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른다고. 유우가가 모른다는 건 수상한 거라는 뜻이겠지? 그럼 그렇게 수상한 건 내가 처분해도 되는 거겠지? 유우가도 암묵적으로 동의한 거나 마찬가지야 그렇지? 유우가가 들여다본다면 궤변이라고 할 만한 생각을 하면서 천천히, 떨어진 봉지 쪽으로 다가간다. 손을 있는대로 펼쳐서 봉지를 우악스럽게 쥐기 바로 직전에—
"—엣, 유우가가? 구운 거라고?" "나, 나... 나한테???"
—우아아악 멈춰멈춰멈춰! 뒤늦게 명령을 전달받은 손이 우뚝 멈춘다. ...다행히 봉지에 닿아 바스락 소리만 나고 내용물은 무사한 것 같다. 크, 큰일날 뻔했네!!!! 유우가가 준 걸 가차없이 망쳐버릴뻔... 아까 확 손을 뻗은 것과 다르게, 이번에는 조심스럽게 부서지지 않게 살며시 들어올렸다. 하아. 다행이다. 그 근데, 유우가가 나한테. 나, 나한테..... 그럼 이거... 진심 초코라는 그거...?
"풀어봐도 돼?"
그렇게 묻긴 했지만 답을 기다리지 않고 일단 풀었다. 하트모양의 쿠키. 초코쿠키인가. ...하트모양이야. 하트라구. 이것만으로도 이미 날아갈 것 같은 기분이 됐다. 에헤, 에헤헤. 그렇구나아. 이건 유우가의 사랑이라는 거지?
"...에헤헤, 귀여워. 이거 진심 초코인거지? 고마워 유우가!!"
귀여워... 유우가가 날 위해 만든 거라고 생각하면 더 귀엽고, 엄청 사랑스럽잖아. 먹기 아까울 정도. 하지만 안 먹기에도 아까워. 그래서 하나를 집어 그대로 입에 쏙 넣었다. 바삭한 식감, 달콤한 맛... 시판 과자보다 단맛이 조금 덜한 것 같긴 하지만, 체중조절을 생각하면 딱 좋은 맛이다. 응, 엄청 맛있어!!
"맛있다아~ 유우가의 사랑은 이런 맛이 나는구나~ 히히히."
그렇게 말하면서 봉투를 조심조심, 다시 원래대로 갈무리해둔다. ...한번에 다 먹기엔 아까워서, 조금씩 먹을 거니까.
드물게 단호한 목소리. 메이사라면 흐물흐물 뭐든 해도 돼~인 팔불출 아빠인 나도 종종 단호해질 때가 있다. 그리고 우리 사이에 딱 선을 그어둬야 할 일은 하나 뿐이지.
"트레이너로서 주는 거니까, 이거."
'좋아해' 라고 주는 건 아니라고. 하트 모양이긴 하지만. 물론 좋아도 하지만, 가족으로서. 그래도 일단 분명히는 말해둔다. 이렇게 사소한 실망이 겹쳐서 결국 나한테 정이 떨어지면 좋은 일이기도 하니까. ...그래도 진심초코인 걸 부정하진 않았다. 부정하는 게 우리 관계에 좋으려나, 하는 생각도 잠깐 스쳐는 지나갔다. 그치만 그래도, 이유는 모르지만, 그렇게까지 하면 쓰린 속이 더 쓰리게 될 것 같아 그냥 선을 긋는 거로 퉁쳤다. 오늘은 그래도 되겠지.
"그리고 나 점심 못 먹었으니까 쿠키 하나 줘봐라. 거기 민둥한 거 있을 거야."
봉지 안에는 여러 맛의 과자를 넣었다. 일단 발렌타인데이니까 초콜렛, 말차, 일반적인 버터맛에다가 딸기잼. 그리고 버터 세가지로 구성했다. 그래서 포장은 센스가 좀 떨어져도 열어보면 알록달록해서 보기는 좋겠지. 내심 뿌듯했다.
그러고보면 버터맛은 딸기잼으로만 하기 재미없을 거 같아서 초콜릿으로 데코도 좀 했었는데... ...잠깐.
있었다. Yuuga라고 썼던 게...
나, 나는 메이사랑 다르게 순수해서(?) 유우가로부터~😄라는 느낌으로 썼던 건데, 아까 그거 때문에 이거.........
단호한 목소리로 이어진 말에 살짝 귀가 처진다. ...이런 날 정도는 그냥 넘어가도 되잖아. 꼭 그렇게 초치는 말을 해야겠냐구. 하지만 생각해보면 이거, 유우가 나름대로의 부끄러워하는 방법 아닐까? 그렇겠지? 아니 그렇잖아? '일단 말해두지만, 트레이너로서 주는 거니까. 차 착각하지 말라고 바보야!'같은 대사랑 완전 똑같은 뜻이잖아? 츤데레잖아? 그럼 저 말의 진짜 뜻은 '바 바보야 네가 좋아서 준 건 맞지만 부끄러우니까 그만하라구' 정도가 되겠구나. 히히히, 유우가는 진짜 귀엽네에.
라고 머리속에서 제멋대로 변환도 하고 납득도 하고 나니, 칫-하는 소리를 낸 것과는 다르게 표정이 헤실헤실 풀린다. 하지만 하나 달라니.... 자기가 줘놓고 다시 돌려받는거야? 수수료 있는 거야 이거?
"에... 수수료가 있었어? 소비세도 아니고 이게 뭐야..."
마지못한 척을 하면서 봉지를 다시 연다. 아까 먹었던 건 초코맛이고, 유우가는.... 말차를 주는 게 좋을라나. 아니면 평범해보이는 이거? 아, 이건 딸기잼이 있잖아. 유우가 단맛은 NG니까 이건 패스. 그 옆에 있는 비슷하게 생겼지만 딸기잼이 없는 걸 집어서 뒤집어보니—
"....유우가?" "...헤에, 그렇구나아💕 이건 유우가 맛인건가아💕"
초콜릿으로 적힌 Yuuga라는 글씨가 있었다. 이런 이스터에그라니 상상도 못했네. 히이죽 입꼬리를 올리고 유우가를 보다가, 유우가를 덥석 물었다. ....그러니까, 유우가라고 적힌 쿠키를 입에 물었다.
"하 허히" (자 여기)
그리고나서 봉지를 슥 내밀었다. 아니, 자기가 꺼내서 먹는다고 하니까 말이지. 유우가가 꺼내는 사이에 나는 이 유우가를 차분하게 맛보려고. 봉지를 건네준 다음, 빈손을 들어서 유우가(쿠키)를 잡고 그대로 끄트머리를 오물거린다. ...사실 한번에 와작 씹어먹기엔 아까워서... 초콜릿부터 다 레로레로낼름낼름 한 다음에 먹을 생각이다.
"잠깐, 잠깐잠깐잠깐. 달라고 했다? 메이사 멈춰. 진정해. 자... 그대로 봉지를 아아아아악 먹고말았어 이녀석!!!!!!!!"
메이사가 꺼내든 쿠키를 보고 절규했다. 아 진짜 먹어치우고 "아무일도없엇는뎁쇼? 무슨헛소리를하시는지? 테엥?" 하고 모른 척 할 생각이었는데! 결국 발견해서 물어버렸다. ...메이사는 그러고보면 예전부터 이런 데에 시야 스킬을 썼었지...
어찌됐건 결론은 명확하다. 나는 오늘도 메이사 조련에 실패했다... 또레나 실격이야... 실격시켜줘... 아니 진짜로 실격시키면 울 거지만 이럴 때마다 아빠 울고 싶어. 아빠 말 좀 들어 이것아.
그래, 난 시모네타를 내 쪽에서 꺼낼 땐 실실 웃을 수도 있고 여유만만이지만 당할 때에는 끊임없는 현타와 상실되어가는 남성성에 울고싶어지는 타입이다. 혹자는 이런 캐릭터성이 오히려 좋다고도 하지만 난 싫다고. 아니 진심으로 싫어. 다른 녀석들이라면 진작에 몸서리를 쳤을 거지만... 문제는.
나한테 시모네타를 꺼내는 녀석은 메이사밖에 없다는 거다........그게 날 울고싶게 만드는 거다....................... 새빨개진 얼굴로 마른 세수를 하고 "아빠 이러는 거 싫어 진짜 하지마아 메이사..." 라고 애원도 하고 한숨도 푹푹 쉰 후에야 나는 어른스럽게(?) 갈무리할 수 있었다.
"...그으래. 또레나님이 준 쿠키경단의 맛 잊지 마려무나......" "그리고, 이거는 방부제 안 넣은 완전 수제 쿠키니까 오늘 안에 싹싹 먹어. 괜히 아까워서 못 먹겠어어😿 했다간 내가 다 먹어버릴 거니까."
메이사 이 녀석, 결국 나한테 삥뜯어간 증명사진 그거 어디다 썼냐고 물어보니까 🥺 아까워서 서랍에 넣어놧어 4장 전부... 라고 했던 녀석이니까 쿠키라고 다를 바 없겠지.
뭐야, 이 쿠키를 노리고 있던 건가. 에~ 부끄러워서 감추려고 했던 거야? 하지만 이미 먹어버렸지롱. 쿠키를 전부 먹어치운 후, 티배깅이라도 하듯 입맛을 쓱 다시면서 히죽 웃었다. 아, 유우가 얼굴 엄청 빨갛게 됐네. 히히.
"이 정도로 새빨개지다니 역시 유우가는 모쏠○○○다이구나💕" "에? 진짜아?! 에, 에우우.... 그냥 먹긴 아까운데에...."
히죽 웃으면서 놀리다가, 오늘 안에 싹싹 먹으라는 말에 귀도 꼬리도 바짝 섰다. 에엑, 진짜로?! 아까운데에.... 이대로 평생 보관하다가 나중에 손자한테 '이게 네 할아버지가 할머니 시니어 시즌에 줬던 거란다'라고 보여주고 싶었는데. 농담이지만. ..농담은 농담이지만, 그래도 아까운 건 진짜라서. 오래 보관하고 싶지만 방부제 안 넣은 수제 쿠키니까 수명이 길지 않은 건 누구보다 잘 알고 있고. 으으....
"이잉, 아깝다. 그래두 어쩔 수 없네. 알았어.... 오늘 안에 전부 먹을게."
일단 좀 전에 두 개 먹고, 나머지는.. 쉬는 시간에 하나씩 먹을까. 아니, 학교에서 먹으면 한입만~ 하는 애들한테 뺏길 가능성이 있으니까, 역시 방과후까진 봉인해두는게... 그렇게 머리를 굴리는 사이에 예비종이 울렸다. 아, 점심시간도 곧 끝인가. ...근데 유우가 점심 못 먹었다고 하지 않았던가.
"아, 점심시간 끝났네. ...유우가 점심 안 먹었는데 괜찮아? 이따가 끝나고 하야나미 갈래?"
...생각해보면 요즘 유우가, 하야나미에 잘 안 왔지. 우리집이 싫어서 그랬던 건가. 와서 말하면 될 걸 일부러 전화로 불러내서 나오라고 하기도 했고.. 그게 이거 때문이었나. 내, 내가 싫어진 건 아니겠지...? 훅하고 치고 들어오는 불안감을 발로 차버리듯, 유우가의 말이 이어졌다.
"에... 그런 이유였어? 알았어! 약속할게! 근데 파파가 유우가를 죽일 리가 없잖아~ 정말~"
파파가 유우가를 왜 죽인다는 거야. 물론 좀 노려보거나 숫돌을 꺼내거나 뜨거운 웍을 들거나 하는 일은 좀 있지만, 어디까지나 그냥 보여주는 선에서 그친다. 왜냐면 유우가 옆엔 내가 있고, 아니면 마마가 적당히 말려주거나 하니까. 내가 없을 때, 그리고 마마도 없을 때 간다면 모를까... 내가 있는데 내 앞에서 유우가를 푹찍 한다던가 전기톱 한다던가 샷건 한다던가 그런 일은 절대 있을 수 없으니까?
"정 걱정되면 이따가 내가 먼저 들어가서 숫돌이랑 전기톱 압수해둘테니까. 그럼 됐지?" "그럼 가는 거다? ...그래도 앞으로 수업도 있고, 간단하게 요기는 해둬. ...쿠키 하나 나눠줄게. 자, 수수료 쿠키."
직접 만든 쿠키를 수수료로 떼가는 것 같아서 웃기지만, 그래도 아예 안 먹으면 힘들테니까. 봉지를 열어 말차맛 쿠키를 꺼내 유우가에게 건넸다. 이거라도 먹고 방과후까지 버티라고. ...초콜릿, 더 만들어 올 걸 그랬나. 작은 후회를 곱씹다보면 어느새 또 종소리가 울린다. 이런, 수업 시작인데!
"으앗, 그, 그럼 나 갈게! 나중에 봐, 유우가!!"
그렇게 남기고서 후다닥 교무실을 나섰다. 팔에 걸린 봉투가 이리저리 흔들린다. ...아아, 그러고보니 이 쓰레기들도 처리해야하지. ....뒤뜰에 양철통, 아직 꺼내놨었지. 집에 가면, 유우가랑 저녁먹고나서 나중에 불태워야겠네.
/양철통을 암?시하며... 적당히 막레를 가져왔습니다🫠 시니어시즌은 짧게짧게 여러번 돌려도 좋을 것 같아서요..히히....
이것조차 후히히 네트워크가😏 다음 일상은...🤔 만우절도 좋고 시니어 여름합숙도 좋고... 아니면 시니어말고 다른 일상도 좋을 것 같고... ....언제나처럼 선택장애가 왔군요 히히,...🫠 맥주를 사오신 다음에 저희 다이스의 힘을 빌려보도록 하죠.... 저도 얼음 리필하러 잠시 다녀와야겠어요🤭
늘 그렇듯 지역 행사다. 지역 토호들의 지긋지긋한 일과. 물론 내 옆의 아가씨에겐 지긋지긋할 것도 없고 처음이라 생소한 일이다. 아무래도 프로키온가의 후계자 수업이 이론편을 마무리하고 실전편으로 들어간 모양이지. 토메소데를 입고서 뻣뻣하게 앉은 메이사의 꼬리를 느긋하게 주무르며 귓속말했다. 여기에도 비단으로 된 리본을 단다니 역시 높으신 분들은 달라.
천장에 매달린 조명장치로부터 빛이 쏟아진다. 나는 가볍게 웃을 뿐이다. 일단 사케 장인 시모사카가에서 들어온 기둥서방 취급이니까. 유우가 프로키온으로도 불리긴 하지만, 어쨌건 여기 사람들이 찾는 건 내 아내 뿐이다. 나같은 시꺼먼 녀석은 숨어주는 게 예의지.
사교적인 대화를 나누는 아내를 멀찍이서 지켜보다가, 기진맥진 직전에다 취기가 올라오는 듯해서 임의로 데려왔다. 히다이잇가 녀석이 운전하는 검은 차량에 아내를 싣고 나도 앉았다. 문을 닫기 무섭게 단추를 풀고 넥타이를 느슨히 했다.
"아~ 젠장 답답해 죽는 줄 알았네. 츠나지 녀석들은 말이 느린데다 평탄해가지고 진짜 졸 뻔 했어." "여보도 그래서 졸린 거지?"
흐물흐물한 메이사의 어깨를 당겨서 나한테 기대게 했다. 아, 화장에다가 격식차리는 향수까지 섞여서 무지 좋은 냄새 나네. 내가 운전하는 차였으면 바로 핸들 틀었지. ...는 농담. 신혼 여행까지 갔지만 손도 안 댔다. 그야 난 기둥서방이지만 사전적인 의미의 기둥서방은 아니니까. 게다가 난 아내보다 한참 늙었으니까 민폐라고 그런 거.
뻣뻣하게 굳은 얼굴에 애써 미소를 장착한다. 정신이 하나도 없었다. 위에서 내리쬐는 조명, 끝없이 찾아오는 사람들, 사교적인 대화를 너무 깊지 않게, 하지만 너무 얕지도 않게 적당히 이어가느라 소모되는 정신력, 그리고 찔끔찔끔 마시다보니 취기가 올라올 정도가 된 도수가 좀 있는 음료라던가... 뭐 그런 것들 때문에 어질어질하던 찰나, 타이밍을 재고 있던 것처럼 유우가 씨가 손을 잡고 이끌었다. 그대로 따라서 걸어가고, 그대로 차에 올라탈 때까지도 적당히 잡혀 있던 긴장은 차의 문이 닫히자마자 확 풀려버렸다. 억지로 굳은 얼굴을 미소로 가릴 필요도 없고, 대화를 나누기 위해 신경을 곤두세울 필요도 없고.. 옆에는 유우가 씨도 있으니까. 나도 모르게 긴장의 끈을 놓았다. 그러자 단번에 취기가 확 돌기 시작했다. 몸부터 흐물흐물해지는 느낌...
"으응... 네에...."
아, 혀가 풀렸나... 발음이 조금 새는 것 같았다. 어깨를 당기는 것에도 전혀 저항하지 못하고-사실 저항할 필요도 없지만-그대로 푹 기대버렸다. ...취기 때문인지 살짝 뜨끈해진 이마가 유우가 씨의 목덜미에 닿는다. ...서늘해서 기분이 좋네에. 나도 모르게 부비게 될 것 같아서 참으려고 했...지만 이미 한 번 부빈 다음이었다. ....수, 술이란 건 무섭네요...
"아, 제성해요... 서늘해서.... 기분 좋아서 그마안...." "네에... 조금 쉬면, 괜찮아질 것 같은데에...."
가서 쉴 거야? 라는 물음에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 아마... 물도 좀 마시고 잠깐 쉬다보면 술도 깨고, 어질어질한 것도 좀 나아지겠지. 사실 이런 장소에는 익숙해져야 하는데, 앞으로는 더 자주 이런 자리에 나가야 하는데 솔직히 말하자면 자신이 없었다. 유우가 씨가 이것저것 일러주지 않았다면 아마 실수도 많이 했을 거고, 큰일이 났을지도...
"....하아, 이런 자리는 익숙하지 않아서.... 힘드네요... ....익숙해져야 하겠지마안..."
아, 답답하던게 좀 나아졌다. ...어라아, 오비가... 풀렸구나아... 단단히 싸매고 있던 오비가 풀리자 그 다음으로 감겨있던 겉옷도 조금 스르르 풀린다. 그치만 뭐어, 상관없나아. 적당히 취기도 돌고 답답하던 것도 사라져서 지금은 어쨌든 아무래도 좋아~ 하는 기분이 팍팍 솟아나고 있어서. 그래서 유우가 씨가 미는대로 쭉 밀려서 무릎베개를 하게 된 것도 크게 신경쓰이지 않았다. 아, 누우니까 졸리네에....
"맞아요... 처음이라 엄청, 엄청.... 아무것도 모르겠고오..." "히히.. 그래도 유우가아..씨가... 많이 도와줘서 다행이었.. 음...."
아, 슥슥 쓰다듬는거 좋아아... 진짜로 흐물흐물 녹아버리는 거 같아아... 머리도 마음도 흐물흐물해진 그때, 귓가에서 유우가 씨가 속삭인다. 낮잠을 푹 자고 밤에 외출이라니. 바, 밤에 외출... 뭐 상관없나~ 그리고 유우가 씨의 말도 맞는 거 같아. 나 오늘 진짜 많이 수고했으니까아. 엄청 노력했다구우. 그러니까 그 정도 보상은 받아도... ...펴, 평소에 하지 않던 밤외출이라던가, 이자카야에서 한 잔 걸치는 거라던가(드라마에서 보고 엄청 해보고 싶었다) 살찌는 맛의 닭다리 같은 거도... 먹어보고 싶어!
"응~ 갈래요~ 에헤헤... 그런 곳 사실 진짜, 가보고 싶었는데에..." "매일 일찍 자기도 하고, 혼자 가기도 좀 그래서.... 헤헤, 유우가 씨랑 같이 가면 되겠네요 이제....."
그러면 일단 집에 가서 낮잠인가. 낮잠도... 엄청 어릴 때 말고는 처음인 것 같은데. 아, 처음은 아니지. 신혼여행 때도 낮잠 자기는 했으니까. ...아, 신혼여행하니 생각나네. 결국 아무것도 못하고 그냥 돌아왔었지. 진짜로 아무것도 안했던 건 아니지만, 그, 뭐야, 저기... ....허니문이라던가 뭐 그런 거....
.........취기에 들뜬 마음이 그 화제를 꺼내려고 했던 걸 간신히 억제했다. 아, 아, 아무리 그래도 역시 그건 좀 그래..! 그리고 이렇게 무릎베개를 하고 있으니 운전석 쪽도 보여서, 그, 운전수 분도 계신다는걸 인지하고 나니까 절대로 꺼낼 수 없는 화제라는 생각이 확 들어서.. 덕분에 뭔가 말하려다가 당황해서 입을 덥석거리다가, 고개를 확 파묻어버렸다. 유우가 씨의 무릎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