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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 역시 손을 마주 폈다. 이대로 하이파이브라도 할까, 싶어 손을 내미려다, 엄지와 검지 사이에 끼인 비닐봉지가 용케 매달려있구나 싶어 씩 웃으면서 손을 거두었다. "별 일은 없고?" 네게 간단하게 안부를 물으면서.
"세계사."
무슨 과목 했는데? 라는 물음에는 짧게 대답했다. "도쿄대 가려면 열심히 해야지." 덧붙이는 것 잊지 않고. 도쿄대에 가고 싶었다. 굳이 도쿄대가 아니더라도 괜찮았지만, 갈 수 있다면, 목표는 높게 잡는게 좋았으니까. 사실 조금 불안불안하기는 했다. 공부 잘하는 사람들은 넘쳐났으니까. 이즈미 씨 라던지. 그에 지지 않기 위해서, 응. 열심히 하고 싶었다.
"밥 먹고 그러면 공부나 같이 할까. 오랜만에."
싱긋 미소지으면서 네 머리를 쓰다듬으려 손을 뻗었고, 곧이어 네가 멀뚱멀뚱 비닐봉지 안을 들여다보자 물끄러미 널 바라보았다. "설마 그걸 다 쓴다고 생각한거야?" 짧게 물으면서. 정말, 요리 못한다니까. 쿡쿡거리면서 다시금 웃었지.
너는 비닐봉지를 부엌에 두었고, 곧 이어진 물음에는.
"응. 아버지는 가게 보고 계시고, 유키는 잠깐 나갔어. 친구 집에 놀러간대. 누나는... 제발 일본 안에만 있었으면 좋겠다."
그런게… 있었던가. 료코는 머릿속을 더듬어 보지만 그래봤자 별로 생각 나는 건 없다. 별로 중요한 것이 아니었으니 기억에 담아둔게 아닐 거라고. 가볍게 스치듯 생각을 마치며 고개를 흔들거리는 것이었다. 뭐가 되었든 궁금한 것도 풀렸겠다, 속 시원해진 얼굴로 웃으면서. 아니 후배 좋다는 게 뭐겠는가, 써먹기 좋다는 뜻이다.
“아니 오늘 날씨가 좋아서 오는 길에 기분이 좋더라고요. 이렇게 좋은 날엔 뭘 하는 게 좋을까요?“
선배는 평소에 뭐 하고 지내세요? 저는 운동도 하고 책도 읽고 가끔 요리도 좀, 영화도 자주 보는데… 그러고 보니까 곧 무슨 영화가 나온다던데 보실 생각 있으세요? 아 무슨 영화냐면 머론이라는 주인공이 사람들 뇌에 칩을 심어서 인터넷에 연결 시키려고 하는 내용인데… 뇌가 클라우드에 업데이트 되면 재밌겠죠? 전 인류가 하나의 전자 뇌를 공유하는 미래가… 순식간에 딥해자는 대화… 그렇다… 오타쿠는 원래 젛아하는 이야기만 꺼내면 말이 많아지고 마는 것이다… 긴장감이 풀리고 조금 편해지고 나니 쏟아지듯 말을 부어낸다. 원래 이렇게 까지 많은 편은 아닌데, 처음 제대로 대화해본 학교선배인데다 음료와 간식거리까지 대접받고 있는지라.. 그래도 좀 과하긴 하지만.
히라무도 다른 사람들과의 대화에서 3인칭으로 호칭할 때는 엄마라고 제대로 부르는 편이었지만, 아오 정도 편한 사이에선 평소 부르는 버릇이 막 튀어나오곤 했다. 뇌에 힘 줘서 바꾸지 않는 이상은 이렇게 되고 말기가 태반이었다. 이렇게 말해도 그러려니 알아듣고 뭐라고 하지도 않으니까. 물론 어렸을 땐 조금 잔소리 듣기는 했지만. 언제쯤 포기했더라, 초등학교 고학년?
세계사?
히라무는 눈이 번쩍 뜨였다.
"나도 할래. 어느 파트? 중세? 근대? 아니면 1차 대전 즈음?"
책 읽고 다큐멘터리 보는 것과 문제 푸는 건 다르지만, 머리 아픈 공부보다는 재밌게 할 수 있는 공부가 낫다. 수학 문제를 푼다고 해도 풀었겠지만 마침 하고 있던 공부도 재밌는 거라 잘 됐다. 토키와라에도 똑똑한 사람들은 많았다. 아오도 그렇고 이즈미도 그랬다. 가끔 같이 공부를 하면 히라무도 많이 배웠다. 이즈미상에겐 물어보지 않아서 잘 모르지만, 아오는 어디를 목표로 하는지 알고 있다. 교토로 갈 생각 없냐고 물어보기도 했다. 아오의 마음은 확고했지만.
"있잖아 형, 도쿄대 가면 뭐 할 거야?"
머리를 쓰다듬어지면서 히라무는 물었다. 중학교 들어올까지는 형이 손을 나무 가지 하나만큼은 뻗어야 히라무 머리에 얹었는데, 이제는 겨우 발가락 만큼 차이도 나지 않는다.
아마 이 시간이면 아저씨는 외출하셨을 테고. 유키쨩은 방학이니 집에 있을 터인데 모습이 보이지 않았다. 과연 아오에게 듣자 하니 놀러 나갔단다.
>>413 아니얔ㅋㅋㅋㅋㅋㅋㅋㅋ 귀여운 히라무주 같으니 ㅋㅋㅋㅋㅋㅋㅋ내가 헷갈리게 쓰긴 했어!! 파트너가 선점제긴 해도 어쨌든 누구랑 돌릴지 아직 모르니까 저렇게 쓴 건데 내가봐도 내가 잘못했어ㅜㅋㅋㅋㅋ상냥해ㅠ 고마와(복복복복 참 위에 마시로 무서워하냐고 물어봤던데! 벌레는 전혀 무서워하지 않지만 귀신은 싫어하긴 해! 히라무는 왠지 벌레도 귀신도 겁 없을 것 같아>:3c 맞아?
>>425 그럼 카나타는 아마 무덤덤한 표정을 짓고 있지만 마음 속으로는 꽤나 동요를 할 것 같네. 하지만 애써 감정 표현은 숨기면서 이유를 알고 싶다고 할 것 같아. 하지만 저렇게 말할 정도면 이유는 말하지 않겠지? 그러면 카나타는 가만히 바라보다가 "...알겠어." 라고 짧게 말하면서 아마 애써 홱 돌아서 갈 거라고 생각해. 그리고 아마 3~4일 정도 카페의 개나 고양이를 꼬옥 끌어안거나 방에서 기르는 유메만 바라보면서 조용히 눈을 감고 한숨을 쉬면서 천천히 삭히지 않을까 싶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