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90 둘이 언제 결혼했을지는 린의 과거정리와 알렌이 프러포즈를 언제 했을지에 달려 있을것 같고. 본격적으로 사람들 불러서 하는 공식적인 결혼식은 시나리오 후반부에 여유가 생겼거나 아니면 엔딩 뒤에 했을것 같아요. 결혼식에 얼마나 올지 떠올려보니 식장 넓이...과연 실내로 가능한 것인가 그런 생각이 들기도🙃
워애애애옹. 끼잉...월월 사방에서 털이 날리고 복실복실한게 돌아다니고 뛰고 날아다니고. 온갖 소리가 뒤엉켜 요란하게 돌아다니는 작은 짐승의 발소리와 섞여 소란스럽다. 그 중간에 선 후드를 쓴 여자가 불안스레 후드를 매만지다 더 눌러쓰며 말도 안되는 난장판을 착잡하게 바라보았다. 단 몇 시간 전만하더라도 크게 이렇다 할 것 없는 하루를 보내고 있었는데 어쩌다 이리 되었는지 린은 그저 황망했다.
젠장, 해독제만 얻는다면...고양이와 강아지로 변한 헌터들이 순진무구한, 아니 불만이 가득한 눈으로 게이트 안을 정신 사납게 가득 채우며 맴맴 돌고 있었다.
...
"테러 사건 범인의 행적이 잡혔다네요. 슈타인 씨 덕분에 UHN이 우호적으로 노선을 잡아 반장의 일의 마무리되어서 다행이에요." 앞으로는 좀 마음을 놓고 생활할 수 있겠어요. 얼마 전 있었던 소식을 그녀의 동료이자 이제는 친우라고 말할 수 있을만큼 가까워진 사람에게 통화로 전하면서 린은 감은 머리를 말렸다.
"이제 마음을 좀 놓으셔도 좋을 것 같은데, 몇 달 전의 일은 극비라서 가디언 상층부에서도 소수를 제외하면 모르고...아, 지금요? 옆 방의 라즈양께는 말씀을 드릴테니 제 방문까지 오실 수 있을까요?." 건너편에서 친숙한 금발 바보 용사의 목소리가 무어라 말하는 것에 귀를 기울이며 린은 거의 마른 긴 머리를 빗기 위해 거울로 시선을 옮겼다.
"..." 긴 검은 머리에 흰 얼굴, 오목조목한 이목구비와 긴 속눈썹 아래 붉게 빛나는 눈동자. 모든 것이 몇 초전과 크게 다를 것이 없었다. 머리 위에 위치해서 자연스럽게 쫑긋거리고 있는 무언가만 아니었다면 그랬을 것이다.
"아...?" 차마 비명을 지를 수 없었던 린은 습관대로 입을 틀어막고 뒷걸음을 치며 옆의 세면용품을 와르르 떨어뜨렸다.
"알렌군 잠깐만 오지 말아줘요 잠시만..!" 황급히 통화로 전하려 하지만 이미 통화는 린의 움직임에 끊겨버려 그녀의 음성을 전달하지 못하였고 검은 화면만 멀뚱하게 린의 다급한 얼굴과 머리위의...고양이 귀를 비추고 있었다.
'어떻게 해야 하지?' 온갖 것들이 가득차 까만 문자가 빽빽히 나열되어 정리된 공책과 같이 정연하던 머리가 순식간에 아득해지고 모든것이 증발하여 새하얘졌다. 알렌이 전화를 받고 달려오는 그 짧은 순간 린이 할 수 있었던 것은 그저 문을 잠그고 알렌에게 미안하지만 좀 있다가 자신이 가겠다며 토고에게 전해달라고 말할 것을 머리로 되새기는 것 뿐이었다.
'어떻게 해야...' 같은 생각을 몇 번째 하던 중이었을까. 통화를 끊은지 얼마 되지 않고서 쾅 울리는 소음에 린은 화들짝 놀라 저도 모르게 평소처럼 침착하게 대응하지 못하고 안쪽 방으로 들어가 버렸다. 빳빳하게 선 꼬리가 털을 꼿꼿이 세워 경계를 표현하고 있었고 귀도 바들바들 떨리며 여실히 린의 상태를 있는 그대로 드러내고 있었다.
"...알렌?" 그렇다면 문은? 머릿속에 저절로 떠오른 의문을 해소하는 대신 격앙된 푸른 눈빛이 순식간에 풀려 멍하게 자신을 응시하는 것을 그대로 마주보았다.고양이 귀와 소란에 펑 부풀렸다 알렌을 보자 다시 살랑거리기 시작한 꼬리가 마주본 눈에 비치고 제 모습이 어떤지 인지한 린의 얼굴이 순식간에 붉어졌다.
"보지 말아줘요! 수치심에 눈시울까지 발갛게 물들고 린은 완전히 이성을 잃고 바보같은 무단칩입자에게 비수를 던지는 대신 재빠르게 방에 있던 이불을 뒤집어 썼다.
'문, 부숴졌네.' 이불을 뒤집어 쓰고서 멍하게 휑하게 뚫린 방문이 있었던 자리를 바라본다. 린이 부끄러움을 이기지 못해 결국 나가라는 말을 하기 전에 재빨리 뒤로 돈 알렌이 그 자리를 메꾸고 있었다.
"...저,는 괜찮아요." 지금 이 자리에 누가 있었더라면 더 나았을까. 문득 아는 무난한 얼굴 몇몇이 스쳐지나갔다. 하지만 누가 온다 하더라도 지금 그녀의 앞에 선 사람과 같이 상반된 감정을 동시에 줄 수는 없을것이다. 그는 그녀가 마음을 놓고 안심할 수 있는 몇 안되는 존재 중 하나였지만 동시에 이 상황을 보여주고 싶지 않은 사람 중 당연 첫변째였다.
"저는 괜찮아요. 보건실에만 같이 가 주신다면 제가 혼자서..." 오랜시간 누구에게도 적을 두지 못하던 습관이 지금도 그대로 남아 그녀로 하여금 괜찮다는 말을 하게 한다. 알렌의 머릿속에 감정의 혼란이 일어나고 있는 것도 모르고서 한 번 더 방금 전보다 더 확연한 목소리로 거부의 의사를 말하던 린이 무언가를 발견하고서 말을 멈춘다. 알렌이 눈을 돌리지 않는지 확인하며 후드티를 찾아 헤메던 눈이 전에 보지 못한 무언가가 반짝이는 벽면에 고정된다.
[지구를 침공해서 츄르를 독점하겠다냥. 인간들을 모조리 우리랑 똑같이 만들어서 놀겠다 멍.]
"...이거 게이트일까요." 부들부들 떠는 손으로 이불이 흘러내리지 않게 알렌의 등을 살며시 손가락으로 톡톡 두드려 뒤를 보라 하고서 푹, 고개를 숙인다. 이불 밖으로 삐져나온 꼬리 끝이 이 모습으로 설마 게이트까지 가야한다는 생각에 축 늘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