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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리로 오셔요.. 라고 하는 건 조금 그렇겠지요? 누가 봐도 그런 말은 꾀어내려 하는 것 같은 느낌인데. 천진한 듯한 표정에 그가 눈웃음을 치는 것이 희미한 광증이 도는 것도 같을지도 모르겠습니다.
뒷걸음질을 치는 사쿠라를 그는 달의 힘을 빌은 오묘한 표정으로 바라보고 있습니다. 작은 그림자들과 같이 사쿠라를 바라보는 것과도 같이 굴고 있지만. 그것들은 그 또한 바라보고 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오솔길을 걷다 보면, 선을 아슬하게 탈 수도 있겠고... -저쪽의 나라로. 계곡과 바다와 문을 거치지 않을지도 모르는 일인 것을... -그럼.. 흐르지 않고도 되는 일일까요... 붉은 달과 붉은 나뭇잎. 그 가운데 서 있는 그. 온통 붉어서 금방이라도 그 배경에 녹아버릴 것 같이. 그는 사쿠라가 엉덩방아를 찧자 저런 이라고 침음을 흘리며 그녀에게 다가옵니다. 발소리는 없지만 잔잔한 물에서의 파동은 희미하게 찰랑거려 사쿠라에게도 닿을지도 모르는 일입니다.
-손을 잡으세요. 그래도 제법 친절하게, 손을 내밀어 일으켜주려 하는군요. 하지만 손을 잡으면 무거운 듯 가볍습니다.
-지금은 물은 좋아하지 않는답니다... 그건 진담같은 말이었고 난처한 듯한 기색을 꾸민 것이었을까..
거짓말 아닙니다만. 조금 허당처럼 보이다가도 사람이 관련된 일이면 금방 진지해지고 매사를 허투루 대하지 않는 형을 친구로서 존경하는걸. 위험한 짓은 하지 말라고, 아까까지 놀다가 이런 말이라도 들릴라치면 금세 심각한 태도로 나오는 아오 군을. 아오 군은 좋은 파일럿이 될 거다...어디로 가든지. 히라무는 째려보는 시선에 여부가 있겠느냐는 듯 빙글 웃어 보였다.
"형도 잘 놀면서. 마시로한테도 오므라이스 해줬지?"
마시로도 아오므라이스를 무척 좋아하는데, 아오가 놓쳤을 리가 없다. 오늘의 아오므라이스도 기대를 배신하지 않는 맛이다. 마요네즈랑도 잘 어울리고, 다른 사람들이 뿌려 먹는 케첩이랑도 잘 어울릴 거다. 달걀도 탱글탱글 딱 적당한 정도로 익었다. 안에 든 볶음밥도 고슬고슬하다. 먹다가 고개를 들어보니 아오는 마침 입가에 묻은 케첩을 훔치고 있다. 히라무가 숟가락을 들었다.
"그런 거. 입가에 묻히고 먹는다고 웃겨하지 않아?"
그런 걸 웃겨하는 건 히라무 아니고?
"나한테 맨날 애 같다고 뭐라고 하거든...뭐, 아오군한테도 그러겠지."
괜한 수틀림을 대놓고 표출하는 아오가 좋다. 자기 생각하기에는 대놓고가 아니겠지만. 히라무는 짐짓 모르는 체 오므라이스를 크게 한 삽 떴다. 맛있다. 이렇게 짓궂게 굴어도 아오는 늘 상냥하다. 지금도 봐, 히라무가 말을 안 하려 드니까 언제든 말하라고 열어놓는 것도. 기념품이라든지 자주 오는 것도 좋지. 아오는 토키와라를 버리지 않는다. 버리지는 않는다.
"좋지. 내가 가면 재워 줘야 해...만약에 기숙사 못 들어가면 말이야."
히라무는 웃었다. 그런데 뭐가 문제야? 아오도 히라무도 그대로일 텐데. 오므라이스를 지금처럼 자주 못 먹게 되는 게 그리울지도. 지금은 그렇게 생각하기로 하자.
#답레만 쓰고...다시 갤러리행...(다음 답레는 내일 올라올 것이므로 아오주는 낼 주셔도 됩니당 ^^) 굿밤굿밤~~
키타토라 미라이는 만 13세, 그러니까 중학교 1학년이 된 해의 가을에 하네이 신사에서 아르바이트로 일하기 시작했다.
물론 거기에는 ①3학년을 마친 후 3월 31일이 될 때까지 신사 내 제조업 및 중노동에는 관여하지 말 것, ②학교의 수업 시간, 그리고 오후 10시부터 오전 8시 사이에는 일하지 말 것 등의 제약이 덕지덕지 붙어 있었다. 게다가 부모님과 담임, 교장의 허가를 받는 것으로도 모자라서, 전철을 타고 현내까지 나가 근로기준감독서에 몇 차례나 드나들어야 했다.
하지만 그 중에서도 가장 신기한 사실은, 신사에서 고작 중학교 1학년의 고용을 받아들였다는 점이다······. 여기에는 중학교에 진학한 직후부터 신사에서 일하고 싶다는 뜻을 주위에 강하게 밀어붙인 키타토라의 물밑 작업이 큰 역할을 했다. 키타토라도 술회하길 여기가 도쿄였다면 일언지하에 거절당했을 것이고, 교토였다면 온갖 무시무시한 완곡어법으로 질타당했겠으나, 다행히도 이곳은 좁아터진 아케사기. 키타토라의 아버지와 신사의 신직은 건너 건너 아는 사이였다.
‘그냥 봉사활동 한다는 마음으로 자주 놀러 가면 되는 것 아니니?’
질책이라기보다는 호기심이 담긴 어머니의 의문을 듣고, 키타토라는 이렇게 대답했다. ‘돈을 받지 않으면 진심으로 일하는 것이 아니게 되어 버려요.’
그리고 그 사실은 고용계약서에 날인이 된 다음날 곧장 니이모토 카나의 귀에 들어갔다. 원래는 아침 일찍 혼자서 신문 배달용 자전거를 타고 등교해 왔지만, 이때는 ‘가을 하늘이 아깝고 아침 햇살이 아깝다는 이유’로 키타토라와 함께 역에서부터 걸어서 등교한 지 일주일째였다. “숙원을 이루었네. 이나리 님은 은혜 갚는 것쯤이야 전혀 신경도 안 쓰실 텐데. 어른이 될 때까지 계속 눌러앉아 있을 거지?”
“응, 그러려고. 물론, 내가 잘리지만 않는다면······.”
두 사람의 등교길에는 꽃보다도 논을 가득 메운 볍씨의 금빛 물결이 찬연했다. 올해는 풍년. 조만간 올벼를 거두어들여 햅쌀의 출하를 시작할 테고, 농부들은 어지간히 바빠질 것이다. 산속 어딘가에 숨어 있는 이나리의 투명한 여우 종복들도 마찬가지로 바쁠 것이다. 대지에 축복을 내리는 것이 과연 어떤 방식으로 행해지는 것인지, 10년 남짓한 삶 내내 속세의 번민에 얽혀 살았던 소녀로서는 상상도 가지 않았다.
“신직 아저씨가 그렇게 바보는 아니거든. 너처럼 예쁜 애를 뭣하러 쫓아내겠어? 신사는 결국 얼굴이 중요한 서비스업인걸.”
“정말, 카나 쨩! ‘예쁘다’는 말은 함부로 쓰는 게 아니야!”
니이모토는 친구를 놀리듯이 빙그레 웃기만 했다. 그러다, 얼굴을 발그레하게 덥힌 미라이가 부끄러움을 삭이려 손뼉을 내지르면서 와락 달려들자, 깍깍깍 하고 새처럼 갈라지는 웃음소리를 냈다. “처음엔 이것저것 배우느라 바쁠 테니까, 며칠 뒤에 놀러 갈게. 하카마 입은 모습을 보고 싶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