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이사가 나에게 다가온다. 부루퉁한 표정을 한 채로. 원고석을 지나 새빨간 카페트를 딛으며 다가온다. 츠나페스에서의 이혼소송 부스, 거기서 왜 안 해주냐며 땡깡을 피고서는 내년 생일이 지나면 해주겠다는 약속으로 만족한 것 같았는데. 결국엔 마음에 안 드나 보다. 이러고 도끼눈을 해선 아가오고 있는 걸 보면.
- 치사해 유우가. - 유우가는 내 몸만 좋아하면서, 왜 그걸 주겠다고 하는 것도 거절하는 건데.
"넛, 너 무슨―" - 발뺌하지 마. 유우가는 내가 이렇게 헐겁게 입기만 해도 금방 눈이 홱 돌아가선 보고 있잖아. 음흉한 눈으로. - 나랑 처음 만났을 때도 그랬으면서.
"야, 그건 진짜 아니거든?! 난 너 처음봤을 때 완전 꼬맹이고 전혀 타입이 아니었, 으니까 좀 떨어ㅈ, 졋 좀...!"
무표정으로 껴안는 메이사. 탁한 눈으로 날 올려다보며 도발한다. 내가 자길 처음 봤을 때부터 엣치치한 눈으로 봤다나. 참나, 그 때의 메이사는 완전히 꼬맹이로만 보였는데. 껴안고서 부빗거리는 녀석을 밀어내지만 잘 되지 않았다. 결국 메이사가 끌어당기는 대로 당겨져서, 그 품에 파묻히다 못해 살 안으로, 늑골 안ㅇㅡ ㄹ ㅗ...
뜨겁고 습하고 축축하고, 숨을 못 쉬겠어.
"꺼내ㅈ, 멧, 헉, 으븝, 멧......"
꿈에서 허우적허우적거리던 나는 아무래도 현실에서도 허우적댄 모양이다. 몸부림치면서 차츰 감각이 돌아오고, 그렇게 스치는 유카타의 천 질감이라던가, 내 손에 밀려나는 땀에 살짝 젖은 살결. 그리고 손끝에 느껴지는, 유독 부드럽고 야들야들하게 감싸는 감촉을 느끼자.
잠이 확 깼다. 눈이 퍼뜩 뜨였다. 어두운데다 시야엔 회색빛 뭔가밖에 보이지 않았지만, 안다. 느껴진다. 최근은 닿을 일이 많이 없었지만 분명 익숙한 느낌을.
눈을 꾹 감고 자는 척을 하다보면, 유우가가 움직이기 시작하는게 느껴진다. 꿈질거리다가 턱하고 내 어깨쪽에 손이 얹혔을 땐 나도 모르게 너무 놀라서 심장이 엄청 뛰어버렸다. 힉, 깨, 깼나...? 눈치챘나...? 슬쩍 눈을 떠보고 싶지만 그러다 눈이라도 마주치면 그게 더 큰일이겠다 싶어서 필사적으로 참는다.
"....으믓..."
하지만 유카타가 어깨에서 스르르 밀려나고, 어깨에 있던 유우가의 손도 이리저리 방황하다 제대로(?) 안착했을 땐 나도 모르게 소리를 흘려버렸다. 아, 아니야 이 정도는 잠꼬대로 할 법한 그런 소리니까. 응. 의심 안 받겠지.. 그럴거야..... ....꾸, 꿈이라도 꾸는 걸까아... 유우가... 그대로 얹힌 손에서부터 엄청나게 열기가 느껴지는 것 같아. 아니, 어쩌면 뜨끈하게 달아오르는 건 내쪽일지도...
그런데 그렇게 손을 안착시키고부터, 유우가가 갑자기 조용하고 얌전해졌다. 아까까지는 끙끙 앓으면서 뒤척거리고 손도 휘젓고 그랬는데... .......설마 깼나? 나, 나도 깨는 척 하면서 슥 봐버릴까나.... 너무 궁금하고, 오래 자는 척을 할 자신도 사라져서 결국 그냥 눈을 뜨기로 했다. 최대한 자연스럽게.. 자연스럽게에...
"으으.... 뭐야아....." "....유우가아...?"
다행인지 불행인지, 깨고나서도 말을 많이 안 해서 그런가, 방금 막 자다 깬 것처럼 잔뜩 갈라진 목소리가 나왔다. 하지만 좋아하는 사람 앞에서 이런 목소리를 냈다는 건 불행에 가깝겠지. 그런 생각을 흘려보내며, 슬그머니 한 손으로 눈가를 비비면서 눈을 떠본다. ......앗.
"......엣..."
내... 내 예상보다 더 과감하잖아 지금...? 엄청 두근거려서 그대로 얼어붙어버렸다. 아, 아니 어쩌면 이게 기회... 이대로 잘 밀어붙이면, 어쩌면....
".......괘, 괜찮아... 유우가라면..."
그렇게 말하면서 슬쩍, 유우가를 곁눈질로 살폈다. 지, 진짜 괜찮은데... 아니, 그냥 하라고. 빨리. 당장.
좆됐다... 두근거리는 느낌과 오싹한 느낌이 뒤섞여 뭐라 설명도 못할 무언가가 됐다. 경동맥을 타고 피가 울컥거릴 때마다 뒷골이 서늘해지고, 그리고 다시 뜨끈해진다. 손을 조금만 움직여도 아웃, 여기서 어떻게 해야 하는지 체감상 몇 시간은 고민한 느낌이었다. 손끝의 미세혈관이 심박에 맞춰 달칵거리고, 그게 더 빨라지는 게 느껴질 때마다 죽고 싶었다...
그러나 의외로, 상황은 빨리 정리됐다. 메이사의 한 마디를 듣자마자 결심이 서버렸다. 나는 옷자락을 대충 아무렇게나 움켜쥐고 여며선 꽉 잡았다. 메이사의 품에서 떨어졌을 때의 나는 새빨갰는데, 그 지분 중 무엇보다 큰 건 수치심이었다.
허우적거리는 꿈 안에서 들었던 한 마디가, 흐려져가는 기억을 뚫고 마음을 찔렀기 때문이다. 내 역린을.
- 유우가는 무서운 거지? - 애새끼 같았다가 점점 유우가 취향이 되어가는 내가, - 언젠가 유우가가 져버릴까봐 무서운 거지?
그 말대로다. 난 무섭다. 메이사가 날 함락시키려고 하는 유혹도, 거기에 휘말려서는 유의미한 저항도 못하는 나도, 오래 굶어서 조금이라도 해이해지면 휩쓸릴 거 같은 나도.
수치심을 짓이기듯이 유카타 자락을 꾸욱 쥐었다.
"...그런 말 하지 마." "약속했잖아, 내년 생일이라고."
"나도..."
꾹 쥐고 있던 손을 놓았다. 탁 풀려난 옷자락이 제멋대로 뻗친다.
"괴롭기는 나도 마찬가지야." "그래도 안 돼."
도저히 눈을 보고 말할 수 없어서, 허공을 응시하며 말하다가 결국은 메이사를 꼭 껴안고만다. 그냥 이대로 저질러버리고는 싶은데, 닿은 그대로 그냥...... 아, 이러면 안 된다고. 스스로를 다그치며 메이사의 품에 이마를 부딪혔다.
....🙄 저 좀 쓰레기같은 망상했는데요... 유우가가 롱패딩 안주머니에 숨겨둔걸 멧쨔가 자기 코트로 빼돌렸잖아요...? 그래서 유우가가 그거 못찾고 그냥... 히히하고.. 그러고 츠나지 돌아간 다음 바로 중앙튀 해버리는데 멧쨔가 두줄이 떠버리는 세계선....
하지만 멧쨔가 따로 연락은 안했으면 좋겠네요... 유우가가 떠난게 너무 슬프고 정신나갈거같고(진짜 나감)그래서 연락도 안하고 그냥 방에 틀어박혀있다가 프로키온씨가 🥺그래도 아이는 챙겨야지 멧쨔.. 하고 달래서 어찌저찌 유우히를 낳고🙄 당연히 레이스도 그만두고 하야나미 일 도우면서 살다가... 유우히가 유치원생 정도 됐을 쯤 손잡고 트레센 견학이라도 가면 좋겠네요🫠 아무것도 모르는 유우히가 멧쨔 손 놓고 뛰어다니고 신나서 여기저기 구경다니다가 유우가랑 만나면 좋겠다...
🙄 꼬마야 여기 들어오면 안 된다~ 엄마아빠랑 같이 왔어? 어디 계시니? 😸 나 압바 없어! 😧 뭣
새빨간 얼굴인채로 유우가는 팍하고 내 품에서 떨어졌다. 아무렇게나 움켜쥔 옷자락을 대충 여민 채로. ...사람이 기껏 괜찮다고 했는데, 대놓고 거부하는 듯한 동작에 뭔가 울컥했다. 그래서 팔을 뻗어서 억지로라도 유우가를 끌어오려고 했다가 멈칫했다. 유우가의 표정이 정말, 진짜로 안 좋아 보여서.
"...유우가..."
맞아, 내년 생일이라고 약속했지. 하지만 조금 땡겨도 되는 거잖아 그런 건. 난 이제 어른이고, 유우가랑 혼인신고서도 썼고, 고작 몇 개월 조금 먼저 한다고 큰일이 나는 것도 아니니까. 그렇게 말하고 싶은 마음은 굴뚝같았지만, 유우가도 괴롭긴 마찬가지라는 말을 들으면 꿈틀거리던 무언가도 조금 사그라든다. 조금 답답하기도 하지만. 그렇게 괴로우면 차라리 그냥 해버리는 것도 괜찮지 않나. 그래도, 꼭 껴안아주는 것만으로도 역시 기쁘다. 아래에 깔아둔 꼬리가 슬금슬금 기어나와 세차게 흔들린다.
"........알았어."
아까처럼 다시 품에 돌아와, 이마를 꿍 부딪치는 유우가를 꾸우욱 껴안았다. 솔직히 말하자면 이걸로 만족할 수 있을리가 없지만, 그래도 아예 팍 밀어내는 것보다는 훨씬 낫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 그래. 어쩌면 이건 첫 한 발짝이 성공적으로 들어갔단 얘기일지도... 이대로 차근차근 하다보면 내년 생일 전에 가능할지도 모르겠다. 좋아, 힘내야지!!!
"그, 그럼 좀 있다가... 탕에 들어갈까..." "벌써 저녁인 거 같고.. 아 맞다, 오늘은 저녁 먹고 들어갈까? 어제처럼 또 못 먹는 건 싫은데."
가이세키를 한번도 못 먹고 돌아가는 건 슬프니까. 많이 먹고 목욕하면 소화불량이 될 수도 있다고 하지만, 솔직히 나나 유우가나 위장은 튼튼해서 먹는 걸로는 탈도 잘 안 나고.
으히히... 좁아서 서로 팔다리 걸치고 엉켜서 잠들겠죠..흐히히...😏 그리고 생각해보니까 진짜 그렇네요🤔 처음에 하야나미 찾아왔을 때 바로 프로키온씨가 중식도 던져버릴지도(???)
새벽에 유우히를 깨워서 데리고 나와선 급하게 유우가랑 사랑의 도피하는 멧쨔...🤭 .......🤔근데 멧버지랑 프로키온씨는 자기들도 했던 일이라(...) 조금 눈치까고 있을 거 같긴해요... 이미 역에서 대기하고 있던 프로키온씨...🙄 실눈을 슬쩍 뜨면서 다가오는 장면이 선명하게 보인 거 같기도..
....🙄 저... 멧쨔 나쁜 상상을 했어요..... 기정사실 있었다가 없?어진게..... 안정기 오기 전에 너무 그...해서...🫠 그렇게 된거라던가 아니면 기정사실도 그렇고 더 이상의 관계를 감당할 수 없었던 유우가가 홧김에 ○○하고 튀어버려서 그런 거 아닐까...라는....🫠 🙄도게자 박은 다음에 매달릴게요.... 제가 유우가를 너무 쓰남으로 만들고 있어서 죄책감이..으윽..
그치만 이렇게까지 심한 짓 해놓고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이 모르는 여자랑 결혼해서 행복해진 모습을 보여주려고 오는 쪽이 멧쨔의 머리를 더 이상하게 만들기 좋지 않은지...🫠
품에서 빼꼼 고개를 들어 메이사를 올려다본다. 이렇게 안겨있으려니 기분은 좋다. 좋다... 수준은 아니고, 좀 더 찔러도 보고 실수인 척 닿아보고 싶은 기분. 실수인 척을 할 필요는 없지만. 무엇보다 사람보다 약간 높은 따듯한 체온이 좋다. 누군갈 껴안고 있는 것도 좋았고.
포옹을 안 한 지 오래 지났을 땐, 내가 그런 거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고 생각했는데. 간지럽기만 하고 쓸모없다고. 하지만 이제는 나보다 머리 하나 반이 작은, 품에 쏙 들어오는 녀석을 껴안지 않으면 뭔가 허전하기도 하다. 난 메이사랑 하는 포옹을 꽤 좋아했는데, 이젠 못하게 되겠지...
좀 더 껴안고 있자. 그래야 할 필요도 있고...
"그래도 부르면 가자. 그때까지는 좀 더 껴안고 있을래."
그대로 메이사를 꼭 껴안은 채 이불에서 뒹굴거리고, 무릎이 닿기도 하고, 메이사가 내 머리를 쓰다듬는 손길도 느끼며 눈을 감고 있다가. 종업원이 부르는 소리에 눈이 뜨였다. 노곤노곤하니 다시 잠든 모양이다. 부시시한 상태로 일어나서 하품을 하고는 메이사를 바라본다.
"갈까?"
그나저나 사람들이 날 엄청 바라보는 느낌인데...
"...왜지?"
메이사의 품에 머리를 너무 오래 기대고 있어서, 마치 우마미미라도 있는 것마냥 곱슬머리가 뻗쳤는데. 나는 모르고 있었다. 그냥 평범하게 잔 거랑 비슷하겠지 생각할 뿐.
그대로 유우가를 끌어안고, 머리를 삭삭 쓰다듬었다. 품에서 빼꼼 고개를 든 유우가는 엄청 귀여워서, 역시 지금 저질러버려야 하는 거 아닐까 라는 충동도 들긴 했지만... 부르면 가자는 말에 정신을 차렸다. 그래. 좀 있으면 종업원이 와서 부를지도 모르는데, 그때 이런저런 후히히한 일을 하고 있으면 이래저래 큰일이 날 것 같으니까... 꼬옥 껴안고 쓰담쓰담하고, 슬쩍 다리로 건드려보기도 하면서 뒹굴거리다보면 유우가가 스르르 눈을 감았다. 앗, 다시 잠들었나봐. 나도 건드리고 쓰다듬던 걸 멈추고 슬그머니 눈을 감았다.
그리고 다시 눈을 떴을 땐, 저녁을 먹으라고 부르는 소리가 들리고 있었다. 아으, 너무 잤어... 머리가 아파... 조금 미적대다 몸을 일으키고 기지개를 켜면, 갈까?하는 물음이 들린다. 하품을 하면서 고개를 끄덕였다. 앗, 유우가 머리 뻗쳤네. 약간 우마미미 같아. 귀여워~
"웅, 가자... 헤헤..."
유우가의 손을 잡고 식당으로 향하는 길에, 스쳐지나가는 사람들이 힐끗힐끗 유우가를 보고 있다. 우마미미 같은 이 뻗친 머리 때문이겠지. 완전 귀엽죠~ 헤헤~ 하고 자랑하는 듯한 얼굴로 걷고 있었다. 하지만 나중에 생각해보면 그건, 내 기준에서 귀여워 보였던 거고 다른 사람들이 보기엔 좀 그랬을지도...?
"응? 뭐가?"
유우가 귀여워💕 유우가 최고💕 유우가 좋아💕하는 얼굴로 보고 있다가, 왜지?라는 유우가의 말에 살짝 뜨끔했다. 그러면서도 그냥 모르는 척 대답하긴 했지만... 뭐, 뭐어.... 유우가도 그냥 두루뭉술하게 왜지?라고만 했으니까.. 괜찮겠지. 그렇게 모르는 척 하면서 식당에 도착해, 자리에 앉았다. 오, 차림표까지 있네.
대답을 들어보면 얼굴에 딱히 뭐가 묻진 않은 거 같고... 뭐지. 멍청하게 고민하며 일단 안내해주는 자리에 앉았다. 메이사는 잘 잤는지 즐거운듯한 얼굴로, 꼬리를 살랑거리며 메뉴를 읽고 있었고, 나는 잠이 덜 깬 얼굴로 멍하니 허공만 바라봤다. 아니, 원래는 12시쯤 딱 자서 동 트면 딱 깨는 루틴인데, 혼욕하다 쓰러지거나 야식 먹고 또 자고, 낮잠 자는 거 때문에 패턴이 깨져서 계속 잠온다. 어쩌면 혼욕하고 또 자버릴지도 모르겠다... 라고 생각했는데.
"털게?"
홋카이도의 겨울제철 털게?! 알도 굵고 내장은 농후한 가을의 풍미를 잔뜩 품고 있겠지. 듣기만 해도 잠이 깬다. 나는 완전히 털게 죠아💕 모드가 돼버렸다. 아니, 게는 좋단 말이지. ASMR도 되고. 맛도 좋고. 벌레처럼 생겨서 좋은 느낌을 준다. 바퀴벌레에게는 져도 게한테는 이겼다는 묘한 카타르시스가 있달까.
"우와아, 엄청 기대되는데~"
아주 드물게 쓰는 물결표까지 붙이며 기대하고 있으려니, 일단 식전주부터 나온다. 맑은 사케를 내오는 요리사 분이 슬쩍 시선을 올렸다가 나랑 눈이 마주치고, 뭔가 웃음을 참는 거 같은 이상한 느낌을 받았지만. 어쨌든 술은 맛있었다. 요란하지 않고 깔끔하게 넘어가는 게 좋네.
전채는 무난하게 맛있었다. 먹어도 무슨 재료나 무슨 맛인지 모를 뭔가 엄청 굉장한 손질이 돼있었고, 플레이팅도 공예라고 해도 될 정도. 가리비살 위에 간장에 절인 연어알을 얹어놓은 게 식전주랑 진짜 궁합이 좋았다.
그리고 털게의 몸통을 이용해 끓인 된장국. 온천두부가 따로 주어져서 된장국은 잘게 부서진 털게 살점이 들어가 있는 느낌이었는데, 두부를 따로 한 입 먹고 국을 같이 먹으니 신선했다. 국만 먹을 때는 털게의 달달한 게살이 부드럽게 넘어가고, 두부랑 같이 먹을 땐 국물과 잘 조화되는 게 꽤나 괜찮더라.
그리고. 대망의 털게. 다시 말하지만, 난 털게가 좋아. 다리에 털 난 것도 뭔가 동족 같고... 국도 먹어보니까 좋은 녀석이란 걸 알겠다.
털게의 다리 껍질을 벗겨 꽃을 피우고 한데 모았고, 그 옆에는 털게의 내장을 끓여 수프처럼 만들어 놓은 것이 등딱지에 곱게 담겨 있었다. 등딱지만으로는 아무래도 열이 빨리 손실되는지, 아래에 열을 품은 받침대를 놓아 오래오래 따듯한 게 내장을 즐길 수 있도록 하다니. 서비스 최고잖아.
"...저 역시 사케 한 병, 종류는 추천으로."
보자마자 술 주문을 참을 수 없었다. 당연하게 내 잔에 따르고 마시려다가... 메이사의 따가운 시선.
"............어제 마셨잖아."
하지만 종업원이 가져온 잔은 두 개다. 비워두면 그림이 좀 그렇... 큿... 젠장......
"한 잔만이야."
메이사의 잔에도 사케를 찰랑찰랑 채우고는 내 잔을 부딪혔다.
반 모금 마시고, 다리 하나를 집어 내장에 푹 적셔서 먹으면. 우와아아아아아...... 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