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보, 뒷골목은 무서우니까 여기 있는 히다이랑 엣치치한 옷차림을 데려가렴’ 하는 조언 시간이 끝나고, 나는 엣치치한 느낌의 아내를 차에 태우고 출발했다. 아까 힘내겠다고 한 건 무슨 의미일까. 앞으로도 엣치치하게 입겠다, 그런 느낌의 누나가 되겠다 힘내겠다는 건가? 정말로 응원하고 싶다. 그런 느낌으로 트레이닝도 좋다.
…물론, 너무 힘내면 좀 곤란하겠지만.
“우리가 어디로 가냐고? 그야 내 전 직장이자 지금은 왕코쨩(운전수이자 꼬붕)이 관리하고 있는 스낵바. 노래도 부를 수 있고 밥도 주고 술도 준다고? 완전 만능 엔터테인업소지.”
일단 그래도 유흥업소인데 너무 긍정적으로 포장하는 거 아냐? 라고 할 수도 있겠지. 하지만 나는 애초에 폭력단 인간, 이정도면 완전 건전한 유흥업소라고 할 수 있다. 더한 걸 취급해본 경험도 있긴 하지만 그러면 심의도 심의거니와, 아내가 기겁할 거 같아서 일단 마일드한 녀석으로 정했다. 잘 맞는 거 같으면 우리 계열의 호스트바도 한 번 데려가볼까나.
왕코쨩이 매끄럽게 가게 앞에 차를 대고, 본인은 주차를 하러 갔다. 우리는 천을 젖히며 미닫이문을 열고 들어섰고… 그곳에는 손님이 없었다. 처음 들어가자마자 대머리 아저씨가 넥타이를 뒤집어쓴 꼴을 본다던가, 그러다가 잘못 걸려서 추근댄다던가 하면 나쁜 인상이 생길 거 같아서 미리 말해뒀다. 편의 좀 봐줄테니 오늘은 우리만 받아달라고. 그래서 바깥에 보면 ‘스낵 아케비’ 라는 간판도 불이 꺼졌고 문에도 휴점 종이가 붙어있는 상태.
“~그런 요청을 했으니까, 오늘 여기서 맛있는 거 잔뜩 먹고 술도 잔뜩 마셔선 매출 올려줘야겠지 여보?”
너무 손님이 없는 거 아냐? 하고 경계할까봐 그런 식으로 일러주고는 메이사에게 메뉴판을 넘겨줬다. 닭 꼬치가 일반적으로 이자카야에서 자주 주문하는 거지. 본격적인 이자카야는 또 아니라서 세세한 분류는 없다. 다릿살, 껍질, 똥집과 꼬리 정도. 튀겨주는 쿠치카츠 옵션도 가능하다. 그 외에는 가라아게랑 포테토 사라다, 타코야키와 오챠즈케, 명란 구이, 임연수? 파스타? …뭐지, 내가 할 때랑 달리 뭐가 많이 늘었는데…
“난 일단 퐁포치(꼬리)랑 테바사키 구이 줘. 풋콩 많이 알지? 그리고 늘 마시던 거 꺼내줘.“ - 아 그거 치웠어여~ ”왜?!“ - 왕코쨩이 위스키 너무 틀딱같다구 치웟어여 저희도 자리 차지해서 좀 정리했구~ “그… 그럼 술 뭐가 있는데?” - 하이볼이랑 맥주!
침몰……………………………………….
“여보… 이제 내가 알던 데가 아니게 됐어… 나 힘들게 기획하고 키워놨던 술집이 이제 완전 식당이 되어버렸다구 뺏겨버렸어…” "맥주는 뭔데?" - 에비스~ "크아아아악...."
강아지가 관리하는 스낵바? 헉! 엄청 귀여울 것 같아! 애견카페처럼 강아지를 데려올 수 있을지도 모르겠네. 귀엽고 복슬복슬한 왕코쨩들이 가득한 곳을 생각하며 간 그곳은.... ....아케비, 라고 적힌 간판은 불이 꺼져있고, 문에는 휴점 종이가 붙어있어서 어쩐지 어둡고 컴컴한 느낌이었다. 뭔가... 강아지들이 가득하고 멍멍하고 있을 것 같고 애견카페같이 밝고 화사하고 귀여운 분위기를 상상했는데.. 전면으로 부정당한 느낌이 들어... ....맞다... 운전해주신 분도 왕코쨩이라고 불렸었지..... 그렇구나.... 이제야 납득.
"....아, 어, 어둡...네요...." "아니 그 간판이 꺼져있어서, 아, 그, 그렇구나아...."
아쉽다. 강아지들에게 둘러싸여 노래도 부르고 밥도 먹고 공도 던져주나 싶었는데... 내 상상이 너무 순진했던 거네... 하지만 오늘은 우리가 유일한 손님이라는 말에 조금 비장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하루 매출이 줄어드는 건 큰일이지. 그러니까 평소만큼은 안 나와도 어느 정도는 나오게 잔뜩 먹어야만...! 사실 자신은 없지만. 그게, 레이스를 그만둔 뒤에는 조금 조절해야지 생각하고 의식적으로 줄이다보니(엄청 조금밖에 못 줄였다) 역시 먹는 양도 좀 줄어든 기분이고. 그래도, 힘내자. 각오를 다지며 메뉴판을 건네받아서 쭉 훑어보면, 와아, 이것저것 많구나아. 이 정도로 많다면 하나씩만 먹어봐도 꽤 되겠는데...
너 저녁 먹은 거 맞냐?같은 소리를 들을 법한 양으로 주문하고 나면 어째선지 유우가 씨가 격침당해 있었다. 위스키가 드시고 싶으셨던 걸까. 집에도 있긴 하겠지만.. 아무래도 아버지 거라서 손대기 좀 그러려나. 유우가 씨 전용으로 집에 위스키를 사놓는 게 좋을지도. 그런 생각을 하며 조심스럽게 유우가 씨의 어깨를 토닥였다.
"히, 힘내세요..." "요즘 유행하는 스타일로 바꾼 거 아닐까요.. 왕코 씨도."'
그렇게 토닥토닥~ 나데나데~하다보면 하나 둘 주문한 게 나오기 시작한다. 제일 먼저 나온 것은 역시 풋콩. 내가 주문한 건 아니지만, 유우가 씨가 주문한 거지만.... 풋콩 맛있지. 나도 모르게 빤히 보게 된다.
"앗, 아니 실망한 건 아니구요, 그, 그냥 처음 와보는 곳이라서 신기해서어...." "네, 네에..."
하지만 뭔가, 드라마에서 보던 이자카야랑은 조금 결이 다른 분위기라 좀 놀라긴 했지... 우롱하이볼을 마시는 유우가 씨 옆에서 에비스를 받아들었다. 아, 병맥주네. 생맥하고는 다른 느낌이라 이것도 신기하면서도 조금 들뜨는 느낌.
"헤에, 아까 그 분 말씀이시죠? 심야식당처럼... 기대되네요~"
그렇게 말하면서 슬쩍 나데나데하던 손을 떼려는데, 어라, 잡혔어. 그리고 다시 원위치 당했어. ...떼지 말라는 건가..? 계속 하라는 거...? 조금 의아하게 보다가 일단 다시 나데나데를 시작했다. 어라 그런데 이러면 손 하나밖에 못 쓰는데. 방금 나온 풋콩이 엄청 맛있어 보이는데... 물론 내가 주문한 건 아니지만, 그래도 한 두개 정도 달라고 해볼까 하고 있었는데. 손이 이래서야.... 아니 풋콩이니까 먹을 순 있겠지만 으으으.... 힐끔힐끔 풋콩과 유우가 씨를 번갈아 보며 '우우 풋콩 맛있겠다아 먹고싶어어' 상태가 되어 있는데, 어떻게 아셨는지 유우가 씨가 제안을 해왔다. 오빠라고 부르라고. ...아, 연인의 그런..게 아니라 남매적인 그런 느낌으로...?
"엣, 에우....." "....오, 오빠아..."
근데 사실 생각해보면 유우가 씨가 연상이고, 평범한 관계로 만났다면 오빠 동생으로 지냈을 가능성도 있...지 않았을까? 그러니까 오빠라고 부르는 게 그렇게 어색할 일은 아니겠지 싶어서, 아주 잠깐 망설이다가 그냥 오빠라고 불러본다.
뭔가... 그때 뭔가 문득 떠올랐다. 어렸을 때였는데, 비슷한 말을 들은 적이 있었던 느낌. 여동생 갖는 게 꿈이니까 오빠라고 불러보라는 말을 들었던 것 같은데. 그때도 흔쾌히 오빠라고 부르면서 따랐던 듯한.... ...다만 상대가 누구인지는 기억이 영 나질 않았다. 분명 이런 적이 있었는데... 누구였지?
"......뭔가 그리운 느낌이 드네요. 저 외동이라 오빠는 없었을 텐데..." "...그럼, 오빠라고 했으니까 풋콩 주실 거죠?"
생글생글 웃으면서 풋콩을 향해 손을 뻗었다. 헤헤, 역시 안주로 풋콩은 최고니까~ 맛있겠다~
반박하는 놈은 알못으로 간주하고 수긍하는 말이 나올 때까지 고문해버리겠다… 내가 말하니까 농담같지가 않네. 완전 농담농담~ 하지만 이렇게 망설이다가 오빠…라고 머뭇거리며 불러주는 아내를 보고 귀엽다고 생각하지 않는 녀석이 있다면, 그 녀석은 역시 인간성이 어디 거세된 게 아닐까? 뭔가 인간 보편의 감성에서 어긋난 거 아니냐고. 그걸 바로잡기 위한 다소의 교정은 필요할지도 모르겠다.
“그래그래, 마음껏 먹으라고. 여동생한테 풋콩 하나 못 줄 정도로 쩨쩨한 오빠는 아닙니다요~”
결국 헤실헤실 웃으며 풋콩 접시를 메이사 쪽으로 밀었다. 그러고보면 정략결혼을 위해 나와 남동생이 프로키온 댁에 불려갔던 적이 있었다. 동생은 좀 더미같은 느낌이었지. 아무리 그래도 어엿한 집안의 외동딸과 결혼하는데 서자를 내놓을 수는 없었으니까. 그래서 나도 ‘내가 될 게 뻔하지—’ 하며 앞으로 내 것이 될 저택을 미리 둘러보고 다녔다. 그러다 완전 꼬꼬마를 만나버렸지.
- 누구세요? “…손님.”
그때의 아내는 무진장 어리고 쪼끄매서, 내 절반도 못 되는 느낌이었다. 이런 녀석이랑 결혼한다니 제정신인가 싶어서 ‘니 남편’이라고는 차마 대답하지 못했었지. 그래서 오빠라고 부르라 하고 꼬마아내랑 놀아줬었는데…
“그리운 느낌? 사실 진짜 오빠가 있던 거 아냐? 근데 어릴 적에 실종돼버렸다던가 요절해버렸다던가. 그런 경우 은근 있다구~”
무슨 말을 하는지 알면서도 모른 체하며 떠본다. 아니, ‘아녜요 검은 머리에다가 잘생긴 오빠였어요’ 하는 대답이 나올지도 모르잖아.
“오빠라고 부르다보면 그 오빠가 누구였는지 생각날지도 모르지~”
그리고 명란구이와 닭껍질 꼬치가 나왔다. 부드럽고 고소한 명란에 바삭한 닭껍질이라니 뭘 좀 아네. …그…근데, 내가 먼저 주문했는데 내 테바사키랑 퐁포치는? 저기요?
슴슴하면서도 무한으로 흡입하게 되는 그게 풋콩의 매력이라고 할까, 아버지도 사실은 꽤 좋아하시니까. 나도 아버지 옆에서 🥺하나만요오 하고 보다가 받아먹곤 했었는데. 어쩐지 이것도 그리운듯한 느낌이다. 그러다가 들리는 말에 고개를 나도 모르게 갸웃. 저, 정말로 그런 걸까아.... 나만 모르는 오빠의 존재가 있었다던가? ...집에선 항상 나 혼자였던 것 같은데. 아, 그치만.... 누군가를 오빠라고 불렀던 건 진짜니까.
"시, 실종이나 요절이라니... 무서운데요...." "그런 건지는 모르겠지만, 확실히 누군가를 오빠라고 불렀던 것 같긴 해요."
대체 누구였을까, 자세히 들여다보고 싶지만 안개가 낀 것처럼, 아니... 뭐라고 해야할까. '오빠'라고 불렀던 사실만큼은 명확하게 기억나지만 그게 어떤 상황이었고 누구를 향했던 건지는 흐릿하다고 할까.. 어린 시절의 기억이라 그런 걸까. 눈을 질끈 감고 음~ 으음~ 하고 떠올려보지만 역시 무리였다. 응. 잘 모르겠네...
"그럴까요? 으음... 그럼 종종 이렇게 나오면 오빠라고 불러본다던가, 하하...."
...내가 제안했지만 좀 뻔뻔한 제안 같네.. 앞으로도 종종 이렇게 나오자는 그런, 뜻이니까아... ...좀 그런가? 어쩐지 멋쩍은 기분에 슬쩍 시선을 돌렸다. 그런 타이밍에 나와주는 명란구이와 닭껍질 꼬치. 감사합니다.
"우와아, 정말 맛있어 보이는데요! 잘 먹겠습니다~" "....헤헤, 진짜 맛있어요. 유우가 씨도 드셔보세요! 정말 요리 잘 하시네요. 그, 어... ...에리쨔...씨?"
바삭바삭한 닭껍질 꼬치, 거기에 겉은 익어서 고소하고 안쪽은 살짝 생 명란의 풍미가 남은 명란구이. 이거 진짜 맛있다...! 같이 나온 시치미를 뿌린 마요네즈와 함께 먹으니 더 맛있다. 최고의 조합이구나, 명란마요. 풋콩을 받았으니 이것도 같이 먹는 게 좋겠지. 그런 생각에 접시를 살짝 유우가 씨 쪽으로 밀어둔다. ...아, 유우가 씨가 아니라 오빠라고 계속 불러야 하는 걸까, 여기서는...?
집에서는 여보 바깥에서는 오빠 이거 괜찮은데. 유우가씨라는 묘하게 섭섭한 호칭보다는 한참 낫다. 그렇게 생각하니 우롱하이볼도 마실 만 하네. 풋콩을 안주 삼아 한 모금 마시다가… 유우가씨도 드셔보세요! 라는 말에 다시 입맛이 뚝 떨어졌다. 입을 댓발 내밀고 아내를 빤히 바라보자, 아차차 싶었는지 오빠라고 부를까요? 하는 메이사.
”…귀여우니까 봐주는 거야.“
젓가락으로 명란을 한 점 집어 냠, 하고 입에 넣었다. 아 고소하고 부드러워. 토치질을 살짝 했는지 불향이 나는 게 또 색다른 느낌. 위에 송송 썰어올린 쪽파랑 궁합도 좋다. 여기엔 참기름인데… 마요네즈라니 존나 사도야. 제정신인가.
하지만 아내는 마요네즈가 상당히 마음에 드는 모양이다. 명란을 집을 때마다 마요네즈에 살짝 찍어먹고 있으니까. 나도 아내를 따라서 한 점 집어서 찍어먹어봤다.
“웃…”
맛있다. 젠장, 이거 진짜 제법 괜찮잖아. 크리미한 명란의 느낌에 마요네즈가 새콤함으로 밸런스를 잡아주고, 아삭하니 씹히는 쪽파와 시치미의 킥이 그야말로 육각형의 맛. 어쩐지 ‘거 봐요, 맛있죠’ 하고 비웃는 에리쨔가 보이는 듯해서 애써 정색은 하지만, 한순간 확 밝아진 얼굴을 감출 수는 없다.
…이대로면 다 먹어버릴지도 몰라. 머리에 힘을 주며 억지로 포테토 사라다로 손을 옮겼다. 이것도 뭔가 짭쪼롬하고 후추향이 강해져서 상당히 손이 간다. 풋콩보다 더 먹고 싶어지다니 대단한데… 그런가, 에리쨔의 요리스킬은 나의 아재입맛에 가려져 빛을 발하지 못하고 있던 건가…
…아, 뭔가 자존심 상해.
“그럭저럭이네.”
…그 말을 후회한 건, 아내 몫은 다 나왔지만 내 테바사키와 퐁포치 소식 코빼기도 보이지 않을 시점이었다. 아내 거를 너무 뺏어먹는 기분이 들어서 ‘나 사실 저녁 배가 아직 안 꺼졌어.’ 라고 했지만 사실 무진장 배고파. 빈속에 하이볼과 맥주까지 넣으니까 확확 올라와서 결국.
쾅. 테이블에 머리를 박고 꼴사납게 부탁했다.
“누나… 나 타코야키 반만 먹어도 돼? 사실 진짜 배고파. 한 입씩 먹다보니까 더 먹고 싶어서 죽을 거 같아.”
끼잉…🥺 자기보다 열살 어린 아내에게 밥 나눠달라고, 게다가 누나라고 부르며 부탁하다니 꼴불견이지만 어쩔 수 없었다. 뭔가 프로키온 가에서는 밥이 잘 안 먹혀서.
즐거우셨다니 완전 좋은 일이네요 😌 월요일이 오기 전에 행복한 기억을 만드신 거 같아 읽는 저도 행복한 wwwwwwww 그리고 제가 사라진다면... 또 기절해버렸구나 불초한 녀석... 해주십시오 뭔가.. 무지무지... 무지무지 겨울잠기간처럼 깨어있으면 잔뜩 먹고 자길 반복하고 있네요 본가...무시무시햇...🫠
집에서도 여보라고 한 적은 어, 어 없지만... 무, 물론 슬슬 해야하지 않나 싶긴 한데 아직 조금 부끄럽... ....아냐. 이걸 계기로 해보는 것도 나쁘지 않지. 그래. 이번 기회에 이, 익숙해지는거야! 주먹을 꽉 쥐고, 눈도 좀 질끈 감았다가 뜨면서 고개를 끄덕였다.
"미, 미안해요 오... 오빠아..." "앗, 에헤헤, 맛있죠??"
아, 유우가 씨 얼굴이 밝아졌다! 금새 정색한 표정이 되긴 했지만 그, 그래도 마음에 드신 거겠지? 그럭저럭이라고 하셨지만 그래도 계속 드시는 걸 보면 응, 역시 맛있는 거겠지. 어쩐지 솔직하지 못해 보이는 게 귀엽게 느껴져서 나도 모르게 웃음이 나왔다.
점점 음식이 나오고, 이것저것 조금씩 집어먹으면서 맥주도 계속 들어가다보니 꽤 취기가 올라와 기분이 좋아졌다. 에헤... 어쩌면 이래서 웃음이 실실 나오고 있는 걸지도. 더 마시면 쓰러져서 잠들어 버릴지도, 그런 생각을 하면서도 맥주를 또 추가해버렸다. 아~ 정말 무서운 곳이네 스낵바! 뭔가 엄청 술술 들어가고 쭉쭉 들어가서어, 금방 나른하고 뭔가 술에 취한 느낌이 든다. ...아니 취했나?
"으응?"
그러다가 갑자기 누나라고 부르는 말에 귀가 쫑긋했다. 누, 누, 누나라고...!? 누가 생각해도 완전 이상하잖아. 유우가 씨는 나보다 연상이고, 오빠고오... 부부인데.... 하지만 계속 외동이었으니까, 거기에 키도 작은 편이라 친구들이 장난쳐도 동생 취급이지 이런 건 처음이고, 누나라니.... .....뭔가 마음에 뀨~ 하고 오는 울림이 있어... 눈을 크게 뜨고 유우가 씨를 보다가, 테이블에 쾅 박은 머리에 손을 뻗어서 쓰다듬었다. 에헤, 머리카락 부드럽네에.
"에헤헤, 헤헤.... 그래요. 자 여기."
타코야키 접시를 가운데에 두고, 잠깐 머뭇거리다가 젓가락으로 타코야키를 한 알 집었다. ....아니 그치만 누나니까? 나 지금 누나라고??? 자고로 누나라면 동생한테 이렇게 해주는거야. 만화책에서 봤어(?).
"그럼 누나가 먹여줄게요~ 자, 아~"
머리속 한 구석에서 어쩐지, 내일 아침에 일어나면 제일 먼저 후회하며 이불을 찰 짓이라는 걸 명확하게 알 수 있었다. 금새 뭉게뭉게 올라온 취기에 밀려서 저 멀리로 사라져버렸지만은.
직감이 왔다. 우리 아내 주량은 진짜 허접이다. 우마무스메여서 좀 버틸 줄 알았는데 인간 주량으로 쳐도 완전 O밥. 아, 아내한테 O밥이라고 하면 안 되긴 하지만… 어차피 생각만 했는데 뭐.
벌써 귀에는 붉은 기운이 돌고 있고 실실 웃는 거 봐서는… 그래 그래, 안주 부족이라고. 술이랑 안주가 스까져서 느긋이 흡수가 돼야하는데 안주가 쬐매씩 나오는 이자카야 특성상 금방 취하는 거다. 싫진 않지만. 아니, 이렇게 쓰다듬고 먹여주려는 거 봐선 진짜 최고지만.
‘딱 이 상태의 취기를 유지시키고 싶다…’
생각하며, 얌전히 쓰다듬을 즐겼다. 물론 받아먹기까지는 좀 저항감이 있었지만, 약간 망설이다가 냠 받아먹으니 아내는 행복해보였다. 누나… 누나. 연상녀 취향이라서 자주 받은 취급이긴 하지만 먹여주기까지 한다니 우리 아내는 모성애의 화신인가봐. 애 낳으면 이렇게 키우려나… 버릇 나빠질텐데 이런 모성애는 내 선에서 커트하는 수밖에 없겠네(?)
아니 그보다 타코야키 맛있어. 젠장, 예쁘장한 아가씨들을 해고하고 그 돈을 재료비에 썼구만 미스미 녀석. 완전히 술밥집으로 변해버렸잖냐… 종종 행사가 끝나고 둘이 들러서 저녁을 먹어도 좋지 않을까. 그런 안일함을 불러일으키는 맛이다.
- 주문하신 테바사키랑 퐁포치.
나의 행복한 꼴을 보기 싫다는 듯이 이제야 내오는 미스미. 헹, 네가 아무리 찌푸려봤자 우리 아내는 히다이 좋아 히다이 먹여살릴래 히다이 기둥서방하자 상태라고.
…생각해보면, 나도 빈 속에 술이 금방 돌아서 키스도 안 해본 여자애랑 애 낳는 상상부터 하고 있었다. 기둥서방되는 생각(이건 이미 됐지만)도 하고 있었고. 제정신이 아니구만.
그래, 제정신이 아니었다. 나올 즈음엔 둘다 🥴으헤~ 맛있게 잘 먹었다~ 상태였고, 아내는 이미 휘청휘청하는 상태였고, 왕코쨩은 퇴근했으니까. 취해버린 내가 차를 몰고 갈 수도 없고 남은 건… 쉬었다 가는 수밖에 없지.
변호하지만, 진짜 쉬었다 갈 뿐이었다. 취해서 정신도 못 차리는 녀석의 턱을 붙잡고 겨우겨우 양치를 시키고, 나도 씻고 나서는 몰려오는 졸음에 그냥 쿨쿨 잠들어버렸을 뿐이다. 깨어난 아내가 어떻게 받아들일지는 생각도 안 하고 저질러버린 일이었다. 호캉스잖아 호캉스~ 마누라들 호캉스 좋아한다더라. 그런 생각이 있었는지도 모르겠다.
히메이가 남매인 설정이었고.. 가끔 왕코쨩도 놀러오고.. 뭔가 마을 전체가 큰 아파트 하나에 몰려있는? 그런 느낌이었는데 관리자한테 하나하나 다 감시당하는 느낌이고🙄 작업 할당량 같은 거도 있고 관리자는 종종 고양이 모습으로 와서 지켜보고 그런 건데.. 애매하게 미드소마 같기도 했고...🫠 묘하게 근친지아 느낌도 나고🙄💦 먼가 먼가임...하는 꿈이었어요
마지막엔 둘이서 😺바깥세상을 보고싶어!&🙄(아무리 생각해도 제대로 굴러가는 곳 아냐..)하고 탈출하려다가 걸려서 고양이 모습으로 달려온 관리자한테 엄청 혼나다가 깼는데..🫠
근데 왕코쨩은 이름만 왕코쨩이고 뭔가 까까머리에 덩치도 크고 과묵한 타입이었고요🤔 멧쨔를 좋아해서 자주 도와주러 오고 그러지만 유우가가 😶하고 보고 있어서 맨날 😒💦이러다 가는 친구였던거 같아요 그리고 멧쨔는 오빠 죠아😽 난 오빠밖에 업서😽😽하는 애라 아무튼 왕코는 호라 모 젠젠 라인이었던...
먼가.. 먼가가 입에 들어와서 여기저기를 누빈다. 화한 치약맛과 치아의 구석구석까지 닦아내는 솔질. 하지만 내가 하고 있는 건 아닌데에... 뭔가 이상한 느낌에 칫솔을 잘근잘근 씹거나 혀로 밀어내거나 하다가 가끔 조금 깊게, 평소 닦는 곳보다 깊게 들어가면 "으엑"하는 소리와 함께 움찔하기도 하고... ....뭔가 그런 다음엔 기억이 안 난다. 일단 베개같은 감촉이 느껴져서 그대로 푹 파묻혀서는 잠들었던 것 같은데....
눈을 떠보니 낯선 천장이 보였다. 집은 확실히 아니다. 차 안도 아니고. 처음보는...
"...엣, 어.... 어?"
호, 호텔인가...? 잠시 누운 채로 눈만 또르르 굴려서 주변을 살펴본다. 호텔...인가보다.... 어, 어라. 어제 마시고 집에 가는 게 아니었나...? 모, 몰래하는 외출이었는데?! 지금 몇 시지?? 아침 먹으라고 미요 씨(가정부입니다)가 깨우러 올 텐—
거기까지 생각이 닿자 퍼뜩 정신이 들어 몸을 팍 일으켰다. 나, 낫, 나 어제 어떻게 된 거지!? 일단 아래를 보면 옷은 가디건을 벗은 걸 빼면 어제랑 똑같은 차림. ....그, 그렇고 그런... 흔적은 없는 거 같은데. ....다행인..가? 어제 일이 기억도 안 날 정도로 취해서 사고치진 않은 모양이고. ...사실 부부사이끼리 사고라고 할 것도 없겠지만은....
아니 지금 이게 중요한 게 아니고! 물론 중요한 일이지만!! 어, 어, 어쩌지. 몰래 외출했다가 외박한 걸 아버지가 아시면 또 뒷목을 잡고 누우실 것 같은데!!! 깨있는 건지 아직 잠든 상태인지, 옆에 있는 유우가 씨의 어깨를 조심스럽게-하지만 조금 다급하게 건드리며 말했다.
우리가 스낵바에 들어간 건 10시. 이것저것 먹고 잔뜩 취해서 나온 건약 12시쯤이었다. 거기서 혀가 잔뜩 꼬인 아내한테 어떻게 할까 돌아갈래? 택시 잡을까? 묻고, 두뇌풀가동해서 '몰라 토할 거 같애' 라는 답변을 얻어내서 이 상태로는 안되겠다 결론 낸 게 1시. 택시 잡고 근처 괜찮은 호텔에 데려간 게 1시 반이지만, 직원이 우리 관계와 메이사의 성인 여부를 따지길래 그걸 증명한 게 2시. 데리고 올라가서 옷 벗기고 이 닦이고 몸을 뉘인 게 2시 40분...
그리고 지금은 동이 금방 튼 6시였다. 나의 평균 기상 시각은 오후 1시였고(어쩔 수 없다, 예전부터 유흥업소 관리하던 루틴 때문에).
결론적으로, 나는 숙취 때문에 지끈거리는 머리와 수면부족으로 인상을 찡그리고는 물어본 것이다.
"니 성인이다 아니야?" "스무살이나 묵었으믄 아가 쫌 바깥에서 자고 올 수도 있는 기지 뭐 그래 과보호를 해쌓노? 아 씹 숙취가..." "나가기 한시간 전에 프론터에서 다~ 연락주니까는 바보맹키로 굴지 말고 잠이나 더 자자, 온나."
그리고는 아내를 멋대로 껴안고 자버렸다고 한다. 정신차려보니 2시고, 이미 체크아웃 시간도 넘겨서 연장해버렸고.(내가 잠결에 연장한다고 전화 받고 끊어버렸다는 듯 하다.)
"......이렇게 된 거 그냥 부부의 시간을 가졌다고 하고 호캉스나 즐길까 여보?" "여기 뷔페가 맛있다더라고. 바도 괜찮고... 아래 라운지에서 하는 수플레 팬케이크도......"
...나도 내가 잘못한 걸 알아서, 타카라즈카 기념에서의 고루시처럼 메이사의 눈을 피하며 애써 뇌물이 될 법한 것들을 차례로 제시했다...
인상을 찡그린 유우가 씨는 좀 무서워서, 결국 아무 반박도 하지 못하고 그대로 껴안겨서 다시 침대에 누웠다. 어쩌지, 어쩌지 하고 걱정하면서도, 조금 전까지 좀 무서워서 움찔거렸으면서도 유우가 씨의 품은 포근하고 그래서, 그래서 그만 나도 다시 잠들어버렸다. 그리고 다시 눈을 떴을 땐 더 이상 걱정할 필요가 없었다. 아침은 한참 지나고 이미 대낮이 되어버렸는데 이제와서 걱정할 게 뭐람. 약간 자포자기하게 되는 시간이라고 할까.
"........"
체크아웃 시간인 11시도 아니고 2시가 되어서야 우리는 일어날 수 있었다. 프론트에서 연락준 것도 나는 몰랐는데, 어쩌다 이렇게 된 걸까. 이렇게 된 거 호캉스를 즐기자며 뷔페가 맛있다던가 바가 좋다던가, 그런 얘기를 하며 눈을 피하는 유우가 씨를 조금 흘겨보다가 일부러 볼을 부풀리고 살짝 몸을 옆으로 돌렸다. ...삐진 건 아니지만 뭔가, 유우가 씨가 저러는 거 귀엽게 보여서. 아까 인상쓰고 얘기할 때랑은 완전 다르고.
그리고 몸을 돌린 사이에 어머니한테 우마톡을 보낸다. 뭐라고 해야할지 모르겠지만 그냥 솔직하게 [집에서 하기 좀 그래서 유우가 씨랑 밤에 나왔다가 호텔에 와서 잤다]라고 보냈더니 어머니가 🤭하는 이모티콘을 보내셨다. ...긍정적인 뜻인가? 그 직후에 [아버지한테는 내가 잘 말해둘테니 걱정마렴😉]하는 메세지를 받았으니까, 아마 긍정적인 뜻이겠지. 응. 안도의 한숨과 함께 핸드폰을 내려놓고, 다시 몸을 돌렸다. 유우가 씨, 이렇게 보니까 강아지 같네. 귀여워...
"....어머니가 아버지한테 잘 얘기해주신다고 하니까, 괜찮겠죠." "그럼 저 일단 팬케이크 먹고 싶어요. 바도 가보고 싶고요."
이제 걱정도 덜었겠다, 그냥 즐기다가 저녁쯤 들어가면 되지 않을까? 그러니 그냥 알차게 즐기는 쪽이 좋겠지. 근데... 아침엔 숙취로 그렇게 인상도 쓰시고 좀 그, 그러셨는데 또 바를 가도 되는 걸까아...
"그, 근데 유우가 씨, 숙취는 괜찮으세요? 아침에 잠깐 깨웠을 때 좀... 그.. 심해보이시던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