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부 없었던 일이 될테니까. 내가 너에게 뭘 하든 전부 없었던 일이 될테니까. 내가 너에게 가진 감정조차 전부 너한테는 없었던 일이 될테니까. 나는 너한테.... ....아무 일도 없었던 사람이 될테니까. situplay>1597038191>1 히다이 유우가 situplay>1597038191>2 메이사 프로키온 situplay>1597038191>589 이누키 시로 situplay>1597048240>874 미스미 에리카 situplay>1597038191> situplay>1597039238> situplay>1597041174> situplay>1597044204> situplay>1597046156> situplay>1597046776> situplay>1597047117> situplay>1597047643> situplay>1597048240> situplay>1597049307> situplay>1597049845>
메이사에겐 어떤 망설임도 없었다. 쪽지를 뽑고 인지하는 데에 1초 아래로 할애하고, 어디로 가야할지 고민하는 기색조차 없이 나에게로 직진해왔던 것이다. 뭐, 뭐지? 라이터? 안경?!?
주머니를 뒤적거리고 있다보면 아뿔싸, 지금은 그 빌어먹을 파니니 차림이라서 주머니의 물건이 없다......! 안경도 갸루들이 '에잇 이딴 건 꾸미는 데에 방해된다고 깐깐하고 섹시한 칼럼니스트라도 될 셈이냐!!' 라며 어디론가 없애 버렸고. 지금 내 눈에 낀 건 렌즈 뿐인데 ―
"―자, 잠깐 메이사 나 물건이 없―"
그러나 메이사는 그따위는 알 바 아니라는 듯 나를??? 확 들어올려서??? 들쳐업? 고 ? 두다다다 달리기 시작했다. 뒤에서 파락파락파락 치맛자락이 휘날리는 소리가 들린다. 주변의 말딸들이 이상하게 전의를 상실하는 것도... 아......... 오늘도 몬다이의 명예는 훼손당했다.
하지만 뭔가, 이렇게 들쳐업어져서 달리는 거... 이상하지 않아. 처음에는 성인 남성이라는 게 이렇게 쉽게 들리는 거였던가 메이사가 무거워서 짓눌려버리면 어떡하지 하는 두려움도 아찔함도 있었으나, 옮겨지면 옮겨질수록 안정감을 느끼는 내가 있다.
그렇게 1착으로 골인, 사람들은 나와 메이사의 쪽지, 그리고 메이사, 그리고 나...를 얼떨떨한 표정으로 보다가, 담당이니 뭐니 수군거리더니 만장일치로 OK 해줬다. 아니, 대체 뭔데 그 쪽지의 내용. 어쨌건 에러나는 일 없이 1착이어서 다행이긴 한데.
"...대체 뭐였던 거냐 그 쪽지는?"
구겨진 치마를 툭툭 터...는 와중에 발견했다. 메이사가 우악스럽게 날 들쳐업는 통에 연약한 아마추어 재봉이 터져버린걸. 그래서 나의 뒷 치마가 허릿단에서부터 찢어져, 달랑달랑한 채로 '살려조 쭈인니...' 라고 하고 있고, 그 틈에는 나의 속바지가...
쪽지의 내용물이 뭐였냐고 물어오는 유우가를 보고 나는 잠시 멈칫했다. 아니. 유우가가 걱정하는대로 변태라고 적혀있는 건 절대 아니지만, 그보다 어쩌다 그런 꼴이 된거야 유우가!? 완전 너덜너덜하고 치마는 그냥 천쪼가리가 됐고 풍성한 속바지만 살아남아있는 그 몰골은 대체... ....내, 내가 너무 세게 들쳐업었나....? 재봉을 더 튼튼히 할 걸.......
아무튼! 다른 곳을 새던 생각을 다시 다잡는다. 으, 으으.... 그게.... 다른 사람들한테 오케이 받기도 했고 뭔가 공인?된 느낌이긴 하지만, 본인한테 보여주긴 또 부끄럽다고 할까.....
"그, 그거언... 그러니까아... 변태는 아닌데....." "—하웁!!!"
소중한 사람이라고 적혀있어서, 유우가를 들고 왔다고 보여주면.... .......나, 나는 정말로 소중해서 그런 건데 유우가는 또 별로 안 좋아할 것 같으니까. 이렇게 사람이 많은 곳에서는 더더욱. ...하츠모데때도, 학교에서는 티내지 말라고 했었고.....
그래서 내가 택한 것은, 난죽택...이 아니라 쪽지를 재빠르게 입에 넣고 우물거리다가 삼켜버리는 것이었다. 와구와구 더비를 생각나게 하듯 빠르고 정확하게 삼킨 종이는.... 정말로 맛없었다. 완전 최악. 염소들은 이런 걸 어떻게 먹는 거지.
"에우엑.... 종이 맛 최악이야....."
사실 삼키는 것도 힘들었다. 엄청 오래 씹어야 그나마 흐물흐물해져서 삼키기 쉬웠겠지만, 지금은 그렇게 오래 씹을 여유도 없어서 대강 씹고 넘겼더니 으윽, 목이 아파아....
뒷말을 기다리고 있었지만, 그 말은 들려오지 않았다. 말이 나와야 할 입구멍이 종이로 틀어막혀 버렸으니까. 기습적으로 저지른 일이었고, 나는 꿈에서도 보지 못한 슈르한 풍경― 메이사가 종이뭉치를 질겅질겅 씹고 있는 기이한 풍경에 잠시 정신을 못차리고 있다가,
"에―――!???!?"
하고 비명을 질렀다. 결국 D반과, D반에 기여한 메이사는 운동회에서 1등을 하지 못하고 온천권을 따지는 못했었다는 게 시니어 시즌의 일...
'그것도 벌써 몇 년 전 이야기더라.'
2~3년쯤 된 이야기네. 아이스박스에서 포카리 하나를 꺼내 마셨다. 수분 보충을 위해서다. 이제 내가 물건 찾기 경주를 나가야 하기 때문에. 담임도 꼭 한 번 출전해야 한다니 대체 뭔 조항이 이렇담. 담임을 요깃거리로 쓰는 문화 규탄한다.
블레이저를 벗고 셔츠 소매를 걷어붙인다. 왜 하필 물건 찾기 경주에 출전했는가. 그건 이게 스피드보다는 능지에 더 가까운 경주라서다. 어이없이 우기는데 그게 좀 웃기면 받아들여주는 경우도 있고(애초에 트레센은 찾기보다 우기는 게 더 메인 컨텐츠인 듯 했다. 황당한 것만 모아놨다나). 무엇보다 무릎에 무리가 안 가니까. 여전히 무릎에 큰 부하를 주면 안 되긴 마찬가지라... 어쩔 수 없이 출발선에 섰다. 이게 마지막 경주이라서 그런가 햇볕이 덜 따가워진 게 느껴진다. 그런 걸 느끼느라 늦게 출발. 건성으로 달려선 쪽지를 뽑았는데......
「신랑 신부」
......? 잠깐 대가리가 멍해졌다.
신랑과 신부 두개를 찾아와야 하는 건가? 아니면 내 성별에 따라 신부나 신랑 하나만 구해오면 되는 건가? 그게 아니면 젠더프리한 요즘의 성향을 반영한 건가?(애초에 이러면 신랑신부라는 호칭부터 에바 아닌가라고 마음 속의 미스미가 태클 걸지만 무시 무시.)
......하늘을 쳐다보고 한숨을 한 번 내쉰다. 그대로 고개를 돌려 바라보면, 그 방향에는 신부 차림을 한...
출발선에 선 유우가가 벗어둔 블레이저를 주워들어 먼지를 털다보면, 문득 예전의, 츠나센에 있을 때의 체육제가 생각난다. 시니어 시즌에 그런 일도 있었지. ...그 다음해 체육제는 기억도 안 난다. 당연하게도 참가를 안 했기 때문이다. 참가는 고사하고, 출석일수만 어거지로 맞추고 대체로 방 안에만 틀어박혀 있었던 시기라서. 조금 쓰린 기억을 애써 밀어넣고, 블레이저를 한 손으로 들고 신부차림을 한 채로 관중석에 앉아 다른 말딸들이 하나 둘 던지는 말에 건성으로 대답한다.
- 멧또레~ 웨딩드레스 언제 벗어? "벗으러 갈 틈이 없잖아~ 하아. 이거 생각보다 좀 답답한데에."
조금 전 코스프레 레이스-물건 가져오기랑 비슷한 느낌으로, 제비를 뽑아서 거기 적힌 의상으로 갈아입고 뛰는 레이스다-에서 걸린 게 웨딩 드레스라, 열심히 갈아입고 뛰긴 했는데 아쉽게도 3착이었지. 아니 이거 은근히 뛰기 좀 불편하고(승부복하고는 완전 다른 느낌이니까) 무엇보다 나 잔디 적성 아니고, 흡연으로 심폐지구력도 좀... 많이 깎아먹고 그래서.... 그래서 3착 한 거야. 전성기였으면 1착하고도 남았을걸(아니다).
아무튼 이런저런 얘기를 하다가, 트랙을 등진 내 뒤쪽을 보던 말딸들의 눈이 커지더니 소곤거리기 시작했다. 뭐야. 영문을 모르겠네. 그러면서 뒤돌아보면 거기엔 이쪽으로 걸어오고 있는 유우가가. ....아! 혹시 겉옷 가지고 가야하나? 아니면 뭐, 어, 물건으로 나올만한게... 신발? 라이터? 담배...는 아니겠지 아무리 그래도. 응. 아무튼 물건을 가지러 오는 건 확실하니까. 뭐든 줄 수 있게 만반의 준비를 해둔다.
"아, 역시 이건가. 그래 자 여기— 하아!? 나까지!?"
역시 이거였나. 나의 예지안, 엄청나지? 살짝 도얏- 한 얼굴로 블레이저를 내밀다가, 뒤이은 말에 벙쪘다. 하!? 나도 같이 오라고!? 어째서?!!?
"엣, 아, 아니. 이거 아냐? 이거 들고 가면 되는 거 아니야?? 왜 나까지??"
나의 예지안, 대실패. 상상도 못한 일이라 조금 허둥댔지만, 뭐, 뭐어. 어쩌면 웨딩드레스일지도 모르지. 근데 벗겨서 들고 가긴 좀 그러니까 그냥 같이 오라고 했을지도... 오, 이거 그럴듯한데. 그렇게 혼자서 생각하고 혼자서 결론을 내린 뒤에 작게 한숨을 쉬었다. 그럼 어쩔 수 없지. 같이 가줘야겠구만.
"음, 아니, 하아, 그런가아... 뭐 어쩔 수 없지. 알았어." "...뭐해. 가자."
유우가의 귀가 빨갛게 된 것도, 웨딩드레스를 어떻게 벗겨서 들고가냐던가 뭐 그런 생각 때문이겠지. 다 알았다고. ....참 나. 여자친구도 있으면서 왜 이렇게 모쏠○○○다이처럼 구는 거냐고. 아, 이 생각 괜히했다. 어쩐지 기분이 또 안 좋아지고 있어.
블레이저를 받아들고, 벙찐 메이사의 왼손을 잡으려다가... 봉합한 지 얼마 안 됐었지. 오른손을 잡아당겼다. 그리고는 설렁설렁 걸어갔다. 과연 온갖 기상천외한 것들이 있는지 스피드와 파워만 찍던 말딸들은 허둥지둥 관중석을 누비는 모습이다. '몬스터― 몬스터 드링크는 없으신가요― 몬스터 캔 만한 다른 물건이어도 괜찮으니까요―' 라고 외치는 녀석도 있는데. 아니 몬스터 캔이랑 비교할 정도면 그건 진짜 몬스터라고... 라고 딴죽을 걸고 싶은 마음을 애써 참았다.
여기서 딴죽을 걸면 나도 아웃이니까. 결국 이대로 마이크를 든 심사위원과 사회자에게 가자, 눈을 희번득하게 뜬 해설 담당이 레이스를 해설하던 짬바 그대로, 쩌렁쩌렁 스피커를 울려댄다.
- 오― 1착으로 왔습니다 팀 블랙의 히다이 트레이너! 옆에는 신부를 데리고 왔는데 과연 그 쪽지에 적힌 건 뭘까요? 3명의 심판 중 2명이 찬성해야만 인정이 될텐데 과연 될런지! - 자자, 모두의 앞에서 말해주세요 히다이 트레이너가 찾아야 했던 물건을!
"...부."
- 네?! 잘 들리지 않아요! 마이크에 대고 똑똑히 말해주세요 히다이 트레이너!
"......신랑신부!!!"
거의 신경질 부리다시피 마이크에 대고 외치자, 좌중의 이목이 이쪽에 훅 쏠리는 게 느껴진다. 그리고 내 옆에 있는 건 아무리 봐도 신부지. 여기서 태클을 걸 수는―
- 에... 음, 신부는 있네요. 근데 신랑은 어디 있나요?
심사위원이 딴지를 걸었다. .........메이사 얼굴도 보기 어려워서 푹 수그리고 있었지만, 여기서 답을 더 주저할 수는 없었다. 이젠 얼굴이 화끈거리다 못해 목에서 발딱거리는 경동맥까지 느껴질 지경. 아, 젠장젠장젠장젠장!! 1착으로 들어오지 말걸 놀리고 앉았어..............!!!!!
아까 챙겨뒀던 블레이저를 걸쳤다. 그리고 나를 가리켰다.
"신랑."
그리고 메이사를 가리켰다.
"신부."
오오오오오― 놀리는 기색 역력한 함성이 울려퍼진다.
- 우와앗 히다이 트레이너! 자기자신을 신랑으로 그리고 메이사 트레이너를 신부로 말해버렸습니다! 이러면 정말로 신랑과 신부 한 쌍이 완성인데요, 심사위원들은 과연 인정해줄런지!
심사위원 중 한 명이 히죽거리는 웃음과 함께 입을 열었다.
- 아니, 근접하긴 한데~ 이건 뭐랄까, 신랑과 신부보다는 회사원과 신부죠~?
신랑신부다운 행동을 해달라는 거다. 트레센의 물건찾기 경주는 이런 식으로 놀려먹는 게 반이지. 물건을 찾던 녀석들마저 이쪽으로 눈을 돌리고 지켜본다. 하, 하지만 나는 이게 최선이었어. 최선이었다고. 여기서 더 어떻게―
웨딩드레스가 아니었다고!? 여기에서 1차 경악. 그리고 유우가가 자기를 신랑, 나를 신부로 지정한 데에서 2차로 경악했다. 엣, 으, 어?! 아니 그보다 신랑신부를 왜 쪽지에 적어두는거야 어떻게 가져오라고 그런 걸?! 무, 물론 지금 우린 가져오긴 했지만....
"그, 그래서 나까지 오라고...." "....으우..."
뭔가 이상한 기분이 든다. 시니어 시즌에는 그렇게나 바라던 건데. 그냥 이런 코스프레라도, 물건찾기 경주 때문에 임시로 하게 되는 거라도 분명, 그때는 기뻐했을텐데. 지금은...... 잘 모르겠어. 기쁘긴 기쁘지만, 그 이상으로 복잡한 기분이 된다. 겉으로만 보면 신랑과 신부가 맞지. 정장과 웨딩드레스, 그리고 반지. 하지만 조금만 뜯어보면 결코 그렇지 않다는 걸 알 수 있다. 유우가가 낀 반지는 내가 아니라 다른 사람과 맞춘 반지고, 이 웨딩드레스도 진짜가 아니라 조잡한 가짜고, 무엇보다도.....
....왼쪽 손목이 조금 욱신, 쑤시는 것 같았다.
나도 유우가처럼 고개를 푹 숙인 채, 손가락을 꼼질거리고 있었다. 서로 고개를 숙인 채로 아무 말도 못하고 있는 신랑신부라니. 그래서였을까, 심사위원 중 한 명이 짓궂게 놀리는 말을 꺼낸다. 신랑과 신부다운 행동을 해보라는 말이겠지.
"......유우가."
유우가가 걸친 블레이저를 살짝 잡아당기면서 불렀다. 그렇게 해서 이쪽을 돌아보면, 발돋움을 해서 얼굴을 가까이 댄다. 유우가의 얼굴과 내 얼굴이, 입술과 입술이 거의 맞닿을 것 처럼 가까워지고—
—대충 주변에서 보기엔 츄~💕하는 것처럼 보일만큼 근접한 거리까지 다가간 후에 멈췄다. ...조, 조금이라도 움직이면 진짜 닿을 것 같은데, 실수인 척, 다리를 삐끗한 척, 아니면 다리에 힘이 빠진 척 비틀거리기만 해도 금방이라도 닿을 것 같다. 하지만 닿는 일은 없겠지. 잠시 그렇게, 누구라도 '이녀석들 진짜로 했네 했어'라고 생각할 정도의 시간이 지난 뒤에 얼굴을 천천히 떼어낸다.
"....됐지?"
유우가가 끼고 있는 것과 똑같은 걸 끼고 있을, 그 트레이너가 있는 관중석 쪽을 애써 외면하면서 그렇게 중얼거렸다.
저 뭔가 멧쨔가 트레센 이사장이 돼서 여기저기 출장 다닐 때 유우가가 짐을 도맡아 쌀 거라고 생각해요 🤔 멧쨔 찾아 다니는 동안 숙련됐달까 아침에 일찍 깨서 멧쟈한테 속옷 뭐넣어? 옷은 저번의 그거면 돼? 구두는? 하고 마구 물어보면서 짐 싸는데 잠 덜꺈 멧쨔가 🥺 나 두고 가는 거야? 🥺 가지마 유우가아... 🥺 마구로 1착 할 수 있으니까안... 해서 유우가 속이 와장창해버리는 걸 보고 싶어졌어요
난 의도적으로 메이사를 보지 않았다. 그냥 그 표정이 떨떠름할 거는 이미 예측했던 거고, 메이사나 나나 이 상황을 별로 반기지 않을 건 분명했으니까. 어쩌면 여기서 기분이 상해버린 메이사가 휙 돌아가기라도 하면 탈락은 확정이고. 그래서 기대를 하는 대신 한숨을 속으로 삼키며 의연해지기로 한 거다. 약속된 아쉬움, 그리고 메이사랑 돌이킬 수 없는 관계가 됐다는 자각에서 오는 씁쓸함 따위에.
그래서 메이사가 조심스럽게 블레이저를 잡아당길 때, '난 이거 싫어 돌아갈래' 하겠거니 했다.
"...어쩔 수 없지. 그럼 나는 다른 ㅅ..."
다른 신부를 찾아볼게 하는 말은 나오지 못했다. 메이사가 까치발을 하고, 내 목깃을 잡아당겨서 입을 맞― 추지는 않았고, 그 정도로 가까이 왔으니까. 불현듯 크리스마스 때의 기억이 내 머리를 때리고 지나갔다. 그래서 숨을 참았다. 나도 모르게 입술에 힘을 줘서 무심결에라도 열지 않았다. 메이사의 숨결이 입술을 간지럽혀서, 나쁜 짓을 저지르기 직전의 조마조마한 기분이 들었다. 엄청 두근거렸다. 분명 여기서 저질러버리면, 잃어버린 그 반지를 배반해버리기 때문이겠지. 누구보다 신의와 의리를 중시하는 그 여자의 약속을 저버려서.
그 녀석은 이걸 보고 무슨 생각을 할까. 몇 초 사이에 온갖 생각을 해버렸다. 메이사가 얼굴을 떼어내고 심사위원들에게 말할 때까지 멍청하게 그대로 있었다. 가까이 있던 체온이 멀어지고 나서야 깨닫는다. 내 얼굴 지금 엄청나게 뜨겁다고.
- 마, - 맙소사―!!!!! 메이사 트레이너, 믿을 수 없는 퍼포먼스를 보여줍니다! 이건 어딜봐도 어엿한 신랑신부군요, 심사위원들이 과연 인정을 해줄지!
어색한 정적을 깨는 해설의 요란한 호들갑.
- 만장일치, 만장일치입니다―!!!! 이렇게 해서, 달리지도 않던 히다이 트레이너가 물건찾기 경주에서 1착을 차지합니다―――!!!!!
보상으로 주어진 어느 료칸의 이용권. 나는 곧이곧대로 기뻐할 수 없었다. 결국 우리를 둘러싼 주변이 수군거리는 걸 느끼며 자리로 돌아오고서, 메이사에게 그 이용권을 내밀었다.
"줄게. 너 덕분에 얻은 거니까." "난 원래 반 점수에 기여하려고 출전한 거고... 이건 생각지도 않았거든. 같이 갈 친구도 당연히 없고." "팔아서 용돈 삼든 혼자 즐기고 오든 해."
아행복햌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아...아앙...메이사가 5마리야..죄다 귀꼬리 달고있어... 꼬리에 리본도 있어... 샷건 들고있어...으...으아아... 이걸진짜그려준다고요?!?!??? 나 너무 복지를 잘 받고 있는 거 같은데???????? 으아아~~~~~~~~~~~~~~~~~~~~~~~!!!!!!!!!! 메이사가 너무 귀여워~~~~~~~~~~~~~!!!!!!!!!!!!!!!
뭔가 처음에는 🙀 에... 그냥 주는 건가... 하다가 잠이 안와서 곰곰히 생각해보니 🤔 같이 갈 친구가 없다고?! 여친 있잖아?? 좋다고 가져가야 하는 거 아냐...??? 🤔 .........권태기인가? 하고 여친과 담판지어볼까 고민하면서 잠든 유우가를 지그시 바라보는 멧쨔를 보고싶어졌어요
아까 못한 거 할까나...🥺 하고 유우가의 입술도 빤히 보다가 일말의 양심(?)으로 포기할 거 같아..
대성공. 만장일치로 성공 판정을 받고, 물건찾기 경주에서 1착을 차지했다. 좋은 일이지만 어쩐지 기분은 그렇게 좋진 않아서. 그리고 그런 건 나뿐만이 아니라고 하듯, 네 표정도 좋지 않아서. 그게 더욱 더 기분을 가라앉게 만든다. 아무런 말도 하지 않고 관중석으로 돌아오는 우리를 대신하듯 주변이 수군거리며 떠들썩해진다. ....옷이나 갈아입으러 갈까. 하지만 움직이기도 전에 네가 먼저 무언가를 내밀었다. 조금 전 경주 1착의 부상, 료칸 이용권이었다.
"......"
떨떠름한 얼굴로 일단 받아들었다. 나도 딱히, 같이 갈 사람 없지만. 그걸 알고 있다는 듯, 팔아서 용돈 삼든, 혼자서 가든 하라는 말을 하는 너를 흘끗 보다가 그냥 그대로 등을 돌리고 걸었다.
옷을 갈아입고, 다른 종목에 나가는 아이들을 서포트하거나 이런저런 잡무를 보거나. 그렇게 정신없이 돌아다니며 체육제를 나름대로 즐기는 동안에도. 체육제가 끝나고 지친 걸음으로 집에 돌아갈 때도. 집에 도착해 샤워를 하고 저녁밥을 먹고, 잠시 소파에 앉아 쉴 때도. 그리고 자려고 침대에 누운 지금까지도, 무언가가 내내 마음에 걸렸다. 뭔가가 걸린다, 하지만 생각이 나지 않아서 찝찝해. 분명 피곤한데도, 그 무언가가 걸려서 쉬이 잠들 수 없었다. 자꾸만 뒤척이게 된다.
한참을 뒤척거리다가 옆에 누운 유우가를 본다. 저녁을 먹고 양치를 한 후에 놀라울 정도로 빠른 속도로 잠들어버린 유우가를. ....오늘 이런저런 경기도 나갔고, 많이 뛰어다니기도 했으니까. 우마무스메인 내가 이렇게 지칠 정도니 히또미미는 더하면 더했지 덜하진 않았겠지. 곤히 잠든 유우가를 빤히 보다보면, 낮에 있었던 일이 생각난다. 같이 갈 친구가 없다면서 나한테 료칸 이용권을 건네준 그 일이.
"....아."
그러자 갑자기, 막혀있던 것이 터져나오듯이 떠올랐다. 계속 뒤척이게 만든 그 무언가가 뭔지 알 것 같았다. 그래. 같이 갈 친구가 없을리가 없지. 유우가가 끼고 있던 반지, 그 반지를 같이 맞춘 사람. 유우가의 여자친구가.... 있잖아. 근데 왜 같이 갈 생각은 안 하고, 나한테 넘긴 거지? 오히려 같이 갈 사람이 없는 건 나인데......? 오히려 날 두고 둘이서 갔다올테니 집 잘 지키고 있으라는 말을 해야하는 게 맞지 않나?
".....흐음....."
여자친구랑 사이가 좋다면, 나올 수 있을리가 없는 말이다. 같이 지내는 나를 배려해서 감춘 거라면... 굳이 팔아서 용돈 하라는 말까지 한 걸 보면 내가 중고로 올리면 유우가가 사 갈 생각이었다던가...는 무슨 전개야 그게. 그렇게 꼬아서 갈 녀석은 아니지, 유우가는. 그럼 무슨 뜻일까..... 여자친구가 있지만 같이 료칸에 갈 생각은 없다는 건.... 잠든 유우가를 빤히 바라봐도, 답은 돌아오지 않는다. 낮에 그랬던 것처럼, 괜히 얼굴을 가까이 가져가본다. 그때처럼 아주, 아주 가까이. 유우가가 뒤척이거나, 내가 살짝만 움직이면 바로 닿을 정도의 거리까지.
그리고 그냥 다시, 고개를 들었다. ......역시 이건 양심이 좀.
"권태기인가..."
그럼, 말하러 가볼까. ...그 사람 조금 무서워서, 어려울 것 같지만. 조만간 찾아가봐야겠다는 생각을 마지막으로, 나도 다시 자리에 누웠다.
/히히.. 막레 가져와봤어요🤭 그 근데 진짜 후히히 네트워크 너무 무서운...🫠 동조율 너무 높아요......
집 잘 지키고 있으라고 말해야 하지 않나 <- 메이사 스스로도 자기를 강아지 취급하는 거냐고요wwwwwwwwwwwwwwwwww 아니!!!!!!!!!!!!!! 강아지 두고 어딜가!!!!!!!!!!쭈인니 언제오냐고 현관에 하루종일 누워서 낑낑댈텐데 강아질 두고 어딜가냐고요 미쳤나 메이사 당연히 데려가야지 유우가는 메이사가 또 그럴까봐 불안한 마음 반 나만 좋은 거 누리기 미안한 마음 반 해서 메이사 료칸도 예약해놓고는 데려갈 녀석이라고 이 바보바보바보강아지가아아아앇
히히...행복해... 장보고 오겠습니다.........😇😇😇😇😇😇 아니근데... 너무 커엽지잖아요 우마미미대신 이누미미가 나와버린 멧쨔... 히히...히힉힉 유우가 언제와 😿 하고 현관에서 꼬리 축 처져있다가 발소리 들리면 꼬리 흔들어버리고 하지만 걸음이 멈추질 않고 지나쳐버려서 다시 추욱멧쨔가 되는 것도 봐버렸다고...멧쨔......안되겠다... 중성화수술시키러가야겠다
멧쨔도 혼자 갔으면 아마 가이세키 먹으면서 😺 이거 유우가가 좋아하는거네 😺 이 사케도.. 좋아했겠다... 😺 .... 😿 ...유우가랑 같이.. 오고 싶었는데에.... 하고 결국 훌쩍훌쩍 울 것 같아요🤔 혼자 사케 엄청 마시고 뻗어서 온천도 잘 못들어가고 그냥 먹고 자고 오는 수준이 됐을지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