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마금을 모티브로 하고있지만 잘 모르셔도 상관없습니다. ※상황극판의 기본 규칙과 매너를 따릅니다. ※서로를 존중하고, 먼저 배려하는 마음가짐을 가집시다. 모니터 너머의 이용자도 당신처럼 '즐겁고 싶기에' 상황극판을 찾았다는 것을 기억해주세요. ※오고 가는 이에게 인사를 하는 자세를 가집시다. ※상대를 지적할때에는 너무 날카롭게 이야기하지 않도록 주의해주세요. '아' 다르고 '어' 다릅니다. ※15세 이용가이며 그 이상의 높은 수위나 드립은 일체 금지합니다. ※특별한 공지가 없다면 스토리는 토요일과 일요일 오후 7시 30분~8시쯤부터 진행합니다. 이벤트나 스토리가 없거나 미뤄지는 경우는 그 전에 공지를 드리겠습니다. ※이벤트 도중 반응레스가 필요한 경우 >>0 을 달고 레스를 달아주세요. ※계수를 깎을 수 있는 훈련레스는 1일 1회로, 개인이 정산해서 뱅크에 반영하도록 합니다. 훈련레스는 >>0을 달고 적어주세요! 소수점은 버립니다. ※7일 연속으로 갱신이 없을 경우 동결, 14일 연속으로 갱신이 없을경우 해당시트 하차됩니다. 설사 연플이나 우플 등이 있어도 예외는 아닙니다. ※기존 모카고 시리즈와는 다른 흐름으로 흘러갑니다. 따라서 기존 시리즈에서 이런 설정이 있고 이런 학교가 있었다고 해서 여기서도 똑같이 그 설정이 적용되거나 하진 않습니다. R1과도 다른 스토리로 흘러갑니다. ※개인 이벤트는 일상 5회를 했다는 가정하에 챕터2부터 개방됩니다. 개인 이벤트를 열고자 하는 이는 사전에 웹박수를 이용해서 허가를 받아야 합니다. 이벤트를 진행하는 이는 계수 10%, 참여하는 이에겐 5%를 제공합니다.
근데 이거 괜찮나? 나야 유니온을 우습게 여기기로 마음먹었다지만 부부장 선배처럼 전투 경험이 풍부하신 선배라면 유니온이 그렇게 좋은 농담거리가 아닐 수도 있는데. 그런 기우도 잠시, 부부장 선배는 제법 덤덤한 기색으로 눈을 떠서는 의아한 기색으로 이쪽을 본다.
"아휴, 드디어 일어나셨네! 하도 안 일어나시니깐 고장 아니 유니온까지 불렀잖아요~." "입 돌아가시기 일보직전이라서 깨웠어요, 히히. 주무시려면 안에 들어가서 주무시라구요!"
그런데 유니온 소리까지 들은 이상 도로 잠이 오시긴 어려우려나. 그래서 궁색하나마 바리바리 싸들고 온 간식들 - 율란이랑 호두강정이랑 연근정과가 든 도시락통과 녹차가 든 보온병을 들어보이며 멋쩍게 웃었다. 안으로 들어가는 게 제일이긴 하지만, 차로 몸을 녹이면 감기는 안 걸리시겠지. 제법 든든하게 입으시기도 했고!
situplay>1597049326>314 "...이런점이 진짜 악질이라는거야. 하아아..."
한숨을 푹 쉬면서 말한다. 어쩔 순 없잖아. 가볍게 뱉은말에 죽자고 달려드는 녀석인걸, 거꾸로 죽자고 달려들일에 가볍게 말을뱉는놈이기도 하지만. 그런주제에 사과도 제대로 안하고말야!
"더더욱 알기 싫어졌어. 그리고말야, 서로 남친 여친있는 입장에서 데이트라는말 함부러 꺼내기 껄끄럽지 않아?"
가볍게 문을 박차고 나가면서 말한다.
"그러니까, 가볍게 마실정도로 하자구. 뒤에 타. 슬 가자."
오토바이 키를 빙빙 검지로 돌리면서 엄지로 오토바이를 가르킨다.
"도착했어, 너도 면허정도는 따지그래? 이경이랑 나갈때도 많은데, 맨날 버스나 지하철 타고다니기도 힘들지 않아?"
한 10분정도를 타고 갔을까, 나온 북카페는... 마치 '누군가'가 살던 폐공장이 떠오르는, 폐허에 아크릴 지붕, 철골이 그대로 드러난 콘크리트 마감에 식물덩굴이 외벽에 붙어있는 폐허같은 곳이다. 하지만 그런 외관과는 다르게, 주차장엔 차들이 가득하고 테라스에도 사람들이 종종 보인다.
드넓은 거학은 너울질 한 번에 토지가 아님에도 거대한 능선을 그리고, 가을의 바람은 불쾌한 기름 냄새를 머금고 가야 할 곳으로 떠났다. 바닷가 풍경을 조금 멀찍한 앞에 두고 이젤과 작은 테이블, 백화인이 자리를 잡았다. 납작한 붓이 아사천을 덮은 캔버스 위를 노니고, 양귀비씨유와 기름, 안료를 직접 섞어 만든 물감은 나무로 된 팔레트 위에서 자신을 써주기를 기다리고 있다. 반장갑을 낀 손이 쥔 붓은 캔버스에서 떨어지더니 기름이 든 석유통을 한 번, 그리고 세척제가 든 통을 한 번씩 오고갔다. 적당히 유분기를 닦아내어 다른 색을 붓에 덧씌워 얇게 칠할 적이면 붓이 떨리지 않도록 온 심혈을 기울였다. 그리고 거침없이 선을 긋고, 붓대를 쥔 각도나 길이를 조절하여 점과 선, 면을 그려냈다. 무아지경에 빠진 붓터치 움찔 떨리는 몸과 함께 멈추고, 뒤로 물러났다. 멀리서 파도가 거친 목울림을 내며 모래를 게걸스럽게 집어삼켰다.
태오는 붓을 쥔 팔을 아래로 떨궜다. 과거에는 이렇게 쉬는 일이 없이 거침없이 그려냈지만, 류시원이 손등에 아이스픽을 꽂아 후빈 이후에는 모든 것이 달라졌다. 신경의 손상도 없이 말끔하게 치료된 손이지만 이따금 손등이 욱신거렸고, 때로는 이유도 없이 손에 쥔 물건도 몇 번이고 떨어뜨렸다. 그림을 그릴 때면 붓이 떨려 몇 번이고 튄 적이 있었다. 정신적인 문제라는 소견이 나왔지만 본인이 스스로 약물치료를 거부했다. 태오는 잠시 캔버스를 향해 시선을 꽂았다가도, 숨을 가다듬더니 다시금 붓을 들어 어떻게든 그림을 이어나갔다. 근육에 힘을 주어서라도 손의 떨림을 멎게끔 하자 손아귀가 평소보다 배로 아팠지만, 이 정도로 예술에 대한 갈망을 멈출 수는 없었다.
아니, 멈춰서는 안 됐다. 태오는 이제 그 어떤 것도 후회하고 싶지 않았다. 이시미라는 이명을 얻고 계절이 한 번 바뀌는 긴 시간. 태오는 그 시간 동안 많은 것을 고민했고, 많은 것을 겪었으며, 단 하나의 결정을 내리고자 붓으로 된 길을 걸었기 때문이다. 이렇게 잠시, 어떠한 외부의 억압이나 위협 없이 쉬는 동안 마지막 마무리만을 남겨놓은 그림을 완성하고 싶었다.
이 그림은 유작이다. 현태오가 그릴 수 있는 마지막 그림이다.
태오는 누구보다 세상의 섭리를 잘 알았다. 이 그림이 세상에 공개된다면 인첨공에서 현태오라는 이름은 사라질 것이 자명하다. 오로지 레이브라는 이름만이 현태오의 삶을 뒤집어 쓸 것이고, 이시미라는 이명이 남은 현태오라는 인물마저 지울 것이다. 한 사람이 자식을 낳으면 누구 엄마로 불리고, 누구 아빠로 불려 이름이 지워지듯 태오 또한 그 삶이 레이브와 이시미에 짓눌려 지워질 것이다. 그렇지만 태오는 두렵지 않았디. 그렇게 본인의 이름을 내려놓으면, 태오는 끝내 자신의 삶을 결정 지을 수 있게 될 것임을 확신했기 때문이다.
나는 새로운 삶이 두렵지 않다.
너른 거학과 너울질이 일구어내는 해로의 능선, 그리고 그 사이에서 천자의 곁을 갈망하는 이시미 한 마리가 비색 눈으로 세상을 굽어살펴 그 혀를 드러내듯, 태오는 다시금 붓을 놀렸다.
섬으로 휴가 온 후로 줄곧 태오와 함께였으나 태오가 캔버스 등등을 들고 나간 오늘은 혼자였다.
뭐, 이런 날도 있는 법이지.
다락방 창가에 기대 어디론가 향하는 태오의 뒷모습을 바라보다가 그대로 뒤로 기울어 발랑 누워버렸다. 단추를 잠그지 않은 셔츠가 훌렁 뒤집혔지만 지금은 다락방에 나 혼자였다.
개인 물건을 가져다 놓은 칸막이 안에서 이리 뒹굴, 저리 뒹굴, 해도 볼 사람이 없는 것이었다.
그렇지만 좀 심심하네.
[바보 뭐하냐] [바보] [바보야] [뭐함] [야] [ㅇ] [ㅑ]
의미 없이 충전 중이던 폰을 가져와 윤바보- 윤성훈의 톡방에 무차별 톡을 날려댔다. 한 스무개인가 연달아 날리다가 1이 사라지고 무슨 말이든 답장이 오자마자
[받어]
딱 날리고 영상 통화를 걸었다. 받으면 돌핀 팬츠에 오버핏 셔츠를 잠그지 않고 무방비하게 걸친 정돈되지 않은 이부자리에 길게 누운 내 모습이 두 폰의 액정에 비췄다.
"뭐 하길래 반응이 이렇게 느려? 윤바보."
살갑다기보다는 놀림의 목적이 분명해보이는 말로 인사를 대신하고 뒹굴대며 통화를 했겠지. 못 받거든 톡으로 놀려댔겠지만.
그렇게 시간을 보내다가- 문득 몇 시인지 확인하니, 슬슬 저녁을 준비해야 할 때였다. 인원수가 제법 되니까 일찍부터 움직이지 않으면 식사의 제때를 맞추기 어려웠다.
오늘 저녁은 고기를 구울 거니까 밑준비 할 것이 더 많기도 했고.
나 밥 하러 간다- 는 그 말을 끝으로 전화를 혹은 톡을 끝내고 일어났다. 상의에 끈나시를 하나 받쳐 입고 흰색 셔츠를 헐렁하게 걸친 채 거실로 내려갔다. 슬슬 태오가 와있지 않을까 했는데 거실, 부엌, 어디를 봐도 태오의 모습을 찾을 수 없었다. 혹시나 싶어 희야를 찾아 물어보기도 했다.
"희야- 오빠 아직 안 왔어? 못 봤어?"
아직 안 온 건가? 그렇다기엔-
뭔가 감이 좋지 않았다. 그러고보니 리라가 뭔가를 해놓은 걸 봤었다. 설탕공예의 나비와 벌, 거대 거미...
...에이, 설마. 그런데 설마가 사람 잡는댔는데.
"희야- 나 오빠 찾아올게-"
희야에게 다시금 말하고 별장을 나갔다. 누군가 나를 봤다면, 펄럭이는 셔츠 아래, 길고 흰 날붙이의 반짝임이 보였을 지도.
제일 먼저 아까 태오가 가던 방향을 떠올려 그 쪽으로 가보았다. 오빠가 가볼 만한 곳- 이라고 생각해서 가보니 천 덮인 캔버스와 물감들이 있었다.
그리다 만 걸까?
궁금했지만 천을 들춰보지는 않았다. 이렇게 둔 것 자체가 의도일 수도 있으니까 조금 더 서성이다가 그 자리를 떴다. 기다리는 것보다 찾는게 더 빠를 것 같았다.
...어라.
조금 떨어진 숲에 가까이 가니 형형색색의 나비들이 다가와 마주쳤다. 달콤한 과일향을 품은 노란색, 분홍색, 투명한 흰색 나비들이 너울너울 허공을 날며 내 앞을 이끌었다.
혹시 태오가 이 나비들을 쫓아간 걸까. 따라가봐서 나쁠 건 없겠지.
그렇게 나 역시 나비들을 따라 숲으로 들어갔다. 나비들은 날 때마다 인분 대신 반짝이는 설탕 가루 같은 것을 뿌렸다. 이미 한 번 뿌려진 듯한 수풀 위에 새로운 반짝임이 한 겹 더해지는 걸 보았다.
나비들은 일정한 루트로 다닌다 하던데 이 나비들도 같은 매커니즘일까?
의문을 가지며 따라가보니 하얀 벽이 눈 앞에 나타났다.
벽?
자세히 보니 무수한 설탕실이 겹쳐진 무언가였다. 리라가 만든 거대 거미가 만든 것 같은데 대체 얼마나 큰 거미길래 거미집이 무슨 돔 같은지.
일단 열어볼까?
허리춤에서 사시미를 꺼내들었다. 혹시 몰라 챙긴 건데 쓸모가 있게 되었다. 툭툭, 벽을 두어번 두드려보고 푹 찌르니 약간 단단하지만 바삭한 벽이 파삭 찔렸다. 그대로 북- 그어내려 대충 구멍 내듯 부수고 벽 안으로 계속 들어가보았다.
중간중간 나무랑 수풀이랑 거미줄이 섞인 걸 쳐내며 갔다. 도중에 나비들이 시야에 알짱대길래 한 마리씩 낚아채서 입에 넣었다.
음. 맛있네.
한 마리 두 마리 나비를 먹어가며 한참을 가다보니 풀과 거미줄이 얇게 벽처럼 되있길래 부욱 찢고 고개를 쑥 들이밀어보니-
"...아, 오빠 찾았다- 하여간 이럴 줄 알았어-"
거대한 거미줄에 곱게(?) 잡힌 태오가 있었다. 마저 벽을 쳐내고서 들어가 태오가 걸린 거미줄로 다가갔다. 참 곱게도 잡힌 모습에 키득키득 웃으며 말했다.
"오빠는 어디 잡혀가는데 재주 있나 봐. 나도 한 번 잡아가야 하나? 아니다, 나는 안 잡는게 더 효과적일 지도-"
말하는 도중, 입술 사이로 먹고 있던 나비 날개가 아작거렸다. 바로 내려줄 생각은 않고 폰부터 슥 꺼냈다. 이 좋은 장면을 눈에만 담을 순 없었다.
멀리서 한 장, 가까이에서 한 장, 밑에서부터 한 장, 얼굴 클로즈업으로 한 장-
"어쩌다 잡혀가지고- 뭐- 내가 생각하기에도 오빠가 좀 맛있어 보이긴 해. 거미가 그, 사람 볼 줄 아네-"
그렇게 한참 놀리고 있는데, 뒤에서 꿍, 하고 무언가 다가왔다. 뒷목이 쭈뼛 서는 느낌에 재빨리 옆으로 피하자- 철퍽, 하고 끈적한 거미줄 덩어리 같은게 서 있던 자리로 떨어졌다. 그 덩어리를 따라가보니 진짜로 거대한 거미가 있었다.
"우와, 엄청 달게 생겼네."
초콜릿과 라즈베리사탕의 단내를 풀풀 풍기는 졸라 짱 큰 거미가.
"이크."
재차 쏘아지는 거미줄을 피해 근처 나무 뒤로 숨었다. 저 실인지 뭔지, 끈적해서 한 번 붙으면 안 떨어질 것 같았다.
그럴려면 잡히지 않고 잡아야 하는데 그럴 방법이 뭐가 있을까. 역시 약을 가져올 걸 그랬나.
아쉬움에 맨살인 허벅지를 만지작거리다가 코끼리만한 거미가 쿵쿵대며 다가오자 얼른 다른 나무 뒤로 옮겨갔다. 중간중간 거미줄이 계속 쏘아졌지만 매번 간발의 차로 피해졌다.
"에잇."
계속 피하기만 하면 답이 없으니 한 번씩 튀어나가서 다리를 공격했다. 내 무기는 얄팍한 사시미 한 자루지만 상대는 사탕과 초콜릿 덩어리였다. 관절과 관절 사이를 정확히 쑤셔주면 끊지는 못 해도 절뚝거리게는 할 수 있었다.
뭐- 생물이 다 그렇지.
그렇게 주요한 다리 넷 정도를 조져놓으니 이 거미가 나름대로 생존본능 같은게 발동한 걸까 갑자기 방향을 틀어 태오가 묶인 거미줄로 돌진했다. 돌진이래봐야 질질 끌리는 다리로 기다시피 가는게 고작이라서 충분히 따라잡을 수 있었고, 내친김에 그 거대한 초콜릿 등 위에 올라타버렸다.
"딸피가 도망쳐봤자지!"
그리고 등 위에서 허리 관절부터 푹 찔러 배를 확 그었는데-
"어."
콰자작 갈라진 등껍질, 아니 초콜릿 사이로 새빨간 라즈베리 시럽이 솟구쳤다. 푸확- 하고 분수가 된 시럽이 그 위에 서 있던 나와 여즉 묶여있던 태오에게 고스란히 쏟아졌다.
이윽고 비어버린 거미는 철퍽 늘어지고 새콤달콤하게 새빨개진 나와 태오만 남았다.
"...푸흡, 아하, 하하하! 하, 하하하하하! 이, 히, 이게 뭐야! 하하! 하하하!"
어이 없는 상황에 참지 않고 웃음을 터뜨렸다. 새빨갛게 젖어선 한 손에 날 번뜩이는 사시미를 든 채 실성한 양 웃는 모습은 좀 섬뜩하지 않았을까. 그러거나 말거나, 하도 웃어서 히익 거리며 숨을 고를 지경이 되어서야 시럽 투성이 사시미로, 아니, 시럽범벅인 태오를 재차 사진 찍은 후에야 묶인 거미줄을 끊어주었다.
귀중한 사진 담긴 폰은 태오가 손 못 댈 위치에 슥 밀어넣고 어차피 둘 다 탕후루 되버렸겠다, 끈적이든 말든 꼭 안아주려 했다.
"재밌었다 그치-"
연신 키득이다가 시럽에 폭 절여진 볼을 한 입 깨물었겠지.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아- 이거 언제 다 닦아- 수영장에 온수 채워달랠까? 바다는 차가우니까-"
머리부터 발끝까지 뒤집어 쓴 시럽을 어떻게 닦을까 같은 얘기를 하며 거미가 숨기고 있던 보물상자와 또다른 전리품인 달콤해진 태오와 함께 별장으로 돌아갔지 않을까- 하는 어느 휴가날의 이야기.
사실 한양은 새봄의 얼굴과 목소리까지 바로 알아차리지는 못했다. 방금 잠에서 깼기에 너무 몽롱했거든. 사실 아침에 일어나는 것도 요즘에는 꽤나 고역이기도 했고.. 분명 많이 자서 졸리지도 않은데, 더 자고 싶었단 말이지. 그렇기에 새봄이 꺼낸 두 마디도 한양의 귀에는 제대로 들리지 않았다.
제법 어두워진 하늘을 보고는 잠이 제대로 깼는지, 눈을 동그랗게 뜨면서 상체만 일어난다. 몇 시간을 여기서 자버린 거야.. 이어서 새봄이 웃으며 보여주는 한과들과 녹차들이 눈에 들어오지만.. 이상하게 식욕이 생기지가 않았다. 생각해보니깐 저녁도 안 먹었는데.. 이걸로라도 끼니를 떼울까..
" .... 들어가서 먹어요. 새봄씨 춥겠다. "
저번과는 다르게 한과에 큰 흥미를 보이지 않는 것이 새봄의 눈에도 보였을 것이다. 한양은 천천히 일어나면서 돗자리를 들고는, 바다를 향해 모래를 털어내고 돌돌 말아서 겨드랑이에 끼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