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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요는 길쭉한 상자를 품에 안았습니다. 조금 길쭉할 뿐, 많이 무겁지는 않았습니다. 조금만 더 무거웠더라면 다른 사람에게 맡겨야 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호시노 선배~... 아니, 카나타 오빠. 잘 부탁해요~♪"
길쭉한 상자를 옆구리에 낀 채, 한쪽 손으로는 입가 근처에 벽을 만들고서 카나타에게만 소곤소곤 얘기하는 하나요입니다. 카나타 오빠라고 부르는 것이 싫지는 않지만, 남들이 본다면 어떻게 친해? 같은 이야기를 할 것 같기도 하고, 그러면 설명해야 하고...... 너무 신경쓰는 것일까? 싶지만 그만큼 상대방과의 거리감이 애매하기도 할 것입니다.
하나요는 긴 상자를 다시 꼬옥 안고서 카나타가 가자며 부르는 대로 따라나섰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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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5: 아까 전에 지나왔던 길목으로 되돌아온 느낌이 든다. 26-50: 수많은 두견새들이 나무 위에 앉아 지켜보고 있는 것이 느껴진다. 51-75: 달과 나뭇잎이 새빨갛게 변하고 오솔길의 바닥이 잔잔한 물에 잠겨 있다. 76-100: 사방에서 수많은 나방이 날아들어 지척을 분간할 수 없다. 101-107: 기현상이 잦아들면서, 무수히 많은 양초와 함께 붉게 빛나는 센본토리이의 통로가 눈앞에 나타난다.
엔도 선생의 저 단호한 얼굴과 삼나무 숲을 지나며 나는 이렇게 말하고 싶었다. 이녀석이고 저녀석이고 제정신이 아니야, 라고. ‘창고’라는 나름의 이름으로 불리우는 숲 한가운데 방치된 가건물을 바라보며 많은 생각이 들었다. 작년에도 재작년에도 이런식으로 노동징발을 해버린거냐. 고작 방학숙제 면제권 하나로 이렇게나 부려먹다니. 완전 블랙기업 튜토리얼이라고 이거. 그치만 어쩌겠어. 이렇게 다들 모여버렸고. 이 순간을 추억 삼아 헤실거리는 녀석들도 있을테니. 그래 이 더러운 성질머리 열심히 죽여보기로 했다.
『쿠당, 탕, 깡!』
제멋대로 쌓인 탓에 물건을 빼는 손길 한번마다 창고 전체가 요란해진다. 옷이고 머리고 오래 묵은 먼지투성이가 되어 재채기를 콜록였다. 어째서냐. 매번 자연스럽게 무거운거 담당이 됐다. 정말, 팔 다친 사람한테 이런거 시켜도 되나. 나 환자라고!! 말해봤자 아무도 믿지 않을 독백을 읊조렸다. 그래, 이왕 시작한거 빨리 해치워버리고 튀자. 그 털보 선생이 또 성가시게 굴어오기 전에. 불같은 성미 때문인지 반항심 때문인지. 그놈의 습관같은 ‘전력👊’이 가슴 속에 🔥을 지폈다. 하나 올리고, 또 하나 올리고, 또, 또오오오오!!! 마치 메치기 같은 자세로 포대를 바닥에 쿠당탕 내려놓으며 손을 탁탁 털었다.
“야! 이거 마지막이다? 나 이제 가게 가봐야돼!”
와, 오늘 풀타임인데 벌써 힘 다 쓴것 같네. 안쪽도 제법 어둑해져서 해도 진 것 같고. 핸드폰을 꺼내 시간을 확인하며 어둑한 창고 한켠을 향해 외쳤다. 하지만 돌아오는 대답은 없었다. 뭐냐, 싶어 고개를 돌렸지만 이상하리만치 고요하고 적막하다. 이 자식들 어느틈에 지들끼리 말도 없이 나가버렸지? 인기척은 커녕 사람 머리 하나 보이질 않아 들어온 문앞으로 걸어갔다.
“뭐야. 이거 왜이래? 이거 진짜 문 잠근거임? 야! 장난치지 말고 빨리 문 열어!”
문은 굳게 닫혀 있었고 밖에서 잠긴듯 아무리 밀어도 열리지 않았다. 바깥에선 까마귀 울음소리가 스산히 들려온다. 이거 정말로 장난이 지나치네. 슬슬 이마에 스팀이 오르려는 그때. 아랫배에서 들려오는 심상치 않은 우르릉 천둥⚡번개 소리. 타케루는 사백안이 되어 흔들리는 동공으로 문을 거칠게 두드린다.
“야!!!! 여기 안에 사람 있다고!! 문 열어 빨리!!!!” “크아악!!!! 이 자식들아!!!! 안에 사람이 있는지 확인하고 나가야지!!!! 나 💩마렵다고!!!!!!!!!!!!!”
다급한 마음에 견고한 문에 어깨빵을 쾅쾅 쳐대며 약간 실성한 사람처럼 한손으로는 아랫배를 잡으며 소리를 빼액 지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