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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들 끼리 사이가 좋고 나쁨을 그들이 없는 자리에서 생각해 보는 것은 마이에게 맞지 않는 고역이라, 아.. 하고 마는 이즈미를 향해 고개를 끄덕이며 마저 남은 바나나푸딩을 먹었을 뿐이다. 한 입 두 입. 그리고 우유. 숙제를 시작하기도 전에 눈 앞에 있는 간식을 전부 맛있게 먹은 다음 잘 먹었습니다, 하고 감사 인사를 올렸다. 하기 싫은 것과 하고 싶은 것이 눈 앞에 있다면 언제나 후자를 먼저 끝내버리는 것이 마이의 특징이기도 했으니, 이즈미가 놀랄만한 행동은 아닐 것이다.
세모입이 된 이즈미를 보며 잠시 눈을 꿈뻑이다 수학부터 하자는 말에 고개를 끄덕였다. 이즈미는 종종 저런 표정을 짓는다. 저런 표정을 지을 때에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는 잘 모르겠다.
"응, 수학부터..."
수학 파트를 꺼내놓고 보니 해야 할 양이 끔찍할 정도로 많았다. 드물게 마이의 눈썹이 찌푸려진다.
이즈미는 다 먹기보다는 마이가 어떻게 하는지 보면서 먹을 거라서 한입 두입정도만 먹었을지도요?
마이가 바나나푸딩을 다 먹는 것은 익숙한 일입니다. 놀랄 만한 일은 아니지요. 이즈미도 마이가 푸딩을 먹는 동안 간단하게 마이의 수학 숙제를 간단하게 살핍니다. 어떤 식으로 풀어야 할지... 어떤 의도를 가지고 숙제가 내졌는지.. 는 알아야 하니까요.
"한번에 다 푸는 건 저라도 무리고..." 의도 자체는 매일매일 서너장씩 풀어라. 에 가까운 것 같다고 말한 뒤. 그래도 (이즈미 기준) 하루에 열다섯장 정도는 풀 수 있다라는 말을 합니다. 먼저 챕터로 구분해놓은 다음. 한 챕터를 먼저 해보라고 이즈미가 골라놓은 장들을 건네주려 합니다. 다 섞여 있으면 앞으로 뒤로 왔다갔다인 만큼..
매일 매일 서너장씩 풀어라, 하라면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날 하루 정도는. 다음 날이 되면 완전히 잊어버릴법한 주문이기 때문에 이렇게 이즈미를 찾아온 것이 아닌가. 이즈미가 건네준 숙제를 받고는 가방을 뒤적거리며 필통을 찾으려 했다. 가방 깊숙히 들어간 손, 하지만 짚이는 것은 언제 왜 들어가있는지 모를 먹고 남은 과자봉지를 곱게 접은 쓰레기 정도...
"이즈미, 나 잠깐만 집에 갔다 올게."
자리에서 천천히 일어서는 마이, 목표는 집에 두고 온 필통 가져오기. 하지만 이대로 두면 이즈미는 마이의 가방과 숙제만 가지고 언제 돌아올지 모르는 기다림을 해야 할 지도 모른다.
>>0 [환경 미화 명령] 오밤중 들어올린 화면에 글자가 삐로롱 빛난다. 부스스한 눈이 활자를 읽어내려가다 마지막 문장에서 찌푸려진다. 명령? 우스갯소리에 코웃음이 나지만 그렇다해서 마다할 처지도 아니다. 선생님에 대해 잘 알지 못하니 어떻게 나올지도 모르는 일이고. 본래라면 스팸문자 취급하며 지루한 학원이든 뒷골목이든 제 하고싶은대로 멋대로 방학을 허비했을 것이다. 하지만 이곳은 한 여름의 토키와라초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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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
얇은 겉옷은 땅에 고이 접어두고 나시와 흔히 돌핀팬츠라 불리우는 가벼운 차림새로 수심이 무릎 아래까지 오는 강가 중앙에서 족대를 들고 얼빠진 얼굴을 하고 있었다. 이글거리는 햇볕과, 맑은 물살 속을 헤엄치는 물고기들이 지나치게 재빠르다. 어릴 때의 추억을 회상하며 몇번 휘적거려 보았지만 마음처럼 잘 되지 않는다. 다 잡은 것만 같은데 끝까지 건져올리는 그 찰나의 순간에 퐁당-. 제곳으로 도망쳐버린다. 어릴 때 아쨩, 히쨩, 스쨩(어릴 때 즐겨 불렀던 호칭으로 각각 아오, 히라무, 스즈네다.)과 어울려 물고기를 잡고 놀 때는 금방금방 잡혔던 것 같은데.
아니다, 어찌보면 당연하다. 그때는 아이들끼리 기운 좋게 첨벙첨벙 뛰어다니며 물고기를 몰고 다녔으니까. 아오와 마시로가 족대를 들고 노련한 눈으로 타이밍을 재고 있으면 똑똑한 히라무와 해맑은 스즈네가 물고기를 족대안으로 몰아주곤 했던 것같다. 혼자 이렇게 멍청하게 팔을 벌리고 아무리 휘둘러봤자 물잡이밖에 안 된다는거지. 이런 천진한 행위도 몇년만인데, 기왕이면 뭐라도 잡고 싶다는 오기가 생긴다. 승부욕은 옛날과 별반 차이 없는 것 같기도 하고.
마시로는 뻘쭘하게 서있다 삼삼오오 모여 발을 담그고 있는 아이들 사이 우연히 제일 근방에 서있던 당신을 빤히 주시한다. 말없이 노려보는건가 싶더니 큼직한 물고기가 당신의 곁을 몰래 살랑일 때...
”어, 상어다.“
하고 말도 안되는 말을 당신에게만 들릴만큼 소리치는 거다. 이목이 끌린 당신의 갑작스런 몸짓에 물고기가 빠르게 퍼덕 헤엄쳐 마시로의 족대 안으로 들어서자마자 소녀는 있는 힘껏 끌어올려낸다.
“됐다-.”
기쁨에 찬 목소리의 마시로는 활짝 웃으며 당신을 바라본다. 건져 올려진 물고기는 마구 퍼덕이고 있다.
.dice 0 24. = 2
//천렵 협동 레스를 이렇게 써도 되는지는 모르겠지만..! 안된다면 개인 레스로 치면 되니까(:3c 혹시 마시로랑 협동해서 물고기 이벤트 참여할 사람 있으면 마시로한테 우연찮게 물고기를 몰아줬다는 느낌으로 가볍게 아무나 이어주면 고마울 것 같아!!! 다이스는 더 높은 쪽의 물고기로 친다니까 다이스도 함께 굴려줘! 고마워 uu
"저는 하루에 열다섯장씩 풀고 빨리 끝낸 편이긴 한데.." 그냥 푼 것도 아니고 꽤나 여러번 풀었으니.. 프는 방법을 가르쳐달라고 하면 슥슷 써내겠지만 이즈미는 먼저 풀라고 사킨 다음에 모르겠다라던가. 이렇게 풀면 안된다. 라고 할 때에나 개입할 거니까요. 그러다가... 마이가 일어서자 눈을 깜박입니다.
"미야마 상. 필통의 필기구가 필요한 거라면 빌려드릴 수도 있고요..." 그리고 어쩌면 마이가 이즈미네 집에 와서 공부하다가 놓아두고 간 필기구가 모아진 통이 있을지도 모른다(?) 이즈미가 마이를 불러세우려 합니다.
그렇게 말하며 손을 뻗어 머리를 쓰다듬어주려고 했다. 귀엽다니까. 아기 돼지같은 귀여운 호칭도 싫은걸까. 키득거리면서. 울상에 가까운 네 목소리를 들었다. 확실히 여자아이구나, 살에 민감한걸 보면. 하지만, 그렇게 살 찌지 않았다고 생각하는데... 오히려 조금 더 붙어도 괜찮을지도. 그래도, 자기 만족이라는게 있을 테니까.
"...바보. 그러다 정말 옮으면 어쩌려고. 둘다 안 걸리게 가자. 추우면 꼭 말해, 옷 벗어줄테니까."
싱긋 웃으면서, 코를 콕 눌렀다. 으잉, 장난감 같은 소리가 들려와 다시금 미소지었고. 아아, 정말이지. 어떻게 이렇게 착할까, 사람이. 대신 감기 걸리면 끙끙 앓을텐데, 망설임 없이 대신 걸려준다는 소리도 하고. 정말, 바보라니까.
"그런 말 하는게 여전히 꼬꼬마거든. 기억나? 어렸을때 엄청 흘리고 먹던거. 내가 다 닦아줬잖아."
키득거리면서 방실거리는 네 표정을 바라보았다. 저녁 메뉴는 더할 나위 없이 맛있었지. 그렇기에 추억이 떠오른다. 대답 대신 고개만 끄덕끄덕하는 그 모습. 예전이었으면 머리도 빠트리고 입이며 옷이며 다 묻히면서 지저분하게 먹었을텐데, 어느새 이렇게 훌쩍 커버려서는, 정말. 누나가 되어버렸구나. ...누나 맞겠지? 방실방실 웃는 얼굴. 내밀었던 휴지로 제 입을 닦으면서, 다시금 고개를 끄덕인다.
"다행이다."
싱긋, 웃으면서 녹차 마시는 모습을 바라보다가.
"튜브 없으면 물놀이도 못하면서, 빠지면 어쩌려고."
"같이 가자. 챙겨줄테니까. 바비큐도 할까?"
씩, 웃으면서 그렇게 말했다. 맥주병 주제에, 한번 물에 빠져 호되게 난리 났음에도 물 좋아한단 말야. 천연덕스러운건지, 맹한건지. 키득거리면서 "응, 많이 불러서 다 같이 가자." 그리 이야기했다.
"그러면, 들어갈까."
"가자, 스즈 양. 완전히 밤 되겠다. 부모님도 걱정하실지도 몰라."
그리고는, 손 내밀면서, 싱긋 미소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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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즈네주 이걸 막레로 해도 좋고, 막레 줘도 좋아~! 너무너무너무 재밌었다~!!!! 스즈네 정말정말 귀엽잖아..... 다음번엔 사탕도 줄래.... 헤헤 고생 많았고 다음에 또 놀자구~!!
시간은 모두에게 평등하게 흐르는 것을 증명하듯 아마네의 눈에 보이는 스즈네 역시 시간을 탄 모습들이 있었다. 그러나 조금은 그런 생각도 들지 않을까. 자신, 혹은 남들에 비해 시간의 유속이 느린 것 같다. 이제는 몸가짐을 챙길 줄 알게 되었다고 해도, 여전히 옛날 모습들이 스즈네의 곳곳에 선명하게 남아있다. 이대로라면 어느 날, 훌쩍, 어긋나버리는 날이 오지 않을까.
빠르게 변해가는 세상과 다르게 여전히 옛 모습과 전승을 유지하며 존재하는 이 곳, 토키와라처럼.
"세이쨩이 같이 가면 빠져도 구해줄거잖아~ 괜찮아 괜찮아~"
방긋 웃는 얼굴이 옛 것이 되는 날이 오진 않을까, 하는 막연함이 있진 않았을까.
"바베큐도 좋아! 옥수수랑 호박이랑 감자랑~ 다 구워버려야지~ 히히~"
마냥 맹하게 웃으며 말하는 스즈네 때문에 한 순간의 일렁임도 아지랑이 저물듯 사라진다. 남은 녹차를 호로록 마셔버리고, 점장을 향해 잘 먹었습니다아~! 하고 크게 인사한 스즈네는 거리낌 없이 아마네가 내민 손을 잡았다. 꼭 잡고 통 하고 의자에서 내려와 아마네를 향해 방긋 웃었다.
"가자, 세이쨩! 산책은 집에 도착할 때까지가 산책인 거야~"
그건 산책이 아니라 소풍이겠지만 지금에서 따질 필요는 없을 듯 하다. 꺄르륵 웃으며 앞서가는 저 뒷모습을 쫓아가는게 먼저였을 테니.
그러나 야속하게 쓸려내려온 그 발소리가 내민 것은, 얄궂은 장난이나 희롱이 아니라 손길이었다. 넘어진 이를 보고 비웃을 만큼 실없는 성격이 못되기도 했고, 훈련하다 보면 넘어지는 사람들을 보는 것이 일상인지라 그가 이렇게 넘어지는 걸 무덤덤하게 생각하는 것도 있었다. 아니 오히려 야구장의 잔디밭이 아니라 드문드문 자갈이 있는 시골길 위에 쓰러졌으니 더 아프겠다고 생각할 줄 아는 머리도 있었고. ...그리고, 그가 남을 비웃을 처지가 못되는 것도 있었다.
"......?"
쓰피오. 쓰피오. 쓰피오. 쓰르르르르르르르...
괜찮다는 대답 대신 돌아온 뜬금없는 명사에, 미카즈키는 손을 내민 채로 잠깐 챙 아래로 하늘을 흘끗 올려다보았다. 별거 없는데. 야속하게 푸르른 여름 하늘을 한가득 담는 눈빛이, 어디선가 본 적이 있는 것 같다. 그러나 일단, 그는 먼저 몸을 일으키면서 마시로의 손을 잡아당겼다. 육중한 크레인마냥, 마시로를 쑥 들어올리는 것만 같은 손길이다. 마시로와는 다른 형태의 고생을 한 흔적이 역력한 그것은, 굳은살이며 부르튼 자국으로 온통 딱딱해져 도무지 말랑한 데가 없었다. 이상할 정도로, 서늘한 손이다.
공, 하는 말에 미카즈키는 아까 마시로의 손에서 달아난 공이 굴러간 덤불을 힐끔 보았다. 저 덤불에 걸려있겠지. 공이 제 혼자 어디로 더 가기야 하겠나. (하지만 그는 모르는 사실인데, 어쩌면 더 멀리 갔을지도 모른다.) 그래서 미카즈키는, 대수롭잖게 거기서 눈을 떼면서, 마시로에게 그만 이실직고를 해버렸다.
"아끼지는 않는데... 필요해."
오늘은 저걸 버리러 온 날이다. 직접 버리지 않으면 의미가 없다... 이런 시시콜콜한 이야기까진 안해도 되겠다고 생각해 미카즈키는 말을 아꼈다. 그 대신에,
"좀 있다 주우러 가도 되니까. 치료부터 하자."
하며, 미카즈키는 비탈 옆으로 난 계단으로 고갯짓을 했다. 이 위로 올라가면 토키와라 고등학교 운동장이고, 벤치가 있다. 일구급낭 안에 위생 물티슈와 알콜스왑이 있으니 상처의 흙먼지는 씻을 수 있을 것이다.
카오군의 말에 마이는 고개를 끄덕였다. 학교에서 나누어준 체육복 차림이었기 때문에, 바로 강바닥에 들어가기는 힘들었다. 강가의 커다란 바위 위에 양말과 신발을 올려두고, 바짓단을 한참 말아올리고 나서야 강으로 발을 딛었다. 차가운 물살이 발을 간질이면 몸을 잠시 부르르 떨다가, 두 눈을 느릿하게 꿈뻑여 자세를 숙이고 두 손도 마저 강물 속으로 집어넣었다.
"개구리야-"
요즘은 보기 힘든 황소개구리를 찾아, 풀뿌리나 바위 밑으로 손을 넣어가던 그 때 무언가가 손에서 꿈틀거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