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찐한 햇살이 내리쬐는 여름길. 시큰한 향기를 풍기는 포대를 한쪽 어깨에 짊어지고 쪽길을 내려오는 타케루였다. 테무에서 산것 같은 쌈마이한 라이방에 철지난 옛날 영화 속 배우를 따라하듯 이빨 사이에 낀 이쑤시개. 습기에 젖은 미지근한 바람을 맞으며 과감한 등장씬처럼 위풍당당하게 벌어진 어깨다. 이끼 낀 휘파람을 불며 돌다리를 지나다 익숙하지 않으면서도 익숙한 뒷모습에 잠시 걸음을 멈춘다.
“마이냐-”
삐쩍 말라선 머리 묶고 있는 애가 걔밖에 더 있냐고. 얼굴이 안보이는 먼 거리에서도 당연하게 미아의 이름을 부르며 저벅저벅 다가간다. 냇가에 무슨 보물을 빠뜨렸는지 자갈밭 위에 쪼그려 앉아 뭔가를 열심히 지켜보는 뒤통수를 말없이 스윽 내려다본다.
“어이 따까리! 쫄병! 아그야! 뭐하냐!”
얼마나 정신 팔려 있으면 가까이 다가오는 인기척도 못느끼냐고. 이거 큰일날 녀석일세. 라며 일부러 목청껏 와악- 그 이름을 부른다. 그 코이케인지 뭔지 하는 여자애가 시킨 일 때문인가. 저렇게 뚫어져라 쳐다본다고 물고기가 잡히는건 아닐텐데. 아무튼 뭘 보고 있나 그 시선이 향한 곳으로 슬쩍 눈동자를 굴렸다.
분명, 또 무슨 일이 있어서 집을 나선 마이지만 지금은 그저 냇가를 들여다보는 망부석이 되었을 뿐이다. 유속은 느리지만 수온은 차가워서, 마이는 두 손을 냇물 바닥까지 쭉 뻗고 반짝이는 수면 너머를 들여다 보고 있었다. 잠시 기다리면 조그마한 물고기들이 포르르 꼬리치며 헤엄쳐와서 손가락을 흥미로운듯 쫀다. 간지럽기도 하지만 그 관경에 몰입한 마이는 제 대장이 부르는 소리도 못 듣고 있다가 자신의 바로 위에서 부르는 소리가 들리고 나서야 깜짝 놀라 몸을 움찔하다 고개를 천천히 위로 올렸다.
"아, 대장- 안녕-"
미소와 힘빠지는 목소리로 타케루를 환영하고는 다시 아랫쪽을 보았다. 방금 움찔한 것 때문인지 물고기들이 다 달아나고 없다.
열심히 뒤적여 보는데, 보통 수풀 안에 박힌 야구공은 그 자리가 푹 파여 주인님 찾아가주세요-같은 느낌으로 눈에 띄지않나. 이건 수풀 너머로. 그러니까 야구공의 여름 휴가는 아주 멀리 떠나버렸다는 뜻이다. 큰일인데, 그렇다고 포기하고 싶지도 않다. 필요하다는데 불필요한 오지랖으로 멍청하게 훼방을 놓지 않았나. 이대로 안녕하고 떠나버리면 꺼림칙하고 수치스러워서 단맛 없는 미지근한 수박을 먹게 될 것 같다. 조금만 더 찾아보다 이실직고 할 생각으로 여즉 뒤적거리다 태양 아래 이글거리는 더위 때문인지 심한 현기증에 세상이 어질한 착각이 든다. 아니, 착각이 아닌가? 뭐?
“.........”
상상도 못한 상황 전개에 마시로는 뒤집히는 순간 '으에' 하는 조그만 외마디 외에 찍소리조차 내지못했다. 아니, 낼 수 없었다. 그야.. 아니. 투명한빛의 연갈색의 눈이 정말 휘둥그레해져서, 얌전히 손목을 모은 채로 멀뚱하게 소년을 잠시나마 응시했다. 단호한 목소리에 금방 시선을 거두고 어버버거릴 입을 꾹 다물었다. 그러나 처음에야 우연히 구조된 올빼미처럼 얌전히 담겨 동그랗고 선한 얼굴이었지. 곧 마시로는 눈을 치켜세우고 보란듯이 소년을 뚫어져라 노려보는 것이다. 속으로는 소녀처럼 비명지르지 않은 본인의 담력을 높이샀다.
“너, 멋대로네.”
어차피 그의 덩치로 보아선 떽떽거리거나 발버둥 쳐봤자 무해하고 성가시기만 한 행동일 뿐이라는 것을 금방 인정하고 다른 행동을 취한다. 마시로는 손을 높이 뻗어 그의 야구 모자를 멋대로 벗겨내려 했다. 물론 그가 고개를 움직이며 피한다면 피할 수 있을 정도의 나약한 손짓이겠지만. 이렇게 멋대로 굴고 있으면서 눈하나 깜짝하지 않는 듯한 그 잘난 낯짝을, 그늘지지 않고 드리운 햇볕 아래 피할 곳 없는 저 멀건 낯짝을 기억하기 위해서다. 의사없이 운반 당하는 기분을 이 녀석도 알아야 할 텐데. 평생 모르고 살 듯해서 얄밉기 짝이없다.
“왜 유난이야.”
기다리라고 했잖아. 무릎이 깨진 건 맞지만 이 정도는 힐긋 보아도 흐르는 물로 대충 씻어내면 언제 다쳤는지도 모를 상처다(그러기엔 지혈이 되지 않고 있다). 마시로는 심기 불편한 목소리로 피곤하다는 표정을 짓는다. 운동하는 남자애들은 이런 방식으로 여자아이들을 꾀는 걸까, 그래서 경기마다 응원소리가 그렇게 시끄러운 건가. 하지만 마시로가 겪어보니 소통 불가 판정 받은 다친 야생 동물 취급 정도가 아닌가 생각한다. 이마 정중앙에서 흐르는 땀이 빠르게 콧등을 따라 주르륵 흘러내렸다. 매우 묽은게 거슬려서 손으로 슥 닦아내고 보니 아. 당연히 땀이 아니다. 대충 닦아낸 피로 조금 엉망의 얼굴이 되었다. 마시로는 아래에서부터 올라오는 깊은 짜증을 느끼며 자포자기한 얼굴로 한숨을 토해낸다.
>>40 기운 빠지게 추욱 늘어진 목소리는 여전하네. 장난감 같은 선글라스를 위로 들어올리며 잔챙이들의 작은 물장구에 희미하게 이는 여울을 힐끔 쳐다본다.
“물고기 보고 있었다고?? 너도 코이케인가 뭔가하는 꼬맹이랑 같은 취향이냐?”
미화 프로그램인지 뭔지. 거기에 심취해버린 모양인가. 예전부터 주변 분위기를 많이 타는 애라. 그냥 그러려니 하며 막연하게 화두를 던졌다.
“나 생강밭 할망한테 싱싱한거 한포대 업어가는 길. 할일 없으면 따라와. 같이 생강이나 까게.”
뭐 하냐는 물음에 어깨에 짊어진 커다란 포대를 들썩이며 마치 '이거 귀한거야.'라는 표정으로 답했다. 햇생강이 나왔다고. 처음 수확한 것을 잔뜩 싸줬다. 거리로 치자면 그렇게 가깝지도 않은 이웃이지만 거금 들여 살걸 이렇게 잔뜩 실어주는데 거절하는 녀석이 바보지. 아무튼 그렇게 다리 아프게 앉아 있을거면 가게 와서 일손이나 하나 더 거들라고. 심드렁한 표정으로 마이를 내려다보았다.
캡틴과 상의는 안 됐지만, 마이의 기억 속에는 코이케와 함께 숲에서 열매도 따고, 나무를 올라가서 잣도 따고(나중에 들켜서 혼났다), 물고기도 잡아서 먹었다. 그러니까 코이케랑 같은 취향이냐고 묻는다면 마이는 맞다고 대답하는 수 밖에.
"대장, 여전히 힘 세네. 응. 갈게."
냇가에 앉아있을 이유도 방금 막 사라졌으니, 타케루의 말에 고개를 끄덕이고는 자신의 손을 털고 일어섰다. 물방울이 여기저기 튀어 옷 조금을 적셨다. 어쩌면 타케루의 것도. 마이는 따라가기 전 잠시 눈을 감고 냄새를 맡았다. 흙냄새, 그리고 약하게 느껴지는 생각냄새. 이르지도, 늦지도 않은 적기의 햇생강의 것이다. 특유의 생각없어 보이는 미소를 지은 마이는, 타케루의 뒤에 섰다. 예전에도 그랬듯이.
>>91 “노노 나 환자임. 울 아부지한테 혹사당하는 중. 에효, 빨리 노동청에 신고해줘..”
죽을맛이야 죽을맛. 표정을 잔뜩 찡그리고 죽상을 부렸다. 항상 뒤통수나 팡팡 갈겨대고. 그러니까 머리가 나빠지는거라고! 개기면 또 추가로 날아들고.. 바람 잘 날이 없다. 꿀같은 주말에 어디 놀러나가지도 못하고. 늦잠이나 퍼질러 자려고 했더니 발로 뻥뻥 차대면서 깨우질 않나. 아무튼 이 드러운 집구석 빨리 나가든지 해야지. 그래도 나 없으면 누가 아부지 같은 사람하고 같이 일하냐고. 오늘도 정신승리하면서 하루를 그렇게 버텨나간다.
“야 그 꼬맹이랑 같이 다니면 재밌냐? 하긴.. 라떼도 그렇게 놀았지~ 송충이 잡고 장수풍뎅이 잡고.”
얼렁뚱땅 마이를 끌고 가게로 돌아가는 길. 생강 포대에서 폴폴거리는 흙가루에 가볍게 켈록이며 마이의 지난 얘기에 동참한다. 가만 생각해보면 머리나 빡빡 밀고 동네 돌아다닐때 별것도 아닌거에 하루 보낸적이 여럿 있었다. 그때는 자잘한 쿠소 개그에도 눈물 빠지게 웃어대곤 했는데. 이쑤시개를 옴뇸뇸 씹어대며 잠시 옛 생각을 하다가 아차 싶었다. 그때 그 시절. 콩알만한 양파머리가 이 기운 없는 꺽다리 여자애를 와악 괴롭혀대던게 생각나서. 하.. 말 잘못 꺼냈다고 괜히 먼산을 바라본다.
>>112 후,,제 아픈부분을 찌르시다니 일요일은 진짜리얼마지플래그분쇄해서라도 뭔가...뭔가 해보아야겠습니다 제 소박한 투두리스트...첫 일상하기 ㅋㅋㅋㅋㅋㅋㅋㅋ겉으로 보기엔 intj인 마시롱이 tf가 왔다갔다하는 것과 비슷한 이치이지영 히라무도 n 쫌 된다고 말하면 아무도 안...믿어주나? 반성 요
뒷말은 자르고, 앞말의 "나 환자임" 부분을 듣자 그곳에만 정신이 팔려 타케루의 앞길을 가로막고는 상대를 위아래로 살핀다. 어디가 아픈거지..? 우선 눈에 보이는 환부는 없다. 그럼 열이 나나? 자신의 손을 타케루의 이마에 가져다댄 마이는 뜨악한 표정을 짓는다. "대, 대장 열나잖아!"
아니다. 마이가 방금 전 까지 냇물에 손 담그고 노느라 차가워진거다.
"재밌었지? 요즘은 대장 바빠서 자주 못 노니까-"
정확히 왜 바쁜지는 모르지만, 다들 시간이 갈 수록 점점 바빠지고 이곳저곳 자신의 할 일을 찾아 부딪힌다. 미야마 마이는 자신이 언제나 서 있던 곳에 가만히 서서 언젠가 생활반경이 맞닿는 순간을 기다리며 그들을 응원할 뿐이다. 아련한 타케루의 질문과는 전혀 다른 의미로 마이는 먼 산을 바라보았다.
>>124 “어 나 팔 박살났어 사고나서. 몰랐냐? 그래서 고베 있다가 다시 올라왔잖아.”
이마 위로 스윽 올라오는 손길에 '얘 왜이래?'라는 표정으로 눈을 깜빡였다. 냇가에 담갔다 빼서 그런지 촉촉하고 차가워서 살짝 움찔했다. 아, 말 안해줬나. 유쾌한 일은 아니지만 한쪽 팔을 못쓰게 돼서 운동 접었다고. 대충 지나가듯 말해줬다. 그래서 지금 포대 지고 있는 어깨도 멀쩡한 쪽이잖아.
“잠깐 숨통만 트러 나가도 아부지가 뻘짓거리한다고 끌고간다야.. 다시 집 온뒤로는 가게에 거의 살다시피해.”
송충이 하니까 생각난다. 길다란 나뭇가지에 오동통한 녀석 하나 태우고 얘 코 앞에 들이밀어댔었지. 지금 생각하면 엄청 유치한데 왜 그랬지. 아, 기억 못하는 척 하는건지 아니면 진짜 기억 못하는건진 모르겠지만 말 안나와서 다행이라고. 그렇게 대충 생각하고 넘겼다. 십여 분을 걸어 아스팔트 도로가 나올즈음 적당히 멀리 보이는 가게 문구. 오만상을 찌푸리며 포대를 짊어진 어깨를 한번 들썩인다.
“아. 너 우리 가게 온적 있었나?”
아직 오픈 전이라 조용한 문을 드르륵 열고 들어서며 막연히 물었다. 노포 느낌 물씬 풍기는 내부는 음식 냄새가 베어서 오묘하게 미소, 간장, 생강이 섞인 쿰쿰한 냄새가 희미하게 풍겼고 벽과 테이블에는 통일성 없는 여러 장식들이 빈 공간을 차지했다. 불이 꺼져 약간 어둑한 주방 입구에 포대를 던지듯 내려놓고 손을 탁탁 털며 넌지시 물었다.
확실히 마시로가 예상한 대로, 이 빌어먹을 놈의 야구공은 한번 놓쳤다고 아주 신나라 나잡아보쇼 하고 도망간 모양이다. 일단 아무리 짧게 갔어도 이 수풀 건너편은 들여다보아야 되겠다. 그러나 그것도 마음대로 되지가 않는다... 아주 괴상망측하기 그지없는 형태로 찾아온 비상사태 때문에.
"응."
제대로 약이 올라, 마치 억지로 발톱을 깎이고 난 고양이만큼이나 성이 난 표정으로 이쪽을 째려보며 너 멋대로네, 하고 마시로가 던진 타박에 미카즈키는 무덤덤하다 못해 얼굴에 철판 깐 수준의 노가드로 대응했다. 그리고 그것은 마시로가 뻗은 손길에도 마찬가지였다. 아니, 뻔뻔하게 마시로의 손길을 피했다는 게 아니라, 무덤덤하게 그냥 마시로가 모자를 벗겨가던지 말던지, 마시로 성질대로 하게 내버려두었다. 볼캡 챙이 하얀 손끝에 팩 나꿔채이고, 그 아래로 새하얀 얼굴이, 여름 뙤약볕 아래에 놓인 야구부 아이의 얼굴이라기에는 창백한 얼굴이 드러난다. 표정 없이 가만히 마시로를 바라보는 얼굴이, 그 얼굴 가운데서 이젠 가리는 것도 없이 파르스름하게 빛나는 눈동자가 어디선가 본 것만 같다. 그도 어쩌면 마시로에게서 같은 기분을 느끼고 있을까. 그러나 그보다, 소년은 왜 유난이야, 하는 마시로의 앙칼에 원론적인 대답만을 내어놓을 뿐이다.
"그만큼 다쳤는걸."
무릎만 깨진 게 아니잖아. 이 원론적인 대답의 가장 골치아픈 점은 맞는 말이라는 점이다. 모래와 자갈이 까슬까슬한 시골길이 입힐 수 있는 상처를 얕보고 있는 마시로의 발언에, 미카즈키의 대답은 반박의 여지없는 사실이었다.
그러나, 마시로를 안아든 미카즈키의 발길은 비탈길을 오르지 않았다. 대신에 때마침 저만치 있는 가로수 그늘이 드리운 벤치로 향했다. 무슨 심경으로 그리했는지는 모르지만, 남에게 보이면 퍽이나 무안할 지금 이 모양새를 저 비탈길 위에 한가득 몰려있을 야구부 아이들에게 보여주지 않아도 된다는 점은 마시로에게는 호재라 할 만하다.
미카즈키는 마시로를 벤치 위에 앉혔다. 끄집어올릴 때 그따위 식으로 우악스럽게 뽑아내듯이 들어올려놓고는, 내려놓는 움직임은 같잖게도 조심스럽다. 그는 주머니에 푹 찔러넣어놓았던 구급낭을 꺼내서는 얄팍한 비닐에 포장된 위생 물티슈부터 먼저 꺼냈다. 그리고 그것으로 마시로의 얼굴에 묻은 핏자국을 먼저 톡톡 두드리며 닦아내기 시작했다. 마시로가 딱히 거부하지 않았다면, 미카즈키는 두 장째의 물티슈를 꺼내들어 마시로의 다친 쪽 무릎을 닦아주기 시작했을 것이다.
발을 내리고는 자신의 발치를 내려다본다. 정말 들어본 적이 없는건지, 아니면 그저 마이가 잊은 건지 확실하지 않았기에. 잠시 그러다 위를 올려다본다. 그렇구나. 그럼 저 포대가 얹혀 있지 않은 어깨가 아픈 어깨구나. 마이는 다시 묵묵히 타케루의 뒤를 따랐다.
"타케루네 아버지, 엄하시니까."
같이 놀 때 저 멀리서도 타케루 아버지의 목소리가 들려온 적이 많았다. 그만큼 괄괄하고 목소리가 큰 아저씨. 하지만 가끔 가면 맛있는 것도 해주셔서 아주 나쁜 기억만 가지고 있지는 않았다. 만일 그 송충이가 들이밀어진 기억을 기억하냐 물어본다면 미야마 마이는 고개를 끄덕일 것이다. 독충이라 닿으면 큰일난다고 우와악! 하고 도망치다 넘어진 것도 기억한다.
"으으응- 한 번 도 없어."
이자카야는 밤 늦은 시간에 주로 여니까. 마이는 그 시간에 자고 있기 때문에 통 들려볼 일이 없었가. 타케루의 뒤를 따라 들어간 장소에는 장향이 묻어나왔다. 그리고 방금 생강포대를 떨궈서, 바닥에서 흙내와 생강냄새도.
정말 온적 없나. 머리를 긁적이곤 쭈그려 앉아 포대를 깐다. 모두가 잠든 시각 가게 문을 열고 모두가 깨어난 시간 문을 닫으니. 아버지의 밤낮은 우리 같은 사람들하곤 다르다고. 불이 꺼져 어둑한 가게에 전등을 켜고 지난 날 정산하지 못한 영수증 무더기를 옆으로 치워버린다.
“안덥냐? 메론소다라도 한 잔 타줘?”
아. 잠시 할일에 정신이 팔려서 마이쪽은 쳐다도 안봤네. 직업병 때문인가. 가게 입구 문지방을 밟은 사람들은 전부 손님으로 보이니까 저렇게 우두커니 서있는 모습이 왠지 불편하게 느껴져서 아무말이나 툭 내뱉는다. 당장 대답이 돌아오기도 전에 이미 몸은 주방쪽으로 기울었다. 뭇 킷사텐에서 매출 기둥을 든든하게 잡아주는 주력메뉴중 하나. 가게 메뉴에는 오르지 않았지만 가끔 술을 못 마시는 손님들을 배려해서 서비스로 나가고 있다. 만드는 법은 간단하다. 흙먼지 가득한 손은 깨끗하게 씻어주고. 예쁜 컵에 메론 시럽을 담고 차가운 얼음과 탄산수를 한 캔 따서 부어주면 끝. 바닐라 아이스나 체리 같은 장식을 올려준다곤 하지만 이런 쌈마이한 오마카세에선 그런건 사치다. 타케루는 잔 안에 담긴 음료를 하이볼 스푼으로 휘휘 저어 대충 빨대를 꽂아 마이에게 건넨다. 이게 바로 ‘파닥파닥표 공짜 메론소다’ 되시겠다.
아마네의 속마음에 대한 답을 알고 있음에도 절대 내주지 않겠다는 듯. 작은 웃음소리를 내던 천연덕스러운 얼굴의 고개가 기울어진다. 마시로-하고 다정함을 숨기지 못하는 나긋한 목소리로 불러주는 익숙한 높낮이의 어조와 말투. 그립다면 그리웠던 듣기 좋은 울림이다. 여전하구나, 변한 건 그녀 뿐이겠구나. 그러나 그점에대해서 씁쓸하게 여겨진 않는다.
“응. 나쁘지.”
담배가 아닌 본인을 지칭한 대답이다. 한 모금 채 제대로 피지 못했던 연초가 짓이겨진다. 그 모습에 표정이 찌푸려진다. 저러면 손에 냄새 배잖아, 바보. 지적하기엔 늦었으므로 작은 한숨이 대변한다. 분노하고 속상해 하는 아마네의 심정도 어느정도 가늠이 간다. 생각보다 더 동요하는 것 같긴 하지만 원치않은 시작부터가 잘못된 것을 어쩌겠나. 잘못된 첫단추를 바르게 꿰어내야 한다는 사실을 알고 있음에도 왠지 모를 철없는 반항심이 튀어오른다. 이미 지나간 시간들이야, 달라지는 건 없어, 아오. 그것은 속으로 삼킨다. 한참 콜록대는 아오를 바라보며 마시로의 눈빛이 불안하게 흔들렸지만 죄책감에 주저하던 손이 닿기 전에 기침은 사그라들었다.
“별로 얘기하고 싶지 않아.”
적어도 이런 상황에선 절대. 무거운 분위기가 지나치게 불편하다. 이 자리를 어서 벗어나고 싶다는 욕구가 그득해진다. 철들지 못한 소녀는 스트레스 상황 속에서 회피 외의 답을 찾지 못하고 웃음기 가신 얼굴로 이마를 짚는다. 그와중 그의 대답은 당연하리만치 건전했고, 여전히 아오다웠고. 하나도 변하지 않은 모습에 안심했다. 비겁한 건 마시로 뿐이다.
“미안, 미안해 아오. 그런 표정 짓지 마.”
분노의 감정이 사그라들고 슬픔이 자리하고 마는 그의 표정을 마주하기엔 무너져 버릴 것 같다. 재회함과 동시에 이런식으로 부정 당하고 싶지만 않았는데. 그것을 두려워하여 선뜻 아오에게 진작 찾아가지 못했던 것을 결국 이런 형태로 되받는 게 아닌가. 무정했던 그녀의 표정이 조금씩 시들어간다.
“관둘 테니까 진정해.”
주머니에 있던 하얀 담배갑이 바닥에 내팽겨쳐지고선 전부 마시로의 발로 짓이겨진다. 정지된 사고에 이 상황을 타개할 만한 좋은 대안은 떠오르지 않고, 별 거 아니니까 호들갑 떨지마? 아닌데 이게. 지끈거림을 무시하다 결국 '잘 지내서 다행이네.' 덧붙였다. 전혀 도움되지 않는다 물론.
베시시 웃으며 타케루네 아버지가 오는 것을 상상해본다. 타케루! 나 다마나기! 와 같은 큰 목소리가 머릿속에서 생생하다. 아직 오지도 않은 사람이거늘 이미 등 뒤에서 그 목소리가 들린 것 같아 뒤를 돌아보다가 다시 타케루에게로 시선을 돌렸다.
"마실래."
타케루가 일 하는 와중에 가까운 자리를 잡아 앉았다. 덥냐는 말에는, 글쎄. 마이는 더위도 추위도 별로 생각 안 하는 편이었으니까. 그래서 동상이나 열병에 종종 걸리기도 하지만. 말을 들어본 김에 많이 더운가 하고 자신의 머리에 손을 얹어보았다. 따듯했다. 더운가보다. 타케루가 메론소다를 만드는 동안 손으로 얼굴이나 목을 부채질하며 기다린다.
"예뻐-"
투명한 유리 잔 안에 가득 들어간 녹색의 음료. 그 안의 기포가 보글거리며 올라와 수면에서 방울 방울 터지는 모습을 빤히 바라보다가 천천히 양 손으로 유리잔을 잡아 빨대를 물었다. 차갑고 달콤한 청량감. 눈을 감은 체 입 안에서 탄산수가 김이 빠질 때 까지 기다렸다가 한 모금 꼴깍 마셨다.
>>163 포터로빈슨이네 노래 클라이맥스로 갈 수록 미카주가 왜 테마곡이라고 하는지 알 것 같아 미카주가 풀어 줄 수록 미카랑 일방적 친밀도만 높아지는중..새벽 귀하다 귀해요..(와구와구 헉 무리아냐 재밌어서 못자고 잇는거라 ㅋㅋㅋ 고마와 ! ! 그런데 자러간 줄 안 미카주는 어째서 깨어있는거야 >:3?!
뻔뻔한 미카즈키의 대답이 퍽 불만족스러웠던 마시로는 '변태, 최악' 등의 굉장히 유치한 대답이 떠올랐지만 당연하게도 입밖엔 내지 않는다. 너무 당연하니 설명도 필요없다. 대신 댓 발 튀어나온 입이 더 유치할지도 모르겠고.
생각보다 손쉽게 걷어낸 볼캡 아래, 가득한 적란운 속 희미한 여름 하늘의 존재감이 지나치게 선명하다. 뚫어지려나. 일순간 휘몰아치는 짧은 기억 장면에 움찔, 몸이 떨리고 마시로의 눈이 찡그려진다. 뭔가 분명 전에도 비슷한 일이 있었, 있었던 거 같은데. 그보다도 저 여름 하늘 닮은 눈동자가 아까부터 사람 정신을 흔들어 놓는다. 저건 옆집 고양이처럼 흔한 게 아니잖아 그렇지?
“너....”
한참을 골똘히 생각하는 듯 구겨진 눈으로 얌전히 운반되어지며 미카즈키의 얼굴을 한가득 담아 응시한다. 주저하는 목소리로 고양이처럼 입을 오물거렸다가, 이내 다물기를 선택한다. 혹시 여동생 있어? 대뜸 뱉으려다 참았다. 휘발된 기억이 뚜렷하지가 않아 그렇다 아니다 할 대답에 이유를 묻는다면 답할 말이 없다. 애초에 답변을 듣는다해도 무엇 하나 명쾌하게 해결되는 점이 없다는 게 문제였다. 하얗고, 예쁘장한 얼굴로 지나치게 건장함에서 오는 언밸런스함을 보면서도 여동생 따위가 왜 떠올랐는지. 어쨌든 그 어여쁜 여름 하늘에 정신이 팔려 소년이 배려심이 본인을 어디로 데리고 가는지, 또 얼마나 사뿐히 내려주었는지 따위 야속할 정도로 모른다는 거다.
하나에 꽂히면 집착하게 되는 나쁜 버릇으로 뒤섞인 생각을 고르느라 여전히 뵤로통한 얼굴의 소녀는 소년의 조심스러운 손길을 군말없이 받아들이며 따끔함에 작은 신음을 낸다. 예민한 고양이같은 얼굴이 우습다. 마주한 길지 않은 시간 속 제일 얌전히 굴던 마시로는 혼자 이리저리 끙끙 앓더니, 아. 그 마침내 떠오른 듯 작은 빈틈으로 쏟아지는 햇살에 비치어 반짝거리는 갈색의 눈으로-
“-우리 본 적 있지 않아?”
그 맑은 얼굴에서 나온, 고심해서 고른 말이 그런 저급한 플러팅 멘트일 줄은. 본인도 몰랐겠지만.
같은 하늘 아래 같은 장소에 있다고 해서 그 눈에 보이는 세상도 같다고는 할 수 없다. 세상은 여름이라도 누군가에게는 끝없는 봄이거나 가을이거나, 혹은 겨울일 수도 있는 것이다. 그렇다. 겨울. 이 한여름의 햇살이 한가닥도 닿지 못 하는 심상의 겨울이 그 눈에 비추는 것을 스즈네는 보았다. 마주한 것만으로 시림이 전해지는 하늘색 눈동자를 통해.
스즈네는 그 눈을 신기한 눈이라고 생각했다. 메마르고 황량한 겨울이 담긴 눈동자가 한겨울에 날려져 그대로 얼어붙은 비눗방울처럼 보였다. 자세히 보면 그 결정의 가지가 보일 것 같은.
"헤에~"
소년, 나가쿠모 미카즈키의 자기소개를 들은 스즈네의 눈이 두어번 깜빡였다. 잠시 기억을 더듬는 듯 하다. 나가쿠모, 잇치 할부지의 손자, 예전부터 얘기는 종종 들었다. 손자 얘기를 하시는 잇치 할부지는 즐거워 보이셔서 스즈네도 꼭 만나보고 싶다고 했었다. 그렇지만 이름도 얼굴도 모르는 손자는 어느 날 갑자기 멀리 가버렸다. 한동안 기운 없는 잇치 할부지를 위해 손에도 안 맞는 글러브와 야구공을 가져와 같이 캐치볼을 하자고 한 적도 있었다. 그 뒤로는 더 자주, 잇치 할부지와 차 마시는 시간을 가졌던 것도 같다.
그리고 언제인가, 그리 멀지 않은 이전에, 그 손자가 돌아왔다는 얘기를 들었던 것도 같았다.
"너구나아~ 헤에에~"
잠시 기억을 헤메이던 갈색 눈동자에 빛이 한바퀴 감돌며 현실로 돌아온다. 동그란 눈이 나가쿠모 미카즈키를 제법 지그시 응시했다. 그러다 돌연, 싱긋 웃더니 자리에서 통 하고 일어섰다. 일어나며 크게 휘두른 팔이 빈 음료수 캔을 가까운 분리수거통을 향해 던졌다. 휘익. 탱그랑. 단단한 철망 안으로 빈 캔 떨어지는 소리 경쾌하게 울리고 스즈네는 미카즈키의 앞에 서 있었다. 그늘과 빛의 그 경계선에. 서서 웃으며 고개를 까딱 기울였다.
"처음 뵙겠습니다. 나가쿠모 가의 미카즈키 군. 나는 키리야마 가 차기 가주, 키리야마 스즈네. 만나서 반가워요."
방금까지의 철없이 늘어지는 말투는 사라지고 또렷하고 똑똑한 발음으로 자기소개를 한 스즈네는 한 손으로 원피스 자락을 살짝 집으며 그럴 듯한, 아니 제법 그럴싸한 인사까지 했다. 그러나 원피스를 놓고 고개를 들기 무섭게 이히~ 하고 웃어버리는 스즈네였다. 방금은 신기루였던 듯이.
"뭐어~ 차기 가주는 칸쨩이 이미 이었으니까 농담이지마안~ 맞아~ 내가 키리야마의 스즈네다용~ 네 얘기는 잇치 할부지한테 자주 들었어~ 미카즈키 군~ 그 때에 비하면 시간이 쪼오금 많이 지났지만~ 이제라도 만나서 반가워어~"
그리고 스즈네는 미카즈키에게 훌쩍 다가섰다. 그 뿐일까. 미카즈키의 손을 잡으려 하고 가볍게 당기려 했다. 피하거나 막지 않으면 부드러이 이끄는 힘이 미카즈키를 벤치에서 일으키려 했을 것이다. 링링이 걱정은 할 필요 없었다. 미카즈키가 이끌린다 싶을 때, 알아서 일어나 스즈네의 옆으로 톡 튀어나갔을 테니까.
"얘~ 여기서 이러고 있지 말고 얼른 우리 집 가자~ 찻잎이랑 말차가 기다린다구~"
서스럼 없는 행동만큼이나 벽 없는, 마치 어제도 봤던 친구를 대하는 듯한 스즈네의 말이 행동의 뒤를 이었다.
'싫은가? 오빠가 좋아?' 라는 말에 타이르듯 네 이름을 부른다. 작은 웃음소리를 내던 천연덕스런 얼굴의 고개가 기울어지고. 나는 천천히 눈을 깜빡인다.
"...무슨 생각 하는지쯤은, 서로 알 수 있잖아."
그런 의미로 말한게 아니라는 것 쯤은. 아마네는 슬픔 담은 눈을 다시금 천천히 깜빡인다. 우리는 서로 말 하지 않아도 알 수 있는 것들이 많았다. 무엇을 좋아하는지. 지금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왜 배시시 웃고 있었는지. 그런 것들 쯤 간단하게 알 수 있었는데. 더이상 그런 것들조차 알 수 없게끔 시간이 흘러, 너무도 많이 변한걸까. 이제 나는 네가 무슨 생각 하는지 모르겠어. 너도 마찬가지일까. 아마네 역시 많이 변했다. 그렇기에 더이상 울지 않았다. 눈물 뚝뚝 흘리는것 대신 눈에 슬픔을 담을 줄 알게 되었다. 언제나 지킴받던 꼬맹이에서 누군가를 지켜 줄 수 있는 남자가 되었다. 소년은 지금, 어른이 되어 가고 있는 중이었고. 소녀는 너무도 어린 소녀였다.
"그게 그렇게 좋아?"
"그럼 나도 줘."
표정 찌푸려지고. 짧은 한숨. 고작 이깟게 뭐라고. 소년은 자신을 걱정하는거라고는 생각하지 못했다. 삐걱, 삐걱 하고 조금씩 엇나가는 소리가 귓가에 맴도는것 같았다. 이제 정말 무슨 생각 하는지 알 수가 없구나. 아마네는 어느덧 크게 자란 손을 내밀었다. 담배 냄새 밴 오른손이었다. 이미 지나간 시간이라고 하더라도 달라질 수 있다. 우리에게 남은 시간은 많고, 충분히 변할 수 있다. 그야 우리는 아직 소년이고 소녀니까. 아직 어린 아이기에 할 수 있는게 있다. 아직 어린 아이기에, 우리는 더욱 쉽게 물들고 더욱 쉽게 변한다. 소년이 소녀에게 담배를 달라고 손을 내밀었듯. 지나간 일을 후회하기보다 앞으로 나아가기를 바란다. 소년은 어느새 그렇게 우직하게 자랐다. 다소 고양이처럼 제멋대로인 면이 있더라도 우직한, 그런 학생회장에 어울리는 소년으로. 네가 피운다면 나도 피우겠다. 그러니까 피우지 마라. 직접적으로 얘기하지 않고도 이야기하는법을 배웠다.
"넌 항상 제멋대로구나."
어렸을때는 그 제멋대로임이 좋았다. 손을 잡고 어디론가 끌고가던 추억들. 그 제멋대로임이 나쁜 추억이 될 줄은 몰랐지만. 너는 너무도 쉽게 연락을 끊었고 너무도 쉽게 다시 나타났다. 제멋대로 사라졌다 제멋대로 나타나, 이제는 왜 그랬는지마저 이야기하고 싶지 않다고 한다. 너는 웃음기 가신 얼굴로 이마를 짚는다. 나는 그런 너를 가만히 바라본다. "알 수가 없어졌네." 짧게 중얼거리면서. 어렸을때는 그렇게 잘 통했는데. 그 어렸을때의 행복한 추억속에 매달리는게 그렇게 잘못된거야? 우리, 좋았었잖아. 소년은 구차한 생각을 하면서 주먹을 꾹 쥐었다. 첫사랑 이기 때문일까. 그저 추억을 추억으로 남겨놓고 싶지 않기 때문인걸까. 다양한 감정들이 소용돌이처럼 휘몰아쳐 소년의 머릿속에서 날뛴다. 나는 이제 널 어떻게 대해야 하는걸까. 담배를 피는 불량아로 대하고 싶지 않아. 그야, 너는 마시로니까.
"..."
무정했던 네 표정이 조금씩 시들어간다. 하얀 담배갑이 내팽겨쳐지고서는 네 발로 짓이겨진다. 잘 지내서 다행이라는 상투적인 말들과 함께.
하아. 짧은 한숨과 함께, 그 자리에 털썩 주저앉았다. "커피나 한잔, 마시러 갈래?" 그리 물으면서.
>>248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들 켰 나 ! !! 그래서 간단하게 먹구왔다구~~~ ㅋㅋㅋㅋ고마워~~~~ ;3 일부러 지각한거 딱 보이면 한숨쉬면서 "하아... 일단 빨리타. 시간 없으니까." 라면서 츤츤거리면서 태워줄것같은데~ ;3 히라무는... 귀엽군아.... 애기애기하네...(보담보담)
>>248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들 켰 나 ! !! 그래서 간단하게 먹구왔다구~~~ ㅋㅋㅋㅋ고마워~~~~ ;3 일부러 지각한거 딱 보이면 한숨쉬면서 "하아... 일단 빨리타. 시간 없으니까." 라면서 츤츤거리면서 태워줄것같은데~ ;3 히라무는... 귀엽군아.... 애기애기하네...(보담보담)
천렵은 나쁘지 않은 수확으로 끝났다. 무엇보다 히라무를 고양시킨 것은 미국가재 포획량이었다. 다른 물고기들도 맛있지만 미국가재를 중국식 소스로 볶아 먹으면 그렇게 맛있다고 위키에 쓰여 있었다.
산 채로 들고다닐 수는 없지만 죽인 채로는 괜찮으니까, 잔뜩 잡아서 아이스박스에 넣어 다니면 된다. 히라무는 양손에 커다란 아이스박스를 하나씩 들고 마이네 캠핑장을 찾았다. 그릴도 있고 널찍하고, 바베큐 파티를 하기엔 최적의 장소다.
그릴 옆에 아이스박스를 쌓아둔 히라무는 문자를 보내 두었다.
[마이 나 왔어] [가재 구워 먹자]
마이가 올 때까지 요리라도 좀 해 둘까 아이스박스를 열었다. 서늘한 가재들의 원혼이 더위를 식혀 주었다. 오히려 좋아! 오늘의 요리는 넉넉한 가재를 활용하게 된다. 부재료로는 여러 가지 야채와 시즈닝을 가지고 왔는데, 들어는 보았나 보일링 시푸드? 히라무도 읽어만 보았다.
히짱이 미국가재를 잡아서 함께 먹기 위해 열심히 아이스박스를 들고 캠핑장 까지 올라오고 있을 때 마이는 어디서 무엇을 하고 있었을까? 정답은 바로 사무실 테이블에 엎드려서 조금 졸기. 시원한 바람이 불어오는 덕도 있고, 손님도 없는 덕도 있어서 아무런 방해를 받지 않고 마이는 낮잠을 잘 수 있었다.
핸드폰이 테이블 위에서 진동하는 소리. 마이는 느릿하게 눈을 뜨고는 시계를 올려다 보고, 기지개를 편 후에야 문자를 확인했다. 그렇구나, 히짱 밖에 있는거네.
답장조차 하지 않고, 마이는 사무실에서 나가 캠핑장을 둘러보았다. 저 시선 끝자락에 히라무가 보였다. 저벅저벅 흐느적 흐느적 걸어가서는 인사부터 건네본다.
"히-짱 안녕-"
그리고는 아이스 박스를 보았다. 가재가 잔뜩, 루루도 와서 먹으면 좋아했을텐데. 코이게짱도.. 같은 생각을 하다가 다시 히라무를 보았다.
캠핑장 사무실에서 익숙한 인영이 슬금슬금 기어나왔다. 조금 부스스한 귓바퀴 머리카락을 보고 히라무는 눈치챘다.
"마이, 잤지?"
누구는 가재 구워 먹을 생각에 신나서 온갖 식재료를 바리바리 싸들고 왔건만...장소를 제공해주는 게 마이이니 낮잠 좀 잤다고 너무하다고 하기도 웃기다. 그래도 모른 체 넘어가기보단 괜히 심술궂게 찝어주고 싶었다.
"볼 다 눌렸다. 자는 줄 알았으면 가서 깨워 줄걸."
하고 히라무는 협박하듯이 얼어붙은 가재를 하나 들어 보였다. 다음번엔 볼따구에 가재 알람을 올려놓으리라는 히라무 혼자만의 암구호다. 혼자서 4리터짜리 아이스박스 두 개를 채울 수 있을 리 없다. 아이스박스에는 황소개구리 수준의 희귀한 녀석은 없고, 배스와 블루길 같은 물고기와 가재, 야채, 같이 마실 음료수가 있다.
"아아니! 그럴 리가. 다같이 잡았어. 그리고 엄마가 가재를 엄청 잡았거든, 잘못하면 우리 집 일주일 내내 가재볶음만 먹을지도 몰라..."
잤냐는 질문에 하품을 하며 고개를 끄덕이는 마이. 자신의 눈 앞에 얼어붙은 가재를 들이밀자 가재를 향해 시선을 옮겼다. 꼬리가 말려서 암수 구별이 힘들지만, 집게가 큰 걸 보면 수컷일지도.
"한 박스..! 응!"
큰 포부에 마이도 두 손을 불끈 쥐며 결의를 표시한다. 그건 그렇고 우선 불 부터 피워야 하지. 마이는 히라무에게 잠시 기다리라며, 사무실로 들어가서는 총처럼 생긴 무언가를 가져온다. 진짜 총은 아니다. 그건 2층 부모님 방에 있는거. 이거는 토치. 히라무의 아이스박스에서 가장 가까운 불터로 가서는 잔가지와 장작을 가졍하 능숙하게 불을 올린다.
"마음에 드는 음식점을 발견하면?" 호시노 카나타:....? 호시노 카나타:안 갈 이유가 있어? 호시노 카나타:...가야지. 마음에 드는 음식점인데. 호시노 카나타:...물론 그 전에 메뉴판 정도는 인터넷으로 검색하고 들어갈래.
"네가 죽는 것이 나아, 남이 죽는 것이 나아?" 호시노 카나타:남. 호시노 카나타:...죽는 거 싫어. 호시노 카나타:...남 대신 내가 죽을게 같은 거 난 못 해.
"사랑하는 사람이 생긴다면 고백하는 방식은?" 호시노 카나타:........ 호시노 카나타:...잘 모르겠지만 내 생각을 다이렉트로 던지면 되지 않을까? 호시노 카나타:...차이더라도 나중에 했어야 했어 식으로 후회는 하기 싫어. 호시노 카나타:안되면 안되는대로 끝내면 되는 거니까.
히라무가 열심히 준비한 것임에도, 마이의 눈에는 다뭉게지고 얼었던 가재 사이에 낀 얼음이 녹아 물이 둥둥 떠다니는 것이, 한 쪽은 먹을거요 한 쪽은 버리큰 거였다. 그야 블루길 그렇게 맛있지는 않고, 가끔 가재도 잡고 나서 봤더니 깨지는 경우도 왕왕 있으니 이해 못 할 선택은 아니다. 깨진 갑각류, 어패류는 먹으면 안 된다. 살이 썩어있으니까. 하여튼 마이는 부서진생선가재옥수수보따리를 손으로 가리키며 물었다.
처음 들어보는 조리법이다. 캠핑장 손님들은 보통 고기를 구워먹거나 낚시 하던 사람이 생선을 구워먹는 정도였으니, 시푸드 보일이라는 녀석은 접할 일이 없다. 그러니까 어떤 방법으로 조리해야 하는지도 모르고, 불 조절 방식도 모르니, 히무라의 말만 듣고 해 보는 것이다. 히-짱 똑똑하니까.
그렇게 마이는 불 위에 냄비를 올려두었다. 스웨디시 토치 방식이라 간편! / https://www.freshoffthegrid.com/wp-content/uploads/2016/11/Swedish-Fire-Log-DIY-11.jpg 이런 느낌쓰!
주걱으로 열심히 요리하는 히라무를 바라보며 마이는 조금 떨어진 자리에 쪼그려 앉아 지켜보았다. 불길이 더운 것도 있고, 괜히 옆에서 방해되지 않길 바랐기 때문이다.
"?"
그러니까, 양념 냄새 말고 탄 냄새가 나기 시작해도 별 말 없이 그냥 지켜보았다는 이야기. 그리고 원래 탄 냄새가 나는 녀석일지도 모르는 것이다. 맛있는 냄새 나지 않냐는 말에 정말 그렇다며 고개를 끄덕이고는 토치를 챙길때 가져온 나무젓가락을 히라무에게 건네주었다. 물론 자기 것도 가져온 만큼 똑 하고 부러트려서 옥수수알 하나를 건져먹어 보았다.
"음—"
얼굴이 복잡해진다. 짠맛, 탄맛, 감칠맛이 공존하고 옥수수를 씹으면 그 안에서 시푸드보일 육수(타버림)이 나와서 떫고 쓰다. 이것이... 미국의 맛...?
눈썹을 위로 크게 올리며 되묻는 마이. 그 손에는 이미 가재가 더 들려 있었다. 히라무의 눈쌀이 찌푸려자가 전에, 마이는 이미 가재를 두어개나 먹어치웠다. 음 음 이것이 미국의 맛. 하며. 히-짱이 만들었다는 점, 외국음식이라 단 한번도 제대로된 맛이 어떤 것인지 상상해보지 못했다는 점, 그리고 가재라 탄내가 속살까지 깊숙히 파고들지 못해서 이루어낸 성과!
정확히는 세 번째. 아무리 히짱이여도 여고생이 무언가를 먹으려 할 때 그것을 막을 수는 없는 것이다. 왜냐하면 그것이 여고생이니까..(끄덕)
"응 다녀와-"
손을 흔들 흔들 흔들다, 이동 하지 않는 히라무를 향해 의문 가득한 표정을 지엇으나 이거 먹자는 말에 가까이 갔다. 냄비 뚜껑을 열자마자 올라오는 알싸한 향에 미야마 마이는 잠시 눈을 감고 코로 그 향기를 맡다가 재채기 했다.
"맛있어 보이는데 뭘."
그렇게 세 번째 가재를 집어든 마이. 가재의 속 살을 발라내는 것, 그리고 내장을 꺼내는 것은 매우 익숙한 일이기 때문에 빠르게 진행되었다.
"잘 먹겠습니다-"
와앙- 하고 그 붉은 속살을 입에 문 순간...
.dice 1 3. = 2 1. 너무 매워서 울었다 2. 너무 떫어서 레몬즙 밈이 되었다 3. 너무 ?̷̱͚̥͚̖̬͎͖̞̲̖̲̰̦̗̳̩̜̪͚̝̾̂̔͒̔̎̔͗͐̈́̅́̒̊̏͂̽̀́͒͛?҉͎̭͍̘͙̗̘̞͖̩̘̱̖͔̳͕̀̈̀͆̃̉̂̈́͆̏̿̒̂̏?̶͖̯̟̪͍̖̪̫̭͎̖̝̰͇͕̦̘̲̪͇̤̥͊̒̇̏̑̍̀̇̉̒̏̄̿̔̅́̇́̚ͅ 해서 기절했다
혀가 아프다! 히라무의 입술은 안쪽으로 오그라 말려 들어갔다. 레몬도 아니고 마라롱샤에 이런 진귀한 현상이 나타나다니 자신의 능력에 두려울 지경이다. 히라무는 미피처럼 닫힌 입을 하고 마이를 돌아보았다.
마이도 사정이 비슷했다. 차이가 있다면 마이는 어떻게든 혀를 빼물고 말을 하고 있다. 금방이라도 울 것 같아 보이는 마이를 보고 히라무는 몹시 당황하여 입가에서 주먹을 쥐었다가 폈다가 했다.
"마쨩 나,"
까지 말하고 심호흡 한 번. 혀를 달래려면 찬 바람이 주기적으로 필요하다.
"아이스크림,"
까지 말하고 또 한 번.
"우유, 사 올게,"
그 동안 아이스박스에 든 물이나 사이다라도 먹으면서 기다리라고 말해주고 싶었지만 그만큼의 여유는 없었다. 히라무는 가까스로 냄비를 가리키고 커다랗게 엑스 자를 표시했다. 더는 먹지 말라는 필사적인 부탁이었다. 히라무는 캠핑장 근처 매점으로 총알같이 뛰었다. 이건 물로는 안 돼!
#후 막레로 쳐주셔도 될 것 같아영...^^ 정말...많이 수고하셨습니다...^^^^^^^
집행부로 선출이 된 이후로 제법 시간이 흘렀습니다. 하늘은 날이 갈수록 높아지고 사람들은 바쁜 여름을 보내기 위해서 서두르는 와중에도 할 일이 없어서 넋을 놓고 있는 이들은 있었으니, 말해 뭐할까요! 접니다! 어떻게 설명을 할 필요가 있을까요? 인원수는 많고, 열심히 하려는 사람도 많고. 하물며 학생회장까지 집행부에 소속되어 있지 않습니까. 마스코트 캐릭터 같은 느낌으로 열심히 농땡이를… 아니 한때의 여유를 만끽하며 지내는 것이야말로 다른 모든 사람들을 위한 일이 아닐까요?
“…아아, 여름이네요.”
바닥이 나버린 콜라잔에서는 조금 듣기 싫은 소리가 났습니다. 아, 어쩌죠. 뭘 주문은 해야하는데 어쩐지 기억 속의 누군가에게 엄청 말랑해졌다는 이야기를 들어버린 것 같은 기분이 들어서 딱히 그러고 싶지는 않습니다. 시간이 남아서 오랜만에 연습실에 나가서 춤을 춰보기도 했지만, 역시나 초 유능한 제 실력이 그리 간단히 줄어드는 일은 없었지만 우연히 때를 맞춰 들어오신 아버지가 눈물을 흘리며 집안이 어쩌고 하는 것을 듣기 싫어 도망쳐 나올 수 밖에 없었습니다.
맞아요. 갑작스럽지 않습니까!? 그렇게 갑작스럽게 나오다 보니 뭐랄까, 준비가 아무것도 안되어 있어서 친구를 부르기에도 애매하고 그렇다고 혼자 다니기에는 재미가 없는 그런 교착상태에 빠져버렸다는 겁니다. 한~가하네요~
일단 연락처에 있는 사람들한테 대충 단체 메일이라도 보내볼까요. [역 앞의 맥도날드로 집합]
“음…”
뭔가 아니네요. 이건 좀 그런데. 재미가 없다고 해야하나 뭔가 부족하다고 해야하나… 인터넷에 올렸다가는 올해의 노잼상이라도 수상할 정도라구요. 음… 뭐 괜찮겠죠. 어떻게든 될테고. 송신… 은 하지 맙시다. 뭔가 안좋은 예감이 드네요.
“한가하네요~”
벽에 무슨 포스터 같은 게 붙어있는 걸 보면 얼마 전에 무슨 광고를 찍네마네 하던 그거인가 봅니다. 저한테도 얘기는 왔었지만 거절한 것도 있고 무엇보다 선정에서 뭐가 바뀐 것도 있고 해서 같은 1학년의 누군가가 꿰찼다고 하던데…
그 말을 하며 어느샌가 카게짱 옆에 앉습니다 우연히 길을 지나가다 보니 보여서 들어온 것이지만 다른 학교로 알고있는데 이 근처에 있따는건.. 도쿄쪽이려나? 그런 생각들을 하고는 역 앞이니 놀러온거려나하고 생각할 뿐
"그러니 카게짱 오랜만- 지난 달에 보고 오랜만에 보네"
가벼운 말투로 그리 이야기하며 다 먹은듯 보이니 따로 메뉴를 시키진 않았습니다. 해봐야 아이스크림 정도인데..그거에 돈 쓰긴 좀 아깝고 집행부 일도 오늘은 딱히 내가 할 것은 없으니 느긋하게 이탈했지만.. 그러고보니 1학년 한명이 탈주했으니 시간 되면 데려와달라 햇찌만 그렇게 운 좋게 보일리는 없겠지(*플래그)
음… 어쩐지 익숙한 얼굴이라 기시감이 든다 싶었더니 포스터에 있는 건 루나쨩이었습니다. 보통 프로를 데려와서 찍나요 이런거? 그러면 한 쪽도 1학년이 아니라 그냥 프로? 우와아… 좀 부끄러운데! 그러면 백합 영업이라도 이해가 되네요. 촬영하고 돌아가는 길일까요? 뭔가 편해 보이는걸 보니 관광? 이런 말은 그렇지만 이 동네 생각보다 볼 것 없는 동네라 옆의 교토나 고베를 가는 편이 나을 것 같았지만, 대붕의 뜻을 귀여운 참새가 어떻게 알까요.
“음~ 이런저런 일이 있어서 시간이 비어버렸거든요. 관광하기에는 이 근처는 뭐가 없는 것 같고. 그렇다고 차밭 체험 같은 건 헤비하고 해서.”
양팔을 가볍게 벌리고 대충 그런 느낌이라고 얼버무렸습니다. 약~간 수면 부족이라고 할지 뭐라고 할지. 오늘따라 힘이 잘 안 들어가네요. 권태감이라던가 피로라던가 그런? 음, 오랜만에 춤춰서 그런걸지도 모르겠네요~
“그러는 루나짱은 여기까지 무슨 일인가요? 설마 자기가 찍은 백합 영업 포스터를 영구보존같은거라도 할생각으로?”
음...? 아니 방금 뭔가 학교행사라고 했던 것 같은데 루나짱 다른 지역 다니고 있지 않았나요?! 조금 머리가 혼잡해서 정리가 안되는데요!!? 그러니까, 이 포스터는 백합영업이 아니라 우정컨셉을 잡은거고... 아니 여기서부터 말이 안되지 않습니까!!! 절대 안속으니까요?! 토키와라초의 회색 뇌세포를 물로 보신거 아닙니까?! 아, 물론 손은 잡았습니다. 이런 때일수록 뭔가 더 떨어지면 안될 것 같잖아요. 루나짱도 여기는 처음... 처음맞겠죠?! 아니 맞겠죠!?
"...학교행사?"
아니아니 생각해보면 이 근처에 다른 학교도... 없네요. 여기도 생각보다 규모가 작은 편이기는 하지만 통폐합이 몇 번 있었다보니 이제는 이 근방에서는 유일한 고등학교가 된지 오래아닙니까. 다른 제일 가까운 학교는 특급을 타고 멀리 나가야 있고 거기서 굳이 이동네의 축제에 관여를 한답시고 오지는 않을테니...
여기에 정말로 은어도 살았어? 그런 생각을 하며 카나타는 멍한 표정으로 자신이 잡은 은어를 바라봤다. 그냥 이 은어를 카페에 있는 타마에게 선물해주는 것이 좋을까. 아무리 생각해도 가재보다는 은어가 좀 더 맛있을 것 같은데. 하지만, 이거 막 잡아가도 되나? 아니. 하지만 이건 특정외래종이 아니잖아. 그러면 내가 어떻게 해도 내 맘 아닌가.
팔짱을 끼고 가만히 생각을 하던 와중 카나타는 거품이 보글보글 올라오는 것이 보였다. 아. 저건 보아하니...
이어 그는 가만히 천천히, 여유롭게 뜰채를 들고 물 속에 담궜다가 재빠르게 3회전을 하면서 그 안의 내용물을 끄집어냈다.
>>490 -료칸 키노모토에 니시키리도 선물용 차 세트 등을 납품함. 와모던풍 쪽에 많은 만큼 말차도 있지만홍차나 백차 계열이 인기일 것 같다. -비즈니스 때 데리고 와서 만남. -가끔 스즈네랑도 같이 놀았음 -니시키리 본가에서도 간혹 놀았다거나? -타에미 동생들이랑 같이 놀면 우와 머리카락 신기해에 하며 의외로 인기있고 뻗어버리고 마는데(?) -호칭은 타에미 양 정도?
(기타 추가가능할수도 있고 안할수도 있고?) -가끔 학교에서 타에미 양의 목소리랑 기계적인 게 섞인 게 보이는 거 같은데 뭔지는 모르겠다는 걸 말하면 타에미가 알아차릴 수 있을까..
아, 표정보니까 그나마 낫네요. 혹시라도 루나짱이 알면서 모른척하는 거였으면 실명 숨기고 또 도쿄로 도망갈 뻔 했어요. 그보다 역시 루나짱 1학년에서는 본 적이 없었단 말이죠... 당장 포스터에 있는 저 애도 한 번은 본 것 같기도 아닌 것 같기도 한데!!! 그렇다고 루나짱이 자기를 숨기고 다니는 타입은 아닌 것 같고.
"아하하하~ 이건 이젠 운명이네요~ 올해 입학했으니까요! 뭐 아직 입학하고 반년밖에 안되기도 했고 서로서로 모를 수 도 있는게 아닐까요?"
>>546 좋아요~!~!! 아아아~~~ 이즈미 아마네 2학년때 이즈미 학생회장, 3학년 때 아마네 학생회장인 거죠? 👀 이해했다 이해했어. 그럼 전학 왔을 때 안면 트고 + 말차 다양하게 써본다는 이유로 니시키리 쪽 말차도 매입해볼까요? 학교 지리 설명을 이즈미가 해줬다거나요 막 전학왔을 때 이즈미가 학생회장이라했으니... ☺
입밖에 내더라도 소년이 딱히 아랑곳하지 않았을 것도 크다. 이미 전신이 만신창이인데 그 정도 긁힌 자국 하나 더해서 뭐하겠나. 아랑곳하지 않고, 차가운 눈에서부터 시작된 흐릿한 기억이 마치 노이즈처럼 소년의 얼굴 위로 겹쳐보인다. 하지만 그 눈은 좀더 무구하고, 좀더 온화한 눈이었는데. 이렇게 어딘가 부서진 것 같은 되다 만 오오바 요조 같은 사람은 결코 아니었는데. 애초에 그때 그녀석, 이것보다 좀더 길고 예쁘장한- 누군가 신경써서 다듬어준 것이 분명한 단발머리에, 이것보다 훨씬 작았다. 그런 차이점에도 불구하고, 이 당장이라도 깨어질 듯한 푸른 눈은 마시로에게 결코 그냥 지나칠 수 없는 기시감을 심어주고 있었다.
마시로가 미카즈키의 눈을 보며 흐릿한 기억을 더올리려 애쓰는 동안, 미카즈키는 마시로의 부상 처치에 여념이 없었다. 상처 부위의 흙먼지며 피며 하는 것들을 물티슈로 닦아내고, 작은 족집게로 집은 알콜 스왑으로 상처를 말끔히 닦아낸 뒤에 요오드 스왑으로 소독까지. 그러고 나서야 연고를 면봉에 짜 바르고는 상처에 연고를 발라주고, 거즈를 무릎 상처 크기에 맞춰 오린 다음 붙인다.
...어디선가 본 적 있는, 쓸데없이 세심하기 짝이 없는 상냥함.
마시로의 질문에, 미카즈키는 시선을 비스듬히 들어올렸다. 원래 뜻과는 조금 다른 뜻이 되어, 본격적으로 뻐꾸기를 날릴 때 흔히 쓰는 닳고닳은 문장. 그것은 오래간만에 쓰잘데기없이 화사한 어조 대신에, 원래 입던 단정한 어조를 차려입고 미카즈키에게로 다가왔다. 그게 무언가 숨기고 있던 것을 찔렀나, 소년의 안색이 조금 흔들렸다. 그는 눈을 가늘게 뜨고... 어디선가 들어본 적 있는 이름을, 내려놓았다.
"미카를 기억해?"
...그리고 침묵. 미카즈키는 반창고로 거즈를 고정시켜주는 것으로 처치를 마무리하고, 이마에 같은 처치를 하기 위해 또 새로운 알콜 스왑을 족집게로 집어서 비닐 포장 안에서 끄집어낸다. 그리고 마시로의 다친 이마를 바라보며, 나직이 실토한다.
불야성과 같은 도쿄의 밤거리를 지나, 낯설고도 순박한 날빛에 덮인 타지에 홀몸으로 입성한 헨나 코코에겐 어떠한 기개가 있었다. 말인즉슨, 폐쇄적이고 결속력이 깊을수록 배척이 순탄히 이루어질 법한 환경-이를테면 시골 마을-에서도 꿋꿋하게 섞여들어가는 데에 성공했단 소리다.
타지에서의 두 번째 여름. 매미가 찌르르 울어젖히고 묵직하게 내리누르는 더위에 뛰쳐나오는 온갖 벌레와 곤충들. 토키 고교에서 헨나 코코의 입지는 계절이 여름일 수록 강화됐다. 복도 끝에서부터 비명과도 같은 부름이 교내 벽을 타고 울렸다.
헨나, 도와줘!
이제는 일절 놀란 기색 없이 아주 당연하다는 듯 사물함 옆 구석에 구비된 잠자리 채 쥐곤 무감한 낯으로 벌레를 향해 휘두르는데. 어라, 이놈 보통 녀석이 아니다. 평범한 녀석들이라면 이쯤 손아귀에 들어와야 하는데 요리조리 피하는 무빙이 범상치 않았다. 인간들 놀려본 솜씨가 한두 번이 아닌 듯했다. 헨나, 뭐 하는 거야, 힘내! 멀찍이서 손 하나 거들 지도 않는 겁쟁이들이 겁쟁이 같은 얼굴로 응원하는 소리가 들려왔다.
오기가 생겼다. 그래서 일주를 했다. 어디를? 학교 일층부터 삼층까지.
그리고 이내, 엄지손가락만 한 벌레가 속도를 늦추는 찰나. 때를 놓치지 않고 잠자리 채를 힘껏 휘둘렀다. 채 안의 든 것이 벌레라면 완벽한 결말이었을 텐데⋯⋯. 코코는 너무 놀라 잠자리 채 손잡이 부근을 턱 놓아버리곤, 뒷걸음질을 쳤다. 한 손으로는 입을 가리고.
>>505 흥미로워! 그리고 귀엽네!(つ❛ɞ❛⊂) 일단 홍차나 백차 같은 바리에이션을 둔 부분에서도 기존의 와풍에서 벗어난 료칸 컨셉에 딱일거 같구, 게다가 방울이네도 디저트 계열같은 살짝 다른 차이를 줬던거 같으니까! 물론 혹시 모르니 스즈네주한테도 물어봐달라고는 했고, 그 부분도 보기는 했지만···!(๑❛ө❛๑)>;; 사실 그즈음이면 아무래도 비즈니스로 교류했을 때마다 가끔씩 봤단 느낌이었겠지? 그것 때문에도 다같이 한곳에 모여서 놀았다는 것도 괜찮네···! 물론 타에미가 한국식으로 치면 초등 고학년부터 중등 전반을 타지에서 있었기에 딱 그만큼의 공백이 있을거 같지만···( •̥Θ•̥ ) 테미네 말썽쟁이 동생들~ 특히 셋째랑 넷째가 그렇다네요~ฅ₍⁻ʚ⁻₎ 그 둘이라면 확실히 호기심 가지는걸 넘어서 즈미즈미 머리카락 만져보려고 했을지도··· 하지만 어림도 없지! 즈미한테 허락 먼저받으렴! •̀ɞ•́ 음~ 딱 이름으로 부르는 것도 정갈하니 좋네~ 아마 타에미도 그런 느낌일거 같아! 이즈미 군이라고 잘 부르다가 가끔 호칭을 빼먹고 고롱고롱 거릴수도 있겠지만···?⚆ɞ⚆ 타에미 특! 가끔 정신 빼먹음!ฅ₍⁻ʚ⁻₎
학교에서, 테미 목소리랑, 기계적인 목소리가 섞인 느낌이···? 세상에, 누가 뱅아웃을···!⚆ɞ⚆ 물론 그럴 가능성 또한 있겠지만! 나는 모든 가능성을 수용해요!ฅ₍⁻ʚ⁻₎ 그부분으로 즈미가 물어본다라~(つ❛ɞ❛⊂) 아는게 있냐, 라는 느낌으로 에둘러 물어본다면 타에미 성격상 글쎄···~ 라고 할거 같구 혹시 너냐. 라고 직접적으로 물어본다면 소곤소곤 얘기해줄지도 몰라~
>>550 초반엔 외적으로 눈 색깔이 고양이 같다, 머리칼이 강렬하다! 생각했다가 곰곰이 고민해볼 수록 어? 뭔가 생김새가 할머니가 말했던 아, 말차? 이렇게 흘러갔을 거 같아요 ㅋㅋㅋ 그리고 학생회장이니 성적 같은 거 애들이 다 알 거 같은데 주워듣고는 와아, 대단한 사람이구나…. 생각하지 않았을까요 🤔 초반에 친구 없을 때 공부 알려달라고 찾아갈꺼요? ☺
>>566 이렇게 찾아가다가 자연스레 스터디 모임 하나 만들어도 좋을 거 같아요, 물론 다른 캐주 분들 이야기도 들어봐야겠지만....☺ 전학 왔을 때 소개 해줌 + 스터디 모임 일원 + 집안끼리 비즈니스 관계. 요 정도면 될까요? 더 추가할 소재 있으시면 편히 말해주세요 :)
단정한 교복에 조금은 어울리지 않을 피어싱과, 깨끗한 캔버스를 신고 등교한 아마네는 느긋하게 흘러가는 구름을 바라보며, 매미 울어대는 소리를 듣고 있었다. 여름이구나. 그리 생각하면서 창 밖을 바라보았다. 언제나와 같은 풍경. 언제나와 같은 학교. 누군가는 지루하다고 말할지도 모르겠지만, 자신은 이런 토키와라가 좋았다. 그렇기에 다른 곳으로 떠나보고 싶었다. 이곳도 이리 좋은데, 다른 곳은 또 얼마나 좋을까. 도쿄가 궁금했다. 다른 세계가 궁금했다. 미국, 영국, 프랑스, 독일, 이탈리아같은 유럽부터, 아마존이나 마다가스카 섬, 뉴질랜드와 필리핀, 한국과 중국... 가보고 싶은 곳이 많았다.
매미가 운다.
그리고, 타다다, 하고 뛰는 소리가 들려온다. 무슨 일이라도 있는걸까. 시선을 그쪽으로 돌리던 때에, 턱, 하고 머리에 정통으로 무언가 맞는 감각이 들었다.
"아야."
저도 모르게 그렇게 소리내버렸고, 멀뚱멀뚱, 눈 깜빡이며 제 앞의 소녀를 쳐다보았다. 잠자리채, 였구나. 턱 하고 그물에 씌워져서 영락없이 웃긴 모습이 된 채로, 뒷걸음질 치는 소녀를 바라본다. 한 손으로는 입을 막는 그녀는 옅은 분홍빛 머리칼에, 부드러운 갈색 눈동자를 가지고 있었다.
"....그러니까..."
"헨나 양, 맞지? 같은 2학년으로 알고 있는데."
흐응, 그런가.. 벌레를 잡으려고 했었구나. 처음 보지만 활달한 아이구나. 그렇다면 조금 장난쳐도 괜찮겠지. 이쪽에서는 일방적으로, 잠자리채를 정통으로 얻어맞았으니까. 씩, 하고 장난스럽게 웃으면서, 머리에 씌워진 잠자리채를 벗고, 지끈거리는듯 머리를 부여잡으며.
"아프네에... 그렇구나..."
"평소 눈엣가시였던 나를 벌레취급하면서 잠자리채로 불의의 일격을 가해 죽이려던 계획이었던거지?"
능글맞은 웃음으로 빤히 바라보며.
"잘 알겠어... 학생회장 자리는 물려주도록 할테니깐..."
"더는 괴롭히지 말아줘..."
어느새 촉촉해진 눈가로 시선을 피하면서 당장이라도 쓰러질것같은 소년을 연기했다. 주변의 웅성거림이 들려온다. 쿡쿡거리며 터질것같은 웃음을 간신히 참아낸다.
학생회장이 운다고. 더군다나 그를 ‘벌레취급하면서 잠자리채로 불의의 일격을 가해 죽이려던’ 사람이 되어버렸다. 타칭 토키 고교 세스코가 삽시간에 암살자가 되어버린 상황이다. 이를 어쩌면 좋지. 힐긋 뒤를 돌아봤더니 벌레를 피해 멀찍이 거리를 벌렸던 학우들이 더욱이 거리를 벌린다. 그런 거 아니야! ⋯⋯음, 정말 아닌가? 저렇게 그렁그렁한데?
슬그머니 다가갔다. 그가 벗은 잠자리채를 발로 슥 제 뒤로 밀어 넣었다. 허리를 굽혀 고개를 기울여본다. 저기이, 학생회장 선배⋯⋯? 하고.
“엑.”
걱정스런 낯이 급격히 냉각된다. 이 사람이 진짜.
“예. 그럼 학생회장은 이제 헨나 코코입니다.”
짜게 식어버린 눈이 한여름과 어울리지 않게 차갑다. 어느새 불퉁하게 변한 채 자연스레 그간 제 신세를 한탄한다. 목전에 둔 상대가 과연 ‘학생회장’이란 타이틀을 달아서일까? 묘하게 기대기가 쉽다.
“선배까지 절 놀리시는 거예요? 안 그래도 애들이 절 놀리는 거 같다구요. 에프킬라라든지, 벌레 퇴치제들 엄청 많은데 아무도 안 사고 저만 불러대구. 역시 그 녀석들, 도쿄 포비아인 게⋯⋯!”
이 모든 건 일단 삼키고 삭히고 보는 성정이 빚은 엉뚱한 오해임을 인지하지 못한 발언이었다.
>>581 큰 선관까지는 아니지만 이즈미가 작년 학생회장이니까+지역 유지에 매우 가까워서 카나타가 얼굴이랑 이름+니시키리가 다원을 운영하지..우리 카페에서도 일부 제품을 사용해.. 정도로 아는데.
이즈미도 카나타네 카페에 간혹 들른 적이 있고 아 우리학교 학생이군요. 정도는 알거라고 생각했어요.(아마 스즈네랑 카나타가 같은 반이면 이즈미도 같은 반이에요.) 이상하게 고양이 몇 마리가 입맛을 다시는 거 같단 인상 정도? 친하지 않다면 호시노 군이라고 부를 거 같은 느낌?
>>582 일단 나도 이즈미의 시트는 잘 읽었고 필시 오래전부터 카나타가 이즈미를 알고 있을 거라고 생각하거든. 그런데 다만 내가 소꿉친구는 동갑인 이, 동갑이 아닌 이. 딱 2명만 받기로 한지라... 내가 그 관련은 차마 찌를 수 없었어. 너무 소꿉친구가 많아지면 아무래도 관계가 다 단편화될 것 같았기 때문에...(주륵)
카나타가 중3때부터 카페 일을 돕기 시작했으니까 고1때부터 만약 카페에 찾아왔다면 한번씩 카나타를 보긴 했을테니까 이즈미 입장에서도 학교 학생이라는 것을 알 것 같기도 해! 스즈네와 카나타는 같은 반 선관이니까 자연스럽게 같은 반으로 해도 되겠네!
지역 유지니까 카나타는 고양이 몇 마리가 입맛을 다시는 것 같다기보다는 도련님이라는 느낌으로 더 볼 것 같네. 학생회장이기도 했고 말이야. 그렇기 때문에 아마 지금 상태에서는 그냥 무난하게 교류하고 있는 같은 반 친구 정도가 적합하지 않을까 싶어. 호칭은 이즈미주가 편한대로 결정해도 돼! 다만 카나타는 니시키리라고 부를거야. 아마.
>>566 헉!⚆ɞ⚆ 이건 확실히 나도 사고 싶은! 한 다섯 패키지만 살게요~(つ❛ɞ❛⊂)
오~ 역시 처음엔 글쎄~? 그런가~? 로 넘기지만 그 이후에도 더 들려오거나 한다면 역시 재차 물어보는 거구나!(つ❛ɞ❛⊂) 좋아~ 그건 나중 일상에서의 재미로 두는 걸로! 두근두근 서스펜스 스릴러! 부정맥 진단 모험! 범인은 누구인가~ 범인은 타에미 양입니다~ 3학년의 째깐한 까만애는 오늘도 잠 못이뤄요!⚆ɞ⚆
실시간으로 정체가 밝혀질지도 모르는 포지션도 좋겠네! 좋아~ 사실 나도 교류 관련해서 소심하게나마 물어보려고 했던게 있었는데 이즈미주가 먼저 물어봐줘서 고마운 거야~ 와~ 방울이하고도 같이 놀기!ˎ₍•ʚ•₎ˏ
>>571 저런···! 등에 새겨진 63마리의 용을 다루는 대악마 아마네엘이 될뻔했구나!⚆ɞ⚆ 심지어 말차밭 비료냐 잉어밥이냐의 잔혹한 선택지까지! 괜찮아 괜찮아~ 그런 일은 없어~ 쓰담쓰담~(っ•ɞ•)っ
호시노 카나타. 그는 요리는 수준급이었으나 쿠키를 굽거나 빵을 굽는 일은 한 적이 없었다. 즉, 지금 그가 가지고 있는 것은 그가 직접 구운 버터 쿠키가 아니라 자신의 집에서 하는 카페에서 그다지 떨어지지 않은 곳에서 팔고 있는 양과자점에서 한정판매로 팔고 있는 '로얄 딜리셔스 스트로베리&블루베리 버터 쿠키'였다. 하루에 한정 50박스만 파는 쿠키였으나 카나타에게 있어서는 워낙 가까운 거리였기에 아침밥을 먹자마자 바로 집 밖으로 나섰고, 3번째 자리에 줄을 서는데 성공할 수 있었다.
박스 한 개당 스트로베리 쿠키 25개, 블루베리 쿠키 25개가 들어있어 총 50개의 쿠키가 담겨있었다. 그 박스를 하나 구입하는데 성공한 카나타는 바로 집행부실이 있는 곳으로 향했다.
당연하지만 지금 이 시간대에 있는 이는 없었다. 물론 누군가가 있을지도 모르지만, 대체적으로 이 시간대에는 확률적으로 사람이 없었다. 물론 누가 있다고 해도 크게 달라질 것은 없었지만.
이어 그는 가만히 자리를 하나하나 세기 시작했다. 그리고 사실상 손에 집히는 순서대로 책상 위에 쿠키를 하나씩 놓았다. 오늘 오는 이는 오늘 먹을 것이고, 내일 오는 이는 내일 먹겠지. 어차피 포장이 된 이상 쿠키가 바로 상하진 않을테니까. 무엇보다 에어컨을 켜놓을 곳이었으니 딱히 상하는 일은 없을테니 그 점에 대해선 안심할 수 있었다. 그 와중에 복사한 작은 쪽지. '수고가 많아요. 드세요. 한정 버터쿠키에요.' 라는 메시지가 담긴 그 쪽지까지 남기는 것 또한 잊지 않았다.
글씨체? 자신을 아는 이라면 아마도 알 수도 있겠지. 딱히 숨길 마음은 없었으나 티를 낼 마음도 없었다. 어쨌든 하나하나 쿠키를 놓는 동안, 갑자기 문이 열리는 소리가 들리자 그는 가만히 고개를 문 쪽으로 돌렸다.
"...니시키리."
같은 반 아이이자 작년 학생회장인 이의 모습이 그의 눈에 보였다. 안녕. 무덤덤한 목소리가 그의 입에서 조용히 흘러나왔다.
>>589 크읏··· 역시 패키징의 힘은 강한거야··· 무심코 사게 만들어버려···ꔷ̑ɞꔷ̑ 가성비 세트도 맛있게 먹어버리기!•̀ɞ•́
응~ 사실 뭐 별거 없구··· 즈미네로 간다던가 하면 몰라도 물품 관련으로 즈미네가 키노모토에 오게 된다면 타에미를 봤을 때 높은 확률로 동생들하고도 마주치게 될텐데 그걸 좀 버무리고 싶었거든! 놀려고 달려드는 둘, 말리는 둘, 보노보노 둘 같은 배경인··· 그런데 즈미즈미주가 먼저 그 소재를 던져준 것! 띠용인 거야!⚆ɞ⚆
자신에게 사온 거냐고 묻는 질문에 카나타는 짧게 대답하며 고개를 끄덕였다. 딱히 부정할 생각은 없었다. 보여진다면 순순히 인정하지만, 묻지 않으면 굳이 티는 내지 않는다. 그것이 바로 카나타의 삶의 방식이었으니까. 이번에도 이즈미에게 보여졌으니 그 사실을 순순히 인정할 뿐이었다. 하지만 너무 알려지고 싶진 않았기에 그는 이즈미를 바라보며 이야기했다.
"...내가 사서 두는 거지만, 너무 많이 퍼뜨리진 말아줘. ...딱히 감사인사 받으려고 하는 것도 아니니까."
이전에 포스터 촬영건도 있고, 앞으로도 서로 힘내자는 의미로 산 거야. 그렇게 과묵하게 이야기를 하며 카나타는 이즈미가 앉는 자리에 멈춰서서 가만히 고민했다. 그리고 살며시 고개를 돌려 이즈미를 바라봤다.
"...그냥 집이 근처거든. 그래서 빠르게 살 수 있었던 것 뿐이야. 아무튼, 니시키리. 스트로베리와 블루베리 중 뭘 좋아해?"
손에 잡히는 걸로 아무거나 하나씩 올렸지만, 여기에 있으니 의견을 물어서 나쁠 것은 없다고 생각하며 그는 이즈미에게 그렇게 질문했다. 아무거나 상관없다고 한다면 정말로 아무거나 집어서 위에 올렸을 것이다.
뭔가 티내는 것 같아서 싫어. 그렇게 어느 정도 선을 그으면서 그는 고개를 도리도리 저었다. 그냥 고생하니까 자신이 할 수 있는 것을 하는 것일 뿐. 딱히 이런 것을 준다고 티내는 것은 그의 성미에 맞지 않았다. 아무도 모른다면 그걸로도 상관없는 일이었다. 역시 자신은 이렇게 조용히 뭔가를 처리하고 수행하는 것이 좀 더 성미에 맞았으니까.
"...참고로 나는 8새."
뿌듯하게 웃으면서 그는 오른손으로 숫자 3을 표시했다. 아무래도 3번째 자리에 섰다는 것인 것 같지만 그 의미를 이즈미가 알아들었을지는 별개의 이야기였다. 모른다고 해도 상관없지 않았을까?
어쨌든 그의 입에서 블루베리가 거론되자 카나타는 고개를 끄덕이며 블루베리 쿠키를 그의 책상 위에 내려놓았다. 이어 다음 책상으로 이동하며 그는 스트로베리 쿠키를 다시 내려놓았다. 그리고 또 다시 스트로베리. 이어서 블루베리. 블루베리. 정말 말 그대로 손에 잡히는대로 아무거나 하나씩 두는 것이기에 그 행동에 규칙성은 없었다.
"...애초에 정말로 스트로베리와 블루베리는 아닐거야. 그냥 그런 풍미일 뿐이지."
아주 조금은 섞여있을지도 모르지만. 그렇게 이야기를 하면서 그는 마지막 책상에 블루베리를 놓아두고 살며시 쭈욱 기지개를 켰다. 그리고 잠시 침묵을 지키다가 입을 열었다.
"하지만 의외네. 나는 이걸 두기 위해서 오긴 했지만... 니시키리는 왜 이 시간에 온 거야?"
따로 홍보를 할 생각은 없습니다.. 진짜라고요? 자신이 했다는 티를 안 내고 퍼트리려 하는 건 좀.. 그렇잖아요? 그리고는 8시라는 말과 3이라는 손가락을 보고.. 음. 여는 시간이 11시여서 그런가. 같은 생각에서... 아니. 오픈런이면 8시에 도착해서 3번째. 같은 거일지도.. 모르죠? 라는 생각으로 번져갑니다.
"그런... 풍미...?" "고급 양과자점일수록 생물을 많이 쓰긴 하지만... 음. 제형상 조금 덜 든 게 좋은 것도 있으니까요." 조금 섞여있다고 하면 아니거든요! 같은 말을 할지도 몰라요? 같은 농담을 하다가. 여기에는 왜 왔냐는 말을 듣고는 멋쩍은 듯한 헛웃음을 살짝 짓고는
"일이 있다기보단...." 혼자 생각을 해보고 싶었다..일지도 모르죠? 라는 말을 하지만 모르죠 너머에는 그렇다는 긍정이 살짝 숨어 있습니다.
직접 만들지 않기에 그에 대해서는 자세히 알지 못했는지 그는 면목없다는 표정을 지었다. 혹시 모르는 일이었다. 정말로 관련 재료를 사용할지. 어차피 비닐하우스를 이용하면 어지간한 작물은 어느 계절에도 재배할 수 있는 시대 아니던가. 딸기도 얼마든지 지금 이 시기에 재배할 수 있었다. 물론 맛은 조금 떨어질지도 모르지만. 하지만 그런 것은 아무래도 좋다고 카나타는 이어 생각했다. 중요한 것은 맛이 아니겠는가. 그리고 이 쿠키는 전에도 먹은 적이 있지만 상당히 맛있었다.
"...혼자 생각?"
일은 있는 것은 아니지만 혼자 생각을 해보고 싶은 것이 있었다라는 말에 그는 가만히 두 눈을 깜빡였다. 그리고 가만히 이즈미에게 천천히 다가갔고 그의 앞에 섰다.
"무슨 생각? ...같은 반으로서 이야기 정도는 들을 수 있어."
말재주가 좋지 않아서 멋진 말은 못해주지만. 그렇게 말을 하면서 그는 말 끝을 조용히 흐렸다. 하지만 그래도 같은 반인만큼 고민거리가 있다면 들어줄 수는 있다는 듯, 그렇게 이야기를 하다 카나타는 아- 소리를 내면서 곤란한 표정을 지었다.
"장래나 공부 관련은 미안. ...성적이 나쁘지는 않지만, 그렇다고 대학 컨설팅을 할 정도로 좋진 않아. ...딱히 대학에 큰 뜻은 없기도 하고. 이 근처 대학 아니면 생각 없어."
>>623 헉.. 그러면 혐관 어때...?(도파민 불나방) 티격태격하는 사이도 좋고 찐혐관도 너무좋아~ ;3 으음... 나기사는 초연한 타입이니까, 몸부터 나서는 아마네랑 어렸을때부터 맞지 않았다, 그런 느낌 어떨까? 아마네가 산으로 놀러가자고 하면 나기사는 바다가 좋았다던지, 그런 사소한것부터 시작해서 하나하나 다 안맞다가, 결정적인 사건 하나로 툭 하고 사이가 틀어져버린 느낌도 좋을것같은데~ ;3 예를 들면 연애 관련이라던지? 이게 제일 무난할것같은데~
아마네는 중학생때부터 학생회장이었으니깐~ ;3 어쩌다보니 연애편지를 전해달라는 부탁 받아서 나기사에게 전달해주러 갔는데, 영 마음에 안들었던 나기사가 밍기적거리면서 대충 안읽씹 하려는 분위기다보니 좀 뭐라고 설교하다가 티격태격하면서 크게 부딪혔다던지~ 헤헤 맛알못이라서 잘 안떠오르는걸 ; ;) 아니면 다른 계기로 크게 싸워도 좋고, 혐관이 굳이 아니더라도 좋아~ 나는 맞춰주는게 좋은 타입이라서!
"자세히 모른다고 해도 괜찮죠?" 그쪽으로 나아가려 하는 이에게 모르니까 가르쳐달라고 하면 한동안 계에속 말을 할수도 있겠다만.. 이즈미는 구분을 잘하는 편입니다. 절대미각...은 아니지만? 들어주겠다는 말을 듣자 조금 놀란 듯이 고개를 기울입니다.
"장래나 공부 관련..이랑 살짝 연관있긴 하지만.." 대학 컨설팅이나 그런 쪽이랑은 애매한 느낌이니까요? 라는 말을 합니다.
"으음... 유학 생각도 있고. 국내 대학으로 가는 것도 생각하고 있다고 할까요." "아.. 이걸로 상담받거나 그럴 건 아니고요." "지금의 생각은.. 천렵이네요." "가재를 너무 많이 잡아서 마라롱샤를 만들어야 하는데..." 이네요. 마라롱샤 레시피라던가를 알려주실 건가요? 라는 농담을 합니다
아무렴, 생각해보면 이상할 것도 없는 일이다... 할아버지, 나가쿠모 텐이치로는 은퇴 이후 토키와라의 지역 명사 생활을 한껏 만끽하고 있는 사람이다. 정성스레 가꾼 마당을 나이를 막론하고 찾아오는 벗들을 위해 항상 열어두는 것은 물론, 만나고 싶은 사람이 있으면 관리 잘 한 정정한 몸을 이끌고 어디건 만나러 다니는 사람이다. 더군다나 녹차라면 또 죽고 못 사는 양반이니, 유명한 다원을 가꾸는 가문과도 안면이 없으면 이상하다.
그리고 이쯤에서, 미카즈키는 참 늦게도 눈치챘다. 또 어떻게 친구를 만들어보라고 이 할아방탱이가 수작질을 부렸음을. 문득 헛웃음이 나올 뻔한 것을 미카즈키는 잘 참았다. 이 망할 영감쟁이가 이러려고 나를 더러 심부름을 시켰구나. 부질없는 일인 걸 알면서 왜 이러는 건지 모르겠다. 어떤 의미에서는 류우가 그 자식보다 더 안 좋다. 최소한 류우가가 강요한 일은 뭔가 성과라도 냈지 이건...
새삼스럽게 다시 확인할 것도 없다. 언제는 이 여름에 한 치라도 내 몫인 것이 있었나. 그 사실을 다시 되새기니, 마음이 한결 편했다.
해서 미카즈키는, 스즈네가 뻗어오는 손에 저항하지 않고 그냥 자기 손을 내어주었다. ...이상하다. 서늘하다. 마치 자기 혼자 여름의 햇살의 온기를 전해받지 못하는 것 같은 서늘한 손이다. 아니, 방금까지 시원한 음료수가 든 캔을 쥐고 있었으니 이렇게 서늘할 만도 하다. 결코 그 이유만으로는 설명할 수 없는 어떤 결핍이 이 손을 이렇게 만든 것이 분명하지만, 그렇게 생각하자. 스즈네와는 아무런 상관도 없는 일이니까.
스즈네가 이끄는 대로, 링링이 무릎에서 뛰어내려가는 대로, 미카즈키는 몸을 일으켰다. 쑤우욱, 하고, 접혀있던 길다란 다리가 몸을 떠받치기 시작하자 그 머리가 스즈네가 짐작하던 것보다도 더 높이 올라간다. 슬라브 혈통이 섞인 몸이라, 야마토계 혈통에서는 찾아보기 힘든 장신이다.
"호의는 감사합니다만, 폐를 끼칠 수도 없고 할아버지를 기다리게 할 수도 없어서요."
스즈네의 상냥하고 친절한 권유에도 불구하고 미카즈키는 딱 잘라 말했다.
"찻잎만 가져가겠습니다."
부디 그대로 지나가기를 바란다. 원래 그러려던 것처럼 예절바르게 인사만 하고 스쳐지나가길 바란다. 어설프게 짱즈케를 붙이며 아는 척하느라 위하는 척하느라 서로 대하는 데에 에너지 손해를 보는 관계 따위는 필요없다. 미카즈키는 그래서, 차갑게 예절바른 미소를 얼굴에 거는 것으로 대답을 마쳤다.
반의 내 이미지는 대체 어떤 것일까. 딱히 다른 이들과 선을 긋고 지낸 기억은 없는데. 카나타는 눈을 감고 팔짱을 끼고 진지하게 고민했다. 언제 한번 친하게 지내는 이들에게 물어보는 것이 좋겠다고 그는 생각했다. 일단 그와는 별개로 유학 이야기까지 나오자 그는 흐응... 소리를 내면서 가만히 이즈미를 바라봤다.
"도련님이 갈법한 나라는... 아메리카?"
물론 한국이나 다른 나라도 있겠지만, 가장 먼저 떠오른 것은 역시 아메리카였다. 어쨌든 상담받으려는 것은 아니라고 하니까 그는 알겠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이후에 나온 진짜 고민거리. 가재를 많이 잡아서 마라롱샤를 만들어야한다는 그 말에 그는 고개를 갸웃했다. 왜 하필 마라롱샤인데? 거기서부터 그는 의문이 들었다.
"...그냥 쪄서 먹으면 안돼?"
물론 그것을 먹고 싶다면 먹어도 이상하진 않았다. 그저 조금 신기하다고 생각했을 뿐. 일단 그는 가만히 생각을 하다가 우선 고개를 도리도리 저었다. 아무리 요리가 수준급이고 자신이 있다고 해도 굳이 만들지 않은 요리를 만들어주겠다고 할 순 없었다.
"...아니. 만들어본 적이 없어서 레시피는 잘 몰라. 하지만..."
이어 그는 잠깐만 기다리라고 이야기를 하더니, 자신의 핸드폰을 켰다. 그리고 거기서 잠시 페이지를 조작하더니 손가락으로 빠르게 화면을 넘겼다. 그리고 검색창에 뭔가를 입력하더니, 그는 가만히 미소를 지으면서 그에게 자신이 보는 화면을 보였다.
"이거면 돼? ...이거, 구독 서비스인데... 요리 레시피가 다양하게 나와. 마라롱샤도 있어. ...찍어서 보내줄게."
어젠가 아래껜가. 미카즈키로 캐입해서 MBTI 검사를 해봤는데 INTJ가 나오더라구. 호기심에 나무위키 INTJ 문서를 검색해봤는데...
목표를 설정하면 실현될 때까지 전념하는 경향이 있음. 평소 내면이 사사롭고 복잡함. 내성적이고 진지하며, 잡생각만으로 많은 시간을 보냄. 인간적 공감대에 참여하기를 부담스러워함. 온화하거나 너그러운 인상과는 거리가 멀 수 있음. 아무에게나 시간과 에너지를 투자하는 편은 아니므로, 단순한 지인에게는 미지의 인물처럼 보임. 대중을 바라보는 시각이 다소 냉소적일 수 있음. 많은 지인보다 소수의 좋은 친구를 사귐. 자신의 성향을 이해할 수 있는 사람을 필요로 하기 때문에, 다른 사람과의 소통을 원하지 않는 것은 아님. 어색하고 모호한 감정선을 지속하기보다 절교든 화해든 명확하게 결판내는 경향이 있음. 배려가 지나친 상대방을 오히려 모욕적으로 간주할 수도 있음. 연애 문제로 낙담에 빠지기 쉬움. 특히 이해할 수 없는 이유로 연인 관계가 단절되면, 사랑에 관한 탐구 의식 자체가 메마를 수도 있음.
>>628 혐관 좋지 그럼 소꿉친구?였다가 틀어진 거려나 나기사가 연애편지 귀찮다고 안읽씹 -> 아마네가 설교 -> 넌 왜 어릴때부터 내 말에 자꾸 사사건건 딴지를 거냐 하는 뉘앙스의 말을 나기사가 해서 둘이 크게 다퉜다 이런 흐름으로? 나도 씽크빅이 부족해서 떠오르는게 별로 없네 아마네주가 제안해준건 맛있지만!
>>648 헤헤 맛있다고 해주니까 고마운걸~ 그러면 으음, 어렸을때부터 친구였지만 하나하나 사소한것까지 전부 안맞다가 연애편지 사건으로 크게 다퉈서, 이제는 보기만 해도 흥칫칫거리는 악우같은 느낌이려나~ 여기서 조금 더 양념이 들어가서 살짝 더 매콤해졌으면 좋을것같은데...
맞아맞아, 나기사는 하고싶은게 없다고 했지? 완전히 진심인건 아무것도 없었을까~? 공부라던지, 운동이라던지, 취미라던지~
그런 것을 일일히 계산해서 살 생각 없어. 그 부분을 확실하게 하면서 카나타는 가만히 고개를 도리도리 저었다. 이어 그는 가만히 고개를 내려서 자신이 들고 있는 박스를 바라봤다. 아직 조금 남아있는 쿠키. 하나 정도는 내가 더 먹어도 되겠지. 그렇게 생각하며 그는 스트로베리 쿠키를 집어서 주머니에 은근슬쩍 챙겼다. 그래도 조금 찔리기는 한지, 그의 손놀림은 상당히 빨랐다.
"...먹을래? 블루베리"
아직 하나 남았어. 그렇게 말하는 것이 어떻게 보면 이즈미를 공범으로 만들려는 속셈이었을지도 모른다. 아니. 애초에 여기에 공범이 있을지도 알 수 없었지만.
"...꼭 해야 하는 문제야? 그냥 안하고 부딪치면 안돼? ...부딪치고 되면 되는거고, 아니면 아닌 거잖아."
아닌가. 내가 너무 단순한가. 그렇게 생각을 하며 그는 조용히 침묵을 지켰다. 하지만 딱히 해야할 것 같냐고 물으면 카나타는 고개를 도리도리 저었다. 고작 그런 문제보다는 얼마나 일을 잘 하느냐가 중요하다고 그는 생각했기에.
"...알았어."
이어 찍어서 보내달라는 느낌의 말이 나오자 그는 화면을 캡처했다. 그리고 라인을 이용해 그에게 방금 찍은 사진 데이터를 보냈다. 글씨가 혹시라도 안 보일까 걱정했는지 사진은 어느 정도 확대가 된 상태였다. 그렇게 전송을 마친 후, 그는 주머니 속에 핸드폰을 집어넣었다. 이어 그는 뿌듯한 표정을 유지하면서 이즈미에게 말했다.
"물어보게 되었으니까 대답..일까요?" 가볍게 말을 하다가 먹을래? 라는 말에. 사양 않고 라는 말로 받으려 합니다.
"...하지만 바꿀래요?" 좋아하는 것을 두 개 먹는 것도 좋지만 하나씩 도 좋은 게 아닐까. 싶어서 한번 제의만 해봅니다.
"..." 일본의 보수성을 생각해보면... 아예 무시할 수 있는 문제는 아니죠. 그것도 법조계라면. 그래도 카나타의 말을 듣고는.. 그런 관점도 있긴 하네. 같은 말을 합니다. 어차피 공부는 잘하니까 어느 쪽으로 가도 상관은 없겠지만... 그래도 그쪽으로 가겠다면 선택지는 있다 정도? 그리고 받은 메세지를 저장하고는 대충 읽어봅니다. 셋. 둘. 셋. 셋... 이라는 의미모를 말을 잠깐 중얼거리네요.
"도움이 필요하면 말해도 된다니 다행이네요." 이즈미는 요리를 레시피를 따르는데.. 대충 완성도가 좋으면 그거에 따른 걸 넣어보기도 하니까요... 성공할 확률이 매우 높습니다..!
이어 그는 자신이 가지고 있는 스트로베리 쿠키를 그에게 넘겼다. 그리고 그가 블루베리를 준다면 아마 그것을 받았을 것이다. 물론 당장 먹진 않고 바로 주머니 속에 쏘옥 집어넣었겠지만. 한편 자신이 보내준 화면을 바라보면서 셋.둘.셋.셋이라는 말을 중얼거리는 것을 바라보며 카나타는 고개를 갸웃했다. 뭐지? 암호인가? 하지만 굳이 묻지 않으며 카나타는 그저 고개를 천천히 끄덕였다.
"...나. 말재주는 별로 안 좋지만, 딱히 벽은 안 만들어."
과묵하고 무덤덤하게 말을 하지만, 그럼에도 주변 사람들에 대한 관심이 많았고 남의 이야기를 듣는 것은 상당히 좋아했기에 카나타는 혹시나 자신에 대한 오해가 있으면 풀고 싶다는 듯, 이야기를 하면서도 오른손 손바닥을 펼쳐서 자신의 가슴을 툭툭 쳤다. 정말로 그렇다는 것을 어필하려는 것처럼.
"그러니까 언제라도 말해!"
자신은 상관없다는 듯, 아니. 더 나아가 괜찮다는 듯, 그는 평소와는 다르게 목소리 끝 부분에 살짝 힘을 주었다. 그리고 또 다시 침묵을 지키더니 그는 고개를 아래로 살짝 숙였다. 그리고 시선을 회피하면서 말을 이었다.
"고마워요." 쿠키를 받고는 자신도 블루베리 쿠키를 내미려 합니다. 주머니 속에 쏙 넣어진 쿠키는 집에 가서 먹거나.. 그럴지도 모르죠? 고개를 갸웃하는 걸 알면서도 슬쩍 모르는 척 합니다. 설명을 굉장히 많이 한다고 했을 때.. 사실 이즈미가 그냥 귀찮아하는 걸지도 모릅니다.
"..." 으음. 호시노 군의 목소리는 힘을 주면 팍 튀는 느낌이 드네요. 약간 꼬리가 순간 휙 하고 채지는 듯한... 어린 시절이었으면 신경질을 냈겠지만 지금은 유하게 넘길 수 있게 된 것으로 스스로의 성장(?)을 실감합니다.
"알겠어요. 말하지 않는다기보단.. 그냥 제가 어느정도 이래도 될까 생각이 많은 거에요" 옅은 미소를 짓습니다.
"언제라도 말해도 되면 안도할 뿐인걸요." 작년 학생회장이기도 했으니까 의견 표명을 못하는 게 아닙니다. 오히려 해야 할 때에는 딱 말할 수 있습니다.
반사적인 물음이 튀어나왔다. 도쿄 좋지, 기관지염이 잦은 내겐 영 아니었지만. 물론 거기서도 좋은 것-이를테면 아즈치 마시로라거나.-은 있었으나 이제는 여기서도 존재하니 굳이 도쿄의 좋은 점이라 일컬을 순 없는 노릇이었다. 개인적인 입장이라면 공기 좋고, 사람들도 대개 순박한 여기에 선호도가 기우는데 예로부터 이곳 주민 입장에선 또 다를 수 있겠지. 단순한 도심을 향한 동경인지, 아님 특별한 이유가 있는지 궁금해지는 건 호기심 적잖은 그녀 입장에선 자연한 순리여서. 혹여 실례될지 모르는 질문이 될지도 모르는데 무심코 뱉고 마는 것이다.
“흐어억, 그 그건⋯⋯. 정말 죄송합니다아⋯.”
덜컥 일깨워진 제 죄와 마찬가지로 내밀어진 하얀 손 위에 양손을 올리곤 절하듯 사죄한다. 실루엣만 봐도 삐질삐질 효과음이 나타날 것 같은 형태. 이윽고 뒤편에 밀어두었던 잠자리 채를 들어 툭툭 털다가 무언가를 집는다. 녹빛 몸체가 반질거리는⋯⋯.
메뚜기.
“이런 거요?”
무구한 낯을 보건대, 또 단언컨대. 악의를 가지고 들이민 것이 아니다. 오직 단순한 궁금증과 타인의 벌레 공포증을 간과했음에 의거한 행동이었다.
그렇게 이야기하는 것에 카나타는 굳이 더 무슨 말을 덧붙이지 않았다. 화를 낸다고 생각하지 않으면 그걸로 된 거니까. 쓸데없는 오해가 생겨서 자신에게 좋을 것은 없었다. 하지만 이 정도는 이야기를 하는 것이 좋겠다고 생각하며 카나타는 평소의 무덤덤한 톤으로 이즈미에게 이야기했다.
"...생각이 많은 것도 좋지만, 그냥 질러보는 것도 중요하다고 생각해. ...생각만 하다가 끝나면 억울하잖아."
적어도 난 그래. 그렇게 이야기를 하면서 카나타는 완전히 비어버린 쿠키 상자를 책상에 올린 후에 다시 두 손으로 제대로 잡았다. 가는 길에 박스를 버릴만한 곳이 있다면 버릴 생각이었다. 물론 있을지는 알 수 없었다. 경우에 따라서는 집까지 가져가는 일도 있지 않을까. 하지만 그건 역시 나중에 생각해보는 것이 좋겠다고 생각하며 카나타는 두 눈을 깜빡이며 이즈미에게 이야기했다.
"...그러면 난 과자 다 놔뒀으니 가볼게."
과자. 다음에 또 사올게. 그렇게 말을 하는 카나타는 슬며시 입가에 미소를 지었다. 맛있게 먹길 바래. 그런 말도 살며시 남기는 것이 진심으로 그렇게 생각하는 듯 했다.
오.. 그런 것도 가능하겠네요. 20여년 전에 정착하는데 도움을 줬다. 외조부모가 연이 있어서.. 좋아요..! 이즈미나 나기사는 그랬다더라. 같은 이야기만 들었지만 본가에서 잠깐 머물렀다거나. 정착할 때 이야기를 나기사 오빠랑 이즈미 형이랑 누나가 하기도 했다.. 같은?
>>688 아헐 대를 이어서 물려 내려온 유서깊은 파미레스였군영??? 저 생각나는 게 있는데 히라무 부모님이 파미레스 오랜 단골인 거...아직 여기 완전 토박이이신지는 안 정했는데 (ㅋㅋㅋㅋㅋㅋㅋㅋ) 히라무가 토박이거든영 그래서 두분은 아마 외조부모 때쯤 정착하셨을 듯...엄빠 추억의 가게라 자주 델꼬다녀서 히라무도 자주 가는 거면 좋겠네영
"정말 화가 났다면 기민하게 알아차렸을 거에요." 하지만 완벽한 것은 아니기 때문에 어째서? 까지는 물어봐야 했겠지만.. 그래도 어느정도 많은 것을 미리 알 수 있는 것은 좋은 일이라고 생각했겠죠.
"생각만 하다가는 늦어버릴 수 있죠." "맞아요." 행운은 앞은 잡을 게 많지만 뒤는 잡을 게 없다니까.. 그런 것도 같은 이치겠죠. 라고 생각하다가 카나타가 이제 가볼 것이라는 말을 하자.
"저는 앉아서 쿠키를 먹으면서 최초 발견자인 것처럼 해야겠네요." "맛있게 먹으면서요." 최초 발견자가 아닌 건 아니니까 사실을 말한 거지만. 가겠다면 손을 흔들어줄 수 있습니다. 이즈미는 자리에 가볍게 앉았습니다. 나중에 카페에 들러서 마실거리를 마시는 것도 좋겠지요...
>>703 어릴 때 자주 어울려다녔다 그거 괜찮을 거 같아요. 근데 어릴 때에는 좀 신경질적인 면이 있었을 거에요. 그래도 괜찮다면요..! 교토쪽 병원 상담목적으로 왔다갔다 할 때 나기사도 파미레스 일로 바쁜 부모님 대신 맡겨져서 같이 놀러가는 것처럼 갔다왔다.. 같은 것도 괜찮지 않으려나요?
>>705 아싸 감사합니다 열심히 매상을 올려드리겠다...히라무 한번 거기 크림소다에 꽂혀서 자리 하나 전세 내고 시험기간 내내 산 적 있을듯...이런녀석이지만 잘 부탁드려영 나기사 일 도와드리면 서빙도 하고 그러나영?? 주방에 있으면 못 마주쳤을 텐데 서빙하면 얼굴 기억할 것 같아서 나중에 만나면 어 파미레스 그분 하고 알아보는 것도 좋은 것 가타영
네 탓이야. 아무렴 네 탓이지. 재미도 없고. 딱히 붙임성도 없고. 어떻게 노력은 해보는데 그냥 이상할 뿐이고. 맞지 않는 옷을 억지로 입어보이고 맞는 척해 보이려는 것 같고. 그런 주제에 욕심은 많아. 그 욕심을 채우려고 이것도 타협하고, 저것도 참아넘기고, 그것도 포기하고, 그래놓고 결국 하는 것이라곤 같이 시간 보내는 것만으로 만족한다- 그런, 평범한 보통의 행복이라느니, 뭐라느니 하는 고리타분한 소리뿐이지. 마음 기댈 곳? 너 대체 몇 년도에서 온 사람이니? 웃기지도 않아. 그런 너에게 네 몫 같은 게 있을 리가 없지. 네 잔치에 있을 것이라고는 흙먼지뿐이고, 네가 가는 길 앞에 놓인 것이라고는 풀 한 포기 없는 황무지뿐이야. 너는 그게 잘 어울리는 아이라구. 아니라고 발버둥쳐봐. 네가 맞이할 결론은 하나밖에 없을 테니까.
나가쿠모 미카즈키는 머리를 싸쥐고 일어났다.
또 그 꿈이다.
"......"
아무 말도 하지 않고, 미카즈키는 두 손을 들어올려, 머리카락을 되는 대로 우악스레 움켜잡고 머리를 싸쥔다.
탈라신은 진작에 할아버지가 치웠고, 꾸준히 받아온 치료 프로그램에도 불구하고 눈을 감으면 여전히 그 사람들의 얼굴이 눈앞에서 어른거린다. 이젠 어떤 노래를 들어도 그 아이와 함께 듣던 그 노래들보다 나은 노래를 찾을 수 없지만, 이제 두 번 다시는 그 아이와 같이 노래를 들을 수 없다.
돌이킬 수 없이 망가져버려, 도저히 이것을 고칠 수 있다는 가망은 보이지 않는다.
혼자서는 고칠 수 없다.
그러나 망가진 자신 따위를 돌아봐줄 이는 그 누구도 없다.
자신이 할 수 있는 것이라곤, 악몽에 시달리다가 때아닌 새벽에 깨어 머리카락을 싸쥐고는, 자신의 비참한 처지를 비관하는 것뿐.
살아갈 힘을 잃고, 그저 살아지는 삶.
오오바 요조가 되다 만 이 어리석은 소년의 여름에 칠해질 파란색이라고는, 검푸른 음울한 비탄뿐이다. 다른 색깔들은 진작에 다 빼앗기고, 소년의 팔레트에 남아있는 것이라곤 그 색깔뿐이었으니까.
>>734 신?난다!₍₍ (̨̡˙ꈊ˙)̧̢ ₎₎ 당신은 해먹에서 하루종일 늘어질 수도 있습니다! 만약 당신이 그것을 원한다면요! 아무도 당신에게 무어라 할수 없습니다! 이곳은 온천욕을 즐기기 위해 근처를 배회하는 동물들조차 서로의 자유를 존중합니다! 바쁜 인생의 속박에서 벗어나 한가함을 즐기세요!ˎ₍•ʚ•₎ˏ
코이케 양은 한가득 쌓인 가재를 온 힘을 다해 박박 씻고, 잡은 생선을 손질한 다음 꼬챙이에 꿰어 소금을 치고, 부싯돌로 일으킨 불씨를 삼끈으로 옮겨 모닥불을 지폈다. 몇몇은 생선의 숨통을 끊는 순간을 차마 보지 못하고 고개를 돌리기도 했으나, 코이케 양은 시종 침착하고 정확한 손길로 마무리지었다. 세상 어디에 저런 중학교 1학년생이 있나 싶을 정도로 능숙한 손놀림이었다.
차차 굵은 목재를 불구멍에 밀어넣은 연후로, 불길이 크게 올랐다가 잠잠해 들며 더운 아지랑이가 춤추기 시작했다.
“······징그럽다고 생각하지는 않아. 괴로울까 봐 걱정되기는 하지만, 내가 실수하지만 않으면 되니까.” 코이케는, 팔팔 끓는 반합에 가재를 한 마리씩 던져넣는 중에 말했다. “중요한 건, 생명을 받아 가는 순간까지도 ‘태어나 줘서 고마웠어’라고 생각하는 거야.”
집행부가 저마다 모여들어서 강가의 돌무지에 일렁이는 주황빛을 바라보고 있을 동안, 신문부장 니이모토는 당신의 옆자리에 와서 ‘영차’ 하는 신음을 내며 무릎을 쭈그려 앉았다. 한밤이 되었는데도 선글라스를 고집스럽게 쓰고 있었다. 검은 렌즈의 테두리에 빛무리가 맺혔다.
“고마워, 어울려 줘서.” 니이모토는 최대한 대수롭지 않은 시늉을 하며 말했다. “쟤는 저래봬도 어리광쟁이거든. 부모님이 맞벌이를 하시는데, 설상가상으로 카오 군네 아빠가 올 여름 도쿄로 출장을 가셔서, 방학 동안 놀아 줄 사람이 아무도 없었어. 요즘 애들은 저렇게 산이나 강으로 돌아다니지도 않으니까······. 너희 덕분에 한시름 덜었네.”
모닥불 가까이에 앉은 코이케 양은 열기로 익어 가는 생선을 유심히 쳐다보고 있었다. 니이모토가 당신을 향해 고개를 돌렸지만, 그 눈빛을 알아볼 수는 없었다.
“······응? 맞아, 이용한 거야.” 어느새, 니이모토는 당신을 향해 시원하게 식혀져 있는 라무네 병을 내밀었다. 겉에는 결로가 생겨 있을 정도로 차가운 병이었다. “자, 여기 강화물. 이용은 해도 서운하게 만들지는 않는 성격이거든. 탓쨩 돈으로 산 거지만. 그러면 뭐, 아무쪼록 축제 쪽 조사도 잘 부탁해.”
그렇게 툭 말하고는, 나가쿠모는 니이모토의 손에서 라무네를 차분히 받아들었다. 라무네 병마저도 너는 네 여름에 이런 색 못 칠하지? 하고 비웃고 있는 듯한 기분이다. ...이제는 이런 기분이 와락 덮쳐와도 딱히 별 생각이 들지 않는다. Welcome, My Dolcelessness. 마음 속으로 그리 되뇌며, 나가쿠모는 보수라기엔 참으로 이상한 그 음료수 병 2개를 차분히 받아챙길 뿐이다.
갑자기 플레이어 캐릭터 중 한 명이 라무네를 홀랑 마셔버린 뒤에 그 맛이 마음에 들어서 어디서 더 못 사나? 하고 토키와라 여기저기를 기웃거리는데, 다른 라무네는 이런저런 브랜드가 있지만 토키와라 그 어느 곳에서도 카나가 나눠준 것과 똑같은 라무네는 어디를 찾아봐도 찾아볼 수가 없는 상황을 겪는다는 이야기가 문득 떠올랐어.
스즈네는 미카즈키의 손을 잡으려 하며 소년이 만약 손을 뿌리치면 어쩌지, 같은 건 생각하지 않았다. 그러면 그러는 거니까. 그 때 가서 생각하면 될 일이다. 그러니 피하지 않고 잡혀도 놀라지 않았지만, 눈이 살짝 커져 깜빡이는 건 있었다.
이 한여름에 이토록 차가운 손은 여지껏 한 번도 만나 본 적 없는 손이었다.
"헤에."
그러나 정작 놀랄 부분은 따로 있었다. 미카즈키를 일으키고 잠시 손의 냉기에 정신이 팔렸던 스즈네가 소년의 목소리를 따라 고개를 들었다. 벤치에 앉아 있을 때와는 비교도 안 되게 쑥 올라가는 눈높이에 와악. 하고 놀란다. 놀람과 신기함이 둥글게 뭉쳐진 표정이 미카즈키의 차가운 미소와 마주했다. 그 표정이 무색하지 않은 반응이 뒤를 잇는다.
"키 엄청 커~! 칸쨩보다 커! 나 처음 봐! 와아~!"
권유를 거절한 것보다 미카즈키의 키가 훌쩍한 것이 훨씬 더 놀랄 일인가보다. 키 차이 탓에 목이 뒤로 꺾일만치 들어 보이는 얼굴에 잠시간 반짝이는 감정들이 맴돈다. 그리고 한박자 늦게 미카즈키의 거절에 대한 반응을 보였다. 실망이나 시무룩함이 아닌. 왜? 하고 되물을 듯한 표정이.
"에~ 왜애~? 바빠~?"
그대로 말이 되어 나왔다. 미카즈키를 일으켜 세우고 그대로 서 있었으니 스즈네의 손도 그대로였다. 따끈하고 말랑한 손이 소년의 차가움 같은 건 상관 없는 듯이 꼭 잡고 있다. 기우뚱. 동그란 머리가 좌로 기울더니 오뚝이처럼 돌아와 우로 똑같이 기운다. 대답이나 설명을 바라기보다 혼자서 왜 그럴까를 생각하는 듯 하다.
"오늘 엄청 더워서~ 계속 여기 있으면~ 쓰러질 지도 모를 걸~ 그러니까~ 가서 생각하자아~"
생각의 시간은 길지 않았다. 당장 설득하고 납득하기보다 일단 가서 생각하자고 말한 스즈네는 자연스럽게 미카즈키의 손을 잡고 키리야마 가로 향하려 했다. 차를 마시든 아니든 가긴 가야 하니 말이다. 미카즈키의 앞으로 나서는 뒷모습에 뭔가 허전하다. 싶을 때 옆으로 따라온 밀짚모자가 스즈네의 어깨 위로 뛰어올랐다. 아니. 밀짚모자를 챙겨 온 링링이였다.
"아~ 또 두고 갈 뻔 했네에~ 링링 고마워~" "애웅."
모자를 건네준 링링은 다시 지면으로 내려가 두 사람의 옆을 따라 걷는다. 도도한 걸음에 곧게 세운 꼬리가 살랑거린다. 스즈네의 뒷모습엔 부슬부슬한 곱슬머리가 살랑였다. 게다 따각따각 걷는 걸음이 통통 가볍기도 하다. 밀짚모자 챙이 그늘 드리운 스즈네의 얼굴이 뒤로 기울어 미카즈키를 보고 이힛. 웃었다. 잡은 손에 당겨짐이 느껴진다.
>>358 덜그럭, 덜그럭.. 하던대로 하다보니 어느새 어깨높이까지 생강산이 쌓였다. 뭐야 이거 왜 안줄어? 가뜩이나 심술궂은 내면의 버럭이가 주방에 오니 2배는 까칠해져서 미간이 꽈악 찌푸러진다. 평소와 같은 표정과 말투. 저 유루이함에 아니~ 뭐 했는데? 라는 말이 목구멍까지 차올랐지만 소수를 세며 화를 삭힌다.
“야아.. 빌딩 무너지것슈.”
약간 강매하듯 끌고 오긴 했지만 그렇다고 일 도와주는 애한테 아버지 화내듯 대하긴 너무 인성 파탄이고. 그저 시선은 먼산을 바라보듯 마치 석탑처럼 쌓인 생강탑을 넌지시 가리킨다.
“힘으로 뽀개지 말고 이 이걸 비틀어서! 에? 아이 너무 쉬워라~ 에?”
처음 해서 그런건가. 나 하는거 보라고. 손바닥만한 생강을 들어서 뚝 뚝 작은 조각으로 떼내어 대접에 담아내며 억척스럽게 손짓을 한다. 나름 친절하게 알려준다 해도 주방 버프에 욱 치수가 너무 빨리올라가는 바람에 자기도 모르게 사백안이 되어 입술을 파르르 떨어댄다. 결국은 쌓인 것부터 해결한다고 나란히 서서 같이 까는 형상이 됐다..
“야야야, 즙 나오는거 봐 이거. 햇생강은 그냥 생으로 먹어도 맛있는거 알아?”
마음속 버럭이가 잠시 식어버리면 또 언제 그랬냐는듯 하이텐션으로 껍질 덜 벗겨진 생강을 와그작! 씹고 순식간에 💩 씹은 표정이 된다. 좀 많이 오바했다..
>>850 세에상에 다시 뺏어먹는다니... 어릴 때는 크나큰 충격에 울지도 못 하고 집으로 터덜터덜 돌아가서... 엄마한테 흐애앵 8ㅁ8 한다~ 엄마아 세이쨩이 나 싫나봐아~ 그렇게 자초지종을 들은 스즈네 마망이 아마네 엄마한테 얘기해버릴거라구~ ₍ · з · ₎ 지금은 그래버리면 스즈네 말투 딱딱해진다 ~ 아마네 군. 하고 불러버린다~
아 새로고침이 왜 안됐지?? 이즈미주 해시태그 보고 저도 하나 남겨봤습니다! >>877 감사합니다!! 좋은말 양파좀 잠시 빌려가도 될까요! 맛있게 만들어 드리겠습니다! >>878 타에양 잠옷 스타일 되찾으러 잠시 이전스레 시간여행 다녀왔습니다! 그런데 어떤 면에서 굉장굉장 했나요! >>879 하고 싶지만 말할 수 없어! 그런거죠! 뜨거운 응원 부탁드립니다!!
라무네는 그렇게 트렌디한 음료수가 아니라며? 어제 저녁에 쇼츠 보는데, 라무네 따는 방법을 영상으로 찍어둔 게 나오더라. 그치만 렌즈 끼는 법도 아니고, 병뚜껑 따는 방법이 조회수 73만회씩이나 찍히다니 신기해서 댓글을 봤다. 그런데 있지, 요즘 어린 애들은 라무네 어떻게 따는지 모른대! 처음 알았다는 댓글이 좋아요가 1만 개더라구. 되게 쇼크...내가 어렸을 땐 라무네 따는 법 다들...알았던가?
그렇네, 나도 어렸을 때는 몰랐던 것 같긴 해. 처음 라무네를 먹어본 게 고서점에서였거든. 아, 그게 고서점에서 유일하게 팔던 음료수가 라무네였어...헌책방에서 음료수를 팔다니 이상하다고? 나도 지금 생각해 보면 사장님이 라무네를 좋아하셨던 걸까 싶어. 어렸을 땐 당연한 일이었지만. 목욕탕에서 우유 파는 것처럼. 동네 목욕탕에 들어가면 있는, 우유 파는 키 작은 냉장고 있잖아? 그게 카운터 뒤켠에 있어서, 라무네만 가득 차 있었어. 가끔 카레 맛 라무네 같이 특이한 맛도 있었는데 한 번 먹어본 뒤로는 기억에 없네. 다른 데에서 팔던 것보다 200엔이었나 300엔이었나 쌌어. 사계절 내내 시원하게 식혀놓고 계셔서 서점을 구경하는 동안 라무네 하나 사먹는 것도 쏠쏠한 재미였어. 사장님은 맨 처음에는 공짜로 주셨는데, 어쩌면 상술에 당한 걸지도. 흐하하.
서점을 구경하고 있으면 목이 마르기도 하잖아. 엥? 가면 그래도 3시간은 있지 않아? 음...더 적게 있을 수도 있지. 그럼그럼. 서너시간 쯤 있으면 목이 말라와서...서점 안은 책이나 종이로 꽉 차 있으니까 먼지도 많아...목이 칼칼하니까 뭔가 마시고 싶어져. 기침을 하면 사장님이 보리차를 따라 주시지만, 그걸 얻어 마시려면 카운터로 가야 하는데, 그럼 뒤에 쌓여 있는 라무네가 보이잖아! 최면에 걸린 듯이 주머니에 넣어뒀던 동전을 꺼냈지. 그런 일이 가끔 생겼으니까, 특히 여름에는 주머니에 300엔 정도는 넣어두고 다녔네.
사장님이 나한테 라무네 따는 법을 가르쳐 주셨어. 그 전에는 라무네는 안 마셔 봐서 몰랐거든. 여섯 살? 다섯 살? 그 즈음이었을 거야. 병 입구로 들어가는 플라스틱을 힘을 줘서 눌러서...나는 막, 힘으로 눌렀거든. 그래서 병 입구에 잘못 끼어버린 적도 있었어. 할아버지가 가르쳐 주시는 대로 가볍게 거기에만 힘을 실어서 탁, 맞물려서 나는 소리에 집중하면 된다고...딸깍 하고 들어가면 아래로 구슬이 빠져서 탄산이 올라오는 소리, 유리병에 구슬이 딸그랑 하고 떨어지는 소리가 나니까...음, 이제는 아주 전문이지! 1분에 열 개는 딸 수 있을걸! 아, 해 보진 않았지만...할 수 있을걸!
라무네를 좋아하게 된 건 물론 그때부터가 아닐까나...그러고 보면 나한테도 옛날 음료수네.
>>937 타에미주 안녕하세요! 선관 요청 드리고 싶은데 괜찮으신가요? 대충 채널 안주인 정체를 알고 있거나 어렴풋이 눈치채고 있다는 느낌으로 하면 재밌을것 같아서요! >>938 반갑습니다 카나타주! >>942 반가워요 나기사주! 타케루네도 가게(선술집) 운영하고 있는데 같은 장사이웃 느낌으로 선관 잡아봐도 좋겠네요!
>>952 타케루 문화레벨이 00년대에 정지해있어서 한류 연예인쪽 지식이라면 욘사마, 보아, 동방신기 정도에 머물러 있어요! 개업은 5년 안팎쯤으로 생각하고 있습니다! 히라무군 아버지랑 같이 조업 하다가 그만두고 기존에 있던 선술집을 물려받았다는 설정입니다! 연혁은 세븐티 원만큼 되는데 초보사장님이 얼렁뚱땅 주인 할아버지께 넘겨받은 격이에요!
>>956 네! 동향이니 사이도 완전 데면데면하진 않을 것 같네요! 덧붙여서 나기사양 성격상 타케루가 괴팍하게 굴어도 별로 반응이 없을것 같아서 오히려 조금 눈치 본다는 느낌으로 해도 괜찮을까요! 아마 주로 나기사양을 부르는 호칭은 찡구(친구를 한국말로 부름)라고 자주 부를 것 같아요!
>>943 안녕 타케케주~ฅ₍⁻ʚ⁻₎ 선관이구나~ 나는 좋아요~(つ❛ɞ❛⊂) 안쪽 사람이라던지 본체라던지 파일럿이라던지 같은 수식어로만 붙였다가 안주인이라고 하니까 뭔가 되게 엘레강스해졌어!(๑❛ө❛๑) 타케루가 아카네 = 타에미라는 것을 알고 있다 or 어렴풋이 눈치채고 있다로 나뉘는 거구나!
타에미의 독특한 취미에 대해 언급할때 아바바바 하면서 입막음을 하려는 모습을 보고싶다면 전자, 은근히 신경전 비스무리한 느낌으로 조그맣고 검은 머릿속에서 핑크색 조약돌이 굴러가는걸 보고싶다면 후자를 추천할게~ 어느쪽이던 재밌을거 같긴 하네~(๑•̀ɞ•́๑)✧ 밝혀진 후의 우당탕탕 vs 진실을 내건 심리전 데스매치!
...부러워서요. 왜애? 바빠? 하고, 살가운 붙임성이 가득 묻어나오는 폭신폭신한 반문에 미카즈키는 순간적으로 참으로 유치하고 애석하기 짝이 없는 질투를 바른대로 털어놓아버릴 뻔했다. 이 폭신폭신한 성정도, 남녀노소 없이 고루 친하게 지내는 붙임성도, 갸우뚱갸우뚱 하고 다루마처럼 기우는 머리도, 하나같이 행복한 삶을 살아가는 사람의 것이었기에. 자신처럼 살아지는 삶을 그냥 견디고 있는 비루한 인간보다 몇 층계는 더 위에 있는, 행복한 사람이었다.
그런 사람과 같이 보내는 시간은, 자신 같은 인간에게는... 분에 넘친다. 스즈네가 거머쥔 손의 냉기는 어딘가 망가진 인간의 것이었고, 어딘가 전락한 인간의 것이었다. 그래서 미카즈키는, 그 버거운 이야기를 입에 올리는 대신에... 화제를 돌리기로 했다. 키 엄청 커- 하던 스즈네의 감탄으로.
"어머니 덕분에요."
스즈네가 기억하기로 잇치 할부지도 180cm 정도는 되었던 것 같다만, 그 손자는 그 잇치 할부지보다도 확실히 눈높이가 한결 높다. 미카즈키는 스즈네가 잡아끄는 대로 여름의 뙤약볕 아래로 발을 내딛었다. 스즈네가 생각한 대로, 차를 마시건 말건 일단 키리야마 가에는 가야 하니까. 그런데 잠깐만, 고양이는 어쩌고? 하면서 미카즈키는 링링을 돌아보았는데, 영특하게도 주인이 자기와 함께 놓고 간 모자까지 챙겨서 스즈네의 어깨 위로 뛰어오르는 고양이를 보고 미카즈키는 놀란 표정을 지었다. 기특한 녀석을 다시 한번 쓰다듬어볼까 했으나 스즈네의 어깨 위로 손을 뻗을 용기가 없기도 했고, 링링이 이내 폴짝 뛰어내려 길앞잡이 자리를 잡았기에 미카즈키는 스즈네의 뒤를 얌전히 따라가기로 했다. 미카즈키는 손을 뻗어서, 머리 뒤로 흘러내려 있던 여름 후드집업의 후드를 머리에 푹 덮어썼다. 새하얀 후드 아래로 새까만 그늘이 진다.
"감사합니다."
후드의 그늘 아래서 차분한 목소리가 흘러나온다. 수평선을 배경으로, 햇살을 맞으며, 갈매기 끼룩대는 소리와 파도소리와 함께 걸어가는 둑길. 남자 쪽이 좀더 제대로 된 녀석이었다면 제법 그럴싸한 여름 청춘의 한 장면이 될 뻔도 했다.
한바탕 환경 미화가 끝난 다음 날··· 마침 식당도 정기 휴업일. 할 일도 없겠다 나기사는 침대 위에서 뒹구르고 있다. 쇼츠며··· 릴스며··· 스마트폰 쥐고 구경하면서. 동시에 마냥 잠잠할 것만 같았던 라인 앱이 알람을 울려대었다. 발신자는 이즈미. 메시지 내용은 가게 주방을 빌릴 수 있느냐는 것. 천렵으로 낚아올린 미국가재, 확실히 많이 남긴 했었지···. 나기사는 침대 위에서 기지개 켜고서. “흐음···.” 고민하는 침음 내다가 「알겠다」는 답장을 보내었다. 고민한 이유는 별 거 없었다: 귀찮은 일이지 않을까 싶어서···. 그래봤자 고민은 짧았지만.
침대에서 기어내려온 나기사. 거실에서 TV를 보며 배를 긁고 있던 아빠에게, 주방에서 통화하며 수다 떨던 엄마에게 차례로 허락을 맡는다. 두 분은 흔쾌히 허락해주었다. 그리고 나기사는 1층의 가게로 내려가, 친구의 도착을 기다렸다. 이즈미가 도착했다는 연락을 보내면 그 즉시 가게 문을 열고 설렁설렁 걸어나갔을 테다. 여전히 만사 귀찮아보이는 표정···. 정말이지 어릴 때랑 달라진 거 없는 나기사다.
“왔어···?”
앞머리를 탁탁 털어내리며 나기사가 느른히 말을 이었다. “들어와···. 아, 부모님 허락은 맡았어···.” 그리고 자기가 들겠다는 듯 이즈미의 짐 쪽으로 손을 내밀었다.
>>959 감동 + 털알러지로 눈물콧물 범벅인 생일파티가 되겠네요! >>963 전자같은 느낌의 후자는 어떠신가요! 채널에 타에미양으로 특정될만한 요소(키노모토와 관련된 괴담이라든지) 혹은 속삭이는 목소리만 듣고도 촉이 좋게 알아차렸다든지. 그래서 단순하게 채널주가 타에미양이라고 생각하고 방송 잘 봤다고 말 걸었을 것 같아요! 타케루는 촉만 좋지 신경전 같은거 눈치 잘 못채는 단순한 성격인데다 심증뿐인데도 ‘아닌데 내 말이 맞는데? 왜 아니라고 하지?’ 같은 쓸데없는 💩고집도 있어서 아마 정말 궁금해서 묻는 태도가 신경전처럼 비치는 그런 상황으로 전개될 것 같아요! >>964 네 좋아요! 선관 감사합니다!
>>982 이것은 또다른 맛!⚆ɞ⚆ 자신의 좋은 촉조차 부정할만한 급의 소고집 귀여워~ 소고기가 되어라~(っ•ɞ•)っ✧₊✴'✲゚*。⋆༘⊹⁎⁺˳˚ 무슨 느낌인지 알거같아~ 촉이 좋다보니 알아채는게 확실한데 상대방이 뜨끔해서 부정하면 아뉜뒈? 맞눈뒈? 암튼 내가 맞음~ 하는 거구나! 새로운 루트 해금에 대한 보상으로 타에미의 동공지진을 드립니다~⚆ɞ⚆ 왠지 타케케는 동물적 감각이 있을만한 스타일인거 같긴 했는데 말야~ฅ₍⁻ʚ⁻₎