없다고 착각해서 온 것뿐이고, 아앨라나 기지개를 켤 겸 일어나서 땅 몇 번만 구르면 알아서 겁을 먹고 도망칩니다.

그리고 다시 일출입니다. 아앨라나가 깨우기도 전에, 넬루는 눈을 뜨고 일어납니다. 그리고는 지체 없이 마체테를 꺼내더니 자기가 누워있던 임시 침대를 내리쳐 박살내버리는군요. 그렇게, 뭔가 구색을 갖춰 놨던 치대는 정체를 알 수 없는, 마치 위에서 딱따구리가 구멍을 파고 남긴 것 같은 톱밥 더미가 됩니다. 넬루는 그러고 나서 아앨라나에게 말합니다.

"별 일 없었죠? 그나저나... 뒤에 저거, 뭐에요?"

넬루는 그렇게 말하고 창을 꺼내들더니, 아앨라나 앞에 서서 경계합니다. 아앨라나가 뒤돌아보면, 어느 새인지 모르겠는데... 거대한 곰이 나와 있습니다. 잠깐, 낯이 익습니다. 이 곰... 한쪽 눈은 희게 변했고, 나머지 한쪽 눈은 이상한 마석이 박혀 있군요. 아앨라나를 바라보자 그 마석이 붉게 빛나더니 불곰이 분노하는데, 가말라시엘이 끼어들어서 이야기합니다.

'이런! 야밤중에 아앨라나 씨를 잡아먹으려다, 장님이 된 그 불곰 친구가 어디서 이상한 마석이 박힌 모양이군요.'

710 ◆MjRAeKhiz2 (nvGvcbIbxo)

2024-11-22 (불탄다..!) 19:25:14

>>708
"알겠습니다... 잠깐, 2인분 말씀이십니까? 아, 알겠습니다."

준비는 매우 빠릅니다... 아니, 빠른 정도가 아니라 그냥 헬렌이 대답하자마자 저녁 메뉴가 들어옵니다. 아무래도 헬렌이 저녁 식사를 주문할 것이라 예상하고 차려둔 모양입니다. 그런데 사과 파이와 송어포 스테이크, 포도주, 신선한 과일 한 접시, 그 외에는 특이하게 붉은 소스가 얹어진 닭 구이 요리가 있는데... 그걸 헬렌이 보자마자, 입을 다물고 있던 암허슈트가 경고하는군요.

'백과사전의 정령, 제발 좀...'

'중산층에 전파된 귀족 요리인 '풀레 퓌슬리'입니다. 갓 잡아 데고흐제(degorger)한 신선한 닭을 브리데(Brider)한 상태로 바르데(Barder)해서 브로셰트(brochette)한 후 꽁까세(congcasser)한 토마토를 쎙줴(singer)하고 미조떼(mijoter)한 소스를 나뻬(napper)한 후 데깡테(decante)하고, 약 3분 동안 레스팅(resting)한 후 접시에 드레세(dresser)합니다. 출처는 생 뮈리아 공작부인의 규수 요리책 31쪽 41행'...

...굳이 알고 싶지 않은 정보였지만, 헬렌은 여기서 백과사전의 정령의 한계를 알아차립니다. 백과사전의 정령, 적어도 헬렌과 동행하는 정령은, 자신이 수집한 정보, 즉 헬렌의 서재에 꽂혀 있던 정보 위주로 데이터가 편중되어 있다는 것 말입니다. 하나라도 틀리면 바스티유에서 앙시앵 레짐이 무너지고 레볼루시옹이 일어나 기요틴으로 끌려갈 것 같은 헛소리는 집어치우고 말입니다. 아무튼, 여급은 식사를 내오고 나서 다른 음식들을 가져오겠다면서 이것저것 가져오고... 그 사이에 페로도 끌려옵니다. 여급은 척 봐도 다른 곳에 가야 했을 것 같은 큰 스튜 한 접시와 맥주 한 컵, 사슴 뒷다리 구이를 가져와서 올려두고, 마지막으로 어안이 벙벙한 페로를 자리에 앉힌 후 꾸벅 고개를 숙입니다.

"맛있는 식사 되세요. 혹시 다 드셨거나 다른 필요한 게 있으시면, 밧줄을 당겨주세요. 꼭 도와드리겠습니다!"

"음..."

어쩌다보니, 헬렌 같은 귀족 영애나 먹을 법한 고급요리와 페로 같은 이족보행 웨옹이나 먹을 것 같은 '저급'요리가 참 어색하게 어우러진 저녁상이 펼쳐집니다. 페로는 슬쩍 눈치를 보더니, 딱 봐도 접시부터 '나 고급요리요' 하며 매끈한 표면에 힘이 흡 하고 들어간 고급 요리들을 슬쩍 헬렌 쪽으로 밀고, 자기 쪽으로는 '저급 요리'들을 슬쩍 당깁니다...

//
참고로 저 백과사전의 염병은 내가 요리채널 보면서 동사, 형용사, 관형사, 명사 중 한국어나 한자유래 한국어, 하다못해 표준국어대사전에 정식 등재된 외래어 한 단어조차 없는 경악할 꼬라지를 보고 기함했던게 생각해서 넣어봣서....

711 아앨라나 - 진행 (hO7C2jidy.)

2024-11-22 (불탄다..!) 20:17:59


@@ >>709

"꼭 필요한 것이 아니라면 잠시 동안을 위해서 힘을 소모하기 보다는 가능한 축적된 힘을 아껴서 나중에 좀 더 큰 것을 위해서 사용하는 것이 더 좋을 것 같지 않으세요?"

가말라시엘 님이 저에게 말하시는 그 주장은 저도 맞다고 생각은 들어요. 하지만, 그냥 그렇게 하기에는 아무래도 뭔가 걸리는 느낌을 저는 받았어요. 그래도 결국 필요하다고 여겨지고 햬야 된다면 실현하겠지만요. 그래서 저는 가말라시엘 님에게 그렇게 말해보았어요

그래서 저는 과거의 숲 뱀을 퇴치하던 것이 떠올리며 시간을 보내고 있었어요. 그렇게 해서 시간이 꽤 흘렀을까요? 태양이 높은 자리에서 그 빛으로 숲을 내려보고 있었을 때 제가 따로 넬루를 깨우게 되는 일도 없이 그녀가 스스로 일어났어요. 저는 그녀가 눈을 뜨면서 곧바로 정리 정돈이라고 할 수 있을 행동을 하는 것을 지켜보았어요

"저것이 나타나기 전까지는 그랬어요"

"어떠한 일이 있었는지는 모르겠지만 마력에 오염된 야수라고 할 수 있을 것 같아요. 잘 보세요, 저것의 눈이 있어야 할 자리에 대신 차지하고 있는 이상한 돌 같은 것이 그 원인이겠지요"

잠시동안 그것의 상태를 가볍게 살펴보고는 저는 넬루의 질문에 그렇게 설명했어요. 그저 잊혀져 지나가 버린 야수이기에 제가 일일 기억하려고 했었던 것은 아니었지만 저는 그래도 알아 볼 수 있었어요. 저곳에 있는 변화가 있는 야수는 제가 이미 한번 보았던 존재와 같다는 직감이 들었지요. 저 짐승에게 왜 마석으로 추측할 수 있는 것이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저 존재가 곧있으면 공격할 것 같으니까 방어하고 물리처야 하겠어요

"가말라시엘 님이 말하셨던 그 다가오는 위험한 괴물이라는 것이 저 존재에게도 해당하나요?"

저는 가말라시엘 님에게 그렇게 물어보듯이 말했어요. 과거의 사연으로 분노를 간직한 야수인가요, 저 야수가 지금까지 저를 기억하고 있었나요? 어쩌면 저 불길한 돌이 영향을 주어 실제로 저 야수에게 그렇게 되도록 만들어버린 한 것일 수도 있겠어요

Powered by lightuna v0.6.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