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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530 네! 중학교 졸업까지 토키와라쵸에서 쭉 지내다가 고베쪽 고교에서 잠시 유도부에서 구르고 다시 고향으로 돌아온겁니다! 덧붙여주신거 좋네요! 막둥이 얘기 나와서 생각난건데 타케루네 아버지가 일때문에 애 관리가 안돼서 겸사겸사 찻잎이나 따면서 차분해지라고 키리야마네 자주 보내진 걸로. 이렇게 해보는건 어떤가요!
심심해서 써보는 TMI! 타케루 아버지는 이웃에겐 상냥하지만 자식에게는 굉장히 엄한 편이십니다. 사카구치 켄지나 아베 히로시 같이 강한 인상에 자식 한정 멘트도 센편. ‘그딴 자세로 어떻게 밥 벌어먹고 살겠다는거야!!!’, ‘까불지 말고 진중하게 임하라고 임마!!! 뭐가 됐든간에!’ 약간 이런 느낌으로요. 덕분에 타케루는 큰 말썽 안피우고 착실하게 살고 있습니다!
>>622-623 안녕하세요 츠키주, 타에미주! TMI썰 느낌으로 말을 듣지 않을 수 없는 분위기였다고 합니다!!
6월 말의 뉴욕은 놀라울 정도로 더웠다. 여러 매체에서 이례적인 수준의 더위에 대해 떠들었고, 그 원인으로 기후 문제를 지목했지만 자연 사랑 피켓을 들며 시위하는 환경운동가를 제외하면 다들 그렇게 큰 신경은 쓰지 않았다. 루카스 또한 마찬가지였다. 그가 신경 쓰는 것은 이 더위를 해결할 수 있는 미래지향적인 방법이 아니었다. 빽빽한 빌딩 숲속에서 그나마 숨통이 트이던 센트럴파크의 나무 우거진 곳마저 후덥지근하고, 푹푹 찌는 살벌한 공기 탓에 옷가지에 살이 쩍쩍 붙는 것 같아 당장 해결할 방법이 더 급했다. 그는 친구와 이제 막 아이스크림 트럭에서 나무 막대가 달린 아이스크림을 사서 한 입 베어 문 참이었고, 이게 대체 왜 2달러 35센트나 하는지 불평을 늘어놓았다.
"말도 안 돼, 이런 걸 2달러 35센트나 주고 사 먹느니 차라리 집에 있는 쿨 에이드를 얼려먹는 게 낫겠어." "분명 우리가 10살일 때는 이게 1달러 25센트였던 걸로 기억하는데 말이야."
그가 불평을 늘어놓자 곁에서 오렌지 맛 아이스크림을 깨물던 휘트니가 고개를 끄덕였다. 고작 16년 밖에 살지 않은 십 대 청소년들의 앞에는 여전히 아이스크림 트럭이 있었고, 30년은 거뜬히 살았을 트럭 주인은 이야기를 들은 척도 하지 않으며 다른 더위에 지친 아이의 코 묻은 돈을 노렸다. 두 사람은 그런 아이스크림 트럭의 가격표를 원수처럼 노려보다, 걸음을 휙 돌려 조금 더 시원한 자리를 찾아 헤맸다.
"그런데 리암은 어디 갔어?" "저기."
어찌나 더운지 조금만 걸었는데도 손에 쥔 아이스크림이 줄줄 녹기 시작하자 루카스는 손바닥을 날름 핥으며 햇빛이 쨍쨍 내리쬐는 잔디밭을 가리켰다. 금발의 큰 몸집을 가진 청년은 땀을 뻘뻘 흘리며 거대한 래브라도 리트리버에게 원반을 던져주고 있었다. 휘트니는 낮게 휘파람을 불며 과장스럽게 인상을 찌푸렸다.
"우! 저기 좀 봐. 이 날씨에 마일로가 드디어 리암을 죽일 결심을 한 모양이야." "간식을 안 줬으니 죽을 법도 하지." "그러니까 제때 퍼푸치노를 줬어야지!"
맛이 없더라도 반 정도 남은 아이스크림을 허겁지겁 한 입에 집어넣은 휘트니는 차가움에 몸서리를 쳤다. 머리가 띵한지 이마를 꽉꽉 누르고 나무 막대를 버릴 쓰레기통을 눈으로 훑어 찾던 휘트니의 시선이 루카스에게 꽂혔다.
"루카스, 너 안 더워?" "맙소사, 말도 안 되는 소리 마."
녹는 걸 수습한다는 게 그만 아이스크림의 단물을 다 빨아먹은 꼴이 된 루카스는 불만스럽게 색 빠진 얼음을 씹어 먹다 곁눈질로 휘트니를 흘겨봤다. 휘트니는 루카스의 머리카락을 보곤 질린다는 듯 눈살을 찌푸렸다.
"그렇지만 너, 예전에는 바짝 깎고 다녔잖아. 무슨 일 있었어?"
루카스는 얼음 덩어리를 입에 몰아넣었다. "일이라니?" 짤막한 반문과 함께 휘트니의 뒤에 있던 쓰레기통을 발견한 루카스는 성큼성큼 걸음을 이끌었다. 나무 막대를 버릴 적엔 볼에 대충 몰아넣은 얼음 덩어리가 어느새 물이 되어 입안을 찰랑찰랑 맴돌고 있었다. 루카스는 미적지근한 물을 꿀꺽 삼켰다. 휘트니는 여전히 루카스를 쳐다보고 있었다. 그는 타인을 평가하지 않는 좋은 친구지만, 때때로 그 마음이 너무 착한 탓에 쓸데없는 것에 걱정이 아주 많기도 했다. 루카스는 괜한 걱정이라는 듯 어깨를 으쓱였다.
"멋지잖아." "그렇긴 하지! 샘도 그렇고, 너도 그렇고, 리암도 요즘 머리를 기른다더라? 난 또 비밀 결사가 있는 줄 알았어." "오, 들켰네. 사실은 마초들의 비밀 결사를 만들었어." "활동은?" "뜨개질과 향기 나는 솔방울 모으기?"
휘트니는 깔깔 웃었다. 큼직한 웃음소리에 청설모가 깜짝 놀라 달아났고, 멀리서 리암이 원반을 던지다 말고 고개를 쭉 뺐다. 축발蓄髮의 계기는 농담처럼 단순했고, 유쾌했다. 루카스에게 있어 축발은 그 나이의 청소년들이 흔히 할 수 있는 청춘과 반항, 그리고 자유의 증명이었다.
7월의 일본은 덥지만 6월의 뉴욕처럼 기후 문제를 크게 다룰 정도는 아니다. 가리가리군을 베어 물던 루카스는 고개를 들었다. 그리고 입에 아슬아슬하게 드러난 막대 끝을 문 채로 카메라를 들고 어딘가를 향해 초점을 맞췄다. 그리고 잠시 기다리다 셔터를 눌렀다. 찰칵 소리와 함께 찍힌 것은 나무에 매달린 큼직한 매미였다.
매미. 매미는 하루 종일 울어댔다. 비가 와도 그 소리를 뚫고 끊임없이 울어댄다. 삶을 증명하듯 몹시도 울며 길지 않은 수명 너머로 긴 터럭처럼 울음을 토했다. 짧은 삶에 정면으로 반항했고, 가장 피어날 때 목청을 높였으며, 자유롭게도 시시각각 울어댔다. 그 삶이 끝없이 이어졌고, 끝없이 울었으며, 끝없이 순환했다.
그래, 끝없이 삶을 증명했다.
카메라를 다시 목에 걸자 6월의 뉴욕처럼 구슬땀이 흘렀다. 막대를 아슬아슬하게 문 아이스크림은 줄줄 녹으며 손에 쥘 막대를 축축하게 적시기 시작했다. 긴 머리카락이 목뒤를 축축하게 덮은 게 느껴졌다. 땀 때문에 옷이 쩍쩍 붙는 것 같다. 그렇지만 같은 상황을 마주해도 감회가 달랐다.
7월 동안 머리카락을 자르지 않은 그는 삶의 증명을 위했다고 길게 빼낸 거라고 변명할 수 있지 않을까. 그는 녹기 시작하는 아이스크림을 고쳐 물었다.
네 웃는 얼굴에는 다양한 감정이 담겨있었다. 놀람, 기쁨, 그리움... 같은 웃음인데도 어떻게 그리 다채롭게 웃는지. 어렸을때부터 변하지 않았다. 한 살 많은 누나인게 무색하게도 꼭 여동생같았다. 그래서 스즈 양, 하고 조금 버릇없어보이게 부를 수 있는걸까. 너는 크게 신경쓰지 않는 모양이지만. '늘 나 잘 챙겨줘서 정말 좋아~' 라는 말에 다시금 키득거린다. 혼난 뒤에 아이스크림을 사주면 너는 또 금세 해맑게 웃고는 했었지. 시무룩했던게 무색하게도.
"언제나 방실방실 웃고 다니면서."
괜히 다시금 콕, 하고 이마를 가벼이, 아프지 않게 누르려고 하면서 말을 이었다. 화 낸 모습을 본 적이 없었다. 딱 한번 화 낸적이 있다고 하던가. 자신은 잘 모르겠었다. 칭찬 들어 조금 부끄러워서일까. 괜히 뺨을 긁적거리면서 말하다가, 가만히 눈을 바라보았다. 신뢰가 담겨져 있는 그 눈동자.
"고마워."
그렇구나. 믿어주는구나. 하핫, 하고 또 웃어버렸다. 소꿉친구라는건 정말 좋았다. 그래서 자신은 이 동네가 좋았다. 착한 친구들. 날 믿어주는 사람들. 말 하지 않아도 알 수 있는, 그런 관계. 늘 방실거리는것만 같아도 말 하나 허투루 넘기지 않는 너. 키득거리면서.
"바-보."
괜히 장난스런 말로, 장난스런 소리를 내는 너를 보다 부끄러움 달래려는듯 그리 말하고는, 허리 꼭 안겨지자 오토바이를 타고 천천히 앞으로 나아가기 시작했다. 너무 빨리 달리는것 역시 좋지 않겠지. 어차피 속도도 그리 많이 나오지는 않지만.
"스즈 양은, 뭐 먹고싶은거 있어?"
그리고는 소리 높여 물었다. 아는 가게, 몇 군데 있기는 한데. 뭘 먹고 싶어 하려나. 그 쪽으로 천천히 드라이브를 가는것도 나쁘지 않아 보였다. 어차피 둘다 저녁 안먹었을테고... 저녁도 밖에서 해결할 생각인 것 같으니. 햄버거 같은걸 먹어도 괜찮고, 아니면 밥 종류를 먹는것도 나쁘진 않겠지. 소바나 라멘같은 면 종류도 괜찮을 터였다. 뭘 먹을까... 뭘 먹고 싶어 할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