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라이 쨩, 미안한데 오늘만 카구라(神楽) 대타 들어가 줄 수 있어?」 「으······ 나중에 아이스크림 사 주세요, 그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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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웍질을 하는 걸 구경하는 건... 으음. 그래도 해줄 일을 잔뜩 해주는 것은 좋은 일이잖아요? 일단락되고 난 다음에는... 적당히 소분해서 담아보려 합니다. 어쩔 수 없이 룽샤 종류는 한가득이지만요?
"까는 데 시간이 걸리니까요.." 그리고 까서 남은 살 양을 생각하면 한번 먹을 때 아아주 자안뜩 쌓아놓고 발라서 먹어야 하니까.. 라고 생각하면서 룽샤를 소분해놓고는...
"그럼 버터구이부터 먹어봐요." "자..." 샤오룽샤는 식어도 데우면 괜찮은데 버터구이는 바로 먹어야 맛있으니까... 라고 말하면서 버터구이를 발라내서 접시에 올리고 하나를 들어올리면. 치즈와 담백한 살과 고소한 버터가 합쳐져서 입 안에서 삼중주를 뛰고 있어요. 팡팡 터진다기보다는 감싸준다에 가까운 듯한 맛은 역시 부드러움..일까요? 색으로 따지면 선명하지는 않지만 진한 색이겠군요.
슬쩍슬쩍 돕는 것 덕분에 소분은 제법 빠르게 끝냈습니다. 가져가셔도 좋아요.라고 메세지를 보내면 내려오셔서 가져갔다거나..도 가능할지도 모릅니다. 그리고 먹어치운 가재버터구이는...
이즈미는 요리 심사위원으로도 진로를 잡았어도 좋았을 텐데.. 미미! 라는 생각을 잠깐 하네요.
"나기사의 어머님보다 더? 그정도는.. 아닐지도?" 라고 말은 하지만 오늘따라 좀 잘 된 것을 이즈미는 미리 봐버렸거든요. 마치.. 동그라미가 한번에 예쁘게 그려진 것처럼 말이지요. 이 퀄리티가 쭉 유지되면 팔아도 될지도? 라는 생각을 아주 잠깐 하면서 이즈미도 좀 더 먹으려 합니다. 하지만 샤오룽샤도 먹어야 하니까요. 이즈미와 나기사의 몫인 룽샤를 까는 걸 시작합니다.
"간장소스부터 먹고.. 마라소스를 먹는 게 좀 더 낫겠네요." 그러니까. 옅은 색에서부터 짙은 색으로 가야 한다는 이야기군요. 테두리 검은선을 먼저 그으면 그림에 빈 부분이 생기거나. 탁색이 생긴다.. 같은 느낌일까...
무슨 생각을 하는지 서로 알고 있다고? 지금, 내가 하고 있는 생각을 네가 감당할 수 있기나 해? 마시로의 표정이 일순간 굳어졌다가 빠르게 복귀한다. 굳게 다문 입은 미동이 없다. 상대는 아마네다. 으레 봐왔던 남학생들처럼 성인 남성과 견주어도 손색없는 성숙함으로 남자답게 변모하긴 했어도, 저를 야단치며 화내고 애달파하는 와중에도 여전히 습관적 다정을 뱉는 아마네다. 성장기를 건너 뛴 만남과 서로를 필요로 하던 시간 동안 결코 닿지 못했다 하더라도, 아무리 깊은 시간을 함께 한 사이라 해도 결국 타인이란 얼마나 모순적이며 낯선 존재인지를 깨달았더래도 망각해선 안 되는 거다. 나의 소중한 소꿉친구. 하지만 섞인 불순물을 게워내지 못한 소년 소녀는 서로가 마냥 불투명하다.
“선 넘어, 자꾸.”
본인도 마찬가지면서, 그걸 알고 있으면서 그럼에도 아오는 그러지 말았으면 좋겠어. 그가 내민 큼지막한 손을 지그시 바라보다 어이없다는 듯 혀를 내민다. 달란다고 진짜 주면, 그때는 도망갈 거야? 또 어떤 표정을 지어 주려고 그래.
“그게 귀엽잖아.”
그 말대로 제멋대로에, 도무지 알 수가 없는 글러 먹은 인간. 저 자신을 간단히 정의해 버리고 마는 몇마디의 말에 웃음이 난다. 긍정인지 부정인지 알 수없는 미소로 능청스레 넘겨 버린다. 아무리 그래도 아오를 미워하고 싶진 않다. 배신한 건 나잖아.
맥 빠진 얼굴로 주저 앉아 버리는 아오를 새초롬한 눈으로 주시하더니 마시로 역시 손으로 무릎을 짚어 앉은 키의 아오의 시선에 맞춰 허리를 숙이고 선명히 눈을 내려 맞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