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97051922> [판타지/모험/개인서사] 이야기들 - 1 - :: 480

◆MjRAeKhiz2

2024-09-23 18:08:33 - 2024-10-18 23:38:26

0 ◆MjRAeKhiz2 (zXep3rh/ik)

2024-09-23 (모두 수고..) 18:08:33

.

66 누누코 (2LV9GF/zEA)

2024-09-28 (파란날) 14:35:12

@@ >>57
누누코는 요한의 말에 작게 고개를 끄덕이고는, 땅을 박차고 사뿐히 뛰어 근처의 나무 위에 올랐다.
높게 솟은 귀로는 저 멀리에서 인간들의 비명과 고함이 들려왔다. 뒤늦게 개와, 사람의 시체를 발견한 것일테다.
우스운 일이다, 라고 누누코는 생각했다.
저 영지에서 누군가가 죽어나가는 것은 일상이었을텐데. 그들이 무언가의 죽음에 있어서 저런 높은 목소리를 낼 수 있다는 사실 자체가 우습다못해 기이하게 느껴졌다.

67 누누코주 (2LV9GF/zEA)

2024-09-28 (파란날) 14:35:50

캡틴도 오랜만이에요~~ 요즘은 통 바빠서 제대로 오기가 힘드네요... 흑흑
다른 분들도 안녕이에요~

68 아앨라나 - 진행 (CmOknnnINg)

2024-09-28 (파란날) 17:18:25


@@ >>62

"후후후~ 그렇다고 할 수 있겠네요~"

그녀의 장황하게 이어지는 온갖 표현들에 저는 작고 부드럽게 웃고는 고개를 살짝 끄덕이며 수긍했어요. 제가 처음에 가졌던 목표와는 다른 것을 얻었더라도 실망하지 않았던 것처럼 그녀 또한 그러했어요. 어쩌면, 저보다도 그럴 수 있을 거에요. 그녀는 숲 속의 앎이 부족하고 그렇다는 것은 더 많은 것을 품게 될 수도 있다는 것을 가정할 수 있어요. 이미 그림으로 채워진 천과 종이에는 빈 곳이 아닌 곳에 새로운 것을 하기에는 어려운 것처럼요. 다만, 그렇기에 반대로 새로운 틀과 그것의 빈 곳에 제대로 그림을 담아낼 수 없다면 실망감은 보다 커질 수도 있겠지만요

"무엇이라고 해야할까요? 익숙하다고 할 수는 있겠네요. 고요함과 떠들썩한 것을 넘나들며 숲은 많은 것을 품고 있어요. 그것으로서 나타나는 가능성의 표출은 다양하다는 것을 의미할 수 있을 거에요"

"필요하지 않는 것은 아니에요. 추리고 엮어내 스스로의 마음을 글로서 표현하고 정리하여 이를 기록함으로서 그 자체로 문학이라 칭할 수 있을 것이에요. 사람의 기억이나 감정은 촛불과도 같아요. 처음에는 불꽃을 피어내고 타오르고 곧 초가 전부 닳아 없어져 그 불꽃은 꺼지고 작은 연기만을 남긴채 희미한 자취만을 두고 잊혀지거나 하지요. 그러나, 이미 문학으로서 남겨진 그것은 그렇지 않을거에요. 그것은 그때의 감동을 다시금 일깨워 볼 수 있게될 수 있지요"

그리고 이어지느 그녀의 말에 저는 긍정하면서도 동시에 부정하고자 그렇게 설명해보았어요. 비록 숲 속의 앎에 제가 전부 깨우치고 있는 것은 아닐지라도, 여전히 많은 것을 배워 일깨웠어요

69 ◆MjRAeKhiz2 (lz85b60GWQ)

2024-09-28 (파란날) 17:33:36

>>65
거한은 서류를 뺏듯이 낚아채더니 슬쩍슬쩍 봅니다. 그렇게 봐서야 뭐 얼마나 중요한 내용인지 알겠나 싶더니만, 썩어있던 거한의 표정이 점점 펴지더니 가까이 가서 엘리의 두 손을 딱 잡습니다. 그리고, 평생 웃지 않을 것 같던 인간이 참 밝은 얼굴로, 참 안 어울리는 웃음을 보여주며 감사를 표합니다... 차라리 진지한 표정으로 고맙다 한 마디만 하는게 나았을 텐데요.

"정말로 고맙습니다. 엘리 님."

그리고는, 엘리의 손목을 잡고 위로 끌고 올라가려고 합니다.

"올라가시죠. 에레야 님이 청문회가 시작된 이후 되는대로 말하면서 시간을 끌고 있는데, 주 목격자인 당신 진술도 많이 필요합니다."

엘리는 에레야한테 받아놓은 특수 수호부가 있으니 신전에 들어간다고 아마 불타는 일은 없을 겁니다. 기분은 좀 더럽겠지만요.

70 ◆MjRAeKhiz2 (lz85b60GWQ)

2024-09-28 (파란날) 17:38:54

>>66
누누코는 반쯤 잘린 귀를 쫑긋, 쫑긋 세우며 소리를 듣습니다. 사람들의 고함 소리와 개들이 짖는 소리는 멀리서만 들리고 가까이로 오지 않고 점점 잦아들어만 갑니다. 그리고 그 잦아들어가는 공백은 찌르르르 하는 귀뚜라미 따위의 풀벌레 소리와 부엉이가 세상 모르고 밤새 우는 소리가 채웁니다. 대농장이 온 농장의 불을 밝히고 램프를 켜면 이 밤하늘을 이길 수 있는 양 난리를 피우지만, 밤은 굳건하고, 멀긴 해도 낮이었으면 충분히 찾을 수 있을 이 거리에서, 요한이 대놓고 시체에 몰약 처리를 하고 있는데도 인간은커녕 개조차도 두 사람을 발견하지 못하는 꼴은 퍽 우습기까지 합니다.

"...어디보자. 코에도 넣고, 목에도 넣고... 흠. 누누코 씨가 여기를 쳤군요! 그래도 자기를 노예로 사서 투견으로 쓰려고 한 사람한테 꽤나 자비를 보이셨습니다. 이렇게 목을 걷어찼으면 경동맥만 그이는 게 아니라 경추와 신경이 부서지고, 아마 기절하면서 자기가 죽는다는 것도 모르고 죽었을 테니까요. 누누코 씨의 동작 속도를 보면 확실합니다."

...라고, 요한이 추리하는 소리와 함께 몰약 특유의 달큰하면서도 톡 쏘는 향기가 코를 간지럽힙니다. 조금만 더 심하면 재채기가 나올 것 같지만, 그래도 이 냄새가 몇 시간 뒤 온 사방에 풍길 썩은 시체 냄새보다야 나을 것이라 생각하면서 잠깐 기다립니다. 정 안 되면 이 냄새는 코에다 솜을 박아서 참을 수라도 있지, 시체 냄새는 솜이 아니라 돌덩이를 박아도 못 참습니다. 아무튼 시간이 지나고, 요한이 미스터 스위트를 넣은 마차 문을 쾅 닫고는 누누코를 부릅니다.

"내려오시죠! 이제 출발해야 합니다."

71 ◆MjRAeKhiz2 (lz85b60GWQ)

2024-09-28 (파란날) 17:57:11

>>68
"이걸 그렇게 포장할 수 있다니..."

대체 무슨 포인트에서 감동한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아무튼 베스니는 감동했습니다. 베스니는 눈물을 찔끔찔끔 흘릴듯하다가, 아앨라나가 한 말들을 전부 받아적습니다. 아무튼 조개 하나 주운 것 가지고 뷔르트겐 호수를 포기할 수는 없는 노릇이니 두 사람은 계속해서 걷기 시작합니다. 이끼 낀 숲도 지나고, 나무들이 폭풍에 여럿 쓰러져 하늘이 뻥 뚫린 곳도 지나고, 이것저것 지나다보니 어느새 하늘의 명도(明度)가 점점 높아져, 검기만 하던 하늘이 점점 짙푸르게 변하고, 짙푸른 하늘에 푸른빛이 더해지고, 푸른 하늘이 다시 하얘지면서 검은 숲에도 앞의 사물을 분간할 수 있는 빛이 돌아옵니다.

"후우... 또 아침이네요오..."

베스니가 밤새 걸었다고 불평하는 사이, 아앨라나는 지도를 펼쳐봅니다. 앞으로 한나절 정도 강행군하면 뷔르트겐 호수지만, 불곰 때문에 하루를 못 잔 게 조금 마음에 걸립니다. 여기서 못 취한 휴식을 좀 취할 수도 있고, 아니면 다시 앞으로 나아갈 수도 있습니다.

72 ◆MjRAeKhiz2 (lz85b60GWQ)

2024-09-28 (파란날) 18:11:06

situplay>1597051230>17
수많은 명예와 공적이 쌓여 거대한 기념비가 세워지고, 그 거대한 기념비에 으레 따라붙는 그림자조차도 어렵고 힘든 이들을 숨겨주는 안식처가 되어주던 로렌스의 명성은, 베이지색의 곱슬거리는 머리카락과 함께 그녀의 양 어깨의 무겁게 짓눌립니다. 한때 로렌스의 핏줄을 잊었던 정령들이 헬렌이 태어나고 나서야 로렌스의 이름을 다시 알아보기 시작했고, 한때 정령의 왕과 자유롭게 세상을 논하고 작은 정령들을 제2 제3의 손발로 부리던 전성기는 어른들의 동화 이야기처럼 거짓말 같습니다. 그나마 다행이라면, 그녀의 남동생이 이제 더 이상 그녀가 부재한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울지 않는다는 것일까요, 8살이라면 슬슬 백작가를 잇기 위한 교육을 받기 충분한 나이라는 것일까요. 헬렌에게는 헬렌 나름대로 로렌스의 이름을 되살릴 길이 있고, 리안에게는 리안 나름대로 가문을 이끌어야 할 의무가 있을 겁니다.

그래야 합니다.

헬렌은 그렇게 생각하면서 무작정 바깥으로 나왔습니다. 제아무리 기울었다고 해도 백작가는 백작가, 백작 저택의 밤을 밝히는 고래기름 등불을 돼지기름 등불로 바꾸면서 자금에 여유가 생긴 덕분에 헬렌은 꽤나 자금을 많이 챙길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저택의 장서실에서 오랜 시간 동안 자신의 지식 자랑을 들어줄 누군가를 기다리다가 그녀를 만난 아주 유식한 자칭 '백과사전의 정령'도, 그녀를 돕고 싶어서 안달이 났습니다. 정령은 그녀에게 말을 겁니다. 아마 재잘재잘 쏟아지는 지식은 그녀에게 당장 도움은 안 되겠지만요.

'정령 - 정령이란 '어떤 물체나 자연현상에 깃들거나 그것을 상징하는, 지성을 가진 채 주위의 자극에 반응하는 초자연적 현상의 총합'입니다.'

그리고 그녀는 앞을 바라봅니다. 한 마을인데, 그래도 커다란 마차 여관도 있고 있을 건 다 있는 마을입니다.

//일단 여자 동료 한명부터 붙여주려는데 지금 당장? 아니면 좀 있다가?

73 ◆MjRAeKhiz2 (lz85b60GWQ)

2024-09-28 (파란날) 18:11:44

>>67
늦으면 늦는대로 빠르면 빠른대로.

74 엘리주 (jfkBxoJ2Po)

2024-09-28 (파란날) 18:21:39

우왕 새친구당

75 엘리 - 진행 (jfkBxoJ2Po)

2024-09-28 (파란날) 18:26:41

@@>>69

"...엇."

진술, 이라니. 신전에서? 청문회에 모인 수많은 고위 사제 앞에서?

하지 않을 수는 없었다. 그치만! 그치만!

도살장에 끌려가는 것처럼, 거한의 이끎에 느릿느릿 따라갔다.

76 헬렌 - 진행 (ubXBJfgvUs)

2024-09-28 (파란날) 18:41:49

@@>>72

‘더 이상 어린애가 아니니까.’

헬렌은 꽤나 큰 각오를 하고 모험길에 올랐다. 아버지를 따라 주변 영지 혹은 가까운 다른 가문의 영지를 방문했을 때를 제외하면 이렇게 멀리까지 나와본 것도 처음이었다. 그것도 혼자서 말이다. 목적지를 정해둔 것은 아니었다. 일단 수도의 방향 쪽으로 향할 뿐이었다. 그 과정에서 명성을 높일 수 있는 고난이 있다면 돕고 혹은 돈을 벌 수 있다면 벌고 혹은 귀인을 만난다면 만나고 혹시 이 모험길을 같이 할 수 있는 사람이 있다면 함께 해도 좋으리라.

“고마워.”

조잘거리는 백과사전 정령에게 작은 인사를 건네며 헬렌은 싱긋 웃었다. 그래도 위안인 점은 이 작은 정령이 심심하지 않게 곁을 맴돌아준다는 것일까. 주변에 사람이 있을 때에는 혼잣말보다는 마음속으로 정령과 대화를 하는 편이지만 그럼에도 입으로 하는 소통이 확실히 잘 전달되는 느낌이 들었다. 말을 할 일이 없어 심심하기도 했고 말이다.

가는 길에 들르게 된 마을은 묵어가기에 좋아보였다. 아무리 그래도 노숙에 익숙하지도 않고 모험가로는 아직 초짜이니까. 물론 앞으로는 노숙에도 익숙해져야 한다고 속으로는 생각하고 있었다.


/백과사전의 정령이라니 뭔가 귀여워 ㅋㅋㅋㅋ 언제든 상관없으니 캡이 재미있을만한 상황에 붙여줘

77 헬렌주 (ubXBJfgvUs)

2024-09-28 (파란날) 18:43:12

엘리주 안녕~ 잘 부탁해

78 누누코 (2LV9GF/zEA)

2024-09-28 (파란날) 18:48:56

@@ >>70
"자비?"
"먹지 못해서 힘을 쓰지 못한 것 뿐이야... 후흥."
그렇게 요한의 말에 대꾸하고는, 능숙한 몸놀림으로 나무 밑에서 미끌어지듯 내려와 땅을 밟는 누누코였다.
땅에 내려오자, 더욱 강해진 시체 처리의 냄새가 누누코의 코를 찔렀다. 자연히 눈살을 찌푸리지 않을 수 없었다. 냄새가 가진 고유의 향 문제라기보다는, 인위적인 냄새... 그것이 누누코의 신경을 거슬리게 했다.
그러나 딱히 말하지 않고, 사람과 개를 옥수수 밭 비료로 만드느라 피범벅이 된 몸을 마차 위에 올려앉혔다.

"가자."
요한뿐 아니라, 마치 바퀴벌레에게도 말을 걸듯. 바퀴벌레의 등을 손바닥으로 가볍게 두드렸다.

79 ◆MjRAeKhiz2 (lz85b60GWQ)

2024-09-28 (파란날) 18:49:15

내가 이 어장을 세우면서 지키고자 한 원칙
1. 무조건 쉽게!
상황극 역시 룰이 느슨한 역할 수행 게임(Role Playing Game, RPG)의 일종이라고 생각하고 진행하고 있는데, "게임은 쉬워야 한다"는 건 게임 역사가 몇십년 흐르면서 임상적으로 증명된 사실. 소울라이크처럼 모르면 알 때까지 죽어가는 반례가 있지만 그건 시스템적으로 PC 사망을 패턴 파악, 파훼를 위한 장치로 설계한 거고.

2. 최대한 알려주기!
TRPG 마스터링 할때나 TPRG PL로 참여할때나 느낀게 뭐냐면 마스터와 PL의 정보 차이는 극단적이라는 것. 마스터가 답지를 다 찍어주는 수준으로 정보를 퍼줘야 PL 입장에서 정상적인 추론이 가능하고, 마스터가 괜시리 머리 쓴다고 어줍잖게 정보 숨겼다가는 제대로 알려주지도 않고 "이것도 모르네 너 바보 너 멍청이 낄낄" 하면서 PC 바보 만들고 PL은 죽느니만 못한 상황 만들고 플 다 터지게 되어있음.

3. 시스템 탓이오 시스템 탓이오 시스템의 큰 탓이오
10명 중 1명이 적응 못하면 그건 1명의 문제일 가능성이 크지만, 10명 중 9명이 적응 못하면 그건 무조건 절대로 시스템 문제. 여기서 상판 참여하는 참치들 다 컴퓨터 끄고 바깥에 나가면 알바하고 학교 다니고 직장 다니고 다 어디서나 0.5인분-2인분 정도는 하는 보통 사람들임. 그런 사람들 대다수가 혼란스러워하고 못 따라가는 시스템이다? 그건 그냥 그 시스템이 심각하게 못 만든 폐급이란 얘기밖에 안 됨. 사람이 시스템을 위해 존재하는 게 아니라 시스템이 사람을 위해 존재한다는 점에서 더더욱. 사실 이건 시스템이랄 것도 없어서 '사람이 없으면 문제도 없다' 느낌으로 괜찮게 굴러가고 잇는 느낌이다...

4. 현실성도르 금지. 강간, 고문, 학살은 "중세시대 사람들은 미개해서 고문도 하고 학살도 하고 강간도 하고 나쁜짓은 다 했어요"라 말하면서 잔뜩 넣고, 평민 PC를 플레이하는 PL이 "벽에 걸린 포고문을 읽습니다" 라고 선언했더니 "중세시대 평민이 뭔놈의 글을 읽어요 님 역사시간에 쳐잤음?"이라면서 꼽주는 마스터들 진짜 많았음. 그러면서 현대 사회도 이룩하지 못한 전세계에서 완벽하게 동일한 가치로 통용되는 통일 화폐(골드), 전세계에서 아무 법적 문제 없이 용인되는 무력집단 모험길드 같은건 "에이 그런거 일일이 다 따지면 마스터링 어떻게 해요"하면서 넣으면 플레이가 이상해지는 걸 넘어서 인간까지 추해짐.

내가 이 4개 철칙 세워두고 어떻게든 스토리 끌어가고 있는데, 혹시나 이 4개 원칙에 벗어난다 싶으면 바로 찔러줘. 다른건 몰라도 이건 꼭 지키면서 간다.

80 누누코주 (2LV9GF/zEA)

2024-09-28 (파란날) 18:49:56

헬렌주 안녕하세요~~ 어서와요~~~

81 ◆MjRAeKhiz2 (lz85b60GWQ)

2024-09-28 (파란날) 19:01:06

>>75
다시 한번, 엘리는, 아니, 엘리자베스 바토리 블라드 체페슈는 신전에 올라갑니다. 태양교의 신전에서, 엘리는 자신이 불리고 싶고 자신이 되고 싶은 엘리가 아닌, 뱀파이어인 '엘리자베스 바토리 블라드 체페슈'가 될 수밖에 없습니다. 하지만, 어쩔 수 없습니다. 어쨌든 엘리는 태양을 극복하기로 약속했으니까, 올라갈 수밖에 없지 않을까요? 엘리는 거한에게 붙들려 올라가는데, 적극적으로 몸부림치며 빠져나가려고 시도하지는 않지만, 그렇다고 따라가지도 않는 애매한 상태로 짐짝마냥 질질 끌려갑니다. 위로 올라가면, 신전 지하에 이리저리 베이고 찔린 에레야의 부하들이 끙끙대면서 서로의 상처를 치료해주고 있고, 그들의 몸에서 풍기는 진한 피냄새와 불길한 살점의 냄새, 매캐한 연기의 냄새, 그리고... 달큰한 아편의 냄새가 그들이 정말로 목숨을 걸고 싸웠음을 이야기합니다. 하지만 고통스러워하는 그들도, 엘리를 끌고 가는 거한의 손에 들린 서류 더미를 보고는 엷은 희망을 품습니다. 그리고...

"이의 있습니다!"

"더 이상 궤변으로 의사 진행을 방해하지 마십시오, 이단심문관!"

...엘리는, 수많은 천사와 성인들이 지켜보는 것 같은 스테인드 글라스 사이에서, 수많은 귀족들과 사제들 사이에 둘러싸여 비난받고 있는 에레야를 바라봅니다. 비록 그녀는 당당하지만, 처음 엘리가 그녀를 보았을 때 느꼈던 이단심문관 특유의 위압감은 더 이상 없습니다. 에레야는 속으로 욕을 삼키다가, 문득 옆에 선 거한과 엘리를 바라보고는 그제서야 웃는군요.

"참 빨리도 왔군. 자, 여기 증인으로..."

"증인은 무슨! 절차에 맞지 않는..."

"...주교님! 제가 절차상 하자를 지적했을 때 분명 '사건의 실체적 진실'을 밝히려는 와중에 제가 절차적 하자를 트집 삼아 제 죄를 회피하려 한다고 지적하지 않았나요? 그렇다면 제가 사건의 실체적 진실을 밝히기 위해 쓸데없는 절차적 하자를 넘기지 말아야 할 이유는 뭡니까?"

"..."

에레야는 거한이 가져온 서류를 받고, 엘리에게 이야기합니다.

"경비대에서 뭘 봤는지 좀 진술하고 있어. 난 서류를 빠르게 검토하고 있을 테니까. 그리고 정말 고맙다."

82 엘리주 (jfkBxoJ2Po)

2024-09-28 (파란날) 19:02:42

>>79 하긴 여관에서 요리할때 위생이 중세평균이었다면 그랬겠다!!

83 ◆MjRAeKhiz2 (lz85b60GWQ)

2024-09-28 (파란날) 19:11:16

>>76
백과사전의 정령과 이야기를 나누려는 순간, 헬렌은 한 소녀와 부딪칩니다. 소녀는 후드를 쓰고 있는데, 체격이 너무 작아서 헬렌과 부딪치자마자 정말로 크게 넘어지며 나동그라집니다. 데굴데굴 구르다가 대(大)자로 발랑 까진 소녀는 잠시 우우... 하면서 앓는 소리를 내더니 겨우 일어나서는 미안한 눈빛으로 헬렌을 바라봅니다. 그리고는 헬렌에게 사과하는데, 그녀가 허리를 숙이면서 그녀의 머리에 달린 길쭉한 고양이귀도 함께 아래로 쭉 뻗어 사죄하는 것만 같습니다.

"저, 정말 죄송합니다... 조심할게요..."

그리고는 부끄러운지 걸음을 돌려 바로 후다닥 뛰어갑니다. 헬렌은 마을에 오자마자 별 일도 다 있다며 양 허리춤에 손을 얹는데... 왠지 모르게 허리춤이 정말로 가벼워진 느낌이라 손으로 더듬어보면, 돈자루가 사라졌습니다. 헬렌이 백작가 저택에서 있을 때나 수행원들과 함께 다닐 때는 전혀 생각하지도 않았고 걱정할 필요도 없었던 일이죠... 그게 정확히 뭔지, 눈치 없는 백과사전의 정령이 나서서 친절히 설명해줍니다.

''절도'란? - 타인의 재물 또는 권리를 남몰래 슬쩍 가져다가 자신의 것으로 삼는 행위입니다. 사유재산권 개념이 존재하지 않는 일부 부족 사회나 특이한 사회를 제외한 대부분의 문화권에서 범죄로 인식되며, 공개 모욕형부터 불구형, 처형까지 죄질에 따라 다양한 처벌을 받을 수 있는...'

...정령사의 첫 실전은 아무래도 도둑잡기로 시작하는 모양입니다. 로렌스의 핏줄이여! 정령과 대화하는 이여! 도둑에게, 자기가 누구의 무엇을 훔쳤는지 절절히 깨닫는 시간을 줘야겠습니다...
//이번 국면은 헬렌주와 내가 정령사가 정령을 어떻게 다루는지 서로서로 맞춰보고 튜토리얼하는 느낌이 될듯

84 ◆MjRAeKhiz2 (lz85b60GWQ)

2024-09-28 (파란날) 19:12:39

>>82
사실 내가 지하수로에 엘리 방 잡아줄때 "여기는 깨끗한 물 받아와서 더러운 곳으로 흘려보내는 곳이라 깨끗해" 한것도 말이좋아 지하수로지 하수구에 사람을 처박는건 현실성이고 뭐고 인륜에 어긋난다고 생각해서 현실성을 무시했던 거였어...

85 ◆MjRAeKhiz2 (lz85b60GWQ)

2024-09-28 (파란날) 19:21:20

>>78
누누코 때문에 두 번 뒤집어진 미스터 스위트의 대농장을 뒤로 하고, 바퀴벌레가 끄는 마차는 유유히 로데스를 빠져나갑니다. 요한은 누누코가 급한 대로 몸을 씻을 수 있도록 물이 든 가죽부대와 수건을 주고, 누누코가 피범벅이 된 몸과 옷을 대충 닦는 동안 길을 따라 유유히 휘파람을 불면서 마차를 몰고 갑니다. 가끔씩은 마부석 옆에 달린 자루에서 당근이나 사탕무 따위를 꺼내 바퀴벌레의 머리 쪽으로 '훠이!' 하는 소리와 함께 던지고, 그 훠이 소리를 들은 바퀴벌레는 여느 가축과 애완동물이 다 그렇듯 밥 주는 소리는 귀신같이 알아들어서 입을 떡 벌리고 간식을 확 받아먹어 우적우적 씹으면서 앞으로 나아갑니다. 누누코가 대충 몸에서 피를 닦아내 코맹맹이도 맡을 수 있을 정도의 날카로운 혈향을 대충 지워내서 피비린내보다 몰약 냄새가 더 강해지게 만들었을 때, 요한은 마차 승객칸 쪽에 실린 미스터 스위트의 시체를 가리키며 말합니다.

"누누코 씨. 그래서 200탈러를 받으면 뭘 할 지 생각해보셨습니까? 뭘 산다던지, 그런 거 말이죠. "

미스터 스위트의 목에 걸린 현상금이 다 해서 200탈러였는데, 누누코가 200탈러를 다 먹게 되는 건가요? 누누코는 좀 이상하다 싶으면서도 일단 질문은 끝까지 들어봅니다.

86 엘리 - 진행 (jfkBxoJ2Po)

2024-09-28 (파란날) 19:31:08

@@>>81


"마, 마, 마, 말해볼게..."

한껏 쫄은 채로, 더듬더듬 기억을 정리한다.

"레트 자작이란 녀석이... 흉측한 가짜 흡혈귀같은 모습으로 변해서, 경비대의 지하를 개조했어."

우선 묘사하는 것은 배경이다. 피와 살점이 넘쳐흐르던 경비대 지하의 딱 봐도 불경해보이던 풍경을.

"어떻게 레트 자작이 그런 게 가능했냐면... 사교의 사특한 사술 때문이야."

경비대를 세뇌했던 정체불명의 종양. 딱봐도 사교스럽게 생기지 않았던가.

"그리고! 그 녀석이 신성한 무기에 피해를 입은 게 제일가는 증거!"

말하면 말할수록 더듬거리는 기색이 사라지더니, 이제는 열변을 토하기 시작한다

87 헬렌 - 진행 (ubXBJfgvUs)

2024-09-28 (파란날) 19:40:54

@@>>82
헬렌은 길을 걷다가 부딪힌 소녀에 깜짝 놀랐다. 자신은 거의 타격이 없었지만 그 아이는 나동그라진 데다가 대자로 뻗기까지 했다. “괜찮니?”하고 말을 걸었지만 소녀는 부끄러운 듯 사과만 하고 후다닥 뛰어갈 뿐이었다. 로브 사이로 툭 튀어나온 고양이 귀가 인상적이었다. 수인이구나, 하는 생각.

그리고 허릿춤에 손을 얹은 순간 도둑이구나! 하는 생각. 헬렌은 백과사전 정령이 말을 꺼내기도 전에 눈치챘고 이미 시선을 돌려 그쪽을 바라보고 이미 발은 그쪽으로 향했다. 헬렌은 백과사전 정령의 말을 한귀로 듣고 한귀로 흘리면서 그 소녀를 따라 뛰면서 주변의 정령들의 기운에 귀를 기울였다.

“흙의 정령아. 저 아이 발 앞에 돌부리를 만들어줘!”

가장 만만한 하급 정령에게 다급히 부탁했다. 일단 넘어뜨리고 잡고 보자.


/오케이~ 튜토리얼 조아~ 나도 감이 잘 안잡히던 터라~

88 헬렌주 (ubXBJfgvUs)

2024-09-28 (파란날) 19:42:13

누누코주도 안녕~~
캡 원칙 멋있다~ 뭔가 나도 재미있게 참여할수 있겠다! 하는 생각이 드는걸? 개인 진행 느낌의 어장 참여는 처음이라~

89 ◆MjRAeKhiz2 (lz85b60GWQ)

2024-09-28 (파란날) 19:48:21

>>86
이 세상의 좋은 성인들이, 뱀파이어를 죽이고, 뱀파이어의 하인들을 죽이고, 뱀파이어의 모든 것을 죽이고 시성되고 시복된 모든 이들이, 그리고 스테인드글라스에서 영원히 살아가게 된 이들이, 수많은 배심원들과 함께 엘리를 쳐다보는 것 같은 기분입니다. 하지만 엘리는, 엘리자베스 바토리 블라드 체페슈는, 그저 진실을 말하면 되기에, 그러면 되기에, 버벅이다가 결국 진실을 말하기 시작합니다. 흉갑 청년이 무엇을 했는지, 자신이 사교 파티에서 무슨 끔찍한 짓을 당할 뻔했는지, 경비병들이 무슨 끔찍한 세뇌를 당했는지, 경비대 지하가 얼마나 잔인하고 끔찍한 공포의 현장이 되었는지. 원래 거짓말을 밥먹듯이 하는 사람이 아닌 이상, 모든 면에서 완벽히 내적 정합성과 일관성을 갖춘 거짓말을 하는 것은 불가능하고, 그런 면에서 엘리의 이야기에는 진실성이 더해집니다.

"신성한 무기에 피해를 입었다고?"

"경비대 병사들의 뒷목에 종양이 박혔다고?"

배심에 참석한 이들이 엘리의 이야기를 흥미롭게 듣고는 여러 질문을 던지고, 엘리는 열변을 토하며 그 질문들에 사실대로, 자신들이 본 것을 답합니다. 그러다가, 그들은 그 모든 끔찍한 참상을 겪고도 살아남았다는 엘리의 존재에게 당연히 던질 만한 질문을 던집니다.

"...그런데 넌 어떻게 그 끔찍한 상황에서 살아남았지?"

...본능적으로 엘리의 시선이 에레야에게 돌아가고, 서류 검토를 거의 다 마친 에레야가 엘리를 흘깃 보더니 고개를 끄덕입니다: 알아서 하란 겁니다.

90 엘리 - 진행 (jfkBxoJ2Po)

2024-09-28 (파란날) 20:02:53

@@>>89

'저게 피해자한테 할 소리야?!'

아니, 그야. 그 의심은 합당했지만. 사실 내가 비냐처럼 살아남은 거였다면 어쩌려고.

"그건 말이지... 내가..."

후우. 잠시 심호흡. 여기서 밝힌다고 해서 내가 재판의 증인이란 형식을 취하고 있는 이상 당장 죽지는 않겠지만 그래도 긴장되는 건 어쩔 수 없었다.

"내가 뱀파이어기 때문이야."

말했다... 이제 어떻게 되는건지는 신경쓰지 않기로 했다.

91 누누코 (2LV9GF/zEA)

2024-09-28 (파란날) 20:13:06

@@ >>85
200탈러.
솔직히 말하자면 완전히 잊어버리고 있었다.

"글쎄..."
누누코는 그제서야 생각난것처럼, 말 끝을 흐리면서 고개를 돌려 주위에 흘러가는 주변 풍경으로 시선을 넘겼다.
언제까지고 이어질것 같은 나무와 풀숲이 주변을 애워싸고 있었다. 그 사이를, 바퀴벌레는 세 사람 분량의 무게가 찬 마차를 이끌고 요리조리 잘도 해쳐나가고 있었다. 누누코가 다시 말을 이어간 것은 조금 뒤였다.

"놈들을 죽이려면 장비를 사야겠지. 그리고 칼도."
"알고 싶은 것도 있어... 돈을 주고 그걸 알아낼거야."
막연한 생각이었다. 인간의 돈이 있으면 뭐든지 할 수 있을 거라고. 그런 생각으로 요한을 덮쳤고, 지금은 그와 함께 행동하고 있다.왜냐하면 인간은 그런 생물이었기 때문에. 적어도 누누코가 알기에는-
사냥에 나서려면 적절한 장비와... 잘드는 칼날이 필요하다. 그리고 상대가 무엇인지 아는 것. 그것이 제일 중요하다. 하지만 아는 것은 그게 전부였고, 인간을 사냥하러 도시에 나서는 것은 누누코에게 있어서도 난생 처음있는 일이었다.
정확히는 이 '탈러' 라는 것을, 어떻게 사용해야 하는지도 모르고 있는 것이다. 그렇기에 막연한 생각이었다.

"우선은... 누누코네 부락으로 돌아가는게 먼저겠지만."
우선은 그것을 하고싶다. 만약 할 수 있다면, 지금의 누누코에겐 단지 그것만을 위해서 200탈러를 흩뿌릴 생각조차도 있었다. 어차피 그런것은 누누코에게 있어서 종이조각 정도에 불과한 것이었다.

92 ◆MjRAeKhiz2 (lz85b60GWQ)

2024-09-28 (파란날) 20:20:54

>>87
헬렌이 흙의 정령에게 속삭입니다. 그녀가 장서고에서 보았던 대로라면, 마법의 기본 원리는 '마력을 매개로 자신의 사상을 현실에 투영하여 개찬하는 것'이고, 주술은 '마력이나 생명 등의 대가를 지불하고 자신의 원하는 대가를 세상에 끌어내는 거래'이고, 정령술은 '주변의 정령에게 자신의 부탁을 들어달라고 이야기하는 청원'입니다. 그러니, 헬렌이 흙의 정령에게 저 겁도 없는 미친 도둑고양이의 발치에다가 돌부리를 만들라고 부탁하는 것은 당연한 일입니다. 하지만 일부러 그러는 것인지, 아니면 열정이 과한 것인지, 흙의 정령은 돌부리를 만듭니다. 아주 큰 돌부리를요.

"갸, 꺄악?!"

돈자루 도둑이 발을 디딘 곳이 갑자기 융기하며, 거대한 돌덩이 하나가 생겨납니다. 졸지에 자신의 키만한 도움닫기 발판이 생긴 도둑은, 고양이 수인의 장기인 반사신경과 기동력을 유감없이 발휘해, 저 지붕 위로 휙 뛰어올라 지붕 사이로 도망쳐버립니다. 그리고 융기한 '돌부리'에 헬렌만 볼 수 있는 흙의 정령의 자부심 넘치는 얼굴이 나타나는데, 마치 '잘했지?'라 말하는 것만 같습니다. 네, 퍽이나 잘 했군요. 이 순간, 백과사전의 정령이 또 자기 아는 거 많다고 자랑합니다.

'하급 정령 사역 입문 3장 41페이지, '하급 정령은 대부분 자아가 흐릿하고 지성이 부족하기 때문에, 초급 정령사들도 쉽게 통제할 수 있고, 청원이 아닌 사실상 명령이나 강제의 형태로 사역하려고 해도 충분히 사역할 수 있다. 하지만 자아가 흐릿하고 지성이 부족해서 정령사들의 청원을 문자 그대로 수행하기 때문에, 자신의 명령에 깔린 잠재적인 맥락을 하급 정령이 읽을 것이라 기대하지 말고 정확히 무슨 행동을 해야 하는지 구체적으로 부탁해야 한다'...

...거 참, 이렇게 잘 알면 빨리 알려주지...라 생각하는 순간에, 지붕에서 목소리가 들려옵니다.

"제기랄, 저 미친 고양이년은 자고 있는 정령 배를 밟고 지나가네? 확 고양이 가죽베개로 만들어 버려?"

일반적인 사람은 볼 리가 없는, 척 봐도 괴팍하게 생겨서 괴팍한 말을 하고 있는 할머니, '초가집의 정령'이자 부뚜막의 할머니, '바바 페흐'가 지붕 위에서 어딘가를 죽일 듯이 쳐다보고 있습니다.

// 노파심에 말하지만, 이 다음에 정령과 대화해 도둑이 도망친 곳을 특정할 수 있을 것!

93 누누코주 (2LV9GF/zEA)

2024-09-28 (파란날) 20:23:28

>>79 오..... 캡틴의 고수스러움이 느껴져서 초멋져요~~~!

94 ◆MjRAeKhiz2 (lz85b60GWQ)

2024-09-28 (파란날) 20:32:11

밥먹고옴

95 헬렌 - 진행 (ubXBJfgvUs)

2024-09-28 (파란날) 20:47:23

@@>>92
“앗, 아앗....!”

헬렌은 도둑이 발 디딘 곳이 도둑의 키만큼 융기하는 것을 보며 작은 탄식을 내뱉었다. 백과사전 정령이 말을 하는 것에 “알고 있었는데........”하고 한탄하기도 했다. 결국 정령이 만든 돌부리까지 뛰어온 헬렌은 뿌듯해하는 얼굴 부분을 쓰다듬으며 말했다.

“고마워. 이만 원래대로 해줄래?”

한숨 쉬듯 웃는 모습이지만 그래도 말을 들어준 정령에게는 고마운 마음이다. 정령 친화도가 뭐라고 아무런 대가없이 도움을 주는 걸까. 로렌스 가문에서 높은 정령친화도는 너무나 당연했던 것이지만 이제는 아니었고 오랜만에 재능을 타고난 헬렌은 백작가 내에서도 정말 특별한 존재였다. 물론 이런 실수를 반복하는 햇병아리이지만.

하지만 이내 들려오는 목소리에 고개를 번쩍 들었다. 와아, 저 정도 지성이면 중급 이상의 정령일텐데.

“정령님ㅡ! 저는 로렌스 가의 헬렌이라고 합니다. 저 고양이 수인이 제 돈을 가져갔거든요. 어디로 갔는지 아세요?”

96 ◆MjRAeKhiz2 (lz85b60GWQ)

2024-09-28 (파란날) 21:49:43

>>90
내가 뱀파이어기 때문이야.


아주 잠깐, 신전의 모든 것이 멈춥니다. 마치 공기마저도, 시간마저도 멈춘 것 같습니다. 지금 이 상황에서 시간과 공기는 멈추지 않았다고 알려주는 것은, 열심히 서류를 펼쳐보고 읽어보고 숨쉬고 있는 에레야의 소리일 뿐입니다. 뱀파이어란 무엇입니까, 인간들을 사냥하는 존재요, 문명 시대에 남은 마지막 인간의 천적이요, 어둠 속에서 암약하며 인간의 목을 노리는 붉은 눈들입니다. 두려워하는 수많은 눈들이 엘리를 향하고, 그들은 이단심문관 에레야를 도와 가짜 뱀파이어들을 사냥하고 세스타우를 지키고자 노력한 엘리가 아닌, 뱀파이어 엘리자베스 바토리 블라드 체페슈를 보고는 비난을 쏟아냅니다.

"괴물!!!"

"죽어라!"

"이단심문관이 뱀파이어와 결탁했다!!!"

그 비난에 엘리의 시선이 다시 에레야에게 향하는데, 에레야는 이미 모든 준비를 다 끝냈습니다. 그녀는 '정숙을 바랍니다' '반론권을 행사하겠습니다' '조용히 해 주십시오' 라는 말을 하다가, 말을 듣지 않자 총을 꺼내서 그들 중에 제일... 찌질해보이는 한 귀족을 냅다 쏴버립니다. 이제보니 엘리랑 술게임을 떴던 사교 파티의 그 남자군요. 어떻게 잘 살아있던 거 같은데 운이 안 좋았습니다.



쾅!!!!!


네, 진짜 쐈습니다. 자기 말을 안 듣는다고 쏴버리는 폭거에 절로 사람들의 시선이 모이고 아가리 떡 벌어진 상태로 더 이상 움직이지 않지만, 에레야는 자신의 행동이 전적으로 정당함을 간단하게 설명하고는 자기 변론을 시작합니다.

"심문, 설명, 변론 또는 그 외의 정당한 사유에 의한 이단심문관의 지시를 이행하지 않는 자는 이단심문관 직권으로 이단심문관 행동예규에서 정하는 수위의 제재를 가해 지시 이행을 강제할 수 있으며, 행동예규 5조에 의하면 임의로 처형까지 가능합니다. 주교님. 제가 방금 이야기한 내용에 교회법상 틀림이 있습니까?"

"이, 이런 무례한... 하아... 아니, 아닙니다. 없습니다!"

간단히 말하면 조용히 하랄 때 조용히 안 하면, 입을 꿰매버리는 정도가 아니라 그냥 쏴서 멈춰버리겠단 얘깁니다. 에레야는 서류를 조목조목 펼치며 이야기하기 시작합니다. 한 마디 한 마디를 이야기할 때마다, 이단심문관 특유의 위압감이 되살아나서, 옆에 앉아있는 엘리가 점점 더 주눅이 드는 것 같습니다. 에레야는 먼저 '실종자 보고'를 펼칩니다.

"먼저 실종자 보고 문서입니다. 경비대가 세스타우 교회와 저한테 그간 제출한 문서에 따르면 실종신고 건수는 계속해서 월 1-2건을 유지했습니다. 하지만, 경비대 본부에서 실종신고 숫자는 실제로는 월 200건이 넘게 폭증했음에도 강제로 월 1-2건으로 고쳐서 보고했음이 드러났습니다. 저도 실종자 건수가 탐문한 내역에 비해 이상할 정도로 적다고 생각했지만, 이 정도일 줄은 몰랐군요. 그리고!"

그 다음으로, 에레야는 여러 문서들을 펼치기 시작합니다. 에레야가 자체적으로 수집한 증거, 에레야가 짜놓은 사건의 실마리, 그리고 엘리가 가져온 증거, 그간 엘리와 에레야가 열심히 밟아죽인 모든 것들이 서서히 아귀가 맞아 들어갑니다. 그리고 귀족들 중에서도, 몇명은 무슨 일이 일어난 건가 싶어 표정이 점점 공포에 물듭니다.

"여기를 보십시오. 루마족 유랑민 대량실종 사건 문서입니다. 주교님도 오늘 처음 들으시는 눈치군요. 아마 그럴 겁니다. 이곳저곳 유랑하는 루마족들을 납치한 다음 피를 쪽쪽 빨고 시체는 지하의 식인종들에게 인육으로 던져줬지만, 1차적으로 사건을 인지하고 조사해야 할 경비대의 머리통부터 정상이 아니었으니 사건이 제대로 처리됐겠습니까? 이에 대해서는, 저와 저 뱀파이어가 공동으로 지하수로의 식인종 본거지를 소탕한 후 이단심문관 자격으로 수집하고 보존한 루마족의 유품들과, 이 대량실종 문서에 적힌 이 루마족들을 어떻게 했는지와..."

에레야는 주교에게 루마족 대량실종 사건 문서를 넘기고, 주교는 참담한 얼굴로 대량실종 사건 문서를 읽습니다. 그리고 에레야는 거한에게 손짓하고, 그나마 얼굴에 붕대를 칭칭 감아서 미라 꼴이 된 것만 빼고 온 몸은 멀쩡하던 거한이 엘리가 피를 빨아서 입을 열게 만들었던 여자 사교도를 끌고 옵니다. 그래도 정상은 아닌 게 확실해서, 구속복을 입혀가지고 왔군요. 그런데 무섭습니다. 엘리 쪽을 바라보고는 어떻게든 한 입이라도 맛보려는 건지 모가지를 쭉 빼려 듭니다. 하지만 거한은 엘리를 배려하는지, 재판을 진행하려는지, 머리채를 붙잡고 강제로 에레야 쪽으로 돌립니다. 에레야는 마침내 말을 질문으로 끝맺습니다.

"...그 루마족 시신들이 어떻게 되었는지, 루마족 시신인 것은 어떻게 판단했는지에 대해 지하수로 초기 수색 작업 중 체포한 여성 사교도에게 질문하는 것으로 47차 자기변론을 마치겠습니다."

"...당연히 루마족이었지! 남자들은 전부 머리카락을 변발을 했고, 여자들은 등 쪽에 달 모양 문신이 있었어! 피를 많이 빨았는지 덕분에 피비린내가 안 나서 도축하는 맛이 있다고 좋아하더라고! 하지만 멍청이들이지! 어떻게 저런 멋진 뱀파이어님이 된다는 거야?!"

사교도는 온갖 이야기를 다 하다가, 엘리 쪽과 에레야 쪽을 번갈아 보면서 말합니다.

"그나저나, 사법거래 내용을 잊은 건 아니지? 사실대로 다 말하면, 재판 도와주면, 뱀파이어 님한테 인신공양 시켜주는거 맞지?"

.........이거 아무래도 당사자 의사는 전혀 안 물어보고 참 굉장한 내용으로 사법거래를 한 모양입니다? 항상 엘리한테 당당하던 에레야도 갑자기 딴청을 피우려는 눈치군요.

97 ◆MjRAeKhiz2 (lz85b60GWQ)

2024-09-28 (파란날) 21:50:00

>>95
오늘은 여기까지 하고 자러감

98 ◆MjRAeKhiz2 (lz85b60GWQ)

2024-09-28 (파란날) 22:10:45

>>91
그 이야기를 듣고 요한은 허허 웃으면서 다행이다, 다행이야, 라고 말하고는 안도의 한숨을 내쉽니다. 다행이랄 게 있나 싶지만 이야기를 들어보니, 요한은 누누코의 사회 상식을 생각보다도 더 과소평가하고 있었던거 같습니다. 2백탈러가 아니라 2천탈러, 아니 2만탈러를 받아도 그걸로 무엇을 할 수 있는지 모르면, 탈러는 무거운 쇠쪼가리에 지나지 않습니다. 아마 누누코가 탈러를 받아서 동전 자루로 뭉친 다음에 그걸 막대기에 묶어서 즉석 철퇴로 써서 노예상들의 머리통을 퍼석 깨버리며 다닐 거라 생각했을까요? 만약에 쓸 무기가 그것밖에 없다면, 누누코는 절대 주저하지 않을 인물이긴 하지만요.

"무기, 정보! 돈을 쓰는 법을 잘 알고 계시군요. 원래 인간은 자신에게 생소한 무언가를 받아들이지 못하기 때문에, 혹시 '탈러', 즉 '돈'이라는 것을 어떻게 쓰는 건지 모르실까봐 좀 걱정했습니다. 하지만 잘 알고 계시니 제가 굳이 말을 얹을 필요는 없겠군요."

요한은 그렇게 말하면서 마차를 계속 몰고, 어느새 요한이 그녀와 함께 몸을 의탁했던 비든베일을 지날 때쯤 아침이 옵니다. 하지만 요한은 계속해서 마차를 모는군요. 그러다가 문득 누누코에게 묻습니다.

"그나저나 혹시 석궁 쓰시는 법은 아십니까? 아니면 도끼나 단검 등을 던져서 명중시키는 방법이라던지요."

99 엘리주 (jfkBxoJ2Po)

2024-09-28 (파란날) 22:17:26

캡틴 항상 고마워~~

100 ◆MjRAeKhiz2 (lz85b60GWQ)

2024-09-28 (파란날) 22:50:44

>>95
쑤우우우욱

흙의 정령은 헬렌의 분부대로 땅 속으로 다시 움푹 꺼져버리고, 흙의 정령이 '과도하게' 열정적으로 헬렌의 명령을 수행한 흔적은 언제 그랬냐는 듯 사라져버립니다. 그래도 다행인 점은, '원래대로 해줄래?'라는 말은 다른 이상한 방향으로 해석될 여지가 없어 정말로 완벽하게, '원래대로' 돌아갔다는 점입니다. 일단 갑자기 길거리에 사람과 마차의 통행을 막는 거대한 돌덩이를 세워버린 민폐를 없애버린 헬렌은 지붕 위에 보이는 바바 페흐에게 인사하고 그녀에게 도망간 고양이 수인에 대한 정보를 묻습니다. 그 성미 괴팍해보이는 노파는 자신을 알아보는 것을 넘어서, 누가 봐도 분명히 자신에게 이야기하는 것이 분명한 헬렌을 똑바로 한참 동안 쳐다보다가, 목을 가다듬고는 잠시 머리칼도 가다듬습니다. 그걸 보고는, 또 아는 척하기 좋아하는 백과사전의 정령이 나섭니다.

'바바 페흐: 여러 지역에서 여러 이름과 여러 외형으로 나타나는 초가집의 정령으로, 그 외형은 대부분 건물의 노후 정도를 반영한 인간의 형태입니다. 민가의 아궁이와 대들보 등 각종 집안의 대소사를 축복하고 관리하며, 도둑이나 집을 소중히 여기고 청소하지 않는 이들을 저주하고 예의를 지키는 손님과 집을 열심히 수리하는 이들을 축복하는 이들입니다. 이들은 인간과 매우 가깝게 지내기 때문에 인간과 유사한 지성을 가지고 있으나, 정령술 적성이 없는 이들의 눈에는 전혀 식별되지 않고 간접적인 방식으로만 소통이 가능하기 때문에...'

보시다시피 평소에는 막 삽니다. 노파는 저 쪽을 가리키면서 말합니다.

"그 뭐냐, 그 걸어다니는 고양이 카펫년은 저쪽 닭대가리 모양 굴뚝 있는 집으로 도망쳤다. 그리고 네가 로렌스네라고? 로렌스네 집안에서 그런 것도 안 가르쳐주더냐? 그렇게 우리한테 대고 큰소리로 빽빽대면 너 벽에다 대고 혼자 대화하는 이상한 애로 보인다?"

...라고 말하는군요. 아마 정령하고만 대화하는 방법도 백과사전의 정령이 잘 알고 있을까요?

101 ◆MjRAeKhiz2 (lz85b60GWQ)

2024-09-28 (파란날) 23:05:33

오늘은 말한대로 여기까지
그리고 헬렌과 함ㄲㅔ 있는 백과사전의 정령은 '디스코 엘리시움'이라는 게임에서 주인공에게 이야기하는 인격이자 지적 능력들 중 하나인 '백과사전'에서 모티브를 얻었음! 아마 헬렌주가 괜찮다면 헬렌의 강한 지능의 측면(논리, 심문, 연극 등)을 보조할 여러 인지기능 격의 인격들을 넣을 수도 있을듯!

102 ◆MjRAeKhiz2 (lz85b60GWQ)

2024-09-28 (파란날) 23:05:59

그리고 엘리 이야기는 슬슬 1부 끝이 보이는듯

103 엘리 - 진행 (YKKyMTIMro)

2024-09-29 (내일 월요일) 00:15:15

@@>>96

"우와..."

나는 이번 재판에 있어서 세번 감탄했다. 하나는 엄숙하게 이루어지는 청문회의 분위기 그 자체요, 둘은 에레야가 이단심문관다운 압박감을 보이는 모습 때문이요, 셋째는 저 사교도의 순수한 광기의 모습 때문이었다.

"아, 아는 친구 소개시켜줄게."

물론 공수표다. 내가 하긴 싫고 본가로도 돌아가기 싫으니, 이룰 수 있는 방법은 없겠지. 일단 이렇게 말해두도록 하자!

//>>102 사교와의 싸움 스토리아크인가!! 좋았쓰!!

104 ◆MjRAeKhiz2 (yn/McHgSW2)

2024-09-29 (내일 월요일) 08:31:55

그리고 헬렌주한테 말하자면 바바 페흐의 이야기는 바바 페흐 개인의 의견일 뿐임.
지금 헬렌이 사는 곳은 판타지 세계관이고, 헬렌이 자신의 능력을 입증할 수만 있다면 헬렌이 척 보기에는 허공에다 대고 대화하는 것처럼 보여도 실제로는 정령과 대화하고 있다고 사람들이 알아봐줄 수도 있는 것. 바바 페흐의 충고를 따라 마음으로 소통하는 방법을 채택하거나, 아니면 하던대로 계속 그냥 말소리로 이야기하거나 하는건 헬렌의 자유임.

105 헬렌 - 진행 (bwU7FhHvjE)

2024-09-29 (내일 월요일) 09:10:33

@@>>100
땅은 원래의 모습으로 돌아가고 헬렌은 말의 중요성을 다시금 깨닫는 계기를 마음속으로 복기했다. 그리고 지붕 위의 정령을 바라본다. 백과사전의 정령의 말에 따르면 바바 페흐, 초가집의 정령이었다. 물론 초가집의 정령을 처음 본 것은 아니지만 우리 영지의 정령과는 다르게 생겨서 그런가 사실 바로 알아보지는 못했다.

바바 페흐가 자신이 인간의 말로 대화를 건 것에 대해 지적하자 헬렌은 부끄러운지 조금 얼굴이 붉어졌다. 백작성과 영지 내에서 살 때는 자신이 정령과 대화하는 것을 사람들이 다 그러려니 생각하고 용인해주었기 때문에ㅡ가문을 빛낼 정령사의 탄생에 오히려 이런 티를 내는 것을 더 좋아하곤 했다ㅡ 습관처럼 말을 걸었던 것이었다.

‘다급하다보니 그랬어요. 알려주셔서 감사합니다.’

헬렌은 미소를 지으며 바바 페흐에게 말하고는 이제 도둑을 잡으러 가려고 한다.

‘바람의 정령아. 바바 페흐가 말한 닭머리 모양 굴뚝 있는 집으로 가는 길 중 인간이 갈 수 있는 가장 빠른 길로 안내해줄래?’

이번에는 좀더 구체적으로 부탁을 해본다. 바람의 정령이 길을 안내한다면 헬렌은 그 길을 따라 달려갈 것이었다.

/오 그런 모티브가 있었구나~! 백과사전의 정령 은근 개그에 귀엽고 유용해 ㅋㅋㅋ 인지기능 격의 인격이라고 한다면 논리의 정령? 같은 게 붙어서 같이 다니는 느낌이려나? 아니면 다른 방법인가?
캡틴 항상 고마워~~ 너무 흥미진진하고 재밌다~

106 헬렌주 (bwU7FhHvjE)

2024-09-29 (내일 월요일) 09:11:34

>>104 오케이 확인~ 상세하게 코칭해줘서 고마워~~!!

107 ◆MjRAeKhiz2 (yn/McHgSW2)

2024-09-29 (내일 월요일) 09:55:03

>>103
"정말요? 그럼 소개시켜주시는 김에 일족의 가주님을 소개시켜줄 수 없을까요?! 혹시 일족 만찬에 올려주실 수 없나요? 네?!"

"자, 다음으로 청문하실 사항은... 야, 이 년 아가리 물려라."

에레야는 아까 전의 귀족과는 달리 이 사교도 여성에게는 아직 물어볼 것이 남았는지, 이용 가치가 남았는지 재갈마 물리라고 말합니다. 그에 거한은 재갈을 들고 와서 사교도의 아가리에 쑤셔넣는군요. 그러자 사교도는 읍읍대면서도 구속복에 묶인 채 일어나서, 그래도 몸을 꿈틀거려 통통 뛸 수 있다는 점을 이용해 엘리 쪽으로 다가가려고 하다가, 보다 못한 거한이 정강이를 걷어차자 쓰러집니다. 거한은 엘리에게 한숨을 쉬고는 그 사교도 위를 깔아뭉개 앉아버리고 에레야가 하는 말을 듣습니다. 다시 상황을 진정시킨 에레야는 이단심문관의 위용을 완전히 회복했고, 그녀를 몰아붙여야 할 청문위원과 배심원들은 오히려 더 주눅이 들어 누가 청문을 하는지도 모르겠습니다.

"그, 그, 그, 그렇다면... 왜 하필 뱀파이어입니까? 왜 조사를 위한 현지 요원으로 뱀파이어를..."

"신의 딸 예슈아께서 선한 사마리자 사람의 비유로 이르신 바와 그 이르신 바에 근거해 교회법과 이단심문관 행동예규에 따르면, 필요한 경우 태양교의 교세 확장과 이단의 박멸이라는 대의의 완수를 위하여 다른 이들과 협력할 수 있음은 명백합니다. 여기 앉아있는 뱀파이어는 뱀파이어로 변이하고자 한 반-뱀파이어 혐오체를 혼자서 2마리나 살처분했고, 그 과정에서 민간인을 구출하기도 했습니다. 이건 그 제가 말해봤자 입 아프죠. 증인을 호출합니다!"

에레야가 쩌렁쩌렁한 목소리로 증인을 호출하자, 정문에서 한 작은 소녀가 걸어나옵니다. 안 본지 며칠 되지도 않았는데 참 오랜만에 보는 것 같은, 머리카락이 발치까지 닿을 것 같은 하플링 여급 비냐입니다. 비냐는 익숙한 듯 증인석에 앉고 에레야를 똑바로 바라보고, 에레야의 질문에 사실 그대로 답합니다.

"증인 비냐, 당신은 저기 앉아있는 뱀파이어인 엘리자베스 바토리 블라드 체페슈에 의해 두 번이나 죽을 위기에서 빠져나올 수 있었다고 진술한 바 있습니다. 여기서 그 진술이 사실임을 다시 한번 확인합니까?"

"네. 확인합니다."

"좋습니다. 그리고..."

에레야는 서류를 한참 뒤적거리더니, 큰 소리로 읽기 시작합니다. 서류 내용이 계속되면 계속될수록, 귀족들과 주교의 표정이 무섭게 썩어 들어갑니다.

"레트 자작! 방금 엘리가 박살내고 온 레트 자작은 귀족들이 이단심문소의 감시를 피하기 위해 자금을 모으면, 이를 세탁해 주교에게 전달하는 역할을 했습니다. 마리엘의 허브 42번 창고, 루마족 행상으로 위장한 비밀 황금마차. 이것도 전부 여기 나와있군요. 그리고 여기에 참여한 귀족 명단. 베르 훈작, 가이세리 남작..."

"닥쳐!"

"모함이다!"

사람들이 시끄럽게 떠들고, 졸지에 부패한 성직자로 지목당한 주교는 일어나더니 에레야에게 삿대질을 하면서 비난합니다.

"지, 지금 신성한 신전에 모기년을 들여와놓고, 이제는 주교를 모함해?! 이건 더 이상 청문회도 아니야! 내가 당장 당신을..."

"아직도 청문회가 끝나고 긴급 이단심문으로 바뀐 걸 몰랐습니까, 주교님?"

에레야의 차갑게 식은 목소리에 모두의 표정이 차갑게 변하고, 그 말과 함께 지하에서 끙끙대던 거한들이 몰려와 연장을 챙긴 채 사람들을 노려봅니다. 에레야를 막아야 할 경비병들과 신전 근위대도, 지금까지 나온 증거와 상황만 봐도 누구 편을 들어야 할 지 확실한지 나서지 않고 상황만 살필 뿐입니다. 에레야는 엘리의 어깨를 툭툭 치고 말합니다.

"엘리. 만약에 저기 배심원석에 앉은 귀족놈들이건, 청문위원석에 앉은 놈팽이들이건, 위원장석에 앉은 주교건, 만약에 도망치려 하면 붙잡아서 제압해. 팔다리 하나 날아가도 상관없어. 지혈하면 되니까 문자 그대로 죽이지만 마."

그 이야기에 사람들은 더 무서워져서 다리가 얼어붙어 버립니다.

108 ◆MjRAeKhiz2 (yn/McHgSW2)

2024-09-29 (내일 월요일) 10:19:26

>>105
"누가 로렌스네 집 딸 아니랄까봐 예의는 참 바르게 컸어요."

무심하고 괴팍한듯 하면서도 분명히 느낄 수 있는 칭찬의 뉘앙스를 뒤로 하고, 헬렌은 바람의 정령에게 부탁합니다.

'바람의 정령아. 바바 페흐가 말한 닭머리 모양 굴뚝 있는 집으로 가는 길 중 인간이 갈 수 있는 가장 빠른 길로 안내해줄래?’

우우우우우우ㅡ

흙의 정령이 헬렌의 이야기를 듣고 나서 융기한 표면에 자신의 얼굴을 만들었던 것처럼, 바람 역시도 자신의 얼굴이나 감정을 표현할 실체는 없지만 마치 말소리처럼 휘이이 하는 바람소리와 함께 멀리서부터 바람을 몰아오고... 바람의 정령이 헬렌의 부탁을 듣자마자 아무런 바람도 없이 정적으로 가라앉은 마을에 갑자기 칼바람이 불고, 엉거주춤하던 헬렌은 마치 뒤에서 누군가 떠미는 것처럼 쫓겨나는 것처럼 바람의 인도를 받게 됩니다.

"꺄아악?!"

"갑자기 이게 뭔 바람이야?!"

"꼬꼬댁!"

바닥에서 애벌레를 쪼아먹던 닭이 갑자기 비둘기와 기러기마냥 하늘을 훨훨 나는 기적이 일어나고 동네 사람들이 쌓아둔 물건들이 와르르 쏟아집니다. 헬렌이 쫓겨나듯 바람의 인도를 따라 골목 하나를 돌면, 갑자기 바람의 방향이 오른쪽으로 바뀌어 그녀를 밀치듯이 하고, 그러기를 반복하다 어느샌가 헬렌은 바바 페흐의 표현을 빌려 '닭대가리 모양 굴뚝 있는 집'으로 참 빨리 도착했습니다. 갑자기 바람이 이리저리 너무 휙휙 바뀐 나머지 그녀의 돈을 훔쳐간 도둑이 바닥에 쓰러졌다가 겨우 일어났는데, 헬렌을 보자마자 도망가려고 합니다. 하지만...

휘이이이이이ㅡ

하급 정령은 정령사의 청원을 기계적으로 이행한다는 원칙은 여기서도 적용되어, 헬렌이 스무 걸음만 가면 그 집인데도 불구하고 정령은 아직 헬렌이 목적지에 도착하지 않았다고 판단하고 바람을 불어냅니다. 그리고 닭머리 모양 굴뚝 위에 올라가 있던 양동이가 떨어지더니 도둑의 머리를 깨버립니다.

깡!

"..."

털썩! 그렇게 도둑은 자기가 훔친 돈주머니와 함께 쓰러지는군요.

109 헬렌 - 진행 (bwU7FhHvjE)

2024-09-29 (내일 월요일) 11:33:26

@@>>108
굉장한 바람이 불어오고 헬렌은 그 바람에 밀려 이리저리 떠밀려 뛰어가게 되었다. 문제는 그 바람이 주변의 물건들을 떨어뜨리는 난리를 만들어냈다는 점이려나. 이번에는 좀더 상세하게 말했는데도 불구하고 또 실패였다. ‘안내’가 아니라 ‘알려’달라고 했어야 했나. 어쨌든 헬렌은 속으로 죄송합니다를 연발하며 등 떠미는 바람에 따라 달렸다. 체력은 자신있었으니 큰 문제없이 바바 페흐가 말한 집 근처로 도착할 수 있었다.

“앗!”

그리고 그 집 근처에서 도둑을 발견했고 도둑이 바람에 휩쓸려 넘어진 것도 확인했다. 그렇지만 아직 바람의 정령의 길안내는 끝나지 않아서 어쩔 수 없이 집까지 떠밀려가는데 이내 양동이가 도둑의 머리 위로 떨어져 그 머리를 깨버렸다.

경쾌한 소리와 함께 쓰러진 도둑. 정령에게 도움을 잘못 요청했다고 생각했는데 결과적으로는 성공인 걸까. 헬렌은 어안이 벙벙한 느낌이 되었다. 목적지에 도착하여 바람이 멈추자 헬렌은 바람의 정령에게 감사 인사를 건넨 뒤 쓰러진 도둑에게 다가가 돈주머니를 챙겼다. 그리곤 옆에 있는 나무가 있길래 나무의 정령에게 부탁했다.

‘나무의 정령아. 이 아이를 다치지 않지만 움직이지 못할 정도로 묶어서 내 키 정도 높이에 매달아줄래?’

정령술이란 정령친화도도 중요하지만 언어능력도 중요하구나 하는 생각을 하는 헬렌이었다.

110 ◆MjRAeKhiz2 (vJI1TcR3Vg)

2024-09-29 (내일 월요일) 14:04:23

>>109
조부모대와 부모대에 정령 적성이 발현되지 않은 것까지 한번에 정산이라도 하려는듯 헬렌의 정령 적성은 예외적이고, 특출나고, 규격 외적입니다. 어떤 이들에게는 평생을 바쳐야 얻을 정령의 총애를 그저 출생의 권리로 얻었고, 하급 정령들에게 있어 그녀의 부탁은 부탁이 아니고 명령조차도 아닌, 이 세상의 맞는 계에 존재하고 있는 이상 따를 수밖에 없는 물리 법칙과도 같습니다. 그렇기에, 두 번의 시행착오를 겪은 헬렌은 하급 정령을 다룰 때는 마치 세상의 물리법칙을 서술한다는 생각으로 엄밀성을 기해야겠다 절감하며 나무가 도둑고양이를 엮어내는 것을 지켜봅니다.

우득, 우드득...

나무에 소녀의 팔다리가 엮이고, 헬렌은 돈자루를 챙깁니다. 이제 어떻게 합니까?

111 아앨라나 - 진행 (GnWEY6fODk)

2024-09-29 (내일 월요일) 14:18:31


@@ >>71

제가 그녀의 물음에 대한 대답으로서 하였던 설명은 그녀의 마음을 크게 자극하게 된 것만 같아요. 그녀가 눈물을 글썽이며 저의 말을 기록하는 것을 보면서 저는 살짝 눈웃음을 한번 지어보였어요

그렇게 저희는 물가를 떠나서 목적지를 향하여 계속 이동하였어요. 어느덧 숲을 덮고 있었던 어둠은 빛이 다시금 도래하는 순간이 되었다는 것을 저희에게 보여주듯이 하늘로부터 천천히 내려쬐는 빛줄기들에게 자리를 내어주었어요. 얼마후 어둠은 숲의 구석에 남고 빛이 숲에 더 많은 자리를 얻었어요

"그렇네요... 빛이, 햇빛이 비춰주고 있어요"

저희가 그러한 일들이 있었기 때문에 제대로 휴식을 취하지는 못했어요. 멈추지 않는 듯한 기세를 갖고 있던 그녀 이였더라도 사람으로서의 한계가 있을거에요. 저도 그럴 것이고요. 이 쯤에서 저는 소지품에서부터 지도를 꺼내보았어요. 이제 빛 아래서 표식들을 살펴보면서 저희의 위치와 목적지까지의 남은 것을 계산해보았어요. 음~ 저희가 계속 올바르게 갈 수만 있다면 이것도 얼마 남지 않은 것 같았어요

그리고 어느정도 길을 가던 저는 멈춰서는 그녀에게 못했던 휴식을 이곳에서 마저 하는 것을 제안하기 이전에 주변을 가볍게 둘러보기로 했어요

112 아앨라나주 (GnWEY6fODk)

2024-09-29 (내일 월요일) 14:20:12

안녕하세요

그리고 말하신 것을 보았어요. 훌륭한 방식, 이라고 생각해요. 매번 진행에 고마워요! 캡틴!

113 헬렌 - 진행 (bwU7FhHvjE)

2024-09-29 (내일 월요일) 14:44:39

@@>>110
헬렌은 나무에 소녀가 엮여 매달리는 것을 지켜봤다. 일단 상대를 정확히 관찰하려고 했다. 일단... 기절한건가?

“얘. 괜찮니? 일어나 봐.”

하며 고양이 소녀의 뺨을 콕콕 찔러본다. 그래도 안 일어난다면 어깨를 잡아 흔들어 보았을 것이었고.

“어쩐다. 경비대에 넘겨야 하려나?”

절도는 나쁜 일이다. 그렇다고 해서 헬렌은 앞뒤가 꽉 막힌 고리타분한 사람인 것도 아니었다. 시간을 낭비하기는 했지만 이렇게 애를 기절까지 시킬 정도로 화가 난 것도 아니었다. 그래. 사실 그냥 잡아서 돈주머니를 받고 훈계하고 넘어갈 수도 있었던 일에 과실로 인해 애가 기절까지 했던 점에 대해서는 살짝 미안한 감이 있었다.

아냐. 생각해보니 소매치기가 너무 노련했고 발도 엄청 빨랐다. 상습 절도범일지도 모른다. 그렇게 생각하면 경비대에 넘겨서 다신 이런 일을 하지 못하게 혼쭐이 나는 것도 나쁘지 않다. 일단 소녀의 말을 들어보고자 하는 심산이다.

당장 일어나지 않는다면 소녀의 집으로 보이는 닭 머리 굴뚝집을 살펴볼 것이었고.

114 ◆MjRAeKhiz2 (yn/McHgSW2)

2024-09-29 (내일 월요일) 15:24:54

>>113
"으윽..."

제일 먼저 깨어난 건 꼬리입니다. 움찔움찔거리더니 자기 다리와 사지를 엮은 나무 따위에 아무렇게나 휘감기다가, 나무에 난 가시에 쿡 찔리더니 꼬리가 펑! 하고 터지듯 부풀어오릅니다. 그리고 그 따끔한 통증이 사라진 의식을 일깨워주었군요. 도둑소녀는 헬렌을 보자마자, 그리고 묶인 팔다리를 보자마자 얼굴에 핏기가 싹 가셔서 벌벌 떨리는 목소리로 애원합니다.

"소, 손목은 봐주세요. 제발 새끼손가락만..."

...여긴 절도 처벌이 꽤 과격한가 봅니다.

115 ◆MjRAeKhiz2 (yn/McHgSW2)

2024-09-29 (내일 월요일) 15:31:59

>>111
주변을 둘러보니 나무가 여럿 쓰러져 있어 햇빛이 들어오는 구간이 보입니다. 햇빛이 들어오고 있어 검은 숲이라는 이명이 무색하게 밝게 빛나고, 축축하고 부슬부슬한 나무와 땅이 버석버석하게 말라 붙었습니다. 아마 축축하게 젖었는데 당장 말려야 하는 것들, 예를 들어 건빵이나 육포 같이 젖으면 큰일나는 것들 따위가 있다면 여기서 말리고 가면 딱 좋을 것 같습니다. 하는 김에 냇가와 늪지, 습지대를 건너며 잔뜩 젖었을 양말 따위도 좀 말리고 말입니다. 빛, 그것도 햇빛과 같이 뜨거운 고에너지 열선이 없는 이곳에서 이런 곳은 흔치 않습니다. 드워프족들과 같이 적극적인 개발을 추구하지 않는다면 더더욱이요. 한 마디로 요약하자면: 이곳은 쉬기 딱 좋습니다.

"후아아... 따뜻하네요."

...그리고 베스니는 벌써 짐을 내려둔 채, 햇빛을 그대로 받아서 바싹 말라 하얗게 타버린 이끼 침대 위에 올라가 눈을 감고 있군요.

116 ◆MjRAeKhiz2 (yn/McHgSW2)

2024-09-29 (내일 월요일) 15:32:14

오늘은 4시 정도까지 하고 들어갈듯. 일이 있어서...

Powered by lightuna v0.6.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