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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즈미와 같이 들었던 얘기들 중에는, 특출난 감각을 가진 일원들이 그 대가 삼아 갖는 광증과 불행에 대한 이야기도 있었다. 히라무는 오싹한 이야기를 좋아하고 괴담을 찾아 헤매는지라 그런 이야기들도 흥미롭게 들었다. 그래도.
"아, 싫다. 무서워, 이즈미상은 일찍 안 갈 거야."
히라무의 말끝은 억지로 이으려다 뚝뚝 끊겼다. 길게 늘인 밀가루 반죽 같다. 농담인 것도 알고 괴담인 것도 알지만 친구가 그 이야기의 주인공이 되는 것이야말로 진짜 무서운 일이다.
"금고를 따는 게 더 신기한데. 나중에 해볼래요?"
눈빛으로 문 못 열면 어때? 비밀번호만 알아내도 전설이지. 히라무는 제법 진심을 담아 말했다. 실험은 해보고 봐야지!
히라무를 위해 마련된 수고했어요 일당은 히라무가 따온 실질적인 찻잎 양에 어울리지 않게 정성이 가득 들어 있다. 무척 정교하게 빚어진 예쁜 다식, 꿀과 섞었다는 엷은 빛깔의 백차. 백차에서는 금방이라도 여름을 떠올리게 하는 바람 같은 향이 난다. 히라무는 우선 차 향을 코 한가득 들이마시고,
"정말 좋다...이건 무슨 꽃 꿀이랑 섞은 거예요?"
한 모금 입에 머금었다. 노동 후에 즐기는 휴식시간은 그야말로 꿀맛이다. 그간 흐르던 땀이 싹 날아가는 것 같다.
"현대 과학이나 의학으로 설명을 들으면 제법.. 광증이 일어날 만도 했겠다는 생각은 있어요." "그들은 그러지 못했지만 저는 광증이나 불행이 일어날 수도 있겠다..를 이해하고.. 타인들에게도 이해시킬 수 있게 되었으니. 음.. 적당히 오래 살지 않을까요?" 근본적인 원인 중 하나는 동떨어진 것 같다. 는 생각이 있었을 것이라는 생각을 합니다. 최근에야 인터넷같은 것의 발달로 모임같은 것에서 커뮤니티를 할수도 있으니 덜하지만..
"끼릭끼릭 돌리면 딱 맞아떨어지는 순간이 보이니까요?" 전통적 금고구나. 현대 비밀번호 금고는 잘 모를지도? 아니면 버튼 누른 횟수의 흔적같은게 보일지도 모른다?
"아. 차에는 1년에 한번 뜨는 숙성꿀이요. 잡화라고 봐도 되겠네요." 그렇게 설명하고는 이즈미도 입 안에 머금으려 합니다. 꿀의 단맛이 차의 향을 가리지 않고 입 안에서 부드럽게 어우러집니다. 차를 차갑게 만들어서 낸 터라 덥지 않게 되네요. 달콤하고 고소한 맛들이 다식과도 같이 어우러집니다. 좀 쉬다가 말차 만드는 것까지 하고 나서 일당과 샘플세트를 갖고 갈 수 있을지도요?
"...다들 오래 살았으면 좋겠다는 생각은 있네요." 요절이나 그런 것은 안타깝다...일지도 모르는 일이기 때문이지요? 라고 생각하는 걸까요.. 어떤 것을 보고 있는 걸까요.. 이즈미의 시선은 어디로 향하는지 알기 어려울지도 모릅니다.
"보기좋게 실패하면 어떡하나요." "그래도 해보는 데에 의의가 있으면.. 좀 재미있을지도요?" 라는 말을 하며 사진을 찍으려는 걸 기다려줍니다. 시원한 차에 달콤한 다식까지. 이즈미도 사진을 찍고는 한 모금 들이킵니다.
"저는... 이 다식이 강이 흐르는 것 같다는 생각도 드네요." 강은 고요하고 잔잔하게 흐르는 것 같지만 그 흐름을 거스르기 쉽지 않으니. 라고 생각하는 이즈미입니다. 부드러우나 강력하지.
간식을 먹어치우고 여운을 남기며 말차를 가공하는 데까지 가면, 말차를 만드는게 보입니다. 기기로 가공하는 것도 있고, 손으로 가공하는 것도 있네요. 오늘은 손으로 가공하는 체험인 것도 있으니. 해보도록 합시다.덖어서 수분을 날리고 곱게 빻아서 가루로 만드는 거죠. 히라무가 따 온 차잎이 덖어지면서 쪼그라듭니다.
오래 전에 만난 친구를 몇 년이 지나고 다시 만날 수 있다, 히라무는 그 말을 의심해본 적 없지만 한 가지만은 자꾸만 불안해졌다. 그 때 연세를 들었는데 기억나지 않는다. 무소식이 희소식이라는 말도 있듯이 만나지 못한 사람은 만나지 못한 대로 놓아두는 편이 좋을지도 모른다.
실패하면 실패하는 대로 재밌지 않을까? 실험의 결과는 언제나 두 가지. 가설이 맞거나, 가설이 틀리거나. 어느 쪽이든 실험은 완료다. 이즈미의 말대로 시도해보는 것 자체에 의의가 있다.
"그럼. 나는 이즈미상 할 수 있을 거라고 확신하니까."
히라무는 태평하게 찻잔을 비웠다.
"맛이 잔잔하면서도 강인하게 흘러가니까?"
찻잔과 그릇은 깨끗해져 있다. 강이 흐른다고 생각하니 이렇게 목넘김이 부드러운 이유도 알 것 같다. 히라무는 태양광 에너지로 움직이는 인형처럼 고개를 끄덕거렸다.
"음음, 그럼 찻잎은 강물에 떠내려가는 나뭇잎이네. 환상의 조화로군."
오늘의 체험은 수제 말차 만들기. 히라무의 손에는 말차를 빻는 작은 절굿공이가 들렸다. 이걸로 덖은 찻잎을 빻아서 물을 부어 거품을 내면 토키와라산 명물 말차가 완성되는데...히라무도 말차를 출하 공정부터 빻아본 적은 없다. 일단 이즈미가 알려주는 대로 자근자근 밟듯이 공략해 본다.
"오오, 진짜 가루가 되고 있어. 냄새 좋다."
종지 안의 말차들은 말 그대로 가루가 되고 있다. 히라무는 속도가 붙을수록 인간 제분기로 진화하고 있는 것 같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