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구로 기념. 메이사에게 2 1/2 마신으로 승리를 거둔 녀석. 편차치를 확인해보니 중앙 트레센의 시험은 간당간당히 통과할 거 같았다. 그래서 이제 트레센 편입에 좀 더 힘을 쏟겠거니 생각을 했는데 료칸에서 딱 마주칠 줄은. 그래도 이겨서 그런가 이전처럼 으르렁거리는 느낌은 아니었다. 아니, 뭐랄까. 음. 모르겠다.
"뒤엣 분은...... 친구?"
그래도 메이사와 토네이도 둘이 말을 섞게 두면 싸우기 십상. 토네이도의 어그로를 끌어보려 뒤에 있는 우마무스메를 턱짓하며 물었다. 그러며 살짝 살펴보니까 뭐랄까... 나의 트라우마를 자극하는 어떠한 기색이 있었달까. 이건 애매모호할 것도 없이 분명하게 느낄 수 있었다. 동안에 속아서 불륜녀랑 연애하던 시절의 히다이가 아니란 말씀.
얼굴만 봐서는 나잇대는 어림잡아 30대 중반. 그러나 화장과 젊어보이는 착장을 감안했을 때 30대 후반 정도일까. 토네이도의 나이까지 떠올려보면 금방 떠오르는 생각이 있었다. 그래서 뒤엣분은... 이라고 나도 모르게 존칭을 쓰다가 친구로 선회한 거다.
그야, 뒤엣분이라는 말을 듣자마자 토네이도의 표정이 상당히 복잡해졌으니까. 그러자 뒤에 있던 토네이도의 모친 되는 분은 토네이도의 팔짱을 끼고서 철없이 인사했다. 쵸릿― 까지만 말하다가 토네이도가 거칠게 잡아끌어서 끊겨버렸지만. 언젯적 쵸릿스냐고. 느낌 온다, 누나같은 부류다. 그 기분 알아. 쪽팔리지 음음.
"그래 대쉬야. 우리 마주칠 일 없도록 하자. 싸우지 말고 잘 쉬다 가자고."
토네이도네 어머니한테도 대충 꾸벅여보인 후 메이사가 잡아끄는 대로 체크인을 하러 들어갔다. 배정된 곳은 2층의 특실. 바깥에는 구름이 걸린 산이 장관을 보여주고, 그 아래로 보이는 잘 꾸며진 정원. 산책을 하기 좋아보였다. 체크인 하며 설명을 듣자니 대충 여탕과 남탕만 있고, 특실에는 프라이빗 탕이 있다는 거. 프라이빗 이야기를 듣자 메이사의 꼬리가 엄청 흔들리더라...
"...진짜 할 거야? 혼욕."
이번 기말고사가 어렵긴 했다. 시니어 녀석들도 평균점 52점에 머물 정도로 헬이었지. 그래서 100점은 따지 못 했지만 반 1등은 해버린 메이사... 좋아할 일이었지만, 문제는 나의 공수표였다. 네가 키노위키를 제치고 1등 한다면 내가 혼욕해주마, 물론 온천 여행을 할 수 있다면 그리고 혼욕탕이 있다면의 이야기지만.
유우가가 토네이도랑 같이 온 친구...?에게 고개를 꾸벅 숙인다. ....친구...라기엔 애매하게 나이가 좀 있어보이기도 하고, 설마 친구가 아니라 다른 관계인가. 보호자라던가.... ....마지못해 나도 대충 고개를 꾸벅이고, 뒤도 안 돌아보고 바로 료칸으로 들어갔다. 체크인하며 들은 설명에 의하면 우리 방은 특실이고(사실 유우가가 먼저 일러줘서 알고 있었지만) 프라이빗 탕도 포함되어 있었다. 프라이빗...!! 나도 모르게 꼬리를 붕붕 흔들었다. 그럼 이걸로, 이걸로 유우가가 약속했던 혼욕도 가능하단 말이지??
"응? 그치만 유우가가 먼저 약속한 거잖아?"
키노위키를 제치고 1등하면 혼욕해주겠다고. 온천 여행을 할 수 있고 그 온천에 혼욕탕이 있다는 전제 하에 그렇게 한 말. 토씨 하나 안 틀리고 기억하고 있다고? 그리고 나는 키노위키를 제치고 반 1등을 거머쥐었고, 온천 여행도 왔고, 마침 프라이빗 탕이 있어서 혼욕도 가능한 상황. 안 될 이유가 하나도 없는 데?
"설마... 이제와서 말 바꾸기?" "먼저 말해놓고 이제와서 역시 무리라고 내뺄 셈이야?" "설마 유우가.... 쫄?? wwwwwww하남자💕 허접💕 자기가 한 말도 못 지키다니💕 한심해💕"
얘는 남의 속도 모르고... 저렇게 깐족거리는 걸 듣자하니 열받긴 하는데, 그렇다고 도발에 말려들면 끝이다. 뭔가 메이사가 나랑 혼욕하지 않도록 만들 방법 없나......
예를 들면 뭐, 나 사실... 음... 발냄새가 심하다던가. 사실 큰 점이 있고 그 위에 털까지 있어서 보여주기 부끄럽다던가... 아니, 마지막은 글렀군. 꼭 보고 털은 자기가 뽑아주겠다고 할 것 같다. ...너무 정글포켓, 밀림 그 자체여서 미관상 보기 안 좋다? 아니 그것도 그냥 청테이프로 뜯어줄게💕 라고 할 거 같아. 나의 메이사 센서는 이제 80% 정도 정확도를 자랑한다고.
이걸 어째야 하지, 턱을 괴고 고민하다 한숨만 내쉬었다.
"...무리라고 하면." "내가 쫄았다고 하면 안 들어갈 거야?" "나 하남자고, 엄청 큰 점에 털도 있고, 발냄새도 심하고, 정글포켓이라서 안 될 거 같은데."
어쩌면 혹시나 하는 마음으로 곁눈질하고 물어봤다.
"......어쩌면 그래, 내가 네 풋내나는 속옷 컬렉션을 보고 비웃을 수도 있고."
어휴 쓰레기... 하지만 솔직히 자신없다. 흰 바탕에 핑크색 도트무늬같은 거 보면 사케를 입에 머금은 그대로 푸학 뱉어버릴걸.
"아—니!" "유우가가 하남자여도 끌고 들어갈거야." "엄청 큰 점이 있어도 복슬복슬해도 난 전혀 신경 안 쓰는 걸~ 발냄새는.... 내가 깨끗하게 씻겨줄게💕 정글포켓은... 그러네. 청테이프로 뜯어주고💕"
유우가도 이런 답변은 이미 예상했겠지. 이쪽을 힐끔 곁눈질하며 물어보는 말에 예상답안을 하나하나 돌려준다. 하지만 이것까진 예상 못했을 걸. 풋내나는 속옷 컬렉션이라는-아마 파파가 들었으면 뒷목을 잡고 쓰러질-말에 나는 그저, 한쪽 입꼬리를 쭈우욱 끌어올릴 뿐이었다.
"유우가도 참..."
그렇게 말하면서 스르륵, 스커트를 조금씩 올린다. 무릎 위 기장에서 허벅지로, 허벅지 기장에서 거의 삼각존에 들어서기 직전까지 가서야 손을 멈추고.
"나, 오늘은 좀 색다른 거 입고 왔으니까...💕 확인해볼래?" "좀 더 어른스러운 거 입고 왔으니까💕"
오늘 신고 온 것도, 봐봐. 평소의 오버니가 아니라, 레이스가 달린 가터벨트니까. 그리고 속옷도, 그, 그으.... 지, 진짜 어른이라고 할지... 속옷이라고 되어있지만 사실 속옷 기능은 별로 없는 거 같은 그 그 그런, 그, 사, 살 때도 엄청 우왓뺫 이게뭐야아앗?!하고 혼자 엄청 놀랐던 그, 그, 그런, 그런...거니까아.... 떠올리니 엄청 부끄러워져서, 슬금슬금 스커트를 조금 내렸다. 약간.. 허벅지까지만.... 아으.. 얼굴도 좀 뜨거워졌지만 괘, 괜찮아. 안 들켰겠지! 그리고 조금 쉬었다가 들어갈 거니까!! 바로 들어가는게 아니니까!
뭔데 무섭다고 이 적중률!!!! 80%라고 허세 포함해서 서술해봤지만 진짜 80%라니 무섭다고. 메이사랑 지낸 2년동안 너무 많이 메이사당한 거 아닌가 하는 위기감이 스멀스멀 올라온다.
소름을 가라앉히려 비치된 생수 한 병을 당겨와 따서 한 모금 마셨다가... 메이사가 스르륵 들어올린 스커트와 그 아래의 광경을 보고는 정말이지 도리 없이 푸하아아악 뿜고 말았다. 그래놓고 사레까지 들려서 고개를 푹 수그리고는 콜록거렸다.
아니, 뭐, 뭔데 저거. 저거 애한테 팔아도 되는 거냐...? 아니, 애는 아니지만. 어떻게 잘 좀 거 팔지 말았어야지...!!! 자꾸 그쪽으로 시선이 가려고 하는 걸 억누른다. 눈을 질끈 감아버렸다 그래서.
아니 근데, 너무 충격적인 광경이라 자꾸 생각나... 입가를 손등으로 문질러 닦았다.
"..........너 말이야..."
아니 근데 진짜로, 진짜로. 진짜로 장난없긴 했다. 슬쩍 봤을 뿐이지만 그 틈 사이로 보이는 거라던가, 그냥 오늘은 커피색이로구나 생각했던 게 사실은 데니어가 적은 거였을 뿐이라던가. 뭔가 말하고 싶은데... 아니... 하... 이걸 뭐라고 말해야 하냐 정말, 입만 벙긋거리다 말았다...아 젠장 얼굴도 빨갛고. 아니 근데 진짜 훅들어오니까 어쩔 수가 없잖아.
"......하나만 물어보겠는데..." "그거 올 때부터 입고 왔니..."
그러면 열차 시트에 민폐인 거 아닌가... 아... 몰라... 골 존내 땡긴다 진짜. 그만큼 화끈거리기도 하고.
"따라해." "나는, 저질입니다." "나는, 아빠 속 썩이는, 나쁜 말딸입니다." "안 하면 혼욕 없어."
고개를 푹 수그리고 콜록거리는 유우가를 보고 깜짝 놀랐다. ....하지만 이건 비웃는 건 아닌 거 같고... 잘 먹혀든 걸까나아... 유우가가 걱정되는 마음 반, 좀 잘 먹힌 거 같다는 뿌듯함 반이 섞인 기묘한 감정에 꼬리가 흔들리다가 바짝 섰다가 그러고 있었다. 앗, 유우가 눈 질끈 감았네. ....뭐 됐어. 나도 좀 부끄러웠으니까. 스커트를 내리고 탁탁 털어냈다.
"어? 그, 그건...." "............묵비권 행사할래..."
그, 긋, 그런 질문은 왜 하는 거얏!!! 나도 눈을 질끈 감았다. 사실 처음부터 입었던 건 아니구, 집에서 나올 땐 유우가가 좀 비웃을만한 그런 거였는데..... .....역시 이걸론 안되겠다 싶어서 중간에 역에서 잠깐 화장실 갔을 때 슬쩍 갈아입었던 거라구. 아, 물론 가터벨트는 집에서 나올 때부터였지만.
"에, 에웃....." ".....나, 나느은... 저질입니다아..." "아, 아빠 속 썩이는 윽, 나, 나쁜 말딸....입니다아...."
하? 뭐야 그게?? 하고 무시하려고 했지만, 안 하면 혼욕 없다는 말에 나는 '큿 죽여라'라고 말하는 여기사의 심정이 되어 느릿하게 복창할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복창했으니까, 이걸로 혼욕 확정인거지? 아싸.
".....그, 그래도 유우가... 이런 거 좋아하지?" "아까부터 얼굴도 새빨갛구..... 에헤헤..."
지금도 얼굴도 귀도 새빨간 상태니까. 딱 봐도 안다구. ...근데 왜 유우가는 자꾸 자기를 아빠라고 하는 거지. 내가 그렇게 애 같은 가.... 그렇게 안 보이려고 오늘 이렇게 입고 온 건데. 헉, 아니면 그런 플레이(...)가 유우가 취향이었나...? ....매트리스 아래에 있던 그거에선 별로 안 나오던데. 다른 곳에 또 숨겨놨던건가...
"근데 유우가. 왜 자꾸 유우가를 아빠라고 부르라는거야?" "아, 혹시 그런 쪽이 취향? 그, 그럼 이제 파파💕라고 부를까?"
너 이런 거 좋아하지 우히히 얼굴 새빨개져선 허접(곡해) 이라고 하는 메이사를 슬쩍 흘겼다. 아직도 롱스커트가 허벅지 쪽에서 살랑거리며 가터벨트의 꾸밈부분을 반쯤 보여줬다 말았다 하고 있다.
...솔직히 말하자면 싫지는 않아. 난 기본적으로 연상 그 자체를 좋아한다기보단 연상의 이미지를 좋아하는 거니까, 좀 나긋나긋하고, 롱 스커트 입고, 풍만하고 그런 거. 그러니까 저 롱스커트랑 가터벨트를 싫어하지 않을 수가 없다는 거지. 만지기 좋게 살이 붙은 허벅지 같은 것도 좋고.
근데 좋아하면 안 된다고.....................!!!!!!!!!!!!!!!!!!!!!!!!!! 난 선생이고 너는 학생이잖니 메이사야!!!!!!!!!!! ...성인이긴 하지만, 이 직함에서 나오는 배덕감이란 게 있다고.
한숨만 푹푹 찐다 진짜...... 목만 바싹바싹 마르고. 다시 물을 한 모금 마시다가...
- 파파💕라고 부를까?
"콜록콜록콜록큽흡 아 메이사 진짜!!!"
또 하관이 물범벅이 돼버렸다. 아니, 나도 인지하지 못하고 있던 부분을 그렇게 찌르고 들어와서, 취향이냐고 하니까 나도모르게 '어? 그런가?' 싶어지고. 그리고 나서 고민할 틈도 없이 파파라고 부를까? 라니. 잽 다음에 스트레이트냐? 진짜 잘 넣는구만 어이!
"아니, 아니 아니 아니 상식적으로 내가 그런 쿠소취향으로 보이냐?! 나는 다분히 정상이라고! 절대, 전혀, 다시는, 그런 취향일 리가 없잖아 메이사! 어!"
"나 나는 그냥 널 거진 딸처럼 여겨서 그런 거지 딱히 그런 의미는 절대 아니라고! 이건, 그 , 그냥 너 너를 그만큼 소중히 여긴다는 의미지 뭐 그런 걸 즐기는 건 전혀 아니니까―"
...우리 딸 우리 딸 하긴 했지. 그리고 평범하게 그런 의미로 다가오는 것도 맞고. 근데 그걸 내 입으로 말하자니 무심결에 속사포처럼 나온 거라 해도 좀 부끄러워서... 자각해버리자, 아까부터 화끈거리던 얼굴이 이젠 목까지 새빨개져서 그야말로 불덩이같은 몰골이 됐다.
동거지아땐 조심한다고 꼬리 앞으로 쭉 땡겨서 다리에 끼우고 자다가 스르르르 자세 풀리면서 또 난로 앞으로 가고... 연기 풀풀나서 유우가가 또 식겁해가지고 손으로 잡아주는거 봤어요 이히히.... 🙄 아 뜨거! 이렇게 뜨거워졌는데 안 깨냐??? 😴 음먀... 😮💨 에휴... 이러고 나가서 살겠다고? 참나
아. 또 사레들렸네. 머라이언이라도 된 것처럼 입에서 물을 뿜어대는 유우가를 보고 히죽 웃었다. 그렇구나. 유우가 이런 취향인거네~ 얼굴을 넘어 목까지 새빨개졌다고? 엣치치~
"그치만 유우가, 강한 부정은 긍정이라는 말 알지?" "그렇게 열심히 부정하니까 진짜 그런 취향이라는 것처럼 들린다구.... 안 그래? 파파아💕"
속사포처럼 줄줄 나오는 부정에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강한 부정은 긍정이지. 응. 그리고 생각해보면 유우가는 툭하면 날 우리 딸 우리 딸 하고 부른 적도 있으니까. 클래식 시즌부터 말이야. 그때 온천에서 '유우가가 날 이성으로 안 보나 봐...'하고 다른 친구에게 하소연했다가 '이성으로 안 보면 딸이 아니라 아들이라고 했겠지'라는 말을 들은 건 아직도 생생하게 기억난다. 하지만 우리 딸이라고 부르면서 혼인 신고서 작성도 해주고, 키스만 빼고 다 해도 된다고도 해줬으니까.... '딸'의 의미가 완전히 다른 걸로 들려버린다구...
".....히히, 그래도 기쁘네. 그만큼 소중히 여긴다는 의미라는게."
이건 사실이긴 하니까. 수줍게 말하면서 슬쩍 테이블에 기대 엎드렸다. 기차를 좀 탔더니 지친다고 할까. 마음 같아서는 누워서 낮잠자고 싶은데, 아직 이불이 안 깔려 있어서 좀 그래. 그냥 바닥에 누우면 다다미 자국이 남아버릴거고. 그래서 그냥, 테이블에 엎드리는 정도로 만족할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