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라이 쨩, 미안한데 오늘만 카구라(神楽) 대타 들어가 줄 수 있어?」 「으······ 나중에 아이스크림 사 주세요, 그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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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답 이후엔 비장한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이기까지 했다. 물론 다른 것도 맛있지만, 촉촉한 버터가 스며든 속살을 맛보면 다시는 버터구이를 무시할 수 없으리라···. 나름 만족스러운 결론을 내뱉은 나기사는 이즈미가 가져온 재료들을 하나씩 꺼내어놓았다. 문득 재료들 사이에서 다른 게 잡혔는데 포장된 디저트였다. 나기사는 잠시간 의아한 표정 짓다가··· 이즈미를 슥 돌아보았다.
>>10 할아버지...ㅋㅋㅋㅋㅋ 하지만 할아버지니까 괜찮지 않을까? ㅋㅋㅋㅋㅋ 그리고 의미있는 숫자는 나중에라도 만들면 된다! 그리고 캐치볼 하자! 할래! 나 할래! 카나타 말고 내가 할래! (꼬리 살랑살랑) 그리고 토닥여주는거...짧지만 뭔가 되게 다정한 느낌이야! 으아.... 장난이지? 이거 묘하게 무시무시해..(덜덜)
"그럼 버터구이용으로.. 적당한 놈을 빼놓은 다음 샤오룽샤용이...제일 오래 걸릴 것 같으니까요." 그래도 마라샤오룽샤와 훙샤오샤오룽샤... 두가지 소스재료를 준비했다! 같이 만든다면 누군가 소스를 만드는 동안 가재손질을 할 수 있다는 계산하였을까? 버터구이가 좋다는 말에 고개를 끄덕입니다. 하긴.. 담백하고 촉촉한 버터구이는 맛있죠.
"버터도 좀 사왔어요." 가재가 가득 들어있을 아이스박스도 큰 편이고.. 그 외 재료도 꽤 들고 온 걸 보면.. 남으면 어쩌려고.. 라는 생각부터 들지도 모르죠. 선물이냐고 묻는 것에 고개를 끄덕입니다.
"음.. 그렇죠?" 오픈런을 서지는 않았지만 오픈런이 아니라 그냥 예약을 박아버린 이즈미입니다. 디저트를 냉장고에 낳어두는 게 좋을 거라는 말을 덧붙이기도 하네요.
>>12 고봉밥으로 퍼왔으니 괴도=상은 정체를 드러내주시길 바라욧. 당연히 말차도 포함이야. 할머니에게 등짝스매싱을 맞지 않는 유일한 요소기도 하고. 비싼 차를 덜컥 사서 할머니가 기함을 해도 같이 마시자고 하면 바로 넘어가시거든... 아니, 그건 아니야. 다른 게 있어. 응, 안에 아직 뭔가 남아있긴 한데 그렇게 가치있는 것은 아니지.
>>13 이 스레에서 만들 수 있길 기대하고 있ㅇ... ......카나타주 사실 골든리트리버...(몹시실례발언.) 애가 음기가 좀 차있어서 묘하게 히스테릭한 부분도 있어. ◐◐
"네가 가 본 제일 수상한 장소는?" 이즈미: (류몬지 밑바닥에 아직도 이무기들이 우글거리며 여의주가 태어난 거니까 제물로 바쳐진다는 그런 괴담같은걸 창작해서 들려줄까 고민하다 그만둠.) 수상한 장소라면.. 역시 지하실이나... 아주 한구석의.. 그런 곳이나.. 고서점.. 같은 곳일지도 모르겠네요...
"인기가 생긴다면 즐기는 편? 신경 쓰지 않는 편? 피하는 편?" 이즈미: 신경을 많이 쓰지 않으려 노력해요. 일단.. 시선을 많이 받을 수 밖에 없는 외모이기도 해서..
"게임을 하면 꼭 이기고 싶다? 상관 없다?" 이즈미: 상관.. 없죠? 다만 카드게임은...대부분.. 보여서..
>>38 넓고 유연하게 생각할 수 있는 사람이라. 우리 스레에 그런 이가 상당히 많아보이기는 해! 그리고 친구에게 조언도 하는구나! 착하다! 타에미! 그리고 컬렉션이라. 이건 따로 기억을 해둬야겠다! (메모메모) ㅋㅋㅋㅋㅋㅋ 9해줘요...ㅋㅋㅋㅋㅋ 옛날에 본 개그지만 그래도 빵 터졌어!
의문과 호기심과 질문이, 스즈네의 눈 한 번 깜빡이고 고개짓 한 번 할 때마다 튀어나온다. 마치 다섯살배기 아이가 한창 세상을 바라보며 왜?를 남발하는 것 같다. 닮은 부분이 있으나 다른 부분도 있었다. 스즈네와 다섯살배기의 차이는, 모든 물음표에 답을 요하냐 아니냐였다. 왜냐는, 바쁘냐는 물음에 미카즈키가 의도적으로 답을 피했어도, 스즈네는 방긋 웃었다.
"그렇구나~ 나아두 마마 닮았는데~ 같다아~"
순진무구하게 휘어 접힌 눈동자는 단지 그 대답을 해준 것이 기쁜 듯이 깜빡였다.
"우히~ 별 말씀을~" "우웅."
링링이의 챙김으로 재차 밀짚모자를 쓴 스즈네가 미카즈키를 이끌어 나아가기 시작했다. 키 차이 탓에 보폭이 답답할 수도 있겠으나 정수리와 어깨에 쬐이는 햇빛을 생각하면 딱 적당한 폭이지 않았을까. 스즈네로서는 나름대로 열심히 걷고 있었으니 그런가보다, 할 수도 있겠고, 정 답답하면 둘 사이를 절묘하게 간격 맞춰 따라가는 링링이에게 시선이 갈 수도 있겠다.
링링이는 스즈네의 혼잣말에 마치 말이 통하듯 소리를 냈다. 중간에 딴길로 빠지려 하자 머리로 다리를 건드려 가던 길 제대로 가게 하는 역할도 했다. 양치기견과 양의 위치가 바뀐 것 같달까. 그래도 연신 들리는 바보 소리는 싫은지 링링이 스즈네의 다리로 쫑쫑 다가가 발목을 긁듯이 무는 시늉을 했다. 그러자 히약! 하고 스즈네의 작은 비명이 이어졌다.
"히잉~ 너무해~"
우는 소리 하는 스즈네를 뒤로 한 링링이 미카즈키의 곁으로도 와서 다리에 정수리를 슥 부비려 했다. 걷는 중에 이러는게 익숙한 듯 멈춰주지 않아도 알아서 잘 하고 빠졌을 것이다.
그 뒤로도 두어번 정도 스즈네의 정신이 다른 곳에 팔릴 때마다 링링이 소리를 내거나 발목을 건드려 옆길로 새는 것을 막아주었다. 그 때마다 짤막한 대화 같은게 이어져, 사람과 고양이 콤비의 기묘한 만담과 함께 한적한 시골길을 걷는다. 바다가 보이는 길을 따라 쭉 걸어 어느새 야트막한 산의 기슭 같은 곳으로 풍경이 바뀌고, 현대식 주택들과는 거리가 조금 멀어졌을 쯤, 스즈네가 고개를 반짝 들며 저 앞을 가리켰다.
"저어기~ 가 우리 집~ 키리야마다요~"
스즈네의 손이 가리킨 곳엔 그리 높지 않은 돌담이 있었다. 조금 길게 이어진 돌담을 따라 걸으니 전통적인 기와 지붕 달린 대문이 나오고, 대문을 폴짝 넘어가자 조경이 잘 된 앞마당과 고풍스러운 전통 가옥이 눈 시야에 펼쳐진다. 퐁당퐁당. 대문에서 가옥의 현관까지 이어지게 깔린 조경석을 땅따먹기 하듯 뛰며 나아간 스즈네는 불투명 유리 현관문을 드르륵 열었다. 방범 의식이 약한건지 원래 잠금이 없는 건지. 어쨌든 도착했으면 그만이란 듯 스즈네가 안으로 들어갔다. 빈 현관에 게다를 방정맞게 휙휙 벗고 마루로 성큼 올라서서 미카즈키를 돌아보았다.
"미카즈키 군도 올라와~ 정원 보면서 같이 차 마시자~"
현관과 마루의 높이만큼 올라온 스즈네의 시선이 미카즈키를 올곧게 바라본다. 찻잎만 받아서 가겠다던 소년의 말을 그새 잊었는지. 혹은 스즈네가 가서 생각하자고 했으니 재차 대답하길 바라는 건지. 의도와 의중을 알 수 없는 스즈네의 얼굴에 다시금 방긋 미소가 피었다. 잡고 온 손을 여전히 꼭 잡은 채였다. 미카즈키가 놓아야만 놔주지 않을까. 어느새 현관으로 올라간 링링이도 스즈네의 옆에 앉아 미카즈키를 응시하고 있었다. 동그란 밀크초코브라운의 눈동자가 깜빡깜빡. 했다.
나기사는 대강 납득했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많다면 많은 대로 손이 가서 귀찮긴 하겠지만···.
“헤에··· 우리 사이에 예의 안 차려도 되는데.”
친구니까···. 그래도 마냥 좋은지 히죽대는 나기사. “으응, 알았어···. 양념은 부탁할게.” 그리고 이즈미의 말에 느긋하게 고개를 끄덕이고선, 가재와 버터를 차례로 꺼내두었다. 버터는 잘 녹도록 실온에 놔두고. 기절한 가재는··· 어느샌가 가져온 식칼로 더듬이를 손질해낸다. 입 쪽을 갈라 체액 빼주는 것도, 솔로 박박 문대어 헹구는 것도 잊지 않고. 그 과정을 계속 반복해주면··· 그 많던 가재는 어느새 손질이 끝난다. 역시 해산물은 손이 많이 가서 귀찮아···.
"예의를 차리지 않아도 되는... 사이라고 하시지만... 그래도 신경쓰고 싶은걸요?" 양념 비율을 대충 대충 넣고 있는 것 같지만, 의외로 딱 멈출 때를 잘 알고 있는 것 같습니다. 이럴 때에는 치트라고밖에 할 수 없는 것 같군요.. 아 물론 대충 먹은 완제품의 원료를 줄줄 읊는 수준은 안됩니다.
소스를 적절하게 만들어놓은 다음. 가재를 삶을 물을 올린 다음(+소금과 맛술) 가재손질에 동참합니다. 가재를 벅벅벅 씻는 느낌인데 괜찮을까요?
물론 버터도 삶을 물 옆에 가져다둬서 적당히 녹이는 중입니다.
"그러면 갈릭버터치즈구이... 허브버터구이.. 정도겠네요." 버터가 녹아가는 걸 곁눈질합니다.
덜그럭, 덜그럭.. 하던대로 하다보니 어느새 어깨높이까지 생강산이 쌓였다. 뭐야 이거 왜 안줄어? 가뜩이나 심술궂은 내면의 버럭이가 주방에 오니 2배는 까칠해져서 미간이 꽈악 찌푸러진다. 평소와 같은 표정과 말투. 저 유루이함에 아니~ 뭐 했는데? 라는 말이 목구멍까지 차올랐지만 소수를 세며 화를 삭힌다.
“야아.. 빌딩 무너지것슈.”
약간 강매하듯 끌고 오긴 했지만 그렇다고 일 도와주는 애한테 아버지 화내듯 대하긴 너무 인성 파탄이고. 그저 시선은 먼산을 바라보듯 마치 석탑처럼 쌓인 생강탑을 넌지시 가리킨다.
“힘으로 뽀개지 말고 이 이걸 비틀어서! 에? 아이 너무 쉬워라~ 에?”
처음 해서 그런건가. 나 하는거 보라고. 손바닥만한 생강을 들어서 뚝 뚝 작은 조각으로 떼내어 대접에 담아내며 억척스럽게 손짓을 한다. 나름 친절하게 알려준다 해도 주방 버프에 욱 치수가 너무 빨리올라가는 바람에 자기도 모르게 사백안이 되어 입술을 파르르 떨어댄다. 결국은 쌓인 것부터 해결한다고 나란히 서서 같이 까는 형상이 됐다..
“야야야, 즙 나오는거 봐 이거. 햇생강은 그냥 생으로 먹어도 맛있는거 알아?”
마음속 버럭이가 잠시 식어버리면 또 언제 그랬냐는듯 하이텐션으로 껍질 덜 벗겨진 생강을 와그작! 씹고 순식간에 💩 씹은 표정이 된다. 좀 많이 오바했다..
"무너지는거야?"
당황함 가득한 표정으로 건물 여기저기를 둘러보는 마이. 물론 지진이라던가, 그런 징조는 전혀 보이지 않았지만 이 자리에 있으면 위험하다! 왜냐면 주방은 가스관이 지나가잖아. 어떡하냐는 눈빛으로 타케루를 보며 떼던 생강도 손에서 놓아버리고는 허둥거린다.
"아-"
비틀어서 따는 거구나. 마이의 일생에서 생강을 다뤄 본 것은 작은 녀석들을 칼로 다지거나 편 썰은 경험 밖에는 없기에, 고개를 끄덕이고는 비틀어서 생강을 분리해본다. 으으음, 아, 됐다. 속도는 훨씬 빨라진 것 같다! 물론 주방에서 일인분 할 정도의 속도는 아니지만.
"그러네, 몰랐어."
생각을 딴 단면에는 타케루의 말 대로 즙이 몽글몽글 솟아오르기 시작한다. 생으로 먹어도 맛있다고? 타케루가 직접 시범을 보이는 모습을 잠시 지켜보다가, 합 하고 입 안으로 생강 덩어리를 넣고 씹었다. 아삭아삭거리는 식감이 조금은 사과같다는 생각이 들면 생강 특유의 매운맛이 입안을 강타하는 것이다.
실없는 소리를 하며 주방일을 이어나가다 보면, 가재 손질도··· 양념 손질도··· 전부 마무리다. 그나저나 대충 하는 듯하면서도 완벽한 저 계량은··· 언제 봐도 놀랍다.
“아, 맞다···. 치즈 잔뜩 넣을래···.”
이즈미가 가져온 재료로도 모자랐는지, 나기사는 느긋느긋 냉장고로 걸어가 모짜렐라 치즈를 두어 봉지 더 꺼내놓는다. 치즈는 유제품의 왕··· 진리··· 요리의 빛··· 클라이막스···. 머릿속에서 온갖 말로 치즈 예찬을 한다. 그 다음은 가재 삶을 준비. 커다란 찜기에 가재를 하나씩 곧게 펴 넣어두고, 썰은 레몬을 같이 올려둔다. 이러면 상큼한 맛도 더해지고 잡내도 잡히니까···.
"맛있게 먹어주면 감사할 따름이지요." 그렇지 않으면 슬프겠지만 그것을 알 수는 없는 일... 손질도 끝. 양념도 준비 완료.. 이제.. 예열된 오븐에...
"가재를 냄비에 넣은 다음 바로 오븐에 넣어야겠더라고요." 하긴. 삶는 것 다음에 볶는 게 바로니까 오븐에 여유롭게 넣기는 힘들 거라는 느낌일지도.
어쨌든 물이 팔팔 끓는 덕에 옆에 둔 버터도 다 녹았고. 가재를 삶는 동안 다진마늘을 넣은 버터와 허브를 넣은 버터를 반으로 가른 가재의 속살에 듬뿍 묻히고 치즈를 뿌려 오븐에 넣고, 타이머를 맞춘 다음, 가재를 냄비에 넣고 기다리면 새빨갛게 익을 겁니다. 일견 보기엔 이즈미의 머리카락과도 닮은 색일지도요?
"작은 가재들을 전부 볶아먹을 수 있는데 수율은..." 솔직히 까는데 칼로리를 다 소모해도 이상하지 않은 느낌일지도 모릅니다. 간장이 타는 맛과 마라가 타는 향이 불맛처럼 가재살에 배어들때까지.. 볶아주면 완성이겠죠.
나기사가 다시금 웃었다. 가재머리(?) 건은··· 그래도 이즈미가 어릴 때에 비해선 많이 유해진 편이니 그런 장난도 칠 수 있는 거다.
“와, 잘한다 잘한다~.”
이즈미가 웍질을 하는 동안, 나기사는 의자 하나 가져와 거기 앉아선 구경이나 하는 중···. 그새 오븐이 다 돌아가면 잘 익은 버터구이 가재들을 꺼내어 플레이팅도 했을 거고. 어느새 완성된 요리는 역시 상상했던 대로 먹음직스러웠다. “수고했어···.” 나기사는 방싯 웃으며 이즈미의 어깨를 툭툭 두드리려 했다. 그리고는 대충 양을 계산하기 시작했을까···.
그렇게 웍질을 하는 걸 구경하는 건... 으음. 그래도 해줄 일을 잔뜩 해주는 것은 좋은 일이잖아요? 일단락되고 난 다음에는... 적당히 소분해서 담아보려 합니다. 어쩔 수 없이 룽샤 종류는 한가득이지만요?
"까는 데 시간이 걸리니까요.." 그리고 까서 남은 살 양을 생각하면 한번 먹을 때 아아주 자안뜩 쌓아놓고 발라서 먹어야 하니까.. 라고 생각하면서 룽샤를 소분해놓고는...
"그럼 버터구이부터 먹어봐요." "자..." 샤오룽샤는 식어도 데우면 괜찮은데 버터구이는 바로 먹어야 맛있으니까... 라고 말하면서 버터구이를 발라내서 접시에 올리고 하나를 들어올리면. 치즈와 담백한 살과 고소한 버터가 합쳐져서 입 안에서 삼중주를 뛰고 있어요. 팡팡 터진다기보다는 감싸준다에 가까운 듯한 맛은 역시 부드러움..일까요? 색으로 따지면 선명하지는 않지만 진한 색이겠군요.
슬쩍슬쩍 돕는 것 덕분에 소분은 제법 빠르게 끝냈습니다. 가져가셔도 좋아요.라고 메세지를 보내면 내려오셔서 가져갔다거나..도 가능할지도 모릅니다. 그리고 먹어치운 가재버터구이는...
이즈미는 요리 심사위원으로도 진로를 잡았어도 좋았을 텐데.. 미미! 라는 생각을 잠깐 하네요.
"나기사의 어머님보다 더? 그정도는.. 아닐지도?" 라고 말은 하지만 오늘따라 좀 잘 된 것을 이즈미는 미리 봐버렸거든요. 마치.. 동그라미가 한번에 예쁘게 그려진 것처럼 말이지요. 이 퀄리티가 쭉 유지되면 팔아도 될지도? 라는 생각을 아주 잠깐 하면서 이즈미도 좀 더 먹으려 합니다. 하지만 샤오룽샤도 먹어야 하니까요. 이즈미와 나기사의 몫인 룽샤를 까는 걸 시작합니다.
"간장소스부터 먹고.. 마라소스를 먹는 게 좀 더 낫겠네요." 그러니까. 옅은 색에서부터 짙은 색으로 가야 한다는 이야기군요. 테두리 검은선을 먼저 그으면 그림에 빈 부분이 생기거나. 탁색이 생긴다.. 같은 느낌일까...
무슨 생각을 하는지 서로 알고 있다고? 지금, 내가 하고 있는 생각을 네가 감당할 수 있기나 해? 마시로의 표정이 일순간 굳어졌다가 빠르게 복귀한다. 굳게 다문 입은 미동이 없다. 상대는 아마네다. 으레 봐왔던 남학생들처럼 성인 남성과 견주어도 손색없는 성숙함으로 남자답게 변모하긴 했어도, 저를 야단치며 화내고 애달파하는 와중에도 여전히 습관적 다정을 뱉는 아마네다. 성장기를 건너 뛴 만남과 서로를 필요로 하던 시간 동안 결코 닿지 못했다 하더라도, 아무리 깊은 시간을 함께 한 사이라 해도 결국 타인이란 얼마나 모순적이며 낯선 존재인지를 깨달았더래도 망각해선 안 되는 거다. 나의 소중한 소꿉친구. 하지만 섞인 불순물을 게워내지 못한 소년 소녀는 서로가 마냥 불투명하다.
“선 넘어, 자꾸.”
본인도 마찬가지면서, 그걸 알고 있으면서 그럼에도 아오는 그러지 말았으면 좋겠어. 그가 내민 큼지막한 손을 지그시 바라보다 어이없다는 듯 혀를 내민다. 달란다고 진짜 주면, 그때는 도망갈 거야? 또 어떤 표정을 지어 주려고 그래.
“그게 귀엽잖아.”
그 말대로 제멋대로에, 도무지 알 수가 없는 글러 먹은 인간. 저 자신을 간단히 정의해 버리고 마는 몇마디의 말에 웃음이 난다. 긍정인지 부정인지 알 수없는 미소로 능청스레 넘겨 버린다. 아무리 그래도 아오를 미워하고 싶진 않다. 배신한 건 나잖아.
맥 빠진 얼굴로 주저 앉아 버리는 아오를 새초롬한 눈으로 주시하더니 마시로 역시 손으로 무릎을 짚어 앉은 키의 아오의 시선에 맞춰 허리를 숙이고 선명히 눈을 내려 맞춘다.
보폭은 딱히 신경쓰이지 않았다. 그게 말이지, 이미 너무 익숙해져 있다는 것이다. 누군가와 함께 보폭 맞추어 걸어가는 일이. 다만 이렇게, 보폭을 맞추는 것을 의식하면서 보폭을 맞추는 일은... 두 번 다시는 안 해도 되겠다고, 두 번 다시는 할 수 없을 거라고, 소년은 그렇게 생각했었지만, 결국 또 이렇게 상냥한 손에 잡혀 거절도 하지 못하고 또 끌려가고 있다.
어딘가 가슴이 욱신거리는 느낌이 든다. 소년이 향유할 수 없는 어떤 행복이 소년에게 물리적인 손끝만을 내민 채로 너는 절대로 이 너머에 발들일 수 없다고 조롱하는 기분이 들어서다. 사람을 약올리는 조롱이 아니라, 사람을 비참하게 만드는 종류의 그런 조롱.
키리야마 스즈네는 절대로 그런 의도가 없을 것임에도 불구하고 나가쿠모 미카즈키가 이 순간을 이렇게나 고통스럽게 받아들이는 이유는, 미카즈키가 보통 사람이라면 상처를 입을 이유가 없는 곳에 상처를 입은 상태이기 때문이다. 상처를 입을 이유가 없는 곳에 상처를 입었다는 소리는 그만큼 내가 애초에 모나있었던, 어디가 잘못된 놈이라는 소리겠지. 내가 이상한 놈인 거야.내 잘못인 거야.
그래서 미카즈키는 별도로 항의하지 않고, 이 폭신폭신한 고통을 어떤 항의도 하지 않고 그냥 수긍하기로 했다. 그래서 소년은 후드 아래로 그저 적당히 고양이와 사람의 만담에 답사하는 희미한 미소를 띠며 발걸음을 옮길 뿐이다. 스즈네가 이따금 다른 곳으로 발을 틀어도 미카즈키는 키리야마 가택이 어디 있는지 모르니 그러려니 하고 따라가다가(스즈네가 들어서려던 길이 해안가로 일방통행인 길임에도 불구하고), 링링이 먁 하고 스즈네에게 육탄 태클을 걸 때에야 아아 그런가 하곤 스즈네가 아니라 링링을 따라 걷는 게 낫겠다는 결론을 내린다.
그러다 보니, 이 토키와라에서 그나마 세월의 흐름을 따라가보려고 발버둥치는 부분을 지나, 어느샌가 주변의 풍경은 진짜배기 토키와라- 자신들이 살아온 그 세월에 그대로 머무르기로 한 것 같은 동네로 접어든다. 그리고 마침내 도달한 키리야마 가 주택.
지금 자신이 머무르고 있는 할아버지네 집과 비슷한, 하지만 훨씬 규모가 크고 가지런히 정돈된 주택. 반질반질하게 닦여 깔린 조경석 위를 폴짝폴짝 뛰어가는 스즈네의 손에 이끌려, 미카즈키는 제대로 가누지 못하는 발걸음을 휘청휘청 끌려간다. 여기에서 그대로 꽈당 넘어져 조경석에 턱이나 코나 이마가 깨지지 않은 것은 천부의 운동신경에 덕을 입은 발군의 균형감각과 반사신경 덕분이겠다.
그제서야, 미카즈키는 스즈네의 손을 놓았다.
그리고 그제서야, 미카즈키는 스즈네를, 스즈네의 따스한 색의 눈동자를 직시했다.
새하얀 후드 아래 이상하게 짙게 낀 그늘 너머로 보이는 것은 흐릿한 윤곽뿐. 명확히 보이는 것은 스즈네를 직시한 채로 겨울에 멈춰있는 한 쌍의 파르스름한 눈동자뿐이다.
물티슈로 피를 닦기까진 무신경했던 얼굴이 예고없이 닿은 포비돈에는 저항없이 찡그려지며 차마 질책하진 못하고 고작 매서운 얼굴로 노려본다. 미카즈키는 치료하는데 여념이 없었으니 그 사나운 눈을 발견하지 못했을 테지만-애초에 발견하더라도 관심 밖이었을 터다-혹여라도 마주치기 전에 눈을 시선을 거두었다.
“아프다.”
찌르는 매미 소리와, 심심치 않게 불어대는 여름 바람. 그 아래 마주 앉은-누군가는 벤치였고 누군가는 바닥이었지만-두 사람 사이 흐르는 정적 속 마시로는, 보통의 여자아이보다 길고 풍성한 미카즈키의 내리깔린 속눈썹을 세고 있었고. 면봉에 묻은 연고가 상처에 문질러지는 게 간질간질해서 땅에 닿지 않는 발을 앞뒤로 흔들었다. 그러다 소년이 눈치를 주었다면 굴린 눈동자로 시선을 회피하며 언제 그랬냐는 듯 오리발 내밀었을 것이다. 동그랗고 말랑한 무릎에 네모난 거즈가 보란듯이 자리한다. 상처에 비해 너무 거창한 처치라고, 겉보기와 다른 미카즈키의 섬세함은 역시 부상이 잦은 운동부에서 기인한 거겠거니. 전의 그 애도 그렇고 운동부는 다 이렇게 상냥한가. .... ....
계속되는 데자뷰에 결국 충동적으로 내뱉은 말이었지만 그것이 추파라던가 수작질로 느껴지지 않는 건 어느샌가 확신에 찬 연갈색의 투명한 눈동자 때문이었을까. 본인이 말하고서 뒤늦게 멘트가 상당히 구렸다는 것을 알아채고 한 손으로 입을 꾹 막았다. 바보 마시로. 차라리 여동생이 나았겠다.
“미카?”
이름은 모르는데. 갑작스런 소년의 3인칭 구사에 어리둥절해진 마시로는 약간은 실례되는 눈을 하고서 고개를 기울인다. 만약 이름과 기억이 뚜렷했더라면 지금처럼 삽질하는 일도 없었지. 마시로는 뜸을 들이다 부정의 의미로 고개를 내저었다. 뭔가 드문드문. 띄엄띄엄 스치기는 하는데 그것이 어떠한 기시감에 가로막혀 하나의 끈으로 연결되지가 않는다는 게 문제다. 누군가 지르는 소리와, 심장이 철렁 내려앉으며 경직되는 이명에 정신차리고 눈을 뜨니 여름 하늘이 새파랗게 선명했다는 것 정도.. 가 쥐어짜낸 퍼즐 조각의 일부다. 그리고 사소한 더 기억이 날듯말듯 한데, 말로 설명하긴 애매한 이 답답함이 얼마나 짜증나는지 몰라.
“너는 내 이름 알아?”
미카즈키가 처치하기 편하게 앞머리를 갈라서 내어주고 제 이마만 바라보는 소년의 눈을 더 가까이서 살펴보고자 그에게 좀 더 밀접하여 얼굴을 깜박 들이댄다. 아. 이상하다. 내가 기억하는 건 분명 생기 넘치는 새파란 여름 하늘이었는데, 이 애는 비슷해 보여도 눈빛이 죽어있다. 별 하나 없이 어둠내린 캄캄한 검은 하늘을 외로이 지키는 창백한 달을 닮은. 빛바랜. 마시로는 무언가 잘못됐음을 직감하지만 여전히 중요한 것을 놓치고 있다.
“너는 나 기억하지, 맞지.“
숨길 생각 말라는 듯 특단의 조치로 그가 시선을 회피하지 못하게 두 손으로 미카즈키의 얼굴을 붙잡으려며 창백한 두 눈을 지그시 건너본다.
//약간 미카가 마시로 구해주고 보살펴주고 이제 나 애들이 부른다 가야해, 하고 뛰어갈때 마시로가 뒤늦게 ‘너 이름뭐야!’ 해서 미카가 '미카!!!' 하고 소리쳐줬는데 매미소리랑 다른 아이들 소리에 안타깝게도 묻혀 듣지 못했다는 그런 시츄로 써보았읍니다... 미카도 마시로 이름 전혀 몰라도 상관없고, 안다면 마시로 소지품에 쓰여있는 네임택을 얼핏 봤다해도 좋고.. 또 순순히 어디서 만나게 됐는지 불어줘도 좋지만 기껏 구해줬더니 기억 못하는 마시로가 괘씸해서 혼자 기억해내봐 하고 안 알려줘도 좋읍니다..<:3cc
일단 아무도 안 궁금해할 것 같은 것 먼저.... 1. 토키와라 고교는 구상 단계에서는 '토키노모리 고교'라는 이름이었어. 2. 엔도 선생의 모델은 〈영상연에는 손대지 마!〉에 나오는 고문 후지와라 선생. 3. 기타 NPC 중 1군은 어쩌다 보니 성씨가 か행으로만 시작하는데 의도한 건 아니지만 재밌으니까 계속할 예정.
미카의 TMI나 풀어볼까. 집중력이 좋은데 쓸데없는 데 종종 발휘되곤 해. 미카도 이따금 게임을 하는데, 그 게임에선 필드를 돌아다니다 보면 궤짝이라거나, 상자라거나, 누군가가 물자를 숨겨둔 헐거운 바위라거나 해서 랜덤한 물자를 파밍할 수 있는 상자 오브젝트들이 있어. 그게 '잠겨있는' 상태로 스폰돼서, 잠긴 궤짝이나 잠긴 상자 같은 게 나올 수도 있지. 그리고 미카는 '잠긴 바위'를 마주쳤고... '바위를... 잠가? 어떻게? 뭘로?' 하는 생각에 이틀 정도를 빠져있었다고 해.
4. 아 그렇지. 카미노 렌은 원래 니이모토 카나의 구상 단계 이름이었어. 카일로 렌 생각남. 성씨가 '카미노'면 왠지 신적인 존재랑 연관이 있다고 오해를 살까 봐 바꿨어. 대신 신하고는 관계없을 듯한 캐릭터에 재활용함. >1597049227>47를 보면 알겠지만 카나도 원래는 '칸나'였는데 하시모토 칸나랑 겹치는 거 같아서 또 바꿈...
다시금 나기사는 히죽대며 웃었다. 마찬가지로 가벼운 농 섞인 말이다. “···그래봤자 이즈미가 받는 용돈보단 적을지도···.” 그래놓고서 진지하게, 그런 말을 덧붙이는 것이다···. 어쨌건 지금은 눈 앞의 만찬을 즐겨야 한다···. 아, 그 전에 나기사는 껍데기를 분리하는 이즈미를 돕기도 했고. 그리고 뒷정리가 대강 끝나면 먹음직스러운 가재살의 세계로 다이브하는 거다···!
“좋아, 렛츠 가재 파티···!”
에이─ 에이─ 오─ 주먹을 치켜들고서 제법 발랄한 흉내를 낸다. 나루카미 나기사의 텐션은 지금 절호조···!
//이 뒤로 맛나게 가재파티 하고 해산했다~ 식으로 막레해도 될거 같은데 어때애 더 잇고싶으면 이어도 되고~
>>251 응~!! 다행이다~~~!~!!~! 그럼 안심하고 마이 만날께~~!~! 그렇게 되면 하나요는 왕선배네~~~!!!~! ㅋㅋ ㅋㅋㅋ
예뻐~! 예뻐ㅓ~~~!! (야광봉)
선관거리 생각해봤는데 두가지 생각해봤어~~!!!~~... 하나는 캔핑장에서 하나요가 가족들이랑 같이 와서 장난치려고 숨었는데, 그 숨는 것을 도와준 사람이 마이쨩이었다~!! 마이쨩 캠핑장이 집이나 다름없으니까 숨을 곳 많이 알 것 같아서~~~!!!~ 그리고 숨어서 같이 도란도란 놀고 헤어졌다는 거~~~ 그런데 이렇게 되면 하나요가 잘 기억 못할 것 같고~~ 특별한 계기가 없으면 서로 알아보기가 쉽지 않을 것 같기도 하고~~~....
다른 하나는 하나요의 친구(여자아이야~!)가 좋아하는 선배가 마이쨩이라 하나요가 대신 러브레터를 전해준다든가~??~? 이건 과거에 그랬다도 좋고 현재형으로 일상을 돌려도 좋을 것 같아~~~!!!
마이주도 좋은 선관 생각나면 얘기해줘~~!!~!!!~! 그리구 나 초면도 좋아하니까!~~! ^ㅁ^ 이렇다 할 선관이 없으면 그냥 초면도 괜찬으니까 편하게~~!~!! 편하게~~!~!!
개인적으로 둘 다 하고 싶어서 캠핑장에서 처음 만나고 학교에서 안면을 튼 뒤에! 하나요짱 거리감 빨리 좁혀올 것 같으니까 학교에서 만나고는 앗! 응? 하고 만나서 학교에서도 친구를 했다가 최근 러브레터 전해준거면 어떨까 하는 생각으로 이어졌어🥰 둘이 같은 토박이다 보니까 초면은 힘들수도 있겠다는 생각!(마음속 토키외라초 주민 400명) 어때..? 둘 다 먹는건 너무 욕심쟁인가?!
하늘이 파랗게 물들어온다. 이내 바다와 맞닿은 끝단이 해거름하니 색이 바뀌더니, 이내 붉게 달아오른다.
결국 나가쿠모 미카즈키는 잠들지 못했고, 그 끝에 결국 눈 밑에 음기 한 꺼풀을 더 덧칠한 채로 야구부 훈련에 나갔다. "니 오늘따라 피곤해 빈다. 개안나." "괜찮아. 고마워." 상투적인 인사가 몇 번 오가고, 거기에서 인간적인 소통은 끝난다.
나가쿠모 미카즈키는 오랜만에 돌아온 고향에서의 삶을 그렇게 난파선처럼 보내고 있었다. 이미지 관리는커녕 '함부로 다가오지 말라'는 제스쳐를 취한다. ...그 덕분에 야구부원들과 필요한 유대 같은 것은 영 글러먹은 것 같지만, 그렇다고 함부로 다른 사람을 가까이하기도 겁난다. 자신의 잔뜩 곪아버린 속을 내보이는 것도 무섭고, 지금 입은 상처만도 버거운데 다른 상처를 더 떠안을 것도 두렵다. 지금의 이 사람같지 않은 사람 몰골도 간신히 간신히 유지하고 있는데, 다음번에는 진짜로 무너져버릴 것 같으니까.
그야말로, 난파선 같은 처지다.
그렇게 아무렇지도 않게, 삭막하고 무미건조하게, 오늘치 야구부 훈련도 흘러간다. 가방을 걸머지고 부실 문을 박차고 들어온 것이 바로 방금 전 같은데, 어느새 풀벌레 찌르르 우는 오후 1시의 뙤약볕 아래로 걸어나갈 시간이 되었다.
삼삼오오 모여가는 야구부 아이들이 멀어져가는 모습을 뒤로하고, 미카즈키는 가방을 걸머졌다. 그리고 문득 그 장면을 그려보았다. 일마들 봐라 내를 두고 가네 섭섭구로. 걸걸하게 사투리를 입에 걸면서, 아이들의 뒤로 주루룩 따라붙고는, 땀냄새고 더위고 아랑곳없이 저 멀어져가는 야구부 애들 한두 명의 어깨에 팔을 걸치며, 아 자슥아 듭다 끄지라, 하고 타박을 당하고는, 짜아슥 까칠하네 밥 못 묵읏나, 마 듭거던 아이스크림 하나씩 물고가자, 마트 어떤데, 하며 저 아이들 사이에 자연스레 끼어 하교하는 장면을.
그러나 미카즈키는 잘 알고 있었다. 그런 일들을 견디기에는 자신은 고장난 난파선이라는 것을. 혼자는 외롭지만 사람들과 어울리는 것도 버겁다. 아무 일도 없었던 척하기에는 상처가 아물지 않았기에, 버거운 일을 억지로 떠안느니 미카즈키는 혼자이길 택했다. 그래서 미카즈키는 가방을 짊어지고, 저벅저벅, 홀로 발걸음을 옮겨 할아버지 댁으로 향하는 길을 택했다.
그 길에서 마주친 것이 그 포스터였다. 청춘을 그대로 담은 듯, 두 미인이 서로 손을 잡고 강가의 다리 위를 가로질러 달려나가는, 축제 홍보 포스터.
평소라고 한다면 미카즈키는 주변시에 잡힌 그것을 별로 신경쓰지 않고 지나갔겠지만, 참으로 우연하게도 마침 그때 모자챙 아래로 주룩 흐른 땀이 눈을 찌르는 바람에 미카즈키는 고개를 살짝 쳐들고 눈가에 맺힌 땀을 손등으로 훔쳤고, 손등으로 땀을 훔쳐내고 다시 눈을 뜨는 그 순간에 포스터 안에 찍힌 소녀의 얼굴과 눈이 마주친 것이다.
>>257 좋아해줘서 고마워ㅓㅓㅓ!~~~~!!~!! >ㅂ< 청춘~!! 청춘~~~!!! 인 거야~~~!!!~!
응~! 괜찮을 것 같아~~!!~! 토키와라초 주민 400명이라니, 통폐합 위기 아냐~??!?!~~ ㅋ ㅋㅋ ㅋㅋ ㅋㅋ 아무튼 좋아~~!!! 첫 일상 돌릴 시점을 고민 중인데 학교에서 만나서 친구하는 장면으로 할래~? 아니면 학교에서 만나서 친구가 된 이후 시점으로, 인형 뽑기나 악세사리 가게나 음식점 같이 가거나 할래~?? 아니면 러브레터 바로 밭을래~~??
겉보기에도 퍽 오래되어 보이는 키리야마 저택은 현관에서부터 고즈넉한 분위기가 맴돌았다. 다른 곳은 몰라도, 한낮의 햇살이 열린 현관으로부터 쏟아져 들어와 비추는 고동색 목조 복도가 안쪽으로 쭉 이어져 있다. 그 복도의 시작이자 끝인 현관 앞에서 두 사람은 마주하고 있었다. 햇살을 등진 미카즈키와 그런 소년의 그림자와 햇살을 동시에 받는 스즈네가 있었다.
"으응~"
스즈네는 놓아진 손을 허공에서 두어번 쥐었다 펴길 반복했다. 비어버린 손이 아쉬워 보이기도 하고 잡는 형태로 굳은 손을 푸는 것처럼 보이기도 한다. 반복 끝에 가벼이 쥐는 형태가 된 손이 하얀 원피스 위로 내리웠다. 작은 두 손이 겹쳐지니 어느새 다소곳이 선 스즈네였다. 조금 전까지 폴짝대던 행동이 환영이었던 듯, 차분한 스즈네가 한겨울의 푸른 눈을 지그시 마주했다.
어느 계절도 아닌 갈색빛 눈동자는 어느 형태가 되어도 따스한 온기 담긴 시선이었다. 밤하늘의 달이 만월이어도 반달이어도 달인 것은 변치 않듯.
"애웅."
두 사람 사이의 기묘한 공기를 먼저 흔든 것은 링링의 소리였다. 스즈네의 옆에 반듯이 앉아있던 링링이는 꼬리를 한 번 살랑이며 미카즈키를 향해 소리냈다. 그리고 앞발로 톡톡 스즈네를 건드렸다. 그리고 또 애웅애웅.
"헤~ 그런 거야~? 그렇네~ 응~"
뭔가를 얘기하듯 연신 울어대는 링링이를 보며 스즈네가 알아듣는 듯이 반응한다. 링링이는 소리만 내지 않고 살짝 일어나서 제자리를 한 바퀴 빙 돌거나 스즈네의 주변도 한 바퀴 빙 돌기도 했다. 현관을 폴짝 내려와 미카즈키의 주변도 한 바퀴 돌고서 다시 스즈네의 옆에 앉았다. 우우웅. 먁. 의미를 알 수 없는 소리로 말?을 마친 링링이를 생긋 웃는 얼굴로 바라본 스즈네가 그 얼굴 그대로 미카즈키를 보았다.
"다도 몰라도 괜찮아~ 그냥~ 편하게 앉아서 차 마실 뿐인 걸~"
스즈네는 다시금 미카즈키에게 차를 권하듯이 말했다. 다도회를 하는 것도 아니니 그저 편히 앉아서 차 한 잔 하면 되는 거라며. 아무 것도 모르면서 마냥 떼 쓰는 아이 같다가도 문득, 분위기가 달리 흐른다.
"얘. 미카즈키 군."
잔잔히 흐르는 목소리에 땡볕조차 유순히 숨을 죽인다.
"무얼 그리 무서워하는 거니? 무엇이 그리도 겁이 나니."
피하지 않고 정면을 향한 태도에 키 차이가 무색하게 시선이 맞춰지는 듯 하다.
"거기에서 여기까지. 한 걸음이면 돼."
"자."
작은 두 손이 미카즈키를 향해 내밀어졌다. 엷은 분홍빛이 감도는 말랑한 두 손은 무엇을 얹어도 기꺼이 감싸줄 것 같다. 오는 내내 차가운 손을 꼭 쥐어주었듯이.
>>217 (1) 대표적인 전설은 쿠레비호에 뛰어든 여우 전설. 먼 옛날 토키와라에서 강물이 불어났을 때, 이나리 신이 보낸 여우가 호수에 빠져들어 범람하는 강물을 막았다는 이야기야. 이 때문에 쿠레비호에는 여우가 잠들어 있다는 전설이나, 간혹 월척이 잡혀 올라오면 신통한 여우의 환생이라든지 여우님이 올려보내주신 선물이라는 믿음이 퍼졌어. 하토가와에 유독 홍수만큼은 절대 일어나지 않는 게 신앙을 강화하는 원인이기도 하지.
그 이후로 하네이 신사에서는 이나리다이묘진뿐만 아니라 그 특정한 여우의 신격(정확히 말하면 이나리의 사자)도 함께 섬기고 있고, 에마에도 여우의 그림이 그려져 있어. 안타깝게도 아직까지는 여우귀 무녀로 호객행위를 하지는 않아. 뿐만 아니라 여름 축제에서 오미코시 순회 루트는 하네이 신사 본전, 오타비쇼(안치소) → 토키와라 시내 → 하토가와강 → 쿠레비호 → 다시 하네이 신사로 복귀이고, 쿠레비호에서 가구라 공연을 올리면서 피운 봉화를 작은 등불에 옮겨서 다시 하토가와에 띄워내려 보내. 이런 문화는 (오봉 행사와 습합되었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쿠레비호에서 영험한 기운을 다시 내려보내서 강의 범람을 막는다는 의미를 담고 있어.
(2) 학생들 사이에서 유명한 '소원을 이루는 전설'. 하네이 신사의 여름 축제와 무언가 관련이 있다는 것만은 분명한데, 소원이 이루어지는지도 불명이고 소원이 이루어졌다고 해서 과연 무엇이 영향을 미친 건지도 검증된 바가 없어. 당연히 어린애들 사이에서 흔히 있을 법한 헛소문이라는 인식이기는 한데, 이상하게도 시트캐들 부모님 세대도 이 이야기를 알고 있고, 아무리 시간이 지나도 사라지지 않고 있는 걸 보면 뭔가 있긴 있나 봐...
대표적인 설은 세 가지. 첫째, 마츠리의 등불 내려보내기를 함께 하면서 소원을 빈다(또는, 쿠레비호에서 먼 바다까지 등불을 떠내려보낸다). 둘째, 하네이 신사에서 평소에는 보이지 않는 토리이를 지나간다. 셋째, 쿠레비호에 잠들어 있는 여우 님을 만난다. 그런데 둘째와 셋째는 물론 상상하기 어렵지만 첫째도 문제가 있는데, 이미 2000년대 초반부터 환경오염 문제 때문에 등불은 아무나 흘려보낼 수 없게 되어 있고, 하구에 도달한 시점에서 수거된다는 거야...
여기까지는 시트스레에 나와 있던 이야기들이고...
(3) 마을 축제 기간에는 떠나간 귀신들이 돌아온다는 이야기가 있어. 이것까지는 평범한 오봉(백중날)과 전혀 다르지 않은데, 문제는 도깨비불이 나타나거나(과거에는 산불도 났다고 하고), 소중한 물건이 사라지거나, 방에 둔 물건의 배치가 바뀌는 등의 기현상을 동반한다는 점... 사실은 이것들이 자기를 지켜보고 있는 영혼의 소행이라는 거야. 여우님이나 요괴들의 장난이라는 썰도 있고. 풍속학자들은 이를 두고 '옛사람들이 축제 기간에 화재나 경범죄의 발생 수가 증가하는 경향을 설명하고자 만들어 낸 이론'이라고 풀이하지만, 이런 믿음을 신비한 시선으로 바라보는 사람도 적지 않아. 유독 토키와라의 오봉에 이런 전설이 많은 이유는, 자신의 죽음으로 많은 죽음을 막아낸 여우의 신통력이 진짜로 혼령(+이에 이끌린 요괴들)을 불러오기 때문이라든지.
(4) 하네이 신사는 부지를 포함해도 그렇게 크지 않지만, 이상하게도 축제 기간이 되면 신사 속이나 주변의 산에서 길을 잃어버릴 정도로 넓고 어지럽다고 느낀다는 모양이야. 단순히 축제 준비 때문에 평소와 분위기도 변해서일 수 있지만, 마을 사람들이 평소에 '넓어 봤자 얼마나 넓겠어?', '어차피 호수가 보이는 쪽으로 걸으면 산길은 금방 빠져나오는데?'라고 생각할 정도니까 뭔가 이상하지... 정작 그렇게 길을 잃어버려서 몇 시간 동안 쩔쩔매던 사람은, 빠져나온 다음에는 헤맸다는 사실을 잘 기억조차 하지 못해. 이런 이상한 현상 때문에 '하네이 신사의 보이지 않는 토리이' 같은 도시전설이 만들어진 것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도 있어.
하나요구나. 잘 지내고 있었네. 하는 생각이 들기도 전에, 내면에 차갑게 채워둔 얼음 제방을 무너뜨리고 해일처럼 와르르 기억들이 밀려들어와버리고 만다. 미키군, 하고, 지금도 잘 기억하고 있는 그 목소리가 메아리쳐 오는 것만 같아, 미카즈키는 거기에 못박히듯이 서서 할 말을 잃어버리고 말았다. 툭, 하고, 어깨에서 흘러떨어져내려 바닥에 볼품없이 내동댕이쳐지는 스포츠백이 마치, 기억의 비참한 파도에 뒤흔들린 난파선의 낡고 낡은 돛대가 마침내 부러지는 것 같다.
"하나요."
분명히 기억한다. 커튼 아래로 보이던 양말 신은 하얀 발목을. 그 뒤에서 자신을 놀래켜줄 생각으로 짓궂게 웃고 있던 소녀를. 미키군, 하고 상냥하게 불러주던 어떤 소녀와 함께 지내오던, 토키와라에서의 나날들을. 오사카에서 하루하루 자신의 한계를 시험하는 듯한 육체적인 괴로움과 정신적인 괴로움 사이에서, 자신을 미카쨩, 혹은 미키군으로 계속 유지시켜주고 있던 것이 바로 그 나날들의 기억이었던 걸.
"하나요......"
분명히 기억한다. 나 얼마 뒤에 오사카로 간대, 라고 말하던 그날, 흐릿해지는 시야 너머로 물방울이 맺히던 네 눈가를. 마지막으로 만나서 재밌게 놀자. 하고 나누었던 그 약속을. 그리고 그 약속이 처참하게 깨어지던 그 비참한 날을. 아버지의 우악스런 손에 손목이 나꿔채여, 뒷좌석에 내동댕이쳐지고, 철컥 하고 잠긴 자동차 문이 아무리 애를 써도 요지부동이던 그 때의 절망을.
"아들과 아비가 함께, 보란 듯이 뛰어넘자는 거다! 저 마왕을!!"
자신은 전혀 생각도 없던 이야기를, 귓전에 쩌렁쩌렁 소리쳐대는 류우가의 목소리가 머릿속에 메아리치는 것만 같았다. 기억의 여기저기로 쩌렁쩌렁 울려간 메아리는, 이내 온갖 형태의 반향을 몰고 삼각파가 되어 또다시 난파선을 덮쳐왔다.
"내가 니네 학년이었을 때는 니들보다 더 고생했어! 사이오의 이름에 걸맞는 프로가 되는 길이라는 건 이런 거야!" "이게 내 행복이야. 나는 내가 원하는 행복을 주는 사람을 고르기로 했을 뿐인걸." "나는 그저 내가 기댈 수 있는 사람을 원했을 뿐인데, 네가 나한테서 그 사람을 빼앗아갔어. 그러니, 책임을 져." "내, 고시엔에 갈 끼다!"
"...슬퍼하지 마렴, 내 아들. 네가 살아감으로서... 엄마는 항상 네 안에서 살아있는 거야. 너와 함께. 내 삶을 네게 물려줄게. 그러니 아들, 내 아들... 결국에는 행복하기를 바라요."
소원이, 소원들이 비참하게 몰려온다
정신을 차려보니, 미카즈키는 달리고 있었다. 어깨에서 흘러내려간 스포츠백의 존재 따위는 잊은 지 오래다. 볼캡은 어느샌가 머리에서 날려가 없고, 땀에 젖은 까만 곱슬머리가 볼썽사납게 헝클어져 얼굴에 그늘을 드리우고 있다. 숨은 공기를 채우는 게 아니라 폐를 틀어막고 있었고, 다리는 근섬유 하나하나가 갈가리 찢어져 비명을 지르는 것만 같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달리고, 달리고, 또 달렸다. 결국 미카즈키의 다리는 더 이상 미카즈키를 지탱하는 데에 실패했고, 소년은 땅바닥에 볼썽사납게 나뒹굴었다. 피부에 부딪는 조약돌들이 아픈 것도 잊고, 소년은 황망히 고개를 들었다. 땅을 짚고 비틀비틀 들어올린 시선 끝에, 문득 그리운 풍경이 걸린다.
어느 작은 호수. 집의 뒤편으로 오솔길을 타고 조금만 올라가면 나오는 곳. 어릴 적, 할아버지가 알려준 비밀 장소. 두어 명의 동네 친구들과만 이런 곳이 있어- 하고 공유하던, 냇가가 흐르다 말고 낮은 폭포에서 떨어지며 만들어진 조그만 연못. ...동네 친구들과, 하나요와 시간 가는 줄도 모르고 물장구치던 작고 얕은 연못.
정처없는 도주의 목적지를 이리로 이끈 것은 소년의 무의식일까. 추억의 그 순간으로, 모든 것이 잘못된 그 순간으로, 아니 어쩌면 그 이전으로 돌아가고 싶었던 소년의 옛 갈망이 그를 이리로 인도한 걸까.
그러나 소용없다. 여기에 당도한 소년은 미키군도 미카쨩도 아니라 나가쿠모 미카즈키였으니까. 그러니 아무리 물리적으로 그때 그 추억이 어린 장소에 도달하더라도, 결코 자신이 알던 그 옛날로 돌아갈 수 없으니까.
소년은 무릎을 꿇은 채로, 간신히 땅을 짚고 상반신을 일으켰던 손을 들어다가 땅바닥을 쾅 내리쳤다.
"나도, 나도, 나도......!" "나도 소원 같은 게 있단 말이야...!"
그 옛날과 지금의 현실의 가혹한 낙차가,
"하고 싶은 게 있단 말이야...!" "나도 행복하고 싶었단 말이야...!"
비참한 전단응력이 되어 소년을 부수고 있었다.
"나도," "나도 거기에 있었는데....."
잘 안다. 이제 와서 부질없다는 것을. 이제 와서 되돌아갈 수는 없다는 것을.
"돌려줘. 내 여름을 돌려줘... 내 토키와라를 돌려줘...... 그 날 하나요와 했던 약속을 돌려줘......"
깨어진 약속을 다시 붙여낼 수는 없다는 것을. 쏟아진 청춘을 다시 주워담을 수는 없다는 것을.
"나도, 나도 같이 있고 싶었단 말이야. 고시엔 따위보다 메이저리그 따위보다 토키와라에 더 있고 싶었는데. 어째서. 어째서 나만... 어째서 나만 이렇게 된 거야...... 어째서......"
오히려 그것을 너무나도 잘 알기에, 소년은 비참한 울부짖음을 아무도 듣지 않는 곳에 쏟아낼 수밖에 없었다.
.....라는 것은 친구의 이야기로, 지난번 마이 쨩과 함께 대화하던 것을 친구가 목격한 것이 시발점입니다. 사람이 사람에게 반하는 순간은 3초면 된다고 하지요. 친구인 이토바야시 양의 말에, 그 3초는 3시간처럼 느리게 갔다고 합니다.
"헤에~"
호리이 하나요는 이토바야시 양의 이야기를 들으며 신기하고, 조금은 부럽다고 생각했습니다. 자신도 그런 사랑을 해볼 수 있을까?! 하나요에게는 아직 첫사랑의 경험은 없는 모양입니다.
"그래서, 그.... 미, 미, 미야마 선배에게 잘 보이기 위해서 예쁘게 하고 왔는데요. 저, 좀처럼 자신이 없어서...."
한 살 아래의 친구인 이토바야시 양은 올해 처음 만난 토키고의 같은 1학년생으로, 자신감이 없고 수줍은 여자아이입니다. 그렇지만 가린 머리카락 뒤의 눈은 누구보다 예쁘다고, 하나요는 칭찬하고 있습니다.
"에~ 일부러 예쁘게 하고 왔는데 직접 전해주는 것이 낫지 않아~~??" "그, 그, 그래도요.... 상상을 해도 심장이 떨려서, 바보같아 보일까 봐, 실수를 저지를 것 같고....."
싫어하면 어떡해요.,... 하면서 작은 입술을 움찔거리는 이토바야시 양. 호리이 하나요는 숨을 크게 들이마시고, 흡! 하며 허리에 손을 얹었습니다.
"정 그렇다면, 하나요에게 맡겨~!! 틀림없이 잘 전해줄 테니까~~!!" "정말인가요....~!!" "응, 마이쨩도 이토바야시 양의 진심을 알아줄 거라구~~"
화색이 도는 이토바야시 양을 보고서 안심감을 주기위해 가지런한 치열을 드러내며 웃는 하나요입니다. 이토바야시 양은 떨린다는 듯, 한 손은 가슴에 얹고 다른 쪽의 떨리는 손으로 편지를 건넸습니다.......
♥
"그렇지만 이런 소중한 편지를 어떻게 전해줘야 좋담...."
어딘가의 계단에서 이토바야시 양을 배웅한 하나요는, 건네받은 편지봉투를 들여다보고 있었습니다. 고운 미색의 편지봉투는 만지면 부들부들, 요철이 있는 재질이었습니다. 미야마 마이를 보고 부드러워진 이토바야시 양의 마음을 의미하는 것 같아, 함부로 만지면 안 될 것 같아졌습니다. 귀여운 원형 스티커로 봉해두어서 내용물은 볼 수 없습니다. 뒤편을 보면 정성들인 글씨로 또박또박,
'미야마 마이 선배님에게.
토키와라 고교 1학년 x반, 이토바야시 카렌.'
하고 받는 사람과 전하는 사람의 이름이 적혀있습니다.
"으~음~~."
평소처럼 마이 쨩네 집으로캠핑장으로 그녀를 만나러 찾아가는 것이 일반적입니다만, 이토바야시 양의 소중한 마음을 전하러 가는 것이라고 하니 자신도 긴장되는 하나요입니다.
"가자~!!"
마음을 먹고 걸음을 옮깁니다. 미야마 마이의 집 근처에 왔을 때, 문 앞에서 마이에게 라인을 보내는 하나요입니다.
- 마이 쨩- 마이 쨩네 놀러 왔어~ 들여보내 줄래? 그것이 어렵다면, 잠깐만 나와 주겠어? 중요한 일이 있어~~
이건 미카의 야구부 사이드 독백으로 준비중인데, 미카의 코칭 덕분에 고시엔 지역예선 통과라는 성과를 거둔 야구부 아이들과 야구부 주장이, 미카의 '그냥 이대로 야구 좋아하는 동네 친구들 모임으로 남는 게 좋다고 생각해. 여름 고시엔이라는 건... 거기서부터는 야구를 좋아하는 것만으로는 모자란 곳이니까.' 하는 말에 대해 대답하는 대사로 준비한 문장이야.
과연 마이는 그 라인을 보았을까? 정답은 아니요. 사무실에 둘 아이스크림이 아주 떨어진 까닭에 마이는 집 밖으로 나선 상황이었다. 바로 옆 집인 코하네의 잡화점에 들려서 잠시 더위를 식히고, 아이스크림을 한 봉투 가득히 담아서 돌아오는 중이었기 때문에 손에 있어야 할 스마트폰은 아직도 사무실 안에 있었다.
조금 기다렸을까? 아니면 오래? 그러한 기다림은 상상도 못 한 체로 마이는 제 집 앞까지 도착했고 작은 여자아이를 발견했다. 하나요? 조금 더 가까이 가야 확신할 수 있겠다며 다가간 거리는 퍼스널 스페이스!
"아- 역시 하나짱이다, 놀러 왔어?"
상대임을 확인하자 베시시 웃으며 손을 흔들고는, 봉투에서 아이스크림을 하나 건네주었다. 아직 아슬아슬하게 그 형태가 유지중인!
라인 답장을 기다리며, 호리이 하나요는 마이 쨩을 만났을 때 할 말을 고르고 있었습니다. 받아들여질지 모르는 것이지만 마이 쨩을 향한 특별한 마음이므로, 그만큼 특별하게 전해졌으면 합니다.
'<마이 쨩을 좋아하는 아이의 편지야>...?' '너무 직설적이니까, <마이 쨩에게 주고싶다는 편지가 있어>....??' '<친구인 이토바야시 양이 마이 쨩에게 용건이 있다는데 읽어줄래?>....???'
어렵다, 어려워~~~!~! 하나요는 더운 여름 햇볕에 머리카락 밑으로 흘러내리는 땀방울을 느꼈습니다. 어깨를 덮은 머리카릭을 등 뒤로 넘겨 치웁니다. 더워서 물 한 잔이 그리워질때 쯤에 하나요는 마이 쨩의 목소리를 들었습니다.
"마이쨩~!!!"
더위에 지쳐있다가도 그녀를 발견하자 금세 밝아지는 얼굴입니다.
"하나쨩 놀러왔어~~!! 오와와~~ 손에 든 그건 아이스크림이야??"
왼손에 편지를 들고 있기에 머뭇거리다가, 손을 등 뒤로 치워버립니다. 오른쪽 손으로 아이스크림을 즐거이 받아듭니다. 고마워 하고 싱글싱글 웃는 하나요의 여름 미소와 땀방울, 그리고 하나요가 받아들자마자 녹은 아이스크림에서 흘러내린 찐득찐득한 단 맛의 망울이 여름을 내포하고 있습니다.
"앗~ 손 끈적해졌네~"
그렇지만 시원한 것이 그리웠기에 하나요는 허겁지겁 아이스크림의 끄트머리부터 베어뭅니다. 와삭와삭 씹히는 소리가 더위를 한풀 물러가게끔 합니다. 하나요의 눈썹이 팔자로 됩니다.
종류는 하나, 가리가리군. 등 뒤로 손을 두는 하나요의 손짓을 잠시 지켜보다가 마이도 따라서 아이스크림을 하나 베어물었다. 와삭 베어물면 쉽게 부숴지며 입 안 전체에 퍼지는 냉감에 마이도 잠시 하나요처럼 아이스크림을 먹는 데 집중했다. 한 입 베어물고 눈을 감고 입 안의 아이스가 전부 부숴져 더 이상 시원해지지 않을 때가 되면 그제서야 꿀꺽.
"그렇지-? 사무실에 아이스크림 다 떨어졌거든. 코하네짱 집에서 사오는 길이야."
그리고는 잠시, 자신이 하나요에게 무슨 일로 왔는지 들었나? 하고 고민을 하다가 손 위로 아이스크림이 녹아 흐르자 그제서야 정신을 차리고, 한 손으로 사무실 문을 열었다. 그 안에서는 시원한 바람이 수증기를 만들 정도로 내려왔다.
"일단 들어가자, 밖에 더워.."
손에 흐른 아이스크림을 혀로 핥으며 안으로 들어간 마이는 저벅저벅 냉동고로 들어가 남은 가리가리군 봉투를 털어놓고는 하나요를 바라본다.
여름하면 가리가리군이 생각날 정도로 중독성 있는 식감에 서서히 중독되는 호리이 하나요입니다. 느릿느릿, 마이와 함께, 아이스크림을 느끼는 데 온전히 감각을 집중했습니다. 햇빛은 신경쓰이지 않을 정도로 시원해지는 입안입니다.
"그거 곤란했겠네~~~ 응, 응!!"
여름에 아이스크림이 떨어지다니, 마침 아이스크림이 먹고싶을 때 냉동실이 비어있다면 청천벽력같은 일이 될 것이라고 하나요는 생각했습니다. 코하네 쨩이라는 것은 마이의 친구이려나? 가까운 곳에서 아이스크림 종류를 파는 가게를 하는 집안의 아이이구나, 하고 고개를 끄덕입니다.
"하아~~"
사무실에서 느껴지는 냉기에 하나요는 소리내어 즐거운 한숨을 쉬었습니다.
"그럼, 오늘도 실례할게~"
사무실로 마이를 따라 들어가는 하나요입니다. 사뿐사뿐한 걸음걸이이지만 유난히 즐거워 보입니다.
"가리가리군만 산 거야, 마이 쨩? 다른 건 안 샀어~??"
소다맛 가리가리군의 푸른 얼룩이 남아있는 막대를 들고서, 냉동고를 들여다보던 하나요가 묻습니다. 편지의 이야기를 잠시 잊은 듯 합니다.
마시로의 토달대는 소리에, 이번에도 평탄하기 그지없는 팩트가 철판때기마냥 날아든다. 어이거 왠지 아픈 고양이 입에 약 밀어넣는 집사 느낌 아닌가? ...왠지 미카즈키도- 미카도 거기에 생각이 닿은 건지, 이번에는 결국 다독이는 말 한 마디를 덧붙여 버린다.
"...치료 다 끝나면 포카리라도 한 캔 줄게."
여름 뙤약볕 아래에서 훈련하는 기운찬 고교 운동부 아이들의 덕아웃에는 으레 얼음물에 담긴 시원한 포카리 캔으로 가득찬 아이스박스가 있기 마련이다. 이는 고사기에도 나와 있다. 한쪽 다리가 흔들흔들거리다가 가슴팍을 톡 치자 미카는 무표정한... 아니 살짝 뚱한 무표정 얼굴로 마시로를 물끄러미 올려다보았고, 시침을 뚝 떼는 마시로를 보고 시선을 떨어뜨리고는 반창고를 마저 붙였다. 마시로의 내면에서 찰랑거리는 기시감이 만들어내는 파문이 전해지기는커녕 느껴지지도 않는 것만 같은, 무심한 상냥함이다.
...아니, 그러나 그 파문이 이 차가운 손의 소년에게 전해졌을 것임은 분명한 사실이다. 미카? 하고 되묻는 마시로의 말에, 두 번째의 알콜 스왑을 족집게로 집어 마시로의 이마의 상처를 톡톡 두드리던 손이 잠깐 멈췄기 때문이다.
"알려줬었는데."
분명 그 기억이 있다. 매미가 찌르르르 울던, 올해는 아닌 어느 여름날- 그때 반창고를 붙이고 뒤돌아가던 네가 갑자기 이름을 물어왔을 때, 지금은 불가능할 정도로 목청을 높여서 그 때의 이름을 외쳤던 기억이 있기 때문이다.
3인칭화에는 이유가 있다. 어린 시절의 미카쨩은 이미 그날 죽었고, 지금 여기에 있는 것은 미카의 남은 삶에 질질 끌려가고 있는 나가쿠모 미카즈키뿐이니까.
그러니 지금, 미카는, 미카즈키는... 약간 두려워하고 있다. 이것은 미카가 남긴 미카의 추억이며, 이제 더 이상은 미카즈키에게 소용없을 이야기인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너는 나 기억하지, 맞지. 하고 추궁해오는 이 까만 고양이 앞에서, 미카즈키는 바른 대로 말할 수 없었다. 말할 수 없는 진실과, 말해야 하는 진실이 배터리*처럼 한 쌍으로 묶여있다. 그래서 미카즈키는 쉽사리 말을 꺼낼 수 없었다.
그러나 도망칠 곳도 없다. 다시 면봉과 연고를 집어들고 들어올리던 머리가 마시로의 양손에 딱 잡혀버렸기에. 이제 얼굴에 그늘을 드리워줄 모자챙도 없고, 손끝에 잡힌 차가운 얼굴과 마시로의 눈 사이를 가리는 것은 아무것도 없다. 익숙한 모질의 반반 가르마를 탄 곱슬머리뿐. 이나마도 진실을 가리는 장막보다는 진실을 위한 또다른 단서에 불과하다. ...미카즈키는 찬찬히 입을 열었다.
"...기억한다면?"
고민 끝에 나왔다는 게 우리 어디서 본 적 있지 않아 뺨치는 싸구려 멘트라는 점이 참 애석하게 되었지만 말이다.
>>381 응, 맞아. 아버지가 직접적으로 유발한 건 아니지만, 시기가 거의 겹쳤어. 아직 독백으로 못 푼 거긴 한데, 할아버지네 집에는 미카의 어머니가 쓰시던 방이 아직 그대로 남겨져 있어. 할아버지가 미카더러 청승 그만 떨라고 갈굴 때 보면 보통 미카가 어머니 방의 방문 앞에 물끄러미 서있음..
따사로운 햇빛이 내리쬐는 어느 길거리. 제 눈높이까지 오는 상자 위로 겨우 시야를 확보한 소녀가 비척비척 걸음을 옮긴다. 분명 곧은 길임에도 소녀는 쭉 나아가지 못한 채 자꾸만 좌우로 몸이 흔들린다. 왼쪽, 오른쪽, 다시 왼쪽으로 기울어지는 어깨를 따라 품에 안긴 상자도 움직이길 반복한다.
"아~~~ 아....."
덥다. 무겁다. 귀찮다. 하고 싶은 말은 잔뜩이었으나 문장으로 만들어 입밖으로 내는 것조차 여의치 않았다. 그러기에는 걷는 것만으로 이미 에너지를 잔뜩 소비하고 있기 때문이다. 한 음으로 길게 이어지던 목소리는 곧 얼굴마저 짐을 지탱하는데 사용하느라 상자에 묻혀 사라진다.
그렇게 끝나지 않을 것 같던 여정도 곧 나타난 익숙한 건물 덕에 고지가 보이는듯 하다. 느릿하지만 분명 이전보단 빨라진 걸음으로 카페의 문 앞에 도달한 소녀는... 금세 또 난관을 만났다. 양팔로 상자를 안은 채로는 평소처럼 문을 열 수가 없다. 내려놓거나, 어깨에 힘을 주거나. 두 가지 선택지가 앞에 놓인 소녀의 결정은.
손님이 하나둘 찾아오는 시간대. 카나타는 카페에서 부모님을 도우면서 일을 하고 있었다. 사실 일이라고 하더라도 거창한 것은 아니고, 청소를 하거나 정리를 하거나, 쉬어야 할 것 같은 고양이나 개를 안으로 들이거나 카페 규칙을 어기고 험하게 고양이와 강아지를 대하는 이들에게 주의를 주는 정도의 일이었다. 그러는 와중, 갑자기 손님이 드나드는 정규 루트가 아니라 배달품을 받거나 아르바이트생들이 드나드는 뒷문에서 자신을 부르는 목소리가 들려왔다. 카나타! 카나타! 문! 무운! 그 목소리의 주인공을 카나타는 아주 잘 알고 있었다. 그리고 강아지들 중에서는 그 목소리를 알아듣고 꼬리를 살랑살랑 흔들면서 벌써부터 뒷문으로 이동하려는 이들도 있었다.
"안돼."
강아지들이 뒷문으로 오지 못하도록 유리문을 확실하게 닫은 후, 카나타는 뒷문으로 향했다. 그리고 문을 열자 품에 상자를 안고 있는 제 소꿉친구인 코하네의 모습이 그의 눈에 들어왔다. 이어 그는 일단 능숙하게 상자를 받은 후에 코하네를 바라보며 이야기했다.
"안녕. 코하네. 네가 배달왔구나."
다른 이들보다는 조금 더 밝은 미소가 그의 입가에 녹아내렸다. 동갑 소꿉친구였기에 어떻게 보면 츠키보다 조금 더 편한 상대. 하지만 조금은 걱정이 되기도 하는 존재. 그녀를 바라보며 그는 잠시 생각을 하다가 입을 열었다.
"잠깐 들어가서 쉬다가 갈래? ...카페에 들어가서 애들이랑 놀아도 되고, 그냥 음료만 먹고 바로 가도 상관없고."
어느 쪽이건 편한대로 해도 좋다는 듯, 카나타는 들어올거면 들어오라는 듯이 그렇게 말을 남기고 일단 문 쪽으로 들어갔다. 안고 있는 짐을 내려놓기 위함이었다.
가리가리군 하나로도 만족하고 아무런 불만 없는 마이지만, 손님들 중에 가리가리군을 싫어하는 사람이 있다면 그것은 큰 문제이다. 입에 남은 가리가리군 막대를 이빨로 잘근잘근 씹으며 생각해 보지만, 역시 돈이 없다. 반쯤 녹은 가리가리군을 반품할 수도 없으니, 나중에 부모님께 말씀드려야지..
하나요가 편지를 들고 우물쭈물하는 모습을 보며 고개를 갸웃거리는 마이. 아주 예전에는 자신과 비슷한 반응이라며 좋아했지만 이제는 그렇지 않음을 잘 알고 있다. 그야, 하나짱은 이렇게나 착실하게 다음을 입에 담는걸.
"그렇구나, 기쁘네. 고마워 하나짱."
양 손으로 편지를 받고는 이리 저리 살펴본다. 편지, 언제 받아도 기쁩니다. 편지를 써줄 정도라면 그 정도로 마이를 생각해 줬다는 의미니까. 마이는 그 자리에서 편지봉투를 뜯고 그 내용(>>407)을 찬찬히 살피었다.
"...대단하네."
부끄러움이 많으면서, 자신의 마음에 솔직하게 이렇게 부딪히는 것은 정말로. 선 체로 그 편지를 읽다가 화사하게 웃으며 고개를 끄덕인다.
들어갈래. 그리고 쉬고, 놀고, 마실 거야. 라고 답하고 싶었지만 여전히 에너지가 바닥을 친다. 운동이라곤 숨쉬기밖에 하지 않는 소녀에게 도보 배달이란 퍽 고된 노동이었다. 품에 안고 있던 상자가 없어졌음에도 여전히 흔들리는 발걸음으로 천천히 안으로 들어선다. 바깥과는 온도부터가 다르다.
"시원하네~ 완전 시원하다~ 카나타는 좋았겠다~"
나는 짐 들고 오느라 힘들었다! 라는 걸 다소 유치하게 티를 내며 소녀는 당신을 뒤따른다. 그러다가 검지 하나 들어 툭툭 가벼운 힘으로 상자를 친다.
"있잖아. 이거 말이야. 안에 뭐 들었어? 완전- 완전 무거웠다구."
사실 주문한 물건이야 잡화점에서 출발 전 확인할 수 있었겠지만, 굳이 그럴 필요성을 느끼지 못했다. 그야 와서 물어보는 게 더 편하기 때문이다. 툭툭. 불규칙적으로 상자를 건드리던 손가락이 멈춘 건 앞에 유리문이 나오고서였다.
황색의 달은 때가 차면 다시 만월로 돌아가 기울고 차는 것을 마음대로 할 수 있겠으나, 스즈네의 앞에 놓인 파란 신월은 때가 기울어도 차도 신월 그대로일 모양이다. 그림자에 가리워진 것이 아니라 그 모양대로 뜯겨나간 것이기에. ...그 상처를 드러내어보이고 싶지 않다. 달이 있을 자리에 가리워서 보이지 않아야 할 별들이 반짝이는 모습이, 궁금한 걸까, 당신은.
여전히 소년을 물릴 생각도 소년에게서 멀어질 생각도 없이 그 거리에서 가만히 자신을 보고 있는 스즈네와, 두 사람 사이를 맴돌며 마치 무언가 읽어냈다는 듯 주인에게 무어라 강변하고 있는 링링. 그리고 가만히 입을 다물고 선 채로, 두 사람을 목도하고 있는 차가운 소년. 그리고 결국 스즈네는, 다시금 한번 그 비틀어진 달에게 손을 내밀었다.
"...미안합니다만."
그러나, 너무 지나치게 올곧게 내밀었다.
"말할 수 없어요."
피하지 않고 정면으로 향한 태도에, 미카즈키는 공을 스트라이크 존 밖으로 철저하게 뺐다. 말할 수 있다면 그것을 두려워하지도 않았다. 아니 그것을 말할 용기가, 그것을 말할 강인함이 있었더라면 그 두려움을 떠안을 일이 애초에 없었겠지. 그래서 스트라이크 존을 정면으로 가로막는 스즈네의 스윙은 헛스윙이 되어버리고 말았다.
"여기, 할아버지께서 맡기신 찻값입니다."
모처럼 선심을 써서 내민 두 손에 마주 내밀어져온 것은, 얼음장같은 손이 아니라 온도 없는 봉투였다.
내가 무슨 염치로, 무엇을 믿고 당신의 온기를 거머쥘 수 있을까. 분에 넘치는 것을, 그러므로 다시 떠나갈 것을. 고통은 두렵지 않으나 상실의 여지는 두렵다. 망가진 것을 보는 것이 그리 유쾌한 일도 아닐 것이요, 누구한테 그렇게 세세히 구경시켜주고 싶은 생각도 없다. 얼어붙은 대지는 일순간 스쳐갈 태양빛 정도가 아니라 봄을 바란다. 이 대지를 위한 봄을 생면부지인 사람에게 기대할 염치 따위 없다. 그러니 내 마음 속에 함부로 손가락을 집어넣으려 들지 말았으면 한다.
안에 들어오다는 것이겠지. 그렇게 이야기를 하며 카나타는 어서 안으로 들어오라는 듯이 손짓했다. 안으로 들어오면 시원한 에어컨 바람은 물론이고 유리문 너머로 수많은 강아지와 고양이, 그리고 손님이 꽤 있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을 것이다. 어머. 코하네. 어서 오렴. 그의 어머니는 코하네를 바라보면서 반갑게 맞이했다.
"...확실히 시원해. 오늘도 강아지와 고양이들이 잘 지내서 좋아."
행복의 기준이 마치 고양이와 강아지에게 있다는 듯이 그는 유리벽 너머의 고양이와 강아지들을 하나하나 확인했다. 그렇게 바라보는 그의 눈동자에선 그야말로 꿀이 뚝뚝 떨어졌다. 너무나 귀여워서 죽을 것 같은 눈빛. 사랑스러움이 가득한 눈빛. 그 눈빛을 숨기지 않고 그대로 보이다가 그는 살며시 표정을 원래대로 돌리며 코하네를 바라보면서 물음에 대답했다.
"글쎄. 주문은 아빠와 엄마가 하니까. 하지만 사료나 새로운 장난감이나 고양이 강아지 간식일 것 같은데. ...고생했어."
상자의 무게가 제법 되는 것은 자신 역시 상자를 들어봤기에 충분히 알 수 있었다. 이 애가 이걸 들고 여기까지 왔으면 확실히 고생한 것이 맞지. 그렇게 생각하며 카나타는 유리문을 열고 들어가라는 듯, 그녀를 바라봤다.
"...실제로도 푹신하지만 쿠션처럼 쓰지 마. 어쨌든 자리에 앉아서 기다려. 음료 만들어줄테니까."
뭐 마실거야? 그렇게 물어보면서 그는 그녀의 대답을 기다렸다. 아마 알려주면 직접 제조를 들어갔을 것이다. 그와는 별개로 골든 리트리버인 골든은 꼬리를 살랑살랑 흔들면서 안으로 들어오려고 했다. 정확히는 코하네를 향해서지만. 하지만 카나타는 안된다는 의미로 고개를 도리도리 저었고, 골든은 축 쳐진 표정으로 깨앵... 소리를 내며 뒤로 물러섰다.
"...이 안은 들어오면 안돼. 음식을 취급하니까. ...그러니까 너도 이 안으로 들어오게 하면 안돼. 개나 고양이들."
어깨는 가볍고 코끝엔 카페 특유의 은은한 향이 맴돈다. 전신을 휘감는 시원함을 만끽하며 소녀는 양팔을 벌린다. 주변의 시선은 아랑곳하지 않는다. 그러다 안녕하세요. 또 배달왔어요. 이외 잡다한 문장 몇 개 덧붙이며 아주머니를 향해 손 흔들며 인사한다.
"있잖아~ 그렇게 좋아?"
당신이 고양이와 강아지를 바라보는 동안 소녀는 그런 당신을 관찰했다. 귀여운 생물이라면 저 또한 좋아한다 자부하지만 당신에 비하면 결코 닿지 않으리라 싶었다. 언젠가는 그렇게까지 좋아할 수 있다는 게 신기했던 것 같으나 지금은 당연하게 여겨졌다. 저런 게 카나타니까. 하지만 그렇다고 언급하지 말자는 의미는 아니었다.
"으응? 쿠션~? 그냥 귀여워서 않아주는 거 뿐이라구~ 얘들이 가까이 오는 걸 밀어낼 순 없잖아~"
실로 제 자신을 잘 알아주는 소꿉친구를 두었다. 정곡을 찌르는 단어 선택에 모르쇠하며 유리문에 찰싹 달라붙는다. 너머에는 온통 머리부터 발끝까지 푹신해 보이는 아이들 투성이다. 그리고 푹신함은 귀여움의 척도이다.
그녀의 물음에 그는 즉각적으로 대답했다. 강아지가 좋고 고양이가 좋았다. 더 나아가 동물이 좋았다. 신도 여우신인 이나리 신이 제일 좋았다. 물론 여우는 어디까지나 사도에 지나지 않는다는 말도 있지만, 아무렴 어떤가. 여우이건, 여우를 부리는 신이건 중요한 것은 '여우'와 연관이 있다는 것이 아니겠는가. 그렇게 생각을 하는 카나타의 입가에 미소가 조용히 번졌다.
"그 정도면 괜찮아. 가끔 베개처럼 쓰려고 하는 이들도 있어서."
물론 그런 일이 실제로 일어나면 대판 난리가 났다. 자신은 물론이고 카페를 운영하는 제 부모님도 절대로 가만히 있지 않았다. 알바생에게도 그런 케이스가 보이면 무조건 내쫓으려고 지시를 한만큼 동물을 베개처럼 쓰는 이들은 이 카페에선 절대로 용납하지 않았다. 그리고 카나타는 코하네가 그러지 않을 것이라는 것은 아주 잘 알고 있었다.
"알았어. 메론 소다 만들어줄게."
여름에 가장 잘 팔리는 음료였기에 그 정도는 카나타도 충분히 만들 수 있었다. 이어 그는 손을 풀더니 음료를 제작하기 시작했다. 물론 음료를 제작할 땐 음료에 집중해야 했기에 코하네가 지금 뭘 하고 있는지는 알 수 없었다. 하지만 그녀의 목소리는 분명히 들었다.
"코하네라면 산책까진 괜찮지만, 데리고 가는 것은 안돼. 우리 고양이와 강아지야."
절대로 안된다는 듯이 그는 고개를 도리도리 저었다. 그리고 메론 소다를 완성한 후에, 얼음을 3개 띄웠고, 빨대까지 꽂은 후에 그는 그녀에게 다가갔다. 그리고 그에게 메론 소다를 내밀었다.
"주문한 메론 소다야. 값은 배달한다고 수고했으니 안 받을게."
이어 그는 그녀가 앉은 자리의 맞은편 자리에 앉았다. 아주 자연스럽게 쉬는 시간을 챙기면서 그는 그녀에게 말했다.
그림자가 드리운 스즈네가 두 팔을 앞으로 드니 언뜻 음영을 안은 것 같은 형상이 된다. 그대로 실체 없는 그림자에 현실감이 드리워졌다면 더할 나위 없었을 것이나 현실은 그리 녹록치 않았다. 부드러이 내민 손에 얹혀진 것은 밋밋하고 파삭한 돈봉투 뿐이었다. 스즈네의 손이 공손히 봉투를 받아드는 것을 본 링링이가 애웅. 작게 울었다.
"응. 그러네."
의미를 알 수 없는 소리 뒤에는 마찬가지인 중얼거림이 뒤를 잇는다. 링링이는 스즈네의 반응을 보고 슥 일어나더니 복도 안쪽으로 종종 걸어 사라졌다. 그 모습을 바라보며 살풋 기울인 스즈네의 얼굴은 여전히 웃고 있었으나 구불진 머리카락이 마찬가지로 구불거리는 그림자를 일순 드리우고 멀어진다.
스즈네는 그 이상의 권유도 되물음도 하지 않았다. 바깥에서와 마찬가지로 스스로 생각하는 회갈색 눈동자가 두어번 깜빡일 뿐이었다.
이내, 봉투를 거둬들인 스즈네의 손은 조금 전과 같이 다소곳이 명치 언저리에 모아졌다. 그 때에서야 뒤로 한 걸음, 집 안으로 향하는 복도로 내딛어졌다. 햇살과 그림자 모두에게서 멀어진 스즈네가 웃는 얼굴로 미카즈키를 향해 말했다.
"찻잎이랑~ 가져올게~ 조금 걸리니까~ 앉아서 기다리고 있어~"
그리고 돌아서 안 쪽으로 들어가는 스즈네와 교대하듯 링링이가 돌아왔다. 밋밋한 사각 방석을 하나 물고 말이다.
"우웅."
링링이는 방석을 현관 가장자리에 놓고 미카즈키를 바라보았다. 앞발로 툭툭 두드리며 짧게 소리를 내는 것이 기다리는 동안 여기 앉으라는 의미 같다. 그 권유 아닌 권유에 응해 방석에 앉으면, 링링이는 다시 미카즈키의 무릎을 차지할 셈이었다. 과연 링링이의 속셈대로 되었을까.
미카즈키가 남겨진 키리야마 가의 현관엔 별다른 변화가 없었다. 활짝 열린 문은 그대로. 문 밖의 타는 듯한 햇살도 그대로. 굳이 그 아름드리 나무 아래와 다른 점을 찾자면 여긴 실내이고 그늘이 드리워도 뜨끈한 벤치보다는 앉는 감이 좀 더 낫다 일까. 문득 열린 문 밖으로 미지근한 바람이 한 차례 지나갔다. 집 안의 어딘가에서 차라라랑. 풍령 소리 여럿 울리니 마치 웃는 소리 같다.
차라라랑... 차라라랑...
연달은 유리울림이 서서히 멎어갈 쯤. 긴 복도의 끄트머리에서부터 타박타박 걸어오는 발소리 있다. 돌아보거든 양 손으로 뭔가를 받쳐 든 하얀 형상이 나폴나폴 걸어온다. 형상은 곧 사람의 형태가 되고 복도의 절반을 넘어오자 얼굴의 미소도 희미하게 보인다. 이윽고 그 인형이, 스즈네가 현관 앞에 섰을 때, 하나로 말끔히 올려묶은 머리와 가디건 없이 드러난 흰 팔과 여린 어깨가 유달리 눈에 띈다. 그 팔이 곧게 뻗어 들고 온 종이 가방을 미카즈키에게 내밀었다.
"대금만큼의 찻잎이랑~ 오늘 대접하려고 했던 화과자 넣었어~ 이번에 신작 양갱이랑 도라야끼 가져와서~ 잇치 할부지랑 먹으려구 했던 거라서~"
찻잎 외의 것들에 대한 설명과 함께 건네주었을 종이 가방엔 작은 보온병도 하나 있었다.
"그리구~ 나아 이제부터 차밭에 가야해서~ 대접할 시간이 없어서 차는 따로 담았어~ 지그음 가서~ 할부지랑 같이~ 화과자랑 먹으면 딱일 거야~"
스즈네의 말은 미카즈키가 차를 거절한 것이 아닌 스즈네의 예고 없는 외출로 인해 대접을 하지 못 한 것, 이었다. 이대로 돌아가 왜 벌써 왔느냐는 질문을 듣게 되거든 써먹으라는 듯이. 그 의미는 명확했으나 스즈네가 거기까지 말하진 않았다. 그리 쓸 것인지 아닌지는 미카즈키에게 맡긴 듯이. 실내임에도 땀방울 살짝 맺힌 발갛게 익은 얼굴로 웃으면서 말이다.
하나 힌트를 주자면... 미카는 어장관리당하는 걸 순애라고 믿고 있다가 최악의 형태로 차인 끝에 상당한 인간불신에 빠져있어서, 한번에 훅 들어오지 않고 애매한 거리를 오가는 사람들에 대한 경계심이 극단화되어있는 상태야. 스즈네의 구름같은 태도가 그 경계심을 내내 자극하고 있었고. 경계심을 풀어주려면 자기 자신을 명확하게 정의해주는 게 필요하달까...
>>513 혹시 몰라 tmi 겸 지뢰 표시까지 하나 하자면 네가 행복하길 바라- 같은 두루뭉실한 이야길 더 하면 미카가 당신 정말 무책임하네. 하고 호감도가 확 깎이므로 주의.. 여기서 잘 풀리면 미카가 온 김에 일을 좀 도와드려도 될까요, 하고 태도를 바꿀 수도 있습니다
실컷 아는척 해놓고 똑같이 매워하면 우스워 보일까 옆으로 고개를 돌려 돌아갈것 같은 눈을 하고선 ‘■라 맵다..’ 라는 말을 억지로 삼켜냈다. 제법 손질된 것들을 벅벅 문질러 껍질을 벗겨내며 곁눈질로 옆을 힐끔 쳐다본다. 생각 없이 데려오긴 했지만 이 맹한 애를 가게까지 끌고 와선 이러고 있는거 아버지한테 들키면 그날로 날 잡는거다. 그것도 그런데다 보기보다 나름 진지하게 하는 것 같아서 이제 충분하다고. 손짓을 한다.
“야야. 됐어. 됐어. 그렇게 진심으로 일해버리면 내가 나쁜놈 같잖냐~”
하란다고 다 해버리긴. 어쩜 사람이 이렇게 한결같냐? 한쪽 코를 가볍게 훌쩍이며 ‘제발 좀 쉬세요-’란 표정을 지었다. 말은 그래도 어렸을때 엄청 괴롭히긴 했지. 유치하게 나뭇가지에 오동통하게 살 오른 송충이를 올려놓고 ‘에비-’ 콧잔등까지 들이민다거나. 아까처럼 물가에 앉아 있을때면 등을 떠밀어서 빠뜨려버렸을테니. 생강이 가득 담긴 채반 위로 쏴아아 떨어지는 물줄기를 바라보며 잠시 옛 생각에 잠겼다.
“요즘도 귀찮게 구는 애들 있어?”
채반 위로 둥둥 떠다니는 껍질들을 치워내고 남은 자잘한 것들을 깎아낸다. 복학하고나서 마이를 처음 봤을땐 나름 잘 지내고 있는 것 같다고 생각했는데. 게중에는 은근히 뒷담하는 녀석들이 있어서. 따로 불러내 복도바닥하고 키갈 한번 찐하게 해보고 싶냐고. 차근히 이야기를 했었지. 이렇게 말하는것도 좀 웃기긴한데. 안해주면 예전처럼 계속 당하고만 있을것 같아서. 참견해버렸던 적이 있다.
하여간 손이 많이 가는 고양이다. 이미 밴드까지 붙여 놓고서는 여전히 칭얼대는 거 하며. 그와중에 그 얼룩진 공이 어디까지 도망갔을까 누가 벌써 주워가진 않았을까 슬 초조해지는 와중에 미카즈키가 ‘간식’ 이야기를 꺼내자 그제서야 삐죽했던 눈꼬리가 완만해졌다. 아니, 그렇다고해서 미카즈키에게 안겨 치료까지 받아놓고 염치없이 마실 것까지 바랬던 것은 아니고. 그냥 그 커다랗고 파란 아이스박스 안에 뭐가 그리 잔뜩 들었는지 예전부터 궁금했는걸. ... 이제까지의 요량으로 살펴보자면 ‘필요없어’ 라며 새초롬하게 거절할 것 같더니 오히려 한결 얌전해진 마시로는 입술을 안으로 말아 꼭 숨겨놓고 고로롱 거리는 표정을 참았다.
치료해주던 미카즈키의 손이 일순간 멈췄듯 당연히 알고 있어야 할 것을 놓치고 있다는 기시감에 찔린 마시로 역시 여유가 흐르던 표정이 굳어졌다. 알려줬었다고? 하지만, 하지만... 미카라는 이름은 보통 여자 아이가 더 많이.... ..... 어라?
-너, 이름이 뭐야 - ? -■■ ! ! !
마치 오늘과 같이 작열하는 뜨거운 태양 아래, 귀를 어지르는 매미소리와 아이들의 행복한 웃음소리가 소란스러웠던 날. 벌어진 거리만큼 입가에 손을 마주 모아 서로 있는 힘껏 목청을 질렀던. 결국 아쉽게도 여름의 소리에 파묻혀 소녀의 이름을 듣지 못했지만 무척이나 귀여운 두 글자였던 것 같다. 그래, 그 입모양과 어조는 마치 ‘미카’ 정도라면 알맞으려나. 기시감의 정체가 성별이었다는 것이 드러나자 머리 위 전구가 반짝 켜진 듯한 마시로의 고장난 외마디가 툭 튄다.
“으에?”
그 추억 속에 조그마하여 따스하고 귀여웠던 소녀가 성장하여 어마무시한 소년이 된 거지. ... 마침내 퍼즐같았던 기억의 조각이 맞춰지고 가려졌던 안개가 걷힌 마시로는 버튼이라도 눌린 듯 ‘딸꾹’ 소리를 낸다. 그게 성별 다른 타 인물이 아니라 동일인이었다는, 거.... 동그래진 눈으로 당황한 기색을 숨길 수 없었지만 ‘너 남자였어?’ 같은 예의상실 한 말은 뱉지 않았다. 그저 충격에 딸꾹질로 몸이 이따금씩 들썩 거렸지.
온기 어린 두 손으로 서늘한 볼을 마주잡고 집중하는 치켜 뜬 눈으로 메마른 얼굴을 빤히 살핀다. 숨길 수 없는 가르마와 곱슬기, 조금 바래긴 했어도 어쨌든 옆집 고양이 체셔와 달리 절대 흔치 않은 눈동자 고유의 색. 야구부라는 게 믿기지 않을 정도로 하이얀 피부하며 무정하며 무구하게 뜬 눈까지. 아 그러고보니 그때도 나는 피부를 간질이는 조심스러운 손길 속에서도 네 속눈썹을 세었었는데. 와-. 무의식의 작은 감탄이 새어나오고,
“꼭 다시 보고 싶었는데.”
마시로는 오늘 아래 가장 환하게 웃으며 미카의 볼을 손으로 부비적 뭉개어 우스운 얼굴로 만들려했다.
같이 나눠 먹자는 말에 눈을 빛내며 잠시 자신이 먹고 싶은 아이스크림을 상상해보는 마이. 하지만, 방금 가리가리군을 먹고 난 직후여서 그런가 지금 당장 생각나는 아이스크림은 없었다. 오히려 지금 이렇게 늘어져 있는 것이 더 좋아. 아이스크림은 한 번에 너무 많이 먹으면 배탈나니까.
"더웠겠다..."
안쓰러운 얼굴로 하나요를 바라보다 에어컨을 보았다. 리모콘, 리모콘이 어디있지- 하며 여기저기 돌아다닌 끝에 마이는 사무실 안내 데스크 안 쪽에 위치한 것을 찾아 하나요에게 건냈다. 더울 테니, 온도와 풍량을 조절하라는 의미였다.
"그렇네- 편지에도 부끄러움 많다고 적어뒀으니까 말이야."
마이는 고개를 끄덕이며 펜과 종이를 찾았다. 사무실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볼펜과 A4페이퍼. 귀여운 편지지와 봉투는 가지고 있지 않기 때문에 편지를 쓰기 위해서는 이것이 최선이었다. 시내로 가서 사오는 방법도 있지만, 그랬다가는 카렌짱이 너무 오래 기다리고야 말 테니까.
"답장...."
테이블 위에 종이와 펜을 두고 나서 잠시 그것을 뚫어져라 바라보았다. 작문에 자신 있는 편은 아니었으니까. 어떤 식으로 답장을 해야 할지 잘 모르겠다.
안녕하세요, 미야마 마이입니다. 라는 첫 줄을 쓰고는 눈만 깜빡이다 하나요를 바라본다. 도움을 바라는 눈길이다.
뜨악하는 표정. 얼굴을 돌리는 타케루를 보다가 생강을 내려다본다. 엄청 많은데... 하고 혼자 입술을 쌜죽거리고는 소매로 눈가에 묻은 눈물을 닦고 한 조각을 더 입에 넣었다. 매우니까 입 안에만 물고 있다가 아주 아주 천천히 그것을 씹기 시작했다. 다 먹지는 못 할 것 같은데... 집에 가져가서 먹어도 되나?
이윽고 타케루가 됐다는 소리를 들은 마이는 고민을 멈추고는 다시 생강을 조각내기 시작했다. 울망울망한 눈 너머로는 타케루의 표정이 잘 보이지 않았기 때문에 무슨 표정으로 그런 말을 했는지는 모른다. 아니, 안다고 해도 별 차이는 없었을지 모른다.
"응? 에- 잘 모르겠는데."
예전에도 그렇고 지금도 그렇고, 저런 이야기를 종종 듣고는 한다. 그 순간마다 마이의 대답은 일관되게 "잘 모르겠다" 였다. 있는거야? 하고 되물으며 마이는 계속 생강을 따고 있었다.
소 되새김질 하듯 움직이는 뺨에 사각사각 다듬는 소리가 잠시 멈췄다. 설마 했는데. 그냥 할말 없어서 던진 말을 곧이곧대로 받아들인건가. 기가막혀서 이빨에 낀 생강을 옆으로 뱉어내고 어이 없는 표정으로 마이를 빤히 쳐다본다. 남자애였으면 강제로 입을 벌려서라도 입속에 물린 것들을 다 빼냈을텐데. 차마 그러진 못하고.
“와아, 대단하다 대단해.. 너 진심 레전드네. 내가 학교 옥상에서 뛰어내리라면 진짜로 뛰어내릴래?”
너 다 먹으라는 말은 잘 들으면서 왜 손은 더 바빠지는지. 하나 일관성 없는 모습에 답답함이 쭈욱 몰려온다. 얘는 진짜구나. 아니면 변한건 내쪽인가. 살짝 헷갈려서 정신없이 쏟아지는 물줄기를 닫아버렸다.
“됐다 됐어. 에렐레레!! 스답스답- 안해도 돼. 아부지 보시면 나 진짜 죽어.”
어떤 질문을 밀어넣어도 돌아오는건 매앵~한 대답일테니. 빠르게 포기해버렸다. 그보다 일거리에 더 딥하게 빠져들기 전에 그 멍한 사고를 뜰채로 던져내듯 조리대에 뒤죽박죽 쌓인 생강 무더기를 옆으로 와르르 쏟아버리듯이 다 빼앗으려고 한다.
"낸 모르겠다. 포수가 와 있는 긴지. 평생 팔 휘두를 궤적의 절반을 공 던지는 데 쓰는 아들 공을 잡아내고, 필드 위에서 가장 시야 좋은 데에 있다꼬 코치랑 선수들 사이에서 제일 골머리 앓고, 상대 타자 자세를 유심히 지켜보면서 필드 위에 선수들이 어느 자리에 있는지도 놓치지 말아야 하고, 투수랑 같이 머리 짜내가면서 볼 조합을 짜도... 결국 사람들이 기억해주는 건 투수다 아이가...?"
"저기. 그거 알아?"
"뭐 말인데."
"관객석 사람들은 투수만 기억할지 몰라. 하지만 그 투수들이 기억하는 건, 다른 누구도 아니고 포수야."
"...!"
"마츠다가 누굴 믿고 공을 던질 것 같아? 내야수? 외야수? 물론 걔들도 믿겠지. 하지만 가장 처음 믿는 건 포수야. 몸쪽 딱 채운 강속구도 포수 미트에 꽂혀야 스트라이크인걸."
"......"
"누군가의 눈에 띄고 싶다. 기억에 남고 싶다. 응, 괜찮아. 그래도 돼. 적절한 동기야."
"..."
"그러니까, 투수들이 가장 많이 바라보고 가장 뚜렷하게 기억하는 건 포수라는 걸 알아뒀으면 해."
하나요의 눈에 마이는 어떤 것을 먹을까 고민하는 것이 빤히 보입니다. 그 모습이 귀엽게도 보여서 입가를 가리고 후후, 웃습니다. 막상 마이와 같이 먹으러 갈 때가 되면, 그리고 마이가 선택을 어려워한다면 하나요가 맛있는 아이스크림을 추천해줄 수도 있을 것입니다.
"잠깐 기다린 것뿐이니까 괜찮았어~"
미안하게 생각 말라며 손을 내젓습니다. 기다리면서 다른 가정집에서 흔들리는 풍경의 소리, 그늘에 앉아 쉬는 고양이 같이 여름의 정취를 느끼는 것이 즐거웠다고 하나요는 생각했습니다. 리모콘을 건네받은 하나요는 고마워- 말한 뒤에 22도로 온도를 맞춥니다. 아무래도 너무 추우면, 마이도 하나요도 감기걸리기 쉬울 것입니다.
A4종이에 펜으로 글씨를 적는 마이를, 응원하는 눈으로 바라봅니다. 하지만 마이가 종이에서 하나요로 눈의 화제를 옮겨오자, 조금 당황한 듯합니다.
-나?
소리없이 자신의 가슴을 가리키고 입을 뻐끔거립니다.
"에... 마이 쨩, 혹시 편지 쓰기가 어려워?"
입가를 가리고 슬금슬금 마이의 곁으로 옵니다.
"뭐랄까, 도와달라는 듯이 보여도 마이 쨩에게 온 편지인걸~ 하나요는 도와줄 수가 없는걸~??"
미안한 듯 곤란한 듯한 표정을 합니다. 으음- 소리를 내며 검지손가락을 턱끝에 대고서 고민합니다.
"하나요, 이토바야시 양에게 마이 쨩에 대해 자세히 알려준 건 아니니까, 소개라도 간단하게 하면 좋을 것 같고~ 그 외엔 마이 쨩의 기분이나 느낌을 전하면 좋다고 생각하는데~"
고개를 끄덕이며 며칠 전 이야기를 들려주는 마이. 길을 가고 있는데, 카나타가 골든을 산책중이여서 만나서 이야기를 잠깐 했다- 정도의 이야기지만, 남에게서 자신의 이야기가 들려왔다는 것을 신경쓰는 친구들도 있었으니까.
리모콘을 넘겨주고, 온도를 조절 한 것을 본 마이는 고개를 끄덕이며 조금 더 우렁차게 소리를 내는 에어컨을 잠시 멍하게 바라보았다. 예전에 저 에어컨 작동을 안 해서 며칠 고생했었지. 이번 여름은 잘 버텨주길 바라며 잠시 눈을 감고 합장하여 기도를 올린다. 누구에게? 아마.. 에어컨의 신님...?
"그렇구나, 역시 하나짱이야."
편지 쓰기 어렵냐는 질문에 어떻게 알았냐는 듯 눈을 크게 뜨다가 다시 고개를 끄덕이고, 잠자코 하나요가 하는 말을 들었다. 왼 쪽에는 이토바야시 카렌이 써준 편지지를 펼쳐두고, 오른쪽에는 다시 빈 A4용지를 둔다. 자기소개나, 기분...
"으음-"
펜을 잡은 마이는 편지를 이어 쓴다. 하나요에게 의지만 있다면 들여다 볼 수 있을 것이고, 그런다 해도 제지하지 않을 것이다.
『안녕하세요, 미야마 마이입니다.
저는 이토바야시에 대해서 잘 모릅니다. 어쩌면 얼굴을 보았을지도 모르겠어요.
부끄러움이 많다고 들어서, 답변은 편지로 쓸게요!
저는 미야마 마이입니다.
쿠레비호 근처 캠핑장에 살아요.
저는 숲을 산책하거나, 친구들과 놀거나, 이런 저런 동식물을 보고 잡는 것을 잘 해요.
여자아이인 것이 어째서 괜찮은지 물어보는 일인지는 모르겠지만 저는 여자 친구들도 많아요.
편지를 써 줘서 정말 기뻤습니다. 저는 편지 받는 것을 좋아해요. 다음 연락이 직접 만나서 일어날지, 아니면 편지가 될 지는 모르겠지만 기대하고 있겠습니다.』
시선은 껍질 까는 쪽에. 목소리가 향하는 방향은 마이에게로. 아무리 운동에 미쳐 살았다지만 처참한 수준인 질문이다. 혹시나 이 단순한 아이를 모르는 사람이라면 상대를 무시하는게 아닐까 싶을 정도로.
“소다나 마저 마시고 가든가!! ..여기 오래 서있으면 교복에 간장 냄새 배겨.”
그런 것까지 나한테 물어보냐고- 으르렁거리며 손에 잡힌 생강을 못살게 군다. 각종 식재료나 조미료로 잔뜩인 한두평 정도 협소한 부엌에 오래 있어봐야 좋을거 없다고. 상냥함과는 거리가 먼 ‘훠이훠이~’ 손짓까지. 방금전까지 마이에게 변한게 하나도 없다고 흉을 봐놓곤 자기도 똑같다.
“그렇게 뭐라도 도와주고 싶다면. 야, 미야마. 너 먹을거 좋아해?” “이거. 새로운 메뉴에 넣을건데. 제대로 해본건 이번이 처음이라. 사실 나도 맛보기가 두렵거든. ...해볼래?”
말 중간에 손에 묻은 물기를 털어내고 냉장고 아래 놓인 작은 옹기를 조리대 옆 작은 테이블에 내려놓는다. 열린 뚜껑 안으로 빨갛게 절인 김장김치가 꾹꾹 눌려담겨있다. 몇 블록 건너 나루카미씨네한테 어깨 너머 배워둔걸 이제야 꺼내본다. 알려주신 레시피대로 해보긴 했는데. 알고 있던 것보다 훨씬 진한 색감이라. 도저히 맛볼 엄두가 안난다.
"우리 고등학교 여름 축제 있잖아, 그거 도와주는거래. 자세히는 뭐 하는지 나도 잘 몰라서 카나타한테 물어봤어."
타케루의 질문에도 미야마 마이는 큰 반응 대신 조곤조곤 자신이 알고 있는 사실을 이야기 했다. 문제는 그 알고 있는 부분도 많이 적다는 점에 있었지만, 아예 모르고 있는 타케루에게는 도움이 되었을지도.
"에- 아! 맞아 메론소-다-"
정확히 두 입 마시고 후다닥 뛰어왔음을 기억해냈다. 타케루가 손을 휘적거리기 무섭게 부엌에서 총총걸음으로 나가 메론소다 앞에 다시 앉았다. 아직 보글보글거리는 소리가 들려오고 있다는 사실에 만족하며, 수분이 응결된 차가운 유리를 검지로 톡 건드리고는 한참을 그러고 있었다.
"먹을거 좋아해. 뭔데?"
자리에서 일어나 발꿈치까지 들어서 타케루가 무엇을 준비하고 있는지 바라보려 노력중이다. 그리고 그 빨간 김치가 눈 앞에 내오자 마이는 우선 눈을 감고 킁 킁 냄새를 맡았다. 젓갈냄새. 마늘, 그리고 알 수 없는 것들도 잔뜩. 최근 먹은 빨간 녀석은 시푸드 보일과 마라롱샤였는데 둘 모두 맛있다고 이야기 할 수는 없는 상태였기에 마이는 조심스레 젓가락을 들었다. 얼굴을 들이밀고 애벌레라도 되는 듯 콕 하고 찔러보았다가 입 안으로 들어가 씹었다. 잠시 우물거리고, 삼킨 다음, 메론소다를 잔뜩 마셨다.
마이의 반응에 귀신 들린것처럼 얼른 뚜껑을 닫아버렸다. 코앞이라서 그런지 바로 냄새가 훅 올라와버려서. 요즘 다른 도시 이자카야에선 이런 제대로된 한국풍 요리들이 인기가 높아지고들 있다니까. 한번 도전해볼까 했는데 역시 무린가. 돈테키나 고명 마늘 정도는 정말 맛있게 먹어줄 수 있겠는데. 아무리 맛도리라지만 나에게는 아직 너무나 머나먼 레벨이구나. 싶었다.
“이건 저리 치우고. 축제, 나 그거 포스터 봤는데. 세이야랑 1학년에 그 눈 동글동글한 여자애. 맞나? 둘이 축제 홍보 때리는거. 아아. 엄청난 일 맡아버렸네. 그거 뭔가 엄청 복잡해 보이던데. 축제 관리하는 애들. 근데 호시노도 그 집행부인가 뭔가 하는거야?”
외주 맡겼나 싶을 정도로 잘 만들었는데. 고교생 작품이라면. 만약 그게 나라면. 당장 학교따위 때려치우고 바로 광고회사나 취칙했을거다. 옹기를 제자리에 갖다두며 중얼거렸다. 집행부.. 초딩도 한큐에 알아들을 수 있을 정도로 명료한 설명에 고개를 끄덕이며 넌지시 물었다.
>>663 그 부분이 없다면 이상하지 않습니까? 하지만 여러분, 그것은 매우 작은 부분입니다. 관계란이 쓰인다면 누가 누구를 어떻게 생각하는지 머릿속으로 정립되기에 망상으로 캐릭터들을 등장시켜서 머릿속에서 인형극을 할 수 있습니다. 마치 타케루가 아버지 출장나간 날에 단체손님 예약 받아서 고사리 손이라도 필요한 와중에 카나타에게 도움을 구했는데 손님들 단체 노쇼라 착잡한 표정으로 있는 것을 카나타가 씁쓸하게 웃으며 위로해주는 모습과 같이.
고록을 열 번. 해피랑 새드 비율은 7:3 정도로.... 라고 말하고 싶은 참이지만 너무 연플 강권하는 것도 안 좋으니 세세히 밝혀 볼까
1. 산 속에서 길을 잃은 두 명이 겁에 질린 채로 손 잡고 도주극! 2. 토키와라 앞바다에 배 타고 나가서 달 구경! 3. 단 둘이서 달빛을 무대 삼아 왈츠 추기! 4. 축제 때 손 뻗어 잡으려고 하다가 망설이며 그만두기! 5. 관캐를 상대로 아무렇지 않은 척 연애상담 해 주기! 6. 소꿉친구가 연플 성사돼서 단순한 우정이 아니었음을 깨닫고 울... 아... 잠깐만... 참아! 참으라고! 나!!
4. 라무네 그냥 마셔 버리고 여름을 느끼기! 5. 엔도 선생님에게 (싫다는 사람 억지로 붙잡아 놓고) 이런저런 고민 털어놓기! 6. 가마 옮기고 있는 단짝을 강 둔치에서 응원하기! 7. 계곡에서 피서 중에 갑자기 계곡 물 뿌리며 물싸움 시작하기! 8. 소나기 오는 날 버스 정류장에서 같이 비 긋기! 9. 자전거 뒷자리에 가로로 앉아서 해바라기 밭 사이로 난 논둑길을 함께 지나가기! 10. 과로로 몸살 나서 고열로 정신이 희미한데 어렴풋한 시야로 단짝이 죽을 끓이고 있는 모습 보기!
토키와라고교 색상이라서 그래~. 그런데 토키와라라는 지명의 모티브를 생각해 보면 시뻘건 주황색에 가까울 것 같기는 하네.... 이나리 여우의 붉은색이나 신사의 토리이 색깔도 연상이 되니까 말이지 ヾ(•ω•`)o ●#fe5305 이거 외국인이 'Fushimi Inari-taisha' 라고 지정해 놓은 컬러인데 냉큼 '아케사기 아이비스'라고 해도 되지 않을까??
어제 재밋는 얘기 많이 하셧네영 먹을 거 많아서 좋다 ^^ 애들 목소리 생각보다 다 귀여워서 놀랏네영 특히 미라이 무녀님 ㅋㅋㅋㅋㅋㅋ 저 좀더 하나자와 카나 느낌을 생각하고 있었는데 이게 웬 슈팅스타... 타케루도 생각보다 목소리 높아서 귀여웟음 ㅋㅋㅋㅋ 기대보다 경박 (오히려 좋아) 히라무 목소리는...평범하게 변성기 지난 사춘기 남학생 목소리를 상상하긴 하는데 참고자료(?)는 대기 어렵군영 찾으면 올려야징
차밭 체험을 해보실 분? 이라고 간단하게 말을 했는데 진짜 해보겠다는 분이 나올 줄 몰랐던 이즈미입니다. 하지만 체험을 하기로 한다면 나름.. 준비를 잘해줄지도 모르니까요.
다행히도 말차를 기르는 밭은 차광막이 있어서 생각보다는 땡볕은 아니니까요. 그냥 녹차를 따고 싶다면 땡볕이 맞지만 모자를 쓰는 등으로 차단은 잘 할 수 있습니다. 이즈미의 얼굴이 흰 걸 보면 차단 잘 해준 게 아닐까요?
이즈미는 만나는 장소에 온 사람을 바라봅니다... 일당.. 도 있고(차 세트와 만든 디저트류라던가) 따는 것을 간단하게 가르쳐주는 것도 괜찮을 것 같아서 본가로 올라오는 길에서 만나기로 했습니다. 이즈미는 전통 카트에서 기다리고 있어요. 전동 카트를 타고 올라가면 금방인데, 걸어가면 한참 걸릴지도.. 이기에 끌고온겁니다.
니시키리의 넓은 차밭에 관심이 없는 토키와라 주민이 있을 리가? 라고 생각하지 않는 피톤치드가 곧 도파민인 도파민 추구자가 있을 리가. 히라무는 피톤치드가 곧 도파민인 도파민 추구자였다. 유튜브 알고리즘에 뜬 요즘 세대가 이혼하는 이유 베스트 10! 문제는 성격차이가 아니다! 라고 빨간 글자가 썸네일로 박힌 동영상을 틀어놓고 토키와라의 잔잔한 숲속 길을 산책하듯 걸어 오는 것만으로 즐겁다.
이즈미네 집으로 올라가는 길에는 여름의 풀냄새가 가득하다. 체력을 몽땅 갖다 쓴다면 걸어 올라가도 좋겠지만, 오늘은 아르바이트를 하러 온 거니 등반을 동반하기는 뭐했다. 약간 걱정하며 약속 장소에 도착해 보니 골프장에서나 쓰는 전동 카트에 이즈미가 앉아 있다. 히라무는 막 불륜과 황혼이혼의 상관관계를 역설하며 예시를 들기 시작하는, 동영상의 하이라이트조차 포기하며 이어폰을 뺐다.
스즈네가 몸을 돌이켜 현관 너머로 사라졌을 때, 미카즈키의 입에서 흘러나온 것은 숨을 고르는 것인지 한숨을 쉬는 것인지 알 수 없는 나직한 숨소리였다. 그리고 그런 미카즈키를 아랑곳하지 않고, 밋밋한 사각 방석을 하나 물고 와서는 현관과 접한 마룻바닥 모퉁이에 놓아주는 고양이. 손님 대접을 핑계로 자기 잇속을 챙기려는 무빙임이 자명하다.
잠깐, 그렇게 햇살을 등지고 서서, 링링을 물끄러미 내려다보다가... 미카즈키는, 한 발자국을 내딛었다. 두 발자국, 세 발자국 내딛고는, 몸을 돌려 마룻바닥 모퉁이 링링이 깐 방석 위에 걸터앉아서는 링링의 목덜미를 잡고 뒷다리를 받쳐서 슥 들어올리곤 무릎 위에 얹어버렸다. 복복복복복!
아랑곳하지 않는다. 그 날 이후로 항상 그랬다. 자신을 둘러싼 것들은 항상 그랬다. 그 어머니가 그랬고, 어머니를 데려간 운명이 그랬으며, 아버지가 그랬다. 오사카의 사람들이 그랬으며, 그 아이가 그랬고 그 여자가 그랬다. 그리고 이제는 스즈네와 이 고양이다. 얼마나 휩쓸려왔는지 모르겠다. 이제는 생각할 기력도 남지 않았다.
소용없다. 자신과 함께해 마땅한 사람은 없다. 그럼에도, 그 사실에 이 토키와라는 전혀 아랑곳하지 않는다. 까르르 웃는 듯한 풍경소리가, 그 뒤를 따르는 복도 저편에서부터 울려오는 자박자박 소리가, 그럼에도 불구하고-라는 말은 어떨까, 라고 말하는 듯하다. 이 쪽이나 저 쪽이나, 바라는 대로는 조금도 되지 않는다. 내가 무언가를 바라거나 원하는 게 가당찮다는 것은 안다. 그러니까 포기만큼은 마음편하게 하게 해주었으면 하는데.
미카즈키는 조금 심술이 났다. 미카즈키는 링링의 머리를 마저 슥슥 쓰다듬어주곤, 다시 링링의 목덜미를 집어들어 옆의 바닥에 내려두고는 벽면을 짚고 일어섰다. 그리고 뒤돌았다. 아직도 후드를 쓰고 있었다는 게 생각나서 소년은 후드를 머리 뒤로 휙 던져버렸다. 숨통이 트이는 것 같다. 소년의 얼굴에 드리운 그늘은, 바깥의 작열하는 열양과 대비되어 생긴 키리야마 가택의 현관 복도의 옅고 상냥한 그림자뿐.
"이건 조금 일찍 여쭈어봤어야 했는데."
어쩌면 그 날 이후로 한 번도 이런 질문을 한 것 같지가 않아서. 그래서 미카즈키는, 스즈네가 내민 물건들을 받아드는 대신에 조금 지친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
니시키리의 차밭도 차밭이지만 약간 유기농적인 측면에서의 농법을 통해서 친환경적으로도 재배를 하고 있으니까요. 이즈미는 기다리다가 히라무가 보이자. 히라무 군. 이라고 말을 걸며 인사를 하려 합니다.
"그렇죠. 이걸 타고 올라갈 거에요." 전통 카트라 인력거일 가능성이 없는 건 아니지만. 다행히도 전동 카트라서 시동을 걸면 엔진.. 같은 게 돌아갑니다. 옆에 타실 건가요. 아니면 짐칸에 타실 건가요? 라는 물음을 건네긴 했지만 짐칸은 아무리 숲같은 게 있어도 볕이고 차광막이 있는 옆자리를 추천한다고 생각하는 이즈미입니다..
"시급은.. 대충.. 1천.. 얼마겠네요." 3시간 일하면 5천엔 정도라고 하니까(이런 걸로 이즈미도 적당히 벌어서 용돈을 타기도 하지만 오늘은 이즈미는 쉬고 대타를 구한 거나 다름없기는 합니다...) 라고 생각합니다. 이 부분은 아마 히라무도 전달받았을지도?
아마 인력거였어도 히라무는 눈빛을 반짝였겠지만, 다 올라가고 나서는 마루에 드러누워 아르바이트 포기 선언을 했을지도 모른다. 니시키리의 차밭에서 일당으로 용돈까지 받으면서 말차 채취 체험이라니 이보다 더 보람찬 방학이라면 열쇠의 비밀을 밝혀내는 방학을 제외하고는 없겠다. 전통 카트가 아닌지라 일하고 돌아갈 수 있으니 매우 다행!
차양막이 있다는 얘기는 들었지만, 미사토가 하도 잔소리를 하는 바람에 히라무는 볼캡과 선크림으로 무장하고 온 상태다. 올라가서 일하다 보면 더워서 모자는 벗어버릴 게 틀림없다면서 엄마는 가방에다 선스틱도 낑겨 넣었다. 힙색 안에는 그렇게 담아 온 선스틱, 보조배터리, 충전기와 매달린 에어팟 케이스. 히라무는 뺀 이어폰을 케이스 안에다 집어 넣으며 바로 이즈미 옆에 앉았다.
"근데 짐칸도 재밌어 보인다. 저기 이즈미상, 우리 내려올 때도 이거 타요?"
짐칸을 내다보느라 기울인 히라무의 목에서 열쇠가 달랑였다. 열쇠는 햇빛을 받아 흔들릴 때마다 반짝거렸다.
"어차피 방학 동안 공부나 책 읽기나..."
히라무는 가슴께에서 흔들리는 열쇠를 살짝 잡았다 놓았다.
"이거 말고는 없는데. 오늘 완전 유잼 컨텐츠라구요."
돈 주고도 할 체험을 돈 받고도 한다? 간식도 있다? 개이득인 점 인정하는 부분이다. 거기다 전동 카트 부가 서비스까지 있을 줄은 몰랐다. 히라무는 다시 제대로 앉아서 한쪽 팔을 들었다.
"짐칸에 타면..." 흠. 차양막이 있으면 속도감은 더 느낄 걸요? 라는 농담같은 말을 하는 이즈미. 하긴.. 바람에 노출되면 속도감이 높아지는 건 당연하잖아요.
"음.. 내려올 때에는 길 닦여 있는 걸로 차타고 내려올수도 있고요?" 형이나 누나나.. 부모님이 이즈미를 별가까지데려다 주는 김에 히라무도 태워줄 수도 있으니. 그것도 괜찮고, 혹은 이걸 탈 수도 있다는 말을 합니다. 운전은 이즈미가 합니다. 처음 가는 길은 좀 어지러우니까 몇 번 돌아보고 나서 가겠지만 이 길은 처음은 아니니까요. 면허는 이미 있으니.(물론 조금 급하게 준비해서 찍신을 살짝 빌리긴 했지만)
그렇게 도착한 본가는 꽤 큽니다. 간단하게 일할 준비를 하고, 설명을 해주고는.. 차양막이 있는 곳으로 다시 카트를 타고 가면 차밭이 펼쳐집니다. 가장 무성해보이는 차나무를 가리킵니다.
"이 나무는 꽤 오래 전에 심은 거라. 몇백년의 수령을 지니고 있답니다." 따로 구분되는 곳에 옹기종기 심어진 것들은 오늘의 목표가 아니니까 차양막 쪽으로 갑니다..
>>848 으아~ 그렇군요 꽤 맵네요 >:3... 그치만 이런 알싸한 맛도 가끔은 좋단말예요, 먼지아시죠 이런 걸 보면 야구에 강요당하지 않고 토키와라에 남은 평안한 얼굴의 미카즈키를 상상해버리고 말아요,,, 으 흐 흑 맘은 아파도 결핍을 마주하는 게 또 성장에 중요한 요소라고 하니깐요, 아무쪼록 미카가 이 결핍과 고통을 딛고 잘 일어설 수 있기를.. ^ ^ b
이즈미의 말대로다. 어차피 에어컨을 틀어놓을 만한 구조가 되지 않는다면 바람을 느끼며 달리는 것도 좋은 선택일 수 있다. 지금은 올라가서 힘을 써야 하는 판국이니 해를 쬐어서 체력을 낭비하긴 그렇지만, 내려올 때는 특별히 체력을 보존하지 않아도 되니 짐칸을 체험해 보고 싶다. 왜 자기가 고민하는지는 모르겠으나 히라무는 고민했다.
"그렇구나...끝나고 나면 힘들어서 그 편이 편할 수도. 그치만 내려올 때도 이거 짐칸에 타보고 싶다. 이거 재밌어요."
바람이 다 통하는 좌석에 타서 바람결을 그대로 느끼는 기분은 차의 에어컨 바람과는 비할 수 없는 것이다. 특히 야외라는 느낌도 살고. 히라무는 오르막을 올라가며 스쳐 지나가는 광경들을 연신 두리번거렸다. 이쪽엔 느티나무, 저쪽엔 물푸레나무. 그리고 슬슬 피어나기 시작한 길가의 해바라기들.
"이즈미상 운전 잘한다. 대단해요."
히라무는 제법 약오르게 엄지를 들어 보였다.
커다란 니시키리 본가를 보는 히라무의 입은 다물어질 생각을 하지 않았다. 넓은 차밭에서 숨만 쉬어도 향기가 맡아진다. 히라무는 이즈미를 따라 차양막 쪽으로 가서, 수령이 오래되었다는 참나무를 만났다. 이제부터 무슨 일이 벌어질지는 대체로 예상이 가능할 것이다.
"몇백 년...그럼 몇백 년 동안 여기서 차를 생산해 온 거예요? 이 나무가? 언제부터 있던 거지, 그럼?"
갑자기 말이 많아진 히라무였으나 이즈미의 설명대로 손놀림도 똑같이 바빠지기는 했다. 일은 성실하게!
하여간 가차없는 허스키다. 칭얼대는 소리에 한치 머뭇거림 없는 츳코미 한 방을 바로 떨어뜨린다. 하긴 그럴 만도 하다, 리소자임은 만능 소독제가 아니니까. 이러나저러나, 연고 발린 면봉은 이마에서 떨어져나가고, 거즈가 이마에 내려앉고, 찰딱 하고 반창고 한 장이 거즈 한모퉁이를 고정시킨다. 앞머리 라인이 가까우니까 이쪽은 사방을 다 붙이진 못하겠다. 이마가 무릎마냥 접혔다 펴졌다 하는 부위도 아니니 양옆만 붙여도 괜찮을 것이다. 그러면 이제 약속했던 음료수를 갖다줄까. 날씨가 더우니 공 찾아보는 건 포카리 한 캔 하고 나서라도 괜찮을─
그러나 미카즈키는 앉아있는 마시로 앞에 굽힌 무릎을 펴지 못했다. 그야 마시로가 딱 잡고 안 놔주고 있거든.
또렷히 기억하고 있던 그 까만 새끼고양이 같은 얼굴. 그때도 퍽 고양이같았던 표정. 얄궂은 고양이가 아니라, 아직 세상물정 모르는 아깽이. 그 어느 여름날, 같이 즐겁게 놀았던 어느 하루가 그때보다 훨씬 까만 고양이다워진 소녀의 얼굴 위로 겹쳐지는 것만 같다. 그때 자신이 어떤 표정을 지었는지, 마시로는 떠올린 모양이다.
이제는 떠올려봤자 쓰라리기만 해서, 그 때 그 기억들을 마지막으로 이제 내 몫의 행복은 없겠지 하고 제쳐둔 기억들인데. 참 얄궂다. 또 공을 흘렸고, 또 그 공 때문에 누군가 넘어졌고, 그 넘어진 누군가가 또 너다. ...그때 그대로 그 얼굴로 오랜만이야 하고 인사해줄 수 있으면 참 기쁠 텐데. 미안해. 그때 지었던 표정, 어떻게 짓는지 잊어버렸어.
그때, 마시로의 두 손이 미카즈키의 두 뺨을 뿌닛 하고 눌렀다. 미카즈키의 안면이 짜부됐다.
"야."
미카즈키의 미간이, 누가 봐도 마시로의 손길이 불러온 효과가 아니라는 걸 알 수 있을 정도로 선명히 구겨졌다. 하지만 그도 잠시, 미간을 구긴 채로... 미카즈키는, 아니 미카는, 자기도 모르게 웃음소리를 흘려버렸다.
"아후후후후."
아주 잠깐, 마시로의 눈 앞에도 그때 그 여름날이 다시 한 번 더 선명히 스쳐지나갔다. 한 호흡 웃고 나서야, 미카즈키는 표정을 다시 차분히 가라앉힐 수 있었다.
"...나가쿠모 미카즈키."
그리고 그제서야 마시로는 그 소년의 이름을 온전히 귀에 담을 수 있었다. 멀리서, 매미소리와 아이들 왁자한 소리에 묻혀 입모양만 겨우 기억하는 소리가 아니라, 그 소년의 이름 전부를. 미카즈키라서 미카였었던 걸까. 그때, 미카의 양 뺨을 잡고 있는 마시로의 손등 어느 한 쪽을 무언가 서늘한 게 톡톡 두드린다.
"놔줘. 너 다음에 만나면 물어볼 거 있었단 말이야."
다시 무표정한 눈으로 마시로를 바라보는 미카. 하지만 그 눈은 뭐라고 해야 할까. 약간이지만, 긴장이 풀려있다. 그리고 마시로가 미카의 양뺨을 놓아주면, 미카는 그렇게 말했을 것이다.
>>853 방금 마시로한테 써준 답레를 보면 알겠지만, 생각보다 쉽게 볼 수 있다구. 단기스레라서 빙하기(?)를 너무 길게 가져가면 안될 것 같고. 사쿠라라면 더 쉬울 거야. 물론이지. 나는 미카즈키가 미카로 돌아가는 과정을, 그리고 작년과는 다른 미카즈키가 되는 과정을 다른 참치들과 나누고 싶어서 여기에 왔어.
그래. 무슨 생각 하는지 서로 모르겠지. 하지만 적어도 넌 알텐데. 내가 이런 식의 재회를 원하지 않았다는 걸. 그리고 너 역시 마찬가지라는것 쯤은 알 수 있어. 내 눈에 슬픔이 담겼다는것도 알 수 있겠지. 봐, 우리는 아직도 이렇게 말하지 않고도 알 수 있는게 많아. 오랜 시간동안 만나지 않았더라도. 그러니까, 모르는 부분은 서로 묻고 알아가면 돼. 너는 지금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데. 멋대로 감당할 수 없다고 단정짓지 말고 내게 말해주지 않을래. 네가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대체 어떤 일이 있었는지. 하지만 소년의 굳게 다문 입은 도통 떨어지지 않았다. 사춘기이기 때문일까. 무뚝뚝함 때문일까. 어쩌면 이런 상황에서 어떤 말을 건네야 하는지, 알지 못하는 걸지도 모른다. 이런 상황을 마주해 본 적이 없을테니. 네 표정이 일순간 굳어졌다 빠르게 복귀한다. 너 역시 마찬가지로 굳게 다문 입 미동 없다. 어렸을땐 그토록 장난기 많고 상냥했던 네가 어쩌다 이렇게 되었을까. 소년은 그것이 알고 싶었다. 그리고, 소년은 믿었다. 네 안에 그 어린시절의 상냥함이 남아있으리라고. 내 소중한 소꿉친구. 허나 우리 사이는 희끄무레한 담배연기처럼 너무도 불투명했다.
"그럼 알고 있다는거네."
소년의 입에서 원하지 않던 무뚝뚝한 말이 튀어나온다.
"네가 선 넘고 있다는것도."
"남에게 권하지 못할 걸 왜 하는데?"
소년은 슥, 하고 오토바이를 가리킨다.
"나는 헬멧도 쓰고 타. 규정 속도도 지키고. 사고는 커녕 트러블도 생긴 적 없어."
"네가 탄다고 하면 기꺼이. 나이가 되고 면허를 따고, 안전하게만 탄다면 그걸로 괜찮아."
"피어싱, 그래. 딱 그정도야. 내가 변한건. 그런데, 마시로 너는..."
소년은 채 말 다 하지 못하고. '뱉고 싶던건 이런 말이 아니었어.' '처음부터 다시 시작하면 안될까?' '만나서 반가워, 마시로. 묻고 싶은게 참 많아. 잘 지넀어? 얘기나 좀 하러 갈래?' 뱉으려던 말은 소년의 입에서 담배연기 대신 짙은 한숨이 되어 새어나온다.
"..."
그게 귀엽다라. 그는 대답하지 못한 채로 가만히 바라보다. 새초롬한 눈이 소년을 응시한다. 내 시선에 맞춰 너는 허리를 숙이고, 선명하게 눈을 내리 맞춘다.
'나도 먹고 싶어.'
소년은 담배연기 배지 않은 왼손으로 얼굴을 쓸어내리며 다시금 짙은 한숨을 뱉는다. 소년의 눈가엔 어느새 눈물이 맺혀있었다. 무슨 의미일까. 더이상 알 수가 없어졌고. 소년은 천천히 일어나면서.
>>871 여기 누군가 선관을 원하신다는 말을 듣고 귀신처럼 달려왓습니다 머라고요!!!!!!!!!!!!!! 히라무랑 선관이라고요!!!!!!! 안그래두... 좀 바빠지기 전에 (인사도못드렷지만) 시트 슥 보고 헉... 호기심 있고 자극을 추구함. 사쿠라가 좋아할 것 같은 친구군..... 이라고 생각햇어요.... 무조건 웰컴입니다.... 관심 유... 매우있을 유..
>>872 맞아요ㅠ ㅠ,,,~~!! 현생에 싹 잡혀가부럿스.. 정말 오랜만입니다 아마네주 잘 지내셨는지.. <:3
>>875 하 너무좋다 선머슴여자애 특:귀여운거달랑달랑매달고다님 댕좋음 빨리 선관보물상자에 수집해야만 시간잇으시면 시트 그냥 후루룩 봐주고 오시면 된다아님...도파민과 자극을 찾아다니는 1학년 사고뭉치탐험대도 좋고 옛날옛적에 친구했던 적 있어도 좋을것같아영 예전에 사쿠라 이사가기 전에 같이 놀았다든가...이러면 저 히라무가 사쿠라 아파서 간 거 알고 있어도 괜찮을 거 같은데 어케생각하세영 사쿠라주도 생각나는거 편하게!!!말씀해주시긔
>>879 ㅋㅋㅋㅋㅋㅋㅋ아ㅋㅋㅋㅋㅋ일단 보고왓는뎁쇼, 치카게랑 선관이 잇으시길래. 치카게랑 같은 반이라면 사쿠라랑도 같은 반이거등요, 대충 치카게 옆에 따라다니는 이상한 핑크색 선머슴 걔 < 제가 생각한 반에서의 이미지는 이렇겐 한데요, 하~,,, 제시해주신 거 모두 넘 좋아가지구 어쩔 줄을 모르겠네요 증맬...🥺 아니면 계속 고서점에서만 히라무를 만나서 어린 맘에 사실은 히라무가 고서점의 요정인 줄 알았음... 자시키와라시 이런거처럼... < 이런 생각도 좀 들고요,,(???)
>>892 헐 미쳣다 고서점에서만 만나는 거 너무 좋아영 자시키와라시ㅋㅋ ㅋ ㅋ ㅋ ㅋ ㅋ ㅋㅋ ㅋ ㅋ ㅋ ㅋ댕귀엽다 꾸라 사장님이 준 라무네 먹는 히라무 보고 깜짝놀라면어케영...니 사람이가!!!!??!?!!? 히리둥절 하놔 치카게 제 클.메인데 이렴 1학년 친구들 거진 같은 반 ㅋㅋㅋㅋㅋ 되긴 해영 저 클.메 치쨩이랑 마시로 둘이거든영...이렇게하나하나 클.메가늘어간다 사쿠라 반의 세력으로 포섭해주신다면 매우 감사하겠습니다 저 갑자기 이상한 생각 났는데 히라무는 꾸라 사람인 줄 알고(당연함) 이사갈 때 배웅까지 가줬는데 아다리가 다른 애들이랑 안 맞아서 꾸라는 지금까지 아~~ 옛날에 고서점에 자시키와라시 본 적 있다고 걔랑 친하게 지냈는데 이러고 있었어도 웃길것같음,,,약 1n년의 세월 후에 마침내 진실을 알게 된 사쿠라...같은거어떠신지
>>895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아.. 아진짜웃긴다 넘귀여운데? 넘좋은데??? ㅋㅋ하ㅋㅋ(도파민MAX) 이사갈 때 배웅까지 해줬는데 그걸 기억 못 하는 거야,,,????? 제가 캐를 그렇게짜긴햇지만(히라무주의 캐해력에는 전혀문제가없음을밝힙니다) 사쿠라의 통탄스러운 기억력을 규탄합니다,, 어케이런친구를 기억을못할수가? 위에 아파서 간 거 알고 있음 < 이거 치카게 외에는 아무한테도 이야기 안 햇을거라 생각했는데 히라무가 고서의? 요? 정? 이 되어주신다면은? 아무래도 요정이니까 비밀이야기랍시고 그런 얘기도 한번쯤 했겠다 싶기도하고요.. 🤔🤔🤔 이거 치카쨩한테밖에 얘기 안 했는데 내 사실 병원땜에 도쿄간디, 이런얘기... 했을것같지.. 햇을거야분명.. 이라는 생각이 지금..... 근데 이제 돌아오고나서 입학하니까 갑자기 반에 전에 고서점에서 봤던 요?정??? 이 떡하니 앉아있는거에요.. 오.,... 이거 놀래가지고 분명 턱 빠졌을듯요...
>>910 ㅋㅋㅋㅋㅋㅋㅋㅋㅋ아ㅋㅋㅋㅋㅋ 머... 그럼 이건 다이스로 정해볼꺄요(????) 병원에 간 걸 1. 말했다 2. 말 안햇다 .dice 1 2. = 2 챗지피티ㅠㅠ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아진짜상상도못했네.... 근데 그렇게 되면 학교에서 받은 구구단 숙제 가져와서 나 이것좀 알려주라ㅎㅎ 할 텐데 괜찮나요? 사쿠라가 갑자기 너무 양아치가 된 것 같은 느낌이 들어가지구,, (옆구리벅벅) 아 물론 보답은 나름대로 해줍니다 자시키와라시가 먹는진 모르겠지만 일단은 맛있다고 캬라멜이랑 사탕같은 거 막 쥐어주고... [내공100] 제가요어릴때요정을만났는데혹시요정이성장도하나요?
"글쎄... 전설에 따르면 신농씨가 차를 처음 마시기 시작했던 그 차잎을 딴 나무의 후손이 이 나무...라는 건 지금 막 지어낸 이야기고요?" 정확하게는 모른다고 말하려 합니다. 그야 약초와 차나무를 같이 혼식하다가 차로 넘어갔다.. 에 가까운 것이기 때문에(초기 전설은 약초 같은 종류를 심었다는 게 많았으므로 그렇게 추정했다) 수백년 묵은 차나무를 바라봅니다. 아름드리 나무까지는 아니지만 그만큼 오래되었다는 것을 나타내는 수형의 차나무를 지나 차 밭으로 갑니다.
"일을 시작해야죠." 잎을 조금씩 따기 시작합니다. 한여름이니만큼 푸릇푸릇하게 자란 녹차의 잎은 한창 큰 편입니다. 이 잎으로는 말차도 만들기는 하지만 새로운 시도로 발효차나 덖는 차도 만들 수 있으니까요.. 오늘 딴 건 따로 제조해서 히라무네로 보내거나 만드는 것까지 같이 할 수도 있지요.
"똑 똑 소리가 보이게 따야 해요." 어설프게 따면 잎이 찢어져 균일하지 못하다.. 같은 조언을 해줍니다. 차광막 안에 야외용 선풍기 같은 게 있어서 다행이지만 그래도 좀 습하고 더운 건 어쩔 수 없습니다..
>>920 후 제가 원하는바대로 되엇다 그것은 치쨩과만의 비밀로 지켜주십시오 히라무도 기뻐할 터 완전글로리-입니다만? ?? ? ?? ? 히라무를마음껏공부셔틀로부려먹어주시기바랍니다 공부잘하는캐릭터의 소임을 다하겟습니다...아 너무 귀엽다 자시키와라시가 먹는진 모르겠지만 그래도 호감표시를 위해 간식 갖다주는거잖아영 이게어케양아치임 마음씨착한천사지...진짜올렷어영? 답변 히라무가 달면 웃기겠다 [RE:요정이성장도하나요?] 대체로 여러 전승에서는 영적 존재는 성장하지 않고 특정한 나잇대에 머물러 있는 모습으로 등장하지만 만나는 상대에 맞추어 외양을 바꾸고 등장하는 경우도 찾아볼 수 있습니당. (대충예시)
히라무도 마...이만큼은 아니지만 누가 무슨 얘기를 하면, 특히 그것이 전설이나 역사에 관련된 이야기일 경우에는, 일단 믿고 비평은 나중 일인 경향이 있다. 신농이 쓰던 나무의 후손 나무라는 설명을 진지하게 경청하고 있던 히라무에게 마치 스레 주작 선언과도 같은 이즈미의 뻥이야 선언이 떨어졌다.
"에."
이마에 달린 송충이 두 마리가 폭 내려갔다. 진짜인 줄 알았는데 아쉽다.
"진짠 줄 알고 찾아볼려고 했잖아요. 이즈미상 정말, 그렇게까지 안 해도 일 열심히 할 건데."
이즈미가 알려주는 대로 가볍게 똑똑 소리가 나게끔. 히라무는 집중해서 찻잎을 땄다. 너무 상하지 않게 잡아야 하지만 대충 찢듯이 떼서도 안 된다. 중간을 맞추는 게 요령인데, 하다 보면 손에 익게 된다지만 실수하지 않으려다 보니 속도가 확 빨라지진 않았다.
눈에 띄게 말이 없어진 히라무의 목 아래로 땀이 맺혀 가느다랗게 흐르기 시작한다. 안경에는 찻잎으로 가득 차서 땀방울을 볼 여유는 없지만, 느낌까지 없지는 않았다. 히라무는 한 바구니 정도를 딴 후에 힙색에 손을 넣어 뭔가를 뒤적뒤적 꺼내서...
>>934 >>941 약간 공물,, 공물 느낌으로.... 도움받으면 신들한테 공물 올리잖아요 약간 그런 느낌으로...(??) 숙제를 그렇게 도와줬는데 그것만 받고 입싹닦으면 진짜양심없는거잔아요 보잘것없지만 이거라도 해야지 사쿠라가 양심리스소리를 듣지않을수가 아니 답변에서.. 답변에서 히라무의 지성높음이 느껴져서 너무 웃겨요... 역시 책을 많이읽어서 그런가 고등학생답지않은 전문가의 어떤 지적임같은 것이 텍스트에서 지금, 사쿠라는 무슨생각을 했을까요.,... 그래서 긴겨 아인겨 갸는 요정이여 머여, < 이런생각정도밖에 안 했을지도 하......... 바보캐는 이런점이 괴롭군아.......(머리쾅쾅) ㅋㅋㅋㅋㅋ아ㅋㅋㅋ 가가 누구? < 이거 받고 수업시간 내내 머리쥐어뜯으며 고민했을거같은데요.. 그래도 포기하지 않고 정체를 알아냈으니 뭐 메데타시 메데타시죠 ^ ^!! 야잇시 마..!! 니...!! 니 맞제...!!!!!! 야 니..!! 니..!!! 왐마,,,씨,,~!!! < 이렇게 한 3분정도 호들갑피우긴 했겠지마는..... 그러면 이 쯤에서 마무리를 짓기로 할까요 우하하 친구 또 생겼다 신난다 ^//^
"전설 모음집같은데에선 그런 게 적혀있을수도 있긴 한데.. 지금 막 만든 거라서 진위는 알 수 없어요." 조금 장난스럽게 말을 하고는 잎을 대략.. 어느정도 따야지 히라무가 가져갈 만한 차 세트가 나오는지. 계산해봅니다. 3~4시간으로는 괜찮게 딸 수 있겠다는 느낌입니다
"히라무 군이나.. 주위 분들은 어떤 차를 가장 좋아하시나요?" 곁들여 먹는 다과도 그렇고요. 라는 간단한 물음도 덧붙이네요.
"저는 괜찮답니다." 덥긴 하지만 그런 거 치고 이즈미는 꽤나.. 평온해보이는 안색입니다. 보송보송한 것 같은 느낌...도 있나? 꺼낸 아이스팩을 가볍게 거절하고는 히라무가 쓰라고 권하려 합니다.
"이 잎이 수분을 잃은 걸 보면 요만큼이... 라고 말할수도 있겠네요." 한바구니가 한주먹이 되고 가루는 더 적어지니까 그건 어쩔 수 없을지도?
>>953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하 꾸라는 고서점 가면 숙제도와주는 자시키와라시가 사탕공물 받고 숙제해주네 좋겟다 소원이루는거별거아니네~!~!(아님) ㅎㄴ왕감사합니다알아주시다니...답변에서 오타쿠교수님의킹받는정중함과진지함을 살리기위해 노력해보앗습니다,,,꾸라 나중에 자기 그런 질문 올렸다고 고백할까영 그럼 히라무가 💡나 그거 봤어 내가 답도 달았는데~하고 대답해줄텐데^^ 진짜댕귀엽다 그머리뜯고고민하는 반응을 기대하셧다면 이상하게 생각하실까영 하지만 진실인걸... 조아영~~~~일케하면 될거가트영 영계를 돌고돌아(아님) 다시 만낫으니 같이 열심히 토키와라를 싸돌아댕깁시다 꾸라 체력 거덜나면 히라무가 업어드리겟다 ^^ 휴 넘좋다 1학년 동창들 수집가로 발돋움하겟다...
아무래도 좋은 TMI인데... 시트에는 쓰지 않았지만 카나타는 자신의 방에서 앵무새도 한 마리 기르고 있어. 종류는 왕관앵무고 머리는 노란색인데 몸은 하얀색이야. 이름은 유메! 카나타의 방에 자주 온 이라면 아마 많이 봤겠지만, 그게 아니라면 아마 기른다는 것은 모를테니까 그냥 설정상 존재하는 반려 앵무라고 보면 될 것 같네!
"정말 찾아서 나온다면 신기하긴 하겠네요." 알려주신다면 기꺼이. 라는 농담같은 말을 하고는 안 덥냐는 물음을 건네는 히라무를 보면서 아예 안 덥거나 땀이 안나는 건 아니라고 답합니다.
"아직은 아슬하게 절정에 달하지않아서..이기도 하니까요." "정 덥다 싶으면 야외용 선풍기를 틀면 되기도 하고요?" 있다고 전 레스에서 분명히 언급했으니 자세한 사항은 생략한다! 틀어달라고 하면 틀어줬을 겁니다.
"다양하게 좋아하시네요. 그건 저희한테는 좋은 일이지만요? 가져갈 차 세트는 다양한 종류 샘플 세트 두개..세개 정도면 딱 좋을 거 같아요." "국화차.. 중양절에 먹어봤네요." "녹차 꽃으로도 차를 만들 수 있다는 것도 아시나요?" 녹차 꽃의 향기를 찻잎에 입혀서 블렌딩한 차 종류도 있다는 설명과.. 녹차 꽃의 수분을 위해 꿀벌 양봉과 약간의 협력을 한다는 첨언이 있습니다. 아무래도 니시키리는 종자 쪽도 조금씩은 건드리려 하다 보니 그런건가 봐요. 그래서 녹차꽃꿀도 좀 건드려보고 그런다고 합니다. 물론 근본적으로는 취미에 가깝긴 하지만 좋은 반응이면 제품에 들어갈수도 있다고요?
"이정도 속도면... 히라무 군이 가져갈 수 있는 건 말차 조금뿐이겠네요..." 저도 좀 도와야겠어요. 라고 말하면서 이즈미도 바구니를 들고 똑똑 따기 시작하는데. 속도가 격이 다른데?!
>>961 카나타는 동물을 정말 좋아하지! 아무튼 유메는 고양이들과도 잘 지내긴 하지만, 그래도 세상에 무조건 그렇다..라는 것은 없기 때문에 가급적 카나타는 유메와 고양이들을 만나지 않게 하고 있어. 애초에 카나타네 강아지와 고양이는 카페에서 따로 자기들끼리 잘 지내고 있기 때문에 그다지 만날 일도 없을거야! ㅋㅋㅋㅋㅋ
「다음은, 이번 여름 축제를 위해 물심양면으로 각고의 노력을 아끼지 않고 힘내준 기특한 아이들, 토키와라 고교 여름 축제 학생 준비위원회 학생들이 준비한 무대입니다」 「축제의 분위기를 띄우기 위해 정성껏 곡을 추려서 무대를 준비했다고 하니, 모쪼록 청춘꽃길을 걸어가는 아이들을 뜨거운 박수로 맞이해 주시길 바랍니다」
일상 구경하다 떠오른 TMI~ (❀╹◡╹) 키리야마 가의 차밭엔 아주 아주 오래된 오동나무가 있대~ 이 나무를 중심으로 평지가 있어서 가을까진 그 아래에서 놀 수 있대~ 스즈네와 선관인 아이들은 한번쯤 가봤을 곳이야~ 앞으로 친해질 아이도 한번쯤은 데려가볼 곳이기도 하지~
이즈미 말대로 아직 더위가 기승을 부리지는 않는다. 차밭은 나무로 가득 차 있어서, 나무로부터 오는 시원함도 있다. 나무가 빽빽이 들어찬 곳은 바람이 잘 통하기 때문에 황무지보다 훨씬 시원하다.
"그런가~아쉽네요. 신기한 능력이었으면 재밌었을 텐데."
아이스팩으로도 버틸 만하고 물도 넉넉히 있지만 도구가 있는데 쓰지 않는다는 건 문명의 이기를 이룩해 온 인류의 진화를 포기하는 선택과 다름없다. 히라무는 선풍기 틀어도 된다는 말에 손을 들었다.
"찬성~"
여러 종류 샘플로 이루어진 세트 몇 상자라면 딱 좋다.
"아, 내 생각에도. 엄마는 그런 선물세트 좋아하니까."
미사토는 한 품종을 오랫동안 파기보다 여러 종류를 골고루 맛보는 걸 선호했다. 카이지나 히라무는 마음에 드는 게 있으면 그걸 계속 찾기는 했다. 그러고 보니 히라무의 꽂히는 것 계속 먹는 성향은 부계 유전일지도?
가을에 카이지가 가져온 국화차는 한 통쯤 되었는데도 빠르게 바닥을 보였다. 히라무가 하루에 한 번씩 끓여먹고 친구들끼리도 야금야금 나눠마신 탓이었다. 히라무만 열심히 먹은 건 아니지만.
"맛있었죠. 향도 좋고. 그리고 나 꽃차는 좋아하니까. 찻잔에 물 부으면 안에서 꽃이 피는 게 귀엽지 않아요?"
그런데 녹차 꽃으로도 차를 만든다고? 히라무의 흥미를 단번에 돋울 만한 화제였다. 니시키리에서 최근에 새로운 상품으로 꿀도 개발하고 있다는 소식까지 듣자, 히라무는 자신이 무엇을 해야 할지 깨달았다...
"완전 맛있겠다. 저도 먹어볼래요. 시식자 필요하면 말해줘요!"
시식에 적극적인 만큼 찻잎 따기에도 적극적인 히라무였으나 적극성과 요령은 다른 문제다. 이즈미의 T스러운 단평에 걱정이 되기 시작한 히라무는 조금 더 손에 속도를 붙이려 했는데...옆에서 어마어마한 속도로 찻잎을 따 내려가는 이즈미의 숙련된 기계적 행위에 박수라도 치고 싶어졌다.
"신기한 능력이라면..." "어떤 전설에서도 안 빠지는.. 진실을 본다... 라는 계열의 능력?" 현대 과학적으로는 굉장히 심오하고 오묘한 공감각이라고 하긴 하지만 예전 이들의 눈에는 바로바로 골라내는 것을 보면 진실을 본다고 여겨졌을 법합니다. 물론 그건 이즈미같은 외형에게서 나타난다고 하긴 하지만 약한 정도로의 공감각이 나타나는 경우도 있긴 있으니까요. 선풍기를 틀자. 상당히 시원해지는 것 같은 느낌이에요.
"녹차 꿀은 잡화랑 같이 섞이는 비율이 높긴 한데요." "예외가 벚꽃꿀이나 아카시아더라고요." 벚꽃의 향과 녹차꽃의 향이 어우러져 굉장히 향긋하다는 첨언을 합니다. 그 꿀로 송화다식같은걸 만든다면.. 같은 걸 말하면서 아. 그거 오늘 간식으로 있다고 해주네요. 차랑 먹기 딱 좋은 것이죠.
"밥먹고 차만 딴 분들은 저보다 더 빠르신걸요?" "대충.. 이정도면 말차는 샘플 정도로 딴 거 같네요." 고개를 끄덕이면서 딴 바구니를 짐칸에 싣고 전통적으로 제조하는 곳으로 갈 수도 있을지도?
히라무는 김 빠진다는 양 씩 웃었다. 오래 묵은 것일수록 새로운 진실이 언제 또 나와도 이상하지 않은 법이지만, 이즈미처럼 생긴 니시키리의 자제가 특별한 통찰력을 지닌다는 사실은 옛날 고서점에서부터 들어온 이야기다.
"그래도 멋있다고 생각해요. 혹시 모르죠, 홍채로 열고 닫는 잠금장치가 있는 것처럼 이즈미상도 눈빛으로만..."
기아스?
"진짜 문이라도 열어버린다든가. 그런 일이 생기면 알려줘요."
열쇠 고리에 걸려 열쇠를 빙글빙글 돌리던 손가락이 멈췄다. 이즈미의 눈이 사람뿐 아니라 열쇠의 진실도 볼 수 있었다면 얼마나...좋았을까? 나빴을까? 히라무는 이즈미가 열쇠에 대해 생각해주는 걸 알고 있다. 그래서 멈칫하게 되는 순간이 있다. 언젠가 이즈미가 수수께끼를 풀면...히라무는 관성이 이는 열쇠를 잡았다가 놓았다.
"맛있겠다...벚꽃이랑 녹차..."
디저트로도 자주 나오는 조합이다. 은은한 벚꽃 향과 구수한 녹차가 합쳐지면 차로도 굉장히 섬세한 맛이 나올 것 같다. 히라무는 저도 모르게 입맛을 다셨다.
어느덧, 대체로 이즈미의 노고로, 많은 말차가 쌓였다. 히라무는 애초에 체험...하러 왔으니까 그래도 할당량 채웠으면 괜찮지 않을까? 그저 자신이 이 찻잎들 가운데 기여한 바 있다는 사실만으로 즐거운 히라무는 이즈미가 이끄는 대로 가볍게 발걸음을 옮겼다.
>>984 스즈네라면 이런 얘기 못 들었어~ ヘ(= ̄∇ ̄)ノ 하는 게 먼저 생각나지만, 미카주의 내면에 적폐스즈네가 하나 더 있는데 기분이 내키거나 불가피한 상황이면 무대에서 반전 카리스마를 보여줄 거라는 적폐가 있어.. 주저없는 적폐썰이 너무 키모하면 당근을 흔들어줘.
>>982 미카미카 트렌디한 투수답게 컨템포러리 팝 취향이구나 J-시티팝도 좋아하나영? 와 히라무 애창곡 이야기 이때만을 기다려왓다(오타쿠급발진) 그러게영 의외의 락소년일거같음 히라무특 자극추구 ㅋㅋㅋㅋㅋㅋ 메이저하게는 마카로니 엔피츠 등등 감성제이락 좋아하고...마이너하게는 헤비메탈 같은 것도 잘 들을 느낌이져 그래도 해외밴 중에 제일 좋아하는 건 너바나일 듯??몰름 그냥 느낌이 그럼
>>984 후 단 세문장으로 히라무주를 설레게 해버리시기 있긔?????? 너무 귀엽다 손잡고 낮잠잔대 ㅠㅠㅠㅠㅠㅠㅠ 누나가 직접 만든 동화책 개궁금한데영 언젠가 일상할때 날조추억팔이해서 무슨내용인지 알아내야만 스즈누나 옛날에 동화책도 썼잖아~~~
"그리고.. 그런 능력의 대가로 일찍 죽는다는 거라던가도요?" 해피엔딩인 경우도 있지만 일찍 죽었다라던가. 미쳤다거나.. 같은 경우도 제법 있는 터라 조금 농담같게 말하지만 으스스한 표정을 짓는 이즈미입니다. 물론 농담의 영역이 된 것이라서 금방 표정은 돌아왔지만요.
"눈빛으로 문을 열다니 그런 건 못하는걸요." 아. 금고 따는 것은 잘 할 수도 있지만요? 라는 말을 하긴 합니다. 이 문의 자물쇠와 그 자물쇠에 맞는 열쇠다. 같은 걸 볼 가능성은 있지만. 글쎄요. 아직까지는 보거나 듣지는 못했을 겁니다
"벚꽃꿀이랑 녹차꽃꿀.. 녹차꽃의 향도 상당하다고 하네요. 달콤하고 풋풋한 듯한 녹차의 향과 달콤한 벚꽃 향이 있으니까요." 먹으러 가는 거냐는 말에는 고개를 끄덕입니다. 차는 말차보다는 백차 종류인가 봅니다. 녹차꽃꿀이나 벚꽃꿀을 잘 느끼려면 그런 걸까요... 곱게 놓아진 다식은 굉장히 정갈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