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마금을 모티브로 하고있지만 잘 모르셔도 상관없습니다. ※상황극판의 기본 규칙과 매너를 따릅니다. ※서로를 존중하고, 먼저 배려하는 마음가짐을 가집시다. 모니터 너머의 이용자도 당신처럼 '즐겁고 싶기에' 상황극판을 찾았다는 것을 기억해주세요. ※오고 가는 이에게 인사를 하는 자세를 가집시다. ※상대를 지적할때에는 너무 날카롭게 이야기하지 않도록 주의해주세요. '아' 다르고 '어' 다릅니다. ※15세 이용가이며 그 이상의 높은 수위나 드립은 일체 금지합니다. ※특별한 공지가 없다면 스토리는 토요일과 일요일 오후 7시 30분~8시쯤부터 진행합니다. 이벤트나 스토리가 없거나 미뤄지는 경우는 그 전에 공지를 드리겠습니다. ※이벤트 도중 반응레스가 필요한 경우 >>0 을 달고 레스를 달아주세요. ※계수를 깎을 수 있는 훈련레스는 1일 1회로, 개인이 정산해서 뱅크에 반영하도록 합니다. 훈련레스는 >>0을 달고 적어주세요! 소수점은 버립니다. ※7일 연속으로 갱신이 없을 경우 동결, 14일 연속으로 갱신이 없을경우 해당시트 하차됩니다. 설사 연플이나 우플 등이 있어도 예외는 아닙니다. ※기존 모카고 시리즈와는 다른 흐름으로 흘러갑니다. 따라서 기존 시리즈에서 이런 설정이 있고 이런 학교가 있었다고 해서 여기서도 똑같이 그 설정이 적용되거나 하진 않습니다. R1과도 다른 스토리로 흘러갑니다. ※개인 이벤트는 일상 5회를 했다는 가정하에 챕터2부터 개방됩니다. 개인 이벤트를 열고자 하는 이는 사전에 웹박수를 이용해서 허가를 받아야 합니다. 이벤트를 진행하는 이는 계수 10%, 참여하는 이에겐 5%를 제공합니다.
은우 선배네 섬에서 제일 자주 하는 일은, 역시 요리랑 바다 보기다. 바다를 가만히 바라보는 게 이렇게 재밌을 줄이야. 애초에 바다를 본 게 은우 선배네 섬에 와서가 처음이니 더욱 신기하고 재밌을 수밖에 없긴 하구나 싶다. 나중에 데려와주셔서 감사하다고 뭔가 만들어드려야지. 그런데 뭘 좋아하실 지 모르겠네. 은우 선배도 베이킹 좋아하시니까 웬만한 건 스스로 만들어드시지 싶고... 음, 크로캉부슈같이 호불호 덜 갈리면서 손은 많이 가능 거면 어떠려나.
오늘은 내가 바닷물을 길어다 대량생산한 급식(오늘은 미리 양산해뒀던 쌀밥에, 연근메추리알 장조림, 치킨커틀렛, 김치 콩나물국이다.)을 소량씩 싸서 도시락을 꾸려서 나와 바다를 보고 있다. 날씨가 흐려 석양이 제대로 보이지는 않지만, 이런 하늘도 그런대로 운치가 있지. 바다를 보면서는 요 근래 나를 괴롭혔던 생각들을 하나 둘 씩 꺼내보곤 한다. 이를 테면, 박씨 부자같은 거. 그날로부터 몇주 지나고, 큰소리 떵떵 친 것과는 다르게 기승을 부리지도 않으니, 나도 머리가 제법 식었는지 그 녀석들을 왜 미워했고, 죽이고 싶어했는지 생각해보게 됐다.
박형오의 경우에는, 그자가 내세운 가설에 의하면 선하가 머리를 열다가 죽지 않아도 됐기에, 그 가설을 제대로 발표하지 않은 점과, 고작 아들 친구 만들어주고 싶다는 이유로 이 도시를 만드는 데 앞장선 점에 증오심을 품었다. 하지만, 요즘 와서는 그것도 참 부질없이 느껴진다. 원래는 기회만 주어진다면 박형오를 내 손으로 끝장내고도 싶었지만, 그런다고 선하를 비롯한 죽은 이들이 살아돌아오길 할까, 선하를 잃고 힘들었던 내 마음이 완전히 달래지길 할까.
유니온이 미웠던 건, 인첨공을 송두리째 날려버리겠다고 했기 때문이다. 죽으려면 혼자 죽지, 나나 다른 사람들의 삶을 자기가 마음대로 날려버릴 권리가 있는 듯이 구는 것이 퍽 재수가 없었고, 무엇보다도... 부끄럽지만 마음만 먹으면 정말로 그럴 수 있을 것 같은 그 놈의 무력 때문에 쫄기도 했다. 그 놈을 죽이는 것밖에 답이 없다고 생각했던 건 반정도는 두려움이 작용했던 것 같다. 그런데, 그 녀석은 잘난 듯이 떠들어댄 것에 비해 지금 아주 조용하다.
그리고 그런 생각도 든다. 내가 이렇게 아등바등하지 않아도, 은우 선배를 포함한 퍼스트클래스들과, 저지먼트의 고레벨 멤버들이 갑자기 유니온에게 찬동하는 이변이 일어나지 않는 이상은, 그 녀석을 막아낼 수 있을 것 같다고. 그녀석이 정말 이 세상을 날려버릴 수 있었다면 일찌감치 그랬을 것이다. 그런데 지금은 어떤가. 그 녀석이 거창하게 입을 털었던 것관 달리 여태껏 조용하지 않은가? (유니온 뿐만이 아니다. 지금쯤 플레어의 배신을 알고도 남았을 그림자들이나 요즘 들어 소식이 뜸한 리버티는 뭐 하고 지내는지...)
애초에, 플레어가 그랬듯, 그놈들의 신병을 우리가 확보한다 해도, 선택권은 나에게 있지 않다. 플레어 문제만 해도 크리에이터 아저씨로부터 어찌저찌 우리에게 맡겨졌고, 그에 이의를 제기할 기회나 명분 따위는 없었으니까. 그러니, 내가 박형오를 죽이네 마네 안달복달 해봐야 전부 부질없다는 걸 지금 배우지 않으면 나는 바보라는 것이다.
물론, 지금 유니온이나 박형오를 미워할 가치를 못 느끼는 것처럼, 언젠가는 그 녀석들이 다시 미워질 날이 올 거다. 그 녀석들이 서형이나 철형을 노린다면, 분명 분노도 두려움도 다시 올라올 테니까. 그래도 괜찮다. 그 때가 온다면 그냥 마음이 가는 대로 미워하고, 두려운 만큼 용기를 내어 싸우면 되니까. 그 미워하는 마음으로 판단력이 흐려지더라도 괜찮을 거다. 분명 마음껏 미워할 시간이 주어질 테고, 그러고 나면 미움이 식고 시야가 맑아질 테니까. 지금처럼 말이다.
situplay>1597049759>770 장난기가 섞여있는 말에, 잠기운과 피로감이 선연하게 자리잡고 있는 혜성의 새파란 하늘빛 눈동자 느릿하니 깜빡여졌다. 계절과 날짜를 생각하면 모닥불을 쬐며 바닷가를 바라보고 멀뚱히 시간을 보내기 적합한 건 아니다. 현실적으로, 냉정하게 생각해보자면 그러할테지만 누구에게나 공평하게 다정한 사람이라도 무의식적으로 선 안에 들여놓고 특별 취급하게 되는 당사자의 부탁에 너그러워질 수 밖에 없었다. 이혜성이라는 사람은 그런 타입이었고, 혜성에게 윤금이라는 사람은 제 선 안에 들어선 특별한 상대였다. 별일이라는 양 한쪽 눈썹을 슬몃 치켜올렸을 뿐, 혜성은 금의 옆자리에 앉았다.
모래가 서그럭거리며 목까지 가린 래쉬가드 스타일의 천을 스치는 소리, 무던한 애정과 함께 둘러지는 이불 속에서 느껴지는 온기와 희미하게 타오르는 소리를 내며 불그스름하게 풍경을 밝히는 모닥불의 온기가 퍽 로맨틱한 분위기를 물씬 자아냈다. 파도 치는 바다와 제 눈 앞에서 흐릿하게 일렁거리는 바닷속 생물체의 움직임만 느껴지는 가운데, 혜성은 느릿하게 눈 깜빡이며 모닥불이 숨 거두는 것을 물끄러미 응시하고 있었다. 모닥불이 꺼지고, 제 옆에서 온기를 나눠주고 있던 금이 움직이고 나서야 혜성의 눈동자가 데구르르 굴러 금의 움직임을 살핀다. 동요없이 차분하던 눈동자가 크게 흔들리며 당혹스러움에 젖어드는 건, 자신을 훌쩍 안아드는 행동 때문이었다.
"꺅?!"
지극히 소녀스러운 비명에, 혜성의 얼굴이 슬금 붉게 달아올랐으나 혜성은 자신을 너무 손쉽게 안아 들어올린 금의 행동보다도 반사적으로 자신을 공주님 안기로 안아든 금의 목 뒤로 팔을 걸치자마자 귀 바로 옆에서 들려오는 심장 소리와 평소 한번도 의식한 적 없던 제 연인의 듬직함에 머릿속이 혼란스러워 어쩔 줄 몰랐다. 동성인데, 이렇게 차이가 난다고? 요즘 부쩍 시야가 높아진 것 같은 기분이기는 했는데 그게 기분 탓이 아니었나? 그 전에 요즘 무거워진 건 아니겠지? 혼란스러운 기분으로 온갖 생각들로 헝크러지기 시작한 머릿속은 곧 금의 걸음이 바닷가로 향했을 때 그대로 멈춰버린다.
설마, 이 날씨에? 아니지?
"ㄱ, 금아? 잠깐, 잠깐만 ─ 자기야? 이 날씨에 바다에 들어가는 건 올바른 선택이 아니지 않아? 설마 진짜 들어갈 생각은 아니지?"
파도소리가 가까워지자, 이번에는 진심으로 보기만 해도 차가워보이는 바다에 떨어지지 않도록 혜성은 금의 목에 걸치고 있던 팔에 힘을 주며 제대로 매달렸다. 방금 전까지 잠기운과 피로감에 젖어있던 혜성의 눈동자가 방향을 잡지 못하고 헤매다가 걸음을 멈춘 금의 모습에 안도해서 한숨을 후, 내쉰다.
여기서 같이 바다에 빠졌다가는 남은 기간동안 꼼짝없이 둘이서 침대에 나란히 앓아누울 게 분명하다. 그나마, 다행인 건 생각보다 물이 차가운 모양인데.. 얘를 어떻게 설득한담. 금의 고민스러워보이는 옆얼굴을 보며 생각에 잠겨있던 혜성은 뭔가를 결심한 듯 결연한 표정을 짓고 제 팔을 아래로 내려서 바다 표면에 손 끝을 살짝 대고 입술을 움직였다.
맑고, 선명한 휘파람 소리가 파도소리만 울려퍼지는 바닷가 전체에 울려퍼진다. 난데없는 제 행동에 의아한 표정을 짓고 있을 금의 귓가에 혜성의 입술이 가까워졌다. 잠깐만. 그대로, 하고 속삭이고 얼마 지나지 않아 마치 휘파람 소리를 듣고 다가온 것 같은 유백색의 생명체가 유려한 타원형을 그리며 표면 위로 뛰어올랐다가 바다 속으로 가라앉는 것을 볼 수 있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