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ituplay>1597049573>189 상황 A로 가더라도 유하주랑 시윤주가 재회시점을 이때로 맞춘다면 엔딩에서 성장한 모습을 바로 적용할 수도 있겠지만. 자세한 건 유하주랑 시윤주가 일댈을 어떻게 진행하실지...에 따라 달라질거라고 생각해요.
그래서 의견을 모아보는 것이기도 합니다.
만약 상황 B가 상황 A보다 과거의 시점으로 결정이 난다면... 저는 따로 날잡아서 둘다 해도 좋을 거 같아요.😂 (이건 다른분들도 괜찮으실지 그때가서 또 물어봐야겠지만요!) 강산주피셜 강산이는 유하가 돌아오는 상황도 반기겠지만, 상황 A가 성립하면...즉 모든 인원이 성인이 되는 날이 와도 아주 높은 확률로 매우 신나서 우효 잔치다!! 할 거라서...ㅋㅋㅋㅋ
밤은 깊었다. 잠에서 깨어났을 때, 나는 아무것도 모르는 채로 병원의 침대 위에서 눈을 떴다. 몸은 조금 아프긴 했지만 그건 굳은 몸을 움직이기 위한 힘듦 정도였지. 몸이 깨질 것 같은 고통은 아니었다. 눈을 떴을 때의 풍경이 기억난다. 어, 하는 짧은 목소리. 어머니의 기쁨과 안도가 뒤섞인 듯한 목소리. 의료진이 뛰어오는 소리. 누운 탓인지 내 시선보다도 더 높아보이는 병실의 풍경.
그리고, 하나가 없다.
‘ 하… 이대로 죽는 줄 알았다. 그치? ’
이상했다. 소리 하나가 비었다. 풍경에 보여야 할 모습 하나가 없었다. 사람들의 목소리는 다행을 말하지만, 나에 대한 말은 있지만 다른 하나에 대한 이야기는 없다. 마치 무언가를 어떻게든 숨기려 하는 것처럼.
“ … 호, 윤, 이는요…? ”
내 목소리와 함께 병실이 얼어붙었다. 말하지 말아야 할 단어를 뱉은 것 같았다. 누군가가 조용히 얼굴을 감싼 채 바깥으로 나갔고, 곧 흐느끼는 소리가 들려왔다. 어머니는 나를 끌어안았다. 그러면서, 어쩌니. 어떡하니. 그런 말로 내 등을 두드릴 뿐이었다. 그땐 막 깨어난 충격에 그 의미를 이해할 수 없었다. 그냥, 좀 기분 나쁜 소리들이구나 했다.
정신이 차려진 것은 그로부터 수 시간이 지난 후였다. 깊은 밤에 조용히 나를 찾아온 사람은 둘이었다. 한 사람은 병원에서 근무하는 의료계 각성자였고, 한 명은 바로 알아볼 수 있었다. 가디언을 상징하는 휘장이 정복에 박혀 있었으니까. 의료계 각성자는 나에게 여러가지 질문들을 했다. 몸이 아프지 않냐는 질문에 지금은 힘이 넘친다고 팔을 흔들어 보였다. 그는 그 외에도 몇 가지 질문을 하다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 의미를 난 몰랐지만, 가디언인 그 사람은 알아들은 듯 싶었다. 곧 그는 주머니를 만지더니 작은 무언가를 꺼냈다. 키링이었다.
그 녀석은 흉악한 외모에 어울리지 않게 귀여운 것을 좋아했다. 고슴도치가 요리하는 모양의 키링을 가방에 끼고 다니면서, 자신이 가장 좋아하는 캐릭터라는 자랑을 했다. 그래서 그 녀석의 생일에 이걸 선물했다. 별로 비싸지도 않은 선물이었지만, 주머니가 가벼웠던 학생인 나의 선물에 녀석은 웃으면서 그걸 가방에 달았었다. 분명 가방에 달려있을 키링이 왜 밖에 나와있을까? 그렇게 생각하던 내게, 가디언은 말했다.
“ 죄송합니다. ”
가디언이 고개를 숙였다. 그는 그대로 몇 분간 고개를 들지 못했다. 그쯤 된다면 오랑우탄이라도 의미를 알 수 있을 것이다. 죽었다. 그때 마지막으로 보았던 시야 속에서, 녀석은 주먹을 마구잡이로 휘두르는 것이 마지막이었다. 그 말은, 분명,
꺽꺽거리는 호흡, 숨이 밀려나오지 않고 가슴이 막힌 것 같았다. 급히 의료계 각성자가 뛰어왔지만 나는 그를 한손으로 잡아 내던졌다. 몸이 미친듯이 떨리고, 뼈가 우득거리는 소리가 났지만 나는 알 수 있었다. 내 시야에 순백의 길과 같은 것이 보였으니까. 왜 하필 지금일까. 난 그런 생각밖에 할 수 없었고, 내 정신은 이성보다 먼저 가디언에게 달라들었다. 지금은 알 수 있다. 그가 내 공격에 반응하지 못할 이유도 없었고 어쩌면 가디언에게 폭력을 행사한 것으로 고소를 당할지도 몰랐지만 그땐 그런 생각은 들지 않았다.
“ 가디언은, 국가와 시민의 수호자라며. ”
폭발할 것 같은 힘으로 그대로 그의 얼굴에 주먹을 휘두른다. 얼굴이 살짝 꺾여나가지만 그는 묵묵히 등 뒤로 손을 보낸 채 내 분노를 받아냈다.
“ 각성자라는 건, 대단한 거라며. ”
티비 속 각성자들, 어떤 가디언이 어떤 게이트를 클리어하여 평화를 지켰다. 어떤 헌터가 어떤 게이트를 클리어해 코스트를 획득했다. 어떤 의념 연구팀이 새로운 기술을 발견해서 이것이 우리들에게 어떤 평화를 가져다 줄 것이다. 그리고 이제는 그 뒤에 따라오는 말이 붙는다.
“ 그런데 왜, 내 친구는, 못 지켰냐고!!!!!! ”
티비에 나오는 각성자들에 비해 비각성자만이 관심을 받지 못하는 것이 아니었다. 죽어간 각성자들에 대해서도, 이 시대는 점점 무뎌지고 있었다.
단지 분노를, 그 옳지 않은 대상에게 토해내면서 나는, 어쩌면 화풀이를 하고 싶었다. 왜 내 친구를 죽게 만들었을까. 왜, 하필 내 친구에게 그런 적이 나타났을까.
그 의문이 게이트에 대한 증오가 되는 것은 별로 오래 걸리지 않았다.
대상이 잘못되었던 것은 누구보다 잘 알고 있습니다. 그들은 그들의 방식으로 최선을 다했을 것이고, 그럼에도 태호의 분노를 받아준 것은 그들이 본질적으로 선한 사람들이었기 때문입니다. 그 후로 수많은 게이트를 찾아다녔습니다. 아이템도 아닌 식칼에 억지로 의념을 집어넣고, 그것들로 게이트의 몬스터들을 짓이겨 죽인다는 말에 어울릴 만큼 클리어를 했습니다.
그렇게 하면서도 태호의 눈에는 아직도 순백의 길이 스쳐가곤 했습니다.
무엇이라도 할 수 있을 것만 같은 전능감이 느껴졌습니다. 무엇이라도 능히 파괴할 수 있을 것만 같은 힘이 척추로부터 전신을 찌르르 울렸습니다. 그러나 태호는 등 뒤를 돌아봤습니다. 그 길이 존재하지 않는 어둠이 태호의 등 뒤에 있었습니다. 그것이 자신에게 어울리는 길이 아닐까 떠올립니다.
태호는 걸어갑니다. 길고 긴 빛의 길을 걸으며 전능감을 받아들입니다. 태호는 지켜봅니다. 멀지 않은 어둠을, 그 순간 무너졌던 자신의 모습을.
“ ... 하하. ”
쓰고 있던 안경을 벗어던집니다. 가면, 이것은 가면이 맞을 겁니다. 나를 숨기는 가면입니다. 나를, 거짓으로 담는 가면입니다. 안경을 쓰고, 인텔리를 언급하며, 멍청한 짓을 하고 있으면, 나는 그런, 그런 녀석이라서, 그런 멍청한 녀석이라서, 아무것도, 아무것도 할 수가 없다고, 그렇다고, 그랬다고,
말하면서, 생각하면서, 그런 멍청한 나를 남처럼, 남의 눈으로 바라보면서, 나를 인정하기 싫어서, 그러면서, 웃고 있는 내가 짜증나고, 싫증이 나고, 역겨워서.
“ …걔도 이런 기분이었을까? ”
그런데, 내가 아니라면? 누가 이 사람들을 막아줄 수 있을까.
단지 티비에는 참사로 한 줄로 기억되고, 남은 이들의 먹물이 되어 남을 기억이 될 사람들을, 나는 무시할 수 있을까.
“ 정말. 미안해. ”
그 답답함을 뱉어내고, 태호는 천천히 검을 들어올립니다. 힘은, 점점 더 감당할 수 없을 만큼 흘러듭니다.
“ 그래. 나 멍청한 거 맞아. ”
나서지 않아도 될 곳에서 나서는, 그런 멍청한 짓이나 하는 나. 그런 내가 하는 것은. 그 한 줄로 기억될 것을 부수고 싶어서.
그 녀석도, 그런 마음으로 나선 게 아니었을까 하고.
조금씩, 공간이 깨어지기 시작합니다. 물리법칙? 그런 것은 이미 이 힘 앞에 무용할 것입니다. 법칙과 이성, 그런 것을 부술 만한 힘을 태호는 가지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