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97051516> [1:1/현대판타지/HL]피안화 물든 빛 - 3 :: 1001

왜 귀엽다는 듯이 웃는거야?? 이 바보가!

2024-09-10 00:50:49 - 2024-10-11 00:15:52

0 왜 귀엽다는 듯이 웃는거야?? 이 바보가! (MXJ005W3t2)

2024-09-10 (FIRE!) 00:50:49

"당신, 전에 내가 말한 것을 기억하나요. "
보이는 모든 것을 곧이 곧대로 받아들이지 말아달라고. 

그리도 자신이 칼을 들이밀까 불안해 하던 첫 만남, 그 어이없어서 웃음도 나오지 않는 게이트에서의 모습이 떠오른다. 그래놓고서는 자신이 적이 되더라도 공격하지 않겠다는 표정을 하는 그를 그녀로서는 역시나 이해하기 힘들었다.

그렇구나 나는 이 허울뿐인 동료를 넘어 그와 더 친해지는 것이 두려웠다. 

...이 감정의 선을 넘게된다면 더 이상은 돌이킬 수 없을 것만 같아서 그 때의 나는 두려워했었다.



전 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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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96 알렌주 (r8Lr90oJvw)

2024-09-29 (내일 월요일) 21:22:09

>>695 천천히 써주세요~

697 린-알렌 (NoWeUm0MIE)

2024-09-29 (내일 월요일) 21:38:10

[알렌 정말 게이트에서 무슨 일이 있었어요?]
대체가, 그 날 이후로 그는 그녀에게 한 번도 연락하지 않았다. 수업 중에도, 의뢰 중에도, 길드 회의에서나 멀찍히 떨어져 앉을 뿐 그녀를 계속 노골적으로 피했고 이는 그녀에게 답답함을 넘어 울분을 심어주기에 충분했다.

'메세지 옆에 1이 사라진 것을 보아서는 읽기는 한 모양인데.'
그 이후로 아무런 답도 없었다. 며칠간의 교착 상태 끝에 린은 그제서야 그나마 이성적으로 상황을 바라볼 수 있었다.

'드디어 내 행동에 질린 모양이네. 그래도 생각보다도 오래갔어.'
애초에 그녀가 그와 붙어지내는 것이 그렇게 중요한 일이었나. 처음에도 알렌은 린을 그렇게 좋아하지 않았었다. 그저 그녀의 제멋대로의 행태에 원래대로 돌아갔다고 생각하면 되었다. 그녀가 모두 다 알고서도 자초한 일이었다.

'다 알고서도...'
며칠을 정신이 있는지 없는지 보내다가 오늘 옷장을 여니 한국에서 새로 산 옷에 미리내고의 교복마저 빨래방에 맡겨버렸다는 사실을 떠올렸다. 남은 옷은 반쯤 잊었던 검고 붉은 세일러복이었다. 남몰래 학교를 가고 싶어했던 그녀를 위해 전 길드원들이 잠입의뢰라는 핑계로 마련해준 옷이었다.

검은 우산에 검은 투피스, 검은 머리에 창백하게 흰 얼굴의 소녀. 목가에 걸린 붉은 리본만이 비까지 내려 우중충한 가운데 유일하게 색채를 띠고 있었다. 붉은 눈은 우산에 가려져 보이지 않았다. 잠시 외출하고서 소리없이 돌아오던 소녀는 앞에 온통 먹색인 가운데 이질적인 빛을 띠는 머리칼을 발견했다. 비를 그대로 맞고서 허무하게 서있는 이는 너무나도 잘 아는 사람이었다.

"오랜만이네요."
소리없이, 기술을 써서 인기척을 지우고 다가간다. 언제나 그랬던 것처럼 뒤에 훅 나타난 그림자가 우산의 모습을 하고 알렌의 위에 드리워졌다. 검은 우산에 가려졌던 붉은 눈이 어떠한 감정도 띠우지 않고서 그를 가만히 응시한다.

"...전에 카페에서 그렇게 나간 것, 병실에서 화낸 것 다 미안해요."
내 멋대로 내 삶을 생각치도 않고 그저 당신이 이해하기를 바라며 그리 설명 하나 없이 멋대로 굴어서 미안하다고, 뒷말은 잇지 않고 린은 담담하게 사과를 하였다.

"그 말을 하고 싶었어요. 이제 귀찮게 하지 않을게요."
다시 원래대로 망자의 미련과 헛된 꿈은 버리고 자신의 위치로 돌아갈 시간이었다.

698 알렌주 (r8Lr90oJvw)

2024-09-29 (내일 월요일) 21:44:02

드디어 드디어 이 대환장의 끝을...

699 린주 (NoWeUm0MIE)

2024-09-29 (내일 월요일) 21:48:29

히지가사아메도 검자루를 칠 쌍방삽질 대환장이 드디어

700 알렌 - 린 (r8Lr90oJvw)

2024-09-29 (내일 월요일) 22:24:56

무슨 생각을 하건 린에 대한 생각으로 이어지는 탓에 알렌은 주변에 신경을 쓰지 못한 채 그저 멍하니 허공을 응시하고 있었다.

"오랜만이네요."

그렇기에 자신의 뒤에 누군가 있는지조차 모르고 있던 알렌은 갑작스럽게 들려온 목소리에 소리 지르는 것을 겨우 참을 정도로 놀라며 뒤를 돌아보았다.

마츠시타 린

줄곧 알렌이 생각하고 있던 그녀가, 계속 알렌의 마음을 괴롭히던 그녀가 지금 눈앞에 있었다.

"린 씨..?"

알렌과 눈을 마주친 린이 알렌에게 무언가 이야기 하는 듯 했지만 알렌에겐 아무것도 들리지 않았다.

안그래도 복잡한 머리에 기술을 이용해 마치 신기루처럼 나타난 린의 모습에 알렌은 순간 환상과 현실이 구분이 되질 않았다.

지금 눈앞에 있는 린의 모습이 자신의 망상으로 인한 환상이라면.

그렇게 착각했는지 아니면 그렇게 믿고싶었는지 알 수 없었지만 무엇이 되었던 차마 충동을 참을 수 없던 알렌은

"..."

말없이 눈앞에 있는 린을 있는 힘껏 끌어안았다.

오랫동안 비를 맞아 차가워진 알렌의 몸에 린의 온기가 스며든다.

린의 체온, 목소리, 심장소리 하나하나가 알렌에게 고스란히 전달된다.

그렇게 멍한 정신 속 린에게서 느껴지는 감각을 하나하나 느끼던 알렌은

"..!"

이내 진짜 린을 껴안고 있다는 것을 깨닫고 황급히 뒤로 물러난다.

"리..린 씨 이건 제가 설명하겠습니다, 그러니까 그게..."

크나 큰 사고를 친 알렌은 린을 만나서 기쁜 마음과 지금껏 참아온게 물거품이 되었다는 침울함에 정신이 혼란한 와중에 어떻게든 변명을 해보려 했지만 제대로 된 말은 나오질 않았다.

701 린주 (NoWeUm0MIE)

2024-09-29 (내일 월요일) 22:28:21

>>700 찡하네요(뽀다담
히지가사아메도 이쯤이면 포기하고 팝콘을 들것 같애

702 알렌주 (r8Lr90oJvw)

2024-09-29 (내일 월요일) 22:31:05

>>701 알렌주: 아 이전 주인들은 이런 대환장 연애사 보여준적 있냐고 ㅋㅋㅋㅋㅋ(아무말)

703 린-알렌 (NoWeUm0MIE)

2024-09-29 (내일 월요일) 22:47:35

감정을 숨기는 것 하나는 자신있었다. 몸을 숨기고 표정을 숨기고 감정을 숨기고 하나씩 어둠속에 숨기다 보면 점차 숨겼던 것이 원래 제게 있었던 건지 기억마저도 숨겨져 잊어버리니 그 공허한 망각의 가면에 기대어 그녀는 살아왔었다. 그렇기에 평소 표정을 잘 지어내던 마츠시타 린은 역설적으로 모든 환각을 베어내었을 때 그녀 자신으로서 어떤 표정을 지어야 할지 알 수 가 없었다. 린은 갑작스레 끌어안겨 멍한 얼굴을 했다.

둘 사이 그녀가 들고 있던 우산이 휘청거리다 다시 제자리에 서서 맞닿은 두 사람위로 그림자를 드리운다. 빗줄기가 투둑 투둑 방울이 되어 우산위로 떨어지는 소리가 귓가에 크게 울려퍼지는 것 같았다. 멍하게 있다가 그녀가 어떤 반응을 하기도 전에 다시 알렌이 그녀를 밀어내었다. 머리가 핑 아파왔다.

"제가 어떤 말을 해드리면 좋을까요."
온갖 감정이 휘몰아치다 한데 일그러져 도리어 어떤 표정도 되지 못한 얼굴이 그에게 담담하게 묻는다. 피하는 것 같으면서도 어느새 훌쩍 선을 넘고 다가오고 그러다 밀어내고, 이제 그녀도 더 이상 판단이란 것을 하기 힘들었다.

"떨어져 달라면 떨어져 드리고 옛날처럼 다시 존대를 쓰며 굴라면 그리 굴어 드리죠. 하지만 이대로는 당신이 원하는 것을 알기 힘드네요."
그를 이용하겠다고 마음먹었었다. 그 뿐만 아니라 주변의 모든 것을 심지어 자신마저도 수단으로 여기겠다 맹세했고 지금도 그래야 한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그렇게 생각해야 한다는 이성 한켠의 외침은 한겹 한겹 그녀조차 의식하지 못하도록 쌓인 수많은 감정에 눌려 사라졌다.

"무엇이 그리도 제게 미안한가요. 제가 곤란하다는 사실이 미안한신가요? 그렇다면 사과하지 않아도 괜찮아요. 저는 이번 헨리 파웰건이 마무리 되는 대로 곧 다시 일본으로 떠날 생각이니까요."
그녀의 곁에 언제나 무리짓고 있는 망자들이 묻힌 곳으로 떠나 교단을 키우며 몰래 진상을 되짚어 보기나 할 생각이었다. 그것이 애당초 죽었어야할 그녀가 살아있는 이유였다.

704 린주 (NoWeUm0MIE)

2024-09-29 (내일 월요일) 22:50:29

대충 시간대는 시나4 후반부쯤으로 생각하고 있어요. 그때 계절이 가을인지는 몰?루이지만 오너편의주의를 따라

>>702 진짜 없을듯(  ̄▽ ̄)

705 알렌주 (r8Lr90oJvw)

2024-09-29 (내일 월요일) 22:50:35

(대충 머리해집고 난리난 알렌주)

706 린주 (NoWeUm0MIE)

2024-09-29 (내일 월요일) 22:51:57

>>705 침착하고 여기 팝콘 좀 드시라우(뭔

707 알렌 - 린 (r8Lr90oJvw)

2024-09-29 (내일 월요일) 23:32:03

"..."

무표정하게 자신에게 원하는 것을 묻는 린의 말에 알렌은 뭐라도 대답하려 입을 열어봐도 차마 아무말도 할 수 없었다.

지금 자신이 그녀에게 무슨 말을 해야할까, 아니 무어라 말할 자격은 있는 걸까.

"무엇이 그리도 제게 미안한가요. 제가 곤란하다는 사실이 미안한신가요? 그렇다면 사과하지 않아도 괜찮아요. 저는 이번 헨리 파웰건이 마무리 되는 대로 곧 다시 일본으로 떠날 생각이니까요."

"..!"

그렇게 아무말도 못한 채 얼어붙어 있는 알렌에게 린이 차마 그냥 넘어갈 수 없는 이야기를 말한다.

린이 한국을 떠난다.

린과 헤어지게 된다.

여태껏 자신의 음습한 충동에 괴로워 하면서도 그녀와 영영 헤어지는 것이 두려운 나머지 알렌은 이도저도 못하고 있었다.

하지만 지금 린 본인이 스스로 알렌의 곁을 떠난다고 말하고 있었다.

"왜..."

이유를 물으려고 해봤지만 이내 자신이 이유를 물을 자격이 되는지 의문이 들었다.

이유를 물어서 어쩔건가? 음습한 충동에 휘둘리는 자신은 린에게 같이 떠나자는 말도, 떠나지 말고 곁에 있어달라는 말도 할 수 없는데.

"하하..."

허탈한 웃음소리가 흘러나온다.

결국은 스스로의 음습함에 소중한 사람을 떠나보내게 되는 현실에 알렌은 스스로에게 구역질이 났다.

"린 씨..."

모든 것을 자포자기한 듯한 목소리로 알렌은 나지막하게 그녀를 불렀다.

"하나... 여쭤봐도 괜찮을까요?"

망연하게 시선을 떨군채 알렌은 말을 이었다.

"저를 평소에 어떻게 생각하고 계셨나요?"

조금은 뜬금없어 보이는 질문이지만 알렌은 아랑곳하지 않고 계속했다.

"평소 저의 모습이나 행동을 보고 저를 어떻게 생각하셨나요?"


//5

708 린-알렌 (NoWeUm0MIE)

2024-09-29 (내일 월요일) 23:46:17

"...알 수 없는 사람이라고 지금은 생각하고 있어요."
답이 없는 모습에 그대로 뒤를 돌아 떠나려는 순간에 알렌의 목소리가 들려 고개를 돌린다. 거의 울 것 같은 얼굴로, 바티칸에서도 본 적 없는 허망한 얼굴을 하고서 그가 빗속에 서 있었다.

"처음에는 제 모습이 들킬까봐 성가시다고 여겼어요. 저를 꺼림직하게 여기면서도 자연스레 거리를 두지 않고 어떻게든 떨떠름하다는 모습으로 옆에 있으려고 하는 모습이 어설펐어요."
검은 우산으로 얼굴의 반절을 가리고 질문에 답한다.

"시간이 좀 더 지나고서 강직한 사람이라고 생각했어요. 모든 상황에서 지나치도록 우직하게 행동했으니까요. 저에게도 제가 그저 거짓으로 웃지 않는다는 약속을 하였다고 풀리셨으니 말이죠."
편입한 이후로 지나간 많은 시간속의 장면이 하나씩 지나간다.

"...바티칸에서는, 믿을 수 있는 사람을 만났다고 그렇게 생각했어요."
기뻤어요. 진심으로 믿으실지는 모르겠지만요. 마도 일본에서의 몇 년을 덮을 정도로 커진 지난 몇 개월의 경험이, 그 감정의 격류가 흘러간다.

"그래서 당신을 잃고 싶지 않았어요."

709 린주 (NoWeUm0MIE)

2024-09-29 (내일 월요일) 23:52:52

>>700 뜬금없지만 린 갑툭튀에 알렝이 이 정도로 놀라는거 매우 오랜만인

710 알렌주 (r8Lr90oJvw)

2024-09-29 (내일 월요일) 23:54:41

>>709 린 생각으로 주변도 못 보고 있었는데 갑자기 린이 나타나서...(웃음)

711 린주 (NoWeUm0MIE)

2024-09-29 (내일 월요일) 23:59:24

>>710(뽀다담
아주 초창기부터 이어진 패턴인데 그때 떠오르네요
하기야 린도 알렌생각하다 알렌이 갑자기 나타나면 놀랄테니까요 암살자대 워리어 기척지우기 대결이라 그럴일이 거의 없다는게 함정이지만()

드문예시)메이드복때반응

712 알렌주 (f0w24IU6rA)

2024-09-30 (모두 수고..) 00:32:19

답레가 조금 더 걸릴거 같으니 피곤하시면 먼저 주무셔 주세요~

713 린주 (TUjlg2OLTo)

2024-09-30 (모두 수고..) 00:33:56

무리하다 싶으면 말 남기고 들어갈게요. 알렌주도 무리하지 말아주세요(쓰다담

714 알렌주 (f0w24IU6rA)

2024-09-30 (모두 수고..) 00:35:30

이게 분명 어떻게 전개시킬지 생각을 해두었는데 막상 쓰려니 단어 선택이라던가 굉장히 고민이 되서...

715 린주 (TUjlg2OLTo)

2024-09-30 (모두 수고..) 00:36:41

너무 고민되면 제게 말해주세요

716 린주 (TUjlg2OLTo)

2024-09-30 (모두 수고..) 00:51:43

슬슬 잘것같아요
알렌주도 답레 화이팅이고 잘 자는겁니당 굿나잇이에요:)

717 알렌주 (f0w24IU6rA)

2024-09-30 (모두 수고..) 00:55:33

안녕히 주무세요 린주~

718 린주 (TUjlg2OLTo)

2024-09-30 (모두 수고..) 23:15:31

갱신합니다o<-<

>>703 TMI.여기서 사실 린은 알렌에게 우산을 건내주고 건물에 들어갈 생각이었는데 안기는 바람에 까먹어버림

719 알렌주 (sYtbEACN4M)

2024-09-30 (모두 수고..) 23:58:08

아임홈

720 린주 (TUjlg2OLTo)

2024-09-30 (모두 수고..) 23:59:30

ㅎㅇ~~

721 알렌주 (icg.Bb1EKg)

2024-10-01 (FIRE!) 00:01:57

안녕하세요 린주~

늦어서 죄송합니다...(눈물)

722 린주 (tcU6EBzKZ.)

2024-10-01 (FIRE!) 00:06:16

괜찮아요(토닥토닥
현생이 바쁘다 보면 그럴 수 있죠

723 알렌주 (icg.Bb1EKg)

2024-10-01 (FIRE!) 00:16:06

잠깐 숨을 돌리고 감정을 다잡기 위해 만찬가 한번만 듣고 다음 레스를 작성하도록 하겠습니다.(그랜절)

724 알렌주 (icg.Bb1EKg)

2024-10-01 (FIRE!) 00:19:18

어제 잠에 취해서 적던거를 오늘 아침에 보니 이게 뭔말인가 싶엇 반 이상 지우고 다시 적고 있습니다...(눈치)

725 린주 (tcU6EBzKZ.)

2024-10-01 (FIRE!) 00:20:04

파이팅!

726 린주 (tcU6EBzKZ.)

2024-10-01 (FIRE!) 00:22:21

>>724 ㅋㅋㅋㅋㅋ 천천히 쓰세요

727 알렌 - 린 (icg.Bb1EKg)

2024-10-01 (FIRE!) 00:59:34

그저 아무말도 없이 린의 대답을 듣는 알렌.

성가신 사람, 강직한 사람 그리고 믿을 수 있는 사람.

"...저는"

그 모든 대답을 들은 알렌은 비웃는 듯한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

"린 씨가 생각하는 그런 사람이 아닙니다."

죄악감과 자조가 뒤섞여 듣는 것만으로도 괴로운 느낌이 드는 목소리.

"저는 린 씨가 생각하는 것 만큼 강직하지도 못하고 믿을만한 사람도 되지 못합니다."

마치 고해를 하듯이 가슴 속에 붙어서 나오려 하지 않는 말을 긁어내 토해낸다.

"바티칸에서 린 씨와 만난 이후로, 아니 어쩌면 그 전부터 린 씨는 줄곧 저에게 소중한 사람이였습니다."

그날 린이 알렌을 위해 울어주었던 것은 계기였다, 그 전부터 린은 이미 알렌의 소중한 사람이였다.

"언제나 린 씨의 곁에 있고 싶었습니다. 린 씨가 너무나도 소중하니까, 린 씨가 행복해하는 모습을 보고싶으니까."

린이 행복할 수 있도록 늘 곁에서 돕고 싶었다.

"하지만 이건 다 스스로에게 하는 변명에 불과했습니다."

터져나오려는 감정을 억지로 억누르듯 알렌은 떨리는 목소리로 말을 이어간다.

"저는 어느 순간부터 소중한 사람에게 품어서는 안될 생각을 품고 있었습니다."

린을 제대로 바라보지도 못하던 알렌이 고개를 들고 린을 바라본다.

"네, 저는 린 씨에게 욕망을 품고 있습니다. 저를 위해 울어주고 저를 다시 일으켜준 소중한 사람에게 음습하기 그지없는 욕망을 품은 것을 숨기고 곁에서 머물고 있었습니다."

웃고있었다, 자신을 한껏 혐오하듯이 자조하며 뒤틀린 웃음을 짓고 있었다.

"참을 수 있을거라고 생각했습니다, 다 괜찮아 질거라고 생각했습니다. 린 씨는 저에게 소중한 사람이니까, 이까지 욕망에 휘둘리지 않고 언제나 린 씨의 곁을 지킬 수 있을거라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다 제 착각이였습니다. 아니 어쩌면 이 린 씨의 곁에서 이 음습한 욕망을 채우려고 저 자신에게 변명하며 린 씨를 속이고 있던 것일지도 모르겠습니다."

자신을 한껏 비웃은 알렌은 다시금 고개를 떨구고 다시금 힘없는 목소리로 입을 연다.

"...저는 이런 쓰레기같은 남자입니다, 그러니 더 이상 저 때문에 마음을 낭비하지 말아주세요."

더 이상 린의 곁에 있을 자격이 없다는 알렌의 마지막 부탁이였다.

728 린주 (tcU6EBzKZ.)

2024-10-01 (FIRE!) 01:01:52

일단 이거부터 얘기할게요
답레 진짜로 기대해도 됩니다(낼할게요

729 알렌주 (icg.Bb1EKg)

2024-10-01 (FIRE!) 01:03:52

>>728 기다려 주셔서 감사합니다 린주(그랜절)

이게 알렌 입장에선 심각한건 실상은 그냥 사춘기 고민이니(...) 잘못표현하면 유치해져서 쓰기가 어려웠어요...

730 린주 (tcU6EBzKZ.)

2024-10-01 (FIRE!) 01:04:15

저는 린 보다 먼저 이마짚하고있어요
만찬가 가사랑알렌 속마음이랑 너무 일치하는 기분이라 베개 치고 싶어졌어요

731 알렌주 (icg.Bb1EKg)

2024-10-01 (FIRE!) 01:04:16

>>729 입장에선 심각한 건데

732 알렌주 (icg.Bb1EKg)

2024-10-01 (FIRE!) 01:05:02

>>730 다음 레스 한 문장만 미리 적어볼까요?(슬쩍)

733 린주 (tcU6EBzKZ.)

2024-10-01 (FIRE!) 01:06:18

>>729 진짜 딱 그맘때 느끼는 혼란같았어요(뽀다담
알렌은 어른이 되어버린 아이니까 성장통을 급격하게 겪는거니 그럴만도 하다고 생각해요.

734 린주 (tcU6EBzKZ.)

2024-10-01 (FIRE!) 01:07:10

>>732 (빠른착석)

735 알렌주 (icg.Bb1EKg)

2024-10-01 (FIRE!) 01:08:01

>>734

"감히 이 감정을 사랑이라 불러도 될까요..?"

736 린주 (tcU6EBzKZ.)

2024-10-01 (FIRE!) 01:10:28

베개 몇대 치고 올게요
뭐지 귀여운데 안쓰럽고 묘하게 슬프고도 킹받는 이 감정이??

737 알렌주 (icg.Bb1EKg)

2024-10-01 (FIRE!) 01:11:21

>>736 ㅋㅋㅋㅋㅋㅋㅋ

이제 진짜 진짜 코앞이네요...(감격)

738 린주 (tcU6EBzKZ.)

2024-10-01 (FIRE!) 01:12:58

린은 수지 눈물이 많아서...를 생각했는데(씹덕력부족이슈
다음 답레...히히히히😏 흠흠
모 >>735에 대한 답은 충분히 될것같아요

739 알렌주 (icg.Bb1EKg)

2024-10-01 (FIRE!) 01:14:26

>>738 두근거리면서 천천히 기다리고 있겠습니다!(기대)

740 린주 (gX4iSUlL0g)

2024-10-01 (FIRE!) 01:15:33

:D

이제 자러갈게요 굿나잇~!

741 알렌주 (icg.Bb1EKg)

2024-10-01 (FIRE!) 01:16:10

안녕히 주무세요 린주~

742 린-알렌 (tcU6EBzKZ.)

2024-10-01 (FIRE!) 23:10:15

자욱히 깔린 먹장구름 아래 쏟아지는 굵은 빗줄기 소리에 남자의 절규와 닮은 고백도 잠시 주변에 울리다가 파묻혔다. 잠시 모든 것이 멈춘 것처럼 남자와 마주하고 선 흑의의 소녀는 미동도 없이 서있었다. 깜박, 정지된 흑백화면 속 창백한 인형처럼 못박힌 듯 가만히 선 소녀의 적안이 깜박였다. 온통 백짓장처럼 하얘진 머리로 그녀는 말없이 한 걸음 내딛어 그와 발끝을 마주했다. 가까이서 올려다 본 얼굴은 며칠 전 병동에서보다도 더 초췌해 보여 왠지 낯선 느낌을 주었다.

쉬잇.
뭔가 더 말할까. 또 그가 어떤 속을 뒤집는 말을 할지 몰라 그녀는 그의 입술에 손가락을 가만히 대었다.

"감히 신의 대리자에게 욕망을 품다니 불경하기 그지없는 지라 저도 어찌할 바를 모르겠네요."
잔잔히 눈을 내리깔고서 읊조리듯 속삭인다. 어린 왕께서는 이성관계에 대해서는 어떤 의사도 보이지 않았지만 한때나마 죽은 심장의 태아에게 휘둘렸던 이를 좋게 볼지는 모르는 일이었다.

"하지만 자비로우신 신께서는 저희에게 고해하고 바로잡을 기회를 주셨나니,"
그렇다 하더라도 그는 극복해내었고 직접 원흉을 베었다. 이미 그 전에도 바티칸의 수많은 시민들이 남긴 증언에서 그녀는 교주로서 그를 용서했고 한 사람으로서 그리워하게 되었다.

"하지만 정직하게 한 마디만 따라 말해주시면 눈감아드리겠습니다."

"Я люблю тебя"
그녀의 평소 말투와는 전혀 어울리지 않는 거친 억양이었다.

어지러히 저도 흐름을 잡기 힘들 정도로 흘러가는 머릿속이 그대로 파도치게 두고서 발끝을 들고 서로의 숨을 닿을 정도로 얼굴을 가까이 하고서 한 마디 속삭이고서 부드러히 끌어당겼다. 위에 그림자처럼 드리워진 검은 우산이 입술이 포개어질듯 가까워지는 두 사람을 가리고서 떨어져 바닥에 도르륵 굴렀다. 우산이 굴러간 자리 옆에 어느새 다시 거리를 반걸음 정도 벌리고서 빗물에 젖은 두 사람이 서있었다.

"최악의 최악까지 보아서 그런가? 당신이 쓰레기에 최악의 남자라는 건 잘 모르겠어. 하지만 그에 비할 정도로 바보 멍청이란 건 잘 알 것 같아."
빗물이 흘러내리는 얼굴을 들어 린은 알렌을 바라보았다. 씁쓸한듯 기쁜듯 흰 낯이 비에 젖은 미소를 그렸다.

743 린주 (tcU6EBzKZ.)

2024-10-01 (FIRE!) 23:12:21

>>742 (수정)하지만 정직하게>그러니

(대충 폭탄을 떨어뜨리고 브이하는 짤)

744 알렌주 (PyKdAgFxHM)

2024-10-01 (FIRE!) 23:54:29

아임홈

745 린주 (tcU6EBzKZ.)

2024-10-01 (FIRE!) 23:57:32

안뇽

746 알렌주 (ahD7g59w9o)

2024-10-02 (水) 00:03:54

>>742 ..!(터져나오려는 비명을 참고 있는 알렌주)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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