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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즈네는 단지 손을 내밀었을 뿐이다. 불신하나 망설이고픈 소년에게. 부러진 날개를 들 의지조차 잃어버린 작은 새에게. 매섭게 내쳐도 되니. 아프게 쪼아도 괜찮으니. 부디 필요한 만큼 온기와 안식을 가져가라며 선뜻 내밀었다. 아니. 스즈네가 그리 해주고 싶다 말하며 잡아 이끌었다. 부러진 날개에 손을 뻗어주었다. 단지 그럴 뿐이다.
"와웅."
자리에 앉는 미카즈키에게 대답한 건 링링이었다. 옆으로 길게 누워 꼬리를 살랑 흔들더니 귀도 한 번 까딱인다. 앉으면 또 무릎 위로 올라오지 않을까 싶으나 아까로 만족했는지 링링이의 제 3차 무릎 침공은 없었다. 그렇게 단아한 산수화 같은 정원 앞에 미카즈키와 스즈네와 링링이 나란히 있었다.
"헤에~"
그리고 미카즈키가 웃었다. 그늘진 웃음이었지만 근본은 분명 빛이었을 것이 여실한 웃음. 스즈네의 무엇이 소년의 웃음을 불러왔는지 스즈네는 알 수 없었다. 그렇지만 그 엷은 웃음 속에 여러가지가 느껴졌다. 하나로 점찍어 말하기 어려운 여러가지를.
"아~ 괜찮아~ 내가 귀찮게 굴었는 걸~"
잠시간 멍하니 미카즈키의 얼굴을 보던 스즈네였으나 말이 들려오자 아. 하듯 눈을 깜빡였다. 그리고 태연히 말을 받아 대답했다. 소년의 거듭한 거절이 결코 무례가 아니었다며 나아~ 평소에도 귀찮게 한다는 말 자주 들어~ 하고 히히 웃는다. 네 잘못이 아니야. 네 탓이 아니야. 말 뿐만 아니라 스즈네의 표정도 그리 말하고 있었다.
"도와주는 거어~? 어~"
하지만 덧붙인 말에는 조금 딜레이가 걸렸다. 거절의 기색이라기보다 이걸 어떻게 대답해야 하지. 라는 생각이 동그란 얼굴에 훤하다. 그럴 만도 한게, 사실 할 일이란 건 없었고 미카즈키가 일찍 돌아가게 된 경위를 대신 만들어 낸 것이었다. 그래도 할 일이 아주 없는 건 아니고. 더 있겠다는 사람을 그냥 돌려보낼 스즈네도 아니었으니. 그런 생각을 곰곰히 하다가 고개를 크게 끄덕! 했다.
"미카즈키 군이 그러고 싶다면~ 좋아~! 그런데~ 있잖아~"
흔쾌한 수락 뒤에 개구진 말투와 장난기 넘치는 표정이 따라붙었다.
"아까~ 잇치 할부지가 기다리시니까~ 얼른 가야 한다고 했던 사람이 누구~게~?"
꺄르륵! 맑게 웃는 소리 곧장 이어졌다. 소년이 대답할 틈도 주지 않고 폴짝 일어선 스즈네가 바로 뒤에 이어진 방으로 쏙 들어갔다. 안에서 달그락 바스락 소리가 잠시 들려온다. 곧 동그란 쟁반을 든 스즈네가 얌전히 걸어나와 두 방석 사이에 쟁반을 내려놓고 다시 자리에 앉았다. 여자아이에겐 조금 방정맞은 양반다리였다.
"찻잎이랑 챙겨준 건~ 나중에 할부지 할무니랑 같이 먹구~ 이것도 맛있으니까~"
스즈네가 재잘거리며 톡톡 두드린 쟁반엔 두 개의 투박한 찻잔과 그 보온병 그리고 약간의 센베가 접시에 담겨 있다. 미카즈키가 쟁반으로 눈길을 주어 확인하거든 스즈네의 손이 찻잔 하나를 들어올린다. 그대로 제 몫을 가져가는 것이 아니라 미카즈키에게 손수 찻잔을 내밀었다. 양 손으로 고이 감싸쥔 잔을 내밀며 방긋 웃었다.
"입맛에 맞았으면 좋겠다~"
찻잔을 건네주거든 그대로 손을 거두는게 아니라 그대로 미카즈키의 손을 감쌀 것이다. 찻잔으로 데워져 조금 더 따뜻하고 말랑해진 손바닥이 가능한 만큼 소년의 손을 덮고 그 온기가 다할 때까지 잠시간을 그리 대고 있을 것이다. 이윽고 떨어질 때에도 그냥 떨어지지 않고 두어번 토닥이며 서서히 멀어진다. 그런 후에야 비로소 스즈네도 미카즈키도 찻잔에 입을 댈 수 있었지 않을까. 쌉쌀하나 희미한 단내 나는 녹잎 차 한 모금을.
"무엇을 하고 싶은지... 생각을 어느 정도 해두는 건 좋으니까요." 료코를 바라보는 눈이 어딘가 깊이 꿰뚫어보는 것 같은 듯한 느낌일지도 모릅니다. 이즈미와 료코의 영화에 관한 대화가 느긋하게.. 하지만 천천히 맞물리듯 돌아가기 시작합니다. 그걸.. 유도한 것이었을까요?
"그게 더 나아지는 걸까요..." "같은 이야깃거리가 생기긴 하겠네요." 이즈미는 그런 세상이 온다면 상대방 감각에 거하게 테러를 일으키던가, 일종의 공유를 통해 이해할 수 있도록.. 일지도 모르지만 전자는 그렇다쳐도 후자도 그다지. 일 겁니다. 정체성이라는 것을 어느 정도 보호해야 할지도 모르는 일이니까요
"같이요? 그것도 나쁘지 않겠네요." 고개를 끄덕인 이즈미는 영화를 적절히 봐두는 것도 좋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스포는 안 당하도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