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라이 쨩, 미안한데 오늘만 카구라(神楽) 대타 들어가 줄 수 있어?」 「으······ 나중에 아이스크림 사 주세요, 그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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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폭은 딱히 신경쓰이지 않았다. 그게 말이지, 이미 너무 익숙해져 있다는 것이다. 누군가와 함께 보폭 맞추어 걸어가는 일이. 다만 이렇게, 보폭을 맞추는 것을 의식하면서 보폭을 맞추는 일은... 두 번 다시는 안 해도 되겠다고, 두 번 다시는 할 수 없을 거라고, 소년은 그렇게 생각했었지만, 결국 또 이렇게 상냥한 손에 잡혀 거절도 하지 못하고 또 끌려가고 있다.
어딘가 가슴이 욱신거리는 느낌이 든다. 소년이 향유할 수 없는 어떤 행복이 소년에게 물리적인 손끝만을 내민 채로 너는 절대로 이 너머에 발들일 수 없다고 조롱하는 기분이 들어서다. 사람을 약올리는 조롱이 아니라, 사람을 비참하게 만드는 종류의 그런 조롱.
키리야마 스즈네는 절대로 그런 의도가 없을 것임에도 불구하고 나가쿠모 미카즈키가 이 순간을 이렇게나 고통스럽게 받아들이는 이유는, 미카즈키가 보통 사람이라면 상처를 입을 이유가 없는 곳에 상처를 입은 상태이기 때문이다. 상처를 입을 이유가 없는 곳에 상처를 입었다는 소리는 그만큼 내가 애초에 모나있었던, 어디가 잘못된 놈이라는 소리겠지. 내가 이상한 놈인 거야.내 잘못인 거야.
그래서 미카즈키는 별도로 항의하지 않고, 이 폭신폭신한 고통을 어떤 항의도 하지 않고 그냥 수긍하기로 했다. 그래서 소년은 후드 아래로 그저 적당히 고양이와 사람의 만담에 답사하는 희미한 미소를 띠며 발걸음을 옮길 뿐이다. 스즈네가 이따금 다른 곳으로 발을 틀어도 미카즈키는 키리야마 가택이 어디 있는지 모르니 그러려니 하고 따라가다가(스즈네가 들어서려던 길이 해안가로 일방통행인 길임에도 불구하고), 링링이 먁 하고 스즈네에게 육탄 태클을 걸 때에야 아아 그런가 하곤 스즈네가 아니라 링링을 따라 걷는 게 낫겠다는 결론을 내린다.
그러다 보니, 이 토키와라에서 그나마 세월의 흐름을 따라가보려고 발버둥치는 부분을 지나, 어느샌가 주변의 풍경은 진짜배기 토키와라- 자신들이 살아온 그 세월에 그대로 머무르기로 한 것 같은 동네로 접어든다. 그리고 마침내 도달한 키리야마 가 주택.
지금 자신이 머무르고 있는 할아버지네 집과 비슷한, 하지만 훨씬 규모가 크고 가지런히 정돈된 주택. 반질반질하게 닦여 깔린 조경석 위를 폴짝폴짝 뛰어가는 스즈네의 손에 이끌려, 미카즈키는 제대로 가누지 못하는 발걸음을 휘청휘청 끌려간다. 여기에서 그대로 꽈당 넘어져 조경석에 턱이나 코나 이마가 깨지지 않은 것은 천부의 운동신경에 덕을 입은 발군의 균형감각과 반사신경 덕분이겠다.
그제서야, 미카즈키는 스즈네의 손을 놓았다.
그리고 그제서야, 미카즈키는 스즈네를, 스즈네의 따스한 색의 눈동자를 직시했다.
새하얀 후드 아래 이상하게 짙게 낀 그늘 너머로 보이는 것은 흐릿한 윤곽뿐. 명확히 보이는 것은 스즈네를 직시한 채로 겨울에 멈춰있는 한 쌍의 파르스름한 눈동자뿐이다.
물티슈로 피를 닦기까진 무신경했던 얼굴이 예고없이 닿은 포비돈에는 저항없이 찡그려지며 차마 질책하진 못하고 고작 매서운 얼굴로 노려본다. 미카즈키는 치료하는데 여념이 없었으니 그 사나운 눈을 발견하지 못했을 테지만-애초에 발견하더라도 관심 밖이었을 터다-혹여라도 마주치기 전에 눈을 시선을 거두었다.
“아프다.”
찌르는 매미 소리와, 심심치 않게 불어대는 여름 바람. 그 아래 마주 앉은-누군가는 벤치였고 누군가는 바닥이었지만-두 사람 사이 흐르는 정적 속 마시로는, 보통의 여자아이보다 길고 풍성한 미카즈키의 내리깔린 속눈썹을 세고 있었고. 면봉에 묻은 연고가 상처에 문질러지는 게 간질간질해서 땅에 닿지 않는 발을 앞뒤로 흔들었다. 그러다 소년이 눈치를 주었다면 굴린 눈동자로 시선을 회피하며 언제 그랬냐는 듯 오리발 내밀었을 것이다. 동그랗고 말랑한 무릎에 네모난 거즈가 보란듯이 자리한다. 상처에 비해 너무 거창한 처치라고, 겉보기와 다른 미카즈키의 섬세함은 역시 부상이 잦은 운동부에서 기인한 거겠거니. 전의 그 애도 그렇고 운동부는 다 이렇게 상냥한가. .... ....
계속되는 데자뷰에 결국 충동적으로 내뱉은 말이었지만 그것이 추파라던가 수작질로 느껴지지 않는 건 어느샌가 확신에 찬 연갈색의 투명한 눈동자 때문이었을까. 본인이 말하고서 뒤늦게 멘트가 상당히 구렸다는 것을 알아채고 한 손으로 입을 꾹 막았다. 바보 마시로. 차라리 여동생이 나았겠다.
“미카?”
이름은 모르는데. 갑작스런 소년의 3인칭 구사에 어리둥절해진 마시로는 약간은 실례되는 눈을 하고서 고개를 기울인다. 만약 이름과 기억이 뚜렷했더라면 지금처럼 삽질하는 일도 없었지. 마시로는 뜸을 들이다 부정의 의미로 고개를 내저었다. 뭔가 드문드문. 띄엄띄엄 스치기는 하는데 그것이 어떠한 기시감에 가로막혀 하나의 끈으로 연결되지가 않는다는 게 문제다. 누군가 지르는 소리와, 심장이 철렁 내려앉으며 경직되는 이명에 정신차리고 눈을 뜨니 여름 하늘이 새파랗게 선명했다는 것 정도.. 가 쥐어짜낸 퍼즐 조각의 일부다. 그리고 사소한 더 기억이 날듯말듯 한데, 말로 설명하긴 애매한 이 답답함이 얼마나 짜증나는지 몰라.
“너는 내 이름 알아?”
미카즈키가 처치하기 편하게 앞머리를 갈라서 내어주고 제 이마만 바라보는 소년의 눈을 더 가까이서 살펴보고자 그에게 좀 더 밀접하여 얼굴을 깜박 들이댄다. 아. 이상하다. 내가 기억하는 건 분명 생기 넘치는 새파란 여름 하늘이었는데, 이 애는 비슷해 보여도 눈빛이 죽어있다. 별 하나 없이 어둠내린 캄캄한 검은 하늘을 외로이 지키는 창백한 달을 닮은. 빛바랜. 마시로는 무언가 잘못됐음을 직감하지만 여전히 중요한 것을 놓치고 있다.
“너는 나 기억하지, 맞지.“
숨길 생각 말라는 듯 특단의 조치로 그가 시선을 회피하지 못하게 두 손으로 미카즈키의 얼굴을 붙잡으려며 창백한 두 눈을 지그시 건너본다.
//약간 미카가 마시로 구해주고 보살펴주고 이제 나 애들이 부른다 가야해, 하고 뛰어갈때 마시로가 뒤늦게 ‘너 이름뭐야!’ 해서 미카가 '미카!!!' 하고 소리쳐줬는데 매미소리랑 다른 아이들 소리에 안타깝게도 묻혀 듣지 못했다는 그런 시츄로 써보았읍니다... 미카도 마시로 이름 전혀 몰라도 상관없고, 안다면 마시로 소지품에 쓰여있는 네임택을 얼핏 봤다해도 좋고.. 또 순순히 어디서 만나게 됐는지 불어줘도 좋지만 기껏 구해줬더니 기억 못하는 마시로가 괘씸해서 혼자 기억해내봐 하고 안 알려줘도 좋읍니다..<:3cc