히히.. 그러면 내일 답레를 기대하면서 두근두근 잘 수 있으니까 오히려 좋아입니다 😋 2다이는 저렇게 말해놓고 헷쨔랑 아무 것도 안했을 거란 점이 웃긴wwwwwww 아이보랑 생기는 미묘한 애착관계와 연정같은 거를 알겠냐고wwwww 물론 순애충이니까 유우가한테는 절절히 공감하겠지만...😏
그리고 원본 유우가는 자기랑 자기가 인정한 녀석은 음양사 나머지는 주술사나부랭이 정도로 부르는 광오한 타입일 거라고 생각해요 🤔 거의 일본 은거 3짱 정도로 살았으니까 그렇겠지....... 메이사는... 바보여우 멍청이요괴 치O O골 정도로 부르다가 종종 🥺 메이사... 할 거 같은 느낌 메이사 없는 자리에서는 가끔 내 여우라고 할 거 같아요 😏
히히히...😏 DV해서 밉고 싫은데 정기 달라고 낑낑캥캥해야만하는 멧쨔를 생각하니까 행복해요 이걸 위해서 유우가가 재림한 거겠지... 그리고 벌써 두시 반이니까! 저희 슬슬 자러 가죠! 그리고 내일 느긋이 아침먹고 점심부터 일상핑퐁하는 겁니다 히히... 완전 퍼펙트한 주말 계획같지 않나요? 🤤
저는 그런 고로 슬슬 자러 갈게요 😌 멧쨔주도 푹 쭘시고 좋은 꿈 꾸시길... 앵바앵밤입니다 👋
해달라는 말도 안 했는데 조잘조잘 떠드며 자연스럽게 합석하는 녀석을 보고 살짝 눈썹을 치켜올렸다. 하지만 그 옆의 미즈라고 하는 녀석은 어쩐지 그리운 느낌이라고 할지, 냄새라고 할지... 이것저것 섞이고 여러 사람의 손을 거친 냄새 아래에 짙게 깔린 그 무언가에서 그리운 느낌이 났다. 똑같이 바닐라라떼를 좋아하는 것도 조금 신경쓰였고. 그래서 잠시 킁킁거리다가 그만두고, 유진인지 유전인지 하는 놈을 지- 하고 노려봤다.
"흥, 시간 당 삼천엔이라. 그건 네놈 목숨보전비로 달아놓도록 해라." "......하아아아.... 유우가가 말이지—"
그리고 시작된 대요괴의 한탄쇼. 구구절절 나오는 이야기는 사이사이에 쓸데없는 꼰꼰꼰꼰대적 사고방식과 고댓적 인간들을 그냥 발 달린 고기자루(...)정도로 취급하던 대요괴 여우적 사고방식이 섞여있긴 했지만 요는 그거였다. 난 유우가가 너무 좋고 사랑하고 유우가 말고는 아무도 필요없고 오직 유우가만 보고 살아왔고 유우가가 죽으면 환생할 때까지 수절도 하며 기다렸다가 환생하면 그 즉시 채가서 잔뜩 사랑하고 유우가를 도와주고 그래왔는데 유우가도 항상 그래왔고 익숙할 텐데 이번 생에는 기억이 없어서 그런지 나를 별로 안 좋아하는 거 같다 이런 건 처음이라 어찌해야할지 모르겠다-라는 것.
주변에 귀 기울이고 있는 놈들은 나중에 다 삼켜버릴까, 그런 생각도 좀 했지만 그건 굳이 입으로 꺼내지 않았다. 아무튼 그렇게 주절주절 쏟아놓고나서, 바닐라라떼가 든 잔을 들고 쭉 들이켜서 원샷을 때렸다. 커피라는 것의 쌉싸름함과 시럽의 달콤함, 그리고 우유의 고소함이 섞여 불타던 속을 좀 진정시키는 것 같았다.
"크하아! 어이 염소! 한 잔 더!"
빈 잔을 테이블에 내려놓기 무섭게 추가 주문을 던지고, 다시 이상한 녀석과 미즈를 본다.
"...뭐 대충 그런 일인게다. ...유우가가 저러는 건 처음이라, 어찌해야할지... 이, 이, 이게 말로만 듣던 반항기라는 녀석인가...! 나, 나는 대체 어찌해야...."
우리 아이가 반항기라니! 처음으로 맞이하는 아이의 반항기에 쩔쩔매는 엄마라도 된 것처럼 귀를 푹 숙여선 두손으로 꾸욱 잡았다. 으으으, 유우가아아아....
히히... 요괴 될락말락한 여우시절에 유우가가 도와줬다는 망상을 하게 되네요🤭 은혜 갚으려고 열심히 노력해서 요괴가 됐는데 원시 유우가가 먼저 죽어버려서 🙀먓!? 이 이 이럴수가? 인간은 너무 빨리 죽잖아!!! 하고 환생할 때까지 기다렸다가 환생한 유우가(음양사)앞에 팟 나타나서 😼은혜를 갚으러 와줬다 인간!!이라고 건방지게 말했다가 참교육 당한다던가...으히힉... 망상이 안 멈추는.....
"그러니까 여우씨의 이야기를 종합해보자면 이런 거잖아?" "처음 만났을 때부터 지금까지 유우가밖에 없었고 유우가의 평생을 독점해왔고 유우가도 날 좋아하고 나도 유우가를 좋아하지만 안 그런 척 하면서 살아오다가 결혼하기로 했을 때 인간놈들에게 통수를 맞았고? 환생한 유우가를 겨우겨우 찾아가보니 기억도 없고 결혼은 영문도 모르고 잡아먹어주지도 않아서 꾹 참아왔는데 내 마음은 알아주지도 않고 반항하고 있다... 라는 거."
듣는 동안 아샷추를 거의 다 마셔버렸다. 쿠르륵 하는 빨대 소리를 내며 얼음물만 빨아마시다가, 결론지었다.
"그 유우가란 녀석도 만만찮게 이상한데?" "아니아니아니 대요괴씨는 모르겠지만― 난 어디까지나 수명 백년의 평균적인 인간을 상정하고 말하는 거라고?! 들어봐봐!"
"동양에서는 몰라도 서양에서는 그렇게 환생하는 건 거의 편법에 가까워. 보통은 재능이 사라지진 않으니까 나이가 들며 차츰 자기 전생을 꿈이든 계시로든 알게 되는 거에 가깝다고. 근데 듣자하니 그 유우가라는 녀석은 지금까지 이상한 방식으로 환생해온 거잖아. 몇 년 지나지 않아서 쨘, 하고 기억도 능력도 유지한 어른의 모습으로 돌아오다니. 인간 육체의 이치를 벗어난 거라고."
"그리고 무엇보다 그 시대 인간이 요괴랑 붙어먹는 건 너희가 말하는 선계 녀석들을 척지는 지름길인데 그걸 몇백년이고 해왔다는 건 선계를 무시해도 될 정도의 실력자라는 거잖아." "그러니까 우리로 말하자면 수상할 정도로 돈이 많은 퍼ㄹ―"
찰싹, 하는 소리가 났다. 헤카가 내 뺨을 때린 거다. 얼떨떨해하고 있자니 말했다.
- 츳코미, 성공적.
이 나라의 문화를 딥러닝해서 번역 품질을 올리라고 지시했던 게 이렇게 돌아올 줄은... 멍청하게 뺨을 잡고 헤카를 바라보다가 헛기침을 하고 말을 이었다. 뺨이 무진장 아프네. 헤카한테 맞으면 이런 기분이구나...
"크흠, 아무튼 그 녀석의 석연찮음은 둘째치고. 우리가 늘상 해오는 통상적인 방식의 환생을 한 거라면 말이지, 나는 그 소년이 무척이나 이해 가." "한창 이성교제에 관심있을 체리보이를 덥썩 보쌈해가서는 자기 좋을 대로 죽기 직전까지 정기를 빼가다가, 어느 날 자기한테 질려버리면? 너 때문에 이제 일반인의 삶을 살긴 글렀는데, 그렇게 만든 장본인이 훌쩍 떠나버린다면 어떻게 되겠어?" "미안 유우가, 나 역시 어설픈 소년은 싫어... 이전의 너로 돌아가기 전까지는 듬직한 유진 씨랑―"
찰싹.
"큼큼, 아무튼 그렇게 되는 건 상상하고 싶지도 않을 거라고. 네가 치O여우이기 때문에 상상하지 않을 수 없겠지만." "뻔하지. 여우 너 소년이 탈진 직전일 때면 늘 '오늘은 여기서 끝이야?' 라거나, '부족한데...' 같은 티를 냈을 거잖아. 오래 굶었으니까." "내가 그 소년이라면 말이지, 네 식성을 다 충족시키지 못해도 너랑 같이 있을 수 있다는 어떤 로맨틱한 증거를 원할 거라고. 가령..."
- 죽여줄게. "뭔소리래?! 지워 헤카땅! 그런 거 지우라고!!" "아―무―튼, 좀 좋아해라거나, 사랑한다던가, 그런 걸 그냥 담백하게, 손을 꼭 잡고서 눈을 딱 마주보고, 마음이 잘 전해지게끔 듣고 싶을 때가 있는 법이라고. 그 나잇대 소년이기 때문에 더더욱."
"하아? 몇 년 지나지 않아서가 아니라고. 나는 이래보여도 네놈의 선조의 선조의 선조의 선조의 선조... 음.. 아무튼 아득히 먼 옛날부터 살아온 존재니까. 유우가가 환생하는 텀은 대충 200~300년이었단 말이다. 그래도 어디서 퍼질러 자거나 놀거나 하면서 보내면 후딱 지나가긴 한다만... 그리고 이번엔 100년 정도긴 했지. 아무튼."
하지만 생각해보면 이 이상한 놈 얘기처럼 석연찮은 구석도 있긴 하다. 기억과 경험을 그대로 지니고 환생한다는 것. 그것도 한 두번이 아니라 매번. ....전생의 기억이 없는 것은 이번이 처음일 정도니까. 어쩌면 이게 일반적이고 그동안은 유우가가 뭔가 손을 써뒀던 걸까? 아주 초창기에 뭔가 들었던 것 같기도 하지만 그땐 인간들 주술따위 하급하고 제대로 써먹지도 못할 것들이라고 생각하던 시절이라 귀담아 듣지도 않았었고. 으음. 이럴 줄 알았으면 잘 들어두는 건데.
잠시 생각에 잠겼다가 철썩하는 소리에 고개를 돌렸다. 아니아니. 그거 츳코미가 아니라 그냥 냅다 뺨 갈긴 거니까. 보통은 뒤통수를 친다고.
"끄응.... 지, 질리지 않는다구우... 질릴 리가 없잖아. 유우가인걸." "그리고 농담이래도 그런 소름끼치는 예시는 들지 말라고...."
찰싹, 헤카가 때린 뒤엔 나도 꼬리를 뻗어 헛소리를 중얼거린 녀석의 머리를 퍽 쳤다. 흥, 꼴 좋다.
"윽... 그, 그래도 나름대로 잘 참았다만..." "....에우....."
손을 잡고 마주보고서 그, 그렇게 말하라니.... 그런, 그런 건... 지금껏 한번도 해본 적이 없...는데. 항상 츄츄하기 직전이나 내가 일방적으로 끌어안고 유우가아💕하긴 했어도 그, 그렇게는.... ....그렇게 하는 걸 상상만 해도 얼굴이 새빨갛게 터질 것 같아졌다. 전생을 통틀어서도 한번도 해본 적 없고, 이번에도 해본 적 없는데... 그, 그건... 그런 건....
"그... 그건.... 그런 부끄러운 짓을 어떻게 해!! 한 번도 해본 적 없는데...."
두손으로 뺨을 감싼다. 으으, 엄청나게 뜨거워졌잖아아.... 염소 빨리 바닐라라떼 리필 가져오라고오오....
퍼질러 자거나(농장에 굴러들어온 바위가 돼서 그 지역 농사를 오랜 기간 망침) 놀거나(산의 맹수들 기강을 너무 잡아서 먹이사슬을 망침) 하면서 2~300년을 보냈겠지.
...환생을 왜 그 정도로 오래 하지? 통상적으로 마술사들은 육이 쇠해서 영혼만이 남게 되거든 혼이 닳을 때까지 영적인 공간에서 수련하거나 영존재들과 소통하다가 아래에서 몸이 준비되면 내려가는 편이다. 자연의 이치에 순응한달까. 그걸 방해하는 거대한 영사회의 존재따위는 없다. 반면 동양권에서는 선계라는 거대한 영존재들의 사회가 권위를 갖고 체계를 가져서, 환생에도 어느 정도 개입하는 것으로 안다. 풍토와 정서의 차이 때문에 요괴가 판치기 때문에 그렇다.
만약 그 유우가라는 마술사가 선계의 눈을 피해 뒷길로 환생하느라 그런 거라면? 자연적인 루트는 선계가 틀어쥐고 있기 때문에, 눈을 속이는 번거로운 과정이 필요했기 때문에 그런 거라면 어떨까.
조금 다르지만, 우리쪽에서도 몇몇 사례는 있어왔다. 기억과 능력을 전부 잃고 새 삶을 사는 것에 대한 공포 때문이다. 영손실이 두려운 거지. 0살부터 100살 내내 훈련하면 더 큰 능력을 가질 수 있는데, 기억 없이 인간 틈에서 살다가 회사원으로 취직하고 흘러흘러 살게 된다면? 50살에나 마술사로서의 자각을 하게 된다면? 훈련을 해도 전생의 자신보다 못한 능력만을 가지게 된다면? 그런 공포를 가진 선대 마술사들이 영혼이 갈려가며 실패해왔다.
...고작 한 명의 개인이 그럴 수가 있다고? 그건 쉽지 않은 일이다. 쉽지 않다 못해 불가능에 가깝지. 그러니까 이 의혹은 말하지 않도록 하자. 인간의 환생 텀이 기본적으로 100년 정도고, 2~3백년은 명백히 이상하단 걸 이 여우가 알게 된다면 어떤 일이 벌어질지 모르니까.
이 둘이 서로의 외도를 의심하면서 분열하는 것보다, 협회의 골칫덩이로 존재해주는 게 내 목적에는 더 부합한다. 이 진실을 함구하는 건 머리를 때린 데에 대한 복수...라고 하자.
"아니, 너네 결혼하자 했다며? 그러면 그 전에 사랑한다 좋아한다 너만을 영원히 사모한다 뭐 그런 낯간지러운 말을 했을 거 아냐." "설마... 안 했어?"
- 윳 유유유유우가사마는 그런 말 아, 안 하실 분일걸요...
덜덜 떨면서 바닐라라떼와 아샷추를 갖고오는 염소. 무슨 자동리필기같다. 임금체불 당하고 있으면서 왜 이리 성실할까.
- 유우가 사마는 고, 고압적이구 오만한 제왕의 자질이 있으시니까 그 그런 범인같은 말은 하지 않으실 거라고 새 생각해요 힛히히... - 저, 저한테는 느껴져요 지금은 모르시지만 그 안에 잠들어있는 고슈진사마가 힛히히히후... 후히힛...
"그, 그런 건 안했어...." "어느 쪽인가 하면.... 치고받고 싸운 게 시작이었던가. 내기를 했던가... 엄청 옛날이라 가물가물하네."
슬슬 목이 타는데, 싶은 순간 염소가 바닐라라떼를 들고 왔다. 흐흥~ 역시 고분고분하면 좋구만. 그리고 염소의 말에 고개를 끄덕였다. 오만한 음양사. 유우가를 표현하기엔 딱 좋은 말이다. 아, 물론 전생의 유우가 말이다. 지금은 좀 다르지.
근데 염소 이자식 왜 이렇게 음흉하게 웃지? 아까 유우가가 염소한테 잘해준 것도 그렇고. 너네 혹시 그렇고 그런 거 아니겠지? 그렇기만 해봐라. 당장 염소고기로 만들어서 저 옆에 하천에다 던져버릴거니까.
"하여간 그런 낯간지러운 말은 들어본 적도 없고 해본 적도 없어. 그냥 치고받고 싸우다보니 정들고 그랬던 거지. 뭐, 나 정도 되는 대요괴가 아니면 그런 오만방자한 녀석 받아주는 여자도 없었겠지!" "애초에 혼처랍시고 마을에서 들고 오는 것도 전부 그 녀석을 묶어두기 위한 족쇄나 다름 없었지만. 하, 인간들이란. 밥먹고 잔머리 굴리는 것밖에 할 일이 없는겐지."
결국 자기네 뜻대로 족쇄를 차는 일도 없고, 그 상태로 백귀야행까지 쳐부수고 나니 환대한답시고 독을 탄 술을 먹여서는 유우가를 죽여버렸지. 망할 마을 녀석들. 이곳의 영능력자는 태반이 외부에서 온 녀석들이다. 애초에 이 마을엔 선조 대대로 살았다는 유서깊은 집안도 몇 없다. 유우가를 그렇게 죽인 놈들을 내가 거의 다 죽여버렸으니까. 유우가의 제자였던 저 애송이가 팔 하나를 버려가며 필사적으로 방해해서 전멸까진 못 시켰다만. 카운터에 있는 애송이를 노려보다가 흥,하고 고개를 돌려버렸다.
"....흥, 뭐 이런 얘기까지 꺼내게 하고 있어. ..이봐 염소. 케이크도 가져와."
짜증나는 걸 기억해내서 기분이 나빠졌다. 아, 이럴 땐 역시 단 걸 먹어서 리셋해야지. 그나저나 현대의 이 디저트?라는 것들은 굉장하다니까. 예전에는 꿀이나 잘 익은 감 정도가 단맛의 최대치였는데, 요즘은 그 정도는 우습다는 듯이 단맛이 그득하고 가득한 것들이 정말 많다니까. 이 커피라는 것도, 시럽을 넣어서 얼마든지 달게 만들 수 있다니 최고라고!
느껴진다... 가정폭력의 냄새가... 성격 만만찮은 여자랑 그 녀석을 휘어잡는 인자강이...... 아, 연관되기 싫어졌어. 이런 걸 너무 오래 접하면 정상적인 연애를 못하게 된다...
"백귀야행... 그러고보니 들어봤어. 불온한 요괴들의 행렬이랬던가. 이번에 협회 차원에서 토벌지원사업을 펼칠 정도로 경계하던데. 마지막이 언제였더라?" - 백년? 백이십, 년? 그 전쯤요... 여, 여기서요...
째릿 노려보는 여우에게 겁을 먹은듯 쟁반을 꼬옥 껴안고 도망치는 염소.
"그게 백년 만에 다시 돌아오다니 어지간히 불온한 지역인 모양이네 여긴~ 난 백귀야행 시즌이 되기 전에 빠질란다." "다시 원래의 이야기로 돌아가서 말해보자면, 여우씨 당신은 평범한 인간이라는 걸 접할 일이 없어서 모르겠지만 말이야. 지금의 유우가는 이전의 오만방자하던 유우가씨랑은 다르다고." "평범하게 태어나서 소학교 중학교를 나오고, 애들이랑 축구하는 게 일상의 행복인 녀석이 오만해봤자 얼마나 오만하겠어? 공부를 잘하게 생긴 것도 아니던데." "예전처럼 널 찍어누르는 거로 음험하게 좋아할 녀석도 아니거니와, 그런다 하더라도 지금은 순진해 빠져선 좋아한다는 말 한 마디에 헤롱헤롱이 될 나이라고. 나도 사춘기 땐 그랬었지~ 좋을 때야."
찍어누르는 거로 음험하게 좋아한다... 내가 말하고서도 뭔가 짚이는 구석이 있었지만, 아직 구체화 하기엔 짚이는 구석이 없었다.
- 그, 그그 여우 씨이... 케, 케이크는 제가 먹어야 해서 안되구... - 대신 멋, 머핀 갖구왔어요...
눈치없는 폐급 띨띨이를 여우가 구박해대는 걸 보다가, "아무튼 한시간 끝났으니까 난 간다~" 하고 카페를 나왔다.
유우가는 유우가인데, 그럼 예전의 유우가도 이랬던 시절이 있었던 걸까. 내가 모르고 있었을 뿐이지. ....내가 모르는 유우가는 낯설고 어색하지만, 몰랐던 부분까지 보고 있는 거라고 생각하면 조금은 마음이 나아지는 것 같기도. 이상한 녀석의 충고를 듣는 건 어쩐지 자존심이 상하지만, 뭐 어때. 오늘은 관대하게 멀쩡하게 돌려보내주는 김에 의견 참고도 해보지 뭐.
"하아? 그럴 땐 '제가 머핀을 먹을테니 위대하신 대요괴 메이사님은 부디 이 케이크를 드셔주십시오'하고 가져와야할 것 아니냐고!!!"
조금 나아지던 기분은 케이크 못주고 머핀 먹으라는 염소의 말에 와장창 박살이 났다. 염소에게 삿대질로도 모자라 멱살을 쥐어잡으며 뭐라고 하는 사이에 이상한 녀석과 그리운 냄새가 나는- 미즈인지 헤카인지 모를 녀석이 카페 밖으로 사라진다. 둘이 멀어지고 나서, 나도 염소의 멱살을 탁 놓았다. 그래. 여기서 이러고 있기보단 유우가한테 가서 좋아한다고 말하는 게 낫겠지.
"그럼 나도 이만 간다. 다음엔 케이크 넉넉하게 준비해놔. 홀케이크로."
집에 돌아와보면 현관엔 유우가의 신발이 있었다. 어딜 나가진 않은 것 같다. 나갈 체력도 사실 안 남아있겠지만. 슬그머니 거실을 지나 유우가의 방 앞으로 다가가면, 문은 굳게 닫혀있었다. 평소라면 그냥 바로 열고 들어가거나, 잠겨 있어도 그냥 힘으로 열고(?) 들어갔겠지만... 오늘은 그렇게 하지 않았다. 손을 들어 잠시 머뭇거리다가, 가볍게 주먹을 쥐고 노크를 했다. 너무 힘이 들어가지 않게 조심해서. 문을 부수면 완전 역효과가 날 것이 분명하니까.
"...유, 유우가아... 들어가도 돼...?"
그리고 처량한 목소리로 말했다. 사실 일부러 내려던 건 아니고 자연스럽게 나온 거지만. 귀와 꼬리가 나와있었다면 그야말로 축 처져서는 끼히잉...하는 효과음까지 붙어있을 그런 모습이었다. 이런 한심한 모습 유우가가 아니면 절대 보여주지 않으니까...
집에 오자마자 샤워를 갈기고 침대에 누웠다. 몸이 천근만근이고 안 아픈 곳이 없다. 그렇게 노곤한 몸에 져서 눈을 살짝 감았다가... 똑똑하는 소리가 들린 것 같아서 눈을 떴다. 아직 커튼 사이로 빛살이 들어오고 있는 걸 봐선 오래 잠든 것 같지는 않았다.
폰을 켜서 시간을 확인해보니 저녁 6시 정도. 부모님은 주말을 맞아 둘이서 식사하고 올테니 형제들끼리 알아서 먹으라는 톡도 와있었다. 늘어져라 하품을 하다가 결리는 몸을 끌고 문으로 다가갔다. 손잡이를 당기자마자 보이는 처량한 얼굴에 움찔한다. 아, 그러고보니 내가 메이사를 두고 혼자 와버렸었지. 고단해서 완전 잊고 있었다. 얼굴이 귀여워서 나도 모르게 '무슨 일이야...?' 라고 물을 뻔 했지만, 아까의 일이 있으니 가만히 있었다. 마음이 좋진 못했다.
이런 때에 어떻게 대해야 하지, 친구도 많지 않았고 싸우지도 않은데다 화해도 해본 적이 없다. 아니, 있었어도 몰랐겠지. 같이 사는 여자애한테 '너는 내 정기만이 목적이지' 라고 일방적으로 화내고 도망쳐온 다음에 어떻게 대해야 하는지는 이 나잇대에는 모르는 게 당연하다. 아 젠장, 떠올리고 보니 너무, 너무 애같은...! 젠장, 애도 아닌데. 얼굴이 다시 화끈해지는 것만 같다.
"배고파? 내려갈까?"
그래서 얼굴을 보여주고 싶지 않아서, 메이사를 지나쳐 복도로 나섰다. 2층 복도는 어두웠고, 1층에는 누나가 있는지 거실의 훤한 빛이 계단을 타고 올라오고 있었다. 가다보면 이 얼굴도 가라앉으려나. 밥까지 먹고나면 이 어색한 것도 좀 사그라들겠지. 그러면 다시 전처럼 대화할 수 있을 거다. 아마.
유우가, 괜찮나... 아까 화내고 가버린 모습이라던가, 이상한 녀석이 말해준 거라던가.. 이것저것이 머리에서 뒤섞여서 쉽게 말로 나오지 않았다. 결국 바보같은 대답을 해버린 채로 유우가를 보면, 유우가는 그대로 나를 지나쳐서 복도로 나섰다. 복도는 어두워서, 그리고 유우가가 빠르게 스쳐지나가서 얼굴이 잘 보이지 않았다. 아직도 화가 난 걸까. 내가, 유우가의 정기만 원하고 있다고 생각해서??
"—유우가, 잠깐만...!!"
어쩐지 이대로 그냥 보내면 안 된다는 직감이 들어서 유우가의 팔을 살짝 붙잡았다. 지, 진짜로 살짝. 살짝이라니까? 사실 뭐라고 말해야할지도 머리 속에서 정리가 안 됐지만, 그래서 횡설수설 할 것 같지만... 일단 입을 떼었다.
"아, 아까... 카페에서 그렇게 해서 미안해...." "그치만 나 유우가의 몸만 목적인 건 절대 아니니까... 그, 난, 유우가를 좋아해서 그랬던 건데... 미, 미안해...." "유우가를 좋아하니까 환생하는 것도 기다렸고, 유우가가 아닌 사람하고는 닿는 것도 싫고오, 그래서.. 저기..." "마, 말로는 잘 못했지만 정말로 유우가를 좋아해. 그러니까 이제 유우가가 싫어하는 일은 안 할테니까아...."
끼히잉, 하는 소리가 절로 나올 것 같았다. 어느새 튀어나온 귀를 머리 뒤로 딱 붙이고, 유우가를 봤다.
"그, 그러니까아... 싫어하지 말아줘어...."
유우가가 날 싫어하게 되면 난 견딜 수 없을 거야.. 너무 슬프고 괴로워서 미쳐버릴지도 모르지. 상상만 해도 눈물이 터질 것 같아서, 쥐고 있던 유우가의 팔을 슬쩍 놓고 내 눈가를 꾹꾹 눌렀다. 우우, 유우가아...
메이사가 내 팔을 붙잡았다. 평소의 우악스러운 느낌이 아니라서 팔이 곧이라도 빠져나갈 것 같았다. 그래서인가, 힘이 없는데도 오히려 꽉 붙들리는 듯한 기분이었다.
글썽이는 눈으로 날 바라보면서, 손만 간절하게 붙잡고 좋아한다고 말하는 메이사.
나를 좋아한대. 나 아닌 사람이랑은 닿는 것도 싫대. 말로 하진 못했지만 나를 계속 좋아해왔다고 한다. 싫어하지 말아달랜다.
숨이 턱 막혔다. 질린다거나 힘겨워서 그런 게 아니다. 갑작스럽지만 좋은 말에 심장이 미친듯이 뛰어서 그렇다. 아까 미친듯이 달렸던 때보다 지금이 더 버티기 어려운 것 같은 착각도 들었다. 손이 금세 축축해진다. 어, 어떻게 말해야 하지. 뭐라고 당장이라도 말하지 않으면 메이사가 울어버릴 거 같은데, 그건 싫은데, 뭐라고 해야할지 모르겠어서 굳어버렸다.
축축한 손을 꾹 말아쥐고, 눈가를 꾹꾹 누르는 메이사를 그대로 꼬옥 껴안았다. 온몸이 순식간에 뜨끈뜨끈해져서 메이사가 차갑게 느껴질 지경이다. 품에 묻힌 귀에는 전부 들리겠지. 내 두쿵거리는 소리가. 부끄러워 죽을 거 같다. 심장을 토해버릴 거 같은 기분이다.
"아, 안 싫어.. 안 싫어해. 싫어할 수 있을 리가 없잖아."
배에 힘을 바짝 주고서야 겨우 말할 수 있는 말이다. 이게 뭐라고.
"너, 너는 내 아내잖아... 아내를 어떻게 싫어해. 조, 좋아하면, 모를까......"
윽, 얼굴이 엄청 뜨거워...
"나도, 나도 메이사가 좋아. 처음 본 날부터 좋아했어. 너처럼 귀여운 애가, 그, 나랑 결혼해준대서... 좋았다고. 좋았단 말이야!" "...그, 근데 넌 내가 좋지 않은 거 같아서... 나한테서 정기 빼먹는 거만 좋은 거 같아서, 그, 그래서 섭섭했던 거고..."
메이사를 으스러지도록 껴안았다. 그럴 일은 없겠지만.
"날 좋아해주면, 그럼... 됐어."
포옹을 조금 느슨히 하고 메이사를 내려다봤다. 털동물의 좋은 냄새, 매혹하는 요괴 특유의 좋은 향기가 잔뜩 풍겨서 고개를 가까이했다.
"키스해도... 돼?"
허락은 나오지 못했다. 그대로 홀린듯이 입술을 비벼버려서. 서로 좋아하는 사람이랑 하는 키스는 최고로 기분 좋았다.
당연히 괜찮다는 말을 하기도 전에 유우가가 입을 맞춰온다. 우우 유우가아... 유우가도 날 좋아한다는 말이, 아내라고 불러준 게, 이렇게 껴안아 주는 게, 키스해 주는 게 너무 좋아서 꼬리를 붕붕 휘두르다 못해 헬리콥터처럼 빙글빙글 돌아갈 지경이었다. 유우가아, 정말 좋아해. 유우가랑 하는 키스도 정말 좋아해.
그렇게 한참을 입술끼리 부비다가 슬그머니 떼어놓았다. 좋아하는 사람과 키스했다는 만족감과 별개로 그동안 굶주린 속에서는 정기를 더 원한다고 난리였지만... 그 부분은 역시 조금 참는 걸로. 아쉬운 티를 내지 않으려고 노력하면서 유우가를 꾸욱 끌어안았다.
"좋아해 유우가..." - 유우가~ 저녁 뭐 먹을거야? 아! 메이사쨩도 왔구나!
1층 거실에 있던 유우가의 누이가 다가오는 소리가 들려서 아쉬운 마음을 접고 유우가에게 둘렀던 팔을 슥 풀었다. 사실 원래라면 보든 말든 꾸우우우욱 껴안고 있었겠지만... 유우가가 별로 안 좋아하는 거 같았으니까 그거. 이, 이젠 좀 자제를 하려고...
"응~ 조금 전에 왔어~" "....이제 내려갈까. 유우가. 그래, 뭐 먹고 싶은 거 있어?"
잠깐 고개를 쭉 빼서 1층을 향해 외치고서, 포옹을 푼 대신 유우가의 손을 조심스레 쥐었다. 손을 잡는 정도라면 괜찮겠지...? 이것도 안 된다고 하면... 이건 양보 못하니까 드러누워서 울거야.
부족한데. 이거로는 턱없이 부족하다. 배 아래에 뭐가 잔뜩 뭉친 것 같은 기분이다. 답답해서 몸부림이라도 치고 싶다. 겨우 참아가면서 메이사의 손을 잡고 1층으로 내려갔지만, 이유 모를 이 답답함은 도저히 해소되지 않았다.
뭐 먹을래? 피자 시킬까? 아니면 해먹을까나~ 하는 누나의 이야기를 흘려듣다가... 결심했다.
"...누나, 나, 그... 속이 안 좋아서 올라갈래. 피자 시켜두면 배고플 때 먹을게." "메이사도."
영문 몰라 하는 메이사의 손을 꼭 잡고 2층으로 끌고 갔다. 뜨끈하게 달아오른 손이 메이사의 손아귀에 딱 붙어, 맥박을 전부 드러내고 있었다. 2층으로 다급하게 메이사를 끌고 올라와선 벽에 밀어붙였다.
"...미안, 나, 그, 도저히 못 참겠어서..." "키스하고 싶어. 아까 거... 계속 할래. 그래도 되지?" "응?"
입술이 맞닿은 채로 더듬더듬 문고리를 찾아 당겼다. 벽에 붙은 메이사의 어깨를 감싸고, 무릎 아래에 손을 넣어서 들어올렸다. 예전엔 무리였지만 지금은 이정도는 충분히 가능하다. 처음 만났을 땐 메이사가 날 공주님 안기했었는데, 이제는 완전히 정반대였다.
그대로 메이사를 안아 들고 가서 침대에 내려놓는다. 고개 옆에 손을 두고 내려다본다. 이미 해봤던 일이지만 내가 밀어붙이는 건 처음이라 조금 떨려.
"...싫으면 말해."
. . . 그리고 메챠쿠챠 배고파졌다...... 반쯤 시체같은 상태로 겨우 내려와서, 식어버린 피자를 질겅질겅 맛없게 씹었다.
"죽을 거 같다...... 이제... 싫어..."
눈을 까뒤집고 얼굴은 새빨개져서, 입에는 한가득 질긴 피자가 들어있는 모습은... 마치 에로동인의 엘프같은 꼬라지겠지. 기세 좋게 밀어붙이긴 했지만 아직 한참 멀었다는 것만 깨달았다. 죽고싶다, 여러모로. 혈기가 완전 가라앉아버려서 정신적으로도 한계치야... 인생 무상이로다...
이번의 유우가는 정말로 전생에 대한 기억도 없고, 나와 지냈던 기억도, 사랑을 나눈 기억도 경험도 전부 사라진 것 같아서. 그래서 다시 재회한 후에는 늘 내가 이끄는 쪽이었는데, 이, 이, 이렇, 이렇게 되다니.... 2층으로 끌려 올라가는 순간부터 어쩐지 엄청나게 가슴이 뛰기 시작했다. 맞잡은 손에서 같은 고동이 느껴지는 걸 보면 유우가도 마찬가지인 것 같지만... 벽에 밀어붙여지고, 공주님 안기로 번쩍 들리는 시점에선 현실감이 느껴지지 않을 정도로 두근거렸다. 어, 어라 이거 꿈? 나 설마 망상에 빠지기라도 한 걸까. 유우가한테 싫어한다는 말 듣고 현실도피중인건가?
그런 의심을 깨부수듯 침대에 눕혀진 내 얼굴 옆으로 유우가의 손이 툭 내려왔다. 아, 유우가 팔.... ...언제 이렇게 다부지게 된 거지...
"....싫을리가 없잖아. 유우가가 하고 싶은 대로 전부 해줘." "좋아해, 유우가..."
그리고 한참 뒤에 1층으로 내려와서 우리는 식은 피자를 먹고 있다. 나 이 파인애플 올라간 피자 좋아. 신나게 한 입 물고서 옆을 흘끔보면.....눈을 까뒤집고 새빨간 얼굴로 피자를 입에 가득 물고 있는 유우가는 얇은 책의 종이 계집같은 느낌을 풍기고 있어서, 이번에는 내가 유우가를 안고 2층으로 올라가고 싶어졌다. ...하지만 여러모로 한계인 것 같고, 유우가는 휴식이 필요하니까. 나도 절제할 줄 안다고. 응응.
"미, 미안..."
그런 유우가의 옆에서 반질반질해진 얼굴로 피자를 념념 먹고 있는 나. 유우가가 힘들어하는 건 내가 정기를 빨아버려서 그런 거겠지. 내가 여우요괴니까. 인간을 홀려서 정기와 영력을 빨아 요력을 채우는 요괴니까. .....인간이 아니라 요괴니까. 피자를 씹던 입을 멈추고 잠시 생각에 잠겼다. 내가 그냥 평범한 인간이었다면, 유우가도 힘들지 않았을텐데. 문득 그런 생각이 들어서.
"그, 그래도 유우가가 공주님 안기 해준 거... 좋았어. 에헤헤...."
그런 생각을 해도 어차피 변하는 일은 없을테지. 들러붙는 미련을 애써 무시한 채로 작게 웃었다.
평생 둔탱이지만은 이런 건 또 예민하게 캐치하게 된다. 그게 남자라는 거니까... 아버지부터가 구실 못하면 나가 죽어야지 하는 분이라 유전에다가 후천적인 교육으로 무지 신경쓰게 된다.
뭔가 한 번 신경쓰여버린 이상 메이사가 뭐라한들 묘하게 자격지심이 생기는 건 어쩔 수 없어서, 내심 찝찝한 마음을 감춘 채로 피자만 우물우물 씹었다. ...공주님 안기 한 번 한 거로 허리가 지끈거리는 처지가 한심해서 한숨을 얕게 쉬었다. 운동 좀 더 열심히 해야겠다. 사장님한테 중량 좀 더 얹어달라고 할까...
"내가 좀 더 노력할게..."
메이사의 어깨에 폭 기댔다. 그리고 잠깐의 침묵.
"있잖아, 옛날의 나는 어땠어?" "남들은 전설적인 음양사였다고 하고, 인간을 정말로 귀히 여기는 도인이었다고도 하는데... 막상 그거로는 어떤 사람인지 전혀 모르겠단 말이지. 메이사 너는 나랑 결혼까지 했으니까 그... 알잖아, 내가 어떤 사람이었는지." "지금의 나랑 많이 달라?"
옛날의 내가 오만하다못해 광오하고, 인간들 앞에서는 내숭을 떨지만 실제로는 주지육림을 꿈꾼데다 여자에 환장하고, 속도 시꺼먼 녀석이라고는 생각도 못하고 한 말이었다. 실력은 좋았지만 성격이 무진장 안 좋아서 아내를 엄청 골려먹던 DV남편일 줄은 몰랐지, 내가. 자길 좋아하는 여자애를 두고도 종이식신 여럿이랑 굴러먹던 색골일 줄은......
"그, 그런 건 아니야!!" "아닌데.. 그냥.... ....유우가가 쉽게 지치는 건 내가 정기를 빨아가서 그런 거니까...."
말끝을 흐리면서 피자를 물었다. 살짝 겉이 말라붙은 파인애플을 깨물고 한참을 우물거린다. 부족한 건... 사실 맞긴 해. 하지만 그 이상한 녀석의 충고도 있고, 조금은 참기로 했으니까. 그, 그래. 다이어트라는 거? 그런 거라고 생각하면 될 거야. 아팠던 건 전혀 아니고. ....그냥, 미련이 끈질기게 들러붙어서.
"....내가 그냥 평범한 인간이었다면 그럴 일 없었을텐데 하고, 생각이 들어서..." "뭐 이런다고 바뀌는 일도 없으니까. 그냥 생각만 해봤달까."
폭 기대오는 유우가의 머리에 슬쩍 고개를 기대고 피자를 우물우물. 뭐랄까, 다른 때보다도 더 가까워진 느낌이 들어서 좋네 이거. 잠깐 이어지던 침묵 속에서 그런 생각을 하다가 들려온 질문에 그만 사레가 들렸다. 윽 큭 케헥?!
"케헥, 콜록.... ......전생의 유우가 말이지..." "엄청, 진짜 엄청 달라. 같은 사람이 맞는지 의심이 될 정도로 다르다구."
잠시 숨을 가다듬고 다시 입을 열었다.
오만방자한 음양사, 하늘 높은 줄도 모르고 우쭐거리고, 속은 시꺼멓고 성격도 인간들 앞에서는 진짜 고양이라도 된 것처럼 내숭을 어찌나 떠는지. 그러면서 인간들이 없으면 완전 악당 그 자체. 나를 두고 식신을 부려서 종이계집 여럿하고도 굴러먹고 대놓고 주지육림을 원한다고 말하질 않나 툭하면 놀려먹지를 않나.
그동안 쌓인 걸 줄줄줄줄 토해냈다. ...뭔가 본인을 앞에 두고서 앞담을 까는 느낌이라 묘한 기분이 든다.
"—뭐 시대도 시대였고, 지금의 유우가처럼 평범하게 자랄 수 있는 환경에서 크질 못했으니까. 아마 그래서 더 심했던 거겠지. 과거엔 생각보다 이것저것 전부 다 막장인 시대였고."
그렇게 말하며 유우가를 봤다. 그렇구나. 평범하게, 음양사라던가 백귀야행이라던가, 그 외의 모든 것들이 없었더라면. 내가 없었더라면. 그냥 평범하게 가족들과 친구들과 살아갈 수 있는 지금의 유우가처럼 자랐을지도 모른다. 전생의 기억이 없는 지금의 유우가가 그렇게 지내고 있는 것처럼.
"그, 그치만? 가끔 상냥하게 해줄 때도 있었다구?? 다정할 때도 있고?" "그거야 그거! 전생 유우가는 조금 솔직하지 못한 면이 있어서어... 그런 걸까나... 아무튼 그런.. 그런 거야."
앗, 아, 아와와왓, 와왓... 어깨를 잡혀서 짤짤짤짤 당하다가 문득, 전생 유우가도 이런 거 자주 했었지~ 같은 생각이 들었다. 어쩐지 그리운 걸. 기억이 없어도 본인이라고 주장하듯이 불쑥 튀어나오는 이런 면모가, 역시 유우가구나 하게 만든다.
"흐으음~ 진짜로?" "하지만 음양사라면 식신 정도는 부려야하니까. 식신 만드는 건 말리지 않을게. 편리하다고 그녀석들? 잡일도 시킬 수 있고. 나도 몇 개 정도 굴렸었고."
난 음양사는 아니지만, 요괴라고 못하는 건 아니니까. 그래. 주지육림이니 뭐니 하면서 종이계집들이랑 굴러다니는게 열받아서 그럼 나도 식신 만들어서 똑같이 해주겠다고 했던 적도 있고. ...물론 며칠 못 가서 서로가 서로의 식신을 불태워버렸지만. 하하, 이것도 엄청 예전 일이네. 그립다....
그렇게 추억에 잠기려던 찰나, 무시무시한 질문이 날아온다. 엣, 이건 그거지? 자기를 골라달라는 그런 거지? 신경쓰지 않는다고 하면서 전생 유우가를 고르면 엄청나게 성가셔지는 그런 패턴?
"바~보. 당연히 유우가라구." "전생도 현생도 전부 유우가지만, 전생은 이제 그냥 과거야. 그것도 한~참 전의. ...나는 사실 잘 모르겠지만, 인간 기준으로 100년은 긴 시간이고 먼 과거잖아. 그런 과거일뿐이야." "뭐가 됐든 지금 내가 좋아하는 건 내 눈 앞의 유우가 뿐이니까."
과거가 그립지 않냐고 물어본다면 완전히 부정할 수 없겠지만, 어쨌든 과거는 과거다. 가끔 왜 전생의 기억이 없는 거냐고 혼자 야속해 할 때도 있지만 그것도 잠깐이지. 아무리 그리워한들 과거로 돌아갈 순 없고, 사라진 게 돌아오진 않으니까. 기억은 이어지지 않았어도 어쨌든 유우가가 옆에 있으니까, 난 그거면 됐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