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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핏 퍽퍽하게 느껴진다면 그때 마시는 차 한모금이 그것을 말끔하게 내려주면서도 차의 향을 머금어 촉촉해진 식감을 즐길수 있더랬다. 그런 산뜻함을 그녀가 즐기지 않을리 만무했으니, 벌써부터 입안에 고이는 침을 간신히 삼켜낼 뿐이었을까? 벌써부터 포만감이 생기는 기분이었다.
"얼마든지···~ 그러려고 가지고 온거기도 하고···~"
재료로 사용하면 모를까, 간식으로 소비된다면 양은 더 많아야 하기에 언제나 넉넉하게 준비하는 그녀였던만큼 이것저것 만들며 가끔 집어먹어도 어느정도 남을 수준의 양이었을테다.
손가락 두세마디정도 되는 크기의 그것은 마치 산딸기를 잡아당겨 길게 늘여놓아 말린 것처럼 생기기도 했고, 손으로 만져보면 그래도 선인장의 열매라고, 아주 살짝 까끌한 느낌도 들었을 테다. 입 속으로 넣어보면 적당히 말라있던 과육이 마지막으로 감춰둔 수분을 터뜨렸을지도, 입가에 맴도는 것은 여느 열대과일 같으면서도 달콤한 향이 끝에 강하게 맴돌았을 것이다.
"아마도 그럴 거야···~ 향은 역시 조금 가라앉을 수도 있지만 색은 이쁘게 나올거구···~"
그것이 콩코드 와인의 눅진한 색일지, 그것을 감쌌던 펠트지의 은은한 색일지는 그녀도 확신할수 없지만 말이다.
"그렇죠. 마들렌의 아이싱이나 초콜릿코팅도 살짝 식어서 차갑게 먹는 게 녹아내리는 것과 함께니까요." 그러니까 함께하면 좋은 일이다. 인 모양입니다. 이즈미는 먹어도 된다는 말에 고맙다면서 하나를 먹어봅니다. 그냥 먹어도 맛있네요. 어딘가 상큼하고 달콤한 그런 맛을 느끼면서도.. 다른 느낌일까요...
"상당히.. 여운을 남기는 존재네요." 먹어보면서 느낀 것들을 살짝 음미합니다. 어딘가 팡팡 튀는 듯한 걸 보는 건지 알 수 없는 표정이지만. 이즈미는 그것들도 가지고 마들렌이나 휘낭시에를 만들 수 있을 겁니다.
같이 만드는 거죠. 그리고 크레이프 케이크는... 마들렌을 다 만들고 나서 시작해도 되는 일이죠.(*크레이프 반죽만은 미리 만들어서 숙성시켜도 괜찮으니까요) 마들렌 반죽을 만들고 그것을 틀에 팬닝하는 것은 오래.. 걸리진 않을지도요? 타에미에게 마들렌이나 휘낭시에에 넣을 재료를(무화과나 크림치즈나 선인장 열매를) 넣어달라고도 할까요?
이대로 물이 되어서 같이 흘러가버리고 싶다고, 그렇게 생각했다. 그러면 기억이나 생각, 후회 따위에 고통받지 않아도 될 텐데. 하지만 그럴 수는 없다. 나가쿠모 미카즈키로 살아가기로... 어머니와 약속했으니까. 차라리, 차라리 그런 약속을 하지 않았더라면... 어머니, 어머니는 삶에서 어떤 행복을 느꼈기에 제게 그런 말씀을 하셨을까요. 그러나 이제 와서 딱히 뭔가 더 눈물은 흐르지 않는다. 그러기에는 너무 지쳤다.
초여름의 적절히 시원한 개울물에, 몸의 무게마저 반쯤 사라져버린 부유감은 지친 몸에 참으로 잘 어울리는 것이었다. 미카즈키는 문득 눈을 감았다. 그런 소년의 귓전에, 개울물 소리와 함께 누가 멀리서부터 부르는 듯 아련히 귀에 걸리는 흘러간 옛노래. 문득 어릴 적 햇살이 비스듬히 비쳐들어오던 순간들이 플래시백된다.
물놀이를 마치고 하나요와 함께 식탁에 앉아 할머니의 요리를 기다리며, 창가에 놓인 낡은 전축에서 흘러나오던 노래가 이 노래였다. 낚시를 나갔을 때 같이 낚싯대를 드리우고 앉아서는 할아버지가 파라솔 아래서 종종 흥얼거리던 노래가 이 노래였다. 누가 부르는 노랠까, 하고 고개를 들어 살펴보는 것이 정상적인 반응이지만, 지칠 대로 지친 미카즈키는 여기에서 그저 의식의 흐름에 자신을 내맡기는 것을 택했다.
이대로 흘러가버릴 수는 없다. 하지만 적어도 흘러가버릴 수 없다는 사실을 잠시 잊는 것만큼은 괜찮지 않을까.
그 노랫소리 끄트머리가 어레? 하는 소리로 바뀌었을 때에는, 이미 소년은 물 위에 둥둥 뜬 채로 잠들어 있었다. 그러니 하나요가 그것을 시체로 간주해도 그리 이상한 일은 아닐 것이다. 이대로 바로 발을 돌려서 근처의 어른을 불러오거나 119를 부르거나 하는 게 아니라, 하나요가 물가에 누워 있는 그 사람을 확인하러 다가간다면, 하나요는 볼 수 있을 것이다.
물 속에 가만히 누워서 반쯤 동동 뜬 채로, 머리카락도 옷자락도 하늘하늘 물 속에서 흔들리고 있는 그것은, 분명히 사람이라기엔 생동감이 모자랐으나 그렇다고 익사체라기엔 살아있는 사람이 분명한 얼굴. 수심의 기색이나 고통의 기색 없이 편안히 잠들어있는 사람. 검은 머리카락을 하얀 얼굴 위에 늘어뜨린 채로 눈을 감고 나직한 숨을 쉬고 있는 그것은, 어느 샌가 하나요의 인생에서 거짓말같이 사라졌던 소꿉친구 미키군이라는 것을.
소년이 바닷가로 온 것은 별 다른 이유 없었다. 단순히 머리를 식히고자 했을 뿐. 닥터마틴 샌들에 청 반바지, 흰색 반팔티를 입은 가벼운 차림새로 소년은 산책을 나섰다. 느긋하게 노래 흥얼거리며. 일부러 오토바이는 끌고 오지 않았다. 가끔은 이런 산책도 즐기고 싶었다. 요즘 자주 오토바이를 타는 것 같은 기분도 들었고.
'양아치처럼 보이기는 싫단 말이지.'
그렇지 않아도 인식이 좋지 않은 오토바이인데. 학생회장으로써 책임감을 느끼고 있는 소년이었다.
그렇게 얼마나 걸었을까. 소년은 어느새 바닷가에 도착했다. 느릿하게 파도가 넘실거리는 모습을 보며, 소년은 깊게 숨을 들이쉬었다.
'바다 냄새.'
좋구나. 그렇게 생각하다. 문득 누군가와 눈이 맞았다. 아아, 역시. 전 회장님이 맞았구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