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라이 쨩, 미안한데 오늘만 카구라(神楽) 대타 들어가 줄 수 있어?」 「으······ 나중에 아이스크림 사 주세요, 그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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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기사는 대강 납득했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많다면 많은 대로 손이 가서 귀찮긴 하겠지만···.
“헤에··· 우리 사이에 예의 안 차려도 되는데.”
친구니까···. 그래도 마냥 좋은지 히죽대는 나기사. “으응, 알았어···. 양념은 부탁할게.” 그리고 이즈미의 말에 느긋하게 고개를 끄덕이고선, 가재와 버터를 차례로 꺼내두었다. 버터는 잘 녹도록 실온에 놔두고. 기절한 가재는··· 어느샌가 가져온 식칼로 더듬이를 손질해낸다. 입 쪽을 갈라 체액 빼주는 것도, 솔로 박박 문대어 헹구는 것도 잊지 않고. 그 과정을 계속 반복해주면··· 그 많던 가재는 어느새 손질이 끝난다. 역시 해산물은 손이 많이 가서 귀찮아···.
"예의를 차리지 않아도 되는... 사이라고 하시지만... 그래도 신경쓰고 싶은걸요?" 양념 비율을 대충 대충 넣고 있는 것 같지만, 의외로 딱 멈출 때를 잘 알고 있는 것 같습니다. 이럴 때에는 치트라고밖에 할 수 없는 것 같군요.. 아 물론 대충 먹은 완제품의 원료를 줄줄 읊는 수준은 안됩니다.
소스를 적절하게 만들어놓은 다음. 가재를 삶을 물을 올린 다음(+소금과 맛술) 가재손질에 동참합니다. 가재를 벅벅벅 씻는 느낌인데 괜찮을까요?
물론 버터도 삶을 물 옆에 가져다둬서 적당히 녹이는 중입니다.
"그러면 갈릭버터치즈구이... 허브버터구이.. 정도겠네요." 버터가 녹아가는 걸 곁눈질합니다.
덜그럭, 덜그럭.. 하던대로 하다보니 어느새 어깨높이까지 생강산이 쌓였다. 뭐야 이거 왜 안줄어? 가뜩이나 심술궂은 내면의 버럭이가 주방에 오니 2배는 까칠해져서 미간이 꽈악 찌푸러진다. 평소와 같은 표정과 말투. 저 유루이함에 아니~ 뭐 했는데? 라는 말이 목구멍까지 차올랐지만 소수를 세며 화를 삭힌다.
“야아.. 빌딩 무너지것슈.”
약간 강매하듯 끌고 오긴 했지만 그렇다고 일 도와주는 애한테 아버지 화내듯 대하긴 너무 인성 파탄이고. 그저 시선은 먼산을 바라보듯 마치 석탑처럼 쌓인 생강탑을 넌지시 가리킨다.
“힘으로 뽀개지 말고 이 이걸 비틀어서! 에? 아이 너무 쉬워라~ 에?”
처음 해서 그런건가. 나 하는거 보라고. 손바닥만한 생강을 들어서 뚝 뚝 작은 조각으로 떼내어 대접에 담아내며 억척스럽게 손짓을 한다. 나름 친절하게 알려준다 해도 주방 버프에 욱 치수가 너무 빨리올라가는 바람에 자기도 모르게 사백안이 되어 입술을 파르르 떨어댄다. 결국은 쌓인 것부터 해결한다고 나란히 서서 같이 까는 형상이 됐다..
“야야야, 즙 나오는거 봐 이거. 햇생강은 그냥 생으로 먹어도 맛있는거 알아?”
마음속 버럭이가 잠시 식어버리면 또 언제 그랬냐는듯 하이텐션으로 껍질 덜 벗겨진 생강을 와그작! 씹고 순식간에 💩 씹은 표정이 된다. 좀 많이 오바했다..
"무너지는거야?"
당황함 가득한 표정으로 건물 여기저기를 둘러보는 마이. 물론 지진이라던가, 그런 징조는 전혀 보이지 않았지만 이 자리에 있으면 위험하다! 왜냐면 주방은 가스관이 지나가잖아. 어떡하냐는 눈빛으로 타케루를 보며 떼던 생강도 손에서 놓아버리고는 허둥거린다.
"아-"
비틀어서 따는 거구나. 마이의 일생에서 생강을 다뤄 본 것은 작은 녀석들을 칼로 다지거나 편 썰은 경험 밖에는 없기에, 고개를 끄덕이고는 비틀어서 생강을 분리해본다. 으으음, 아, 됐다. 속도는 훨씬 빨라진 것 같다! 물론 주방에서 일인분 할 정도의 속도는 아니지만.
"그러네, 몰랐어."
생각을 딴 단면에는 타케루의 말 대로 즙이 몽글몽글 솟아오르기 시작한다. 생으로 먹어도 맛있다고? 타케루가 직접 시범을 보이는 모습을 잠시 지켜보다가, 합 하고 입 안으로 생강 덩어리를 넣고 씹었다. 아삭아삭거리는 식감이 조금은 사과같다는 생각이 들면 생강 특유의 매운맛이 입안을 강타하는 것이다.
실없는 소리를 하며 주방일을 이어나가다 보면, 가재 손질도··· 양념 손질도··· 전부 마무리다. 그나저나 대충 하는 듯하면서도 완벽한 저 계량은··· 언제 봐도 놀랍다.
“아, 맞다···. 치즈 잔뜩 넣을래···.”
이즈미가 가져온 재료로도 모자랐는지, 나기사는 느긋느긋 냉장고로 걸어가 모짜렐라 치즈를 두어 봉지 더 꺼내놓는다. 치즈는 유제품의 왕··· 진리··· 요리의 빛··· 클라이막스···. 머릿속에서 온갖 말로 치즈 예찬을 한다. 그 다음은 가재 삶을 준비. 커다란 찜기에 가재를 하나씩 곧게 펴 넣어두고, 썰은 레몬을 같이 올려둔다. 이러면 상큼한 맛도 더해지고 잡내도 잡히니까···.
"맛있게 먹어주면 감사할 따름이지요." 그렇지 않으면 슬프겠지만 그것을 알 수는 없는 일... 손질도 끝. 양념도 준비 완료.. 이제.. 예열된 오븐에...
"가재를 냄비에 넣은 다음 바로 오븐에 넣어야겠더라고요." 하긴. 삶는 것 다음에 볶는 게 바로니까 오븐에 여유롭게 넣기는 힘들 거라는 느낌일지도.
어쨌든 물이 팔팔 끓는 덕에 옆에 둔 버터도 다 녹았고. 가재를 삶는 동안 다진마늘을 넣은 버터와 허브를 넣은 버터를 반으로 가른 가재의 속살에 듬뿍 묻히고 치즈를 뿌려 오븐에 넣고, 타이머를 맞춘 다음, 가재를 냄비에 넣고 기다리면 새빨갛게 익을 겁니다. 일견 보기엔 이즈미의 머리카락과도 닮은 색일지도요?
"작은 가재들을 전부 볶아먹을 수 있는데 수율은..." 솔직히 까는데 칼로리를 다 소모해도 이상하지 않은 느낌일지도 모릅니다. 간장이 타는 맛과 마라가 타는 향이 불맛처럼 가재살에 배어들때까지.. 볶아주면 완성이겠죠.
나기사가 다시금 웃었다. 가재머리(?) 건은··· 그래도 이즈미가 어릴 때에 비해선 많이 유해진 편이니 그런 장난도 칠 수 있는 거다.
“와, 잘한다 잘한다~.”
이즈미가 웍질을 하는 동안, 나기사는 의자 하나 가져와 거기 앉아선 구경이나 하는 중···. 그새 오븐이 다 돌아가면 잘 익은 버터구이 가재들을 꺼내어 플레이팅도 했을 거고. 어느새 완성된 요리는 역시 상상했던 대로 먹음직스러웠다. “수고했어···.” 나기사는 방싯 웃으며 이즈미의 어깨를 툭툭 두드리려 했다. 그리고는 대충 양을 계산하기 시작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