턱을 괸 채로 슬쩍 메이사를 돌아본다. 나를 골라줬다. 전생에 비해서는 턱없이 부족하고 아쉽겠지만 그래도 나를 골라줬다고. 메이사가 좋아하는 건 나 뿐이다. 그렇게 확실히 듣자마자 마음이 살살 풀린다. 역시 난 메이사가 좋은가봐. 처음에는 뭐 이런 황당한 요괴가 다 있나 싶었지만 지금은 없으면 많이 허전할 것 같다.
...어쩌면 메이사를 결혼으로 오래오래 잡아두고 싶은 건 나일지도 모른다.
그렇게 자각하고 나니까 좋아하는 기분을 주체할 수가 없어져서, 메이사를 냅다 품에 처넣다시피 껴안았다.
"...다음 번 유우가가 그렇게 못되게 굴면 그냥 차버려. 이제 다정한 유우가 아니면 싫다고 떼쓰게 만들어버릴 거야. 나 아니면 만족하지 못하게 만들어버릴 거라고."
그렇게 말하면서 꾸우우욱 메이사를 끌어안았다. 이거로 마음을 전하기엔 턱없이 부족하지만, 더 붙어있기엔 내가 정기가 바닥나버려서 이게 한계였다. ...어쩌면 전생의 녀석도 이런 마음 때문에 계속 기억을 이어온 거 아닐까 하는 생각이 문득 들었다. 그래도 악랄한 녀석이라는 생각에 변함은 없지만.
그냥 그랬단 거다, 내가 성격이 나쁜 녀석이라면 분명 그런 선택을 했을 거라고. 성격이 그렇게 되어먹은 나라면, 다른 유우가를 맛봤을 때 분명 나를 팽해버리고 말 거라고. 그럴 바엔 다른 유우가가 출현할 수 없게 기억과 자아를 계속 이어가주겠다, 그런 결심이 섰을지도 모른다.
"메이사 넌 나 아니면 만족 못할 걸." "바보색골여우잖아 메이사는." "그럴 일은 없지만 말이지, 만약 내가 환생을 잘못해서 완전해지지 못하게 된다면 네 그득한 욕심을 맞춰주는 건 진짜 힘들 거거든. 넌 진지하게 듣지 않지만 정말 그래, 인간이라는 게 생각보다 약해." "그러니까 그런 미흡한 녀석이 있으면 차라리 죽여버려. 그게 나아." "그러면 다시 완전한 나로 돌아올 거니까."
이쪽을 돌아보는 유우가와 눈을 맞추고 웃고 있다가 몸이 훅 끌려가는 감각에 놀랐다. 유우가의 품에 확 끌어안겨진 것이었다. 아, 유우가 냄새가 가득해서, 품이 엄청 따스해서 좋다아... 유우가의 목덜미에 고개를 부비면서 나도 끌어안았다.
"...응, 알았어. 에헤헤...."
꾸우우욱 사방에서 눌리는 듯한 은은한 압박감이 좋다. 유우가가 꽉 끌어안아주면 진정이 된다고 할까... 뭔가 헤실헤실 풀리는 느낌도 들고. 사실 전생에서도 가끔 이렇게 해줬었는데. 둘만 있을 땐 꽤 자주. 물론 이러다가 슬금슬금 본방(?)으로 넘어가는게 일상다반사긴 했다만. 살랑살랑 꼬리를 흔들다가 문득 시계로 시선이 간다. 꽤 늦은 시간이고, 저녁을 먹은 직후라 그런지 조금 나른해지기 시작했다. 아~ 이럴 때 유우가 끌어안고 자면 딱인데.
"유우가아, 이제 슬슬 자러갈까. 밥 먹었더니 졸려..." "이 닦고 씻고 자자. 꼬리로 푹신푹신하게 덮어줄게."
매일 유우가가 손질을 도와줘서 내 꼬리 엄청 폭신푹신해졌으니까. 분명 잠이 잘 올거야. 그렇게 덧붙이면서 슬그머니 안고 있던 걸 풀고, 유우가의 팔도 풀어낸 뒤에 피자 박스라던가 접시 같은 것들을 정리했다. 적당히 치워두고 씻는 것까지 마친 뒤에는, 이제 당연하다는 듯 유우가의 방으로 향했다. 내 방이 주어지긴 했지만 정말 거의 안 쓰고 있네.
사이좋게 침대에 나란히-까지는 좀 그렇고, 침대가 좁아서 찰싹 붙은 채로 눕는다. 꼬리로 유우가를 살며시 덮는다. 폭신폭신하지~?
"그럼 잘자, 유우가."
잘자라는 말을 한 뒤에도 유우가가 잠들 때까지 가만히 지켜보다가, 잠든 것 같으면 가만히 가슴팍에 귀를 댄다. 낮보다 조금 느린 박자로 뛰는 심장소리를 들으면서 나도 스르르 잠이 들었다.
/ 이걸로 막레 드리겠습니다 히히.. 백귀야행 일상 멧쨔 즐거웠어요😸 그리고 >>665 이건.. 히에엑.... 유우가 그래서 백업을 만들어둔거였나🫨 하지만 멧쨔가 유우가를 죽일 수 있을리가 업자나....
다음은 부녀지아여도 괜찮을 거 같아요wwww 애기 멧쨔가 유우가 셔츠 안에 쏙 들어가서 같이 자는 거 보고 싶네요...🫠🫠🫠🫠 그렇게 평범한 힐링 부녀일상을 하다가 DNA 친자검사 통지표가 와버리고 아빠 편지왓어하고 주워왔던 멧쨔가 그걸 읽어버리는 😏 그런 유열은 생각하지 않았어요
으히히...🤭 저 근데... 편지 막 받았을 땐 멧쨔가 어려운 한자 못 읽어서 😺 부....일...으? 😸 압바 이거 어떠케 읽어?? 하고 편지 들고와서 물어보는 것도... 괜찮다고 생각해요...🙄 그리고 나중에 멧쨔가 좀 더 큰 다음에 집안 정리하다가 다시 발견해서 읽어보고 🙀되는 거도 괜찮지 않을까 하고....
관측은 해봤지만 막상 처음 겪으니까 너무 놀래서 덜덜 떨리는 목소리로 2다이한테 전화해서 🙀유우가.. 나... 나... 하는 헷쨔...으헤헥...🙄최고... 놀래서 자세한 설명을 생략해서 일단 빈손으로 달려온 2다이가 다시 허겁지겁 편의점으로 달려가는 거라던가🤭 😿으우우 아파아 하는 헷쨔를 나데나데해주는 걸 상상했더니 멧쨔 룽해졌어요 저희... 다음 일상 다이스는 진도가 영 안 나간 에유들을 골라서 돌려볼까요🫠
- 메이사, 오늘은 마마도 파파도 일이 있어서 데리러 갈 수 없단다. - 대신 히다이 아저씨한테 메이사 좀 호텔까지 데려다 주세요~하고 부탁했으니까, 히다이 아저씨가 하는 말 잘 들어야한다? "나 이제 다 컸으니까 혼자서도 올 수 있는데..." - 그래도 혼자서는 위험하니까. 알겠지? 학교 끝나면 원래 집으로 가면 돼. 거기서 데려다 주실거야.
라고 아침에 마마랑 파파한테 들었다. 어쩔 수 없이 학교가 끝나자마자 집으로 향했다. 지금은 뭔가 인테리어?라는 걸 하고 있어서 공사하는 중인데, 엄청 큰 소리가 나니까 조금 무서워. 그래도 습관적으로 자주 학교 끝나면 자연스럽게 이쪽으로 오고 그러니까... 빨리 공사가 끝나면 좋겠다아. 그렇게 발에 익은 길을 걸어-눈 감고도 갈 수 있어! 넘어지면 위험하다고 마마가 하지 말랬지만- 하야나미 근처까지 오면, 엄청엄청 시끄러웠던 소리가 오늘은 나지 않는다. 어라? 다 끝난 건가?? 하지만 혹시 모르니까, 귀를 두 손으로 꾸우우욱 눌러서 소음에 대비하고 가까이 다가가봤다.
"—저기이...."
앗, 뭔가 엄청엄청 이상한 냄새. 페인트? 물감? 그런 냄새가 확 나는 실내를 조심조심 들여다봤다. 먼가.. 뭔가 돌아다니는 사람들이 다들 크고 낯설어서 무서워.... 쭈뼛거리면서 저기이, 하고 부르면 커다란 사람들 중에 한 명이 성큼성큼 이쪽으로 다가온다. 후드를 눌러쓰고 있어서 잘 안 보이던 얼굴이 점점 가까워지니 어쩐지 익숙한 느낌이라. 아- 그렇지. 분명—
"아, 꼭지 아저씨!!" "꼭지 아저씨가 히다이 아저씨였어??"
아! 아는 사람이야! 체리 꼭지 묶는 걸 가르쳐줬던 아저씨다!! 그래서 '꼭지 아저씨'라고 부르기로 했다. 지금 방금 막! 아는 사람을 만나서 긴장이 풀려서 생글생글 웃었다.
낯선 침대에서 눈을 뜬다. 동이 틀 때쯤 자서 정오까지 잤다. 이런 적은 처음이네, 언제나 아침은 꼬박꼬박 모여서 먹어야 하는 우리 집안 분위기 때문에 이렇게까지 늦게 깨본 적은 처음이다. 멍청하게 휴대전화를 내려다 보고 있다. 받은 메시지 없음, 부재중 전화 없음. 인생 참 헛되이 살았구나... 생각하며 폴더를 덮으려던 때, 징―! 하고 폰이 울렸다. 퍼뜩 놀라서 던져버릴 뻔한 전화를 여차저차 다시 잡고, 화면을 보면...
아...... 젠장. 받았다. 안 받는 게 더 무서워서.
- 유우가. "아, 아버지..." - 일 좀 해라. 트럭은 됐고 몸만 와, 하야나미로. "...저 가출중인데요." - 야. "알겠슴다..." - 그리고 너. "넵." - 끝나고 어디 가지 말고 집에 있어. 얘기 좀 해.
'아 O됐다......'
그냥 도망쳐버릴까 하는 마음 반, 빠따질 당하기 싫으면 역시 가야겠지 하는 마음 반. 그러나 일을 그르치면 빠따 확정이지. 갔다가 도망쳐야겠다. 도축장에 끌려가는 기분으로 하야나미로 가자 나를 반기는 건...
- 꼭지 아저씨!! "아니라고! 나한테는 제대로 유우가라는 이름이 있다고 이 망할 꼬맹이가!!" - 어~ 유우가~ 아버지가 저 애 좀 호텔에 데려다주래. 그거만 끝나고 퍼뜩 집으로 가랍신다. 아버지가 니 때문에 요즘 속을 많이 썩으셔~ "아, 아하하하... 예에..."
"...갔다오겠심다." 하는 말과 함께 일단 꼬맹이 손부터 붙잡고 하야나미에서 나왔다. 아버지가 그 호랑이 같은 눈깔을 부릅뜨고 날 보니까 진짜 무서워서 죽을 거 같아서 일단 썩은 동앗줄이건 망할 꼬맹이의 손이건 붙잡고 나올 수밖에 없었다.
"그보다 왜 꼭지 아저씨야. 뭔데 그 쿠소 어감은? 하여간 요즘 잼민이들은 뭐 온갖 이상한 유행어를 만든다니까... 호텔 어디야? 난 몰라."
...... 문득 생각났다. 날 쓰레기 보듯 하던 이쪽 아버지의 눈을. 호텔 직원이라고 다를 것 없을 것 같았다. 시꺼멓고 음침한 남자가 꼬맹이 손 붙잡고 호텔로 오다니 이 무슨 해괴한 비주얼이냐. 신고당하지 않으면 다행인 수준인데.
"...역시 그냥 우리 집으로 가버릴까? 아부지도 니 있으면 뭐라 안 할 거 같고." "꼬치 아저씨 집에 가서 놀래? 테레비 틀어줄 테니까. 까까도 사줄게."
내가 생각해낸 별명 어때? 귀엽지~? 하고 자랑스럽게 말했는데, 어째 마음에 안 드는 눈치다. ....하긴, 체리 꼭지보단 체리가 더 귀엽지? 그럼 조금 바꿀까?
"맘에 안 들어? 그럼 체리 아저씨라고 할까?" "호텔은 그러니까.... .....아."
사실 맨날 마마나 파파가 데리러 와주니까, 호텔 이름.. 몰라.... 주변에 가서 돌아다니다보면 여기다!하고 찾을 자신은 있는데. 이름을 물어보면 모르는데.... 그래서 체리 아저씨의 손을 잡은 채로 잠시 로딩 시간을 가지다가 에헤~ 하고 웃으면서 말했다.
"잘 몰르게써!" "체리보다 꼬치 아저씨 쪽이 좋아? 알겠어! 그럼 꼬치 아저씨 집으로 갈래~"
과자도 주고 TV도 보게 해준다니!! 사실 어느 쪽이든 호텔에도 있는 거긴 하지만 혼자 있으면 쓸쓸하고. 조금이라도 아는 사람이 있는 쪽이 좋아! 그래서 별 의심도 하지 않고 냅다 고개를 끄덕였다. 저번에도 가봤으니까, 모르는 사람도 아니고 모르는 집도 아니니까 괜찮아! 마마랑 파파는 항상 모르는 사람 따라가지 말라고만 하니까, 이건 괜찮아!
"그럼 나 죽순과자 먹을래~ 그리고 아이스크림도~ 그리고 꼬깔콘이랑 가루쿡도 하고 싶어~ 몇 개까지 살 수 있어?"
"크아아아악 싫다고오오오 무엇보다 나 체리는 아니니까!!" ...라고 울부짖었지만 결국 꼬치 아저씨로 이름이 확정돼버렸다. 예이 예이 그래요. 꼬치 아저씨라고 합시다. 어딘가에선 꼬치 연하남으로 팔리고 있으니까 틀린 말도 아니고.
"흐에? 꼬깔콘? 가루쿡? 그게 뭐고?"
까까 사주겠다며 기세좋게 손을 잡고 편의점으로 갔지만, 쉴새없이 들어오는 단 것 명칭에 정신을 못 차렸다. 내가 아는 거라곤 죽순 정도가 전부라고. 워낙 과자랑 담을 쌓은 삶을 살아서.
"모르겠고 니 하고 싶은 거 천엔 아래로만 담아라~"
지갑을 열어보면 누나에게 받은 지폐가 여럿. ...천 엔은 너무 야박했나. 얼려먹는 초코라는 웃긴 것도 대충 하나 주워왔다. 메비우스도 하나 사고. 그러고 나서도 지갑이 든든했다. 아버지 자재 날라드리고 3천엔 집어다 주던 거가 푼돈처럼 느껴질 정도. 이래서 다들 파파를 찾는 건가 싶긴 하다. 고등학생 때 양아치 누나들이 주던 거랑은 차원이 다르다. 뭐 조건한 건 아니고, 돈많은 누나한테 주워졌다 뿐이지만.
'이런 돈으로 애 먹을 걸 사줘도 되나...' 싶은 마음이 아주 없는 건 아니지만, 어쨌든 좋은 게 좋은 거다. 한 손에는 과자봉지, 한 손에는 애 손을 잡고 허공을 휘적거리며 집으로 돌아왔다.
어머니는 장을 보러 나가신 건지 이웃집에서 수다를 떠시는 건지 안 계셨다. 오히려 좋기만 하다. 가출하게 된 근본적인 원인이 어머니였으니까.
"어이, 자리 펴고 앉지 마. 손 씻어야지."
촐랑대는 애를 데리고 손도 씻고 오고, TV도 틀어줬다. 그러고 나면 뭔가 뻘쭘하게 할 이야기가 없다. 어쩐다.
원래는 시니어 시즌에 츠나지에서 사귀었던 스플릿텅 흑발 자안 전여친을 등장시켜볼까~ 했었는데 토네이도가 조역을 꿰차서 미스미로 바뀌어버렸답니다 😏 지금은 어쩐지 펌한 갈색 긴 머리라는 느낌......... 이쪽은 이미 죽어서 메이사가 처리할 수 없으니 실질적인 전투력 1위네요 🫠
으헤헤히히힉.... 멧쨔 죽은눈에 몸 여기저기 멍도 들어있고 유우가가 손 들기만 해도 히이이😿하고 얼어붙는거겠죠... 툭하면 😿 이 이런 거 남편이 싫어해서어.. 미안... 하고 쭈글쭈글하고 으헤... 완전 보로보로된 멧쨔가 버려지듯 이혼당해서 츠나지로 돌아왔을때 유우가를 만나면 좋겠다...
유우가는 이혼녀인 줄 모르고 그냥 좀 멘헤라구나~ 생각하고 친해졌고 멧쨔도 그렇게 호감이 생겼는데 실수로 😿 "끼뺫...이런 거 남편이 싫..." 이라고 말해버려서 😿 어쩌지이 분명 미움받을거야아 좋아하는 사람이었는데에 분명 문란한 여자라고 생각할거야아 하는 멧쨔를 보고싶은wwwwwwwwwwww
천엔이라니 엄청나!! 한번에 이렇게 많이 사는 거 처음! 죽순과자 하나, 푸딩 하나, 그리고 나루나루 구미열매 하나. 그리고오.... 딸기우유도 사야지! 이것저것 골라담아 아저씨에게 가져가면 이 정도는 별 거 아니라는 듯 턱턱 계산해준다. 와아, 꼬치 아저씨는 좋은 아저씨구나~ 그렇게 아저씨의 손을 잡고 저번에 갔었던 집에 다시 왔다. 현관에 들어서자마자 큰 소리로 인사를 했는데..
"실례하겠습니다!! ...어라? 아무도 없어?" "우에~ 알았어!"
나갔다 오면 손 씻고 양치하기. 여전히 세면대에 손이 잘 안 닿아서 이번에도 아저씨의 힘을 빌렸다. 그렇게 깔끔해진 손으로 거실로 들어가 테이블 앞에 자리를 잡고, 비장한 표정으로 가루쿡을 꺼낸다. 아저씨가 튼 TV소리를 한 귀로 흘리면서 조심조심 포장을 뜯고, 안에 있는 것들을 하나씩 꺼내 늘어놓았다.
"가루쿡은 이렇게~ 내가 만들어서 먹는 거야! 오늘은 이거!"
조립이 필요한 장난감처럼(훗날 생각해보면 프라모델이라 부르는 게 적합했을지도) 손으로 뜯어 조립하는 부품이 하나, 그리고 가루가 세 종류, 가루들을 담는 걸로 보이는 플라스틱 그릇이 하나 들어있다. 일단 부품부터 뜯어서 조립한다. 손으로 전부 뜯어내고, 신중하게 조립을 해간다. 그렇게 완성된 것은 짜잔, 다 먹고 남은 포도송이의 뼈대같은 무언가~ 그 다음은 가루를 뜯는—게 아니라, 아저씨를 향해 플라스틱 그릇을 내밀었다. 두 칸으로 나눠진 내부 중 한쪽에만 컵라면처럼 표시선이 그려져 있는데, 이 부분을 가리키며 말했다.
"아저씨 이거 여기까지만 물 부어 줘." "넘쳐도 모자라도 안돼?? 이런 건 계량이 중요하니까!"
그렇게 꼬치 아저씨가 물을 부어오면 그 물에 연두색 가루를 투하. 아까 조립한 부품 끝으로 잘 저어준다. 연두색의 주스같은 것이 만들어진다. 그리고 물 옆에 비어있는 칸에는 보라색 가루를 뿌린다. 이제 부품을 연두색 주스에 가장자리-포도 꼭지 부분이 닿도록 해서 빙글빙글 돌리고, 그걸 바로 옆에 가루가 있는 칸에 넣고 똑같이 돌리면~
"봐봐! 이렇게!! 포도가 열린다구!"
가루와 주스가 만나서 뭉쳐진다. 이게 부품 끝에 맺혀서 작은 열매처럼 되는 거라구~ 이 과정을 계속해서 반복하면.... 진짜 포도처럼 둥글둥글하게 젤리열매가 맺힌다. 와아~ 재밌어~
"그리고 마지막으로 이 가루를 뿌려서 먹는 거야. ....응! 아저씨 한 입 먹어봐!"
포도송이 젤리에 파란 가루를 뿌려서 완성! 그대로 들어서 아저씨를 향해 내민다. 자자, 엄청 달고 맛있다구 이거~
수술을 집도하는 의사처럼 비장하게 포장을 까고 뭐냐... 음.. 여러모로 위험해보이는 방망이를 조립하는 녀석. 이 여자애한테 이런 흉악한 물건을 들려줘도 되는 거냐? 절대 그러면 안 될 거 같은 느낌이 든다고.
그런 불길한 느낌을 곱씹을 틈도 없었다. 녀석이 기세좋게 그릇을 내밀고 '물을 채워와' 라고 지시해서. 부엌으로 가서 생수를 쫄쫄쫄 따르다가, 헛, 깨닫는다. 나도 모르게 녀석의 지시에 따르고 있다니!
'나, 머슴이 체질인가...?'
예전부터 누나가 지시하는 걸 따르던 버릇이 그대로 이어진 건가. 그래도 이건 싫어! 이런 거에 질려서 집을 나온 거라고! 건방진 꼬맹이가 나에게 마구 지시하도록 냅둘쏘냐. 눈썹에 힘을 빡 주고 저항하리라 다짐했다. 나에게 지시할 수 있는 건 연상, 갈색머리, 가슴이 한 바가지는 되는 누님들밖에 없으리라고. 그러나.
".......꼬, 꼭 먹... 윽... 으극... 아..."
애가 고사리 손으로 조물조물 만들어서 내미는 걸 차마 거절할 수는 없었다. 싫지만 결국 손으로 작은 조각 하나를 떼어 입에 넣었다. 아니, 그렇게 간절한 눈으로 막 기대하는 게 다 보이는데 차마 '아, 나 단 거 싫어해.' 라고 딱 잘라 거절할 수는 없잖아. 없었다고.
"윽, 큿... 다알아... 달앗...!"
마치 쓴 거라도 삼킨 것처럼 인상을 와락 찌푸렸다. 그야 나는 코치가 만들어갖고온 레몬 꿀절임도 싫어서 질색하던 사람이니까. 특히 차가운 거면 모를까 미지근한 단 거는 혀에 딱 달라붙는다고. 녹아서 들러붙는 기분이다. 머리에 직통으로 꽂히는 불쾌한 신호가 싫어.
"...........마, 맛있네... 내는 이거로 배부르니까 나머진 니 먹어라."
혀로 입천장을 쓱쓱 훑어서 겨우 이 불쾌한 기분을 삼킨다. 맛없다고는 말하지 못했다. 녀석은 내가 흉악한 몽둥이를 물고 묻어있는 젤리를 먹어주길 원한 거 같지만... 뭔가 그건 그거대로 아웃이란 기분이었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