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요하고 조용한 거실 안. 혜성은 여전히 앉은 상태로 눈을 감고 있었다. 아무런 소리도 들리지 않는 어둠 속에 자신 혼자만이 유일하게 그곳에 남은 것 같았으나 무섭다, 긴장이 된다보다는 걱정만이 그의 마음을 가득 채우고 있었다. 괜찮겠지. 자고 나면 괜찮아질거야. 그럴거야. 요즘 세상에 감기 걸린다고 죽는 것은 아니잖아. 진정해. 진정해. 진정해.
진정하라는 암시를 자신의 가슴 속에서 조용히 계속 걸면서 눈을 감고 있던 그는 어느 순간, 마찬가지로 잠에 빠져들었다. 그대로 턱. 그의 몸이 옆으로 기울다가 완전히 바닥에 넘어졌다. 그 상태에서 그는 고요한 숨소리를 내며 깊은 잠에 빠져들었다. 꿈 속에서 무엇을 보았던가. 아마 아람과 관련된 좋은 꿈을 본 것이 아니었을까. 혜성의 입가엔 부드러운 미소가 번진 상태였다.
아람이 밖으로 나왔다면 거실에 옆으로 엎어진채로, 그리고 정말로 편안한 미소를 머금고 잠에 빠져있는 혜성의 모습을 볼 수 있었을 것이다. 부엌의 냄비에는 정성스럽게 끓인 죽이 보였을 것이고, 약은 정말로 부엌 테이블에 놓여있었다. 물을 마시면서 쉽게 마실 수 있도록.
"...아람...아... .....응...나도...좋......아해."
그런 작은 잠꼬대 소리가 조용히 울렸을지도 모를 일이었다.
/ㅋㅋㅋㅋㅋ 아람주는 주말에도 일을 간 적이 많았으니 말이지. 이제 일근이니까 주말의 달콤함에 중독되어서 다시는 이전의 근무를 못하게 될 거야!
잠든 와중에도 아람의 목소리는 혜성은 놓치지 않았다. 그 와중에 손을 뻗어서 그의 머리카락을 귀 뒤로 넘겨주자 혜성은 몸을 살짝 움찔했다. 이어 그는 감았던 눈을 천천히 떴다. 일어나라는 목소리. 아. 나 잠들었구나. 그렇게 생각하며 혜성은 부스스 눈을 뜨면서 멍한 표정으로 아람을 바라봤다. 아람이다. 아람이가 보여. 그런 생각을 할 정도로 잠에서 막 깬 혜성은 좀처럼 제 정신을 차리지 못했다.
"아람아아..."
조용한 목소리로 아람을 부르면서 혜성은 싱긋 미소를 지었다. 그 표정은 좀처럼 보여주지 않는... 하지만 아람은 여름에 한번은 봤을 완전히 풀린 그 표정이었다. 이어 그는 뭐가 그리도 좋은지 배시시 웃으면서 아람에게 이야기했다.
"...오늘도.. 예뻐.. 넌... 아프니까...들어가서 쉬어어..."
목소리가 늘어지는 와중에도, 그는 그녀를 걱정하는 목소리를 냈다. 어서 방으로 들어가서 쉬라는 듯. 아프다는 것을 알고 있기에 그는 그런 상태에서도 그녀에게 다가가지 않고, 안으려고 하지 않았다. 자신이 그런 행동을 했다가 아람이 힘들어지는 것은 죽어도 싫었기에.
/ㅋㅋㅋㅋㅋ 이건 저주가 아니야! 실제로 그렇게 된단 말이야! ㅋㅋㅋㅋㅋ 아무튼 오랜만에 나오게 되었네. 잠에서 덜 깬 혜성이!
자다 일어났는데도 예쁘냐는 그 말에 혜성은 잠시 침묵을 지키다가 고개를 천천히 위아래로 끄덕이면서 긍정했다. 그야 지금 그의 눈에는 아람이 그 누구보다 예쁘게 비쳤으니까. 물론 조금 엉망인 부분이 있을지도 모르지만, 그럼에도 그의 눈에는 예쁘게 비쳤다. 이어 그는 하품을 크게 하면서 멍한 표정을 계속해서 이어나갔다. 아직 잠이 덜 깼는지.
"...죽..? 응... 죽 끓여놓았어. ...나 잘했어?"
칭찬해줘. 그런 말을 아무렇지도 않게 내뱉던 혜성은 다시 한 번 배시시 웃었다. 그러는 와중, 그의 눈동자에 점점 빛과 초점이 돌아왔다. 서서히 잠에서 깨어나는 모양이었다. 그리고 그에 비례해서 그의 얼굴 역시 점점 빨갛게 물들었다. 이어 그는 침을 꿀꺽 삼키더니, 바로 근처에 있는 소파를 바라봤다. 그리고 그 상태에서 머리를 강하게 박았다.
"아니야! 아니야! 칭찬해달라고 한 적 없어! 난 몰라! 아무튼 그런 거야! 그런 거란 말이야! 으으... 으으으... 아, 아무튼 몸 괜찮아? 괜찮은거지?! 으으..."
몸을 약하게 부들부들 떨면서 그는 자신의 얼굴을 아람에게 보이지 않으려는 듯이 더더욱 얼굴을 깊게 박아댔다.
자신의 뒷머리카락을 쓰다듬는 감촉을 혜성은 그대로 느낄 수 있었다. 방금 자신이 잠결에 한 말에 대한 대답이겠지. 그렇기에 괜히 더 부끄럽다고 생각하며 그는 몸을 괜히 부들부들 더 떨었다. 부끄러워. 부끄러워. 부끄러워. 부끄러워. 그런 말을 중얼거리면서 그는 조금도 아람에게 얼굴을 보이지 않으려고 했다.
"...따, 딱히 칭찬받으려고 끓인 거 아니거든?! 그냥 네가 힘들어해서 먹고 기운 내라고 끓인 거거든?! 그 뿐이거든?!"
여전히 자신의 얼굴을 보이지 않으면서 헤성은 괜히 툴툴거리는 목소리를 냈다. 이어 고개를 홱 돌리자 토마토처럼 엄청나게 붉게 익은 그의 얼굴이 그녀의 눈에도 보였을 것이다. 이어 혜성은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고 부엌으로 빠르게 성큼성큼 다가갔다. 조금도 자신의 얼굴을 보이지 않으려는 듯이.
"주, 죽 떠줄테니까 먹어. 그리고... 나는... 죽 안 먹어도 괜찮으니까 네가 다 먹어. 많이 먹어야 빨리 낫는다는 말도 있잖아. 나 참."
자신은 정말로 괜찮다는 듯이, 그는 그녀에게 테이블에 앉을 것을 요구했다. 아마 그녀가 자리에 앉으면 그는 국자를 들고 그릇에 야채죽을 천천히 담은 후에 그녀의 자리에 내려놓았을 것이다. 이어 숟가락 역시 그녀의 앞에 내려놓았을 것이다.
그래도 아람이 먹을 죽을 뺏는 것은 조금 마음에 걸리는 것은 사실이었다. 하지만 아람은 또 다시 자신을 걱정하고 있는 것이 분명해보였다. 그렇다고 한다면... 역시 자신도 조금 먹는 것이 나을까. 그렇게 생각하며 혜성은 살며시 자신이 먹을 죽을 국자로 뜬 후에 그릇에 떴다. 그리고 그녀의 맞은편 자리에 앉았다. 물론 숟가락도 챙겼다.
"그럼 조금만 먹지 뭐. 너도 빨리 먹어."
내 쪽을 볼 것 없으니까. 그렇게 이야기를 하며 그는 숟가락으로 죽을 뜬 후에 천천히 한 입 먹었다. 꽤 뜨겁긴 했지만, 그래도 입에서 식히기에는 충분한 온도였다. 천천히 씹으니 야채의 식감이 절로 느껴졌다. 이건 당근이고, 이건 브로컬리인가? 부드럽게 넘어가는 죽을 먹으면서 그는 절로 미소를 지었다. 역시 맛이 좋았다. 상당히 부드럽고. 냄새가 나쁘거나 하는 일도 없었다.
깨작깨작거리는 소리가 바로 앞에서 들려왔다. 역시 아직 입맛이 없구나. 그런 생각을 하며 혜성은 아람을 빤히 바라봤다. 무리를 시켜서 먹일 수는 없었다. 그러다가 오히려 속이 안 좋아지면 몸이 더 나빠질테니까. 일단 어느 정도 입맛에 맞게만 먹게 해야겠다고 생각하며 그는 말없이 조용히 숟가락을 떠서 죽을 먹기 시작했다.
"뭐래. 원래 아프고 그러면 부를 수도 있는 거잖아. 약도 없었다면서. ...내가 아니면 누구에게 도움을 요청할 생각이었는데?"
뭘 그런 것으로 사과를 하냐는 듯이 혜성은 고개를 도리도리 저었다. 언제든지 자신을 불러도 된다는 듯, 말을 하는 혜성은 왼손으로 자신의 가슴팍을 가볍게 팍팍 때렸다.
"...그리고... 이러니저러니 해도 나를 의지해주는 것 같아서 나쁘지 않았어. ...그... 믿을 수 있는 사람으로 생각해주는 거잖아. 이럴 때."
그렇게 이야기를 하면서 혜성은 얼굴을 붉혔다. 이어 입술만 삐죽 내민 후에, 다시 죽을 먹으면서 입을 꾹 닫았다. 그리고 그 상태에서 그는 살며시 중얼거리듯 말했다.
하긴, 정말로 도움이 필요하다면 역시 자신보다는 119에 도움을 요청하는 것이 맞는 말이었다. 뭔가 정론이 턱 들어오기에 혜성은 뭐라고 말을 하지 못하고 가만히 시선을 회피했다. 달리 말하자면 119를 부를 정도로 심각한 상황은 아니라는 것이었으니 그나마 다행이라면 다행이라는 것이겠지만. 그렇게 생각하니 괜히 가슴이 아파 그는 아람을 가만히 바라봤다. 자신이 저 아픔의 반을 가져갈 수 있따면 좋을텐데.
"...뭐래. 갑자기 다 나을리가 없잖아. 아직 하루도 안 지났거든?"
다 나은 것 같다는 그 말에 택도 없는 소리 하지 말라는 듯이 혜성은 고개를 도리도리 저었다. 이어 그는 죽을 다시 한 숟갈 먹으면서 그릇을 완전히 비웠다. 그리고 그녀를 바라보면서 이야기했다.
"다 먹으면 그릇은 그대로 둬. 내가 설거지 해서 정리할테니까. 아. 그리고... 몸에 땀이나 그런 것은 안 흘러? 손수건이 필요하면 갖다줄게. 내가 닦아줄 수는 없는 거고 말이야."
아무리 여자친구라고 해도 몸의 땀을 닦아주는 것은 힘들다고 혜성은 생각했다. 무슨 생각을 했는지 얼굴이 퐁- 하는 느낌으로 붉게 물들긴 했지만, 애써 모르는 척 하며, 그는 헛기침 소리를 내며 목소리를 가다듬었다.
혜성 역시 그에 대해선 자신의 생각을 조금도 굽히지 않았다. 아무리 그래도 약을 먹었다고 어떻게 바로 나을 수 있단 말인가. 자신을 걱정시키지 않으려고 하는 것이 분명하다고 생각하며 그는 고개를 도리도리 저었다. 그 와중에 그녀가 죽을 다 비운 것을 확인한 그는 그릇을 잡은 후에 싱크대에 집어넣었다. 조금 있다가 설거지를 할 생각이었기에, 일단 그릇에 물만 조금 받아둔 그는 다시 그녀의 근처로 돌아왔다.
"그렇다면 다행이긴 한데... 그래도 혹시나 도움이 필요하면 얼마든지 얘기해. 물론 씻는 것은 못 도와주지만."
아무리 연인이라고 해도 씻는 것까지 도와줄 수는 없는 법이었다. 나중에 시간이 많이 지나서 혹시라도 결혼을 한 상태라면 모를까. 지금은 역시 빠르지 않겠는가. 괜히 고개를 도리도리 저으면서 그는 이어지는 그녀의 말에 흐응- 소리를 내면서 빤히 아람을 바라봤다.
"...신경쓰지 마. 나 참. 나도 아플 때 너에게 이것저것 도움 요청할 생각이야. ...뭐... 부모님 없을 때를 가정해서 정말로 위급할 때의 일이겠지만... 아, 아무튼 있을때 필요한 것이 있으면 막 부려먹으라 이 말이야. 내 말은. ...없다면 없는대로 상관없지만... 부축해줄까?"
식탁에 기대서 반쯤 엎드리는 그녀를 바라보며 역시 침대에 눕히는 것이 좋지 않을까 생각하며 그는 그녀에게 그렇게 물었다. 그녀가 부탁하면 아마 혜성은 능숙하게 그녀를 부축해줬을 것이다.
몸이 좋다면 모를까. 안 좋은데다가 열까지 나는 이 상황에서 일정을 어떻게 진행하겠는가. 그렇게 진행했다가 오히려 상태가 더 나빠지면 진행한 의미가 전혀 없었다. 물론 아람에게는 조금 답답할지도 모르겠지만 푹 쉬면서 컨디션을 회복하는 것이 좋다고 생각하며 혜성은 조용히 아람에게 그렇게 권했다. 물론 아람이 받아들일지는 알 수 없었지만.
"...뭐... 살다보면 있을 수도 있잖아. 아무튼 일단은 알았어. 하지만 진짜 상태가 안 좋아보이면 내 멋대로 부축할거야. ...나 참."
감기 옮을지도 모른다고 이야기를 하면서 가까이 오지 마라고 하는 아람의 말에 혜성은 알겠다는 듯이 일단은 고개를 끄덕였다. 하지만 툴툴거리는 어투가 자연스럽게 나왔고 그는 자연스럽게 물을 뜬 후에 그녀에게 내밀었다. 약과 함께 먹으라는 나름의 표시였다.
"밥 먹을 때마다 각각 하루에 한개씩 먹으라고 했어. 일단 오늘 하루 이렇게 먹고, 하루가 지나도 상태가 영 안 나아지거나 더 심해지면 꼭 병원에 가래."
약사가 이야기를 한 것을 떠올리며 혜성은 아람에게 그렇게 이야기했다.
/ㅋㅋㅋㅋㅋ 어제 많이 피곤했구나. 무슨 기분인지 알아! 역시 우리가 살 수 있는 길은 주말밖에 없어...8ㅁ8
감기 따위 걸리라지. 그런 말은 차마 밖으로 내뱉지 못했다. 그 말을 하면 아람이 그것만큼은 정말로 무서운 표정을 지을 것 같았기에. 농담이라도 그런 말을 하면 안된다고 할 것 같지 않은가. 그 정도의 눈치는 혜성에게도 있었다. 그렇기에 그는 속으로만 그런 말을 중얼거리면서 아람을 가만히 바라봤다.
일단 그녀는 괜찮으니까 들어가보라는 식으로 이야기를 했다. 이어 그는 가만히 그녀를 바라봤다. 정말로 괜찮은 것일까? 하지만 여기에 계속 있어도 아람이 계속 돌아가라고 할 것 같은 것도 사실이었다. 그렇기에...
"꼭 돌아가야 해? 저녁까지 아직 시간 남았잖아."
그는 순수하게 좀 더 있으면 안되냐는 물음을 던졌다. 마지막으로 아람의 의향을 확인하기 위함이었다. 자신은 얼마든지 이곳에 있을 수 있다는 듯이. 물론 아람이 이번에도 돌아가라고 하면 혜성도 포기할 것이다.
ㅋㅋㅋㅋㅋㅋ 물론 농담이고 나도 토요일에 학교 갔었어. 놀토주도 있었지! 나도 놀토 많이 기다렸기에 어떤 기분인지 안다! 주 6일..진짜 대단하시지. 토요일은 오후에는 퇴근한다고 하지만 난 그렇게 하라고 하면 못할 것 같아. 지금도 힘들어...8ㅁ8 아버지 어머니. 대단하세요!
흑흑 혜성주 같은 세대였다니 넘 다행이다...... 나만 고통받았는줄.... 근데 요즘 애들보면 진짜 세대차이 많이 느끼게 되더라. 일단 학교학원 체벌 없어진것 부터 신세계야.....() 부모님들도 우리 보면서 그렇게 느끼셨겠지....? ㅋㅋㅋㅋ큐ㅠㅠ 토요일에 일을 안하다니 배부른것들 하면서
나나 아람주나 둘 다 직장인이고 다닌지 꽤 된 것 같으니 말이지! 비슷한 세대 아닐까 싶어! 요즘 애들과의 세대차이라. 사실 요즘 애들 어떻게 공부하는지도 잘 몰라서 고등학생 캐릭터로 굴리면 결국 내 기준으로 굴리게 되는 슬픈 느낌이 있어... 요즘은 교과서도 안 나오고 기기로 대체한다고 하던데..진짜인가? (혼란)
ㅋㅋㅋㅋ 체벌은 정말... ㅋㅋㅋㅋㅋ 진짜 엄청 많이 맞았는데. 나. 100점 못 맞았다고 틀린 문제 X10으로 골프채로 풀스윙으로 때리던 학원 쌤 잘 계시나요? (죽은 눈) 진짜 너무 싫었는데... 아무튼 부모님도 다 그러지 않았을까? 그리고 요즘 애들도 이제 나이를 먹으면 그 밑의 애들을 보고 똑같이 생각하겠지!
아람은 혜성의 말에 조금 찡해지는 기분이 들었다. 누가 나한테 그런 말을 한 적이 있던가. 네가 괜찮기만 하면 어떻게 되든 난 상관없다, 그런 식의 말을 말이다. 아람은 웃었지만 그 안에 슬픔이 담겨져 있었음을 혜성은 눈치챘을지도 모른다.
“저녁까지 시간이 남았으니까 그렇지. 여기서 뭐하려구.”
하지만 혜성이 계속 여기에 남아있고 싶어하는 눈치에 아람은 한숨을 내쉬었다. “그럼 공부할 거라도 가져오면 집에 있게 허락해줄게.” 나 쉬는 동안 공부나 하라는 뜻이다.
아람은 시간을 소중하게 여기는 편이었다. 그만큼 다른 사람의 시간도 소중하게 생각했다. 자기 때문에 혜성이 시간이 낭비되는 것은 보고싶지 않다는 느낌이다.
/그러네~ 비슷한 세대네~ 사실 나도 그래. 공부라는 거 그래도 비슷하지 않을까...? 교과서를 기기로 대체한다니..... 누가 그런 끔찍한 발상을...... 종이가 아닌 것으로 공부하면 정말 공부가 되는 거야.....?(꼰대)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나도 엄청 맞았어. 골프채 풀스윙이라니. 나는 목도나 죽도 정도밖에 생각 안나는데. 문제 틀려서 맞는 것은 약과였지. 지각한다고 때리고... 아니 학교는 그렇다 쳐도 학원은 돈받고 애들 때리는 거라 지금 생각하면 진짜 이상하지. 근데 그때는 그게 당연했으니까..... 맞아 요즘애들도 나중에 크면 우리랑 비슷한 생각할거야 ㅋㅋㅋㅋ
웃는 것이 웃는 것이 아닌 것 같았다. 마음 같아서는 아람에게 접촉해서 살짝 눈가를 손으로 쓸어주고 싶었으나 지금의 그녀는 그것도 거부하지 않을까. 그렇게 생각하며 혜성은 일단 설거지를 하기 위해서 완전히 자리에서 일어섰고, 싱크대 앞에 섰다. 세제와 스펀지가 어디에 있는지 확인하며 설거지를 하려는 그 순간, 아람의 입에서 말이 떨어졌다. '공부할 거라도 가져오면' 그 말에 혜성은 멈칫했다.
"무, 무, 무슨 소리야! 병문안 하고 병수발 들려고 여기에 왔는데 여기서 공부를 하라고?! 여기서 공부하려고 해도 걱정되어서 공부 못하거든?!"
이거 나를 보내기 위해서 일부러 이러는 거 아니야? 그런 생각을 하면서 혜성은 억울하다는 듯이 아람을 빤히 바라봤다. 그러다가 고개를 홱 돌려서 싱크대에 서서 설거지를 하기 시작했다. 그런 상태에서 입을 꾹 다물던 그는 어쩔 수 없다는 듯이 이야기했다.
"...그럼 너 자는 것만 보고 갈게. 그 정도는 괜찮지?"
마음 같아서는 그 상태로 꼼수를 쓰고 싶었으나, 그러지 않기로 그는 다짐했다. 그런 짓을 했다간 아람이 정말로 화를 낼 것 같았기에. 이어 그는 물기를 천천히 닦아내면서 이야기했다.
"내가 볼 땐 네가 더 고집쟁이야."
/태블릿으로 교과서를 대체한다는 기사를 어디서 본 것 같아서 말이야. 물론 전부 다 그런다는 것은 아닌 것 같고 일부 같긴 하지만 아무튼! 종이가 아닌 것으로 교과서를 쓰려고 해도 뭔가 집중 안될 것 같단 말이지. 난...ㅋㅋㅋㅋㅋ 나도 꼰대인 모양이야! 지각한다고 때리는거... 아. 진짜 ㅋㅋㅋㅋ 지각해서 맞은 적은 없긴 하네. 대체로 문제 틀렸다고 100점 아니라고 맞은 것이 대부분 같아. 억울해! 난 그래도 80점 이상은 무조건 나왔단 말이야! (주륵) 아무튼 아람주도 그 힘든 시기 버틴다고 수고했어!
나도 그런 기사 본 것 같애...... 그거 무슨 전자기기 회사에서 돈 받은 거 아냐? 그걸로 공부가 될 리가 없어...... 물론 요즘에는 태블릿에 책을 넣어다니고 필기도 한다고 하지만...... 나는 책을 이북으로 읽어도 공부는 종이로 해야 집중이 잘 되더라.... 나도 지각해서 맞은 적은 없어.... 넘 무서워서 재깍재깍 들어왓거든 ㅋㅋㅋ큐ㅠㅠ 아니 백점은 못맞는게 당연하잖아...!! 억울하다. 나도 공부 열심히 했었는데(주륵) 그렇게 커서 직장인이 되었다.......() 혜성주도 정말 고생했어...... 야만의 시대였따....
요즘 애들은 또 다를 수도 있긴 하니까. 요즘 애들은 종이보다 전자기기를 더 많이 다루고 빨리 다룬다고 하니. 어쩌면 이게 세대차이일지도 몰라! 아. 내가 꼰대라니. 있을 수 없는 이야기야!! (어?) ㅋㅋㅋㅋㅋ 아..진짜..100점에 다들 미쳐있던 시대였지. 그렇게 하니까 더 공부하기 싫어지고 그랬었는데. 그래도 대학은 가야하니까 공부를 하긴 했고...ㅋㅋㅋㅋㅋ 어떻게든 잘 버텼다! 나!!
아람은 혜성에게 설거지를 할 필요없다고 말을 하려고 했는데, 그것보다 혜성이 설거지를 하는 것이 빨랐다. 아주머니가 오시면 해주는데. 라는 말보다는 그냥 설거지를 하는 혜성의 뒷모습을 보는게 더 좋았다.
“하지만 누가 감기에 병수발을 들어.”
아람은 혜성이 빤히 바라보는 것에 아니냐는 듯 고개를 갸웃했다. 약 먹구 밥 먹구 잘 자면 낫는 것이 아니겠는가. 물론 아직 열이 다 떨어진 것은 아니지만 혜성이 옆에 있는다고 열이 떨어지는 것은 아닐테다.
“...으음... 알겠어.”
더 실랑이 해봤자 더 역효과만 날 것 같은 느낌에 아람은 혜성의 타협안을 받아들였다. 아람은 혜성이 고집쟁이라고 하는 말에 작게 웃었다.
”고집쟁이들끼리 잘 만났네.“
/맞아.... 요즘엔 전자기기를 태어날 때부터 썼으니까 나 때는 말이야(이하생략) 공부하기 싫어지는 거 인정. 매도 어느정도가 있어야 약인 법이지 그냥 매는 매야.... 대학은 가야하니까 공부했다 진짜. 혜성주 진짜 수고 많았어. 정말 혜성아람이는 그런 곳에서 키울 수없다(?)
물론 감기에 그런 것을 하는 것은 조금 오버일지도 모르지만, 괜히 신경이 쓰이는 것은 어쩔 수 없는 일이었다. 마음 같아서는 정말로 하루 여기서 잠을 자고 다 낫는 것까지 보고 싶었지만 아람이 부모님이 걱정한다고 우려를 하니 또 다시 그렇게 하겠다고 말을 꺼내진 않았다. 하지만 그 대신, 그만큼 걱정하고 있다는 것을 그녀에게 표현하며 그는 설거지를 완전히 마무리지었다.
"그러게. 너도 나도 고집쟁이니 말이야."
아람이 그러는 것처럼 혜성은 작게 피식 웃었다. 이어 손에 묻어있는 물기를 가볍게 털어낸 후, 그는 쭈욱 기지개를 켜며 아람의 근처로 돌아왔다. 물론 아람이 가깝게 다가오지 말라고 했으니 어느 정도 거리를 띄우는 것도 잊지 않았다. 의자에 앉은 그는 가만히 그녀를 바라보며 이야기했다.
"그래도 아침보다는 표정이 괜찮아보여. ...조금은 다행이네. 이대로 3일 정도 푹 쉬고 푹 먹고 그래. 공부는 잠깐 쉬어도 돼. ...괜히 더 도져서 더 심해지면 공부를 더 못하니까."
나름대로 주의를 주면서 그는 괜히 자신의 머리를 긁적였다. 그리고 살며시 시선을 회피하더니 그 상태에서 이야기했다.
"바보. 그러니까 무리하지 마라니까. ...아프면 괜히 서럽잖아."
/ㅋㅋㅋㅋㅋ 맞아. 이 둘은 그런 곳에서 키울 순 없어! 애초에 이 둘은 그런 거 없어도 알아서 잘 할거란 말이야! 같은 대학 들어가고 동거도 하고 아무튼 그렇게 잘 살거다!! 그리고 잘 자! 아람주! 내일도 화이팅!
아람은 혜성의 말에 작게 웃었다. 걱정해주는 혜성의 말이 싫지 않았다. 오히려 좋다고 느껴졌달까. 고집쟁이인 혜성이 설거지를 끝내고 가까이 와 앉자 아람은 그 얼굴을 바라보며 헤헤 웃었다. 그래도 얼굴 보니까 좋다. 아프다고 바로 달려와주는 남자친구라니 복 받은 걸지도. 하지만 이어지는 말에는 눈을 동그랗게 뜰 수밖에 없었다.
“3일? 어떻게 3일 동안 쉬어... 농담이지?”
아람이 눈을 가늘게 뜨고 혜성의 진의를 파악하려 애썼다. 설마 진짜 3일 동안 요양만 하라는 건 아니겠지? 오늘 하루를 푹 쉬는 것도 아람에게는 큰 결심이었다.
“원래는.... 아픈 적 없었는데. 네가 달려올 줄 아니까 긴장이 풀렸나보지... 평소에 안 걸리는 감기나 다 걸리고.”
아람이 시선을 피하면서 웅얼웅얼 변명했다.
/좋은 점심~~~ 맞아 우리 애들은 잘 할거야~~~ 그렇게 만들 거고~~ ㅋㅋㅋㅋㅋㅋ 오늘도 화이팅 하자~~!!!!
혜성은 혜성대로 아람이 무슨 의미로 농담이냐고 묻는지 알 수 없어 고개를 갸웃했다. 원래 아프면 그 정도는 쉬어야 하는 거 아닌가? 물론 하룻밤 자고 일어났을 때 괜찮아진다면 그것으로도 괜찮긴 하지만... 오버라고 하더라도 걱정이 되는 것은 어쩔 수 없는 일이었다. 어쨌건 더 이상 말을 하진 않으며 혜성은 그 정도로 말을 마무리 지었다.
"...뭐. 뭐래. 내가 달려올 줄 알아서 긴장이 풀린다는 것은 또 뭐야. 내가 안 오면 진짜 어쩔 참이었던건데."
기분이 좋은 말이었으나, 괜히 듣기에는 부끄러웠는지 그 역시 시선을 회피하면서 웅얼거리는 느낌으로 대답했다. 물론 그 물음의 답은 아까전에도 나오긴 했지만 굳이 언급을 하며 그는 붉어진 얼굴을 식히려는 듯, 손으로 부채질을 했다.
"자. 자. 빨리 들어가서 자자. 아람아. 환자니까 푹 자야 빨리 낫지."
그렇기에 그는 분위기를 전환하려는 듯, 그녀에게 그렇게 이야기했다. 어서 방으로 들어가라는 듯이.
/좋은 저녁이야! ㅋㅋㅋㅋㅋ 웅얼거리는 두 사람 너무 귀여워! ㅋㅋㅋㅋㅋ 아람이가 웅얼거리는 거 쉽게 볼 수 있는 모습이 아니었는데..너무 귀여워. 진짜!
무리를 했다가 이렇게 되었으니 절대로 무리를 하지 말라고 그는 조금 강하게 이야기했다. 이 이상 말하는 것은 그저 잔소리가 되니 혜성은 더 말을 하지 않겠다는 듯, 입을 다물었다. 그 대신 아람을 바라보면서 조용히 고개를 끄덕일 뿐이었다. 너는 내일 꼭 나을 수 있다라는 나름의 응원의 눈빛을 보이면서.
"...119 따위에게 너 맡기긴 싫어."
들릴 듯, 말 듯. 정말로 작은 목소리고 중얼거리듯 이야기를 하며 혜성은 괜히 토라진 표정을 지었다. 하지만 고개를 이내 도리도리 저으면서 표정을 관리한 혜성은 아람이 자리에서 일어나자 조금 거리를 띄워서 천천히 그녀를 따라 걸었다. 방으로 들어가면 그녀가 눕는 것을 확인할 것이고, 물수건을 한 번 더 갈아주고 가야겠다고 생각하며 그는 입을 열었다.
"물수건 한번만 더 갈고.. 진짜로 갈게. 그 정도는 하게 해 줘."
정말로 그러겠다는 듯이, 혜성은 나름대로 진지하게 이야기했다. 자신이 여기에 더 있으면 아람도 그만큼 걱정을 더 할 것 같으니 굳이 더 무슨 말을 하지 않겠다는 듯이... 그저 조용히 아람을 바라볼 뿐이었다.
/ㅋㅋㅋㅋㅋ 나도 그건 알고 있었지! 그리고 혜성이도 어느 정도 그런 성향이지만 말이야. 하지만 아람이에게는 반 정도 의지하고 있지! 아람주도 하루 고생했어!
아람은 혜성의 말에 빙긋이 웃었다. 걱정하지 말라는 듯. 하지만 혜성은 아람을 걱정하고 말리라. 왜냐하면 아람은 확실히 워커홀릭적인 기질이 있었기 때문이다.
“그거 구급대원 분들한테 실례야.”
혜성이 토라진 얼굴을 하자 아람은 귀엽다는 듯 작게 웃으며 말했다. “물론 나도 네가 와 주는 게 더 좋아.”하며 덧붙였다.
아람은 혜성이 따라오는 것을 막지 않고 방으로 향했다. “알겠어. 내가 널 쫓아내는 줄 알겠다.”하면서 너스레를 떠는 것도 잊지 않는다. 조금 기운없어 보이지만 문제 없이 침대로 가 앉았다. 아람은 혜성이 물수건을 갈고 돌아오는 것을 기다렸다가 물었다.
“저녁에... 다시 올 거지?”
혜성을 올려다 보는 아람의 목소리는 평소보다 자신없고 조금은 애처로워 보였을지도 모른다.
/아람이도 혜성이한테 의지하고 있다구~~! 이정도면 진짜 많은 발전이다. 오늘 답레 쓰면서 생각했는데 아람이 어른이 되면 워커홀릭 성향 더 강해져서 혜성이 아람이 일에 질투하는 상상 해버렸음.....(네?) 금요일이다~~!!! 너무 씬난다~~!!!!! >< 주말이 이렇게 좋은 것이구나 행복해~~
괜히 작게 중얼중얼거리면서 그는 그녀의 말에 그 정도로 대답했다. 물론 119를 따위라고 부르는 것은 실례이긴 하지만 그래도 제 마음이 그런 것을 어쩌겠는가. 이는 어쩔 수 없는 것이라고 스스로를 합리화하며 혜성은 이어지는 그녀의 말에 헛기침 소리를 내며 시선을 회피했다. 입꼬리가 꿈틀거리는 모습이 애써 꾹 참고 있는 것이 분명했다.
어쨌건 아람이 방으로 들어간 후, 혜성은 물수건을 다시 만든 후에 물기를 어느 정도 짜냈다. 아까전보다 좀 더 크기를 조절해서 아람의 이마에 적절하게 올라갈 수 있게 한 혜성은 조심스럽게 아람의 이마에 물수건을 올렸다. 이 정도면 열기가 조금은 더 식지 않을까 나름대로 기대를 해보며.
그러다 아람이 목소리를 내자 혜성은 아무런 말 없이 아람을 바라보다 살며시 시선을 회피했다.
"...그럴 것 같으면 여기에 있으라고 해. 바보."
당연히 와야지. 그렇게 중얼거리면서 그는 머리를 긁적였다. 아람이 아프다고 하니 오늘 하루는 그녀에게 온전히 투자하는 것도 그에게 있어선 그리 아깝지 않은 일이었다.
"...있어줘? 여기에?"
/ㅋㅋㅋㅋㅋㅋㅋㅋ 아무리 그래도 아람이 일에 질투하진 않아! ㅋㅋㅋㅋ 다만 아람이와 필요 이상으로 친하게 구는 동기나 상사, 혹은 후배가 있다면 그 사람에겐 조금 질투할지도 모르겠다 싶네! ㅋㅋㅋㅋ 자. 이제 일근 근무의 달콤함에 제대로 중독이 된 것 같구나. 다시는 못 돌아가겠지? (사악한 미소)
아니 ㅋㅋㅋㅋㅋㅋㅋ 아람이 일에 푹 빠져서 혜성이 만날 시간도 없고 혜성이 만나도 자꾸 일생각 하고 일 때문에 연락오고 그러면 혜성이 삐질 만 하지 않을까?!!! 물론 친근하게 구는 주변 사람들 때문에 질투하는 혜성이 생각하면 너무 귀엽지만~~ 아람이도 혜성이가 예쁜 여자 모델들 사진 찍고 그러는 모습 보면 은근히 질투할 것 같지~~ "저 여자야 나야?" 하면서 조금은 장난 반 진심 반으로 묻고 막 ㅋㅋㅋ 으윽...... 일근 근무의 달콤함이라니..... 헤어나올 수 없어....... 오랫동안 교대근무를 한 건강하지 못한 몸이 건강해져버렷....
헤성이라면 오히려 그러면 삐지기보다는 아람이가 힘들지 않을까 걱정을 더 많이 할 것 같아. ㅋㅋㅋㅋㅋ 괜히 돌아오면 아무런 말 없이 앉으라고 한 후에 어깨를 주물주물하거나 그런 모습이 더 많을 것 같고! 아무리 생각해도 혜성이는 일을 하는 아람이를 보면서 무리한다고 걱정을 했으면 했지. 일에 질투를 하거나 삐지진 않을 것 같거든. 물론 일에서 만난 이와 너무 가까워지면 그건 좀 질투를 할 것 같네. 작게 크릉크릉하는 고양이처럼 말이야! 아앗...ㅋㅋㅋㅋ 아람이는 그걸로 질투를 하는구나. 그럼 혜성이는 가만히 바라보다가.. 작게 한숨을 내쉬면서 "뭐래. 일로만 보는 이와 사적인 시간을 같이 하는 너를 어떻게 비교해." 그렇게 툴툴거릴 것 같아.
ㅋㅋㅋㅋㅋㅋㅋ 이제는 돌아갈 수 없어! 이대로 주말의 휴식을 즐기고 끝없는 달콤함을 만끽해라!
ㅋㅋㅋㅋㅋㅋㅋㅋ 이럴수가...!! 혜성이는 인간이 아닌 것에는 질투하지 않는구나! 어깨 주물주물하고 걱정해주는 거 자상해~~ 혜성이 그런 모습 보면 아람이 자발적으로 일을 줄이려고 할거야~~ 크릉크릉하는 고양이라니.... 넘귀여워....(쓰러짐) 툴툴거리는 혜성이 귀엽다~~ "그래서 나야 그여자야~! 말 돌리지 말고~!" 하면서 너라는 말 나올 때까지 장난치면서 혜성이한테 매달릴 것 같지 ㅋㅋㅋㅋ 지금 너무 행복한 거 정상이냐구~~ 물론 내일 운동 가야하지만.... 으윽.....
ㅋㅋㅋㅋㅋㅋㅋ 아람아...ㅋㅋㅋㅋㅋ 혜성이가 분명하게 말하기 전까지는 계속 그렇게 나오는구나. 그러다가 한번 제대로 삐지는 거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어. 혜성이는 그렇게 매달리면 머리를 긁적이다가 "...너." 이렇게 말하면서 고개를 홱 돌려서 툴툴댈 것 같아. 그러다가 아람이에게 "왜? 오랜만에 너도 찍어줘?" 그렇게 물어볼 것 같고 말이야.
그게 당연한 삶입니다. 선생님. 사람은 원래 5일 일하고 2일 쉬고 그런 거예요! 이게 당연한 삶이라구요!
아람은 혜성이 이마에 물수건을 올리려고 하자 이내 침대 안으로 꾸물꾸물 들어갔을 것이었다. 물수건이 이마에 올라가고 아람은 누운 채로 혜성을 올려다봤다. 왠지 자신이 한 말이 민망해져 좀 더 열이 오르는 것 같기도 했다. 왠지 어리광 같지 않은가.
“......”
확실히 혜성의 말처럼 바보일지도 모른다. 자신이 부르면 닿을 수 있는 거리에 혜성이 대기하고 있다고 생각하면 설레기도 하고 좋기도 했다. 하지만....
“그치만... 내가 자는 동안 네가 시간을 흘려보내고 있다고 생각하면... 내 자신을 용서할 수 없달까...”
도대체 아람의 사고는 어떤 회로로 움직이는 것일까. 아무래도 아람의 효율충적인 사고방식에 문제가 있는 걸지도 모른다. 자신의 시간이 소중한 만큼 혜성의 시간도 소중하다. 혜성의 시간이니까 더 소중하기도 하다. 그걸 낭비시킨다면 나 자신을 용서할 수 없다. 그런 것이다.
/아람이.... 너무 아람이스럽다. 너 이런 애였구나. 오늘 확실히 알아감(?) ㅋㅋㅋㅋㅋㅋ 혜성이 삐지는 거냐구 ㅋㅋㅋㅋㅋㅋ 귀엽겠다(?) 그냥 한 번 이야기해주면 되는 거 가지구 삐지면 어떡해~~ 툴툴 거리는 혜성이 보는 게 아람이 낙이야~ 혜성이 그렇게 이야기하면 “그래! 그럼 진짜 프로적으로 한 번 찍어.“라고 하면서 아람이 혜성이 사진에 집중할 수 없을 정도로 섹시컨셉으로 스튜디오에서 옷 갈아입고 나오기. “너 오늘 사진 찍은 거 유출되면 나 배우 인생 나락가는거 알지?” 하고 도발하고. 그게 당연한 삶이었다니.... 선생님 저는 어떤 삶을 살았던 것인가요(?)
자신이 자는 동안에 시간을 흘려보내고 있다고 생각하면 자신을 용서할 수 없다니. 그 말이 묘하게 귀엽다고 느꼈기에 꼬옥 안고 싶었으나, 지금 상황에선 그럴 수 없었기에 그는 그 충동을 애써 꾸욱 가라앉혔다. 이어 그는 아람의 이마를 물수건으로 천천히 닦아주면서 가만히 아람을 바라봤다. 그리고 눈을 감더니 한숨을 약하게 내쉬었다. 뭔가를 결심한 듯, 그는 눈을 뜨고 그녀를 바라봤다.
"내 시간은 내가 결정해. 그리고 너에게 쓰는 것보다 더 가치있는 시간은 지금 이 순간엔 없어. 알겠어?"
툴툴거리지 않고, 진지하게. 그리고 눈을 피하지 않고 빤히.
그런 모습은 혜성이 정말로 진지하게 대답할 때나 보이는 신호들이었다. 그만큼 지금 이 순간, 혜성은 그 누구보다 진지했다. 아람이 자신 때문에 시간을 낭비한다고 생각하지 않기를 바랬다. 그렇기에... 그렇기에...
"...그러니까 내 시간을 내가 어떻게 쓰건 내 맘이고 흘려보내는 거 아니야. 너에게 투자하는 거야. 재방송 안하니까 대충 알아들어. 바보야."
결국 조금의 툴툴거림이 나오는 것은 혜성이로서도 어쩔 수 없는 일이었다.
/ㅋㅋㅋㅋㅋ 삐지는 것은 아니고 괜히 부끄러워서 그렇게 말하는 것에 가까워. ㅋㅋㅋㅋㅋ 내가 말하는 삐지는 것은 제대로 대답을 하지 않는 것 때문에 아람이가 삐진다...라는 의미이기도 했다! 그 와중에...ㅋㅋㅋㅋㅋ 아니..ㅋㅋㅋㅋㅋ 그렇게 옷을 입고 오면 혜성이가 벙찐 표정으로 두 눈을 깜빡이다가 너 정말로 그 옷 입고 찍을 거냐고 물어볼 것 같아. 장난으로 하는 건가. 아니면 진짜로 하는 건가 싶어서 말이야. ㅋㅋㅋㅋㅋ 어..선생님은...그러니까...다른 이들보다 조금 더 하드한 직장생활을 한 겁니다. 네.
아 ㅋㅋㅋㅋㅋㅋㅋ 맞아 제대로 이야기 안해서 아람이가 삐질 수도 있지~! 벙찐 표정의 혜성이를 보기 위한 아람이의 작전이지! 귀엽잖아~~! "왜? 안 예뻐?" 구체적으로 상상해보자면 검은 속옷이 보이는 단추 두세개 푼 시스루 셔츠에 허벅지가 다 보이는 H라인 초미니스커트 같은 느낌이려나. "프로 혜성 작가님은 섹시 화보 촬영은 안 해보셨나요? 만약 촬영하게 되면 사감 없이 사진만 찍을 수 있지?" 하면서 장난 반 진심 반으로 혜성이 유혹할 것 같고. 어른이고 오래 사겼으니까 괜찮잖아 이정도는?(옆눈) 빈 스튜디오에서 사진작가 유혹하는 여배우(?) 확실히 하드하긴 했지..... 직장생활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