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물이 먹고 싶은듯 손을 내미는 메이사에게 오뎅그릇을 옛다 준다. 그러면 마치 날 따라하는 것처럼 국물을 호록 마신다. 그게 웃기면서도 귀엽기도 하고, 유우키도 어릴 땐 저랬었는데 싶기도 하다.
하지만 들려오는 제안에 흐뭇하던 얼굴이 정색을 하게 된다. 안 될 건 없다. 사람이 맥주 몇 캔 마신다고 취하는 것도 아니고. 하지만 감안해야 할 게, 나도 그렇지만 메이사도 마구로와 기말고사를 위해 지새면서 컨디션이 상당히 부조라는 거. 그래서 뜨끈한 국물로 데핀 몸에 바로 스밀 수도 있단 게 첫째.
둘째로는 별로 취하지도 않아놓고 취한 척 할 거란 게 문제다. 그런 수작은 몇 번이고 당해서 질리는 건 둘째치고... 메이사가 하면 곤란하다 못해 난처할 정도라고. 난 메이사를 밀어내는 걸 별로 좋아하지 않으니까. 좋아하는 애한테는 이것도 저것도 주고 싶은 게 사람 마음이지 않나.
그래서 입을 꾹 닫고 가만 있다가 단호하게 말했다.
"안. 돼."
"그런 표정 지어도 안 돼. 알콜은 하루에 하나라고."
그리고는 불편한 마음을 내려보내려 다시 맥주를... 어라. 내 거는 이미 다 마셨군. 메이사가 채가기 전에 두번째 캔을 선점하곤 따서 꿀꺽 꿀꺽 마셨다. 아. 이거지... 이거라고. 내일 가이세키 사케에 대비해서 맥주로 미리 적셔놓는 거야. 치쿠와도 한 입 베어물었다. 좋다 좋아. 엄했던 얼굴이 어느새 살살 풀어져 있다.
그, 그렇다고 그렇게 정색할 필요 없잖아... 쫑긋 솟아있던 귀도 살랑이던 꼬리도 순식간에 침몰. 축 처진다. 어차피 내가 취하려면.. 우마무스메는 주량이 센 편이니까(히또미미에 비해서다) 이런 맥주 몇 캔으로는 절대 무리고. 편의점 재고를 다 털어오면 모를까. 그런데도 왜 하루에 하나라고 하는 건데. 우리 마마랑 파파도 그렇게는 안 한다고!!! 입을 쭉 내민 채로 재빨리 남은 맥주 한 캔이라도 채오려고 했는데, 유우가가 더 빨랐다. 그래서 더 화나. 아 진짜!!! 느린 히또미미 주제에 왜 이럴 땐 빠른데!?
"치사해. 구두쇠. 쫌생이. 틀딱."
그렇게 말하면서 치킨을 마저 먹어치웠다. 마음 같아서는 여기 있는 거 전부 입으로 쓸어넣고 싶었다. 그 뭐야. 그런거지. 홧김에 폭식해버리는 그런 거. 내 기분을 이렇게 망쳐놓고, 유우가는 그새 또 표정이 풀려있다. 흥, 너무해. 진짜 너무하다고.
....뭐, 수플레 푸딩 이야기에 싹 풀려버린 내가 할 말은 아니었지만.
"—엣, 진짜?? 먹을래 먹을래!!" "야호~ 유우가 진짜 좋아💕"
다 마신 빈 캔을 내려놓고, 티슈로 손도 닦고. 수플레 푸딩을 영접할 준비를 끝낸다. 꼬리를 붕붕 흔들면서 기다리다가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다. 유우가... 젓가락도 하나만 챙겼잖아... .....설마 스푼을 안 챙겼다던가, 뭐 그런... 일은 없겠지.....?
아, 지금 유우가 좀 귀여웠어. 내 마음 속의 앨범에 100장 정도 연사로 찍어서 저장해놨다구. 하지만 그거랑 별개로, 젓가락으로 푸딩을 먹으라는 말은 용서할 수 없군. 그 발언에 나는 눈을 부릅뜨고 유우가를 노려봤다. 당장이라도 꾸짖을 갈!!!을 날리고 싶네. 내가 기력이 좀 더 있었다면 분명 그랬을 거라고...
"이...!!!! ....무슨 소리를 하는 거야 유우가. 취했어?"
맥주 두 캔으로 취하다니 많이 피곤했나보네. 그래. 취하면 젓가락으로 푸딩 먹자는 소리도 할 수 있고 그런거지. 설마 맨정신으로 한 소리겠어. 좋아. 그렇게 생각하자. 그리고 내일 아침에 밥숟가락으로 먹으라니... 푸딩을 어디까지 모욕할 셈이냐...!!! 이것도 취해서 하는 소리로 생각하고 넘어가주지...
"어쩔 수 없네~ 편의점 가서 푸딩 더 사오자~" "그리고 죽순과자랑 아이스크림이랑 육포도 살래. 아, 컵라면도!"
나가려면 이걸 다시 유우가한테 넘겨야겠지... 덮고있던 롱패딩을 다시 유우가한테 반납하고, 내 코트를 찾으려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음, 일단 유카타부터 다시 갈무리하고... 스으윽 화장실로 들어가 다시 이것저것 고치고 스르륵 나왔다. 응. 이제 위에 코트를 걸치면 나갈 준비 완료.
메이사에게 취한 취급까지 받을 정도인가 내가 한 말이... 나 그 정도의 이야기를 해버린 거야? 아니아니 충분히 할 수 있는 이야기라고 생각하는데? 고작해야 푸딩이고...
메이사의 하반신 온기를 머금어 따끈한 롱패딩을 걸치고 잠깐 기다리다 보면, 옷차림이 말끔해진 메이사가 나온다. 속이 편-안해진다. 습관대로 메이사의 손을 잡고, 카드랑 키를 챙겼는지도 확인하고선 조심스럽게 나왔다. 새벽이라 그런지 제법 쌀쌀하다. 주변도 쥐죽은 듯 하고. 문풍지 바깥으로 빛이 새어나오는 객실도 전혀 없다. 깨어있던 건 우리 뿐인가. 이럴 때 탕을 독차지하면 최고일텐데... 야간 개장은 안 하니 어쩔 수 없나.
"목도리 두르고 올 걸 그랬나..."
입김을 하아 내뱉으며 패딩자락을 살짝 여몄다. 잡은 손도 패딩 주머니에 찔러넣고. 결국 편의점에 도착했을 때, 나와 메이사는 귀랑 뺨이 새빨개진 채로 읏추 추추 하며 들어서게 됐다. 제법 춥더라고. 아까 봤던 알바생이 우리를 흘끔이다가 다시 허공을 보고 있는 게 느껴진다.
"먹을 거 바구니에 담아와. 나는 별 거 없으니까."
메이사에게 그렇게 말하고 나는 맥주 이번엔 뭘 마실까 좀 색다르게 하이볼을 해볼까 고민하고 있으려니, 메이사랑 알바생이 뭐라뭐라 이야기 나누는 게 들렸다. 물건 위치라도 물어보려나 보지.
실상은 우리가 사이 좋게 손 잡고 들어온 걸 본 알바생이 나름의 눈치를 발휘해 먼저 일러준 거지만. 그 물건의 위치를.
새벽이라 더 춥다! 별이 보였다면 그래도 좋았겠지만, 오늘은 좀 흐린 것 같아서. 습관적으로 하늘을 힐끔거리면서 걸어왔지만 잘 안 보였다. 괜히 아쉬워서 유우가의 손을 꼬옥 잡고, 그대로 편의점에 들어선다. 아아. 난방 따듯해애~
"응. 알았어~"
바구니를 들고 과자라던가 이것저것 담으려고 둘러보는데, 알바생이 엄청나게 뭔가 말하고 싶어하는 눈치였다. 그래서 슬그머니 다가가보면.... ......그, 그으.... 비타민처럼 생긴 무언가는 저쪽에 있다고 일러주더라고. 얼굴이 새빨갛게 달아오르는 것 같아서, 황급히 고개를 돌리면서 "가, 감사합니댜아..."하고 얼버무리고 후다닥 도망쳤다. 그, 그, 그걸 왜...? 물어보지도 않았는데!? 하지만 그, 그건.. 나랑 유우가가 그렇게 보였다는 거겠지. 그러니까 그, 여, 연인으로... 같이 온천 여행을 온, 그, 그걸 하는 사이라고....
"....히히..."
어쩐지 기분이 좋아졌다. 그래서 과자를 마구마구 담았다. 죽순과자랑 버섯과자, 육포, 푸딩, 컵라면까지. 그리고 아이스크림도. 하겐다즈로 담아버려야지~ 음료수도~ ....알콜은 하루 한 캔이라고 못박혔으니, 어쩔 수 없이 탄산음료로 고른다. 당근소다랑... 바나나우유도 사자. 가득 차버린 바구니를 들고 계산대로 가다가, 알바생이 일러준 그 가판대 앞에서 잠시 멈칫.
......너, 넣어버릴까. 알바생이 직접 말해준거니까... 역시.... 넣는 게 그, 그거지? 알바생의 성의에 보답하는... 그런?
슬쩍 유우가를 봤다가, 가판대를 봤다가. 잠시 망설이다가 살짝 떨리는 손으로 하나 집으려고 했는데... ...뭐가 뭔지 모르겠다. 이, 으, 이게 뭐라고 부끄럽지. 눈을 질끈 감고 아무거나 손 닿는대로 골라서 바구니 안에 던져넣고, 재빠르게 계산대로 향했다.
맥주 세 캔이랑 감땅콩과자를 한 아름 안고 와서 계산대에 내려놓고 보니까 저 바구니 가득 담은 것들 뭔데. 가이세키 먹고서 저거 다 먹을 수 있는 거냐? 진심? 온천욕만으로 모든 열량을 소모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해...?! 마구로 끝났다고 너무 풀어진 거 아냐 메이사? 아씁, 앞으로 어떻게 해야할지 이야기도 해야 하는데...
그렇게 이런저런 생각을 하면서 알바생이 기계적으로 바코드 읽는 걸 바라보다가... 텁, 하고 그의 손을 잡았다. 익숙한 크기의 박스. 편의점 형광등을 화려하게 반사하는 코팅된 패키지와, 그 겉에 큼지막하게 쓰인 숫자...
"잠깐. 잠깐만요."
그리고 메이사를 흘긋 째렸다. 니는 돌아가서 보자. 하는 의미로.
"...이건 빼주세요."
그러자 메이사를 잠깐 살피다가 고개를 끄덕이는 알바. 돈도 적게 받는 친구한테 괜히 귀찮은 경험 하게 만든 거 같아 미안해졌다. 손을 떼자 계산까지는 순식간이었다. 그리고 편의점을 나오다가......
...아씨. 아, 진짜, 생각하고 싶지도 않은데, 아니, 진짜, 사람 인생이라는 게 모르는 거라... 그리고 이런 거 하루 이틀도 아니고 대비해놓는 것도 나쁘지 않지 않나. 이랬다가 후회하는 것보다 그냥 돈 버리는 게 낫지. 그런 생각에 멈춰 섰다.
"...아씨. 메이사 니 때문에 담배 사는 거 까먹었잖아. 잠깐 기다려봐, 금방 사고 나올 테니까."
그리고 문을 열어젖히고 가서 얘기했다.
"아까그거다시주세요.그리고메비우스블루 하나 부탁합니다."
왜 사지 말라다가 들어와서 다시 사는 걸까. 의아한 것처럼 보이던 알바생은 매대에 돌려놓으려던 그걸 내게 건넸다. 감추기 좋은 담배곽과 함께.
...그래, 쓸 일은 없어야겠지...... 그냥 만일을 대비해서야. 만일.
패딩 안주머니에 그걸 깊게 찔러넣고는 편의점을 나왔다. 마음 한 구석이 불편했다. 메이사의 손을 잡지 않은 채로 주머니에 손을 넣고는 물었다.
바코드를 찍던 알바생의 손을 유우가가 덥썩 잡았다. 그 손에 들린 건 아까 내가 눈을 질끈 감고 넣었던, 알바생이 추천해준 그, 그거.... 시선을 슬그머니 피하면서도 조금 기대하는 마음으로 꼬리를 살랑이고 있었는데, 가차없이 빼달라는 말이 들려서 추욱 늘어진다. 우, 우웃... 너무해..... 계산을 마치고 나와, 이제 돌아가려고 하는데 유우가가 갑자기 멈춰섰다.
"엣, 아? 하아? 그, 그게 왜 내 탓이야..." "알겠어...."
그래서 빵빵하게 부푼 봉투를 들고 잠시 편의점 앞에서 대기. 어차피 담배 하나 사는 거라 그렇게 오래 걸리지도 않았다. 그 잠시 사이에 새빨갛게 된 손을 한 쪽씩 번갈아 들며 하아 입김으로 녹이고 있다보면, 유우가가 주머니에 담배를 깊게 찔러넣으며 밖으로 나온다. 편의점에 올 때랑 다르게, 료칸으로 돌아갈 땐 손을 잡아주지 않았다. ....쓸쓸해애..
"....그, 그게.... 알바생이 아까, 들어가자마자 알려주길래..." "일부러 알려줬는데 안 사는 것도 좀 그렇고.."
여차하면 쓰게 될지도 모르잖아. 라는 말을 꺼내면 손만 안 잡아주는 게 아니라 이대로 유우가 혼자 역으로 직행해서 바로 첫차타고 츠나지로 가버릴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어서. 일단 그냥 그렇게만 얼버무렸다.
".....그래도 담을 때 부끄러워서 눈 감고, 그 앞에 매대에서 아무거나 손 가는 대로 집어서 넣은 건데, 정말로 그게 걸릴 줄은 몰랐어....."
아니 진짜로. 그 옆에 비슷한 크기의 미니 티슈라던가, 모기 패치라던가 안경 클리너 그런 거도 충분히 걸릴 수 있었는데. 눈을 감고 골랐는데 그게 나왔으니까 역시 운명인 거 아닐까. 여, 역시 해야하는 거 아닐까 그거... 그렇게 생각하면서 힐끔힐끔 유우가를 올려다봤다. .....화난걸까, 유우가아...
변명 그만, 이라는 말에 귀가 추우우욱 늘어졌다. 화, 화났나봐아.... 그야 물론, 유우가가 산마캔 전에 그렇게 말했지... 내년 생일 지나면 해주겠다고. 그, 그치만.. 그래두.... 조금 더 일찍 해도 괜찮지 않나 싶구.. 나 이제 어른인걸... 어, 어차피 지금 하나 나중에 하나 같을테니까, 조금 땡겨서 해도....
그런 생각을 하는 걸 꿰뚫어보듯, 못 참으면 결혼은 물 건너 가는 거라는 말을 하는 유우가. 윽. 그, 그건 안돼!!!
"그, 그렇지이... 참을게에...." "으에!? 아, 아니야 그런 거!! 절대 아니라구!!"
무, 무슨 말을 하는 거야 너무하잖아!! 고작 그런 이유로 마음이 식을 리가 없잖아! 난 그냥, 그냥... 그래...
메이사가 횡설수설 늘어놓는 말을 가만히 듣고 있었다. 결국엔 뭔가 묻어둔 말은 많아 보였지만 미안해라고 말해서, 나도 일부러 그쪽을 보지 않고 걷다가 툭, 하고 머리에 손을 올려놨다. 귀가 축 처져서 손에 닿지도 않았다. 그대로 박박 쓰다듬고는 머리를 당겨서 껴안았다.
"그래, 조금만 참아."
솔직히 말해서 조금은, 진짜 조금은 혼활 잔소리에 시달리느니 결혼해버리는 게 낫지 않나 하는 생각도 있으니까. 물론 그런 일이 벌어져서는 안 되겠지만... 운명적으로 뭐, 외계인이 갑자기 내려와서 '프리지아가 결혼하지 않으면 인류는 멸망한다' 이런다면 해야겠지 수준으로 생각할 뿐이다.
그럴 일 없겠지만.
"막상 해보고 나면 별 거 없으니까 너무 환상 가지지 말고 살아. 아무 것도 모를 때가 더 좋은 거니까."
꼭 껴안았던 메이사를 풀어줬다. 조금 멍해보이는 얼굴. 이마를 손끝으로 톡 치고는 메이사가 들고 있던 짐을 받아들었다. 어이쿠, 그만큼 담으니까 제법 무겁네. 이거 내일 안에 다 먹을 수 있으려나...
메이사는 뭔가 얌전해졌고 말이지, 이제 야식 먹고 배 빵빵하게 만들어서 재우면 괜찮을 거 같은데 어떠려나. 술 반 캔만 더 먹일까, 졸기 편하게...
"그나저나 말이야, 아직 졸리진 않지? 좀 더 먹고 놀다가 누워볼까, 메이사."
도어락에 키를 대고 미닫이문을 열며 물어봤다. 뒤돌아보자 역광을 받은 메이사가 아까처럼 얌전한 표정으로 있었으나, 이렇게 보니까 얌전한 표정이 맞나 싶다. 뭔가 음흉한 거 같기도 하고, 실망한 거 같기도 하고, 슬퍼보이기도 하고...
조금만 참으라던가, 별 거 없으니 너무 환상 가지지 말라는 말에 아무 대답도 하지 않았다. ....환상이라고 해야할까. 그냥, 유우가한테는 말하지 않았지만 가끔 그런 생각이 들 때가 있었다. 저지르고, 아이가 생기면 유우가를 확실하게 붙잡아 둘 수 있는 거 아닐까. 중앙 라이센스를 딴 유우가와 다르게, 나는 시니어 시즌에서도 삼관도 마구로 1착도 해내지 못했으니까. 이번에도 중앙에 갈 수 없게 됐으니까.
마구로 기념이 끝나고 대기실로 들어오면서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었다. 이런 나를 두고 유우가가 중앙에 가버리면 어쩌지, 하는. 뜬금없는 불안감. 그런 불안감과, 레이스 직후의 고양감, 흥분... 그런 것들이 뒤섞인 눈으로 유우가를 봤을 때, 유우가가 짓던 표정도 그 불안한 망상이 사실이 될 수 있다고 말하는 듯 했었다.
그 전에도 은연중에 슬쩍 떠보거나, 놀리듯 말하기는 했지만.. 아마 그 이후부터는 그런 게 좀 더 잦아지고, 한층 더 직접적으로 어필하게 됐었지. 그때마다 유우가는 이렇게, 별로 좋아하지 않았고. 그래서 나는 더 불안해진다. 끊임없는 악순환이다. 배가 고파서 자기 꼬리를 집어삼키는 뱀처럼, 요구하면 할수록 더 악화되고, 그래서 더 요구하게 되는....
이걸 끊기 위해선 뭘 해야할까. 아주 단순한 방법이 있다. 눈 딱 감고 저질러버리는 방법. 당장이라도 가능하고, 가장 단순하고, 가장 빠르고—
"....그럴까."
—가장 최악일, 한 수.
종종 유우가가 잊고 지내는 것 같지만, 유우가 같은 성인 남성도 우마무스메의 힘을 이기는 건 불가능하다. 가볍게 차기만 해도 다리가 바스라질 정도인데, 작정하고 붙잡아 누르면 꼼짝도 못하는 건 당연한 일이겠지. 그런 힘을 최대한으로 발휘해서 저지른다면 분명, 가능할 것이다. 유우가가 뭐라고 하건 전부 무시하고, 짓누르고, 내가 원하는 대로, 엉망진창으로 만들어버리는 일. 그런 상상과 충동은 날이 추워지고 눈이 쌓이는 계절이 되면 그건 한층 더 강해져서, 금방이라도 밖으로 튀어나올 것처럼 날뛴다.
지금처럼.
안으로 들어와 코트를 다시 옷걸이에 걸어둔다. 유우가를 등진 채로 잠시 코트를 보며 멈춰 선다. 현관에서부터 시작된 그 상상들이 더 날뛰고 튀어오른다. 돌아서서, 펴져있는 이불 위로 유우가를 던져버리기만 하면, 그러면—
"—유우가, 컵라면 먹을래? 아니면 육포?"
하지만 역시 바로는 힘들겠지. 조금 전까지 그런 얘기 하기도 했고. 가까스로 충동을 억제한다. 위험한 눈빛까지 잘 숨겼을진 모르겠지만, 아무렇지도 않은 듯이 최대한 웃으면서. 그러네. 역시 조금만 더 있다가....
...그나저나 작성 후에 보이는 >>0이 저를 향한 매도같아서 레스 쓸때마다 먼가먼가인 기분이 되어요 조금 포상인 거 같기도 하고(?)
>>290 멧쨔가... 잡아먹으려는 결심하고 흉흉한 눈으로 보는 걸 유우가의 직감이 잡아내서 결국 멧쨔를 빠르게 재우고 무사히 정조(?)를 지켜냈다던가🙄 그렇게 잠들고 일어난 멧쨔가 🥺너무해 그럼 혼욕이라도 다시 해줘.. 유우가 현기증땜에 오래 하지두 못했구... 무효야 다시 해줘🥺🥺🥺하고 졸라서 다시 혼욕하다 이번엔 멧쨔의 타올이 우왓뺫 전개로 가는 것도 괜찮지 않을가요...🫠
🫠 (라면 맛 나... 이 닦고 재워야 하는데 실수했다) 🫠 (그... 그래도 해피엔드군)
그리고 자고 일어나서 다시 동공이 원래대로 돌아온(?) 멧쨔를 보고 안심혼욕 하고나서 잡아먹힐 뻔한 거죠 😏 사실 이때 메이사를 저지하는 방법도 생각을 해봤는데요...🤔 멧쨔 폰으로 멧버지한테 전화 걸어버린다던가 그래서 둘이 겹쳐진 채로 전화연결돼서 멧버지의 "여보세요? 메이사?" 라는 목소리가 들리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