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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희도 좋아하고. 츠키와 코하네. 어린 시절 가장 많이 놀았던 두 명의 얼굴을 떠올리며 그는 그렇게 단언했다. 물론 다른 친구들도 많았고, 그 애들과도 잘 지내지만 역시 가장 친한 이를 꼽자면 1번째가 코하네이고, 2번째가 바로 츠키였다. 사실 둘의 차이도 그렇게 심한 것은 아니었지만 역시 동갑인 애가 동갑이 아닌 애보다는 조금 더 편했으니까.
"...그것보다 사과해. 전국에 있는 동물 애호가들에게 말이야."
진짜 큰일날 소리 한다. 너. 그렇게 이야기를 하며 그는 고개를 도리도리 저었다. 동물을 좋아한다고 애늙은이인가. 그건 절대로 인정할 수 없다는 듯, 그는 팔짱을 끼고 가만히 고개를 끄덕였다. 내가 좋다는데 뭐가 문제야. 그렇게 생각을 하면서 그는 다시 한 번 쭈욱 기지개를 켰고 살며시 등 뒤로 돌아 남은 사료가 얼마나 있는지 체크하기 위해 서랍장을 열었다.
다양한 동물 사료가 바로 그곳에 있었고, 그는 그 중 한 포대를 잡은 후에 가볍게 흔들었다. 안의 내용물이 아직 많이 남았는지 무게가 묵직했다. 당분간 사료를 살 걱정은 없겠구나. 그렇게 안심하면서 그는 서랍을 닫고 다시 츠키를 바라봤다.
키타토라를 따라 도착한 작은 헛간은 신사의 뒤로 들어와서 한참을 걸어가야 하는 곳이었다. 스즈네 또한 이런 곳이면 차가 못 들어오지~ 하고 고개를 끄떡끄덕했다. 키리야마 차밭도 어느 지점까지는 수레에 실어서 가져와야 하니까 말이다. 차밭을 돕는데 익숙한 스즈네였기에 헛간의 짐 옮기기도 흔쾌히 참여했다. 물론 옮기기 전의 정리도 말이다.
"아~ 그거 여기~ 응~ 그건 여기에 놓자~"
스즈네가 평소에 바보짓을 잔뜩 하고 다녀도 이럴 때는 또 상급생의 티가 물씬 풍겼다. 키타토라의 지시 아래 각 학생들이 창고 안 물건들을 잘 정리하도록 도와주었다. 말로만 그러지 않고 스즈네가 직접 가서 쇼쇽! 대신 해 준 다음 얼른 다른 곳으로 가버리기도 했다. 각자 들고 갈 박스가 잘 테이핑 되었는지 너무 무겁지는 않은지 하나하나 살펴주고 한 명 한 명 무리하지 않도록 짐의 배분도 도왔다. 그렇게 함께 온 집행부 학생들을 먼저 보낸 뒤 스즈네도 장식천 따위가 든 박스를 머리 위에 얹고 뒤늦게 퐁당퐁당 걸어나왔다.
그리고 이상한 일은 거기서부터 시작되었다.
"으응~?"
어둑한 숲길을 생각없이 나아가던 스즈네가 문득 뒤를 돌아보았다. 그러자 거기엔 아마네 밖에 없었다. 어라~ 하고 그제야 주변을 둘러보자 새까맣게 빛이 저문 숲과 스즈네와 아마네를 제외하면 아무도 없는 것을 깨달았다.
"헤에~"
아마네의 괜찮냐는 물음이 무색하게 평소같은 얼굴로 주변을 두리번거리던 스즈네는 이내 히히 웃으며 말했다.
"이거 무슨 일일까나~ 나는 괜찮다요~ 세이쨩은~?"
몇걸음 떨어져있던 스즈네가 통통 튀듯 걸어서 아마네의 근처로 다가갔다. 어스름히 보이는 얼굴엔 이 상황이 마냥 즐거워 보인다.
애초에 화가 난 것도 아니었고, 기분이 상한 것도 아니었기 때문에 그런 장난스러운 사과인사도 그는 아무렇지도 않게 웃으면서 받았다. 이런 분위기로 지낼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자신은 충분히 좋았으니까. 역시 변하지 않는 것들이 좋았다. 물론 언젠가 시간이 많이 지나면, 자신과 그녀의 관계도 지금보다는 조금 더 멀어질 수도 있겠지만... 지금은 그런 가능성을 생각하고 싶지 않았기에 그는 떠오르는 여러 가능성을 애써 부정했다.
변하지 않는 것. 그것에 안정을 느끼고, 편안함을 느끼는 것이 무엇이 잘못이겠는가.
어쨌든 컵을 받아든 그는, 바로 그 컵을 싱크대에 집어넣었다. 바로 씻진 않고 조금 있다가 컵이 모이면 한번에 씻을 생각이었다. 그렇기에 그는 아직 컵을 씻지 않고 다시 그녀가 있는 곳으로 돌아왔다. 하지만 그녀는 슬슬 돌아가려는 모양이었다.
"..벌써? 알았어. ...다음에는 좀 더 느긋하게 있다가 가. 저 애들도 너 보고 싶다잖아."
문으로 이동하려고 하는 그녀를 바라보며 고양이와 강아지들은 어느 순간 또 유리문 쪽으로 몰려왔고 가만히 츠키를 바라봤다. 그 중에는 끼잉..끼이잉..낑...하는 소리를 내는 이들도 있었다. 제발 여기에 들어와서 놀다가라는 듯이. 그 모습을 바라보며 카나타는 안된다는 듯이 고개를 도리도리 저었고 휘파람을 강하게 휘리릭 불었다. 그러자 어리광을 부리던 강아지는 다시 얌전하게 앉았고 카나타를 바라보다가 다시 다른 곳으로 이동했다.
"...잘 가. 더위 조심하고. 또 놀러와."
그녀를 보낸 후, 그는 다시 카운터 자리에 앉았다. 짧긴 했지만, 그래도 편안한 시간이었음에 만족하며 그는 입꼬리를 올렸다. 이후에는 또 누가 올까. 누가 오더라도 나름 즐거운 시간이 되지 않을까. 그렇게 생각하며 그는 작은 웃음소리를 냈다.
헤에, 그리 생각하면서 물끄러미 스즈네를 바라보았다. ‘역시 이런 때엔 상급생 답다니까.’ 그리 생각하몈 어렸을때부터 그랬다. 늘 해맑게 웃고 있는것만 같아도 넓은 시야로 주위 사람들을 챙길 줄 알았다. 어렸을 적, 슬그머니 건네어주던 사탕은 복숭아 맛이었던가. 새록새록 피어나는 복숭아빛 추억들을 떠올리며 소년은 작업에 열중했다. 학생회장으로써, 그리고 모범적인 동생으로써. ‘스즈 양이 저렇게 열심히 하는데 혼자 놀고 있을 수는 없으니까.‘ 무거운 상자들부터, 가장 더러운 것들 부터 솔선수범해서 옮기며.
그러다보니 어느덧 어둑해질 무렵이었다.
네가 문득 뒤를 돌아보고, 나 역시 뒤를 돌아본다. 어째서인지 주변에는 너와 나 밖에 없었다. 너처럼 주변을 살펴보다 건넨 괜찮냐는 말.
"나도 괜찮아. 으음, 분위기가 별로 좋지 않네..."
"다들 어디로 가버린걸까."
그리 말하면서 가만히, 소년은 소녀를 바라보았다. 고양이 같은 두 눈을 깜빡거리면서. 괜찮냐는 물음이 무색하게, 평소같은 얼굴로 주변을 두리번거리던 너는 히히 웃었고. 그 모습에 나도 싱긋 미소짓다가, 통통 튀듯 걸어오는 모습에 "아, 조심해. 발 밑 어둡잖아. 넘어질라.“ 그리 덧붙이며 손을 내밀었지.
"안 무서워?"
궁금한듯 물으며, 조금씩 앞으로 나아가려 발걸음 내딛었다. 어쩐지 자꾸 제자리걸음 하는 느낌인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