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면으로만 보던 최애가 화면과 똑같은 모습으로 웃으며 말하는 장면을 목격한 오?타쿠는 금방 녹아내렸다!
"으아아 아니에요. 저는 맨날 사수한테 혼나는데, 알렌 씨는 너무 전투도 잘하시는데 말도 너무 예쁘게 하셔서 으헤헤헤...감사합니다." 최애가 나한테 웃어줬어! 얼굴을 붉히며 헤실헤실 웃던 여성은 드디어 찾던 물건을 찾았는지 기쁜 얼굴로 메모지를 조심스레 내민다.
"저, 사실 보육원 출신이거든요. 그런데 인터뷰에서 알렌 씨가 자주 봉사활동도 가시고 그 곳의 아이들에 대해 긍정적으로 말씀을 듣고 너무 위로가 되었어요. 앗, 또 말이 길어졌네. 죄송합니다! 사인 좀 부탁드려도...아니면 악수라도 한 번..." 린은 여전히 말없이 가만히 두 사람이 대화하는 양을 바라보고 있었다. 아마 알렌이 눈치를 보며 린을 바라보았다면 아무렇지 않다는 듯 새침한 얼굴로 남은 음료수를 마셨을 것이다.
잘 웃는 상에 귀엽고 순해보이고 그와 비슷한 출신에다 당연히 하야시시타 나시네와 같은 복잡한 과거사는 없을터였다. 눈을 내리깔고 아래를 바라보다 다시 시선을 앞으로 옮겨 두 사람이 악수/사인(알렌주가 선택해줘)을 하는 모습을 바라본다. 다시 머리에 벌레가 가득 날아다니며 거슬리는 날개짓 소리가 들리는 것 같았다. 두 사람은 이제 봉사활동을 간 얘기를 하는 것 같았다.
'...기분 나빠.' 린이 다시 눈을 내리깔기 무섭게 행복한 기분에 빠져 일정을 잊고 대화를 이어가던 강나라의 헌터챗이 시끄럽게 울린다.
"으허헉 길드에서 온 전화다! 즐거웠습니다! 좋은 하루 보내세요!" '분명히 진동으로 해두었는데 이상하네..." 혼잣말로 중얼거리다가 허둥지둥 방치되어 있던 그녀 몫의 아메리카노를 받고 자리를 떠났다. 린은 빠르게 탁자 아래로 환청을 울린 의념의 잔상을 거두었다.
계산을 해봤는데, 오늘 일상 끝내고 추석에...가능하다면 병원일상 스타트를 끊고 다음주 일요일에 마무리 하면 이번 달 마지막 일요일에 고백일상을 할 수 있을것 같더라구. 그러면 딱 알렌 생일이랑 겹치더라. 그러니까 추석 당일에 스타트만 끊는거라도 가능할까요...? 넘 무리면 스루해도 괜찮아요. 언제나 현생이 먼저니까요:)
일부러 강나라의 헌터넷을 시끄럽게 울리고, 길드의 이미지를 띄워서 호출이라 착각하게 만들어 보냈다. 그러나 그러고 나서도 꿉꿉한 기분은 풀어지지 않았고 더 저기압이 되었다.
"...잘 되었네요. 칭찬도 듣고 귀여운 분하고 즐겁게 대화도 하고." 동료로서 기쁘다 해야할지. 한참을 고개를 숙이고서 빈 컵을 바라보다 천천히, 습관이 이르는대로 알렌이 아는 그녀 특유의 생기없는 인조적인 미소를 덧그린다. 덧그린 미소가 그의 밝은 얼굴과 뒤이은 영문을 알 수 없다는 표정에 촛불이 바람에 일렁이듯 흐리게 일그러진다.
"아..." "잠시만." 표정이 망가진 것을 알아버린 그녀가 다시 고개 를 숙인다. 그는 아무것도 모르고 그녀는 그의 무엇도 아니었다. 그는 린 자신이 질투하는 것도, 그가 같은 감정을 가지고서 악수를 낚아채었다는 것도, 팬들의 팬심도, 그 속의 이성적인 호감도, 그 아무것도 아는게 없었다. 그리고 그녀는 여전히 그의 무엇도 아니었다. 이 마음을 성토할 수도 없는 그저 동료에 불과했다.
언제까지. 그가 다른 사람을 만나고 바라보고 그녀는 가지 못할 평범한 길을 걸어갈 때도 이러고 있어야 할까. 태연하게 있을 수 있을까.
"언제까지." 잠자코 있던 입술이 열린다. 작은 목소리가 새어나온다. 고개를 든 린의 눈에서 슬며시 불만의 감정이 어렸다.
"..." 그 상태로 입이 열려 무언가를 전하고 싶지만 소리가 나오지 않는 것처럼 작게 뻐금거리다 다물렸다. 손을 들어 손가락으로 입술을 더듬고서 린은 눈을 내리깔았다.
"...아니에요." 그 말을 끝으로 부루퉁한 얼굴로 린은 야구모자를 쓰고 챙을 내려 얼굴을 가렸다.
"기숙사로 돌아갈래요." 그녀답지 않은 어린애 투정같이 툭 말이 던져진다. //막레로 받아도 좋고 이걸 막레로해도 좋아. 만약 이어지면 린이 손잡아달라고 하고 먼갈 또 얘기할것같음
익숙한 미소, 익숙한 말투. 하지만 알렌은 그 표정과 목소리에서 가슴을 찌르는 듯한 기분을 느꼈다.
"린 씨? 혹시 제가 또 무슨 실수라도 한걸까요?"
알렌이 조심스럽게 묻자 린은 자신의 얼굴을 매만지더니 이내 고개를 숙였다.
"언제까지."
그리고 얼마지나지 않아 그녀에게서 들려오는 한 마디.
다시금 바라본 그녀의 눈동자에는 노골적인 불만이 가득 쌓여있었다.
알렌이 그 눈빛에 뭐라 말도 못하던 그 때.
"...아니에요. 기숙사로 돌아갈래요."
"린 씨? 린 씨?!"
알렌이 뭐라 대답하기도 전에 린은 자리에서 일어나 카페를 나가버렸다.
"왜..?"
알렌은 갑작스럽게 일어난 상황에 린을 쫒아갈 생각도 못하고 순간 자리에 다시 주저앉았다.
모르겠다. 자신이 무슨 잘못을 저질렀는지도, 린 씨가 어째서 저렇게 화가났는지도.
"이..이럴 때가 아니야."
복잡한 머릿속 때문에 순간 넋을 놓고 있던 알렌은 뒤늦게 나마 정신을 차리고 린을 쫒아가려고 했다.
하지만
삐리리~
"뭐야? 지원요청?"
UHN으로 부터 온 지원 요청
내용을 살펴보니 새롭게 생긴 게이트에 조사차 들어간 헌터들이 모두 실종된 상태.
이 정도 규모의 탐사대의 전멸은 본래라면 UGN의 도움을 요청하는 것이 맞겠으나 의뢰 내용을 살펴보니 실종 사실을 작게 축소하고 싶었던 UHN은 아직 자신들의 영향이 닿고 있는 여명 길드, 그것도 순순히 따르는 알렌 한명을 우선 보내 최대한 사건을 작게 축소하여 해결하고 싶어하는 듯 보였다.
"쯧"
정말 마음에 들지 않았다, 그렇다고 이 요청을 무시할 수도 없는 상황.
"...다시 돌아와서 사과하면 되겠지."
이내 슬픈 목소리로 중얼거던 알렌은 방향을 바꿔 지원 요청이 들어온 곳으로 발걸음을 옮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