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은 꼬리 없이도 코너링 잘하는데 너희는 아직도 꼬리를 필요로 하다니. 진화가 덜 됐구나 열등종족들이여..."
츠나센에 팽배한 말딸주의에 저항하기 위해 나는 히또주의를 택했다. 하지만 뭐 이해는 간다. 인간도 속눈썹 필요 없는데 아직 남아있는 거랑 비슷한 거겠지. 관상용에다가 아주 약간의 기능성이랄까.
메이사는 이번에는 나랑 마주보는 자세로 앉았는데, 뭐라고 해야 하나 이게. 음. 같은 방향으로 앉으면 다리를 두기가 편하잖아, 근데 마주보면 그게 안되니까 메이사의 다리는 엉거주춤하게 굽혀져선 발끝이 내 허벅지 안쪽에 자꾸 닿고 있었다. 의도인지 아닌지는 모르겠지만...
"으 음... 잠깐만."
그러다가 닿는 건 싫단 말이지. 차라리 메이사를 내 위에 앉히거나 하면 좀 괜찮으려나. 그런 생각으로 메이사의 허리를 잡고 끌어당겨선 앉혔다. 습관적으로 양해도 구하지 않고 그렇게 해버렸다. 양쪽 무릎도 잡아서 방해 안되게 벌려서 옆으로 놓고. 그러면 문제 없을 거라고 생각했는데... 결론적으로 실패.
타올의 존재를 잊어먹었던 거다. 물에 젖은 타올이 얼마나 무겁고, 한번에 탁 풀리는지. 메이사의 다리가 내 장골 위에 얹힐 때, 타올이 넓어지는 각도를 이겨내지 못하고 그대로 풀려버렸다. 메이사의 무릎을 잡고 있던 나는 그냥, 어, 어...
히죽히죽 웃으면서 꼬리를 살랑거렸다. 음.. 근데 좀 불편한 자세인가? 다리를 둘 곳이 좀 애매한데. 나 다리 짧으니까(...) 충분히 여유가 있을 거라고 생각했지만 아무래도 오산이었나봐. 탕이 은근히 좁아서 그런가. 유우가의 허벅지 안쪽에 안착한 발을 살짝 꿈지럭댄다. ....오, 이거 잘하면... 어쩌면..... 그런 흑심을 꿰뚫어본 듯이 유우가가 갑자기 나를 확 쓸어당겼다. 앗, 아, 아우앗!?
"에? 으에?! 유, 유우갓!?"
아, 평소에 자주 하던대로 위에 앉히려는 걸까. 하, 하, 하지만 여기 탕 속이고 우리 타올만 두른 상태인데 그래도 되는 거야?? 나, 나는 완전 럭키비키긴 한데!? 그, 그치만!? 유우가 갑자기 너무 적극적이고 당황스럽고 하지만 좋고오옷 당황하는 사이에 유우가 위로 안착 완료, 라고 해야할까. 딱 위에 걸터앉고, 유우가가 내 무릎을 잡고 있던 그 때—
—타올의 영압이 사라졌다.
"—학, 힉."
너무 놀라면 꺄아악 대신 이상한 숨 집어삼키는 소리가 나오는구나. 새삼 실감했다. 엄청나게 밀착한 상태에서 풀린 타올, 그대로 유우가에게 올라타있는 나, 그런 내 무릎을 잡고 있는 유우가. 누가 보기라도 하면 오해할 법한— 아니, 여기서 그런 발상을 안 하는 쪽이 더 오해일테지. 아무튼 그, 그런.... 후히히 직전의 그런... 모습이 되어버렸다.
"...........으, 으앗!? 타, 타올!! 내 타올!!"
너무 놀란 나머지 멍하니 있다가, 한 박자 늦게 타올을 찾아 손을 아래로 뻗었다. ...마, 맞아. 너무 당황해서 생각이 짧았지. 지금 우리가 얼마나 가까이 밀착했는지도 잊을 정도로. ......그, 그래서... 타올을 찾으려고 손을 내리면서 동시에 상체를 숙이자, 그, 완전히 유우가한테 착 붙어버렸다. 그, 그리고 손도......
"앗, 아, 아우앗, 아와와와왓....."
오, 오해야. 의도한 움직임이 아니야...!!! 그 증거로 나도 아와와와왕 하고 있을 뿐이잖아!!!
순식간에 너무 많은 일이 일어나서 머리가 고장나버렸다. 그러니까 메이사는 내 위에 얹혀있다는 거지. 무장해제된 채로. 묵직하게 짓누르는 이건... 시선을 아래로 내렸다가 급하게 위로 올렸다.
...그래. 아래에 얹어져 있는 게 뭔지도 알아버렸다고. 이렇게 됐으니 조금이라도 실수하면 우리 모두가 상처입는 결말 뿐이야. 일단 수건부터 찾아볼까... 시선은 천장에 꼬나박은 채로 손만 우리 사이에 넣어서 휘적거려본다. 내 수건 감촉이랑 뒤섞여서 뭐가 뭔지 모르겠다. 손등에 꾸욱 눌리는 아랫배가 방해되고. 아, 이건가? 당겨봤다.
ㅆㅂ 아니 이건 내 수건이었네. 들춰져서 아슬아슬했던 걸 대충 원상복구시켜놓고, 이거... 이거다. 확실해. 수건을 잡고 위로 끌어올렸다. 그러면서 손가락에 스치는... 익숙한 감촉.
실수인데, 실수라고 말해도 어색해질 뿐인 그야말로 진퇴양난. 그냥 아무 말도 하지 말자, 무안하지 않게...
수건뭉치를 아무튼 메이사에게 전달 완료했다.
"안 보고 있을 테니까 후딱 입어..."
그리고 욕조 바깥으로 최대한 고개를 돌리고 한참 있었다. 눈에 아른거리는 걸 억지로 밀어내고 명상하면서. 자, 들숨에 후우, 날숨에 하아 입니다. 후... 하... 후... 하......
그러니까 이 좁은 욕조에서 둘이 혼욕하겠다고 하는 게 문제라니까. 젠장. 넓고 좋은 물을 납두고 굳이 커플들이 꽁냥거리기 위해 하는 이딴 서비스를...
움찔흠칫하면서 읏 햣 뺫 같은 소리를 흘리는 나와 다르게 유우가는 무서울 정도로 조용했다. 시선도 천장만 보고 있고.... ......이, 이건 이거대로 좀 그런데... 이왕 이렇게 된 거 조금은 봐도 된다구.. 그러면서도 타올 찾는 건 도와주는 건지, 같이 손을 아래로 해서 찾아주고 있는데. ...그, 근데 아랫배에 자꾸 손이 닿아서 뭔가, 뭔가뭔가인 기분이 되어가고 있다. 애, 애태우는 거냐구 유우가아....
어설프게 더듬거리는 나와 다르게 유우가는 손을 들었다 놨다 당겼다 말았다 하더니 결국 내 타올을 찾아내버렸다. 큭, 좀 더 느긋하게 찾아도 될텐데.... 그리고 타올을 쓱 들어올리다가 어, 그, 제대로 스쳐서 그만...
"햐으?!" "아, 어, 으응..."
이상한 소리를 내버렸는데, 못들은 척 하는 건지 그대로 고개를 돌리는 유우가. .....이, 이렇게 무시한다구...? 어쩐지 울컥해서, 타올을 두르는 대신 유우가한테 좀 더 붙었다. 들숨과 날숨으로 오르락내리락하는 유우가의 가슴팍에 찰싹 붙어서—
"에, 에헤헤... 좁아서 조금 어렵네에....."
유우가랑 엇박자로, 슬그머니 문댄다. ...아 아니 그치만 좁아서 타올 두르는 거 어려운 건 사실이고? 두르려면 자세가 이렇게 되는 게 맞긴 하니까.
내가 당황하면서 말이 많아지면 그건 오히려 괜찮은 거다. 그러면서 분위기 풀기도 하고, 스리슬쩍 웃으면서 넘길 수 있는 일이란 소리니까. 하지만 오히려 조용해지면 그건... 그거지.
내가 한 마디라도 실수하면 진짜 다시는 돌이킬 수 없는 노 세이브 구간인 거다. 여기서 어떻게 적절한 말을 할 수 있을지도 떠올리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그러니까 좀 배려해주면 안 되겠니 메이사?! 우리 알고 지낸 지도 거진 2년 됐잖아!?
그런 내 마음은 통하지 않았나 보다. 메이사는 삐진 것처럼 믓... 하는 소리로 웅얼거리더니, 내 위로 찰싹 붙었으니까. 약간 미끌거리는 물 때문에 찰싹 달라붙기만 한 게 아니라, 조금 미끄덩한 느낌으로 문질러지고 있었다.
...그게 연상시키는 게 있어서, 기껏 고개를 돌리고 명상하고 있던 게 무용지물이 됐고. 가뜩이나 한계였는데 제대로 치명타를 맞았다 이거지.
"~~~~메 이 사 너어......!!!!"
결국 고개를 홱 돌려버렸다. 능청을 부리는 메이사의 양 뺨을 콱 잡고 마구 짜부시킨다. 이거, 이거, 이거 어디서 요상한 거만 보고 와서는 애가. 어? ...물론 가장 큰 문제는 거기에 제대로 타격당해버린 나겠지만, 난 여기에 이르기 전까지 최선을 다했다. 진짜로. 철벽쳤다고. 어?
억울해.
"이렇게 만들었으니 제대로 책임져줘야겠어!" "...라고 하면 어쩔 건데."
"야 내는 진짜로 니랑 내년 6월에 하고 싶다니깐. 이러지 말라고. 응? 너무 어린애 구워삶아먹는 거 같아서 마음이 안 좋다 진짜."
마음이 안 좋은 거 치고는 건강하지만... 아무튼 그럼.
"어디 가서 연애 좀 해보고 이거저거 보는 눈도 기르고서 돌아오랬더니 애먼날 친구랑 싸우기나 해고 내도 힘들다. 차라리 어디서 떼고 왔으면 부담이라도 없지. 으휴."
앗, 효과 있나. 이거 효과 있나봐!!! 아래쪽에서 그, 어, 그, 뭐랄까 아까까진 없었던 것 같은 그런 게... 엄청 두근거려, 유우가아.... 유우가도 그럴 기분인 거 맞겠지? 두근두근하면서 올려다보자, 유우가의 손이 점점 다가오더니....
"—으붑?!"
양 뺨을 잡혀서 짜부당했다. 윽 큿 악 유우갓 이거 수수하게 아파아앗 그러다가 엄청나게 두근거리는 대사를 들어서, 이성이 끊어질 것 같았다. 우, 우와아아앗... 엄청 두근거려... 홀린듯이 고개를 끄덕이자, 양 뺨을 누르고 있는 힘이 더 강해진다. 으악, 아파, 진짜 짜부러져!!! 토마토가 된다고!!!!
"에, 우, 으, 으히한...." "그, 그치만!!! 유우가도 벌써 그렇게 됐구.... 나, 난 지금 해도 좋다구우...." "윽, 그 그건... 걔가 유우가를 눈독들이고 있었으니까.... 토네이도는 맨날 먼저 시비걸어서 똑같이 돌려주는 것뿐이다 뭐."
어, 어디서 떼고 온다니!! 난 유우가가 아닌 사람하고는 이런 거 하고 싶지 않은 걸!! 상상만 해도 싫다고!! 끔찍한 말에 고개를 마구 도리질쳤다. 으아ㅏ악 끔찍해. 절대 싫어!!
"지, 진짜로. 난 유우가가 아니면 이런 건 하기도 싫은 걸. 유우가하고만 할 거야...." ".......그러니까 진짜 해도 된다구..? 내가 이렇게 만들었으니까 책임질게...💕 도와줄게 유우가💕"
그렇게 말하면서 다시 힐끔 본 유우가는 우왓, 머리 쓸어넘기는 거 멋있어. 프롬 때 생각난다아.... 이럴 상황이 아니라는 건 알지만, 유우가 표정 엄청 심각해보이지만, 그래도 그것도 엄청 멋있고 좋아서..... 머리 넘긴 유우가도 진짜 좋아아..💕하는 얼굴로 보게 된다... 우우... 유우가 진짜 좋아해애...
그치만 메이사는 허접이라서 유우가얼굴 프린트한 종이 붙이면 괜찮아지는 거 아니었어!? 라는 못된 망상이 들었습니다...🙄 아니 근데 진짜 어떤 분기에서는 진짜로 그랬을 거 같단말이죠 땀많고 뱃살두둑한 대머리 아저씨(중앙출신의 수상한 또레나)한테 5우정트레이닝당해서 스피드 한번에 120오르는 감각을 잊지 못하는 거 아니었냐고(날조)
합. 너무 어이없어서 츳코미 거느라고 메이사 앞에서 적나라하게 말해버렸다. 입을 다물지만 이미 늦어서 눈알만 데굴 굴린다.
"도와주는 건 필요 없어. 내가 아무리 좀 그래도 담당... 아니다."
한숨을 푹 내쉰다.
"니는 내 취향이 아냐."
"내는 단발에다가 문란하지 않은 정숙한 타입이 좋다고. 그리고 무엇보다 니는 내보다 어리잖아. 내보다 어린 놈 손을 빌릴 정도로 내가 고프지는 않거든. 어?"
돌려돌려 말하니까 문제가 생긴다. 딱 잘랐다고 생각했는데, 순애모드가 켜진 메이사에게는 잘 안 먹힌 모양이다. 그럴 수 있다. 어릴 때는 뇌가 금방 끓으니까. 그래서 일부러 모질게 말한다.
"안 해."
"씁, 그런 얼굴 하지 마, 내가 몇번이고 말했잖아. 내년 6월이야. 20도 안 찍은 애랑 뭘 해."
일부러 정색을 하고, 시선 피하지도 않으면서 말하지만, 저런 표정을 보면 마음이 약해지는 건 어쩔 수 없다. 어쨌든 메이사는 내가 가장 소중히 여기는 애 아닌가. 진짜 취향 아닌 여자가 했으면 진작에 갖다 치웠을 일들을 매번 무시하고 저지르고 있는데, 그걸 다 받아주고 있는 거 보면 말 다했지. 어휴 정말. 또 마음 약해지네.
"...그래도 혼욕 해주기로 말했으니까 바로 나가진 않을 거야. 그러니까 하고 싶은 거 있으면 해, 적당히 선 넘지 않는 거로."
저, 정면에서 적나라하게 들어버렸다. 그거. 눈을 땡그랗게 뜨고 그대로 얼어붙었다. 뺘..뺘앗....!!!! 그렇게 들으니까 조금 부, 부끄럽... 유우가랑 똑같이 눈알을 데굴 굴리다가, 뒤이은 말에 충격먹은 표정을 지었다. 피, 필요없다니이.... 거기에 취향도 아니라니.
"엣....." "..............."
살랑거리며 흔들리던 꼬리도, 유우가를 향해 쫑긋 솟아있던 귀도 추욱 처진다. 취향도 아니고, 어리니까 안 한다고. 내년 6월까진 안 하겠다고 딱 잘라서, 정색하면서 말하는 유우가의 눈을 마주보다가 스윽 고개를 숙였다. ....나, 유우가 취향이 아니었던 거구나...... ....머리 잘라버릴까. 묶었던 게 조금 전의 소동으로 느슨하게 풀려서 어깨를 간지럽히고 있는, 길게 내려온 머리카락을 흘겨봤다. 돌아가면 단발로 쳐버려야겠다.
"....그럼 키스해줘." "어제도 했으니까, 오늘도 해줄 수 있잖아... 응?"
하고 싶은 거 있으면 하라는 말에, 슬쩍 키스해달라는 요구를 했다. 원래라면 키스 빼고 다 된다고 했었지만, 어젠 유우가가 먼저 키스해줬었고(맥주가 섞이긴 했지만). 그러니까 오늘도 해줄 수 있는 거 아냐? 여긴 학교도 아니고, 집도 아니고, 무엇보다 츠나지도 아니니까....
"...머리도 쓰다듬어줘. 그리고 꼬옥 안아주라...." "잘때도.. 안고 자줘."
그리고 이때다 싶어서 원하는 걸 줄줄 늘어놓는다. 이것도 하고 저것도 하고 다 하고 싶어🥺
내가 하긴 했지... 맞는 말이긴 한데. 뭐 한다고 닳는 것도 아니고 못해줄 거 없지, 없는데. 일단 우리 혼인 신고서 쓰면서 약속하지 않았나. 키스는 금지라고... 그걸 이렇게 슬금슬금 넘는 걸 허락해주다 보면 언젠가......
아니, 내년 6월이면...
...그럴 일은 없겠지, 아마 나는 갈 거고... 모르겠다. 갑자기 머리가 뒤죽박죽이 돼서. 그래서, 이렇게 올려다보는 메이사한테 나는 수락을 해야 하나 거절을 해야 하나. 아니면 그냥 적당히 유사키스로 만족시켜줘야 하나.
잠깐 고민하다가, 뺨을 잡은 그대로 당겨왔다. 그리고 입맞췄다.
입술이 아니라 입꼬리에. 입술이라고 하기에도 애매하고, 그렇다고 키스라고 하기에도 애매한 거. 내가 늘 하듯이 적당히 애매한 일을 해놓고는 능청으로 위기를 모면해보려고, 꾹 누르고는 떼어냈는데.
메이사의 얼굴이 너무 속상해보여서 나도 모르게,
에라이 닳지도 않는 거 아껴서 뭐해. 이제 갈 거니까 미련 없게 해줘야지. 하는 생각에 불이 붙어버렸다.
"...알았다고. 그런 표정 짓지 마."
그래서 한 손을 물 안에 넣어 메이사의 엉덩이를 당겨붙였다. 붙어있기 편하게. 뺨을 잡고 있던 손도 부드럽게 턱선을 타고 뒤로 넘어가 목을 받쳤다.
"네 덕분에 료칸 왔으니까 해주는 거야. 돌아가서는 안 해줘. 알지?"
손끝을 간지럽히는 꼬리. 손가락으로 꼬리뼈를 살살 만지며 이마를 갖다붙였다. 그리고 아주 느긋하게 입술을 맞대고, 좀 문지르고, 숨결도 느끼고. 메이사의 호흡이 밭아질 때쯤에 갖다붙였다. 물이 출렁거리는 소리가 멀게 느껴질 정도로, 구강 안에서 엉키는 눅진한 소리 때문에 귀가 얼얼할 지경이었다.
진짜 오랜만이네 이것도.
꼬리뼈에 걸쳤던 손을 끌어올려 흉통에 둘렀다. 그리고 손끝으로 나도 모르게 등골쪽을 툭툭 건드리다가 타올의 감촉에 눈을 떴다. 익숙한 감각에 그만 버릇이 나와버린 거다. 있을 리가 없는데.
이러다간 진짜 저지르겠네 하는 위기감이 싸하게 올라오지만, 오랜만에 맞닿은 살의 감촉이라던가 어설프게 붙어오는 메이사의 느낌이 좋아서, 조금만 더, 조금만 더, 하며 응석을 부리다가 떼어냈다.
뺨이 잡힌 채 끌려간다. 엄청 두근거려서, 내 심장소리가 시끄럽게 들리는 것 같았다. 아니, 전신이 심장이 된 것 같아... 하지만 뭐랄까, 받긴 받았는데. 이거 키스라고 해야하나 싶은...? 입이 아니라 입꼬리에, 그냥 가볍게 입맞춤 정도...? ...애매해. 뺨과 입술의 애매한 경계라서 이거 입술이 아니니까 키스 아니야!라고 하기도 좀 그렇고, 하지만 그렇다고 키스라고 납득하기엔 이건 아니지 싶고. 불만도 불만이지만 속상했다. 키스 말고 다른 것도 안해주면서, 이것도 제대로 안해주다니. 속상한 마음을 감추지 못한 채로 유우가를 올려다보면, 제대로 전해진 건지 유우가가 항복 선언을 했다.
그리고 갑자기 엉덩이에서 느껴지는 감촉에 히얏!하는 소리를 내버렸다. 유우가랑 엄청 찰싹 붙었어어.... 꼬리뼈를 슬슬 간지럽히는 손길에 몸이 흠칫 떨린다. 맞닿은 이마가 엄청 뜨겁다. 내 이마가 뜨거운 건지, 유우가의 이마가 뜨거운 건지 분간이 안 될 정도로. 느긋하게 입술이 맞닿고, 손길은 여전히 간지럽지만 뭔가, 아랫배부터 올라오는 간질거림이라고 할까... 그러다가 드디어, 제대로 된 키스를 하게 됐다.
뭐랄까, 처음이지. 이런 건 처음이니까. 물론 클래식 시즌의 크리스마스때가 첫키스고, 그때도 나름대로 해보겠다고, 유우가와 입술을 맞대로 낼름거리긴 했었지만 그땐 유우가가 입을 꽉 다물고 있었고, 나도 덜덜 떨려서 제대로 하지도 못했으니. 진짜 키스는 이렇게.. 뜨겁고 눅진하고, 엄청난 거구나아.... 무, 물론 이런저런걸로 예습하긴 했지만, 역시 실전 앞에서는 맥을 못추고 유우가에게 그저 휩쓸릴 뿐이었다. 그래도 역시 나만 가만히 있을 수는 없으니까... 조금 머뭇거리면서, 어색하게나마 나도 휘감아보기도 하고, 이래저래 유우가를 따라해보다보면 입가로 가쁜 숨이 새어나오고, 유우가는 내 등쪽을 툭툭 건드리고 있었다. 뭐, 뭐지이... 잘 모르겠어. 지금은 머리가 뒤죽박죽이 되고, 유우가로 가득해져서어..... 녹아내리는 거 같아. 혀부터, 입부터 시작해서 주르륵 녹아내리는 기분이 들어......
"응.... 우... 후아....."
....조금만 더, 더, 아니, 그냥 계속 이러고 싶어. 이 시간이 영원히 끝나지 않으면 좋겠어. 그렇게 생각했는데 조금 야속하게도, 유우가가 입술을 떼어냈다. 아쉬워서 애타는 얼굴로 유우가를 올려다봐도 끝이라는 말만 매정하게 들려올 뿐이었다.
"므으...." "그럼..... 머리 쓰다듬어줘....."
그렇게 말하면서, 아쉬움을 담아 유우가를 꽈아아악 안았다. 진짜, 좋았는데에.... 조금만 더 해주지....
메이사는 진짜, 엄청, 처절할 정도로 못했다. 굳이 말하자면 손에 꼽을 것도 없고 그냥... 최고로 못했다. 생각해보면 당연한가, 내가 첫사랑이고 첫 키스랬으니까. 그래도 어디서 그 나잇대의 패기로 저지르고 오길 기대했는데 그러지도 않은 모양이다.
그래서 나는 입을 뗐을 때, 메이사가 좀 떨떠름한 얼굴이겠거니 생각했다. 내가 처음 했을 때처럼 이게 뭐 좋은 건가 하는 소감 아니었을까. 그러고 나면 좀 덜 조르려나 하는 생각도 했다.
하지만 떼어냈을 때, 완전 흐물흐물한 얼굴을 하고 있어서... 솔직히 좀 놀랐다. 놀란 거 뿐인가. 싫진 않았다. 좀 기분이 괜찮기도 했고. 거진 몇 년만인데 녹슬지 않았구나 싶어서.
"알겠으니까 정신 좀 차려봐. 목도 좀 가누고..."
뒷목을 받쳐주니까 이쪽도 흐물흐물해져있다. 목을 몇 번 주물러주고 풀어주자, 엄청 아쉬운 얼굴로 꼬옥 붙어온다. 자기가 지금 어떤 얼굴 하고 있는 건지 아는 건가. 오히려 이쪽이 낯간지러울 정도다. 땀에 젖은 머리카락을 쓸어넘기고, 사이에 손가락을 넣어 두피를 스친다. 귀뿌리도 좀 긁어주고. 그러면서 나도 좀 진정하는 시간을 가졌다.
키스를 안 하면 모르겠는데, 하고 나니까 이쪽도 간당간당해서 미칠 거 같다. 알고 요구한 건지, 모르는 건지.
"이제 더 오래 담그고 있으면 위험하니까 씻고 나가자. 또 쓰러질까봐 쫄린다고..."
그래서 애써 웃어넘기면서 메이사를 나한테서 떼어냈다. 먼저 머리 좀 감고 씻고 가라고. 난 시간이 좀 더 필요해서.
아우아아... 머리 쓰다듬는거 조아아아..... 눈을 감고 늘어지면서, 유우가한테 푹 기댄 채로 복복복을 즐긴다. 두피 긁어주는거 좋아아... 귀뿌리도오... 으혹.... 반대쪽 귀도오..... 아아 그거야 그거 우아앗 최고옥... 그렇게 한참 즐기다보면 이제 씻고 나가자는 말이 들렸다. 아, 그러네에... 오래 있었으니까... 지금도 좀 어질어질한 기분이기도 하고. 그치만 이건 키스가 너무 좋아서, 그리고 유우가가 머리를 너무 잘 쓰다듬어서 그런 거 아닐까.
"으뮤.... 알겟서어....."
늘어지는 목소리로 대답하고 몸을 팟 일으켰는데, 어라, 왜 앞이 흔들거리지.... 그대로 다리에 힘이 빠지면서 고꾸라졌다. 유우가를 덮치듯이 그렇게 푹 넘어져버렸다. 아, 다리에 힘이.... 어라.. 머리 어지러워..... 뭔가 또 스륵하고 철퍽하면서 풀린 것 같은데, 아, 타올... 타올? 으데데...?으뷰...우땨따뚜땨아....뭔가 머리가 안 돌아가... 엄청 멍청해진 느낌이야....
"으... 안대.. 어지러워.... 유우가아 나 먼저 나갈게에..."
멍청해졌지만 이건 알 수 있었다. 너 당장 나가서 안 자면 그대로 욕조 물에 코박고 죽을 걸?이란 사실. 그래서 힘이 잘 안 들어가지만, 어떻게든 욕조를 잡고 다시 일어나서 밖으로 나갔다. 어라, 묘하게 시원한데? 아, 그치만 엄청 뜨겁게 달아올랐던 몸에 닿는 서늘한 공기는 좋구나아~ 그대로 방으로 나가자마자 "이불... 이부우울..."하고 좀비처럼 이불을 향해 질질 발을 끌면서 걸어갔다. 그리고 바로 이불 위로 털썩.
——여기서 의식이 끊겼다.
"으.... 으음...."
그리고 눈을 떴을 땐 이미 아침이었다. 창호지 너머로 빛이 어슴푸레하게 비치는 걸 보면 슬슬 일어날 시간 같은데... ....근데 왜 몸이 안 움직이지. 낑챠끙챠 팔다리를 움직이려고 했지만 어째선지 답답하고 잘 안 움직인다. 헉, 뭐, 뭔가에 묶인 거 같아. 엣, 뭐, 뭐야!? 다급하게 내려다본 내 몸은, 내 몸엔...... ........이불이 돌돌 말려있었다. 마치 부리또처럼. 우마=브리또......라니 그게 뭔데!?
".......하아아아아아아!? 의미 모르겠어!!!!!" "뭐야? 이거 뭐야?! 유, 유우가아!? 나, 나 왜...!? 이게 뭐야???"
대체 내가 자는 사이에 무슨 일이 있던 거야!? 그, 그보다 나 언제 잠들었던거지? 혼욕하면서 킷, 키, 키키키스는 했던 거 같은데 그 뒤가..... 어, 어디서부터 꿈이고 어디서부터가 현실이었던거지??? 완전 패닉상태로 꿈틀꿈틀거렸다. 아와와와왓!? 대, 대체 무슨 일이야 이게!?
하지만 잠깐만, 침착하게 생각해보자. 어쩌면 이건.... 새로운 플레이일지도 몰라. 그, 그래... 이런 것도 그.. 페티쉬가 있다고 들었어...(?)
"....그, 그런건가아... 유우가도 차암...💕"
납득하고 나니 패닉은 빠르게 가라앉았다. 뭐야아. 그런 거였나. 그런 거라면 나도... 괜찮아 유우가라면💕
유우가를 좋아하지 않게 된 세계의 멧쨔.... 꼬꼬꼬가 승리한 세계선인가...(?) 미스미처럼 혼자 살 것 같기도 하네요🤔 혼자 살면서 하야나미 운영하기 좀 빡셀 것 같지만... 친구들이 도와주겠지(?) 오타쿠 멧쨔도 있을법하고... 아니면 진짜로 할매쨔가 와서 후계자로 데려갔을지도 모르죠... 데려가진 않아도 혼처 찾아줘서 대충 할매쨔가 소개해준 모브아저씨랑 결혼할지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