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본인 때문에 사람들이 몰렸다는 것을 모르지 싸인도 하고 사진도 찍자고 하는데도 모른다고? 그라면...그럴수 있어. 이 바보가 왜 이렇게 바보같지? 바보같아서 귀엽지만 나는 왜 또 귀엽다고 생각하고 있는거지? 또 그 와중에 여자애들 물음에(진실:남자도 있었다)성실하게 답변은 왜하고 있는거고? 짜증나
평소에는 당사자보다도 더 신나했으면서. 끝없이 의미없는 생각의 고리에 빠져있었던 린은 그의 반응이 납득이 되지 않았다는 기색으로 눈을 깜박였다.
"알던 분인가요?" 드물게 못마땅하다는 얼굴이었다. 그가 처음 본 사람에 대해 부정적인 반응을 할 수 있는 사람이었나. 어지간히 대놓고 빌런이 아니라면 그는 모두에게 조금 지나쳐보일 정도로 존대를 쓰며 우호적으로 행동했다.
"아마 여명길드가 정식으로 독립된 단체로서 행동을 시작하였으니 겸사하여 말을 붙인 것일거에요. Uhn의 지원을 업고 공인된 전력을 가진 단체와 적당히 친밀해져서 나쁘진 않을 터이니..." 묘하게 정치적인 태도가 마음에 들어하지 않았던 건가 싶어서 대강 설명을 하다 그럼에도 풀리지 않는 그의 얼굴을 바라본다.
"...혹여나 하여 묻는 것인데, 저를 걱정하신건가요?" 처음에도 말씀을 드렸지만, 하며 어지간하여 자신을 단독으로 어설프게 적대하긴 어려울거라 린은 의아한 와중에 그의 불만의 원인을 헛짚고서 답한다.
"그리고 그 분은 방금 전 카페에도 말씀따라 계셨으니 딱히 크게 불순한 의도는 없어보였답니다. 그러니 그리 염려하실 필요는..."
"손에 독이요...?" 자신이 지금 제대로 들은게 맞나 싶어 고개를 갸우뚱 살짝 기울인다. 그가 이토록 상상력이 풍부했었나. 오늘따라 사소하면서도 넘어갈 수 없어 의아한 일이 일어난다. 그 정도의 각성자가 상대에게 공격의사가 있는지 없는지 파악하지 못할 리는 없을텐데.
넋이 나갔다가 이제는 언짢아하다가. 마치 마음에 들지 않는 사람을 본 강아지마냥 부루퉁한 얼굴을 하고 있었다. 딱히 못된 행동을 하지도 않았고 평소 대화와 다른 점이라면 그녀에게 팬이라 말하며 호의를 보인정도. 하지만 그가그런 세심한 부분을 설마 신경쓸리가... '신경쓸까요?'
다시 생각하니 제게 청해진 악수를 알렌이 낚아채듯 가져갔었다.
"제가 그 분과 웃으면서 대화하는게 싫으셨나요?" 마치 파프리카가 싫었냐며 묻는듯 태연하게 아무런 기색의 변화 없이 질문을 하며 일상적인 대화를 이어간다.
말을 피하는 걸까. 슥 눈을 굴려 쳐다본 얼굴은 자신도 어찌된 영문인지 모르겠다는 빛을 띠고 있었다. 감정을 몰라도 너무 심각하게 모르는데. 보아하니 그는 자신이 느끼고 있는 감정이 무엇인지도 감을 잡지 못하고 있는 듯 했다. 린은 더 추궁하는 대신 조용한 카페로 발걸음을 돌렸다. 그녀 자신도 답지않게 널뛰던 감정을 가라앉혀 조금 진정할 시간이 필요했다.
"강산군께서 전에 많은 인파에 휩쓸린 적이 있다고 하셨어요. 저희의 활약에 관심이 많은 팬이라 그렇게 말하시던데." 사람이라고는 자리를 무료하게 지키고 있던 알바생 밖에 없는 작은 카페에서 마주보고 앉아 입을 연다.
"당신을 보러 온 거에요. 그 사람들은." 부러 별 관심이 없다는 듯 눈을 내리깔고 톡 던지듯 말한다. 다시 그 상황을 떠올리니 속을 무언가가 콕콕 찌르는 느낌이 들었다.
'얕고 피상적인 들불같은 대중의 관심에 불과하지만 그가 애정을 받는 건 분명 좋은 일일텐데.' 갑작스럽게, 사람들의 벽으로 벌어진 두 사람의 거리가 머리 한 구석을 저기압으로 만들었다.
"최근에 누명이 벗겨지고 전에 악신을 토벌한 공적이 합쳐져서 여명의 입지가 많이 올라갔어요." 여전히 새치름한 얼굴로 나온 음료를 마셔본다. 특별할 거 없이 프랜차이즈의 달달한 맛이었다.
"헌터넷에도 저희의 이름이 많이 거론되고 있어요. 그 덕에 신규 신도분들이 갑작스레 늘어나기도 하였으나 그런 만큼 신의 뜻을 받드는 자로서 여론에 비치는 언행을 조심을 하고 있던 터라..." 공적인 업적으로 인지도가 올랐다고 말하면서도 그녀의 머리 한켠에 다른 생각이 조금씩 떠올랐다. 단정한 외모에 그에 맞게끔 예의바른 태도의 그가 그를 잘 아는 사람이 아닌 타인이 보기에 어떨지.
컵을 쥔 손에 살짝 힘이 들어갔다.
"알렌군은 대외활동을 많이 하시지 않으니 모르셨겠지만 저는 방금 전에 그 분과 같은 만남이 없진 않았어요. 가끔 교단에 신도인척 들어올 때도 있어 애를 좀 먹고 있기도 하고...저희를 좋아해서 하는 행동이라 매몰차게 거절하기도 그러니 알렌군도 앞으로는 야구모자 하나는 쓰고 다니세요."
흥. 바보용사 같으니라고. 금방이라고 비스듬히 비죽일듯 움직이려하는 입꼬리를 음료를 마시는 척 컵으로 가린다. 이미 모든 것이 괜히 싫어 빈정되는 나이는 지났다고 생각했는데. 컵을 내리고 언제 삐죽거렸는듯 정리된 매무새로 평소처럼 웃는다.
이 사람 진짜 바보인가? 신경쓰기는커녕 발화의 원인부터 결과까지 완전히 잘못 짚은 그를 보고서 린은 아연한 기분이 들었다. 그를 두고서 이런 저런 복잡미묘한 기분에 빠졌던 저 자신이 어이없어지기까지 하였다. 이러다가는 다시 이런 상황이 발생했을때 '저는 그렇게 대단한 사람이 아닙니다.''모두 훌륭하신 다른 길드원들 덕분입니다.' 같은 소리나 높은 확률로 할 것 같아서 이제는 다른 방향으로 답답해지기 시작했다.
'이랬던 적이 한 두번도 아니고.' 같이 붙어 지낸지가 몇 개월인데 익숙해질 때도 되었건만 또 다시 제가 얽은 생각의 끈에 묶여서 휘둘리는 건 그녀였다.
"..." "알렌, 제가 하고 싶은 말은..." 모든 것을 내려놓고 마음에 둔 말을 조금이나마 답답함에 풀어놓으려는 찰나 딸랑, 하고 경쾌하게 가게의 문에 달린 종이 울렸다.
"흐아...느,늦지 않았다! 아이스아메리카노샷추가에시럽넣어서 한 잔이요...!" 급하게 뛰어온 듯 헝클어진 곱슬머리를 한 여자였다. 대학생 정도로 보이는 얼굴에 크고 유순한 눈망울, 옅은 체모까지 전체적으로 어딘가 어수룩한 강아지 같다는 인상을 주었다. 앉을 자리를 찾는 듯 주변을 두리번거리던 그녀는 두 사람이 앉은 자리를 보고 눈을 휘둥그렇게 떴다.
"어...어어!" 놀란 감정을 그대로 드러내는 입이 둥글게 벌어지다 이내 활짝 웃는다.
"특별반의 알렌! 맞죠? 아아, 그, 이상한 사람은 아니고요...팬입니다!" 고백을 하는 듯한 십대 소녀 마냥 얼굴을 붉히고서 양 손의 주먹을 꼭 쥔다.
"00길드의메딕강나라라고합니다!평소에만나고싶었는데. 아 내 정신좀 봐. 메모지, 메모지가!" 살짝 정신없는 타입인듯 허둥거리며 속사포처럼 말을 쏟아내는 그녀를 앞에두고 린은 잠시 무슨 생각을 하는지 가만히 침묵을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