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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루아상은 초승달을 본따 만들어져서 이름이 그렇게 되었다고 책에서 읽었다. 크레센트 커브의 그것과 같은 명명법이다. 나가쿠모, 길다란 구름 사이에 초승달이라, 지금 눈앞의 선배는 은은한 달빛에 얼굴 선만을 드러내고 있으니 잘 어울리는 이름이다.
"그런가? 떠다니는 구름도 일직선인가? 흐핫. 저, 야구를 아주 잘 아는 건 아니지만."
예전에 책에서 본 적 있는 것은 크루아상 얘기뿐 아니다.
"직구라고 하시니까, 생각나는 얘기가 있어서...책에서 본 얘기니까, 선배가 더 잘 아실지도 몰라요. 그, 나가쿠모 투수가 엄청 잘 던졌다는 커브 말이에요. 그건 초승달처럼 휘어져 들어가서, 낙차가 커서, 강력한 공이었다는 거잖아요? 이렇게."
손이 발밑에 있던 라무네를 들어 올린다. 라무네를 연필 삼아 히라무는 허공에 궤적을 그렸다. 밑으로 오목한 초승달의 커브가 라무네 병뚜껑 끝에서 나온다.
"이건 위를 향하는 초승달이죠. 커브라면 이렇게 떨어지는 공이고...그런데 미카즈키 선배는 직구를 던지시니까, 직구 중에는 가는 길이 이런 느낌의 공도 있다고."
몸 쪽으로 끌어온 라무네 주둥이가 다시 새로운 선을 그렸다. 이번에는 위로 오목하게, 상하가 뒤집힌 꼴이다. 투구의 궤적으로 따진다면 커브를 거꾸로 뒤집어놓은 모양새다. 히라무는 다시 병을 가슴팍으로 가져와서, 쭉 앞으로 밀었다.
"음, 정확히는 일직선으로 이렇게 뻗다가..."
그러다가 끝에서 휙 꺾어 올렸다.
"바로 타자 앞에서, 둥실 떠오르는 공."
들린 라무네에서 딸랑이는 소리가 울린다. 히라무가 손장난처럼 병을 돌리고 있어서다. 구슬이 부딪치며 내는 소리다.
"그것도 어떻게 보면 초승달이잖아요? 상하가 반전된. 엄밀히 말하면 그건 부상하는 공은 아니라던데. 다른 직구에 비해서 낙차가 월등히 적어서, 사람 눈에는 떠오르는 것처럼 착각하게 된다고. 멋있어서 기억하고 있었어요...공은 절대 중력을 거슬러 올라오진 않으니까, 모든 공은 어느 정도의 추락을 거치는 거죠. 그런데 그 추락이 남달라도 좋은 커브가 되고, 최대한 자기 길을 나아가도 독특한 직구가 된다는 게요."
선배의 입모양이야말로 초승달을 닮았는데. 둥글게 올라가는 입꼬리, 부드러운 입술 선. 꼭 할아버지의 커브나 아버지의 이름이 아니라도. 안쪽에 뭔가 검은 잉크가 점점이 찍혀 있는 종이배는 선배의 흘려보내는 미련을 태우고 있을 것이다.
"어떤 궤적이든 자신만의 궤적이면 좋은 공이 될 가능성이 있는 거니까. 이름도 멋있고. 라이징 패스트볼."
히라무가 그걸 건져주지는 못한다는 사실은 스스로도 알고 있지만, 같이 배를 타게 된 인연에다 매일 안테나를 세우고 다니는 히라무의 성격상 그 미련이 궁금해질 수밖에 없었다.
"그러니까 선배도 선배만의 초승달을 그리고 계신 건지도. 물론 그건 명백한 직구지만...선배는 초승달이니까."
미카즈키를 따라 빙긋이 웃던 히라무가 슬금 실눈을 떴다. 물어보는 것만큼은 나쁜 짓이 아니지 않나?
"놔준다면, 그건 못 이루는 소원...같은 건가요? 그냥 궁금해서요...말씀 안 하셔도 되고..."
어떤 구질을 이야기하는지 알 것 같았기에, 이방인은 차분히, 쾌활한 소년의 말에 귀를 기울이며 앉아있었다. 삐걱. 배가 흔들리는 소리가 난다. 그리고 히라무의 구질 이야기가, 선배도 선배만의 초승달을 그리고 계신 건지도- 하는 말로 끝을 맺었다. 그러고도 이방인은 조금 더 입을 다물고 있었다. 묵묵히, 히라무를 바라보다가, 이방인은 입을 뗐다.
"호죠 씨. 초승달을 그리건 긴 구름을 그리건..."
물론 히라무의 말이 맞다. 누구나 자신의 궤적을 가지고 어떤 길을 따라간다. 그 길 끝에서 다양한 것들을 만나고, 마주친다. 그러므로 그 사이에서 길을 잃어버린 이들에게라면, 히라무의 조언은 매우 힘이 되는 격려였을 것이다. 그러나, 이 이방인은...
"스트라이크 존을 지나서 포수 미트에 꽂히지 않으면, 아무 것도 되지 않아."
스트라이크냐, 아니면 그 밖의 쓰잘데없는 것이냐에 천착하여 살아온, 그렇게 배우고 그렇게 자라온, 투수였다. 여름을 향해 힘껏 내던진 공이, 차가운 홈런을 맞아 더 이상 손닿지 않을 곳으로 날아가버린. 스트라이크 존만이 오로지 향해야 할 길이 아니라는 것을 어쩌면 그에게 알려줄 수도 있겠으나, 그것은 많은 시간을 들여야 하는 지난한 일일 것이고, 우리에게 허락된 시간은 이제 그 끝을 바라보고 있다.
"내 공이 닿기까진, 타석이 마운드에서 너무 멀리 있는걸..."
기울어져가는 초승달은 그렇게 중얼거리며 웃었다. 히라무의 질문에, 그는 문득 손에 들린 종이배를 힐끔 내려다보았다.
"...그런 셈이야. 내겐 분에 넘치는 것들이라."
내가 살아있다고 느끼게 해주세요. 내가 좋아했던 모두를 다시 만나게 해주세요. 모르던 이들과도 친해질 수 있게 해주세요. 내가 나로서 있을 수 있게 해주세요. 그 무엇의 앞에서도 꺾이지 않게 해주세요. 다른 이들과 함께 새로운 좋은 기억을 쓰게 해주세요. 그것으로 나쁜 기억들을 지울 수 있게 해주세요. 내가 다시 행복을 느낄 수 있게 해주세요. 앞으로 나아갈 수 있게 해주세요. 내 여름을 되찾게 해주세요.
미카즈키의 표현은 친절하고 자세하다. 히라무가 조금만 더 야잘알이었다면 그랬을 것이다. 그러나 히라무는 야구를 책으로 배우고 운동장에서 구경이나 한 야알? 수준의 지식을 지니고 있었으므로 미카즈키의 단호한 말에 조금 멍청하게 대답했다.
"어? 그래요? 꼭 그 안에 꽂혀야 하는 거였어요?"
친구들이나 아버지 옆에서 관람하는 도중에 히라무는 아웃, 세이프, 스트라이크와 볼의 기준을 묻고는 했다. 야구는 직관적이지 않은 스포츠다. 그래도 눈에 보이는 부분이 있다면 홈런 정도? 그리고.
"타자가 헛스윙하면 상관없이 스트라이크 아닌...었구나?"
선배의 우울한 낯빛에 히라무는 늦게나마 눈치를 슬쩍 보았다.
"저, 진짜로 야구 잘 모르거든요. 아까 그것도 책에서 읽은 거고. 그냥 음, 뭐랄까...선배 기분을 풀어드리고 싶었어요. 미카즈키, 좋은 이름이라고 생각했어서."
타자가 헛스윙을 하더라도 포수는 공을 잡아야 한다. 헛스윙은 스트라이크가 되지만 포구 실패는 아웃이 되지 않는다. 낫 아웃 스트라이크에서 타자는 뒤도 돌아보지 않고 뛰어야 산다. 투수로만 뛰어오느라 어린 시절의 스위칭 기억을 잊어버린 학생에게는 당사자성 없는 이야기겠지만.
"근데 좀 재밌는 얘기를 하시네요. 선배 말씀대로면 야구는 투수만 하는 게임처럼 들리잖아요. 스트라이크를 꽂으면 투수는 좋겠죠. 그치만 점수가 나지는 않던데."
히라무는 라이터를 건네받아 스위치를 툭툭 당겼다. 불꽃이 훅 피어올랐다.
"야구는 모두가 같이 하는 게임이라고, 누군가 한 명이 이끌어갈 순 있어도, 팀이 승리하기 위해서는 모두 각자의 역할을 해야 한대요. 그래야 배가 나가는 것처럼 나가는 거라고, 아빠가. 그라운드가 갑판이면 선수는 선원이래요. 아, 물론 선배가 열심히 고민하는 건 그 역할을 하시기 위해서겠지만요. 아니라는 뜻은 아니었어요..."
등불 안으로 라이터 불꽃을 건네자 등불에 은은하게 빛이 들어섰다. 히라무는 미카즈키를 보았다. 선배는 곰발바닥 같은 손에 조그만한 종이배를 신성한 것이라도 되듯 조심스레 쥐고 있었다.
"타자가 헛스윙해도 물론 스트라이크지. 굳이 스트라이크를 낼 필요도 없어, 야수가 주자 잡아줄 거라고 믿고 땅볼을 뿌리는 것도 방법이야. 아웃카운트만 잡으면 그만이지. 네 말이 옳아. 야구는 혼자 하는 게임이 아니지..."
아무것도 아닌 이는 선선히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스트라이크 존에 대한 비유가 그렇게 단순하게 끝날 게 아니라는 것은 잘 안다. 야구라는 건 직관적이지 않은 만큼 오묘한 수싸움이 여러 가지 있는 스포츠니까. 포구 실패도 있었고, 포수가 할 걱정을 투수가 다 해버리던 이 투수에게는 그 포구실패 상황도 당연히 염두에 있는 것이었다. 하지만 그런저런 오묘한 경우의 수들을 일일이 시시콜콜 꼽아가며 빗댈 수가 없다. 애초에 헛스윙이니 땅볼이니 하기에는 공이 닿지도 못할 만치 타석이 저 멀리 멀어져갔고, 무엇보다...
"하지만... 내가 혼자 남았으니까."
...많은 것이, 있어야 한다고 혹은 있을 거라고 생각했던 많은 것들이 멀어져갔다. 많은 이들이 그의 곁을 떠났다. 단 한 사람도 붙들지 못했다. 아무것도 남지 않았다. 야구가 혼자 하는 스포츠가 아니라는 사실을 어찌 모르겠는가. 아니, 가장 잘 안다. 그는 마운드 위에 서 있는데, 혼자이므로.
기분을 풀어주고 싶었다는 히라무의 말에, 이방인은 히라무를 바라보다 시선을 떨어뜨렸다.
"그건 고맙게 생각하고 있어. 이렇게 상냥한 후배님인데, 혼자 떠나도 되었을걸 같이 와 주었는데. 마지막이라도 즐거운 여행이 되었으면 했지만, 아무래도 그러기가 힘드네. 고마워... 그리고 미안해."
미카즈키는 조그만 종이배를 양옆으로 살짝 잡아당겨 벌려서는, 물에 띄울 준비를 마쳤다. 그리고는 고개를 들어, 히라무에게로 웃는 얼굴을 지어보였다.
겉으로 보기에 틀린 건 아니었구나. 야알?은 미카즈키의 설명을 흥미로운 눈으로 들었다. 꼭 스트라이크를 내서 삼진을 잡지 않아도 타자를 상대할 방법은 많다. 그건 야구가 투수만의 게임이 아니기 때문이다. 거구의 선배는 그 사실을 잘 알면서 무엇을 저렇게 두려워하는 걸까...
혼자 남았다는 말에 히라무는 종이배로 시선을 옮겼다. 종이배가 벌어졌다. 미카즈키는 왜인지 히라무에게 사과했다. 자기 기분이 도통 풀어지지 않는데도 히라무가 애써줬기 때문에? 히라무는 가만히 종이배를 지켜보다가 불 붙인 등불을 들어 올렸다.
"이것도 어차피 떠나보내긴 마찬가지예요."
등불도 띄워서 놔주는 것이다. 당연히 소원을 빌기는 하겠지만, 소원을 빈다는 의식 자체에는 아무런 힘도 없다. 띄우는 것은 등불 뿐, 싣는 것은 사람의 마음일 뿐이다.
"그 종이배는 선배죠?"
히라무는 미카즈키 쪽으로 다가가 목을 빼고 물 밑을 보았다. 검은 강물 위에 하얀빛이 반짝거린다. 물 냄새가 풍긴다. 다시 돌아와 미카즈키를 보고, 그 손 안에 항해할 준비가 된 종이배를 보고, 그다지 격앙되지는 않은 말투로 말했다.
"혼자서, 물결에 휩쓸려 가서, 가라앉을 때까지 정처없이 떠돌았으면 좋겠다..."
히라무는 등불 안에 소원을 적어두었다. 읽어줄 것까진 없다. 보지 않아도 말할 수 있을 정도로 기억하고 있다.
"있잖아요 선배, 제가 생각하던 게 있는데요. 정말 이렇게 등을 띄워보내면 소원이 이뤄질까? 물론 그걸 바라고 띄워보내는 거긴 한데요, 음, 글쎄요. 소원이란 건 자기의 일부잖아요. 근데 그걸 신의 손에 맡긴다든가, 불로 태워 버린다든가, 물에 등으로 띄운다든가..."
혹시나 몰라서 부적도 다 챙겨 왔다.
"만약 끝까지 나만의 것으로 갖고가고 싶었으면 말하지도 않겠죠. 그런데 그렇게 다른 무언가에게 부탁을 하는 건, 일종의 고백이라고 생각해요. 나로서는 어떻게 할지 모르겠으니까 난 띄워 보낼 거고, 누군가 건져 달라는."
히라무는 배 옆으로 가 등불을 강물에 띄워 올렸다. 물살이 빠르지 않았다. 그래서인지 금방 떠내려가진 않고 찬찬히 가까이에 머물러 출렁대고 있다.
"도와달라고 하는 건 딱히 나쁜 일도 아니고. 부끄러울 수는 있어도, 그것 때문에 도움 요청을 망설이면 배 위에선 끝이래요. 아빠가. 지금도 말하자면 배 위인가? 흐핫, 저는 배 탈 생각은 없지만..."
미카즈키도 슬슬 저 배를 띄울 시간이다. 고독하고 우울하지만 하얀, 아직은 어디론가 떠나고 싶어하는 작은 종이배다.
"보내시는 그 녀석도 이거랑 같은 길로 갈 거예요. 같은 물길이라 어쩔 수 없어요. 그러니까 선배도 너무..."
히라무주 안녕! 뭐랄까. 있어도 상관은 없을 것 같지만...뭔가..뭔가라고 해야하나. 여기에 접속해 있어도 그냥 자리만 지키는 느낌이 계속 들고... 실제로도 나 혼자서 계속 있기만 한 적도 많고... 일상도 계속 구했지만 안 구해지는 것도 상당히 오래 되었고.... 이런 말 하면 다른 이들 뒷담 비슷하게 될지도 모르지만.. 내가 일상 구할 때 그냥 스루당하고 다른 이들이 매칭되는 것도 꽤 여러번 보였고... 그냥 여기에 계속 있는 것이 맞을까하는 느낌을 한 2주 동안 계속 받았거든. 그래도 일단 마지막 이벤트는 뛰어야겠다..라는 생각이 들어서 뛰었고......
아. 지금 남아있는 이들에게 뭐라고 화내는 것은 아니야. 그냥 이런 느낌을 8월 초부터 계속 보다보니까... 뭔가 조금 지쳤다라는 느낌이 큰 것 같네. 뭐..현생이 꼬인 것도 있겠고 바쁜 사정이 있는 것도 알지만.. 그래도 조금 지친다라는 감정이 큰 것 같아. 남은 1주일도 크게 차이는 없을 것 같고... 아무튼 그렇다고 한다.
어장에 안 온다기보다는 카나타의 이야기는 여기까지다! 라는 것에 가까울지도 모르겠어.
다시 말하지만 불평하거나 화내는 거 아니야! 그냥 내가 느낀 감정이 이런 느낌이다 정도인거지. 그냥 이거 쓰는 나는 꽤나 평온한 감정으로 음악을 듣고 있으니까 긴장할 거 없다!
>>918 글쿠나 흠 오히려 제가 보기에는 카나타주만큼 일상 활발하게 돌리신 분이 없어서 그런 것 같은뎅!! 솔직히 그간 많은 분들이 왔다 가시기도 했구...저도 일상은 자주 못 돌린 편에 속해서 머쓱타드^^; 인데영 카나타주가 항상 어장에서 일상도 자주 돌리신편이구 활발히 활동하시니까 어장이 조용하면 상대적으로 글케 느끼지 않으셨을까?? 제생각은 글네영 괜찮다구 하시니깐 다행이지만 넘 마음쓰지 마세영~~!!
하나요주 안녕! 누군가를 탓하거나 원망하는 것은 아니니까 사과는 안해도 괜찮아! 그냥 타이밍이라는 것이 잘 안 맞는 것이 크겠지. 역시. 그냥 여러모로 조금 이 스레에 있는 것이 조금 지친 것이 있다보니 말이야... 어쨌든 나랑 엔딩때 같이 있어도 특별히 뭐 있진 않다구. ㅋㅋㅋㅋㅋ 이미 풀 것도 다 풀었고 말이지. 다들 일상 아직 남아있기도 하고... 남은 기간은 1주일 뿐이지만... 그 남은 1주일도 지금과 큰 차이는 없을 것 같기도 하고... 그러면 그냥 캐릭터 엔딩을 내고 가는 것도 나쁘지 않겠다는 생각이 들었을 뿐이야. 절대로 누구에게 화내거나 탓하는 것은 아니야.
사실 정말로 한마디를 해주고 싶었던 이는 있었지만.. 이미 시트를 내리고 나간지 꽤 되었기에..뭐.. 이제와서 말해봐야 의미도 없고! 결론은 그냥 잔잔한 스레로서 기억에 남고 재밌었다 정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