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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ituplay>1597049770>992 situplay>1597049770>995 어라? 에? 그런 게 생겼어? 일단 어장 캐릭터들 전원입니다만, 그럼에도 굳이 그 중에서 이런 캐릭터 만나보고 싶다- 하는 이야길 풀어보자면 아마네라던가, 마이라던가, 사쿠라라던가 선관 짜놓고 못 만나본 사람들인데. 아마 이 세 사람 전부 인기만점이라 전부 다 파트너를 찾았을 거라고 생각해.
근계, 어머님께. 하늘이 높아지고 바다에 걸리는 적란운이 아름다운 계절이 왔습니다만 건강은 잘 챙기고 계신가요. 어머님 역시 어린 시절엔 일본에서 지내셨지만 생애의 대부분을 독일에서 지내신 만큼 일본의 더위가 강해질 무렵이면 문득 어머님이 힘들어하시는 것은 아닐지 간혹 걱정이 됩니다. 다름이 아니오라 샤카도가문의 후계... 는 역시 아직 하기 싫고 그냥 당신딸 샤카도 치카게는 지금. ...절찬리에 정신을 잃고 있습니다. 유체이탈이라고 할까요. 인간은 너무나도 커다란 충격을 받으면 정신을 뜬 채로 몸이 기절해버리는거네요.
"허읍!!! 겍... 컥...그엑..."
...너무 급하게 달린 탓인지 헛구역질이 나기 시작했습니다. 눈물에 뭐에 공포심이 섞인 탓인지 좀 괴로워졌지만, 방금 전의 충격이 가시지는 않았습니다. 뭐였을까요. 분명히 루나짱을 데리고 왔었는데... 얼굴도 확인했던 것 같은데... 분명히... ...뭐였던거죠? 아니 분명히 루나짱이라고 생각했는데... 얼굴이... 얼굴이...
"히이익!!!"
...어쩐지 익숙한 듯한 목소리가 들려왔습니다. 뭔가 방금까지 같이 있었을게 분명하지만 안면의 존재자체가 사라졌던 사람의 목소리가...
“으아-, 진학준비라니 뭔가 멋있네요. 부끄럽지만 저는 아직 생각을 제대로 안해봐서.“ 한숨같은 웃음소리를 내는 소년.
목적도 의미도 없이 쏟아지기만 할 뿐인 말이 비로소 안정감을 찾아간다. 막혔다가, 끊겼다가 앞도 뒤도 맞지 않고 두서없이 지껄이는 말들이 점차 온전한 박자를 되찾아 가는 것은 상대의 차분한 태도를 만나 맞물려 가는 과정으로 느껴진다.
“사실 아직 저도 보지는 않아서 그 부분까지는 잘 모르겠지만… 아마도 더 나아지기 위한 것이겠죠?“
선배의 반응을 살피려는 듯 고개를 기울인다. 자신의 의견이 그렇다기 보다는 상대의 생각을 확인하고 싶다는 것에 가까운 물음. 원하든 원하지 않든 정보공유와 의사소통 그리고 사고에 있어 인류에 엄청난 혁신이 있을 것이니… 라는 것이 영화가 가진 주된 메시지 중 하나일 것이고. 정보의 한계성을 넘어 이루어진 거대한 기계뇌 속에서 개인의 자아같은 건 흔적기관처럼 남아, 기억이니 감정 같은 것은 정보의 조각이 되어 연신 공유되고 저장된 데이터 쪼가리 같은 것을 파헤쳐 보아도 경계가 없으니 독립적인 정체성 같은 건 사라진 것이나 다름없을 텐데. 라는 연민과 미묘한 희열의 동반이 료코의 감상이다.
고양이는 참지않긔. 당돌하게도 훅 찔러들어온 마시로의 질문에 미카의 표정이 잠시 흔들린다. 그리고 흔들린 표정은 쓴웃음이 된다. 이미 잘려나가고 없는 자리에 느껴지는 환상통. 그러나 이 환상통을 자극당한 미카의 표정은, 예민한 심기가 거슬린 미카즈키의 싸늘하게 쏘아보는 표정이 아니라 오늘에서야 두 번째 이야기 나누어보는 건데도 자신을 잘 아는 친구에게만 보여줄 수 있는 솔직한 쓴웃음이었다.
"모르겠어."
모르겠다. 이도 저도 아닌 대답인데, 이게 미카가 할 수 있는 가장 정직한 대답이다. 그래, 그저 그거다. 지금까지 해왔던 것뿐이라. 그나마 자신이 노력해온 게 그거라. 즐거운지 아닌지 이제는 모르겠다. 등 뒤를 받치는 지지대인 척하며 등 뒤를 떠미는 철벽인 아버지를 뒤에 둔 채로, 오사카에서의 그 목숨 불태워 내달리는 나날들을 지나와 마침내 파국으로 처박았기에, 미카는 쉽게 야구 재밌어, 하고 말할 수가 없었다.
다만 진짜 바보, 하는 타박에 이번에는 또 어딘가를 깨물지 않고, 이번에야말로 침착히 이름을 알려준 까만 고양이를, 소녀를, 아니 아즈치 마시로를 바라보며, 그녀의 이름을 돌림노래처럼 한번 되뇌어볼 뿐이다.
"...아즈치 마시로."
그러다, 한 마디 덧붙인다.
"잊지 않을게, 마시로."
미카는 휀스 문에 손을 뻗었다. 사실 자신이 덕아웃까지 올라갔다가 음료수를 갖고 내려올 생각이었는데, 마시로가 먼저 대뜸 오르막을 달려올라와 버린 참이라. 사실 상관없다. 운동장 한모퉁이에 미카와 마시로가 오르막을 타고 올라온 줄은 모르고, 운동부 아이들은 연습게임에 여념이 없다.
마침 마시로와 미카가 타고 올라온 방향이 딱 덕아웃 방향이라, 열두어 발짝 거리만 걸어가면 덕아웃으로 들어갈 수 있다. 참으로, 딱히 고시엔에서 입상경력 없는 그런저런 평범한 고등학교의 평범한 야구부의 덕아웃다운 헙수룩한 느낌이 물씬 난다만 그 가운데에서 저 푸르댕댕한 아이스박스는 다른 구급상자와 함께 떡하니 자리를 지키고 있다. 미카는 아무렇지 않게 마시로에게 아이스박스를 눈짓해보이고는 아이스박스를 덜컥 열었다.
과연 그 안에는 가득찬 물과 아직도 녹지 않고 동동 떠있는 얼음들, 그리고 그 사이에 몸을 맡기고 잠기거나 떠있는 캔들과 페트들이 있다. 포카리스웨트 비중이 높지만, 칼피스라거나 보리차라거나 코카콜라라거나 하는 것들도 있고 환타나 라무네도 있다. (집행부 일에서 받는 라무네와는 다른 브랜드의, 여느 슈퍼에서 흔히 찾아볼 수 있는 평범한 라무네다.)
하나요는 길쭉한 상자를 품에 안았습니다. 조금 길쭉할 뿐, 많이 무겁지는 않았습니다. 조금만 더 무거웠더라면 다른 사람에게 맡겨야 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호시노 선배~... 아니, 카나타 오빠. 잘 부탁해요~♪"
길쭉한 상자를 옆구리에 낀 채, 한쪽 손으로는 입가 근처에 벽을 만들고서 카나타에게만 소곤소곤 얘기하는 하나요입니다. 카나타 오빠라고 부르는 것이 싫지는 않지만, 남들이 본다면 어떻게 친해? 같은 이야기를 할 것 같기도 하고, 그러면 설명해야 하고...... 너무 신경쓰는 것일까? 싶지만 그만큼 상대방과의 거리감이 애매하기도 할 것입니다.
하나요는 긴 상자를 다시 꼬옥 안고서 카나타가 가자며 부르는 대로 따라나섰습니다....
.dice 1 21. = 1
1번째 레스, 합산 결과값: 0
1-25: 아까 전에 지나왔던 길목으로 되돌아온 느낌이 든다. 26-50: 수많은 두견새들이 나무 위에 앉아 지켜보고 있는 것이 느껴진다. 51-75: 달과 나뭇잎이 새빨갛게 변하고 오솔길의 바닥이 잔잔한 물에 잠겨 있다. 76-100: 사방에서 수많은 나방이 날아들어 지척을 분간할 수 없다. 101-107: 기현상이 잦아들면서, 무수히 많은 양초와 함께 붉게 빛나는 센본토리이의 통로가 눈앞에 나타난다.
엔도 선생의 저 단호한 얼굴과 삼나무 숲을 지나며 나는 이렇게 말하고 싶었다. 이녀석이고 저녀석이고 제정신이 아니야, 라고. ‘창고’라는 나름의 이름으로 불리우는 숲 한가운데 방치된 가건물을 바라보며 많은 생각이 들었다. 작년에도 재작년에도 이런식으로 노동징발을 해버린거냐. 고작 방학숙제 면제권 하나로 이렇게나 부려먹다니. 완전 블랙기업 튜토리얼이라고 이거. 그치만 어쩌겠어. 이렇게 다들 모여버렸고. 이 순간을 추억 삼아 헤실거리는 녀석들도 있을테니. 그래 이 더러운 성질머리 열심히 죽여보기로 했다.
『쿠당, 탕, 깡!』
제멋대로 쌓인 탓에 물건을 빼는 손길 한번마다 창고 전체가 요란해진다. 옷이고 머리고 오래 묵은 먼지투성이가 되어 재채기를 콜록였다. 어째서냐. 매번 자연스럽게 무거운거 담당이 됐다. 정말, 팔 다친 사람한테 이런거 시켜도 되나. 나 환자라고!! 말해봤자 아무도 믿지 않을 독백을 읊조렸다. 그래, 이왕 시작한거 빨리 해치워버리고 튀자. 그 털보 선생이 또 성가시게 굴어오기 전에. 불같은 성미 때문인지 반항심 때문인지. 그놈의 습관같은 ‘전력👊’이 가슴 속에 🔥을 지폈다. 하나 올리고, 또 하나 올리고, 또, 또오오오오!!! 마치 메치기 같은 자세로 포대를 바닥에 쿠당탕 내려놓으며 손을 탁탁 털었다.
“야! 이거 마지막이다? 나 이제 가게 가봐야돼!”
와, 오늘 풀타임인데 벌써 힘 다 쓴것 같네. 안쪽도 제법 어둑해져서 해도 진 것 같고. 핸드폰을 꺼내 시간을 확인하며 어둑한 창고 한켠을 향해 외쳤다. 하지만 돌아오는 대답은 없었다. 뭐냐, 싶어 고개를 돌렸지만 이상하리만치 고요하고 적막하다. 이 자식들 어느틈에 지들끼리 말도 없이 나가버렸지? 인기척은 커녕 사람 머리 하나 보이질 않아 들어온 문앞으로 걸어갔다.
“뭐야. 이거 왜이래? 이거 진짜 문 잠근거임? 야! 장난치지 말고 빨리 문 열어!”
문은 굳게 닫혀 있었고 밖에서 잠긴듯 아무리 밀어도 열리지 않았다. 바깥에선 까마귀 울음소리가 스산히 들려온다. 이거 정말로 장난이 지나치네. 슬슬 이마에 스팀이 오르려는 그때. 아랫배에서 들려오는 심상치 않은 우르릉 천둥⚡번개 소리. 타케루는 사백안이 되어 흔들리는 동공으로 문을 거칠게 두드린다.
“야!!!! 여기 안에 사람 있다고!! 문 열어 빨리!!!!” “크아악!!!! 이 자식들아!!!! 안에 사람이 있는지 확인하고 나가야지!!!! 나 💩마렵다고!!!!!!!!!!!!!”
다급한 마음에 견고한 문에 어깨빵을 쾅쾅 쳐대며 약간 실성한 사람처럼 한손으로는 아랫배를 잡으며 소리를 빼액 지른다.
>>171 하하하 오타쿠짬빠가잇지 이런쪽은 제가도 한딱가리합니다 그리고 약간 탐정계? 캐릭터들이 묘한 초식계스런 느낌이 있음(아닐수도잇음) 우리 료코 그정도 아입니다아입니다 않이 히라무쥬 좋게봤는데 모애화깍지 너무 두터우시다잇 그 눈을 뜨면 바보눈깔 중세토끼 저벅저벅 걸어가고 있다구요;;
>>179 오늘 무슨 날인가요 한복 하 아름답다 진챠 누가 꽃인지 수학여행은 절대 한쿡으로 두유노전주비빔팝 경복궁데이트 햐 맛잇다
딱히 그녀와 같이 가는 것을 의도한 것은 아니었다. 그저 출발하기 전, 그녀 쪽에서 먼저 요청이 있었고, 자신은 그것에 반응하며 고개를 끄덕였을 뿐이었다. 호리이 하나요. 1학년 후배. '호시노 이누네코랜드'에서 일하고 있는 알바생이며 한 달 정도 되었던가. 그녀의 존재를 그는 이전부터 알고 있었다. 그야 어떻게 모르겠는가. 당장 같은 반 친구들에게도 그녀의 이름이 한번씩 거론될 정도였으니까. 물론 어디까지나 이름만 아는 정도였지만.
어쨌든 아직은 불안하기 짝이 없는 후배를 바라보며 카나타는 앞장서서 천천히 걸어갔다. 그저 올라왔던 오솔길을 따라 내려가기만 하면 되는 일. 올라올 때 그렇게 많은 시간이 걸리지 않았으니, 내려올 때도 그다지 걸리지 않으리라. 카나타는 그렇게 생각했다. 그런데 이게 무슨 일인가? 여기 아까전에 지나갔던 곳 아니었나? 그렇게 생각하며 그는 발걸음을 멈추고 고개를 갸웃했다.
"...기분 탓인가?"
방금 전 나무. 아까전에도 본 것 같은데. 아니겠지. 그렇게 생각하며 카나타는 고개를 도리도리 저었다. 어쨌든 그는 고개를 살며시 돌려 하나요를 바라봤다. 그리고 이어 그녀가 들고 있는 상자를 바라봤다. 무게는 그렇게 무거워보이지 않으니 당장은 들어준다는 말은 하지 않아도 되겠지. 그렇게 판단하며 카나타는 다시 앞을 바라봤다.
귀엽게 잘 나왔더라. 같이 찍은 아이. 츠키도 그렇고. 그렇게 이야기를 하며 그는 싱긋 미소를 지었다. 이어 그는 잠시 침묵을 지키다 그녀에게 이야기했다.
"...아. 같이 찍은 애는... 그러니까 내 소꿉친구거든. 아무튼 그 애에게는 바로 라인으로 메시지를 보냈지만 네 것은 몰라서. ...이후로도 그다지 얘기할 기회가 없었으니까... ...그러니까 잘 나왔다고."
평소와 다를바 없는 무덤덤한 목소리였지만, 그럼에도 조금은 길게 이야기하며 그는 가만히 주변을 둘러봤다. 여기도 아까 지나간 곳 아니었나? 기분 탓이겠지. 그렇게 생각하면서 그는 일정한 속도로, 그러면서도 그녀와 발걸음을 맞춰서 걸어갔다.
/.dice 0 21. = 0
2번째 레스 현 합계:1
1-25: 아까 전에 지나왔던 길목으로 되돌아온 느낌이 든다. 26-50: 수많은 두견새들이 나무 위에 앉아 지켜보고 있는 것이 느껴진다. 51-75: 달과 나뭇잎이 새빨갛게 변하고 오솔길의 바닥이 잔잔한 물에 잠겨 있다. 76-100: 사방에서 수많은 나방이 날아들어 지척을 분간할 수 없다. 101-107: 기현상이 잦아들면서, 무수히 많은 양초와 함께 붉게 빛나는 센본토리이의 통로가 눈앞에 나타난다.
>>215 이거 소원이벤처럼 2주짜리라 천천히 돌리셔도 될거에영!! 넘 바빠하지 마시구 느긋하게 찾아보시긔~~~~ 지금 아직 시작 안한친구들이 더많음!!!!
근데 그거 맞음 왠지 특히 일본식 탐정계 캐들 초식동물되는경우가 많은거같아영 ㅋㅋㅋㅋㅋ 하아니 인정하고싶지않으나 료코주...식견이..높...높...높...크으윽 인정하고싶지않아 바보눈깔중세토끼만렙토끼도 모에하다아님 저 엇하는순간에 모가지싹둑당할거같은 바보눈깔중세토끼 좋아한다아님 후 이상한 모에화나 해야지...중세토끼 위에 태우고 다니는 양 보고싶네영
>>216 ???:맞는건 안 좋아해 놀리는 건... ... 놀리는 건 좋아...하려나?(빠 안 히)
카나타가 기분을 거론할 때, 하나요도 주변을 둘러보았습니다. 그렇지만 하나요의 눈에는 길은 다 거기서 거기인 것 같으니, 아직은 이변을 눈치채지 못했습니다. 주변에서 무언가 보았나? 카나타 오빠는 기분이 안 좋은 걸까?? 이런저런 생각을 합니다.
"앗."
신경쓰이는 것을 들키고 있었구나.
"하나요는 '카나타 오빠'가 좋아요. 단지 가게 밖에서 부르려면 조금~~.. 어색해서, 에헤헤...."
하나요가 고개를 기울이며 머쓱한 듯 웃습니다. 포스터 칭찬을 받자, 뺨에 홍조가 돕니다. 주변에서 추천해주어서 찍었지만, 아직 남이 말하는 것을 들으면 부끄럽습니다.
"보셨구나..... 귀, 귀엽다고 해줘서 고마워요. 카나타 오빠~"
부끄러워 고개를 숙였지만 그럼에도 눈은 카나타를 향하고 있습니다. 묵묵히 츠키의 이야기를 듣고 있습니다.
세이야 선배랑 아는 사이였구나, 그 둘이 소꿉친구라니 굉장한 기분이 듭니다. 둘이 분위기가 비슷한 것 같기도 하고..... (지난번 만남에 세이야가 카나타를 따라했기 때문이겠지만 하나요는 모르기 때문에.)
"라인 드릴까요....?"
알바생과 사업장 관계자(?) 니까, 생각해보면 지금까지 연락망이 없었습니다. 살짝 어색하지만 싫진 않은 기분으로 물어봅니다.
/.dice 0 21. = 21
3번째 레스 현 합계: 1
1-25: 아까 전에 지나왔던 길목으로 되돌아온 느낌이 든다. 26-50: 수많은 두견새들이 나무 위에 앉아 지켜보고 있는 것이 느껴진다. 51-75: 달과 나뭇잎이 새빨갛게 변하고 오솔길의 바닥이 잔잔한 물에 잠겨 있다. 76-100: 사방에서 수많은 나방이 날아들어 지척을 분간할 수 없다. 101-107: 기현상이 잦아들면서, 무수히 많은 양초와 함께 붉게 빛나는 센본토리이의 통로가 눈앞에 나타난다.
나가쿠모 미카즈키: 201 캐릭터가 좋아하는 단어나 문장 "...이대로" "이대로, 그대로" 이대로 죽어가는 것으로 괜찮다고, 그렇게 나는 내 청춘을 덮기로 했다. 그러나 스쳐 읽은 소설의 말미가, 계속해서 생각난다. 날개야 다시 돋아라. 날자. 날자. 한 번만 더 날자꾸나. 한 번만 더 날아 보자꾸나.
112 물건은 실용적인 것 vs 예쁜 것 "아무래도 실용적인 거지." "야구배트나 글러브는 예쁜 것보다도 손에 잘 맞는 걸 사야 하니까."
330 좋아하는 꽃 "꽃을...?" "......." "은방울꽃."
#shindanmaker https://kr.shindanmaker.com/646172
나가쿠모 미카즈키 TMI 주세요! 우리 나가쿠모 미카즈키...
카페에 가면 뭘 주문하나요? "아메리카노." "시지 않은 걸로." "기분이 닿는다면, 셰이크같은 것을 시키기도 하고." (왠지 딸기셰이크를 사는 모습을 남한테 보이는 게 부끄러워 카페가 한적해질 때까지 맴돌다가 슬쩍 들어가서 딸기셰이크 혼자 쓱 사서 나오는 미카라던가 있을 수 있겠다. 가끔 말차셰이크도 시킬 수 있고...)
노래는 잘할까요? "글쎄 딱히... 뭔가 남들 앞에서 제대로 노래부른다거나 하는 건, 모르겠어." (시키면 의외로 잘함.)
무서워하는 것이 있나요? "......" "응, 많아. 많네." "...너무 많아서 바보같을 정도야." "하지만 역시 가장 무서운 건..."
① 다이스 결과값이 0(펌블)으로 나온다. ※「운명력」 사용 시 무효 ② 두 사람이 레스를 주고받으며 나온 다이스 결과값의 총합이 정확히 108에 도달한다. ③ 두 사람이 레스를 주고받으며 나온 다이스 결과값의 총합이 108을 초과한다. ④ 서로 다섯 번째까지(도합 10개 레스) 레스를 주고받는다. (타임아웃 조건) (동시에 여러 조건을 달성했을 경우 앞선 조건을 우선 달성한 것으로 판정합니다.)
앞선 조건을 우선 달성한 것으로 판정을 하니까 내가 볼땐 1번이 최고 좋은 거긴 해. 아무리 생각해도... 아닐수도 있긴 한데... 솔직히 저 1번 보상은 현재 가능성을 보자면 나와 하나요주만 차지할 가능성이 진짜 높아보이거든.
그래서 보상은 저걸로 하되... 하나요주가 겁먹은 카나타의 모습도 보고 싶다고 했었던가? 아무튼 그랬던 것으로 기억을 해서..이벤트 자체는 저걸로 끝내되... 따로 담력테스트 같은 일상 같은 것으로 이어가는 것은 어떨까?
다만 이렇게 되면 이벤트 일상이 끝나고 일반 일상이 되는 거고 하나요주는 따로 또 일반 일상을 돌리는 것으로 기억하는지라... 부담되면 그냥 끝내도 괜찮아.
>>257 아니야. 이대로 죽으면 안돼! 미카야!! 8ㅅ8 그리고 실용적인 물건 좋지. 예쁜 것도 좋지만 역시 실용적인 것이 더 좋아! 나도! 아앗...ㅋㅋㅋㅋ 쉐이크 몰래 시키는 미카도 귀여워!! 노래...들어보고 싶다! 꼭 들어보고 싶어! 로스트라...음..뭔가 의미심장한 코드네. 그리고 죽지 마...8ㅅ8
>>259 하나요와 돌리는 일상이 내 일상인데, 보다시피 내가 텀이 엄청 길어서... ◐◐ 가장 중요한 것은 하나요주의 의견이지만, 일단 내 의견도 슬쩍 말해두자면 나는 전혀 상관없어. 오히려 뒷이야기를 보고 싶다는 느낌도 있고(결코강요아니며그저흔한오딱구의소박한소망이라는말씀을덧붙임.)
>>262 꽃말이 희망이라지. 그래서 지금 와서 다시 그때처럼 찾아다니기에는 쓰라린 애증의 꽃일 거라 생각해. 한여름이면 이미 다 져버렸을 테고-
짐을 나를 땐 눈치채지 못했지만, 창고는 생각보다 커보였다. 마치 밖에서 보는 내부와 직접 들어갔을 때의 분위기가 다른 그런 느낌···
낡은 지붕 사이로 들어찬 가느다란 빛이 오래된 기억을 공유하듯 작디 작은 가루가 되어 흩날리고 있었고, 언제 사그라들지 모르는 오래된 랜턴을 시야로 삼아서 그녀는 꾸준히 움직이고 있었다.
『쿠당, 탕, 깡!』
이리저리 쌓여있던 물건들의 불협화음 같은 오케스트라, 소복하게 쌓인 먼지가 붕 뜨고서 이내 콜록거리는 소리가 들려오자 그녀는 눈을 깜박이다 천천히 고개를 돌렸다. 어찌되었건 급한 마음에 이것저것 나르고, 심지어 포대까지 메치기를 하는건 어떤 의미로든 매사에 불타오르는듯한 익숙한 모습이었을까?
그녀는 그쪽을 향해 말없이 싱긋 웃어보이다 짐들을 옮기기 쉽게 문쪽 한켠에 차례차례 두기로 했다.
아마 그때쯤일까? 이변을 눈치채기 시작했던게···
어두운 곳에 너무 익숙해져있어서 그런지 밖에서부터 들어차던 빛이 사그라들었단 것도 한발 늦게 알아챘 모양이다.
이곳까지 이끌어왔던 키타토라양은 물론이거니와 다른 부원들까지··· 그나마 보이는건 방금 전까지 투덜거리던 타케루가 휴대전화를 보며 시간을 확인하곤 나갈 채비를 하려는 모습, 그리고···
"···어라라···~"
그녀 역시 스마트폰을 보았을 때 무언가 잘못되었다는 것을 깨달았을까, 방금 전까지만 해도 이상이 없던 통신상태는 먹통이요, 분명 이것보단 더 되었을거 같은데도 시간은 오후 8시로 찍혀있었다.
『까─악, 까──악.』
스산한 까마귀 소리, 잔뜩 상기된 표정의 타케루가 있는 힘껏 문을 두드리고 어깨까지 부딪혀도 빗장이라도 걸린듯 열리지 않는 문···
"곤란하게 되었네···~"
적어도 지금은, 창고가 새장처럼 느껴지는 기분이었다.
"그치만··· 그렇게 소리치고 격하게 움직이면, 뱃속 세상이 더 위험해질지도 모른다구···?"
그녀는 안심시키려는듯 타케루의 팔을 가볍게 도닥였고, 옷에 쌓여있던 먼지가 아주 살짝 일어나며 주변으로 퍼져나갔다.
하지만 밖에서 소곤소곤 그렇게 부를 바에는 그냥 가게 안에서는 '호시노 오빠', 가게 밖에서는 '호시노 선배'라고 나눠서 부르는 것이 낫지 않나라고 카나타는 생각했다. 물론 그녀 기준에는 다를 수도 있을테니 그는 굳이 그런 자신의 생각을 밝히진 않았다. 어차피 자신은 크게 호칭을 가리는 편은 아니었으니까. 물론 어린 시절에는 이름으로 불리는 것은 조금 부끄러운 적도 있었지만, 요즘은 딱히 그 정도 수준은 아니었다. 그냥 이름을 부르는구나 정도의 느낌에 가까울 정도였고.
어쨌든 방금 전에 본 나무가 또 보이지 않는 것으로 보아 아무래도 기분 탓이 맞는 것 같다고 카나타는 생각했다. 하긴, 방금 전에 본 나무가 또 나올리가 없지. 그저 비슷하게 생긴 다른 나무였을 뿐이라고 생각하며 그는 양손에 안고 있는 상자를 떨어뜨리지 않게 더욱 힘을 줬다.
"...고맙긴. 귀엽게 찍혔으니까 귀엽다고 하는 것 뿐이야. 아무튼 그 정도로 붙어있으면 자연스럽게 보게 돼. ...거기다가 츠키가 따로 보내준 것도 있어서."
방에도 붙여뒀거든. 그렇게 이야기를 하며 그는 살짝 상자를 든 한쪽 손을 푼 다음에 자신의 머리카락을 손으로 정리하고 다시 자연스럽게 상자를 들었다. 귀엽다고 해줘서 고맙다라. 평소에도 귀엽다는 말은 많이 들을 것 같은데. 그런 말이 그다지 익숙하지 않은 것일까. 생각보다 많이 부끄러워하는 것 같다고 생각하며 카나타는 눈동자를 데굴 굴려 하나요를 바라보다 다시 앞을 바라봤다.
"라인? 필요해?"
카나타는 굳이 말하자면 지금까지 필요하다는 생각을 하지 못한 것에 가까웠다. 물론 같은 카페에서 일을 할 때도 있긴 하지만, 자신은 정식 직원이 아니었고 점원도 아니었다. 그에 반해서 그녀는 아르바이트생. 굳이 라인 메시지를 받아야 한다면 자신보다는 자신의 어머니와 아버지 쪽이었다. 학년이 다르고, 그렇다고 자주 보는 사이는 아니었다. 그러면 굳이 라인까진 필요없지 않나? 라고 그는 생각했지만... 그래도 별 상관없겠거니 생각하며 카나타는 고개를 끄덕였다. 확실히 긴급한 상황이면 필요할지도 모르니까. 하지만...
"아이디 줄게. ...보낼 메시지가 있거나 용건이 있다면 얼마든지 편하게 보내. 잠시..."
이어 그는 상자를 잠깐 내려놓은 뒤에, 주머니에서 핸드폰을 꺼냈다. 고양이와 강아지가 잔뜩 찍힌 바탕화면에서 라인을 켠 카나타는 핸드폰을 가볍게 흔든 다음에 친구 추가용 QR코드를 생성했다. 그리고 그녀에게 내밀었다.
"...QR코드야. ...필요하면 추가해줘."
아마 그녀가 추가를 한다면 그는 바로 핸드폰을 집어넣었을 것이다. 딱히 자신 쪽에선 그녀의 아이디를 요구하진 않았다. 즉, 어디까지나 메시지를 보낼 수 있는 것은 현 시점에선 자신이 아니라 그녀 쪽이었다. 아마 그녀가 메시지를 보낸다면 자연히 아이디가 뜰테니까 카나타 쪽에서도 친구 추가를 할 수 있지 않을까.
"...그럼 후딱 짐 갖다주러 가자."
평소처럼 그는 굳이 길고 불필요한 말은 하지 않고 간결하게 이야기를 했다. 아마 짐을 내려놓는 그 순간까지도 그는 그녀와 발걸음을 맞췄을 것이다.
>>293 킥킥킥 저는 아직 멀었습니다... 나. 새벽의 권위자(아님)에게 도전하려면 아직 한참 멀으셧군요..... 오늘은 잠을 더 주무시고 나중에 여유로울 때 다시 덤비시죠 ^ ^!!!!(라면서어제는기절한사람) 농담이구ㅋㅋ 저도 진단 몇 개 쓰고.. 자러가야죠.... 이래놓고 또 침대 누우면 에센에스 하다가 5시 6시에 잘 거 뻔하긴 한데.... 일단 미카주는 먼저 주무시죠 낼 출근하셔야하는 거 아닌가요~!
시간은 아침 8시 20분, 1분 1초가 중요한 등교 시간, 늦지 않으려면 넉넉히 15분에는 나가야 하는데. 반쯤 열려 있는 서랍장들엔 마구 뒤진 흔적, 온갖 잡동사니 방 안에 널브러져 너저분하고. 없다, 없다니까! 엄마! 내 어제 말했던 거 어딨노! 마캉 뒤짔는데도 안 빈다! 다급한 목소리 까랑까랑 울리는 아침 풍경.
"다녀오겠심다ㅡ 아? 머? 머라고? 안 된다, 오늘은 진짜 아침 못 줏어무요, 다녀오께여ㅡ 간디ㅡ"
스즈네는 단지 손을 내밀었을 뿐이다. 불신하나 망설이고픈 소년에게. 부러진 날개를 들 의지조차 잃어버린 작은 새에게. 매섭게 내쳐도 되니. 아프게 쪼아도 괜찮으니. 부디 필요한 만큼 온기와 안식을 가져가라며 선뜻 내밀었다. 아니. 스즈네가 그리 해주고 싶다 말하며 잡아 이끌었다. 부러진 날개에 손을 뻗어주었다. 단지 그럴 뿐이다.
"와웅."
자리에 앉는 미카즈키에게 대답한 건 링링이었다. 옆으로 길게 누워 꼬리를 살랑 흔들더니 귀도 한 번 까딱인다. 앉으면 또 무릎 위로 올라오지 않을까 싶으나 아까로 만족했는지 링링이의 제 3차 무릎 침공은 없었다. 그렇게 단아한 산수화 같은 정원 앞에 미카즈키와 스즈네와 링링이 나란히 있었다.
"헤에~"
그리고 미카즈키가 웃었다. 그늘진 웃음이었지만 근본은 분명 빛이었을 것이 여실한 웃음. 스즈네의 무엇이 소년의 웃음을 불러왔는지 스즈네는 알 수 없었다. 그렇지만 그 엷은 웃음 속에 여러가지가 느껴졌다. 하나로 점찍어 말하기 어려운 여러가지를.
"아~ 괜찮아~ 내가 귀찮게 굴었는 걸~"
잠시간 멍하니 미카즈키의 얼굴을 보던 스즈네였으나 말이 들려오자 아. 하듯 눈을 깜빡였다. 그리고 태연히 말을 받아 대답했다. 소년의 거듭한 거절이 결코 무례가 아니었다며 나아~ 평소에도 귀찮게 한다는 말 자주 들어~ 하고 히히 웃는다. 네 잘못이 아니야. 네 탓이 아니야. 말 뿐만 아니라 스즈네의 표정도 그리 말하고 있었다.
"도와주는 거어~? 어~"
하지만 덧붙인 말에는 조금 딜레이가 걸렸다. 거절의 기색이라기보다 이걸 어떻게 대답해야 하지. 라는 생각이 동그란 얼굴에 훤하다. 그럴 만도 한게, 사실 할 일이란 건 없었고 미카즈키가 일찍 돌아가게 된 경위를 대신 만들어 낸 것이었다. 그래도 할 일이 아주 없는 건 아니고. 더 있겠다는 사람을 그냥 돌려보낼 스즈네도 아니었으니. 그런 생각을 곰곰히 하다가 고개를 크게 끄덕! 했다.
"미카즈키 군이 그러고 싶다면~ 좋아~! 그런데~ 있잖아~"
흔쾌한 수락 뒤에 개구진 말투와 장난기 넘치는 표정이 따라붙었다.
"아까~ 잇치 할부지가 기다리시니까~ 얼른 가야 한다고 했던 사람이 누구~게~?"
꺄르륵! 맑게 웃는 소리 곧장 이어졌다. 소년이 대답할 틈도 주지 않고 폴짝 일어선 스즈네가 바로 뒤에 이어진 방으로 쏙 들어갔다. 안에서 달그락 바스락 소리가 잠시 들려온다. 곧 동그란 쟁반을 든 스즈네가 얌전히 걸어나와 두 방석 사이에 쟁반을 내려놓고 다시 자리에 앉았다. 여자아이에겐 조금 방정맞은 양반다리였다.
"찻잎이랑 챙겨준 건~ 나중에 할부지 할무니랑 같이 먹구~ 이것도 맛있으니까~"
스즈네가 재잘거리며 톡톡 두드린 쟁반엔 두 개의 투박한 찻잔과 그 보온병 그리고 약간의 센베가 접시에 담겨 있다. 미카즈키가 쟁반으로 눈길을 주어 확인하거든 스즈네의 손이 찻잔 하나를 들어올린다. 그대로 제 몫을 가져가는 것이 아니라 미카즈키에게 손수 찻잔을 내밀었다. 양 손으로 고이 감싸쥔 잔을 내밀며 방긋 웃었다.
"입맛에 맞았으면 좋겠다~"
찻잔을 건네주거든 그대로 손을 거두는게 아니라 그대로 미카즈키의 손을 감쌀 것이다. 찻잔으로 데워져 조금 더 따뜻하고 말랑해진 손바닥이 가능한 만큼 소년의 손을 덮고 그 온기가 다할 때까지 잠시간을 그리 대고 있을 것이다. 이윽고 떨어질 때에도 그냥 떨어지지 않고 두어번 토닥이며 서서히 멀어진다. 그런 후에야 비로소 스즈네도 미카즈키도 찻잔에 입을 댈 수 있었지 않을까. 쌉쌀하나 희미한 단내 나는 녹잎 차 한 모금을.
"무엇을 하고 싶은지... 생각을 어느 정도 해두는 건 좋으니까요." 료코를 바라보는 눈이 어딘가 깊이 꿰뚫어보는 것 같은 듯한 느낌일지도 모릅니다. 이즈미와 료코의 영화에 관한 대화가 느긋하게.. 하지만 천천히 맞물리듯 돌아가기 시작합니다. 그걸.. 유도한 것이었을까요?
"그게 더 나아지는 걸까요..." "같은 이야깃거리가 생기긴 하겠네요." 이즈미는 그런 세상이 온다면 상대방 감각에 거하게 테러를 일으키던가, 일종의 공유를 통해 이해할 수 있도록.. 일지도 모르지만 전자는 그렇다쳐도 후자도 그다지. 일 겁니다. 정체성이라는 것을 어느 정도 보호해야 할지도 모르는 일이니까요
"같이요? 그것도 나쁘지 않겠네요." 고개를 끄덕인 이즈미는 영화를 적절히 봐두는 것도 좋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스포는 안 당하도록?
>>371 “사나이(♂)는 태어나서 세번 운다. 나는 세번 모두를 너를 생각하며 흘리려 한다. 우오오오오오오..!!!” 하다가 스즈양한테 팩폭 당하고 네번째 광광 외쳤을겁니다! 아무튼 타케루도 야리라휘한 고교생 + 양키 속성이니 토키고에선 패션 갸루인 치카게랑 외적으로 비슷한 속성으로 묶이겠네요!
다른 사람을 배려하지 못해. 모든 것이 갑작스럽지. 내가 이별하자 하니 상처받은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이던 너. 이유 조차 물어보지 않지. 내게 고백했을 때도 갑작스럽더니 헤어지는 원인조차 갑작스럽구나. 카나 오빠가 물어보고 코하 언니가 위로의 스위트를 사줄 정도로 슬펐어. 내 첫 사랑이었단 말이야. 그 바보.
"..."
부모님에게 걱정 끼치기 싫어서 별 일 없었어!하고 방에 들어와서 얼마나 울었을까. 아아- 옷 갈아입는 것도 잊어버렸네 그 녀석은 바보야. 바보 멍청이 해삼 말미잘..
(정주행하고옴.) 그래, 눈물흘리는 것도 청춘이라 흘릴 수 있는 법이지. 버릴 수 있는 것도 청춘이라 버릴 수 있는 게 있는 법이고. 다만 타케루 아니키에게 대왕제육덮밥 사주면서 핀잔 한가득 + 츠키한테 하겐다즈 사주면서 어깨툭툭 하고 싶다는 욕망은 감출 수가 없네. 하지만 감출 수 없으면서도 이룰 수도 없는 것이 내 캐릭터가 미카야. 크윽
다정하고, 또 어른스럽다가도 가끔씩 이렇게 소중한 사람에겐 한없이 약해져 눈물을 보이는 아오는 애중하지 않을래야 않을 수가 없다. 예전 같았으면 소매로 아오의 눈물을 정성스레 꾹꾹 닦아주고 아오를 위해 챙겨 둔 실크 손수건까지 꺼내어 흥, 코 풀어 하며 달래 주었을텐데. 잠깐의 마실에 이런 상황이 닥칠 줄은 몰랐으니 챙겨오지 않은 것이 유감이다. 아니, 그전에 어엿한 남자로 성장 한 아오가 기겁했을까. 그렇다면 그 모습을 보지 못한 것 마저도 아쉽게 됐다.
“아오는 울보.”
그가 눈물 많은 사람이라는 것을 이미 알고 있다해서 눈물에 담긴 감정 또한 경원시 받아들일 순 없다. 오랜 시간 기다린 극적인 재회였지만 바보 마시로는 울보 아오를 또 울려 버렸고, 그것이 감격의 눈물이 되지 못한 것에 마시로는 낙담했다. 물론 겉으로는 전혀 내색하지 않겠지만 상당한 죄책감을 쥐고 있었다. 결국 그때고 지금이고 전부 제 탓이 아닌가. 시간을 되돌릴 수는 없으니 지금이라도 머리를 박는 게 나으려나.... ...
하지만 뜻하지 않아도 나는 머지 않은 시기에 결국 너에게 모든 걸 털어놓고 말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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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수로 물건을 부쉈던 이야기는 아직까지도 창피하다. 당연히 먼저 용서를 구했어야 했는데 그런 상황에선 이상하리만치 아오의 순발력이 훨씬 빨랐다. 아오는 농담하며 웃었지만 접혀진 눈웃음에 여전히 불그스레한 눈가가 더욱 도드라지니 마시로는 따라 웃을 수 없었다. 그에게 박혔던 시선을 멀리 환기하고 나서야 소소하게 웃던 마시로는 뭔가 생각났다는 얼굴로 구석을 찾아다니기 시작한다.
“응, 유키는?”
형아 기다리다가 깜빡 잠이 들었을까? 그 인기척에도 집안 너머는 생각보다 고요하다. 익숙한 오토바이 소리를 듣지 못했을 리가 없을텐데. 마지막으로 보았던 유키는 정말 아기 같이 귀여웠는데 지금은 얼마나 자랐을지. 기대감으로 집안에 들어서 요리조리 실례되지 않는 선에서 주변을 살핀다. 곧이어 요리를 시작한 아오의 달그락 거리는 소리가 들려온다면 마시로는 익숙하게 예전과 변함없는 식탁 자리를 쪼르르 찾아가 식기와 물을 준비하기 시작했을 것이다.
“고양이 밥그릇!”
아직 있네-. 훤히 비쳐보이는 유리 찬장 안에 여전히 그 자리를 지키고 있는 연노랑색의 귀여운 고양이 밥그릇과, 그 옆에 나란히 놓여있는 하늘색 토끼 밥그릇을 발견한 마시로의 눈이 활짝 휘었다. 오늘 메뉴는 오므라이스니까 꺼낼 일은 없겠지만.
톡톡, 뭔가 팔을 털어내는 느낌에 고개를 훽 돌렸다. ‘이건 공포계 유튜버 야스라(‘네모토’임) 아카네 목소리인데?’ 급💩을 참아내느라 사백안에 인상을 바득 쓴 얼굴이다. 뭐야, 다른 낙오자가 있었나. 수치심이란게 있는 고교생이라면. 방금전 발언에 쪽팔린 기미를 보이는게 정상이겠지만 이 단순 근육뇌는 뱃속에서 울리는 천둥에만 온 신경이 곤두섰다.
“너 언제부터 있었던거ㄴ.. 크어어 억....!”
쿠르르릉- 🌩️🌩️🌩️ 필터링이라곤 하나 없이 요란한 배를 붙잡으며 경망스럽게 발을 굴렸다. 제아무리 대장부 싸나이라고 해도 생리현상은 어쩔 수 없다고. 이런 캄캄한 먼지구덩이에서 최악에 몰려버린 상황이 어이가 없기도 하고 화가 나기도 해서 조근조근 들려온 조언을 무시한채 문을 몇번이나 쾅쾅 두드려댔다. 결과는 당연히. 쿠광- ⛈️ 콰과과과과광-!! ⚡⚡⚡
“이 자식들 가만 안둬.... 어이 네모토(‘야스라’임) 지금 농담할 때가 아냐..!! 지금 내 뱃속에선 ‘중대사항’이 벌어지고 있다고. 너 혹시 마지막으로 나가는 녀석 얼굴 못봤어?”
이쪽은 말라 비틀어지기 일보직전인데 나긋한 표정을 하고선 아 답답해!! 돌아가시겠네!! 눈에 핏대를 세우고 어떻게든 여기서 빠져나가기 위해 없는 짱구를 최대한 굴려본다. 그래, 마지막으로 나간 녀석. 책임 지고 돌아와서 이 문 당장 열라고 하면 되겠네. 부들거리는 손으로 핸드폰을 꺼내며 생각나는대로 아무 이름이나 말해보라는듯 느긋느긋 얼굴을 빤히 쳐다본다. 물론 디지털에 취약한 아날로그파는 핸드폰 안테나 표시 따위는 전혀 모른다.
>>396 만약 미카군과 그런 자리가 생긴다면 아마 밥 먹다가 컥컥 사레 들려서 “너 그거 누구한테 들었냐...? 다 헛소문이야 헛소문..” 잔잔하게 넘어갈쯤에 “내가 차인게 아니라 내가 찬거라고!! 오케!?”라고 변화구 한번 날릴 것 같네요! >>397 치카양과는 선관이 없어서 가끔 양키 갸루계 이미지로 언급되면 이름 살짝 듣고 “아아, 그 머리 샛노랗게 물들여서 삐약거리는 녀석? ...염색한거 아니라고?”라고 가볍게 언급하고 지나칠 정도 사이라고 생각중입니다!! 저녁 반찬이 더 우선순위에 있는 관계 정도로요!
숲을 모조리 날려 버릴 듯이 불어 대던 바람이 한 순간에 멈추었다. 밤길을 지켜보던 올빼미들이 일제히 날아갔다. 그러나 여전히 음산한 기운이 길의 저편에서 풍겨 왔다. 말로 설명할 수는 없지만, 이 세계의 것이라고는 느낄 수 없는 이상한 분위기였다. 흰 빛을 뿜는 석등에 바닥이 반짝이며 일렁거리는 것이 보였다.
그러고 보니······ 발치에서 냇물이 흐르고 있었다. 신사에서 창고까지 오는 데 하천을 건넌 기억은 없었다, 아니 없는 것이 분명했다. 길을 잘못 든 것일까? 그러나 분명 외길을 똑바로 거슬러 왔을 터이다······. 물결은 소리가 나지 않을 만큼 잔잔했지만 제법 거센 기세로 흘렀다.
“큰일이구나, 너희들. 여기까지 흘러올 줄이야.”
별안간 저편에서 들려온 목소리가 소름돋는 적막을 깨뜨렸다. 눈을 깜빡이기 직전까지도 보이지 않았던 인영(人影)이 멀리 냇물 너머에 서 있었다. 붉은 유카타를 입고 여우 가면으로 얼굴을 가린 소녀였다.
손에 폭죽이나 솜사탕이 아니라 붉은 제등을 들고 있다는 작은 위화감 정도를 제외하면, 금방이라도 마츠리 현장에서 뛰쳐나온 듯한 옷차림이다. 나이를 짐작하기는 어려웠으나 두 사람의 또래 정도 되어 보였다. 제법 거리가 있었음에도, 그녀의 잔잔한 목소리는 마치 귓가에 대고 속삭이는 것처럼 가깝게 들렸다.
“카모타케츠노미노미코토 님께는 말해 두겠지만, 「무병식재」에 「미아가 되지 않기」는 포함되지 않는단 말이야······.” 소녀는 나막신을 신은 채로 냇물을 건너기 시작했다. ‘참방’ 하는 소리가 울려서 두 사람은 말소리의 일부를 제대로 알아듣지 못했다. “이번만이야. 자, 두 사람 모두 따라와.”
그렇게 말하고, 소녀는 낭창낭창 흔들리는 제등을 내세우고 두 사람의 뒤편으로 걸어가기 시작했다. 앞장서 걷는 동안 소녀는 벙어리라도 된 것처럼 침묵을 지켰다. 이름을 묻는 말에는 “내 이름은 오기노 치히로야.”라고만 대답했는데 아무리 생각해 봐도 그것은 거짓말이었다.
이자카야 아니면 라멘집, 타코야키 매대에서나 볼 법한 빨간색 제등에는, 호쾌한 글씨체로 「돈베에(どん兵衛)」라고 쓰여 있는 것이 어렴풋이 보였다. ‘닛신 컵라면?’이라는 생각이 들기 시작할 때쯤, 소녀는 갑작스레 눈앞에서 사라졌다. 그리고······ 두 사람의 등을 동시에 ‘팡!’하고 가볍게 두드려 밀치는 감촉이 느껴졌다.
그렇게 한 걸음 밀려나 도착한 곳은 신사의 입구였다. 엔도 선생이 트럭의 운전석에 앉아서 심드렁한 표정으로 둘을 쳐다보고 있었다. 뒤를 돌아보자 거기에는 인기척도 없이 평범하고 어두운 숲길 외에는 아무것도 남아 있지 않았다. 심지어는 그곳을 헤매던 기억조차도.
>>234 분기 ① 해금! - 보상으로 각자에게 「라무네」 3개, 「하얀색 부적」 1개 지급. - 「하얀색 부적」의 사용처는 추후에 공개됩니다. - 이후로 이벤트 분기 ①에 도달하는 캐릭터도 모두 동일한 스토리와 보상이 적용됩니다.
마시로가 개중에서 죽이 잘 맞을 것 같은 이를 골라 안녕- 하는 저녁 인사를 건넨 뒤통수는 분명 낯익은 부숭부숭한 뒤통수 였다. 그러나 마시로의 목소리에 고개를 돌린 부숭부숭이는 쌓아 올려진 3개의 상자 괴물이었고.. 쿠궁. 효과음과 함께 어리둥절해진 마시로가 미간을 살짝 구기며 히라무의 얼굴을 확인하기 위해 이리저리 고개를 기울였다.
“히라무, 얼굴이 안 보여.”
동행하자며 친숙한 말투로 말을 걸어 오는 것은 분명 히라무의 목소리가 맞는데-. 단순한 키 차이 때문에 마시로의 시선에선 히라무의 얼굴이 상자에 가려 잘 보이지 않았지만 사실 히라무의 상자는 그의 하관을 조금 가리는 높이로, 시야를 가릴 정도로 높은 것은 아니었다. 애초에 아무리 히라무라고 해도 밤의 산길을 내려가는데 위험하잖아 그런건...(애초에 한꺼번에 상자 3개를 드는 것도 위험하다고 생각한다..)
“응. 히쨩 벗어.”
나 쓰러져. 히라무가 제 옷을 당겨서 보여주었듯 마시로 역시 히라무 옆에 가까이 붙어 상자를 한쪽 품에 안아들고 남은 손으로 그의 아래 옷자락을 옷이 늘어나지 않을 선에서 쭈욱 잡아 당기려 했다. 부러 인위적인 재채기 소리도 낸다. 마시로도 만만치 않은 능구렁이다. 그가 정말로 윗옷을 벗어 준다면 마시로는 적잖게 당황하겠지만 이미 상자를 3개나 들고 있잖아? 마시로는 승리를 예감한 얼굴로 빙글 웃는다.
“..이번엔 나 아니야.”
확실히 그가 길치가 아니란 건 알고 있었지만 이번에 앞장 선 사람은 히라무잖아. 마시로는 인정하기 싫은 얼굴로 히라무를 조용히 노려보다 마지못해 삐죽한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 도대체 길치라는 유언비어를 누가 흘리고 다니는지 모르겠는데, 잡히면 흠씬 깨물어 줄 생각이다. 물론 마시로는 어릴 때부터 주변에 사람이 많았으니 혼자 돌아다니는 경우가 적어 길을 잃을 확률이 낮았고, 홀로 길을 잃더라도 본인이 자각하지 못했거나 남이 발견하지 못했을 뿐이다. 똑똑한 것과 방향감각은 별개의 문젠가 보다.
그나저나 골치 아픈데. 오밤중 산속이다 보니 휴대폰 전파도 잘 안 잡힐테고. 폰을 꺼내 한 손으로 문자와 전화를 꾹꾹 눌러보던 마시로는 그럴 줄 알았다며 어깨를 으쓱하고 도로 집어 넣는다. 치즈도 없는 덫에 보기 좋게 걸린 꼴이다.
“이거 버려도 돼?”
숲속에서 길까지 잃었는데 계속 들고 다녀야 해? 게다가 히라무는 세 개나 된다고. 괜히 심술을 부리며 상자 안에 넣어둔 잡동사니들을 뒤적거려 본다. 배고파.
//다음 레스에 히쨩이 다이스 굴려서 어디든 움직이는 내용 적어주면 될 것 같아 <:3~!!! 나는 원래 사담이 많아서... 짧게 편하게 이어줘도 됨니다
물론 자신이 원체 존재감이 없다시피 하는 인물인지라 종종 잊혀지는 경우가 많다곤 하지만··· 고개를 홱 돌리며 이쪽을 바라보는 타케루의 표정이 어째 평소보다도 심상치 않은 것이, 이미 본인 스스로가 소리높히며 말했듯 왕성해져버린 장내활동 때문에 물불을 가릴 처지가 아닌듯 싶었다.
"응··· 역시 지금만큼은 가만히 있는게 나을거 같아 야나기 군··· 그러다가 정말로 큰일날지도 모르니까···~"
당연하게도 있는 힘껏 문을 두드리니 그 반동은 그대로 움직임이 왕성해진 장에 전해졌을테고, 구륵구륵 거리는 비둘기가 뱃속에 잔뜩 들어있다는듯 타케루는 배를 부여잡고서 발을 동동 구르고 있었다.
다만 그런다고 해서 문은 좀처럼 열릴 생각을 하지 않았을 뿐더러, 스산한 까마귀소리에 더해 바깥에서부터 이곳 안쪽을 바라보는 시선까지 느껴지는 것 같았다.
"에··· 그치만 나, 야스라인데···~"
잔뜩 힘을 주고 있는지라 충혈된듯한 눈을 부릅뜨며 주변을 뚜릿뚜릿 살피다 이내 이쪽을 돌아보며 휴대전화를 두드리고 있지만··· 그녀 또한 딱히 아는 바는 없었다.
"글쎄에···~ 나도 이만-큼 짐을 나르고 있었으니까···~ 게다가 지금, 전파 문제라도 있는지 권외지역이라고 뜨니까 말야···~"
그녀도 타케루에게 자신의 스마트폰 화면을 보여주며 몇사람 없는 연락처를, 그리고 누르려 해도 통화가 불가능하단걸 보여주고 있었다.
랜턴의 빛은 거의 사그라들었고, 어둠엔 적응했지만 여전히 입구와 주변을 인식하는게 고작인 창고 안···
그리고 마치 그것을 비웃는다는듯 까악거리는 소리가 점점 많아지고, 커지고, 가까워지는 기운에 그녀 역시 고민에 빠진듯한 표정을 지어보였다.
"등불님은 길을 알고 있나요···~"
꺼져가는 랜턴을 쓰다듬으며 속삭이는 그녀의 눈빛은 완연한 밤을 가리키듯 혼탁해져가고 있었다.
호시노 이누네코랜드는 오늘도 참으로 평화로웠다. 하지만 유난히 오늘은 찾아오는 손님이 적다고 그는 생각했다. 하긴, 여름방학이라고는 하나 그건 어디까지나 학생들에게 통용되는 것이고, 어른들에겐 통용되지 않으니 어쩔 수 없나. 그렇게 생각하며 그는 하품을 하며 가만히 카운터에 앉아 유리문 너머의 고양이와 강아지들을 지켜봤다.
손님이 또 아예 없는 것은 아니었기 때문에 일부 손님들은 각각 마음에 드는 고양이와 강아지와 마주하면서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역시 강아지 중에서 제일 인기가 좋은 것은 가장 덩치가 큰, 골든 리트리버종인 골든이었다. 워낙 순둥순둥하니 사람들이 좋아할법도 하다고 생각하면서 그는 괜히 흐뭇한 미소를 지었다. 역시 귀여워. 다른 애들도 귀여워. 그런데 타마가 최근 좀 살이 찐 것 같은데. 조만간에 다이어트를 시켜야겠네. 그렇게 생각하며 그는 가만히 머릿속으로 계획을 짰다.
평소라면 부모님이나 알바생이 있기야 하겠지만, 오늘은 그 누구도 없는 날이었다. 알바생은 쉬는 날이고, 부모님은 잠깐 일이 있어서 나갔기 때문에 지금 이 순간은 카나타가 카페 카운터를 지키는 중이었다. 딱히 불만은 없었다. 어차피 이 가게는 장차 자신의 것이 될테니, 이렇게나마 일을 하면서 하나하나 일을 익혀가는 것도 중요했으니까.
딸랑딸랑.
그렇게 조용히 가게를 지키는 도중, 갑자기 방울소리가 울렸다. 출입문이 열렸을때 나오는 소리였다. 그 소리가 나오기가 무섭게 고양이와 강아지들이 각각 울음소리를 내며 문쪽을 바라봤다. 누가 왔는지 궁금했는지 누가 먼저라고 할 것도 없이 유리문에 붙어 가만히 그 너머를 바라보는 모습에 카나타는 피식 미소를 지었다.
"...날 보러 왔으면 우리 집에 바로 오지 말고, 라인으로 연락을 해. 원래라면 나라 공원에 가려고 했었으니까."
사슴 많은 그 공원. 그렇게 이야기를 하면서 카나타는 자신의 머리카락을 손으로 정리했다. 원래는 지하철을 타고 나라에 가서 사슴들을 보면서 즐겁게 놀 생각이었다. 그곳의 사슴들이 무섭다는 이들이 많았지만, 카나타에게 있어서는 천국과 다를 바가 없었다. 안전 규칙만 지키면 그다지 위험한 것도 아니고, 오히려 사슴과 즐겁게 노는 힐링타임을 즐길 수 있는데 왜 다들 그렇게 무서워하는건지. 물론 센베를 들고 있으면 달려드는 이들이 있지만 그게 또 귀여운 것 아니겠는가. 그런 생각을 하는 와중 카나타는 저도 모르게 미소를 지었다.
"...아무튼 나에게 볼일이 있다고? ...응? 물어볼 거?"
갑자기 물어볼 것은 또 뭐람. 이 녀석이 2학기 시험문제에 대해서 물어볼 것 같진 않은데. 그렇게 생각하면서 카나타는 고개를 갸웃했다. 이어 가만히 그녀가 꺼내는 것을 바라봤다. 패션 잡지? 왜 저걸 꺼내는거지? 그런 궁금증을 품으며 카나타는 가만히 바라보다가 살며시 뒤로 돌아 음료를 만들기 위해 움직였다.
"뭘 물어보게? ...그리고 뭐 마실래? 서비스로 한 잔 만들어줄게."
그래도 놀러왔다고 하는데 맨입으로 있게 하긴 조금 애매하다고 생각하며 카나타는 가만히 그녀의 답을 기다렸다. 그러다가 그는 카운터 안쪽으로 들어오라는 듯이 손짓했다.
갑자기 생각난 김에 올립니다! 타케루 아버지인 야나기 단죠상은 아마 이런 느낌이 아닐지!! “이자식 최고가 되기로 했잖아!! 벌써 포기해버리는거냐!!”라고 외치는 열혈 아들에 열혈 아버지 느낌으로요! Picrewの「ゴツめおじさんメーカー」でつくったよ! https://picrew.me/share?cd=LpsRKHhTQu #Picrew #ゴツめおじさんメーカー >>582-584 하나요주, 카나타주, 마이주 안녕하세요!!!
피식 웃으면서 카나타는 잠시 음료를 고민했다. 뭘 만들면 좋을까. 역시 여름이니까 시원한 것이 좋겠지. 에이드를 만들어볼까. 그렇게 생각하며 그는 사이다를 찾았다. 그리고 무슨 에이드를 만드는 것이 좋을까 고민을 하다, 그는 오렌지 에이드를 만들기로 하며 천천히 제작에 들어갔다. 그러면서도 시선을 한번씩 츠키와 카운터 쪽으로 향하면서 누가 오는지 확인하는 것 또한 잊지 않았다.
이어 그는 흰 티셔츠에 청바지를 입은 스타일을 가만히 바라봤다. 이게 잘 어울리는지를 묻고 싶은 것일까? 그렇게 생각하며 그는 페이지에 있는 옷 스타일과 그녀를 살며시 매칭했다. 그리고 이어 그는 다시 고개를 앞으로 돌려 만들어지는 음료 쪽으로 향했다.
"...너무 단조로운 것 같은데. ...너는 그런 단조로운 것보다는 조금 포인트가 있는 그런 것이 더 좋을 것 같은데."
물론 페이지의 패션도 그리 나쁘진 않았다. 하지만 단순히 흰 티셔츠와 청바지는 패션으로는 조금 애매하지 않을까하는 것이 바로 카나타의 생각이었다. 단순한 외출복 정도라면 모를까.
이어 그는 음료 제조를 마무리지은 후, 시원하게 얼음을 띄워서 오렌지 에이드가 담긴 컵을 츠키에게 내밀었다.
"...그거 입고 나가려고? 놀러가는 곳에? ...활동하긴 편할 것 같으니 그 정도라면 무난하지 않을까 싶은데. ...아무튼 오늘만 한가로운거야. 오늘만."
최근엔 손님도 많이 늘었어. 그렇게 이야기를 하며 그는 괜히 입술을 삐죽 내밀었다가 다시 집어넣었다. 그리고 카운터 자리에 자리를 잡고 앉았다.
시원함만 생각해본다면 이것이 더 낫지 않나? 그렇게 생각하며 카나타는 고개를 갸웃했다. 하지만 어디까지나 가장 중요한 것은 츠키의 취향이자, 그녀가 연출하고 싶은 스타일이라고 그는 생각했다. 그 와중에 '남자 눈엔 어떤 것이 좋은지 확인하고 싶다'라는 말에는 다시 한 번 고개를 갸웃할 수밖에 없었다. 남자에게 보여주고 싶은 것일까. 그렇게 생각하면서 그는 가만히 팔짱을 끼고 다시 한 번 원피스와 그녀를 매칭하듯이 바라봤다.
"...네가 입는 옷인데 왜 남자 시선을 확인하는 거야? 보여주고 싶은 남자라도 있어?"
반 친구? 아니지. 지금은 여름방학이잖아. 이 녀석도 이제 2학년이라서 이런저런 신경이 쓰일 나이인가? 그런 애늙은이 같은 생각을 하기도 하며 그는 자신도 모르게 피식 웃었다. 고작 1살 차이밖에 안되는 애한테 무슨 생각을 하는 것인지. 스스로가 생각해도 참 이상하고 바보 같다고 생각하며 그는 고개를 도리도리 저었다.
"...남자 눈도 좋지만, 네 취향에 맞는 것으로 골라. 그리고 네가 원하는 스타일을 맞추는 것도 좋고. 어떤 스타일로 입고 싶은데? 넌?"
한편, 그녀의 놀리는 듯한 말투에 그는 어깨를 으쓱했다. 그렇게 나오겠다 이거지? 그렇게 생각하면서 그는 고개를 도리도리 저었다. 그리고 가만히 카운터를 손으로 가리키며 이야기했다.
"찔리긴. 난 사실만 이야기 한 거야. ...오늘만 유난히 한가한 것 뿐이야."
정말 그뿐이라는 듯이 한번 더 강조하듯이 그렇게 이야기를 하며 그는 근처에 놓아둔 물을 다른 컵에 따른 후에 한 모금 천천히 마셨다.
마시로 키에서는 히라무가 안 보였겠지만 히라무 키에서는 마시로가 보였다. 마시로도 여자애 치고는 키가 작지 않은 편이고, 분명히 초등학교 때는 엇비슷했던 기억이 있는데. 얼굴이 안 보인다는 마시로의 불평 같은 것이 히라무에게 둘의 키가 달라졌다는 사실을 상기시킨다.
오솔길에 밤이라서 여름인데도 서늘한 건 맞다. 그렇다고 마시로가 진짜 추워서 자기 윗옷을 벗어달래는 건 아니겠지만. 히라무는 티셔츠 귀퉁이를 잡아당기는 마시로를 흘깃 내려다보았다. 아까는 진짜 재채기였으나 이번엔 신칸센 타고 지나가다 들어도 공갈 소리나 내고 말이야. 히라무는 왠지 자존심이 상했다.
"그래? 쓰러지면 안 되지."
히라무는 옆바닥에 들고 있던 상자 셋을 잠시 내려놓았다. 마시로한테 들고 있으라고 안 하냐면, 아무리 히라무라도 마시로가 못 든다는 자각은 한다. 별반 힘든 기색도 없이 제대로 허리 말고 무릎을 굽혀서 놓고, 마시로가 잡고 있던 허리춤 티셔츠를 잡아챘다.
"이리 줘봐!"
그리고 냅다 티셔츠를 말아 올리...려는 척.
"안 해. 너 아오 군한테 이를 거잖아."
아슬아슬하게 배꼽이 드러나기 직전에 히라무는 티셔츠를 놓았다. 산길에 등불으론 살까지 안 보이겠지 뭐. 히라무는 놨던 박스를 다시 영차 안아들었다.
"집에 가자, 길치 마시로."
대수롭지 않게 말했지만 앞장은 히라무가 섰다. 알고 있다. 원인은 마시로가 아니다. 히라무는 키타토라 양이 한 말을 되새김질하고 있었다. 혼자는 위험하니 둘이 내려가세요...야간 산행이 위험해서도 어린애들을 못 믿어서도 아니고, 걱정하는 바는 따로 있었고, 그건 사람의 일이 아닐지도 모른다는 의심이 고개를 들었다. 마시로가 핸드폰이 불통이라며 투덜거릴 때쯤 그 의심은 더욱 강해졌다.
"여기, 옛날처럼 막 첩첩산중이고 이러진 않아. 우리 돌아다니던 때처럼..."
그땐 광케이블 매설지 하나가 없었는데. 남이 보기엔 뜬금없이 흐흐 웃던 히라무가 다시 상자를 내려놓았다. 마시로 말대로 두고 가려는 건 아니고...
"두고 가? 내가 보고해 줄게. 집행부 아즈치 양이 산골짜기에 비품 버려두고 왔습니다, 라고."
핸드폰도 확인해 보고 하려고. 히라무는 핸드폰을 두드려 켰다. 전파가 안 잡힌다. 이건 글렀고. 힙색을 열어 뒤적이다 꺼낸 것은 나침반인데 이것도...무슨 메트로놈처럼 갸우뚱거리고 있다.
"...남성의 눈에 매력적인 옷이라. ...옷보다는 입는 사람과 어울리냐가 중요할 것 같은데."
아무리 예쁜 옷이라고 해도 입는 사람이 받쳐주지 않으면 결국 남자들은 어울리지 않는다고 생각하고 말기 마련이었다. 물론 카나타의 그 생각이 모든 남자를 대변할 순 없지만, 적어도 자신은 그렇게 생각했다. 그리고 제 눈앞의 소꿉친구는 아무래도 단조로운 것보다는 조금 포인트가 잘 살아나는 옷들이 좋지 않을까라고 그는 생각했다. 그렇기에 아까전 그 옷보다는 원피스가 낫다고 생각한 것이고. 생각을 정리하며 그는 다시 물을 한 모금 마시며 목을 축였다.
한편 안 들어오냐는 듯이 유리문 너머를 바라보던 강아지와 고양이들은 이내 흥미를 잃고 다시 안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그 중에는 안에 있는 손님들에게 다가가는 이들도 있었고, 자신에게 마련된 집에 들어가서 몸을 웅크리고 쉬는 이도 있었다. 그 중 리카는 에어컨 바람이 좋은지, 냉큼 높은 곳으로 올라가 천장에 설치된 에어컨 바람을 최대한 가까운 곳에서 쐬기 시작했다. 그 모습을 바라보며 카나타는 오른손으로 입을 막고 키득키득 웃었다.
"귀엽긴. 응? ...뭐야. 요즘 남자들 답지 않다는 것은. 내가 이런 분위기를 좋아하는 것이 문제 될 건 없잖아."
취향 존중해. 취향 존중. 괜히 불평하는 목소리로 그렇게 이야기하며 카나타는 고개를 도리도리 저었다. 어쩌겠는가. 자신은 이런 분위기가 좋은 것을. 화려하고 시끄러운 것이 싫은 것은 아니었지만, 지금의 이런 분위기가 그로서는 가장 좋았다. 적당히 쉴 수 있고, 적당히 생활 소음이 들리고, 고양이와 강아지가 많은 이곳이야말로 그에게 있어선 천국 그 자체였다.
"그리고 나 같은 취향을 가진 남자들도 많거든? ...요즘 남자들이라고 해서 다 시끌벅적하고 화려한 것을 좋아하는 것은 아니야."
그거 편견이야. 편견. 그렇게 말을 덧붙이면서 그는 컵에 담겨있는 물을 모두 마시면서 그 내용물을 싹 비웠다.
애 늙은이라는 말에 그는 고개를 도리도리 저었다. 절대로 그 사실만큼은 인정하지 않겠다는 듯이 그는 불만족스럽게 입술을 삐죽 내밀었다가 다시 안으로 집어넣었다. 하지만 그 이상의 반론이나 반박은 하지 않고 그는 괜히 웃음소리를 냈다. 이런 식으로 티격태격하는 대화를 그는 좋아했다. 편안하기도 하고, 늘 볼 수 있는 평소대로의 일상 그 자체였으니까. 그렇게 생각해보면 자신은 정말로 이곳 체질이었다. 그렇기에 자신은...
딱 거기까지만 생각하며 카나타는 오른손으로 자신의 입을 막고 작게 하품했다. 아침부터 계속 한 자리를 지키고 있었으니, 조금 피곤하긴 한 것일까? 하지만 조금도 졸지 않으며, 그는 크게 기지개를 쭈욱 켰다. 그리고 그녀의 말에 고개를 천천히 끄덕였다.
"응. 리카. ...서열 1위라서 저런 자리도 마음대로 차지해. ...다른 애가 저기에 오면 상당히 싫어하고."
그래서 다른 고양이들은 근처에도 못 가. 그렇게 이야기를 하면서 그는 가만히 리카를 바라봤다. 몸을 완전히 웅크려서 자신의 자리라는 것을 과시하며 에어컨 바람을 즐기는 그 고양이의 모습에 그는 다시 한번 웃음을 터트렸다.
너희도 좋아하고. 츠키와 코하네. 어린 시절 가장 많이 놀았던 두 명의 얼굴을 떠올리며 그는 그렇게 단언했다. 물론 다른 친구들도 많았고, 그 애들과도 잘 지내지만 역시 가장 친한 이를 꼽자면 1번째가 코하네이고, 2번째가 바로 츠키였다. 사실 둘의 차이도 그렇게 심한 것은 아니었지만 역시 동갑인 애가 동갑이 아닌 애보다는 조금 더 편했으니까.
"...그것보다 사과해. 전국에 있는 동물 애호가들에게 말이야."
진짜 큰일날 소리 한다. 너. 그렇게 이야기를 하며 그는 고개를 도리도리 저었다. 동물을 좋아한다고 애늙은이인가. 그건 절대로 인정할 수 없다는 듯, 그는 팔짱을 끼고 가만히 고개를 끄덕였다. 내가 좋다는데 뭐가 문제야. 그렇게 생각을 하면서 그는 다시 한 번 쭈욱 기지개를 켰고 살며시 등 뒤로 돌아 남은 사료가 얼마나 있는지 체크하기 위해 서랍장을 열었다.
다양한 동물 사료가 바로 그곳에 있었고, 그는 그 중 한 포대를 잡은 후에 가볍게 흔들었다. 안의 내용물이 아직 많이 남았는지 무게가 묵직했다. 당분간 사료를 살 걱정은 없겠구나. 그렇게 안심하면서 그는 서랍을 닫고 다시 츠키를 바라봤다.
키타토라를 따라 도착한 작은 헛간은 신사의 뒤로 들어와서 한참을 걸어가야 하는 곳이었다. 스즈네 또한 이런 곳이면 차가 못 들어오지~ 하고 고개를 끄떡끄덕했다. 키리야마 차밭도 어느 지점까지는 수레에 실어서 가져와야 하니까 말이다. 차밭을 돕는데 익숙한 스즈네였기에 헛간의 짐 옮기기도 흔쾌히 참여했다. 물론 옮기기 전의 정리도 말이다.
"아~ 그거 여기~ 응~ 그건 여기에 놓자~"
스즈네가 평소에 바보짓을 잔뜩 하고 다녀도 이럴 때는 또 상급생의 티가 물씬 풍겼다. 키타토라의 지시 아래 각 학생들이 창고 안 물건들을 잘 정리하도록 도와주었다. 말로만 그러지 않고 스즈네가 직접 가서 쇼쇽! 대신 해 준 다음 얼른 다른 곳으로 가버리기도 했다. 각자 들고 갈 박스가 잘 테이핑 되었는지 너무 무겁지는 않은지 하나하나 살펴주고 한 명 한 명 무리하지 않도록 짐의 배분도 도왔다. 그렇게 함께 온 집행부 학생들을 먼저 보낸 뒤 스즈네도 장식천 따위가 든 박스를 머리 위에 얹고 뒤늦게 퐁당퐁당 걸어나왔다.
그리고 이상한 일은 거기서부터 시작되었다.
"으응~?"
어둑한 숲길을 생각없이 나아가던 스즈네가 문득 뒤를 돌아보았다. 그러자 거기엔 아마네 밖에 없었다. 어라~ 하고 그제야 주변을 둘러보자 새까맣게 빛이 저문 숲과 스즈네와 아마네를 제외하면 아무도 없는 것을 깨달았다.
"헤에~"
아마네의 괜찮냐는 물음이 무색하게 평소같은 얼굴로 주변을 두리번거리던 스즈네는 이내 히히 웃으며 말했다.
"이거 무슨 일일까나~ 나는 괜찮다요~ 세이쨩은~?"
몇걸음 떨어져있던 스즈네가 통통 튀듯 걸어서 아마네의 근처로 다가갔다. 어스름히 보이는 얼굴엔 이 상황이 마냥 즐거워 보인다.
애초에 화가 난 것도 아니었고, 기분이 상한 것도 아니었기 때문에 그런 장난스러운 사과인사도 그는 아무렇지도 않게 웃으면서 받았다. 이런 분위기로 지낼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자신은 충분히 좋았으니까. 역시 변하지 않는 것들이 좋았다. 물론 언젠가 시간이 많이 지나면, 자신과 그녀의 관계도 지금보다는 조금 더 멀어질 수도 있겠지만... 지금은 그런 가능성을 생각하고 싶지 않았기에 그는 떠오르는 여러 가능성을 애써 부정했다.
변하지 않는 것. 그것에 안정을 느끼고, 편안함을 느끼는 것이 무엇이 잘못이겠는가.
어쨌든 컵을 받아든 그는, 바로 그 컵을 싱크대에 집어넣었다. 바로 씻진 않고 조금 있다가 컵이 모이면 한번에 씻을 생각이었다. 그렇기에 그는 아직 컵을 씻지 않고 다시 그녀가 있는 곳으로 돌아왔다. 하지만 그녀는 슬슬 돌아가려는 모양이었다.
"..벌써? 알았어. ...다음에는 좀 더 느긋하게 있다가 가. 저 애들도 너 보고 싶다잖아."
문으로 이동하려고 하는 그녀를 바라보며 고양이와 강아지들은 어느 순간 또 유리문 쪽으로 몰려왔고 가만히 츠키를 바라봤다. 그 중에는 끼잉..끼이잉..낑...하는 소리를 내는 이들도 있었다. 제발 여기에 들어와서 놀다가라는 듯이. 그 모습을 바라보며 카나타는 안된다는 듯이 고개를 도리도리 저었고 휘파람을 강하게 휘리릭 불었다. 그러자 어리광을 부리던 강아지는 다시 얌전하게 앉았고 카나타를 바라보다가 다시 다른 곳으로 이동했다.
"...잘 가. 더위 조심하고. 또 놀러와."
그녀를 보낸 후, 그는 다시 카운터 자리에 앉았다. 짧긴 했지만, 그래도 편안한 시간이었음에 만족하며 그는 입꼬리를 올렸다. 이후에는 또 누가 올까. 누가 오더라도 나름 즐거운 시간이 되지 않을까. 그렇게 생각하며 그는 작은 웃음소리를 냈다.
헤에, 그리 생각하면서 물끄러미 스즈네를 바라보았다. ‘역시 이런 때엔 상급생 답다니까.’ 그리 생각하몈 어렸을때부터 그랬다. 늘 해맑게 웃고 있는것만 같아도 넓은 시야로 주위 사람들을 챙길 줄 알았다. 어렸을 적, 슬그머니 건네어주던 사탕은 복숭아 맛이었던가. 새록새록 피어나는 복숭아빛 추억들을 떠올리며 소년은 작업에 열중했다. 학생회장으로써, 그리고 모범적인 동생으로써. ‘스즈 양이 저렇게 열심히 하는데 혼자 놀고 있을 수는 없으니까.‘ 무거운 상자들부터, 가장 더러운 것들 부터 솔선수범해서 옮기며.
그러다보니 어느덧 어둑해질 무렵이었다.
네가 문득 뒤를 돌아보고, 나 역시 뒤를 돌아본다. 어째서인지 주변에는 너와 나 밖에 없었다. 너처럼 주변을 살펴보다 건넨 괜찮냐는 말.
"나도 괜찮아. 으음, 분위기가 별로 좋지 않네..."
"다들 어디로 가버린걸까."
그리 말하면서 가만히, 소년은 소녀를 바라보았다. 고양이 같은 두 눈을 깜빡거리면서. 괜찮냐는 물음이 무색하게, 평소같은 얼굴로 주변을 두리번거리던 너는 히히 웃었고. 그 모습에 나도 싱긋 미소짓다가, 통통 튀듯 걸어오는 모습에 "아, 조심해. 발 밑 어둡잖아. 넘어질라.“ 그리 덧붙이며 손을 내밀었지.
"안 무서워?"
궁금한듯 물으며, 조금씩 앞으로 나아가려 발걸음 내딛었다. 어쩐지 자꾸 제자리걸음 하는 느낌인데.
>>724 저 너무 사치스럽졍????? 무려 3개가 기억나는데 5천원을 위해 5천원도 소비하지 않다니...마치라잌 일론모수크가 된 이 오만한기분 나쁘지않아 ㅋㅋ ㅋ ㅋㅋ ㅋ ㅋ ㅋ 아 그러게 로또맞으면 뭐하려나???? 일단 신나서 집에다만 말하고 어디 묻어놓으면 어떡함??? 원피스아니고 히피스...큰일 땅에 묻을리는 없고 은행에 묻어놓을듯...의외로 투자같은거도 찍먹만 해봤다가 한 수익률 -50% 찍고 반성하고 손털거같기도 함
분위기가 좋지 않다는 아마네의 말에 스즈네가 그런가~? 하며 다시 고개를 좌우로 기웃거렸다. 그렇게 움직이는데도 머리 위의 박스는 용케 떨어지지 않는다. 움직일 때마다 박스 안에서 사각사각 소리가 들려와 안 그래도 스산한 분위기에 한 가닥을 더했다. 저 마냥 태연해보이는 동그란 얼굴도.
"제대로 운동화니까 괜찮다요~ 괜찮괜찮~"
폴짝대는 스즈네에 아마네가 넘어질라 걱정해주었지만 연신 괜찮다는 대답만 해준다. 생각해보면 괜한 걱정일 지도 모른다, 토키와라에서 태어나 여태 살아와 이제 산길 정도는 눈 감고 걸을 수 있을 테니 말이다. 안 무섭냐는 물음에 동그란 눈을 깜빡깜빡하던 스즈네는 왠일로 아마네가 내민 손을 잡지 않았다. 뒷짐을 지고 통 통 뒤로 물러나더니 빙그르르 돌아 앞장섰다.
"외길이니까 길 안 잃을 거야~ 얼른 가자~ 세이쨩~"
소녀의 뒷모습이 한밤중의 신기루처럼 살랑인다. 곱슬하고 풍성한 머리카락 탓에 뒷짐 진 손도 제대로 보이지 않은 채, 타박타박 걸어가던 스즈네가 문득 말을 꺼냈다.
분명 줄줄이 나가지 않았던가. 창고 정리에 너무 열중한 탓에 자신의 기억이 흐려진걸까. 으음, 하며 잠시 고뇌하던 소년은, 소녀가 고개를 좌우로 기웃거림에 그제서야 시선을 돌린다. ‘뭐, 됐나.’ 시간이 늦었으니 다들 먼저 갔을 수도 있겠다. 별로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며. “용케 안 떨어트리네.” 그리 덧붙였지.
“대신 들어줄까?”
상냥한 말 건네는걸 잊지 않았지만, 소년의 목소리는 조금 떨리고 있었다. 괜히 꿀꺽, 하고 마른 침 삼킨다. 사각, 사각 하는 소리 스산함 덧붙인다. 발 내딛을 때마다 들려오는 풀 밟는 소리. 젖은 흙 밟는 소리도 어쩐지 음산하게 들려오고. 무엇보다 제일 중요한건.
“...길, 잃지 않았겠지?“
그런 두려움. 그 이후의 차마 말로 설명하지 못할 것들에 대한 두려움들. 마냥 태연해보이는 동그란 얼굴 바라보다.
”알겠...어..?“
웬일로 내민 손 잡지 않자, 고양이같은 눈 깜빡거리면서 소년은 소녀를 바라보았다.
‘뭔가 잘못된것같은데.’
뭐가 잘못되었을까. 알 수 없는 두려움을 귓가 삐이- 하는 이명으로 느끼며, 소년은 소녀를 멀뚱멀뚱 바라보았다.
“하지마.“
단호한 목소리로 이야기했다. 눈동자는 갈 길을 잃고 마구 빙글 돈다. 그녀는 뒷짐을 지고 통 통 뒤로 물러나더니 빙그르르 돌아 앞장섰고. 소녀의 뒷모습이 한밤중의 신기루처럼 살랑인다. 뒷짐 진 손도 제대로 보이지 않은 채로 너는 말해오기에. 어쩐지 금방이라도 꺄르륵 웃을 것 같은 말간 목소리가 조금은 낯설게 들려서.
>>791 1번 상황은 은근히 흔하긴 하지. 나도 보통 저렇게 대하는지라 대충 하나요의 심정이 이해가 된다! 2번은... 생각도 못했던 자신의 어두운 면을 직시하게 된다면 아닐까? 예를 들면... 버스에 자리가 하나밖에 안 남았고 겨우 앉았는데, 갑자기 어르신이 올라왔는데 양보하고 싶지 않아서 일부러 자는 척을 했다던가 식으로 말이야. 3번은 바이올린이라. 확실히 하나요 바이올린 연주하면 되게 잘 어울릴 것 같긴 해!
전파 뭐? 권외지역 그건 또 뭔데? 이거 그냥 들고 다니면 알아서 전화 되는거 아니었나?? 마치 인간들 만담토크에 귀를 쫑긋이는 강아지처럼 도무지 알아듣지 못하겠다는 표정을 짓는다. 뭔가 또르르 수신호가 가자마자 꺼진다는건 대충 알아들었지만. 뭐가 이렇게 복잡한데? 그딴건 모르겠고 지금 대형사고 터지기 일보직전이라고. 문에 손을 턱 올려놓고 허리를 숙인다. 아아, 낭랑 18세에 동네 아는 여자애 앞에서 굴욕적인 흑역사를 갱신해버리는건가..
“절대 안돼!!! 이대로 가면 야스라 아카네의 방송소재가 돼버리고 만다!!!”
그래, 야스라(‘네모토’다.)!!! 이제서야 대놓고 자기 정체를 밝히는구나. 이런 캄캄하고 낡은 창고에 갇혀 아무렇지 않게 느긋한 표정을 지으면서 말하는 것도. 공포 크리에이터에게는 이런 상황 따위 하찮은 시추에이션 따위로밖에 느껴지지 않을거라고. 그걸 왜 몰랐지?! ‘낡은 폐창고 안에서 실제로 벌어진 충격적인 분뇨사건’따위 제목으로 조회수의 희생양이 될 순 없다고. 퍽, 퍽퍽. 문을 반사적으로 두드린다.
“물건한테 말 걸어봐야 답이 나오겠냐!? 안되겠어.. 도저히 못참겠다. 이제 나도 몰라! 전부 말도 안하고 문 잠그고 가버린 녀석들 잘못이니까.. 어이 네모토(‘야스라’다.)! 문을 부숴버리자!! 이딴 폐건물 문따위 녹슬대로 녹슬어서 몇번 꽝꽝 패버리면 금방 박살난다고!”
후에 징계를 받든 뭘하든 ‘화장실’이라는 단어로 가득찬 머리로는 도저히 이성을 붙잡을 수 없었다. 뭐 빠루나 망치 같은거 없나 어두컴컴한 선반이나 바닥에 굴러다니는 잡동사니를 우악스럽게 훑으며 외쳤다. 여기서 나가면 일단 급한 것부터 해결하고 이 사태를 만든 범인 녀석. 절대로, 절대로절대로절대로 잡고 말거다!!
시체- 어쩌면 아주 틀린 말도 아니긴 하겠다. 물 위로 부서지는 햇살, 딱 알맞은 수온, 피곤에 절어있는 몸, 감정의 폭풍에 스트레스가 쌓일 대로 쌓인 정신, 어디선가 들려오는 노랫소리까지. 시체는 아니지만 시체처럼 잠들었다는 말 정도는 써도 괜찮을 듯하다. 옅게 기미가 낀 눈을 한 채로 잠들어있던 그 소년은 하나요가 치맛자락을 조심스레 들어올리고 물속에 발을 들이는 참방 소리에도 잠에서 깨지 못하고 그 자리에 그대로 누워 있었다.
그리고 가까이 다가서면 다가설수록, 하나요의 기억 한켠에 자리해 있던 추억은 점점 분명해진다. 햇살 아래에도 그을리지 않고 빨갛게 화상을 입기에 항상 선크림을 바르던 하얀 피부, 보기 좋게 곱슬곱슬 굽이치던 검은 머리카락, 선명한 이목구비와 오똑한 콧대... 그러나 달라진 부분도 있었다. 더 성숙해진 얼굴 비율, 눈가에 내려앉은 옅은 기미, 그리고 하나요가 마지막으로 잡았을 때와는 조금 많이 달라진, 왠지 사람의 손이라고 부르기에는 조금 섬뜩한 모양새가 되어있는 새하얀 손아귀.
그러나 평온히 잠들어있는 그 얼굴과, 미키 군- 하고 나직이 불렀을 때 게슴츠레하게 흔들리며 뜨이는 눈꺼풀 사이로 하나요의 얼굴이 고스란히 비쳐보이는 파르스름한 눈동자는 하나요가 기억하던 미키 군 그대로였다. 마치 어제까지도 같이 놀던 친구를 오늘 다시 마주한 듯이 정겹게.
그가 어쩌다 이 연못까지 도달했는지, 그때까지 어떤 상태였는지 감안하면 그는 결코 이런 눈빛을 할 수 없었을 것이나, 아니 그는 이런 눈빛을 잃어버린 지 오래되었으나, 얼핏 잠든 그 짧은 쪽잠 가운데 미카즈키는 잠시 미키 군이 되어 다시 하나요와 재회하는 꿈을 꾸었고, 그 머리가 잠에서는 깨었으되 아직 꿈에서는 채 못다 깨어난 상태였다. 그래서 그는 아주 잠깐 동안 미키 군이 되어 있었다. 미키 군은 입을 열어 "응." 하고 대답하면서, 물에서 몸을 일으키며 손을 들어올렸으나...
그 순간, 자신의 목에서 흘러나온 예전보다 굵어진 목소리며, 자신의 눈에 들어온 굳은살투성이의 흉하기 그지없는 유령 거미 같은 자기의 손의 모습이 미키 군에게 너는 미키 군이 아니라 나가쿠모 미카즈키라고 알려주었다.
그래서 그 다음 순간 미카즈키의 얼굴에 어린 것은 아연실색한 무표정, 그리고 어떠한 깨달음, 그리고... 경악이었다. 그렇잖아도 하얀 미카즈키의 얼굴에서 핏기가 가시는 게 고스란히 보였다.
소년이 두려워하는 것은 정말로 많았다. 그러나 그 두려움을 거슬러올라가 보면 그 결은 항상 같았다. 소년은 행복을 두려워하고 있었다. 그 행복을 감당할 수 있을지도 두려워했고, 그 행복에 천착하려다 자기 자신을 더 망가뜨릴까도 두려워했으며, 이 행복이 자신을 떠나가거나 자신을 쫓아낼 것까지도 그는 두려워했다.
모든 좋은 것들은 항상 그를 매몰차게 뿌리쳤으므로.
그것이 미카즈키를 웃게 했다. 너무 많은 것을 읽혀버리고 말았다는 생각이 들어서. 내가 이렇게 다쳐있기에 베풀어지는 당신의 호의. 결국 이것에도 끝은 있겠지. 부러진 날개가 낫고 나면 그것으로 끝일 테다. 그 끝을 잊고 싶어서, 미카는 웃었다. 다시 시작될 기약없는 쓸쓸한 비행을 모른 체하고 싶어서다.
그러니까, 지금뿐이라면... 지금뿐이라면, 조금 바보같이 굴어도 될까. 그런 마음으로, 미카는 바보같이 말을 꺼냈다. 일 도와드려도 괜찮겠냐고. 바보같은 소리도 스즈네는 유쾌하게 받아넘겨주었고, 미카는 잠깐 꿀먹은 벙어리가 됐다. 에- 하고 멍때리는 사이에 스즈네는 참으로 가볍게도 사뿐 일어나서는 다과상을 쟁반에 차려서 가져온다. 그 사이에 미카는 손을 뻗어 링링의 정수리를 삭삭 쓰다듬고 있었고(고양이라는 동물 털 엄청 빠지는구나), 스즈네가 쟁반을 내려놓을 때 늦은 대답을 내어놓았다.
"좀 늦어져도 가서 차라도 한 잔 얻어먹고 오나 보다 하시겠죠. 할아버지도 찻집 간다고 나서시면 鉄砲玉*이셔서."
애초에 그 영감쟁이, 이걸 의도하고 이런 게 뻔하다. 문득 교활한 영감 장난질에 놀아났다는 기분이 들었다. 왠지 그게 짜증이 난다기보단 우스워서, 또 웃음소리가 흘러나갈 뻔했다. 그래 당신은 참 현역시절부터 상대 선수와 볼배합 갖고 야바위질하는 게 특기셨더랬지.
"괜한 말씀을 드렸네요. 차는, 감사히 마시겠습니다."
하며 미카는 찻잔으로 손을 뻗어 찻잔을 살며시 쥐었다. 그러나 미카는 그것을 바로 입가로 가져가지 못했다. 찻잔보다 더 따뜻한 게 미카의 손등을 감싸왔기 때문이다. 볼썽사납게 불거진 뼈마디며, 흉물스럽게 두드러진 근육골들이 말랑하고 따뜻한 것에 감싸이는 감촉이, 생경했다.
"......"
미카는 물끄러미, 자신의 손을 감싸쥔 스즈네의 손을 내려다보았다. ...많이 남으면 많이 남을수록 떠올릴 때 아플 텐데.
미카는 조심스레 잔을 들어올려 한숨 식히고는, 찻물에 입을 댔다. 쌉싸름하고 고소한 향이 입안에 차분히 퍼진다. 미카는 앉는 자세를 좀 더 편안히 했다.
"......좋네요."
무어라 주어를 붙이고 싶었으나, 미카는 그냥 그렇게 말하기로 했다. 아무래도 무언가 구체적으로 주어를 붙여버리면 돌이킬 수 없을 것 같아서. 그냥 그렇게, 뭉뚱그려버리고는 센베를 집어들고, 전혀 생각지 못했던 티타임을 기꺼이 즐기기로 한 것이다.
* 텟포다마. 총알마냥 나가서 안 돌아온다는 뜻으로, 우리 나라의 '함흥차사'에 대응하는 일본 속어.
“그래도… 대충 알아들었으니 OK 아니겠어?! …시꺼 이 자식들아!! 저 녀석들은 하필 왜 여기서 어슬렁거리는거야? 정신 사납게…”
까오, 까오- 너머로 까마귀 울음소리가 들려온다. 다른 곳에 신경이 쏠려 바깥에서 들려오는 소리조차 듣지 못했는데. 마치 귀에 대고 지저귀듯이 떼로 들려와선 신경을 긁어댔다. 대체 어디서 몰려온거냐, 이 넓은 숲에 진수성찬을 뿌려놓기라도 했나.
“그 느긋함은 잠시 내버려두고 협조좀 해달라고오!! 되든 안되든 일단 부딪쳐보기라도 해보자니까?! 문은 내가 망가뜨렸다고 얘기할테니까!”
문을 열고 싶은 건 아래쪽도 마찬가지였는지 인내의 벽이 실시간으로 처참하게 무너져 내린다. 제대로 부르지 못한 이름도. 저 밖에서 시끄럽게 울어대는 까마귀 녀석들도. 진짜 아무것도 들리지 않을만큼 한계라서. 식은땀을 줄줄 흘리고 필터링 없이 나오는대로 말을 내뱉는다. 물론 지금 평판으로는 문이 자기 혼자 망가졌다고 해도 네가 부셨냐는 소리 듣기 충분하겠지만.
“어이 야스라! 네 이름 제대로 말했으니까! 비켜!!”
자그마한 바퀴벌레도 궁지에 몰리면 순식간에 아이큐가 상승한다고 했던가. 이 무심한 근육뇌도 드디어 안주인의 이름을 제대로 부를 수 있었다. 초 간격으로 방파제를 휩쓰는 뱃속의 파도에 이젠 정말 이판사판이라며 등으로 문을 쾅! 쾅! 들이 받기 시작한다. 팔이 아픈 것보다 ‘니가 뭘 할 수 있는데?’라고 비웃는듯한 생리현상에 갑작스러운 자신과의 싸움이 되어 전력을 쏟아낸다.
행복이 항상 좋은 결과만을 가져다주진 않는다. 모든 행복이 진실된 것도 아니다. 사람마다 잘 맞는 행복의 형태가 있고. 그게 무엇인지 알아가는 과정은 누구에게나 있다. 마냥 상냥하지만은 않을 그 과정에 스즈네는 그저 등을 받쳐주고 싶었다. 다쳤다면 나을 때까지. 앞이 보이지 않는다면 그 앞이 보일 때까지. 지쳤다면 충분히 쉬일 때까지. 언젠가 웃으며 안녕을 말하게 되는 날까지.
날개가 부러진 새는 언젠가 나아 다시 여행을 떠날 것이다. 그리고 그와 같은 동료 혹은 라이벌 등등을 만나며 새로운 여행기를 써내려가겠지. 멈췄던 시간이 흐르고. 아팠던 시절 홀로 날개짓하던 시절이 어느샌가 아련해지고. 그 즈음에서야 떠올릴 지도 모른다. 머물렀던 모두가 떠나가도 오도카니 남아있던 그 곳을. 모두에게 웃으며 손을 흔들어주던 어느 누군가를.
"헤에~ 하긴~ 나도 잇치 할부지 오면 한참 노니까아~"
링링이는 누운 채 미카즈키의 쓰다듬을 만끽했다. 기분이 좋은지 고개를 들어 무는 시늉을 하지만 이빨이 닿지는 않는다. 그 사이 쟁반을 들고 온 스즈네는 뒤늦은 답에 맞답을 하며 웃었다. 어르신들이 의례 그렇지만 스즈네에게 잇치 할부지는 조금 더 의미 있었다. 다른 아이들과도 잘 놀아주시고 같이 차를 마시며 얘기하는 건 정말 즐겁다. 스즈네가 가끔 엉뚱한 소리를 해도 연륜답게 스즈네와는 다른 관점으로 현명한 답을 해주시니 배울 것도 많았다. 잇치 할부지 덕에 스즈네 또한 정원을 가꾸는 재미를 알게 되었기도 했다.
"응~"
일련의 과정을 거쳐 찻잔을 건네준 스즈네는 웃으며 작게 끄덕였다. 태연히 빈 손으로 제 몫의 찻잔을 들어서 정원을 바라보았다. 정갈하게 깔린 자갈과 그 주변으로 살랑이는 댓잎을 보고 있으면 식힐 것도 없이 찻잔의 김이 줄어든다. 그럼 느긋하게 한모금 마시고 다시 한모금 머금은 후에 우히~ 하고 늘어지며 중얼거린다.
"좋네~" "애웅~"
소년과 소녀에게 박자를 맞추듯 링링이도 작게 울었다. 그 모습을 힐끔 보고 키득 웃은 스즈네는 눈을 나른히 내려뜨곤 조잘조잘 떠들었다.
"미카즈키 군은~ 방학 동안에만 여기 있는 거야~ 아님 졸업할 때까지 있는 거야~? 졸업 후에는 뭐할 거야~?"
호로롭. 천천히 식어가는 차를 마시고 또 조잘댄다.
"얼마나 있든~ 여기 자주 와도 돼~ 아~ 맞다~ 미카즈키 군~ 예전에 살았으니까~ 아는 애들도 있겠다~ 걔들은 다아 만나봤어~? 친구는 소중한 거야~ 나는 이번에~ 축제 집행부에 뽑혀서 말이지~ 집안일이랑 같이 하느라~ 어~ 그래도 차 마실 시간은 있으니까~"
약간. 이 아니라 아예 의식의 흐름대로 떠오르는 걸 말하는 듯 했다. 스즈네는. 긴장도 경계도 없이 마치 오래 만난 지기 사이처럼 떠들다가 동그란 눈을 슬쩍 뜨더니 미카즈키를 보며 히히~ 웃었다. 함뿍 접힌 눈동자가 흠결 하나 없이 맑았다.
까마귀들의 울음소리가 가까워지는듯한 착각이 든다. 어디 그것뿐일까, 보이지 않는 이질적인 시선들까지 늘어나고 있다는걸 온몸으로 느끼고 있으니··· 믿건, 믿지 않건 그러한 기운은 누구나 느낄 수 있을테다.
"그거야··· 요깃거리가 근처에 있으니까 그런 거겠지이···~"
『까─악, 까──악.』
결국 타케루의 인내심은 한계에 다다랐는지, 소용이 없다 해도 여러번 부딪혀보면 열릴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온 힘을 다해 문에게 몸을 내동댕이치는 모습이 보였다. 물론 그녀 또한 그런 모습을 보면 얼른 이곳을 빠져나가는데에 도움이 되어야 할것 같지만···
점점 더 안색이 어두워져갔다.
『까─악, 까──악.』
메슥거리는 속을 억누르며 문을 향해 몸을 던지듯 부딪혀보았다. 말 그대로 문을 부술만한 도구같은 것도 딱히 보이지 않는 것이, 좀처럼 쓸 일이 없었던 힘까지 써야 하는 걸까?
『까─악, 까──악.』
가려진 시야에선 카카오 매스처럼 까만 새들이 지저귀고, 그들에게선 체리시럽이 흘러내린다. 바라보는 시선은 마냥 차갑고 채 익지 않은 무화과를 베어물듯 씁쓸함이 감돈다. 모든게 상상이며 망상이라 해도 여전히 선명했다. 갇혀있는 것은 내키지 않는다. 갇혀있는 것은 내키지 않는다.
결국 힘이 빠진 건지, 금방 의욕을 잃은 것인지, 그녀는 도통 열리지 않는 문을 잡고 밀거나 당기기를 반복할 뿐이었다.
참가상에 동기부여를 받아 귀찮음도 이기고 노트북을 열었지만 생각나는 바가 없다. 히라무의 가을날은 어땠더라? 낙엽이 지기 시작하는 등교길이란 곧 10월 말에서 11월쯤, 즉 중간고사가 끝나고 기말고사가 남았지만 그 존재를 부정하고 느긋해지기 일쑤인 시기이겠다. 히라무도 지극히 평범하지만 주변 친구의 성비가 도통 맞지 않는 축복을 받은 남자 고등학생으로 기말고사의 존재를 애써 부정하며 도서관으로 향하는 길이었다.
두 주 전 이 시간에는 아오와 함께 중간시험 대비 공부를 했다. 이제 곧 고등학교에 올라가니 중학교 마지막 시험은 잘 치고 싶었다. 고등학교 입시를 하는 건 아니지만 예의를 차린 작별인사 삼아서. 그 때 간식으로는 가을을 맞이해 나온 햇사과를 먹었다. 상큼하고 맛있던데 가는 길에 좀 사가면 미사토도 기뻐하겠지. 낙엽 밟는 소리도 사각사각하니 사과 씹는 소리라고 해도 믿겠다. 결정했어! 사과를 사가는 거야!
지천에 깔린 낙엽은 생기기도 각양각색이다. 히라무 주변의 친구들처럼. 저기 커다랗고 정교한 플라타너스 잎이 아오 군이다. 이름은 몰라도 동그랗고 자그마한 꼬마 낙엽은 카요쨩. 빨갛고 특이해서 눈길을 확 잡아끄는 단풍잎은 이즈미상. 책갈피로 써도 될 듯 늘씬하지만 바람에 흐느적댈 것 같은 이파리는 마쨩이고, 스즈 누나는 파르페에 올라간 푸딩을 위에서 본 듯 아기 손바닥만한 둥근 잎. 히라무는...그러게?
길바닥 낙엽들마다 이름을 붙여주기는 어렵지 않다. 오랜 친구들의 이름도, 지금은 잃어버린 친구들의 이름도. 잊었다고 생각해도 잊지는 않는다. 다시 눈을 보면 생각나겠지만 그 친구들과 재회할 수 있을지 확신은 못하겠다. 그래서 이름을 갖다 쓰지 않았다. 가랑잎에 이름을 붙였다가 가랑잎처럼 날아가면 어떡해? 히라무는 언제든지 여기로 돌아오겠지만 모두가 그렇지는 않으니까. 떠난 사람들 누구나가 토키와라를 사랑하는 건 아니니까. 그리워해 달라고 부탁하는 것도 억지고. 히라무는 언제든지 여기를 그리워해서, 이곳을 사랑해서, 아무리 넓은 데로 떠나도 돌아오게 되겠지만...히라무는 책갈피로 삼을 낙엽을 주우려고 몸을 숙였다. 목에 걸린 열쇠가 달랑 추락했다.
낙엽 위에서 흔들리는 열쇠가 시야에 들어온다. 히라무는 고양이 낚싯대 치듯 열쇠를 툭 건드렸다.
떠난 사람들 누구나가 토키와라를 사랑한 건 아니지만 이 열쇠를 가졌던 사람은 토키와라를 사랑하지 않을까? 할아버지는 그러셨을 거야. 그러니까 나한테 토키와라가 새겨진 열쇠를 주셨고, 이 열쇠를 소중히 했던 전 소유주에게 받았을 때에도 귀하게 여겼겠지. 버리려다 주신 것도 아니고, 언젠가 만나면 또 이야기하자는 증표로 주셨을 텐데. 그냥 히라무의 바람일 뿐일까?
히라무는 내년이면 고등학생이 된다. 아무도 히라무에게 벌써 11년이 지났다고는 말하지 않는다. 누군가는 그런 말을 할 때가 되었는데도. 히라무는 그것이야말로 토키와라의 사랑스러움이라는 것을 알았다.
낙엽이 떨어지는 가을이 다가온다는 것은 이내 자신의 졸업이 머지 않았다는 것을 의미하기도 했다. 봄, 여름, 가을, 겨울. 겨울은 이별의 계절이고, 가을은 그 이별을 준비하는 계절이라고 했던가. 하지만 따지고 보면 자신과는 크게 상관이 없지 않나 싶어 카나타는 괜히 어깨를 으쓱했다. 자신은 졸업해도 이곳에 있을 것이고, 그저 학교만 떠날 뿐이었다. 자신과 자주 만나는 이는 어차피 졸업을 한다고 해도 자주 만날 것이고, 자주 만나지 못하거나 인연이 거기까지인 이는 졸업을 하게 되면 자연히 보지 않게 될 뿐이었다. 그것은 세상의 이치이고 자신이 어떻게 할 수 있는 것이 아니었다. 물론 친하게 지내고 싶은 이들이야 많지만, 그게 어디 자신의 마음대로 되는 일이던가.
바스락, 바스락. 부서지는 낙엽을 조용히 밟으며, 그는 시선을 살며시 땅으로 향했다. 너희들도 이별을 준비하고 거기에 내려앉았니? 답이 올 리 없는 물음을 조용히 속으로 보내며 그는 괜히 낙엽을 밟은 발을 땅에 비볐다. 잔잔히 알갱이가 되어 떨어지는 낙엽 조각을 눈에 담다 그는 다시 앞을 바라봤다. 딱히 의미가 있는 행동은 아니었다. 그저 있기에 밟았을 뿐. 그리고 바스락거리는 소리가 좋아 그 소리를 조금 더 즐겼을 뿐.
이별의 계절이라고 한들, 달라지는 것은 없었다. 작년에도, 그리고 재작년에도 낙엽이 오면 이렇게 밟았으니까. 그리고 시간이 지나 내년이 되면 또 다시 낙엽이 떨어지고 자신은 어딘가에서 그 낙엽을 밟고 있지 않을까. 그렇게 생각하며 카나타는 조용히 미소를 지었다.
"...아마 앞으로도 변함이 없겠지."
이별의 계절이 다가오고, 낙엽이 떨어지고, 그 낙엽을 밟고, 그 낙엽에서 바스락거리는 소리가 나는 사실만큼은...
덜커덩 덜커덩-! 격렬한 소리가 이어지지만 문은 꼼짝도 하지 않는다. 움직임이 격렬했던 탓일까. 아랫배에서 또다시 구루룽- 🌩️ 벼락 소리가 울리자마자 앙증맞게 다리를 오므린 자세가 된다. 이번건 정말 역대급으로 몰려온다. 이대로 한발자국만 물러서도 게임 오버라고. 식은땀을 줄줄 흘리며 ‘굳히기’에 들어간다. 성가신 까마귀 소리 때문에 자꾸만 집중이 흐트러질 것 같아 미간에 핏대가 쭈욱 올라선다. 다시 한고비를 넘기고 옆을 바라봤다. 표정이 왜 이렇게 어둡지? 설마…… 아니 말도 안돼… 내 굳히기는 완벽했다고.
“숨셔 숨!! 기분 탓이야! 아직 견뎌내고 있다고!”
기현상보다 무서운 생리현상에 정신이 팔린 타케루는 타에양의 사정을 전혀 알지 못하듯 격하게 해명해본다. ‘💥됐다… 이거 누가 봐도 ‘메스꺼워…’, ‘속이 좋지 않아…’ 얼굴이잖아.’ 하지만 도통 타에미의 표정이 풀릴 기미는 보이지 않아서. 이대로 가다간 남은 고교 인생 ‘응케루’가 될거라고 크아악- 내적 좌절에 빠져버린다. 이럴때 아버지라면 어떤 말씀을 하셨을까…
「“이 바보 자식아!! 벼랑 끝에 몰렸다고 포기하려는거냐! 오히려 최고의 기회라고! 자신의 힘을 모두 쏟아부을 기회잖냐! 따라해라! 벼랑 끝! 고마워! 최고다아아아아!!!!”」
뭔가 아버지의 얼굴이 나를 향해 외쳐온다. 내면에서도 더럽게 침을 튀는건 여전하구만… 하지만… 의지가 됐다!! 좋아! 따라 외쳐보자!
큰일났다 상황 같이 생각해주시라고 하려고햇는데 ㅋ ㅋ ㅋ ㅋ ㅋ ㅋㅋ ㅋ ㅋ ㅋ ㅋ ㅋ같이 생각해주시면 안될까영......?? 저 지금 갑자기 비오는날에 비 긋다가 만나는 상황밖에 생각 안난단말이야 만약 센빠이가 젖어서 오면 히라무가 수달이라고 불러드리겟다(??????)
히라무는 보부상이다. 즉 웬만해서는 우산을 갖고 다닌다는 얘기다. 언제 비가 와도 책과 본인을 지킬 수 있도록 가방에 넣어 다니는 경량 우산이 있다. 투 머치 인포메이션을 주자면 젖소 무늬다. 우유맛이 날 것 같고 귀엽다는 게 히라무의 평가다.
그러나 오늘은 아니었다. 엄마 심부름으로 가게에 장을 보러 가느라, 보부상 히라에몽의 명성에 누가 되는 우산 누락 행위를 저지르고 말았다. 주머니 안에 장바구니만 넣고 휘적휘적 갔다오는데 아주 모호한 자리에서 비가 툭, 툭 떨어지기 시작하더니 금세 집중호우로 변하고 말았다. 예정에 없던 소나기에는 히라무도 젖소 우산을 꺼내기는커녕 비에 젖은 생쥐 꼴을 하고 가게 차양 밑으로 달려 들어갈 수밖에 없었다.
차양만 내린 꽃집에는 셔터가 내려져 있다. 귀여운 손글씨로 쓴 당일 휴무 공지가 바깥을 보고 붙어 있다. 히라무는 꽤 내릴 듯한 비에 장 봐온 바구니를 내려두고...어? 유리창에 비치는 인영이 하나가 아니다? 비 오는 날에 탐스러운 흑장발이라면 아무리 생각해도
"어..."
돌아보니 촉촉하게 젖은 여학생이 옆에 서 있다. 젖어서 쭈그러든 머리카락에서 물이 떨어진다. 아쉽게도 괴담은 아니었으나 어디서 많이 봤는데...맞다. 포스터에서 하나요 옆에 있던 그 소녀다. 흑장발에 미인인 건 닮았지만 왠지 분위기가 수달과 해달 급으로 차이가 나서 카요쨩에게 수달과 해달 구별법을 보냈다.
사과문의 나쁜 예이지만 히라무로서는 진심이었다. 히라무는 솔직하게 사과하면서도 젖은 수달...이 아니라 같은 학교 선배를 관찰하느라 여념이 없었다. 차분한 목소리로 읊는 대사는 마치 책에 나오는 아가씨 같다. 어디서 많이 봤는데? 물론 이 선배는 히라무가 초면이겠으나 히라무는 아니다. 사실은, 포스터 외에 다른 곳에서도 본 적이 있다. 히라무는 고민하느라 턱주가리를 매만졌다.
"근데 수달 예쁘지 않아요? 전 그렇다고 생각하는데. 그리고 왠지 동물이랑...동물...?"
동물? 동물이랑 관련된 곳에서 봤나? 왜 갑자기 생각나지? 히라무는 문득 눈을 번쩍 떴다. 생각났다!
"아! 호시노 이누네코랜드! 거기 자주 오시죠? 왠지 기억하는 얼굴이라서."
수수께끼를 풀어낸 히라무는 마침내 이것저것 더 생각해볼 여유를 찾았다. 갑자기 모르는 사람이 수달이라고 하면 화...나나? 까놓고 말하면 히라무는 누가 자기더러 수달이라고 하면 싫지 않을 것 같지만 싫은 사람도 있을 수 있지.
"생각하느라고, 다시 한번 죄송합니다."
히라무는 정중히 허리를 숙여 인사하고 돌아왔다.
"진짜 설명 해드릴게요. 실은, 여름축제 포스터 찍으셨죠? 같이 찍은 애가, 제 친구인데요. 둘이 같이 있으니까, 꼭 해달이랑 수달 같이 보여서요. 그 애한테 너 해달 닮았다고 문자 보냈거든요. 그런데 갑자기...익숙한 분이...있으시길래."
설명하고 나니 또 수달이라고 하는 셈이 되어버렸다. 이건 좀 죄송하다. 히라무는 잠시 침묵하다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