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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63 하나요주에겐 미안하지만 이에 대한 답변은 지금은 하지 않을게. 정확하게 어떻게 배정되는지도 알 수 없고, 혹시라도 서로의 캐릭터를 찜한다/침바른다 같은 소리는 듣고 싶지 않아. 무엇보다 창고 안에 누가 갇힐지도 모르는 판국이고 이것으로 인해서 혹시라도 누군가가 눈치를 보는 것도 원하지 않거든. 일단 마음만 고맙게 받고... 현 시점에선 답은 하지 않는 것으로 할게! 하나요주와 하나요가 싫다거나 내가 누군가와 꼭 돌리고 싶은 이가 있다거나..그런 것은 절대로 아니야! 8ㅅ8 다만... 혹시라도 나올지도 모르는 뒷말은 피하고 싶어서...
좀 더 룰이 명확하게 정해지고 협의가 가능하다고 한다면 그때 대답하는 것으로 할게. 괜찮을까?
나가쿠모 미카즈키의 오열을 멈추게 한 것은 감정의 소진이 아니라 음울한 체념이었다. 결국 그래서 자신은 지금 당장 이 모든 잘못된 것을 되돌리러 갈 용기가 없지 않은가. 돌려달라고 아무리 부르짖어봤자 누가 척 집어서 그의 눈앞에 다시 되돌려줄 리도 없고, 결국은 그가 나서야 하는 일인데... 이제 와서 예전에 헤어진 이들을 다시 찾아다니기에는, 나가쿠모 미카즈키는 자기 스스로가 너무나도 부끄러웠다. 그렇게 떠나고 나서 금의환향해도 어색할 판에, 이리 비참한 꼴이 되어버린 자신을 내어보이고 싶지 않은 것이다. 그래서 미카즈키는, 부끄러운 낯짝을 볼캡 챙 아래에 숨기고 숨어다녔다.
다시 만나고 싶은 이들이 한 가득이지만, 감히, 이 꼬락서니를 하고, 내가 어떻게 감히.
그렇게 비겁하게도, 나가쿠모 미카즈키는 눈물로 범벅된 무표정한 얼굴을 천천히 들어올렸다. 우당탕 나뒹군 몸 여기저기가 욱신대지만 대수롭지 않다. 땅에 내리쳤던 손이 화하니 아프지만 대수롭지 않다. 볼캡도 가방도 어느 샌가 어디 갔는지 사라졌다만 대수롭지 않다. 그냥... 그냥, 어딘가에 푹 잠겨서 멍하니 둥둥 떠있고 싶다고, 미카즈키는 생각했다.
집에 돌아가서 욕조에 물을 받기도 귀찮아, 미카즈키는 시선 끝에 걸린 연못을 가만히 바라보았다. 툭툭, 발에 칩칩스레 거슬리는 운동화를 벗어버리고, 미카즈키는 자갈길을 자박자박 가로질러서는 계단 내려가듯이 연못으로 발을 들였다.
이런 커다란 감정적 좌절을 겪은 이들이 호수로 서서히 걸어들어가며 마침내는 머리까지 잠기는 것은 구슬프고도 음산한 클리셰로 종종 쓰이는 일이 있지만, 이 연못은 그러기에는 너무 얇다. 대중목욕탕의 욕조보다 살짝 깊은 정도, 미카즈키의 무릎 언저리에서 찰랑거리는 정도니까. 애초에 미카즈키 본인이 그런 엔딩으로 삶을 포기할 생각까지는 없기도 하고.
그 대신에 미카즈키는 몸을 뒤로 기울여, 물 속에 첨벙 눕듯이 빠져버렸다.
어딘가에 푹 잠겨서 멍하니 둥둥 떠있고 싶었다. 휙 뒤집어지던 풍경이 물속에 잠겨 꾸르륵 하고 거품 속에 산산조각났다가, 부력에 의해 미카즈키의 몸이 둥실 떠오르자 다시 일렁이며 원래의 형상을 되찾는다.
흙먼지와 피가 씻기며 저 개울 어딘가로 흘러간다. 셔츠며 바지며 하는 옷자락들이 물에 잠겨서 해파리의 프릴처럼 하늘하늘 흔들린다. 가슴 속에 드리운 깊은 그늘은 아랑곳하지 않고, 햇살은 풀벌레 소리며 새 소리와 함께 속절없이 잎사귀 사이로 부서져내리며 연못 위를 비춘다.
>>776 후.. 이런 미청년계 이미지 너무 좋습니다!! >>781 뭔가 선고백 박고 고베로 간 모습도 그렇고. 스즈양 얘기 꺼낸것도 그렇고. 전반적으로 타케루가 욕먹을만한 상황으로 전개됐을것 같아요! 평소에도 양키라고 오해받는 페이스에 괴팍하고 욱하는 성격이니까요! 서로 잘 지내긴 했지만 생각보다 안맞는 부분이 많아져서 자연스럽게 헤어졌다는 느낌으로 생각하고 있습니다! 지금은 티는 안내려고 하지만 좀 신경쓰인다는 느낌? 심지어 복학해서 같은 학년이 됐으니 타케루 입장에선 멘탈 털릴거에요!
냅다 소리는 빽 질렀지만 그 뒤로도 한참 고개만 빼고 나무에 찰싹 붙어서 고양이 가족이 들어간 수풀을 바라봤다. 묘한 아쉬움이라도 느끼는 것인지 좀처럼 시선은 떨어지지 않고. 소년이 나무 뒤에서 나오는 소리를 듣곤 그제서야 자신도 줄기에서 떨어져 나와 소매에 묻은 먼지를 탁탁 털어낸다. 흠, 크게 내쉬는 숨과 함께 끼는 팔짱. 겨우 떨어졌던 시선을 한번 더 수풀로 옮겼다가.
"...아~, 보내놓고 나니까 쪼매 아쉬운 건 또 머고."
으하하! 그거 잠깐 같이 있었다고 고새 정 들었나봅니다, 멋쩍은 마음을 일부러 큰 웃음으로 날려보냈다. 또 다시 흐트러진 뒷통수만 벅벅 헤집으며. 담에 만나면 얄짤 없디, 우리집으로 델꼬 갈끼라~ 혼잣말처럼 재잘거리며 그럼 해결도 됐겠다 슬슬 집에 가지요 슨배임, 발걸음을 떼려고 했을 때에,
"...! 슨배임 괭이 소리도 알아듣습니까? ....사실 괭인 건 아이지여?"
장난스레 되받아치는 것 같지만 수풀을 바라보는 눈에 담긴 건 분명 흐뭇한 기쁨이다. 가시나 그래도 싸가진 있어갖고, 감사인사도 할 줄 아네. 천재괭이 아이가? 또다시 키득키득 웃음소리, 사뭇 진지한 분위기를 만들고 싶진 않아서 냅다 미간을 잡고 크으윽, 과장된 신음소리를 내며 우는 체 장난을 쳤다. 이 엄마는, 아니 언니는 뿌듯하디...!
"아무쪼록요, 오늘은 참 신세 졌습니다 슨배임요."
슨배임 없으믄 오늘 집에 못 들어갔을지도 모른다 아인교. 내 담에 만나믄 머라도 쏠테니까여. 착 엄지를 들어보이며.
>>792 다짜고짜 고백 공격 박아버림. 한 학년 선배와 친구 이상(가족처럼) 관계. 자주 집에서 자기도 함. 여친 버리고 고베로 가버림. 우우우 쓰레기~! 재밌는 선관 만들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츠키양 뭔가 ‘츠키츠키 다이스키~’ 같은 개드립도 유루이하게 받아줬을 것 같은 이미지.. >>793 사고 나서 다시 고향으로 복귀했으니 천벌 받은셈 칠까요!! >>794 도박은 나쁜겁니다!!
카나타는 사람이었기에 당연히 정확하게 고양이의 울음소리가 뭘 의미하는지는 알 수 없었다. 하지만 방금 말한 것처럼 톤을 통해서 대충 감정은 파악할 수 있었다. 지금의 울음소리 톤은 고맙다고 느낄 때 내는 것이기 때문에 그는 필시 그 고양이가 고마움을 느끼는 것이라고 확신했다. 물론 아닐 수도 있지만.
한편 바로 옆에서 사쿠라가 미간을 잡고 과장된 울음소리를 내자 카나타는 두 눈을 깜빡였다. 그리고 어떻게 해야 할지 고민을 하다가 주머니에서 손수건을 꺼냈다. 그리고 사쿠라에게 슬며시 내밀었다.
"...필요해?"
물론 우는 척하는 것은 금방 짐작할 수 있었지만 혹시 모를 일이었다. 일단 주고 필요없다고 하면 다시 집어넣으면 될 일이었다. 손수건을 권한다고 해서 부끄러울 것은 없었기에 그는 그녀가 행동을 취할 때까지 그 자세를 유지했다. 그녀가 필요없다고 한다면 아마 손수건을 곱게 접어서 다시 주머니 속에 쏙 집어넣었을 것이다.
"...괜찮아. 서로서로 돕고 사는 거야. 딱히 뭘 바라고 한 것도 아니고."
말은 그렇게 하지만 조금은 쑥스러운지, 그는 살며시 고개를 다른 곳으로 돌리고 있었다. 그리고 그 상태에서 침묵을 쭈욱 지키다가 그는 시선을 그대로 계속 그 자리에 고정하면서 사쿠라에게 이야기했다.
"...고마우면 다음에 카페에 찾아와줘. ...저 고양이보다 더 귀여운 고양이들도 많으니까."
즐거운 시간을 보낼 수 있어. 그렇게 무덤덤하게 이야기를 하며 그는 슬그머니 카페를 홍보했다.
'아마네, 까칠해.' 그제서야 소년은 굳게 입을 다문다. 놀란듯 합, 하고. 너는 피곤하다는듯 눈을 한번 크게 굴리고서 표정을 가다듬고 턱을 괴었다.
"마시로."
"옛날처럼 불러주지... 않을래."
알고있다. 얼마나 많은 이들에게서 이런 말을 들었을까. 네 사연을 어림짐작하지도 못하는데, 내가 대체 무슨 자격으로 네게 설교를 한단 말인가. 이제서야 깨달았다. 자신이 얼마나 네게 상처 주었는지. '하지만 나도 상처받았는걸.' '그렇다고 해서 네가 남을 상처 줄 수 있는 자격이 있는 건 아니야.' '그냥 대체 무슨 일이 있던건지 알 수 있었더라면 좋았을텐데.' 머릿속이 다양한 생각들로 복잡하다. 그래서 아마네는 가장 간단한 길을 고르기로 했다.
"내가, 잘못했어."
사과하는 것. 진심을 담아서. 차마 눈은 마주치지 못했지만, 소년은 진심어린 사과를 소녀에게 건네었다.
"네가 또 사라질까봐 붙잡아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을지도 몰라."
"너는... 그냥, 그렇게."
사라져버렸잖아. 채 뒷말을 잇지 못하고 고민하던 소년은 조용히 눈물 흘렸다. 어린 시절 사랑하던 사람이 사라졌다. 너무도 갑작스럽게. 아주 천천히 너는 시간을 들여 그렇게 멀어져갔지만 어리기만 할 뿐이던 나는 아무것도 눈치채지 못했다. 마음이 많이 아팠고, 그렇기에 두려웠다. 무엇인가를 잃어버린다는것이 얼마나 괴로운 일인지 깨달아 버렸기에. '다시 친구부터 시작하고 싶어.' 이 말 마저 조용히 사라져버린채로 소년은 소녀를 바라본다. '오므라이스에 케첩 고양이.' 자연스럽게 헬멧을 쓰고 스트랩을 착용하며 뒷자리에 올라탔다. 나는 네 케첩 고양이 옆에 케첩 토끼를 그리곤 했지. 시동을 걸고 앞으로 나아간다. 채 마르지 않은 눈물이 바람에 쓸려나간다.
"많이."
네가 두 손으로 안전하게 내 허리춤을 꼭 쥐고 등에 밀착한다. 얼마나 보고싶냐는 물음에, 많이라고 대답한 소년. 그리고 소녀는 말간 웃음소리를 내고. 나지막히 애정을 담아서.
"..."
대답하지 못했다. 어떤 말이 나올지 스스로도 알 수 없었기에. 소년은 그렇게 한 발자국 더 어른에 다가갔다. 그런 생각이 드는 여름이었다.
얼마나 달렸을까. 머지않아 익숙한 집에 도착했다. 아마네 만물상. 차고에 익숙하게 주차한 뒤에 헬멧을 벗고, 트렁크에 헬멧을 넣으면서.
긴 머리카락을 풀고다니는 것이 잘 어울린다고 생각해서 풀고다니는 하나요이지만, 이런 무더운 여름에는 머리카락마저 짐처럼 느껴집니다. 작은 손을 목 뒤로 집어넣어 머리카락을 펄럭이자, 하나요의 뒷 목줄기를 따라 땀방울이 맺혀 흘러내립니다.
이럴 때는 차가운 물 속에 발을 담그고 참방이며 쉬고 싶어집니다. 심부름으로 사온 쇼유와 화과자 가게의 미나즈키가 들어간 봉투를 손에 들고, 문득 하나요는 지나던 곳을 의식합니다.
"나가쿠모 할아버지네..... 우후후."
어느샌가 그곳을 미키 군의 집이 아닌 나가쿠모 할아버지네 댁이라고 부르게 되었습니다. 나가쿠모 할아버지네 양말 상태로 성큼성큼 들어가, 재잘재잘 얘기하고 화과자를 나눠드리는 생각을 하고서 후후 웃는 하나요입니다.
이대로 나가쿠모 할아버지네 놀러가는 것도 좋겠지만, 어째선지 오늘은 조금 색다른 장소가 생각이 났습니다. 바로 할아버지네 댁 뒤쪽에 있는 자그마한 연못입니다. 오랜만에, '가보고 싶다' 는 기분이 들었기 때문에, 하나요는 그 기분에 응하기로 했습니다. 발을 담그고 한김 더위를 식힌 뒤 할아버지에게 인사하러 가도 늦지 않을 것입니다.
一人秋の海を見つめて思い出す♪
あの夏の影を探して ♪
옛 노래를 흥얼거리며 오솔길을 걷는 하나요. 양손을 벌리고 선을 따라가듯, 한줄로 발걸음을 남깁니다.
이곳을 알려준 친구를 본 지는 오래 되었지만 얼굴은 아직도 선명합니다.
깜짝 놀래키자 뒤로 넘어가던 미키 군. 다정하게 손을 잡아주던 미키 군. 흩뿌려지던 물방울 속 환하게 웃던 미키 군.
忘れられないけど 次の夏にも ♪
またここへ来る ♪
하나요는 과거가 부르는 곳으로 이끌리는 듯, 연못에 향했습니다.
"..... 어레...??~"
아무도 없을 줄 알았던 연못에는, 장신의 시체가 둥둥.
"오와, 오와와와와......"
하나요가 손에 든 봉투가 바닥을 구릅니다. 주춤주춤, 하나요는 뒤로 물러납니다. 찬찬히 생각해보면 빠질만한 깊이가 아니라는 것을 깨닫겠지만 지금의 당황한 하나요에게는 여력이 없었습니다.
그런 말을 하며 실없이 웃던 너. 하, 사랑이란 것이 참 우스운 일이지. 초면에 고백한 이, 그것도 불량하게 생긴 이에게 마음이 상하지 않을까하고 받아들인 나도 그렇고. 1년간 그래도 너와 지내며 웃고 떠들고 어쩔 때는 짜증내고 울고 그리고 헤어질 때는 지쳐서 헤어진 것만이 기억에 남을뿐
"그래도 말이야"
확실한건 내게 더이상 네게 향하는 감정은 없어. 너눈 내 우울한 과거에도 남지 못했으니까.
"잘 지내길 바라는 줄게"
타케루
그리 짧게 중얼거리며 멀리서 보이는 너를 무시하고 코코를 향해 발걸음을 움직여. 우리의 연애는 오래 전의 이야기가 되었으니까 말이야. 극적인 상봉같은 러브코미디는 일어날 필요가 없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