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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즈네는 미카즈키의 손을 잡으려 하며 소년이 만약 손을 뿌리치면 어쩌지, 같은 건 생각하지 않았다. 그러면 그러는 거니까. 그 때 가서 생각하면 될 일이다. 그러니 피하지 않고 잡혀도 놀라지 않았지만, 눈이 살짝 커져 깜빡이는 건 있었다.
이 한여름에 이토록 차가운 손은 여지껏 한 번도 만나 본 적 없는 손이었다.
"헤에."
그러나 정작 놀랄 부분은 따로 있었다. 미카즈키를 일으키고 잠시 손의 냉기에 정신이 팔렸던 스즈네가 소년의 목소리를 따라 고개를 들었다. 벤치에 앉아 있을 때와는 비교도 안 되게 쑥 올라가는 눈높이에 와악. 하고 놀란다. 놀람과 신기함이 둥글게 뭉쳐진 표정이 미카즈키의 차가운 미소와 마주했다. 그 표정이 무색하지 않은 반응이 뒤를 잇는다.
"키 엄청 커~! 칸쨩보다 커! 나 처음 봐! 와아~!"
권유를 거절한 것보다 미카즈키의 키가 훌쩍한 것이 훨씬 더 놀랄 일인가보다. 키 차이 탓에 목이 뒤로 꺾일만치 들어 보이는 얼굴에 잠시간 반짝이는 감정들이 맴돈다. 그리고 한박자 늦게 미카즈키의 거절에 대한 반응을 보였다. 실망이나 시무룩함이 아닌. 왜? 하고 되물을 듯한 표정이.
"에~ 왜애~? 바빠~?"
그대로 말이 되어 나왔다. 미카즈키를 일으켜 세우고 그대로 서 있었으니 스즈네의 손도 그대로였다. 따끈하고 말랑한 손이 소년의 차가움 같은 건 상관 없는 듯이 꼭 잡고 있다. 기우뚱. 동그란 머리가 좌로 기울더니 오뚝이처럼 돌아와 우로 똑같이 기운다. 대답이나 설명을 바라기보다 혼자서 왜 그럴까를 생각하는 듯 하다.
"오늘 엄청 더워서~ 계속 여기 있으면~ 쓰러질 지도 모를 걸~ 그러니까~ 가서 생각하자아~"
생각의 시간은 길지 않았다. 당장 설득하고 납득하기보다 일단 가서 생각하자고 말한 스즈네는 자연스럽게 미카즈키의 손을 잡고 키리야마 가로 향하려 했다. 차를 마시든 아니든 가긴 가야 하니 말이다. 미카즈키의 앞으로 나서는 뒷모습에 뭔가 허전하다. 싶을 때 옆으로 따라온 밀짚모자가 스즈네의 어깨 위로 뛰어올랐다. 아니. 밀짚모자를 챙겨 온 링링이였다.
"아~ 또 두고 갈 뻔 했네에~ 링링 고마워~" "애웅."
모자를 건네준 링링은 다시 지면으로 내려가 두 사람의 옆을 따라 걷는다. 도도한 걸음에 곧게 세운 꼬리가 살랑거린다. 스즈네의 뒷모습엔 부슬부슬한 곱슬머리가 살랑였다. 게다 따각따각 걷는 걸음이 통통 가볍기도 하다. 밀짚모자 챙이 그늘 드리운 스즈네의 얼굴이 뒤로 기울어 미카즈키를 보고 이힛. 웃었다. 잡은 손에 당겨짐이 느껴진다.
>>358 덜그럭, 덜그럭.. 하던대로 하다보니 어느새 어깨높이까지 생강산이 쌓였다. 뭐야 이거 왜 안줄어? 가뜩이나 심술궂은 내면의 버럭이가 주방에 오니 2배는 까칠해져서 미간이 꽈악 찌푸러진다. 평소와 같은 표정과 말투. 저 유루이함에 아니~ 뭐 했는데? 라는 말이 목구멍까지 차올랐지만 소수를 세며 화를 삭힌다.
“야아.. 빌딩 무너지것슈.”
약간 강매하듯 끌고 오긴 했지만 그렇다고 일 도와주는 애한테 아버지 화내듯 대하긴 너무 인성 파탄이고. 그저 시선은 먼산을 바라보듯 마치 석탑처럼 쌓인 생강탑을 넌지시 가리킨다.
“힘으로 뽀개지 말고 이 이걸 비틀어서! 에? 아이 너무 쉬워라~ 에?”
처음 해서 그런건가. 나 하는거 보라고. 손바닥만한 생강을 들어서 뚝 뚝 작은 조각으로 떼내어 대접에 담아내며 억척스럽게 손짓을 한다. 나름 친절하게 알려준다 해도 주방 버프에 욱 치수가 너무 빨리올라가는 바람에 자기도 모르게 사백안이 되어 입술을 파르르 떨어댄다. 결국은 쌓인 것부터 해결한다고 나란히 서서 같이 까는 형상이 됐다..
“야야야, 즙 나오는거 봐 이거. 햇생강은 그냥 생으로 먹어도 맛있는거 알아?”
마음속 버럭이가 잠시 식어버리면 또 언제 그랬냐는듯 하이텐션으로 껍질 덜 벗겨진 생강을 와그작! 씹고 순식간에 💩 씹은 표정이 된다. 좀 많이 오바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