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기본적으로 상황극판의 규칙을 따릅니다. 2. 모니터 뒤에 사람 있음을 알고 언행에 주의하도록 합니다. 3. 무언가 요구하거나 부탁을 할 때에는 그에 맞는 행동을 취하도록 합니다. 4. 15금 어장으로 도가 지나친 선정적, 잔인함을 유의하여 활동합니다. 5. 활동에 있어 밝히기 어려운 질문은 웹박수를, 그 외는 캡틴에게 질문하면 성심성의껏 안내드립니다. 6. 말하지 않고 참는 것을 상대방은 이해하지 못할 수 있습니다. 생긴 문제는 속에 담아두지 말고 말해야할 것은 말하도록 합니다. 7. 무조건적인 반응은 아니더라도 인사는 기본적으로 서로 주고받도록 합니다. 8. 모두 현생이 있는 사람들인 만큼 건강도 챙겨가며 즐기도록 합니다.
익숙하게 침대에서 일어나, 이부자리를 천천히 정돈하고서는 옷을 갈아입는다. 여벌 셔츠와 바지를 천천히 개어놓고, 비 오는 날 냇가에서 깨끗하게 빨래한, 익숙한 옷으로. 바지를 입고 셔츠 단추를 천천히 잠군다. 넥타이를 메고 조끼를 입으며 그 위에 재킷을 걸친다. 옷매무새를 단정히 가다듬고 나면, 머리칼을 손질할 차례다. 보이지 않는 눈으로도 익숙하게 빗을 들어 머리칼을 빗어 넘긴다. 사내는 콧노래를 부르면서 익숙한 루틴대로 행동한다.
그렇게 얼마쯤 지났을까. 단정해진 차림새로 그는 여관 아래로 내려와, 단출하게 아침을 먹는다. 수프와 빵, 단출한 아침 식사지만 사내는 마음에 드는듯 천천히 먹었고, 어느새 다 먹었을까. 사내는 뒷정리를 한 뒤에, 모닥불 근처에 걸터앉으며 노래부르고 이야기 하기 시작한다.
[보았소.
용과 사랑한 기사가 있소.
창공을 가르며 거대한 검을 휘둘러 악을 무찌르는 그 모습을 내 두 눈으로 똑똑히 보았소.]
"뭐, 저는 눈이 보이지 않습니다만..."
하핫. 덧붙이는 웃음 소리와 함께, 들려오는 즐겁게 웃는 소리. 쿡쿡거리며 웃는 소리. 관중들의 흥미를 모으면서 사내는 계속해 이야기한다.
[... 그때, 용이 입에서 불을 뿜으니
매캐한 연기가 피어올라 적의 눈을 가렸고
그 틈을 놓치지 않고 기사가 날아들어 적의 숨통을 끊어버렸소.
아아, 나는 보았소
용과 사랑한 기사가 있소
창공을 가르며 거대한 검을 휘둘러 악을 무찌르는 그 모습을 내 두 눈으로 똑똑히 보았소.]
꾸벅, 하고 고개를 숙이자 박수 소리 들려온다. 즐거운 이야기였구나. 다들 그리 생각한것 같아, 사내는 짧게 숨을 뱉으면서 싱긋 미소지었다. 길어진 이야기. 어느덧 점심이 가까운 시간. 사내는 목을 가다듬으며, 물 한잔으로 목을 축이다 문득 밖에서 들려오는 소리를 들었다.
싸악, 싸악. 싸리비 움직이는 소리. 사내는 궁금한 듯, 방랑하듯 발걸음 내딛으며 여관 뒷마당으로 향한다. 그리고, 사내는 소리를 듣는다. 낡은 나무상자. 걸터 앉아있을까. 참새들 콩콩 뛰어다니는 소리. 사내는 천천히 다가가면서, 싱긋 미소지은채로 말 걸어온다.
...그렇구나.. 대답을 듣고선 다시 시선을 아래로 미끄러뜨린다. 그러고 나니 이 도시에는 대체 '떨어진 사람들'이 몇 명이나 있는 걸까 싶은 생각이 든다. 자신과, 눈 앞의 여성과, 라크 씨, 그리고 라크 씨 일행들, 포르시티아 여관이 앙니라 도시 전체에 이런 명령이 떨어진 걸 보면 아마 몇 명이 더 있는 모양인데. 이런 일들이.. 우연히 일어나는 게 가능한 걸까? 순식간에 커진 의문이 머릿속을 둥실둥실 떠다녀서 주변 소리는 희미하고,
내가 무서워?
"....네?"
아, 딴 생각을 하느라 뭐라 이야기하시는 걸 놓쳤나? 시선이 빠르게 왔던 길을 다시 돌아갔다. 그러나 이미 말은 맺어지고, 고개를 까닥 기울인 여성의 얼굴만 남았다. 내가.. 잘 들은 게 맞나? 무섭냐고? 갑작스런 물음에 멍하니 여성의 눈동자, 그 부근을 잠시 맴돌았다. 그야 골목에서 만났을 땐 갑자기 빨간 눈동자가 번쩍이는 것 같아서 무섭긴 했지만, 지금은, 글쎄.....
"......어........ 아, 아닌 것.... 같은, 데요..."
처음엔 제법 확신 없는 투로 말을 뱉었으나 내린 시선 끝에 답이 있었다. 정말 무서웠다면 아마 손 잡는 것초자 힘들었겠지, ..그런데, 왜 그렇게 생각하셨지? 소심하게 눈치를 살핀 끝에 두루뭉술하게 뱉었던 것을 다시 정정했다.
"..아, 아니요... 언니가.. 무, 무서운 게 아니고."
그냥.. 워, 원래 이래요. 저, 저.. 겁쟁이라. 마지막 말은 거의 속삭이듯 사라져버렸다.
참새들은 아무 말 않고 바닥에 뿌려 놓은 곡식들만 열심히 쪼아 먹었다. 적어도 걱정 말라는 말 한 마디라도 해 주면 좋을 텐데. 열심히 사방을 뛰어다니던 참새 무리 중 한 마리가 발치 근처로 콩콩 뛰어와 바라보길래, 가만히 손을 뻗어 손가락 끝으로 정수리 부근을 살짝 쓰다듬었다. 그리곤 조금 남은 곡식을 그 앞에 더 뿌려주려고 주머니에 손을 가져가는데, ...
사람이다! 사람! 낯선 사람!
소란스레 짹짹거리는 소리와 함께 참새 무리는 근처에 서 있던 작은 나무로 포르르 날아가 버렸다. 마시인가? 세워 두었던 빗자루를 지팡이 삼아 몸을 일으키려고 했을 때 다가오는 사람의 인기척이. 고개를 들어서 얼굴을 보려고 했을 때,
"........와."
저도 모르게 툭 튀어나온 중얼거림과 함께 멍하니 사내를 바라보고 있다가, 헉! 정신을 차리며 숨 삼키는 소리와 함께 제 입을 턱 막았다. 지, 지, 지금 처음 보는 사람한테 무슨 말을 한 거지? 작은 소리였으니 어쩌면 못 들었을 가능성도... 있지 않을까? 택도 없는 헛된 기대를 품으며 바쁘게 눈만 굴렸다. 처, 처음 보는 얼굴이니까... 손님, 이시겠지? 재빨리 먼지투성이가 된 치맛자락이며 앞치마를 탁탁 털어 정리하고선.
참새들 바닥에 뿌려진 곡식 쪼아 먹는 소리. 콩콩 뛰는 소리. 그리고, 포르르 날아가는 소리까지. 바쁘구나, 작은 생명들도. 그리 생각하다 곧이어 들려온 말은.
"...왕자님?"
의아한 듯, 고개 가만히 기울이면서, 여전히 눈 감은 채로 골몰히 생각하다, 곧이어 주먹을 말아쥐고 입을 가린 채 쿡쿡거리며 잠시 웃었다. 헉, 하며 숨 삼키는 소리. 입 턱 하고 막는 소리에 그만 참을 수 없었다. 왕자님이라. 자그마한 꼬마 아이의 눈에는 그렇게 보이는 걸까.
"실례, 공주님이 계신 줄은 몰랐군요."
그리 말하면서, 한걸음 더 다가갔다. 앞치마 두른 것 탁탁 털어 정리하는 소리가 귓가에 맴돌고. 가까워졌을 즈음에는 아래로, 손 잡기 쉽게 손을 내밀어서.
"아델라이데라고 합니다. 만나뵙게되어 영광입니다, 공주님. 헌데, 추락자십니까?"
"저 역시 마찬가지니, 편하게 말씀 주시길."
이런 어린 아이마저 추락하는가. 문득, 좋지 않은 기억이 스쳐갔으나 사내는 곧 깊이 생각하는것을 그만두었다. 그럴 리 없다. 이미 한번 신을 베는 실례를 저질렀지 않은가.
모르는구나. 조금 아쉬운 마음이 들어오는 것은 어쩔 수 없지만 그 이상의 감상 역시 없었다. 대신에 그의 머릿속에 상식이 한 줄 더 추가되었다. 모두가 자기 이름의 뜻을 외우고 다니는 것은 아닌 듯하다고.
꽤나 살벌한 경고를 끝으로는 재잘거리던 것을 멈추고 한동안 말이 없었다. 떨어진 사람들을 무어라 부르는지, 추락자들의 인원이나 마을의 분위기, 예전과 달라진 점, 그리고……. 이 정도면 필수적인 이야기는 대강 다 끝낸 것도 같다. 그리 생각하던 찰나에 불현듯 하늘이 어두워졌다. 바람에 날린 구름에 잠시 해가 가려진 것이다. 자연스럽게 하늘을 올려다보던 그도 문득 깨달았다. 아, 이 얘기를 깜빡했구나.
“추락자가 추락하게 될 때는 하늘이 일그러진댔어. 너는 여기 온 지 얼마 되지 않았지만, 어쩌면 금방 떠나게 될지도 모르겠네.”
올려다보던 시선의 방향이 바뀌었다. 그는 몸을 돌려 어느 방향을 가리켰다. 손끝에는 먼 하늘에 일렁거리는 균열, 일그러진 무언가가 걸려 있었다.
”저게 그 전조인지까지는 잘 모르겠지만. 추락자랑은 관계가 없는 현상일 수도 있고. 저것도 얼마 전부터 생기기 시작한 건데, 여기 사람들은 저걸 못 보는 것 같았어.”
이만하면 당장 생각난 것들은 모두 설명해 준 셈이다. 그러는 사이 예전에 비해 한적해진 거리를 지나, 어느덧 여관으로 가는 길목이 가깝다. ”조금만 더 가면 돼.”라며 느려졌던 걸음을 조금 서두르는데, 숙박비나 여관의 남은 공간 따위의─ 가장 중요한 부분에 관한 설명은 이번에도 깜빡한 모양이다.
여, 역시 들었나 봐... 쿡쿡거리며 웃음짓는 사내의 모습을 보며 마음 속으로 눈물을 세 바가지 정도 좍좍 흘렸다. 그렇지만 어린 여자아이들이 사내의 모습(기본적인 몸가짐이라던가, 정갈하게 손질된 머리카락, 고풍스런 말투같은 것)을 보면 누구나 왕자님이라고 생각하게 될 걸(비록 자신이 동심 살아있는 어린 여자애가 아니라는 점은 애써 무시하고). 달아오른 얼굴로 가만히 어깨만 축 늘어뜨린 채 서 있다가,
"..네, 네, ..네.....?!"
공주님이라는 말에 이런, 얼굴이 홍당무를 넘어 거진 머리색과 비슷한 토마토처럼 되어 버렸다. 아마 사내가 색을 볼 수 있었더라면 목 위에 웬 잘 익은 토마토 하나를 얹어 놨군, 하고 생각했을지도 모르지. 고, 고고, 공주님이라니 당치 아, 아 않아요, 저, 저저는 그저 여기서 이, 이, 이, 일하는 아무것도 아닌 여, 여여여자애일 뿐, 이고, ...저, 당황과 부끄러움이 섞여서 구구절절 흘러나오는 영양가 없는 소리들을 막을 생각조차 들지 않는 것 같다. 한참 자기도 무어라 말하는지 알 수 없는 쓸데없는 사실들을 주절거린 후에야 달아오른 뺨을 조금 식힐 수 있었다.
..아! 죄, 죄, 죄송해요, 마말이 너무 많, 았죠, 긴장으로 촉촉하게 땀이 밴 손으로 두 뺨을 조금 더 식혀 보겠다고 부여잡고선.
"마, 맞아요, 하늘, 에서 떨어진.. 저, 저기, 그러면... 혹시, 테, 테시어 씨의 일행, 분.. 이세요?"
더듬거리며 묻고선 잠시 내밀어진 손을 멀거니 바라보기만 했다. ......아, 악수.. 하자는 뜻? ...인가? 축축한 손을 앞치마에 박박 문질러 닦고 소심하게 손을 내미는데.
"그, 그냥.. 저녁에 손님들이 오시니까, 그, 그, 그 전에 뒷마당 청소를 좀.. 해 둘까, 하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