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기본적으로 상황극판의 규칙을 따릅니다. 2. 모니터 뒤에 사람 있음을 알고 언행에 주의하도록 합니다. 3. 무언가 요구하거나 부탁을 할 때에는 그에 맞는 행동을 취하도록 합니다. 4. 15금 어장으로 도가 지나친 선정적, 잔인함을 유의하여 활동합니다. 5. 활동에 있어 밝히기 어려운 질문은 웹박수를, 그 외는 캡틴에게 질문하면 성심성의껏 안내드립니다. 6. 말하지 않고 참는 것을 상대방은 이해하지 못할 수 있습니다. 생긴 문제는 속에 담아두지 말고 말해야할 것은 말하도록 합니다. 7. 무조건적인 반응은 아니더라도 인사는 기본적으로 서로 주고받도록 합니다. 8. 모두 현생이 있는 사람들인 만큼 건강도 챙겨가며 즐기도록 합니다.
도시는 불온한 침묵으로 술렁인다. 이를테면 가득찬 기름통 위에 아슬아슬하게 걸린 등화 같은 꼴이다. 불은 시끄럽게 타지 않지만, 약간의 자극만으로도 위태로운 균형이 무너지거나─ 혹은 처음부터 비뚤게 걸려 있던 등이 자연히 고꾸라지는 일만 남은, 그런 비유가 퍽 어울리는 상황. 일견으로는 잠잠해 보일지라도 그 괴괴한 적막으로부터 진정 평온한 감상을 느끼는 이는 아무도 없으리라.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는 여전히 거리낌 없이 도시를 나돌았다. 주민들이 추락자를 적대하기 이전과 조금도 다를 바 없는 태도였다. 적대는 고통이 되지 못했기 때문이다. 타인이 선사한 것이라면 상처와 증오마저도 기껍게 받아들이는 그에겐 변화한 분위기는 근심거리 축에도 들지 않았다. 그나마 걱정에 가까운 감정마저도 자신이 아닌 다른 추락자들을 향하고 있었으니, 그는 상황을 파악하고도 스산한 분위기 속에 홀로 평화로운 유일한 사람이었을 테다.
정처 없이 한가로이 걷던 걸음이 어느 순간 멈추었다. 도시의 분위기가 흉흉해진 뒤로는 추락자도 기존 주민들도 좀처럼 거리에 나오지 않으려 했다. 외출을 하더라도 대부분은 필요한 용무만 해결한 뒤 서둘러 돌아가곤 했는데, 목적 없이 방황하는 듯한 사람을 오랜만에 본 탓이다. 또한 시선이 짧게 머문 사이 무언가를 하나 더 깨달았기 때문이기도 했다. 상대가 추락자라는 사실과, 어딘가가 좋지 않은지 기침을 한다는 것. 모든 생물을 곧 죽을 목숨처럼 여리게 여기는 불멸자를 불러들이기에는 최적의 조건이었다.
그, 그냥 계셔도 괜찮은, 데요.. 금방 떨어진 거라면, 노, 놀라셨을 테고, 여전히 더듬거리며 눈치를 보는 기색이 역력하나 굳이 도움의 손길을 마다하려는 눈치는 아니었다. 어쩐지 사내를 바라보는 시선에 슬금슬금 작은 호의같은 것이 깃든 것 같기도. 눈이 마주친다면 멋쩍게 웃기만 한다. ...헤, 헤헤,
"그, 그럼요. 얼른 다녀, 오, 올게요!"
아마 운이 좋으면, 빠, 빵이나 샐러드 같은 것도, 가져올 수 이, 있을 거에요, 손에 들고 있던 걸레를 기대어 놓는다고 한참 허둥거리다가, 세 번이나 걸레자루가 균형을 잃어 바닥에 부딪히고 난 뒤에야 머쓱한 얼굴로 방을 나설 수 있었다. 내려가는 계단에 가까워질수록 아래층에서 들려오는 떠들썩한 소리가 점차 선명해진다.
이 양반들이, 취해가지군 애한테 진상을 다 부리고 말야, 이러면 난 다시는 댁들한테 술 안 팔라우. 미안합니다, 내 단단히 일러 둘 테니 부디.... 너네 둘, 제대로 고개 안 숙여?!..
입구 근처에서 들려오는 말소리에 고개를 빼꼼 들이밀어 상황을 살필까 싶었으나, 얼굴 벌겋게 취한 아저씨들이 혼나는 일을 멀거니 구경하는 건 손님 체면 상 영 아닌 것 같아 까치발로 종종 걸어 몰래 부엌으로 들어간다. 작게 달그락거리는 소리가 들리기를 몇 분, 들어갔던 것처럼 까치발로 슬그머니 걸어 나오는 소녀의 손엔 스튜는 물론이며 작은 빵이나 과일 같은 것들이 쟁반 위에 제법 빼곡하게 들어차 있었다. 계단 앞에 이르러서야 혼자 먹기엔 제법 많은 양이라는 생각이 머리를 스쳤지만.... 과일같은 건 놔 뒀다가 나중에 먹어도 좋으니까. 니아니? 인기척을 느낀 여주인의 발소리가 들리자, 이크. 혹여 들킬세라 재빨리 층계를 올랐다.
줄곧 마른 기침 내뱉던 청년의 앞에 낯선 이가 모습을 드러내었다. 긴 회색 머리칼과 중성적인 외양의 인간. 그리고 예와 같은 기묘한 동질감. 이유 모를 기운이다. 그도 자신과 동류라는 것인가. 하지만 어떤 부분에서 동류인지조차 지금은 알 수 없으니─ 그가 말을 붙였는데 어떠한 꺼리는 기색도 없어뵜다. 청년은 조용히 의문을 품었다. 바다 야수를 닮은 모습이 두렵지 아니한 것인가. 적어도 제가 오가며 마주쳤던 도시 주민들은 명백히 이쪽을 꺼리고 있었으니까─
"아니─ 아픈 데는 없어."
상념도 잠시 청년은 고개를 가벼이 저었다. 그는 청년을 걱정해주고 있었다. 명백히. 청년은 타인의 호의가 생소하면서도 기꺼웠다.
"그냥 조금─ 조금 건조해서 그런 거야."
청년은 입가를 가렸던 손을 거두었다. 그리고 저 머나먼 지평선으로 시선을 옮기었다. 잠시간 숨 들이쉬고 내뱉던 그가 상대를 똑바로 응시했다─
>>39 ㅋㅋㅋㅋㅋㅋㅋ아........(뭔지 너무 알아서 할 말이 없음,,,) 너무 피곤하시면 무리하지 마시고 일찍 쉬시는 것두,, ᵕ_ᵕ̥̥) 캡틴 건강이랑 수면 절대로 지켜.....
>>40 막상 먹으면 오독오독해서 음.. 괜찮군... 하고 생각하는데.. 생긴것땜에 그런가... 잘 모르겠어용.. >:3 싫은 건 아닌데 버섯들이 모여 있으면 다른 걸 먼저 먹게 되는 느낌? 해삼도 비슷한 식감인가요? 제가 해산물을 잘 안 먹어가지구서리, 노 루 궁 뎅 이 ː̗̀(ꙨꙨ)ː̖́ 뭔가 사진으로만 보면 퐁신퐁신하니 국물요리로 만들면 국물 쫙 머금어서 맛있을 것 같은 이미진데요..?!
건조해서 그렇다고? 호흡하지 않고 무엇도 먹고 마시지 않으며, 극한과 극서의 환경마저도 미미하게 느끼는 몸이니 건조해서 불편하다는 감각이 어떤 것인지 알 턱이 없다.
“물이라도 마실래?”
그나마 곰곰이 고민하여 내어 놓은 답이 상식에서 크게 어긋나지 않았음에 감사할 수밖에. 그는 당연한 듯 말했지만 무엇 하나를 깜빡했다는 사실을 뒤늦게 깨달았다. 앗, 작은 탄성 흘린 그가 짧게 덧붙였다. 표정은 조금쯤 무안한 웃음 띄고 있었으리라.
“당장은 없고…… 숙소까지 가야 하지만.”
정말 괜찮은 게 맞을까. 미하엘도 이 정도로 길게 힘들어하지는 않았던 것 같은데. 의심할 줄 모르는 인물이기에 상대의 말을 믿지 못하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염려증이란 말에 왜 증세를 글자가 붙었겠는가, 쉽게 나아지지는 않는 습관이라 그렇다. 그렇게 물끄럼 바라보고 있자니 긴가민가하던 감상도 확실해졌다. 그의 기억이 온전한 게 맞다면, 눈앞의 상대는 분명 처음 보는 추락자였다. 추락자들은 대부분 여관에 모여 있으니 초면의 추락자가 의미하는 바는 두 가지다. 여관이 아닌 도시 내의 다른 장소나 숲에서 머무르던 추락자이거나, 혹은 추락한 지 얼마 되지 않은 경우. 저와 마주한 순간 익숙한 감각을 느꼈을 텐데도 이곳 사람이냐 묻는다는 건.
“너는 하늘에서 떨어진 지 얼마나 됐어?”
후자의 의미가 아닐까. “나도 여기 사람은 아니야.”라고 말하는 음성은 처음에 비해 작게 죽인 채다. 정확히는, 하늘에서 떨어진 시점을 묻는 순간부터 소리가 낮아져 있었다. 추락자들이 적대 당하는 와중 이런 이야기를 큰 소리로 떠들어 득 될 일은 없을 테니.
솔직히 말하자면─ 물을 들이키는 것으로 부족하고 아예 전신에 부어버리고 싶은 심정이었다. 그러나 당장은 없다는 말에 청년은 아쉬운 듯 애써 웃음지어 보였고─ 뒤이어 다른 물음이 건네어졌다.
"─응?"
청년은 얼빠진 소리를 내었다. 그는 자신이 하늘에서 떨어졌다는 걸 알고 있다. 어떤 연유로 알아차린 것인지─ 청년이 짧은 침음을 내었다. 상대 역시도 이곳 사람이 아니라 한다면─ 아아, 그는 겨우내 상황을 이해할 수 있었다. 지금껏 느껴지던 동질감이란─ 같은 외부인이었기에 그런 거였나.
"방금 떨어졌다고 할까─ 얼마 안 됐어."
상념을 마친 그가 고개 끄덕였다. 덩달아 목소리 낮춘 채였다. 상대가 조용히 말하는 이유는 잘 모르겠지만. 이곳 원주민들이 외부인을 배척하기라도 하는 것인가─ 제 앞에 놓인 상황이 차근차근 이해되기 시작하였다. 그럼에도 하늘에서 떨어진 이유는 잘 모르겠지만─
539 자캐가_새벽_4시까지_깨어_있다면_깨어_있는_이유는_무엇인가 여러 가지가 있겠지마는.. 몇 가지 꼽자면요? ( Ꙭ ) 1. 당장 다음날 갖다줘야 하는 삯바느질이 밀렸음(빈도 높음) 2. 모종의 일로 괜히 맘이 싱숭생숭함 3. 깊은 생각에 빠짐
이런 일들이 아닐지?
474 자캐는_정리를_잘_하는_편인가_못_하는_편인가_안_하는_편인가 완벽하게까진 아니지만 깨끗하게는 해 두고 사는 편입니다. 무슨 물건이 필요하면 여기 있었지 하고 바로 찾을 정도는.. 된다고 생각해요....
08 늦은_새벽_자캐가_편지를_쓴다면_그_편지의_받는_이는 애초에 편지를 써 본 적이.. 없을? 것? 같은데요...? 본래 살던 곳에선 교회에서 운 좋게 글자까지 배우긴 했습니다만 그걸 깔끔하게 쓸 정도까진 배우지 못 해서, 어찌저찌 겨우 읽는 정도만 가능했었다네요. 시절이 시절이다 보니 ᵕ_ᵕ̥̥) 그래도 쓴다고 가정한다면 아무래도,
>>103-104 미안하단 말을 좀처럼 입에 담지 않는 남자.. 그것이..... 기사니까... <방금 이거 21세기 명언집 등록햇습니다 하지만.. 미안하단 말을 하지 않던 사람이 처절하게 미안하다고 말을 꺼내는 해프닝이 생기게 된다면? 와...ㅋㅋ 이거.... 하~ㅋㅋ... 흠...ㅋㅋ?? 캬...^^(뇌내오타쿠TV 온)
저두.. 잘 모르겠네요 <:3.. 지금 알바로 일하는 곳에서 8-9월즈음에 정직원즈음으로 일할 수 있게 될 것 같아서리.. 이걸 취?직?이라고 해야 하나 잘 모르겠지마는... 암튼 내일 첫 출근 정말 떨리시겠지만.. 아델주가 짱이니까 다 부숴버리고 오세요.. (งᐖ)ว 회사야 기다려라... 슈퍼루키 아델주가 간다
>>105 악~~! 좋아요.. o̴̶̷̤ ̫ o̴̶̷̤) 미소녀와 만난다 우효 럭키~~ 저두 텀이 빠른 편은 아니라.. 아니 엄청 늦는 편이라 그 말은 제 쪽에서 해야 할 것 같은데요.... ༎ຶ‿༎ຶ) 일단 빨리빨리 쳐내려고 노력해보겠스빈다.. 혹시 원하시는 상황같은 게 있으실까요?
>>110 !!!! !!!!! ! !!!! 이거 진짜 안좋은버릇인데 저.. 오타쿠적으로 생각해버리는 버릇이 잇거든요... 만약에... 한참 안 와서 직접 찾아나섰는데 어쩌다 보니 그 상대가 큰 일을 당했거나.. 죽음이나 그에 비하는 부상을 당했거나... 이런 일이 생기면 어떤 반응을 보일까.. 이런 생각.......... 미안합니다.. 이런썰얘기하지마까... ㅇ(-(
298 자캐가_좋아했던_사람들의_공통점 > 젊을때는 그냥 한눈에 반해서 사귄 경우가 많고 지금도 한눈에 반해서 ... 아무래도 한눈에 반하면 좋아하는 것 같은데? 사실 예전에 사귄 사람들은 공통점 찾기 힘들고 최근엔 같이 있을때 나쁜 기억을 떠올리지 않게하거나 행복한 기억을 쌓게 해주는 사람이겠네?
12 자캐는_고통스러운_기억을_단번에_잊을_수_있다면_잊는다_vs_그럼에도_간직한다 > 라클레시아한테 선택지를 주면 지금 있는 기억을 그냥 싸그리 없애도 좋으니까 잊게 해달라고 할꺼야. 그런 기회가 온다치면 땅바닥 기라고 해도 길 정도로 처절할지도? 생각보다 힘들어하는 편이니까 말이야 :3
90 자캐의_삶에_대한_태도 > 윗 이야기의 연장선인데 라클레시아가 지금 살아가는 목표는 자신이 살아왔던 기억들을 덮어버리는게 목표인거야. 주시자로써 살던 때의 기억보다 더 좋은 기억을 많이 쌓아서 전체 기억 용량에서의 지분을 줄여가는거지. 그래서 자기한테 즐거웠던 것들에겐 집착이 좀 있어. 싫다고하면 앵기진 않겠지만 ... 어필 안하면 조금 집착하는 정도 :3 (조?금)
라클레시아 테시어, 이야기해주세요!
#자캐썰주세요 #shindanmaker https://kr.shindanmaker.com/1090034 추가로 TMI를 얘기하자면 라크는 자기가 살던 세계를 장난감 세계 아니면 도박장 세계라고 부르고 있어. 이는 자신이 하던 행동들에 대해서 기록들을 정리하다가 생긴 의구심을 신들의 대화를 엿들어서 확신하게 되어서 부르는 이름이야 :3
헉... 니아주는 맛집 쉐프가 분명해..... 나 약간 그런거 생각해봤어~ 니아랑 첫 만남 가지고 친해지면서 '아 되게 열심히 사는 꼬마아이구나...' 이러면서 호의 품고 있는데, 한편으로는 그때 구해줬던 마족 꼬마아이랑 겹쳐보이면서 '또 배신당하는건 아닐까?' '어쩌면 내가 눈치채지 못한 마족 아이라면?' 이러면서... 불신도 갖고 있는거지. 어떻게 보면 자기에 대한 두려움일수도 있겠네~ 눈도 안보이기도 하고.
그러다가 어느날 지금처럼 험한 세계에서 추락자가 돌같은 위험한걸 던졌다던지, 위험한 일에 휘말려버렸다던지 했는데... 노아가 위험해요! 하면서 아델 밀치고 대신 돌을 맞는다던지 하는거야... 그러면서 피 흘리면서 쓰러지구... 거기서 아! 또 다시 내가 실수를 했구나, 생각하면서 끌어안고 막... 피 흐르는 곳 막으면서 눈물 흘리며 미안하다고 처음으로 입에 담는거야. 몇번이고 몇번이고 그 날처럼 사과하면서, 이성을 잃어버리고....(오타쿠 썰 줄줄나옴)
>>119 카아악....!!!!!!!!!!!!!!!!(예상했지만 예상못한 오타쿠뽕치사량에 그만죽고마는데) 이.. 이 이런.. 이런 썰을 무료로 들어도 되는거임...? 돈 주고 들어야될거같은데..? 출판해야할거같은데. ? ?? 모든 출판계가 지금 계약을위해 들고일어날이야기인데??? ? ? ? <ㅇ> 선생님..너무맛잇어요... 선생님
>>121 아ㅋㅋㅋㅋㅋㅋㅋㅋ 레비.... 예상보다 더 엄청난 쿨남이다... ː̗̀(ꙨꙨ)ː̖́ 그 그러면.. 만약에 그 상대가 좀 더 소중한 사람이었다면 어떤 반응이 나오나요... 선생님 이것도 궁금한뎁쇼.. 헤헤. 헤헤헤.. (손싹싹)
>>123 오! 좋아요! 그러면.. 끌려? 가는? 길에 소곤소곤한 이야기.. < 이런 느낌이 되는걸깝쇼 코우는 강제집합 전에 계속 마을을 떠돌아다니나요? 니아는 아마 숲 속으로 도망가서 불 피우고 나무둥치에서 자던가 함서 지냈을 것 같아서...( Ꙭ )
539 자캐가_새벽_4시까지_깨어_있다면_깨어_있는_이유는_무엇인가 ㄴ일상적으로 새벽 4시까지 깨어있어. 일본양아치병걸린관상과 다르게 바른생활 사나이지만 불면증이라. 던전공략할때 짧게는 3일 길게는 한달동안 적과의 동침... 을 했기 때문에 잠도 누워서 자지않아요. 앉아서 고개만 푹 숙이고 선잠을 자고 기척이 조금이라도 느껴지면 깹니다.
474 자캐는_정리를_잘_하는_편인가_못_하는_편인가_안_하는_편인가 ㄴ결벽강박이 심한 까탈스러운 애라(하지만 몸은 위위아래업업업타투타투) 정리를 잘 하는 편이야. 애초에 불필요한 예쁜 쓰레기는 가지고 있지도 않고 꼭 필요한 것만 구매해서 정리할 것도 없찌만. 예외가 있다면 작고 귀여운 별요정 피규어 정도? 아기자기한걸 워낙 좋아해서(그렇게 안생겼지만) 피규어 진열장에 먼지 하나 안쌓이게 정리해둠.
08 늦은_새벽_자캐가_편지를_쓴다면_그_편지의_받는_이는 ㄴ편...?지? 아마도 원래 살던 세계에 있는 여동생에게 쓰지 않을까. 전해지지 못할테니 마음속으로 수백 수천통을 쓰면서 학교는 잘 다니고 있는지, 차 조심하고 밥 잘챙겨먹어라. 오빠가 식탁에 네가 좋아하는 치즈김치볶음밥 해두고 갔으니까 냉장고에 있는 장조림이랑 같이 먹고 라면 먹지마라 등등...하지만 정작 진짜로 하고 싶은 말은 못쓰겠지.
>>133 이건... 순수하게 맘에서 우러나오는 감탄의 그 어떤 결정체였음을 알리며... 저야말로 그냥 오타쿠망상헤헤맛잇지안나요 하고 찔렀더니 이런.... 복덩이같은 썰이 나올 줄은 상상도 못 해서.... 감사는 제가 해야하는데요... 감사 넣어둬. 넣어둬. 대신 제 감사를 받으시고.. ㅠㅋㅋㅋㅋㅋㅋㅋㅋ으악... 맘같아선 멀티라도 당장도전해!!! < 지만 아델주가 내일 출근을 하시니까... ᵕ_ᵕ̥̥) 그래도 저 당분간 진짜 아무 일도 없어서 곧... 곧 오지 않을까요..?! 곧,,.,??!?!?? (제발요)
>>134 태 빈 아!!!!!!!!!!!!!!!!!!!!!!!!!!!!!!!!!!!!!! 우리친구들을 추락자로만들어버린 누군가를 좀 빠따쳐야할거같습니다 떨어뜨리더라도 태빈인 여동생이랑 둘이 같이떨궈줘야할거아냐.(이런몹쓸발언) 편지... 편지어쩌냐.... 죽을게.... 저렇게 정성들여 썼지만 전해지지 못 할 편지라는 점이 정말로 맘이아리고..........하.....~
>>138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니아주~~~~ 니아주는 완전 천사야.... 우리 귀요미 길드에 빨리 들어와조...(망태기 ON) 헤헤 좋아좋아~ 나도 마음같아서는 당장 찌르고 싶었지만 ; ;) 그러게... 그러면 내일 우리 퇴근하고 시간 맞을때를 한번 노려보자구~ ;3 나 귀여운 니아랑 만나는거 완존 기대중이야.. 니아한테 사탕 사줘야지.......
청년은 팔짱을 끼었다. 누가, 무슨 목적으로, 어떻게 그들을 이리로 끌어들였는가. 아직은 알 수 없다. 원래 있던 곳으로 돌아갈 수는 있을까─ 그는 고향을 좋아하지 않지만 그 바다만큼은 사랑했기에.
"그럴지도 모르겠네."
그리고 청년은 상대의 말에 긍정을 표했다. 자신 혼자만이라면 모를까 같은 처지에 놓인 자가 있었으니─ 둘 뿐이라기보단 다른 이들도 있다 생각하는 것이 보다 합리적이겠다. 남자의 시선이 향한 곳엔 도시와 같은 건축물이 있었다. 그 양식 또한 자신의 고향에선 보기 힘든 것이었다.
"그럼─ 저기로 가볼 거야?"
청년이 넌지시 물어보았다. 그가 가겠다면 자신도 따라갈 생각이었으니. 언제까지고 답답한 숲에 머무를 순 없으니까─
>>142 ː̗̀(ꙨꙨ)ː̖́ (그거.. 아직도포기안하셧냐구요 2주나지났는데) 꺄 악 너무좋아요 당연히당근빳따죠!!!!!!! 저 내일 쉬는날이라 암것도안하니까 열심히 기다리고있겠습니다.. ^///^ 그.. 머시냐 그거.. 어린왕자 여우 그거. 아델주가 6시에 온다면 난 3시부터 행복할것이고..(대충이런말) 아 근데 저 아델이랑 만나면 해 보고 싶은 거 있는데 홀린듯이 헉.. 왕자님..(당연함진짜왕자님같이생김;;) < 이런 말 해도 되나요? (?)
>>144 카아악~~~~!!! F인 저는 또 울어요 이런 말, 이런 말 넘 따스해... ( ༎ຶŎ༎ຶ ) 사실 천천히 풀고 싶은데 이런저런 썰들이 절 가만 못 두는 것도 있습니다.. 이렇게 맛있고 재밌고 즐겁고 다 하는데 어케... 폭주를 안 할 수가 있죠?.....
>>145 지금 제 눈에서 흐르는 눈물은 모조리 태빈이의 편지썰때문인데도.............
정말 방금 떨어졌을 줄이야. 한창 시기가 좋지 않은 때에 온 것이 우려스러웠다. 똑같이 추락한 주제에 같은 처지를 무어 달리 취급하느냐 싶기도 하지만, 저쪽은 아무런 정보도 없이 적대적인 장소에 떨어지게 된 것이니 말이다. 답변을 들은 그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면 말이야.” 무슨 마음을 굳게 먹기라도 했는지 크게 오르내리는 고갯짓에 힘이 들어가 있었다.
“같이 갈래? 지금 네가 궁금해할 만한 것들도 조금은 대답해 줄 수 있을 거야.”
제법 미더운 투로 말했지만, “……그리고 물이랑 다른 추락자들도 있고.” 금세 조금쯤 우스운 사족이 덧붙는다. 게다가 표정에서는 어째 미묘하게 기대감 엇비슷한 감정이 엿보이는 것도 같다. 사실은 그동안 그는 늘 누군가에게 묻기만 하는 입장이었어서, 자신이 조금이나마 남에게 무언가를 알려줄 수 있게 되자 조금 들뜬 것이다. 그렇지만 기분에 한눈이 팔려 상황을 잊지는 않았다.
“여기 사람들은 지금은 추락자를 별로 좋아하지 않게 됐거든. 혼자 다니면 위험할 수도 있어.”
그러는 본인도 어느 모로 보아도 혼자인 주제에, 목소리 낮추고 속닥이는 말은 퍽 조심스럽다.
>>150 거 거친거면.. 어떤 느낌의 거침이죠? 일단 함 들어보고싶은데요(??) 그렇다면 끌려가기 직전에 숲 속에서 우연히 만났다.. 같은 이야기도 가능은 하겠네요! 아님 숲 속에서 만나서 티키타카 좀 하다가 같이 끌려가기. 이런. .것도?(??)
>>157 ㅋㅋㅋㅋㅋㅋ아ㅋㅋㅋ뭐야 얘< 이게 왤케 웃긴지 모르겟어요.. 아니하지만!! 그래도!!!! >조금< 슬퍼한다가 아니라 조금 >슬퍼한다< 이 쪽이 저는 좋은거랄까........ 그런.. 그런..... 제길 제 어휘력에 한계가 잇어서 머라 표현은 못 하겠는데 그런 게 있다니까요 오타쿠적으로 룽한 게,(그리고 남은 한 마리의 키모오타쿠)
>>158 약간... 제 안에서 해석하기론 애가 좀 애?늙은?이?라... (관계는없을지도모르지만) 잠도 별로 없는 편일 것 같아서.. 체질적으로 잠을 좀 덜 자도 괜찮은.. 그런 타입일걸요..(??) 태빈이야말루 잠을 좀 편하게 자야하는데.. ( ༎ຶŎ༎ຶ )
>>159 네?!?!?!?!??! 제가요?!?!?!?(진짜 난생첨들어봄...) 아이고.. 전 그냥 저 좋을대로 말하는 것 뿐인데,, 황송합니다.... <ㅇ> 부끄러워하는 아델, 이건 좀 귀하거든요 당연히 봐야한다고 제 오타쿠하트가 외치고있군요.... ^///^ ㅋㅋㅋㅋㅋㅋ공주님...... 이런 수수한애한테 공주님.. 이라고 불러주다니... 아델은 젠틀맨이군아.....
325 동료를_배신하면_살_수_있고_배신하지_않으면_무조건_죽는_상황에서_자캐는_어떤_선택을_하는가 당연히 그냥 죽슴다
원래부터 목숨이 하나가 아닌 몸이니까 목숨이 유한한 사람들보단 본인이 죽는 게 낫다고 생각하고요 만약에 다시는 되살아날 수 없는 '진짜 죽음'이 온다고 해도 그건 그것대로 좋다고 하지 않을지🙄 지금도 충분히 행복하지만 원할 때 삶을 끝낼 수 없다는 사실이 여전히 치명적으로 다가와서 말이죠.... 정말 죽을 수 있어도 나쁘지 않다고 생각해요
43 자캐의_연애_횟수 아니 일단............... 세상에 자기 말곤 아무도 없었어서................
234 자캐는_영원한_것이_있다고_믿는가 어... 영이 입장에서는 당연히 자기 자신이라는 답을 돌려줄 것 같네요 야나두 조정석 짤처럼(?)
571 자캐가_유언장을_쓴다면_어떤_내용을_담을까 ㄴ아마 유언장은 쓰지 않겠지만. 어떻게든 살아남는다 라고 생각하고있기 때문에 유서는 따로 쓰지 않겠지만 꼭 써야한다면 되게 공적인 내용들만 가득하지 않을까. 자신의 뒤를 이을 다른 이들에게 인수인계하는 느낌. 자신의 자리정도는 누구나 다 채울 수 있다고 생각해서.
600 지나가다_우산_없는_사람을_본_자캐는 ㄴ모르는 척 지나쳐갈듯...? 애가 생긴것과 다르게 성격이 차분한거지 마냥착한사람은 아니라. 어디에나 있는 소시민 정도의 도덕성만 있습니다. 던전헌터가 된 것도 자기랑 자기 사람들이 살아남기 위해서 들어간거지 전인류를 위해 이런 거창한 희생은 아니어따.
>>176 아!!!!!!!!(이마팍팍) 오너적으로는 진짜루 좋아하는 이야긴데....... 지금의 니아는 그런 걸 보면 찐텐으로 까아악...(기절한다.) < 이런 선택지밖에 안 나올 것 같아서.. 흠... 그러면 숲 속에서 만남 / 숲 속에서 만나서 같이 끌려감 / 끌려가는 중에 만남 / 도망치다가 우연히 마주쳤는데 잘못해서 끌려가게됨 이 정도 선택지가 있는데... 어떤 게 좋으실까요 ◔̯◔)?? 암거나 좋으시면 다이스 돌리려구 하는데요.,..
>>179 (왜 그렇게 바뀌는건지 이유는 모르겠으나 스파게티가되) 하지만.... 제가 느끼기엔 아델주도 못지 않게 말 예쁘게 하시는뎁쇼... ◔̯◔) ㅋㅋㅋㅋㅋㅋ아.. 큰일낫다...... 지금부터 밤을 새서 아델주가 만족하실만한 니아반응을 생각해내지않으면........( Ꙭ )
하루하루 눈물짓는 날의 연속이다. 요 며칠 이런저런 사건들이 연달아 일어났다. 길거리를 나설라 치면 잔뜩 흉흉한 시선에 날 선 기운까지 겹쳐 도통 밖을 나다닐 수도 없었다. 사람들은 여전히 여관을 찾았지만, 상냥한 인사나 넉살좋은 웃음은 더 이상 거기에 없었다. 마시와 손님 간에 갈등이 생겨 언성을 높이는 일도 잦아졌다. 마시는 별 말 없었지만 우리 때문이라는 걸 이미 알고 있었다.
폐를 끼치기 싫어서 숲으로 도망쳤다. 며칠이 지나면 잠잠해질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 들키지 않고 가만히 숨어 있는 사이에 중앙에 침입했다는 범인이 잡히게 해 달라고 기도도 했다. 그러나 애석하게도.
숲속을 빠져나와 달렸다. 열매를 따려고 은신처에서 나왔던 것을 누군가에게 들킨 모양이었다. 어디로 가는지 전부 알고 있는 것처럼 그들은 숲 어딜 가나 뒤를 쫓았다. 그리곤 같은 말을 되풀이하기만 했다. 토끼를 사냥하는 것처럼 구석으로 몰리고 있었다. 턱 끝까지 차오르는 숨을 죽이며 사람들을 피해 인적 드문 골목으로 들어가려고 했다. 그늘에 숨어서 로브를 뒤집어쓰고 있으면, 운이 좋다면 혹시나.
부딪혔다. 뒤쫓아오는 자들을 주시하느라 앞을 제대로 살피지 못 한 탓이다. ...앗, 코가 깨질만큼 단단하진 않았으나 세차게 부딪힌 반동은 제법 커서, 겨우 중심을 잡고 크게 비틀거렸다.
"죄, 죄송합니다…"
다급히 사과하는 목소리가 벌써부터 제법 위축되어 있다. 부딪힌 사람의 얼굴을 보려고 고개를 들면 로브자락에 가려졌던 시야가 밝아지고, 아, 붉은 눈. 어둠 속에서도 선연하게 빛나는 붉은 빛에 꿰뚫리기라도 한 것처럼 숨을 삼켰을 때. 알 수 없이 섬짓한 기분이 들어서 뒷걸음질을 치려다가, 철그럭거리는 쇳소리에 앞뒤로 오도가도 못 하고 잠시 주춤거렸다.
"…숨어, 숨어야 하, 하는데…"
할 수 있는 최선의 선택은 근처에 있던 쓰레기통 뒤로 몸을 구겨 숨기는 것 정도였다. 적어도 자신의 머릿속에선 그것밖에 떠오르지 않았다. 와중에 이 사람도 같은 처지에 놓인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서, 황급히 팔을 끌어 함께 숨기를 권하려고 했다. 상대가 순순히 끌려와 줄 지는 알 수 없었지만.
>>236 다행히도 이름 모를 또 다른 추락자는 순순히 이끌려 함께 숨을 수 있었다. 철그럭거리는 소리가 바로 근처까지 왔을 때엔 미약한 숨소리마저도 저들에게 들킬 것 같아 냅다 숨을 참았다. 골목까지 계속 달려 도망쳐 온 탓에 안 그래도 부족한 숨이 빠르게 바닥나도 조금만 더, 조금만 더 멀리 가면 그 때, 얼굴이 새빨개질 때까지 참은 뒤에야 푸하, 하고 숨을 내쉴 수 있었다.
가, ..간 건가? 차마 골목 밖으로 나갈 용기는 아직 들지 않아서 쓰레기통 너머로 고개만 들어 저 밖을 살피기만 했다. 이대로 아무도 나를 못 찾고.. 차라리 밤이 되면 숨어다니기 좀 더 나을 텐데. 아직도 두려움에 세차게 뛰는 심장을 진정시키며 이런저런 것들을 생각하고 있을 때,
".....네?"
납치범? 대번에 어리둥절한 얼굴로 마주 눈을 깜빡인다. 이 사람, 추락자가.. 아닌가? 아니, 하지만 그 느낌은.. 안 그래도 복잡한 머릿속에 순간 제동이 걸려서 붉은 눈동자만 잠시 멍하니 쳐다볼 뿐이다. 다음 말을 꺼내기까진 제법 시간이 걸렸다.
"....아, 그, 그.. 추, 추락자들을.. 자, 자, 잡으러 다닌다고.."
모, ...모르시나요? 얼빠진 목소리로 되묻다가 입을 닫았다. 혹시 이 사람이 추락자가.. 아니면? 뒤늦게 떠오른 생각이 뇌리를 스치자 눈빛에 희미한 경계가 깃든다.
유난히 고요했다. 저 멀리서 바스락거리는 나뭇잎 소리마저도 들릴 것 같은 밤이었다. 하필이면 잠깐만 밖에 서 있어도 금방 코며 귀가 빨갛게 얼어버릴 정도로 추웠다. 앙상해진 나무 위에서 이따금씩 커다란 부엉이가 후, 하고 음산하게 운다. 낮 햇빛에 녹아서 질척해진 눈 위로 지저분하게 찍혀 언 발자국 몇 개가 작은 오두막으로 이어지고 있었다. 시리도록 맑아서 별 총총 뜬 밤하늘 아래 서 있으면 소리가, 소리가 들린다. 오두막 안에서 흘러나오는 작은 목소리다. 아니, 목소리들이다. 평소와는 달리 언 손을 녹이기 위해 불 지핀 화로도, 약초 우린 따듯한 차나 묽은 수프도 없이 그저 냉기만 감도는 그 안에서.
"이제.. 이 방법밖에 없어. 가야 해."
작지만 다급하고, 분명한 의지 담긴 목소리가 혼잣말처럼 중얼거린다. 또 다른 사람 그림자가 말리고 있었지만, 물건을 챙기는 손길은 이제 망설임 없이 분주하기만 하다. 좁은 방 안을 걸어다니는 소리가 자꾸만 날카롭게 고요함을 깬다. 유난히 큰 소리가 나면 그들 이따금씩 오두막 밖을 살폈다. 눈에 서린 것은 선명한 두려움이다. 궁지에 몰린 동물처럼 작은 소리에도 깜짝 놀라 어깨를 떨었다.
"가지 마, 제발, 응?"
설명하면 돼, 다들 알아 줄 거야. 반쯤 울음 섞인 목소리가 속삭이듯 흐느낀다. 그러나 그것마저도 떠나는 자의 발걸음을 막기엔 역부족이다. 끼이익, 하고. 낡은 오두막 문이 무거운 소리를 내며 열렸다. 차가운 칼바람이 옷깃 사이를 헤치고 파고든다. 잘 있어. 마지막 인사는 때마침 불어온 돌풍 소리에 파묻혀 희미하게 흩어져 버렸다. 남은 기름을 긁어모아 희미하게 지핀 랜턴 불빛만이 나무 사이를 가르고.
열린 문을 닫을 생각은 미처 못 하고, 숲 안쪽 어둠으로 그것이 사라질 때까지 바라보고만 있었다.
알 수 없는 사람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읽어낼래도 쉬이 읽어낼 수 없는, 어떤 생각을 하는지 전혀 알 방도 없는. 허공을 맴도는 시선을 따라가 뭔가를 찾으려 들었다가, 그 끝에 아무것도 없음을 깨닫고 궤적을 되돌아온다. 바로 옆에 함께 웅크리고 있지만, 여전히 아무것도 알 수 없는 옆얼굴만을 뚫어져라 보고 있다가. 한참 뒤에 튀어나온 작은 소리에 어깨를 들썩 떨었다. 경계한 게 무색하게 이어진 말은 또 다시 영문 모를 것들이다.
뭐라 덧붙일 말도 쉽사리 떠오르지 않아 계속 여자를 보고 있었다. 쓰레기통과 벽 사이 틈새에 박히듯 주저앉아서. 치마를 터는 손길, 새까만 머리카락 끝과 허리춤의 칼, ....칼? 역시 위험한 사람인가 싶어 조금 더 구석으로 몸을 우겨넣으려고 했을 때,
".....히,"
악의 없이 내민 손에 잔뜩 겁 먹어선 이상한 소리가 새어나왔다. 머릿속을 가득 채우고 사라질 기미 없는 무서운 상상들 탓이다. 몸을 잔뜩 웅크렸다가, 한참 아무 기미도 없자 조심스레 고개를 들었다. 잡으라는 듯이 눈 앞에 내밀어진 손, 상대의 얼굴과 손바닥 사이를 시선이 널뛰다가 조심스럽게 내민 손을 잡았다.
"....도, 도망.... 안, 치세요? ...언니는..."
손을 잡고 일어난 뒤, 한참을 우물쭈물하다 그렇게 말했다. 계속 여기에 있다간, 돌아온 경비병들에게 그대로 잡힐 지도 모르니까.
노암은 양을 세는 꿈을 꾸었다. 양 한 마리, 양 두 마리, 일흔 마리, 일백 마리…. 어디까지 세었는지 잊어버렸을 무렵 그의 눈이 뜨였다. 그리고 몸을 관통하는 거센 바람의 힘을 느낄 수 있었다. 높은 창공의 공기는 폐가 오그라들 만큼 차가웠고 닭살이 돋을 만큼 거칠었다. 어느 복잡한 생각을 할 겨를도 없이 순식간에 땅과 가까워지고 있다는 걸 깨달은 노암은 있는 힘껏 몸을 휘저어 봤지만, 떨어지는 속도를 조금도 더디 할 수 없었다. 하얀 이불처럼 하늘과 궁창 사이 가득히 깔린 구름을 뚫자 보이는 것은 광활한 크기의 녹림과 드문드문 보이는 산, 세상을 밝히 비추는 햇빛.
“아…….”
그 경치에 노암은 아주 잠깐, 떨어지고 있다는 사실도 잊고 탄성을 뱉었다. 그러나 변하지 않는 사실 하나.
노암, 당신 지금 떨어지고 있어요…!
“아, 아아아아아! 사람 살려요―!”
노암의 몸이 처음 닿은 곳은 다행히도 높게 자란 백향목의 잎 무성한 가지였다. 첫 가지에서 튕겨 나간 사람은 떨어지며 다른 가지에 긁히고, 부딪히며 계속 떨어진다. 이를 열댓 번 반복했을까. 노암은 드디어 풀이 무성한 땅에 철퍼덕 내리꽂혔다. 그는 쓰러져 버린 채 정신없이 뛰는 가슴을 움켜쥐고 숨을 가쁘게 내쉬었다. 나무가 충격을 받아주었기에 망정이지, 그저 땅에 부딪혔으면 매에 간 콩처럼 몸이 쪼개졌을 텐데. 노암은 이제야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나 아직도 살아있구나. 살아있는 거구나.
그러나 잠시 후 노암은 닭똥 같은 눈물을 뚝뚝 흘려냈다. 주인의 집이 송두리째 불타고 아무것도 해볼 겨를도 없이 언덕으로 도망쳤건만, 남은 이들도, 나를 죽이려 했던 우헬 족속도, 벗들도 모두 어디론가 사라졌다. 어쩌면 내가 그들을 놓치고 이탈했을지도 모르는 일이지. 내가 그만 풀뿌리에 걸려 넘어져서, 내가 남은 이들을 놓쳐 버린 거야. 노암은 그리 생각하면서도 누가 들을까 두려웠는지 숨을 죽이며 흐느꼈다.
몇 분의 시간이 지난 후 노암은 마음을 추스르고 일어났다. 주위를 둘러보니 보이는 건 빼곡하게 솟아오른 수많은 나무와 풀들이었다. 위에서 보았을 땐 큰 뭉텅이처럼 보였는데, 인제 보니 그 나무 한 그루 한 그루가 숲을 구성하는 큰 기둥이다. 향긋하고 개운한 숲에서 나오는 향기가 노암의 정신을 한결 더 환기했다. 노암은 두 손으로 차가워진 볼을 짝 두들겼다.
“이대로 있어봤자 아무것도 해결되지 않을 거야…. 주인님…, 주인님을 찾아야 해.”
다른 모두도. 더 이상 주저앉을 시간은 없다고 생각한 노암은 정보를 얻으려 도시로 향하고자 마음을 먹었다. 어느 길이든 따라가면 사람 거할 곳이 나오겠지. 그 길 또한 사람이 만든 것이니. 한데 왠지 등 뒤가 허전했다. 매고 있던 가죽가방이 사라지고 만 것이다.
“…내 가죽가방!”
그 안에 내가 쓸 물건 모두가 들어있을 텐데! 노암은 나무 주위를 샅샅이 돌아보았으나 허리띠에 매어 둔 나침반 외엔 찾지 못했다. 혹시나 해 맨 처음 떨어진 나무 쪽으로 고개를 돌리니 아니나 다를까. 나무 꼭대기에 대롱대롱 걸려 있는 저것이 자기 가방이다. 노암은 사뿐사뿐 가방이 있는 나무 쪽으로 걸었다.
그런데 노암의 발목을 무언가가 갑작스레 묶어 챘다. 그는 헉 소릴 내지도 못한 채 순식간에 옴짝달싹 못 하도록 제압당했다. 이후로 들리는 서늘한 목소리.
“너, 먹어도 돼-?”
이젠 붉은색 사람(저걸 사람이라 해야 할까? 하기야 사람처럼 보이긴 하다 마는) 이 자기를 잡아먹겠단다. 말투도, 행동거지도 사람과 비슷하긴 한데 무언가 어눌하고 싸늘하다. 마치 사람이란 것을 따라 하는 것처럼 보인다. 잡힌 발목에서 느껴지는 감촉은 틀림없는 식물의 느낌이다. 노암은 저것에서 강한 두려움을 느꼈다. 사람 하나를 손쉽게 싸맬 수 있는 악력을 가진 존재가 한입에 삼키지 못할 이유도 없었기 때문이다. 노암의 등줄기에선 소름이 오소소, 식은땀이 송골송골 맺힌다. 노암은 어찌할 바를 모르고 머릿속에서 가장 처음 떠오르는 말 한마디를 저 존재에게 던졌다.
situplay>1597049117>847 하마터면 회귀자는 당신에게 있어 상식이 통하지 않는 괴이로 판단될 뻔했지만, 가까스로 괴이에서는 벗어나게 되었다. 물론 회귀자 본인이 그 사실을 알 리는 없었다. 그저 당신이 놀란 게 왜지? 하고 생각했을 뿐이라는 거다. 다행이라면 다행이었다.
어찌되었건, 당신이 이런저런 생각을 하는 동안 회귀자도 많은 생각을 정리했다. 감히 말하건대, 저만큼 많이 추락한 자도 찾아보기 힘들 거다. 그런 자신이 당신 같은 추락자를 만난 건 또 처음이었다. 그러니까, 보통은 수인의 모습을 하거나, 동물의 모습을 하더라도 역관절의, 보통은 퍼리라고 불리는 모습들이었으니.
추락자의 형태가 자유롭고 다양하다는 건 알고 있었지만, 이쯤 되면 자신도 어디에 가서 나는 이만큼 압니다, 하고 말하는 것도 불가한 게 아닌지······.
“아, 예. 원한다면 직접 확인도 가능합니다. 하지만 적어도 이곳은 우리가 아는 만큼이 전부라고 할 수 있겠네요. 그게 굳이 따지면 물리적인 한도에 가깝지 않나 싶습니다만.”
당신의 질문에 헛생각을 하던 회귀자는 정신을 차리고 차분하게 답변했다. 당신이 말하는 두 조건(?) 중 가장 가까운 것을 이야기하면서, 떠오른 게 있다는 듯 덧붙인다.
청년이 제 뺨에 붙은 비늘을 긁적였다. 낯선 상대의 제안에 조금이라도 고민하는 투를 내는 것이다. 그래봤자 대답은 정해져 있었지만─
"─추락자?"
생전 처음 듣는 단어에 청년은 고개를 기울였다. 추락자, 추락자라─ "추락자라고 하는구나." 그가 두어 마디 덧붙였다. 어떤 연유에서 그렇게 부르는지 알 것 같았다. 말 그대로 떨어진 사람. 상대의 발언으로 미루어보건대 추락자는 여럿 있는 듯했다. 숲에서 만난 남자와 눈 앞의 인간 외에도. 그리고 그의 부연 설명이 이어졌다. 추락자들은 토착 원주민들에게 환영받지 못하고 있다고. 어느 곳이나 외부인을 배척하는 건 매한가지인 것 같았다. 사실 주민들의 행동은 현재로썬 지극히 극단적이었지만─ 방금 마악 추락한 청년에겐 어디에나 흔히 있는 반목처럼 들렸을 뿐이다.
"응, 같이 갈게."
청년은 고개를 끄덕였다. 이런 불청객도 맘 편히 머무를 곳이 있다면 가지 않을 이유가 없었다. 그리고 물도 있댔고─
나쁜 사람이 아니란 말에 무어라 반발하려고 했다가 말문이 턱 막혔다. 기억을 되짚어 보면 그들이 직접적으로 해를 끼친 적은 또 없는 것 같아서. 하지만 나쁜 사람들이 아니라면.. 왜 아무 일도 하지 않은 우리를 잡아가려고 해? 생각할수록 혼란스러움만 배로 늘어서 우물쭈물, 결국엔 작게 꿍얼거리는 소리만 입 밖으로 뱉는 게 전부였고.
"....네, 네?"
등골에 오소소 소름이 돋았다. 주변에, 까, 깔려.. 있다구요? 뭐가요? 미처 되물을 시간도 없이 쇠 찰그락거리는 소리에 진동하는 골목 공기. 도망갈 곳을 찾아 급히 시선을 돌리지만 이제.. 어디에도 도망칠 수 있는 곳은 없다. 포위당하는 와중에도 가까워지는 게 싫어서 이리저리 뒷걸음질을 쳐 보기만 할 뿐.
..우리의 주군이 그대들을 만나길 바랍니다.
또 같은 말을 반복하며 다가오는 모습이 제법 소름끼쳐서, 겁에 질린 비명이 새나왔다. 다행히 당장 공격할 것처럼 위협적인 분위기는 아니었으나, 무거운 공기에 꽉 짓눌려서 숨 쉬는 게 조금 답답해진 것 같기도 하다. 주위를 감싼 경비병 무리에게 이끌려 골목 밖으로 밀려나왔다. 거리를 지나다니던 인파의 시선이 쏠렸다. ...곱지 않다. 물론.
"어, 어, 어쩌죠..."
이, 이대로 도착하면 모, 모, 목이라도 잘리는 거, 아아아닌지, 경비병들이 아직 그 무엇도 알려 주지 않았는데 벌써 울상이 되어서 걱정 투성이다.
그는 여전히 피가 멎지 않는 뺨을 빤히 바라보았다. 긁힌 상처 정도는 내버려두거나 연고를 바르면 자연히 나아지는 것이 당연하지만, 안타깝게도 그에겐 그런 최저선의 상식마저도 존재하지 않았다. 그의 관점에서는 상처란 반드시 그 위를 덮거나 막는 등 어떤 식으로든 ‘처치’해야 하는 문제였던 것이다. 그나마 타인과 자신이 같지 않다는 것만은 인지하고 있어 다행이었다. 눈 가늘어지며 고개가 기운다. 고민하느라 작게 앓는 듯한 소리를 내던 그가 결국 물었다.
“사람들은 보통… 어느 정도로 다쳐야 위험해?”
이제 와 묻기엔 다소 늦은 감도 있지만─ 지금껏 비슷한 문제가 없지도 않았고, 이 세계의 바뀌어가는 분위기를 고려하면 알아 두어야 좋을 듯하니 말이다. 그리고는 자신의 부상을 묻자 “나도 괜찮아.”라는 짧은 말로 답을 마쳤다. 상처가 전혀 없는 것은 아니지만 크게 다쳤다고 할 만한 부상은 아니다.
문답이 돌아간 직후의 짧은 정적 사이, 불어오는 바람에 잠시 시선이 저편의 경치에 머물렀다. 어느샌가 풍경이 바뀌어 있었다. 그러고 보면 기온도 조금 달라진 것 같고, 꽤나 멀리까지 오게 되었다. 먼발치를 구경하는 동안 번쩍 뜨인 눈과 함께 인기척도 조금 가까워진다. 그는 고개를 끄덕이며 곧장 답했다.
“응. 도와준 사람도 있거든.”
그리 말하는 표정에서 뿌듯한 기색 훤히 엿보인다. 그러다 이어지는 말에 이번에는 고개를 저으며 말하는데.
>>298 아닌 것 같다고 하시면 좀 다행이지만.. 목감기가 씨게 오셨나,,,( ༎ຶŎ༎ຶ ) 여름감기가 더 독하다는디ㅠ 병원은 가 보셨나요 ᵕ_ᵕ̥̥) 이비인후과 꼭 가보셔야대요 저 아는 지인 중에서도 목감기처럼 목 아파서 약먹고 다 했는데두 안 나아서,, 병원갔더니 성대결절입니다. < 이런 결과를 받은 적두 있어가지구,,,
>>314 아니!!!!!!! 누가 수박주스를 저녁으로 먹어!!!! 열심히 일하고 돌아왔는데 더 맛있는 거 먹어야죠~~~!!! 휴,, 안되겟다,,,, 특단의 조치입니다... 제대로 된 저녁을 드시고 오시지 않을 시 일상은 저 멀리 날려보내는걸로 하겟어요,,,,(아델주 : 에반데요)
>>315 귀엽고.. 예쁜. 아.. 가씨? 저 말고도 라크주의 회사를 노린 누군가가 있었던 모양이죠...? ◔̯◔) 퇴근까지.. 얼마나 남으셧는지,,ㅠ
미미한 기대 어린 투로 지켜보고 있자니 곧 답이 돌아왔다. 승낙 받았다! 대답을 들은 그는 망설임 없이 몸을 돌렸다. 주위에 적대적인 사람이 있는지 확인하는 것까지 잊지 않았다. 이만하면─ 특별히 눈에 띄는 인기척은 없어 보이니 괜찮겠지. 간단한 준비까지 마쳤는지 생긋 웃는 낯이 상대를 돌아보았다.
“그럼 가자. 바로 여관에 갈 건데, 거기 말고 가고 싶은 데가 있다면 말해줘.”
달리 멈춰설 만한 일이 없었다면, 그렇게 곧장 나아갔을 테다. 그러고 보면 남는 방이 있으려나. 이 사람이 새로 추락했으니 아마 다른 추락자도 더 있을 것 같은데. 여관은 작지 않지만 사람들은 으레 일정한 거처를 필요로 하기 마련이니 인원이 더 몰릴 가능성도 염두에 두어야 한다. ……거기에까지 생각이 닿자, 문득 의문 하나가 머리를 스쳤다. 그는 수면도, 먹을 음식도, 머물 자리마저도 필요치 않은 인물이었다. 그런데 왜 선뜻 여관에 머물기로 한 걸까. 방문은 할 수 있을지언정 필요 없는 자원을 얻어낼 이유까지는 없었을 텐데. 나는 어떻게 여관에 오게 됐더라? 이쯤에서야 분명히 깨닫게 되었다. 자신이 잊은 무언가가 여관에 오기까지의 과정과 연관이 있으리라고. ……그러나 머리를 휘젓는다. 생각은 일단 미루어두기로 했다. 무언갈 되짚을 여유 정도야 나중에 얼마든지 있으니까. 당장은 막 낯선 곳에 떨어진 추락자의 안내가 더 중했다.
점심 시간을 지나고서부터 가게 뒷마당이 한창 소란스럽다. 낡은 싸리비가 마당 구석구석을 바지런히 쏘다니느라 바쁘다. 비 끝에서 흙먼지가 일어도 아랑곳 않고 나뭇잎이며 가지 따위를 한참 쓸어내다가 우뚝, 어느 순간 멎는다. 제 몸만한 비를 땅에 세워 놓고 그 위를 누르듯이 가볍게 턱을 괸다.
최근에, 여관에 제법 사람이 늘었지⋯
말 그대로. 포르시티아엔 최근 객식구들이 많이 늘었다. 최근 일손이 많이 늘어서 덜 힘들어졌다며 웃던 마시의 얼굴이 머릿속을 뭉게뭉게 떠다녔다. 하지만 마시 괘, 괜찮은 걸까, 사실은 힘든데 내가 슬퍼할까 봐 말 안하는 건 아닐까? 어쩌면 내가 처음에, 괜한 짓을 한 걸지도 몰라⋯ 기분 좋게 웃는 마시의 얼굴과는 별개로 걱정스런 생각들이 스멀스멀 머릿속 바닥을 덮고.
무엇보다도 걱정되는 건 최근 사람들의 시선이.. 조금 이상하다는 것. 앞에서 대놓고 드러내지는 않지만, 뭔가 아니꼽게 바라보는 것 같은 그 눈들이. 시장 가는 길에 마주쳤던 시선이 괜히 떠올라서 몸을 오소소 떨었다. 이대로 포르시티아에 남아 있어도 괜찮은 걸까? 어쩌면 다른 도시로 떠나는 게 마시에게는 더 도움이 되는 길이 아닐까? 이런저런 생각에 빠진 채 상자더미 하나에 대충 싸리비를 기대놓은 채 걸터앉았다.
때마침 마당에 내린 참새 몇 마리가 콩콩콩, 주변으로 뛰어온다. 어, 어떻게 생각해? 이, 이, 이대로.. 있어도 되는, 걸까? 그러나 말을 걸어 보아도 제 맘을 아는지, 모르는지, 그들은 고개만 갸웃거리며 이따금씩 땅을 쪼아 댈 뿐이고. 주머니를 뒤져 볶은 씨앗같은 걸 조금 뿌려주곤 하아, 크게 한숨을 푹 쉬었다.
내장, 동맥, 목, 머리……. 말하는 부위마다 다치고 상했던 기억이 새록새록 떠오른다. 제법 상세한 설명을 듣고 난 다음 느낀 감상은 단순했다.
사람은 정말 연약하구나…….
이제 와서 느끼기엔 참 새삼스럽고도 당연한 깨달음이었다.
”조금은. 어느 정도가 괜찮고 어느 정도가 위험한 건지 나는 잘 모르겠거든.”
그의 입장에서는 뺨을 베이는 것이나 심장을 찔리는 것이나, 상처의 면적이 크지 않으니 유의미한 차이를 느끼지 못하기 때문이다. 그러고도 의문이 모두 풀리지는 않았던 모양이다. 턱을 짚으면서 열심히 골몰하던 그가 이어 질문했다.
“입에서 피를 많이 뱉는 것도 보통 괜찮은 거야? 하루만에 괜찮아지긴 했는데.”
그렇다면 아델라이데는 평균인가, 평균이 아닌가……. 마을 사람들은 대체로 아델라이데만큼 빠르지 않았으니 특별한 축에 들지도 모르겠다. 상념은 그쯤에서 잠시 멈추었다. 그는 짧게 대답하고는 얌전히 몸을 돌려 앉았다. 손 안에 감겨드는 머리칼은 부드럽고 또 가장 ‘이상적’인 형태에 머물러 있었을 테다. 치렁치렁한 장발을 마구잡이로 두었음에도 엉키는 구석 하나 없이.
청년이 상대의 뒤를 잠자코 따르다가─ 입을 열었다. 그의 최대 관심사는 역시 그것이었다. 몸을 담글 만한 해수, 소금기 섞인 해풍─ 도시 바깥에 숲이 있었으니 바다도 당연히 있을 게다. 그래야만 한다─ 청년은 제 머리카락을 매만졌다. 퍼석퍼석하며 건조한─ 한편 상대는 무언가 고뇌하는 듯했고.
"으음─ 그 여관엔 추락자들이 얼마나 있어?"
그의 뒤꽁무니를 바쁘게 쫓아가며 청년은 질문했다. 집단의 규모가 얼마쯤 될지 파악하는 것이지만─ 기실 호기심이 드는 탓도 있었다. 각자 다른 세계에서 떨어진 추락자들. 그들이 과연 어떤 존재일지─
“어, 어라? 입에서 피를? 보통 그런 건 장기에 문제가 있는 걸 텐데. 건강한 건 아닐 거야, 아마도.”
순식간에 미하엘은 원치 않게 아델라이데를 건강하지 않은 사람으로 만들었다. 물론 정말로 건강하지 않은 걸 수도 있지만, 일단 적어도 네가 한 말을 생각해 보면 그 ‘입에서 피를 많이 뱉는 사람’은 건강하다고 볼 수 없었다. 하루만에 괜찮아졌다고 한들, 언제 또 나빠질지 알 수 없고 말이다.
“누군지는 모르겠지만, 큰 병이 있는 걸 수도 있으니까 몸 조심 잘 하라고 전해 줘.”
낯선 세계에 추락해서 몸이든 어디든 아프면 서럽잖아. 그런 말과 함께 미하엘은 네 머리카락을 꼬물꼬물 매만지기 시작했다. 처음에야 양갈래로 땋아주네 어쩌네 했지만, 가지고 있는 머리끈이 하나 밖에 되지 않아 미하엘이 선택한 것은 땋는 거였다.
“머릿결 되게 좋다. 손님, 어떤 린스를 사용하시나요?”
미하엘은 키득키득 웃고는 장난치듯 말하며 네 머리카락을 굵게 땋기 시작했다. 이런 머리는 얇은 땋기도 어울리지만, 굵은 것도 제법 잘 어울릴 테니까.
역시 그런가. 인체에 무지한 그가 보기에도 심각해 보였는데, 다른 사람의 기준에서도 많이 아픈 게 맞았던 모양이다.
“다음에 볼 때는 괜찮은지 한 번 더 물어 볼게.”
사람과의 교류가 처음인 것이나 마찬가지인 그는 아직 거짓을 모르고, 그런 만큼 누군가의 말에 의도치 않은 오류가 섞여들 수도 있다는 사실도 미처 몰랐다. 정작 피를 토했던 당사자는 괜찮다 하는데 다른 이는 아닐 수도 있다 하면 누구의 말이 맞는 걸까? 의견이 서로 상충되는 경우엔 어느 쪽의 말을 우선해야 할지 모르겠다. 인생 최대의 난제를 고민하느라 정신이 팔린 사이, 문득 들린 말에 그가 휙 고개를 돌렸다. “누구냐면, 아델라이데…… 아.” 한창 손질을 받던 중이었으니 매만지던 머리카락이 쭉 잡아당겨지는 것은 당연지사다. 머리가 당긴들 아프지는 않지만 조금 미안해지기는 했다.
“으음…… 조심할게. ……그 사람도 너를 아는 것 같던데, 만나 봤어?”
그가 다시금 고개를 돌려 앞을 보았다. 늘어진 머리카락이 뒤로 느슨히 당겨지고 꼬여 가는 감각이 제법 신기했다. 미하엘이 머리를 만지고 있다는 사실을 잠시 깜빡했을 뿐이지, 그는 가만히 시간을 보내는 일에는 익숙했다. 그 뒤로는 별달리 움직이는 기색 없이 잘 있었을 테다.
그는 다른 이의 생각을 읽지 못했지만, 당신의 짐작은 몹시 타당했다. 생명이 돌아갈 근원조차 부재한 그의 세계엔 죽지 못한 존재만이 홀로 남았을 뿐이므로. 사실 바다가 무엇인지 알았더라도 그는 질문에 답해주지 못했을 테다. 기껏 숲과 그 너머를 보기 위해 나갔던 날에는 목이 잘리고 응급 환자를 실어나르느라 바빴던 통에. 그 뒤로도 미적거리다 보니 아직도 바깥을 탐색하지는 못한 상황이었다.
도움이 되었다는 말에 그는 무척 기쁘게 웃었다. 남을 돕는 일은 꽤 즐거운 거구나. 내딛는 발걸음 끝도 조금은 가벼워진다. 말 사이의 정적 동안 생각했다. 더 궁금한 건 없을까. 그도 상대에게 궁금한 것이 있었던 만큼, 넌지시 고개 기울이며 이번에는 그가 물었다.
“너는 이름이 뭐야?"
이어서는 언제나의 소갯말이 덧붙는다.
"내 이름은 □̵͕̻͕̲̗̋̈̑̑͊̄̂͢͢͞이라고 해.”
하나이나 하나가 아닌 말, 온 세계의 광대한 관념들을 마구잡이로 그러모으고 구순으로써 끌어내려 내뱉는다. 당신이 생각하는 영원의 이름은 과연 무엇일까.
상대가 이름을 물었고─ 그가 제 이름을 입 밖으로 내놓았다. 그 순간 청년은 괴이한 감각을 느끼었다. 단어로 표현할 수 있는 한계를 넘어선 무언가─ 개념 그 자체─ 아마 평범한 생명체였다면 스스로의 귀를 의심했을지도 모르는 일이었다. 그럼에도 청년은 태평한 반응 보였다. 추락자라는 특수성을 입은 덕인가─
"─그렇구나."
그리고 그의 말뜻에서─ 청년은 바다를 떠올렸다. 바다란 태곳적부터 존재해왔으며 절대 마르지 않고 순환하는 것이었으니. 영원을 간직한 바다와 영원을 뜻하는 이름. 하여간에 그에게 상대의 말은 어떻게 받아들여졌나면─ 영원과 영겁을 가리키는 지극히 평범한 단어였다.
"─아이온이라고 부르면 되는 거야?"
허락 구하듯 물어보고 나니─ 앞서 그가 물었던 것이 떠올랐다. 이름이 무엇이냐고. 청년이 제 턱을 매만지었다. 솔직히 말하자면─ 청년은 스스로를 칭할 이름 따위 생각해두지 않았었다. 옛 이름은 잊어버린 지 오래였고─ 그를 대체할 이름도 따로 짓지 않았던 터라. 그의 방랑길에 인간은 없었고 오직 바다와 야수 뿐이었으니─
"나는─ 레비아탄이야."
대신 그는 흐릿한 기억 속에 남아있던 이름을 꺼내었다. 또한 이는 잊을래야 절대 잊을 수 없는 이름이었으니─ 오랜 추억이 떠올랐기에 청년─레비아탄은 무심코 미소지었다.
따라가자, 한 치의 두려움도 망설임도 느껴지지 않는 한 마디에 도리어 기묘하게도 마음이 편해진다. 금방 흘러내릴 것처럼 그렁그렁했던 눈물도 맺히는 데에 그쳤지만, 찡한 감각만은 코 끝에 길게 남았다. 불규칙하게 코를 훌쩍거리며 ..으응, 앓는 소리같이 대답하곤 주춤주춤 여자의 손을 맞잡는다. 그래도 혼자가 아니라는 사실에서 오는 안도감, 알 수 없는 믿음직함, 그런 것들로 가득 찬 마음이.
중앙까지 이동하는 행렬의 속도는 그리 빠르지만은 않았다. 오히려 느리다고 할 수 있을 정도였다. 따라가겠다고는 했지만 남은 미련이 발목에 달라붙어 발을 질질 끌며 느리게 걸었다. 누구 하나 빨리빨리 움직이라며 재촉하지 않는 것이 다행이라면 다행이었다. 죄인처럼 푹 숙였던 고개를 들어서 주변을 둘러본다. 아, 저 골목만 돌면.. 포르시티아인데. 또 덜컥 걱정이 맘에 들어앉았다. 다른 분들은 어떻게 되었는지, 마시는 잘 있는지, 혹시나 다치진 않았는지. ...골목이 보이지 않게 된 후로도 한참 그 쪽을 바라보다가 마지못해 고개를 돌린다. 여전히 맞잡은 손에 머물던 시선이 팔을 타고 올라가 얼굴에 멈췄다.
그러고 보니, 이름조차 모른다. 애초에 추락자가 맞는지도 확실하지 않다.
"...떠, 떨어진 사람.. 인 거죠, 언니도..?"
우물쭈물하다가 조심스레 묻는다. 제 딴엔 용기를 냈다곤 하지만... 남이 보기엔 여전히 풀 죽은 얼굴일지도.
아이온이라 부르기로 한 걸까. 이 또한 마음에 드는 울림이다. 고개를 끄덕이며 선뜻 긍정한 그가, 순전한 궁금증을 담아 되물었다.
“레비아탄은 무슨 뜻이야?”
처음 이름을 지을 때까지만 해도 몰랐던 것인데, 사람들은 대체로 이름에 제각각의 의미를 담는 모양이었으니. 지금껏 만났던 추락자들도 모두 그랬고 말이다. 통성명을 마치고는 다시금 앞을 보며 나아간다. 가야 할 길은 아직 길게 남아 있었다. 특별히 더 묻지도 않았건만 홀로 재갈이는 이야기도 그만큼 계속되었다.
”여기는─ 처음에는 이렇지 않았어. 내가 여기 온 지는 몇 주 정도 됐는데, 그때는 추락자에게도 다들 친절했거든. 분위기가 변한 건 최근 일이야.”
즐거운 담소라도 나누듯한 투였지만, 그 말에 담긴 의미마저도 시시껄렁하지는 못했다. 중간중간 설명이 필요한 부분에서도 별다른 부연 없이 넘어가는 것을 보면, 이 화자는 그리 말솜씨가 좋지 않은 듯도 했다. 그사이 덧붙일 말을 고민하던 그가 무엇을 깨달았는지 “아.” 하고 탄사를 내뱉었다.
레비아탄이 고개 갸웃이며 되물었다. 생명체의 이름엔 으레 내포된 뜻이 있기 마련이지만─ 유감스럽게도 레비아탄은 제게 붙여진 이름의 뜻을 몰랐다. 어쩌면 알고 있었으나 잊어버렸을 수도 있고─
"─모르겠어."
그는 고개를 설레설레 저었다. 이름의 뜻이란 게 중요한 건가─ 나름대로 고민하던 레비아탄은 마저 걸음을 옮기었다. 상대─그가 아이온이라 부르기로 한 자는 말 붙이지도 않았는데 이것저것 재잘대었다. 그의 말대로라면 이곳은 몹시 이상한 곳이었다. 처음엔 친절하게 대해주었으면서도 지금은 배척한다니─ 모종의 사건이라도 있었던지. 아무튼 그 계기가 되었을 일이 있었을 것이다─ 상대의 설명이 부족하다 느껴질 부분에서도 레비아탄은 아무런 질문 않았다. 자기만의 생각에 빠져있었기 때문이다.
"조심할게─ 알려줘서 고마워."
운 나쁘면 칼에 찔릴지도 모른다는─ 제법 살벌한 말에도 그는 그저 웃으며 고개를 끄덕이었다. 그런 일이 정말 생긴다면야 별 수 없을 테니까─
>>498 다윈 그리즐리라는 거 너무.......... 귀여운 거 아니냐고여,,,, 곰은 사람을 찢고 다윈도 사람 정도는 찢을 수 있을 것 같은데 왠지 먹짱이라서 곰일 것 같다는 생각이(?) 미하엘도 퓨마인 거 어울리고 말이죠! 고양이는 고양이인데 뭔가... 느른한 맹수 같은 느낌이 있달까
음~~ 영이는 역시 개 아닐까요? 사람을 이만큼 좋아하다 보니까 개 말고는 다른 선택지는 고려할 수가 없네요🤔🤔 견종은 비주얼만 따졌을 때는 회색 Silken Windhound 정도?
모하임다~~ 다시 안녕하세요~ 미션이 연장됐네요!! 쓰고는 있었는데 손이 느려서 시간 초과 될까봐 살짝 불안했거든요🙄 답레는 미션부터 쓴 다음에 이어 오도록 하겠슴다...
윈터는 손에 든 나뭇가지를 흔들어 보이며 볼멘 소릴 투덜거렸다. 당장 씻을 곳이 없는데 손을 더럽히긴 싫어서 잘 파지지도 않는 축축한 흙바닥을 나뭇가지로 끼적거리고만 있었다. 야전삽이라도 한 자루 있었으면 두 명이 누울 자리쯤 파내는 거 일도 아닌데 조막만한 나뭇가지를 들고 흙장난이나 하고 있자니 저희 신세가 몹시 처량해 자괴감이 밀려왔다.
"너, 자꾸 그런 말 할래? 내가 분명히 말했잖아. 나는 너랑 결혼 안 할 거라니까? 그렇게 입발린 소리 해도 너 안 좋아할 거라고."
그녀가 고개를 홱 돌리며 새된 목소리로 쏘아대고 나서는 얄궂게 한마디 덧붙이는 순간이었다.
"실컷 파 놓고서 뭘 더 넓게 못 만들어. 너, 무슨 생각 하는지 다 안다고. 이 파렴치... ... 숙여!"
그녀는 저희를 곧장 노리고 날아오는 화살에 반사적으로 엘프를 끌어안으며 여태 파내고 있던 구덩이로 몸을 던졌다. 구덩이 밖으로 고개만 빠끔 내밀어 화살이 날아온 곳을 바라보면, 지금까지 보았던 관문 위병이나 도시의 치안대와는 격이 다른 기사 무리가 천천히, 멈춤 없이 뚜벅뚜벅 다가오고 있다.
경비대원들은 하나같이 발을 맞춰 걷는다 그 안의 둘은 마치 이송이라도 되는 듯한 모습으로 천천히- 이동한다
「봄 개구리는 발에 밟혀 죽고 여름 개구리는 뱀에 물려 죽고 가을 개구리는―」
지리멸렬한 노랫말을 읊으며 걷는 여자의 발걸음은 동네 마실이라도 나온 것처럼 가볍기 그지없다 노래 속의 개구리처럼, 이 앞에는 어떤 식의 처형이 일어나게 될지 확신하지 못하지만 설령 그렇다고 해도 여자는 신경쓰지 않는 것 같았다
"응?"
곁에서 들려오는 말에 도륵 눈동자를 굴린다 깊고, 붉고, 파문치는 눈동자 그 시야에 여전히 울상을 짓고있는 소녀가 들어온다
떨어진 사람 그러고보면 '추락자'라고 했었을까 여자의 머릿속에서는 이미 검뿌연 안개가 되어서 흩어지고 있는 일이었다 ...그렇지만 밥을 사준 사람만큼은 기억하는 여자이기에 샌드키가 커다란 남자가 해준 말을 떠올린다 그리고 그것을 촉매로, 자신이 결국 무엇인지도 떠올려낸다
"응. 맞아."
그러고보면 맞잡은 손으로, 기묘한 감각이 타고 오는 것을 느낀다 전에 없던 감각 기시감? 위화감? 아니다 말하자면 유대감같은 것과 가깝다 그것이 어떤 말이 없어도, 이 여자아이도 '추락'을 겪었구나- 하는 것을 여자로 하여금 본능적으로 느끼게 하고 있었다
그렇지만 이 희미한 떨림 그것은 다른 것이었다
"내가 무서워-?"
고개를 주욱 기울이며 물었다 그렇지 않으면, 이렇게 떨 이유같은거 있으려나 그렇게 생각한 까닭에
주변을 둘러보니, 이미 많은 추락자들이 이곳에 도착해 있었다. 낯익은 얼굴도 모르는 얼굴도 있었다. 역시나 다들 끌려온 거구나. 소녀는 초조한 낯으로 경비대원들의 눈치를 살폈다. 그리고 돌연 요란한 소리가 울렸다. 쇠붙이 부딪히는 소리에 소녀는 "흐익!" 깜짝 놀라 탄성을 내뱉었다. 누군가에게 예를 표하는 걸까? 하지만 여기엔 주군이나 여왕으로 보이는 자라곤 없었다.
수많은 일이 있었지만 결국 나는 윈터와 함께 중앙으로 올 수 있었다. 그곳에는 먼저 도착한 자들도 그리고 우리보다 나중에 오는 자들도 있었는데 ... 일부는 얼굴을 알고 있었지만 일부는 모르는 얼굴들이었다. 내가 아는 것보다 더 많은 사람들이 '추락'했다는 사실이 오히려 오싹했다. 만약 각기 다른 세계에서 왔다면 지금 여기 있는 사람들만큼의 세계가 있다는 것인데 모두의 목적지가 여기였다는 것은 누군가의 인위적인 조작이 없다면 거의 불가능한 일이 아닌가. 나는 천문학적인 확률이라는 것이 그렇게 쉽게 볼 수 있는 것이 아니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 여왕. "
왕의 칭호를 쓰는 것치고는 다스리는 영토의 크기가 그렇게 크진 않아보인다. 이 정도면 공작령 수준이라고 보이는데 그렇다면 공왕 정도가 적당하지 않을런지? 허나 이곳은 어쨌든 이들의 영역. 심기를 거스르는 반응을 하는 것은 좋아보이지 않는다. 그리고 우리는 어떻게 보면 포로나 다름 없는 신세.
" 우리도 예를 갖추는게 좋아보이네요. "
한때 제국의 시민이었던 나는 어쨌든 예를 갖추는 법은 알고 있었다. 우리에겐 황제가 있었고 나는 직접 알현한 적도 있었으니까. 물론 누군가에게 예법을 보인지는 엄청 오래된 일이지만 나는 잊어버리는 일이 없으니 아주 생생하게 기억하고 있었다. 왼손을 등 뒤에 지고 오른 손을 가슴 앞에 댄채 고개를 깊숙히 숙인다. 이것이 엘프의 예법.
" 여왕 폐하를 뵙습니다. "
기사단급의 무장을 지닌 인원들이 이렇게 모여있는 곳에서는 누구도 분탕을 치고 싶은 생각은 없어보일테니 ... 먼저 나 자신을 낮추는 것이다.
처참하게 패배했다니, 나레이션 양반. 이거 너무한 거 아니오? 그러나 처참하게 진 건 명백한 사실이었기에 무어라 변명할 수 없었다.
주위를 둘러보니 자신과 같은 처지의 추락자들이 있었다. 만난 적도 있는 얼굴, 못 보던 얼굴 등... 이거야 원. 그러고보니, 주군이 기다린다 해놓고 나타나지를 않는군. 그렇게 생각하던 것도 잠시, 경비대원들이 요란한 소리를 내며 자세를 잡는 것에 드디어 여왕, 혹은 주군이 나타났음을 짐작했다.
...인데, 여전히 왕좌는 텅 비어있었다. 메구무는 황당한 얼굴로 아이리에게 말을 걸었다.
각양각색의 행색을 한 여러 사람들이 그곳에 있었다. 익숙한 얼굴 몇과 만나 보지 못한 낯선 면면 여럿이 무엇을 해야 하는지도 모르는 채 엉성하게 뒤섞인 모습이, 화려하고도 적막한 이 공간과는 어울리지 않는 듯했다. 추락자들은 여기에 있는 사람들이 전부일까? 만나길 원한다는 ‘주군’은 어디에도 보이지 않고 어수선한 침묵만 계속되었다. 그러나 그가 한 마디 꺼낸 순간, 쇠 부딪치는 소리들이 공간을 가득 울린다. 일제히 자세를 갖추며 정지한 경비병들.
그 모습 보았음에도 그는 여전히 영문을 모를 표정만 짓고 있을 뿐이었다. 가장 기본적인 예법에마저 무지한 그가 이 행동의 의미를 이해할 리는 만무했다.
음, 저런 자세를 취해야 나와 준다는 뜻인가?
나름대로의 추론이 완전히 틀려먹지는 않을 듯해 다행이다. 그는 대충 풀어져 있던 자세를 굳히고 경비병들을 따라 바르게 서 보았다.
알레프의 외침은 당당했지만 겁이 있었습니다. 니아 또한 겁을 먹은 눈치지요. 후지마 메구무가 여왕이 없음을 지적하지만, 자세를 잡은 경비대 모두는 세 사람에게 어떠한 해를 끼치고자 할 생각은 없어 보입니다. 그저 가만히 자세를
잡고
있을 뿐이죠.
★조건 충족.
https://youtu.be/NOvVErDogfU?si=gwxZUflBfvEv1cLr
상황이 변한 건 그때였습니다.
라클레시아 테시어가 엘프의 예법을 선보이고, 영이 다른 경비대를 따라 자세를 잡았을 때의 일입니다.
왕좌가 일그러진 듯이 지직거리더니 그 위에 홀로그램처럼 누군가의 모습이 비칩니다.
누군가는 소년이면서 소녀였고, 청년이었으며, 노인이자 어린아이였습니다. 불안정한 무언가처럼 지직거리던 것이 점차 안정되는가 싶더니 그레이톤의 낡은 사진과도 같은 색의 ‘무언가’가 모습을 드러냅니다.
그것은 여전히 소년이고 소녀였으며 청년이자 노인, 그리고 어린아이의 모습을 하고 있었지만 우리는 짐작했습니다. 저것이 ‘여왕’이라고요.
여왕은 우리의 모습을 보고 만족스러운 듯 웃습니다.
짐의 조각들아. 이곳에 온 것을 환영하니라. 솔직히 환영하고 싶진 않네만.
여왕이 입을 열자, 긴 이명과 함께 머릿속으로 중성적인 목소리가 흘러 들어옵니다. 여왕이 말을 잇습니다.
그래도 너희는 이것보단 예의가 있구나. 이것은 ■■■의 앞잡이, 짐의 세계를 망가뜨리러 왔느니라.
그렇게 말한 여왕이 손가락을 튕기자 왕좌의 양 옆에 두 사람의 모습이 드러납니다. 누군가들은 익히 알고 있는 추락자들, 다윈과 미하엘입니다. 새장 같은 철창 안에 갇힌 두 사람은 기절한 건지, 미동도 없이 바닥에 주저앉아 있습니다. 여왕은 이 두 사람에게 좋은 감정을 가지고 있지 않은 것 같습니다. 우리는 어떻게 해야할까요?
나름대로 용기내어 외친 말이건만 왕좌에서도, 경비대원들에게서도 별다른 반응이 돌아오지 않았다. 약간은 뻘쭘한 기분이 된 소녀, '무언가'의 갑작스런 등장에 화들짝 놀란다.
"...우왓!"
그건 홀로그램이었는데, 정확히 무어라 정의하기 어려운 모습을 하고 있었다. 저게... 여왕이야? 소녀는 저도 모르게 긴장했다. 뒤이어 들리는 이명과 곧바로 뇌리에 박히는 목소리에 눈살을 찌푸리고.
"짐의 조각...?"
의아스런 말이다. 여왕의 조각이라니? 그러나 더 깊게 생각할 틈도 없었다. 여왕의 곁에 나타난 두 추락자. 한 명은 낯선 고양이귀 소녀였고, 다른 한 명은 소녀도 만나보았던 선배 추락자─다윈이었다. 그제서야 소녀는 알 수 있었다. 여왕은 추락자들에게 좋은 감정 따윈 갖고 있지 않다고.
"왜 우릴 부른 거야?!"
소녀는 양 주먹 꾹 쥐고서 여왕을 향해 소리친다. 더 이상 겁낼 틈도 없었다. 자칫하면 다른 사람들도 위험해질지 몰라.
소년이면서 소녀, 청년이면서 노인이면서 어린아이, 그것은 무언가로 정의 내릴 수 없는 것이었다. 일단 형체는 사람이니까 사람이라고 해도 무방할지 모르지만 그것의 색채는 마치 ... 낡은 사진 속의 사람들과 같았다. 마치 어느날의 기억 속에 멈춰버린 것처럼. 일단 저것의 말을 들어보면 여왕이라고 생각해도 될 것 같았다.
" ... 추락자? "
그리고 그것의 손가락을 튕기자 아무 것도 없는 곳에서 철창이 나타났고 안에는 분홍색 머리의 소녀와 젊은 청년이 의식을 잃은 것처럼 미동도 없이 주저앉아 있었다. 그리고 나는 그들이 이번 중앙을 침범한 범인이라는 것을 깨닫고서는 얼굴을 찡그렸다. 어째서 이런 짓을?
" 일단 노여움을 푸시옵소서, 여왕 폐하시여. "
그들의 영역을 먼저 침범한 것은 저들이고 우리는 그들과 같은 추락자라는 신분이니까 이런 반응을 보이는 것도 당연하다고 생각이 들었다. 나는 일단 그들을 철창에서 꺼내는 것이 먼저라는 생각이 들어서 예를 표하고 있던 자세를 풀고선 앞으로 살짝 나아가며 말했다.
" 저희 태반은 이곳이 처음인 나그네일뿐입니다. 누군가는 낯선 마음에 두려움에 떨수도 있고 누군가는 대책을 찾아 앞으로 나갈 수도 있는 법이지요. "
하지만 어쨌든 그들이 금해뒀던 영역을 침범한 것은 자명한 사실이기에 결국은 그들의 동정에 호소할 수 밖에 없었다. 하지만 저 여왕이라는 작자는 ... 그런 동정심을 갖고 있을까.
안절부절 못 하는 사이에 테시어 씨를 비롯한 몇 명이 예를 갖추었다. 왕좌에... 무언가가 나타나기 시작했다. 그것은 난생 처음 보는 광경, 살아있는 사람이 아니라, 그래, 희끄무레한 유령같은. 아이인지 어른인지, 남자인지 여자인지도 잘 모를 그것이 마침내 모습을 드러냈다. 누군가 소리내어 행차를 알리는 일 따윈 없었지만 자연스레 알 수 있었다. 저것이 '여왕'임을.
멍하니 그것을 바라보고 있자니 다음에 찾아온 건 길게 귀를 울리는 이명이다. 관자놀이를 때리는 날카로운 소리에 반사적으로 귀를 막았다. 그러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기묘한 목소리는.. 들려오는 것이다. 아니, 듣는다기보다는 머릿속으로 흘러들어온다는 표현이 더 적절할지도 모른다.
...이것은 ■■■의 앞잡이, 짐의 세계를 망가뜨리러 왔느니라.
익숙한 소리가 흘러나왔다. ■■■, 여전히 온갖 소리를 섞어 일부러 듣지 못하게 하려는 것처럼 혼란스럽기만 한 소리가. 그것이 손가락을 튕기자 또 무언가가 나타났다. 철창 안에 갇혀 주저앉은 두 사람, 세계를 망가뜨려? 잘 이해되진 않았지만, 조용히 짐작하기만 했다. .....중앙에 침입했다는 범인들이 저들일까, 하고.
보기만 해도 답답해 보이는 꽉 막힌 공간, 왕좌만 덩그러니 앉혀있는 홀에 들어서니 고요 가득한 사방에서 기분 나쁜 시선들이 목을 죄여온다. 앞서 와있던 이들은 대부분 아는 얼굴이다. 분위기에 맞추어 입을 다물고 있으면 왕좌에 앳되어 보이는 소녀의 모습이 비친다. 귓속을 헤집는 이명에는 익숙해, 그가 하는 이야기를 잠자코 들었다. 그는 저희를 조각이라 불렀고, 그의 양옆에는 미하엘과 처음 보는 남성이 새장에 갇혀있었다. 별다른 생각은 들지 않았다. 상황이 그저 답답해서, 윈터는 한걸음 앞으로 나서며 입을 열었다.
"그래서, 하고 싶은 말이 뭔데? 본론부터 말하라고. 보아하니 네가 우릴 이 세계로 불러온 것 같진 않고, 너도 우리에 대해 아는 게 없는 것 같은데 말이야."
예전에 주민들의 말을 들었을 때처럼, 잘 들리지 않는 무언가의 단어가 여왕의 입에서 나온다. "그게 도대체 뭔데! 그리고 우리는 아무 짓도 안 했다니까!" 소녀는 한껏 격앙된 목소리로 외쳤다. 도무지 알 수 없는 일 투성이다. ■■■에 대해서도, 여왕의 추궁에 대해서도. 일순 공기가 짓눌린다. 소녀는 어떻게 저항해보지도 못한 채 끙끙대는 소리나 낼 뿐이다. 처형이라는 게 두렵진 않다. 다만 다른 추락자들에게도 피해가 갈 것은 자명하기에. 그러나 여왕의 제안을 섣불리 받아들이기도 그런 것이, 자신들은 ■■■라는 게 뭔지조차 몰랐으니까.
"..."
뒤이은 말엔 그저 씩씩거리며 여왕을 노려볼 뿐이었다. 예전 같았다면 감사는 커녕 추락 같은 거 하고 싶지 않았다 답했겠지만, 여태껏 만난 인연들을 생각하면 그게 또 나쁜 것만은 아닌 탓이었다.
여왕이 하는 말은 잘 알았다. 우리가 오고 나서부터 도시가 이상해졌고 그것의 원인은 ■■■인 것 같았다. 하지만 우리는 그것이 무엇인지, 우리랑 어떤 연관이 있는지도 알지 못했다. 애초에 어떤 발음인지도 들리지 않는 것이다. 마치 고의로 듣지 못하게 하는 것처럼.
" 그것의 이름을 찬미하던 그 요정들과도 연관이 있는겁니까? "
도서관에서 본 것은 요정이 용사를 맞이하는 그림, 그리고 그것들이 마왕을 물리치는 결과를 가진 동화책. 문득 그 동화책의 내용과 지금의 상황이 어딘가 비슷한 느낌이 들었다. 알지 못하는 이름을 찬미하는 요정들, 요정들과 힘을 합쳐서 마왕을 무찌르는 용사. 그 책의 마왕이 지금의 여왕이고 요정이 부르고 있는게 용사인 것일까. 하지만 그렇다면 어째서 그런 책을 도서관에서 소장하고 있는 것인지? 여왕을 섬기는 이 도시에서 그런 책은 금서가 되어도 이상할 것이 없었다.
뭐, 뭐라고?! 여왕의 말에 눈이 휘둥그레해진 메구무. 갑자기 모르는 곳에 떨어진 것도 억울한데, 이게 다 추락자 탓이라니? 아까 사람을 몇명 두들겨 패긴 했지만 그것 외엔 조용히(특히 퍽치기까지 당했던) 지냈던 메구무였기에 무척 억울한 일이었다. 아까까지만 해도 조용히 말을 듣고 있던 메구무는 발끈하여 소리쳤다.
"보소, 내가 널쩌지고 싶어서 널쩌진 줄 아는교?! 여기 와서 되는 일이 하나도 없었는...윽!"
여왕이 손을 휘두르자 무거운 무언가가 무릎을 꿇고 있던 메구무의 몸을 짓눌렀다. 겨우 상체를 들어 땅바닥에 이마가 닿지 않도록 한 메구무는 답도 없는 양자택일에 두손 두발 다 들었다는 듯이 이를 악물며 말했다.
"아, 알았소! 복구인지 뭔지, 도와드리면 되는거 아입니꺼!"
옘병, 유랑 좋아하네! 저 여자때문에 여기 떨어진 거였어? 메구무는 속으로 욕지거리를 늘어놓았다.
할당되지 않은 단어? 그러고보니 저 여자는 지금껏 내내 ■■■를 말하고 있었다. 그러나 알 수 없는 이 단어, 메구무는 조용히 눈치를 보며 추측했다. 추락자는 아닌 듯 하고, 그렇다면 코우의 말대로 침입자? 여왕의 반응을 보아하니 흥미를 끌긴 하지만 아닌 것 같다.
"파괴자...?"
무심결에 내뱉은 단어. 파괴자라면 여왕, 그녀의 세계를 부술 수 있을테니... 그러나 확신이 들지 않았다. 그는 연쇄의 족쇄라는 말엔 내키지 않는다는 듯 뜨드미지근한 반응을 보였다. 협조는 하고 싶지 않았으나 그에겐 심리적인 인질인 아이리가 있었기 때문이다. 메구무가 죽으면 누가 아이리를 인간으로 되돌리겠는가?
마침 몸을 짓누르는 힘이 사라졌다. 메구무는 둘의 처분에 대해 잘 알지 못하는 사이이니 무어라 말할 것이 없었다.
겁에 질려 홧김에 외친 소리인데, 만족스러워 하는 것을 보고 있자니 어딘가 잘못된 것 같다는 생각은 왜 드는지. 이후로도 도통 의미 모를 단어들이 반복해서 흘러나온다. ■■■, ■■■, 대체 그게 무엇이길래 이다지도. 길지 않은 이야기 끝에 짓눌림이 사라지자 그제서야 헉, 하고 답답하게 막혀 있던 숨을 들이킨다. 주저앉은 그대로다.
그러니까, 이제 그... 뭐라고 발음하는지조차도 알지 못 하는 그걸 쫓아서 잡아야 한다는... 거지. 벌써부터 눈 앞이 깜깜한 와중에.
익숙하게 침대에서 일어나, 이부자리를 천천히 정돈하고서는 옷을 갈아입는다. 여벌 셔츠와 바지를 천천히 개어놓고, 비 오는 날 냇가에서 깨끗하게 빨래한, 익숙한 옷으로. 바지를 입고 셔츠 단추를 천천히 잠군다. 넥타이를 메고 조끼를 입으며 그 위에 재킷을 걸친다. 옷매무새를 단정히 가다듬고 나면, 머리칼을 손질할 차례다. 보이지 않는 눈으로도 익숙하게 빗을 들어 머리칼을 빗어 넘긴다. 사내는 콧노래를 부르면서 익숙한 루틴대로 행동한다.
그렇게 얼마쯤 지났을까. 단정해진 차림새로 그는 여관 아래로 내려와, 단출하게 아침을 먹는다. 수프와 빵, 단출한 아침 식사지만 사내는 마음에 드는듯 천천히 먹었고, 어느새 다 먹었을까. 사내는 뒷정리를 한 뒤에, 모닥불 근처에 걸터앉으며 노래부르고 이야기 하기 시작한다.
[보았소.
용과 사랑한 기사가 있소.
창공을 가르며 거대한 검을 휘둘러 악을 무찌르는 그 모습을 내 두 눈으로 똑똑히 보았소.]
"뭐, 저는 눈이 보이지 않습니다만..."
하핫. 덧붙이는 웃음 소리와 함께, 들려오는 즐겁게 웃는 소리. 쿡쿡거리며 웃는 소리. 관중들의 흥미를 모으면서 사내는 계속해 이야기한다.
[... 그때, 용이 입에서 불을 뿜으니
매캐한 연기가 피어올라 적의 눈을 가렸고
그 틈을 놓치지 않고 기사가 날아들어 적의 숨통을 끊어버렸소.
아아, 나는 보았소
용과 사랑한 기사가 있소
창공을 가르며 거대한 검을 휘둘러 악을 무찌르는 그 모습을 내 두 눈으로 똑똑히 보았소.]
꾸벅, 하고 고개를 숙이자 박수 소리 들려온다. 즐거운 이야기였구나. 다들 그리 생각한것 같아, 사내는 짧게 숨을 뱉으면서 싱긋 미소지었다. 길어진 이야기. 어느덧 점심이 가까운 시간. 사내는 목을 가다듬으며, 물 한잔으로 목을 축이다 문득 밖에서 들려오는 소리를 들었다.
싸악, 싸악. 싸리비 움직이는 소리. 사내는 궁금한 듯, 방랑하듯 발걸음 내딛으며 여관 뒷마당으로 향한다. 그리고, 사내는 소리를 듣는다. 낡은 나무상자. 걸터 앉아있을까. 참새들 콩콩 뛰어다니는 소리. 사내는 천천히 다가가면서, 싱긋 미소지은채로 말 걸어온다.
...그렇구나.. 대답을 듣고선 다시 시선을 아래로 미끄러뜨린다. 그러고 나니 이 도시에는 대체 '떨어진 사람들'이 몇 명이나 있는 걸까 싶은 생각이 든다. 자신과, 눈 앞의 여성과, 라크 씨, 그리고 라크 씨 일행들, 포르시티아 여관이 앙니라 도시 전체에 이런 명령이 떨어진 걸 보면 아마 몇 명이 더 있는 모양인데. 이런 일들이.. 우연히 일어나는 게 가능한 걸까? 순식간에 커진 의문이 머릿속을 둥실둥실 떠다녀서 주변 소리는 희미하고,
내가 무서워?
"....네?"
아, 딴 생각을 하느라 뭐라 이야기하시는 걸 놓쳤나? 시선이 빠르게 왔던 길을 다시 돌아갔다. 그러나 이미 말은 맺어지고, 고개를 까닥 기울인 여성의 얼굴만 남았다. 내가.. 잘 들은 게 맞나? 무섭냐고? 갑작스런 물음에 멍하니 여성의 눈동자, 그 부근을 잠시 맴돌았다. 그야 골목에서 만났을 땐 갑자기 빨간 눈동자가 번쩍이는 것 같아서 무섭긴 했지만, 지금은, 글쎄.....
"......어........ 아, 아닌 것.... 같은, 데요..."
처음엔 제법 확신 없는 투로 말을 뱉었으나 내린 시선 끝에 답이 있었다. 정말 무서웠다면 아마 손 잡는 것초자 힘들었겠지, ..그런데, 왜 그렇게 생각하셨지? 소심하게 눈치를 살핀 끝에 두루뭉술하게 뱉었던 것을 다시 정정했다.
"..아, 아니요... 언니가.. 무, 무서운 게 아니고."
그냥.. 워, 원래 이래요. 저, 저.. 겁쟁이라. 마지막 말은 거의 속삭이듯 사라져버렸다.
참새들은 아무 말 않고 바닥에 뿌려 놓은 곡식들만 열심히 쪼아 먹었다. 적어도 걱정 말라는 말 한 마디라도 해 주면 좋을 텐데. 열심히 사방을 뛰어다니던 참새 무리 중 한 마리가 발치 근처로 콩콩 뛰어와 바라보길래, 가만히 손을 뻗어 손가락 끝으로 정수리 부근을 살짝 쓰다듬었다. 그리곤 조금 남은 곡식을 그 앞에 더 뿌려주려고 주머니에 손을 가져가는데, ...
사람이다! 사람! 낯선 사람!
소란스레 짹짹거리는 소리와 함께 참새 무리는 근처에 서 있던 작은 나무로 포르르 날아가 버렸다. 마시인가? 세워 두었던 빗자루를 지팡이 삼아 몸을 일으키려고 했을 때 다가오는 사람의 인기척이. 고개를 들어서 얼굴을 보려고 했을 때,
"........와."
저도 모르게 툭 튀어나온 중얼거림과 함께 멍하니 사내를 바라보고 있다가, 헉! 정신을 차리며 숨 삼키는 소리와 함께 제 입을 턱 막았다. 지, 지, 지금 처음 보는 사람한테 무슨 말을 한 거지? 작은 소리였으니 어쩌면 못 들었을 가능성도... 있지 않을까? 택도 없는 헛된 기대를 품으며 바쁘게 눈만 굴렸다. 처, 처음 보는 얼굴이니까... 손님, 이시겠지? 재빨리 먼지투성이가 된 치맛자락이며 앞치마를 탁탁 털어 정리하고선.
참새들 바닥에 뿌려진 곡식 쪼아 먹는 소리. 콩콩 뛰는 소리. 그리고, 포르르 날아가는 소리까지. 바쁘구나, 작은 생명들도. 그리 생각하다 곧이어 들려온 말은.
"...왕자님?"
의아한 듯, 고개 가만히 기울이면서, 여전히 눈 감은 채로 골몰히 생각하다, 곧이어 주먹을 말아쥐고 입을 가린 채 쿡쿡거리며 잠시 웃었다. 헉, 하며 숨 삼키는 소리. 입 턱 하고 막는 소리에 그만 참을 수 없었다. 왕자님이라. 자그마한 꼬마 아이의 눈에는 그렇게 보이는 걸까.
"실례, 공주님이 계신 줄은 몰랐군요."
그리 말하면서, 한걸음 더 다가갔다. 앞치마 두른 것 탁탁 털어 정리하는 소리가 귓가에 맴돌고. 가까워졌을 즈음에는 아래로, 손 잡기 쉽게 손을 내밀어서.
"아델라이데라고 합니다. 만나뵙게되어 영광입니다, 공주님. 헌데, 추락자십니까?"
"저 역시 마찬가지니, 편하게 말씀 주시길."
이런 어린 아이마저 추락하는가. 문득, 좋지 않은 기억이 스쳐갔으나 사내는 곧 깊이 생각하는것을 그만두었다. 그럴 리 없다. 이미 한번 신을 베는 실례를 저질렀지 않은가.
모르는구나. 조금 아쉬운 마음이 들어오는 것은 어쩔 수 없지만 그 이상의 감상 역시 없었다. 대신에 그의 머릿속에 상식이 한 줄 더 추가되었다. 모두가 자기 이름의 뜻을 외우고 다니는 것은 아닌 듯하다고.
꽤나 살벌한 경고를 끝으로는 재잘거리던 것을 멈추고 한동안 말이 없었다. 떨어진 사람들을 무어라 부르는지, 추락자들의 인원이나 마을의 분위기, 예전과 달라진 점, 그리고……. 이 정도면 필수적인 이야기는 대강 다 끝낸 것도 같다. 그리 생각하던 찰나에 불현듯 하늘이 어두워졌다. 바람에 날린 구름에 잠시 해가 가려진 것이다. 자연스럽게 하늘을 올려다보던 그도 문득 깨달았다. 아, 이 얘기를 깜빡했구나.
“추락자가 추락하게 될 때는 하늘이 일그러진댔어. 너는 여기 온 지 얼마 되지 않았지만, 어쩌면 금방 떠나게 될지도 모르겠네.”
올려다보던 시선의 방향이 바뀌었다. 그는 몸을 돌려 어느 방향을 가리켰다. 손끝에는 먼 하늘에 일렁거리는 균열, 일그러진 무언가가 걸려 있었다.
”저게 그 전조인지까지는 잘 모르겠지만. 추락자랑은 관계가 없는 현상일 수도 있고. 저것도 얼마 전부터 생기기 시작한 건데, 여기 사람들은 저걸 못 보는 것 같았어.”
이만하면 당장 생각난 것들은 모두 설명해 준 셈이다. 그러는 사이 예전에 비해 한적해진 거리를 지나, 어느덧 여관으로 가는 길목이 가깝다. ”조금만 더 가면 돼.”라며 느려졌던 걸음을 조금 서두르는데, 숙박비나 여관의 남은 공간 따위의─ 가장 중요한 부분에 관한 설명은 이번에도 깜빡한 모양이다.
여, 역시 들었나 봐... 쿡쿡거리며 웃음짓는 사내의 모습을 보며 마음 속으로 눈물을 세 바가지 정도 좍좍 흘렸다. 그렇지만 어린 여자아이들이 사내의 모습(기본적인 몸가짐이라던가, 정갈하게 손질된 머리카락, 고풍스런 말투같은 것)을 보면 누구나 왕자님이라고 생각하게 될 걸(비록 자신이 동심 살아있는 어린 여자애가 아니라는 점은 애써 무시하고). 달아오른 얼굴로 가만히 어깨만 축 늘어뜨린 채 서 있다가,
"..네, 네, ..네.....?!"
공주님이라는 말에 이런, 얼굴이 홍당무를 넘어 거진 머리색과 비슷한 토마토처럼 되어 버렸다. 아마 사내가 색을 볼 수 있었더라면 목 위에 웬 잘 익은 토마토 하나를 얹어 놨군, 하고 생각했을지도 모르지. 고, 고고, 공주님이라니 당치 아, 아 않아요, 저, 저저는 그저 여기서 이, 이, 이, 일하는 아무것도 아닌 여, 여여여자애일 뿐, 이고, ...저, 당황과 부끄러움이 섞여서 구구절절 흘러나오는 영양가 없는 소리들을 막을 생각조차 들지 않는 것 같다. 한참 자기도 무어라 말하는지 알 수 없는 쓸데없는 사실들을 주절거린 후에야 달아오른 뺨을 조금 식힐 수 있었다.
..아! 죄, 죄, 죄송해요, 마말이 너무 많, 았죠, 긴장으로 촉촉하게 땀이 밴 손으로 두 뺨을 조금 더 식혀 보겠다고 부여잡고선.
"마, 맞아요, 하늘, 에서 떨어진.. 저, 저기, 그러면... 혹시, 테, 테시어 씨의 일행, 분.. 이세요?"
더듬거리며 묻고선 잠시 내밀어진 손을 멀거니 바라보기만 했다. ......아, 악수.. 하자는 뜻? ...인가? 축축한 손을 앞치마에 박박 문질러 닦고 소심하게 손을 내미는데.
"그, 그냥.. 저녁에 손님들이 오시니까, 그, 그, 그 전에 뒷마당 청소를 좀.. 해 둘까, 하고,"
요새 들어 도시의 분위기가 영 묘했다. 마치 폭풍을 앞두고 있는 것마냥. 여관에서도 크고 작은 소동이 한 번씩은 일어났다. 투숙객이 추락자들을 상대로 난동을 피우거나, 여관 주인을 향해 따지고 들곤 했다. 그럼에도 대부분의 추락자들은 숨죽이고 있을 수밖에 없었다. 소녀 또한 마찬가지였고. 식사 시간이 끝나 텅 빈 식당(그마저도 예전처럼 활기차지 않았다), 소녀는 빈 자리에 앉아 무언가를 만지작대고 있다. 라클레시아가 주었던 전나무 목걸이였다. 그래, 이런 상황이면 차라리 아무 세계로든간에 빨리 떨어지는 게 나을지도 몰라. 그럼에도 지금의 인연들과 헤어지고 싶지 않다는 모순된 감정이 든다. 한숨 크게 내쉰 소녀는 옷 주머니에 목걸이를 집어넣고서, 테이블에 엎드렸다. 머리가 복잡하다.
어깨 축 늘어뜨리는 소리 들리고. 곧이어 당황했는지, 말 더듬는 소리가 들려오자, 또 한번 웃어버렸다. 조금 너무 놀렸을까. 사내는 주먹을 말아쥐어 다시 입가를 가리고 몇번 웃다가, 짧게 숨을 뱉고는, 여전히 미소 띈 채로 말을 이었다.
"실례했습니다, 공주님. 조금 너무 놀렸을까요."
한참을 중얼거리는것을 듣다가 그리 말하고는, 고개를 천천히 저었다.
"괜찮습니다. 담소를 나누는 것은 좋아하는 편입니다."
"그렇군요... 실례지만, 어떤 곳에서 오셨는지 여쭤봐도 되겠습니까? 어떻게 추락하셨는지."
사내의 표정은 조금 무거워졌다. 이런 어린 아이도 추락하는가. 하아. 짧게 숨을 뱉고서는.
"테시어, 씨라면..?"
"...혹시 노던 엘프분을 말씀하시는 것입니까?"
라클레시아. 풀 네임을 들었던가. 정확히 기억이 나지 않았다. 이 무슨 실례일까, 이름을 기억하지 못하다니. 그리 강렬한 첫 만남이었음에도. 나중에 제대로 사과하며, 다시금 이름을 물어야겠군. 사내는 그리 생각하다, 곧이어 소심하게 손 내밀어지는 소리를 듣고, 천천히 손을 뻗어 악수하듯 그러쥐려했다.
363 자캐가_사용하는_욕설의_수위 잘 몰릅니다... 진짜 아는 게 없어서 욕을 듣더라도 ?? 그게 무슨 뜻이야?라고 반응해요. 욕을 안다 해도 절대 하지 않을 거고요. 애초에 전부 다 사랑해~~⸜(*ˊᗜˋ*)⸝← 주의의 크레이지 박애맨이라서 욕이 아니더라도 그냥 누구한테 험한 말을 하는 상황 자체가 절대 없슴다
195 키와 몸무게 위키피셜 179cm/59kg! 더 늘어날 리는 없고 앞으로 얼마나 더 줄어들지가 관건이네요🤔
276 자캐는_뜨개질을_할_줄_아는가 모릅니다! 하지만 배우게 된다면 꽤 잘하지 않을까요~
으, 으으으.. 이어지는 웃음과 몰려오는 부끄러움, 또 다시 어깨를 축 늘어뜨리곤 끙 앓는 소리로 응답했다. 그래도 놀림에 나쁜 의도를 숨기지는 않았다는 게 느껴져서, 기분이 나쁘진 않다. 삐걱, 삐걱, 익숙하지 않은 몸짓으로 악수를 마친 뒤 기어들어가는 목소리로 자기소개를 했다. 니, 니아에요...
"....아.."
어떤 곳에서 오셨는지 여쭤봐도 되겠습니까? 말을 듣자마자 주저하는 기색이 비친다. 그, 그게. 말 끝을 어물거리며 잡았던 손을 스르륵 놓는다. 시간이 제법 지났어도 여전히 머릿속에 크게 떠오르는 기억은 거의 없다시피했다. 최근 꿈을 자주 꾸긴 하지만, 그게 과거와 연관이 있는지도 정확하겐 잘 모르겠고... 소매 따위를 손 끝으로 초조하게 꼬아대며 대답을 고민하던 와중에.
"...노던.... ..아, 아, 맞아요. 노, 노던 엘퍼, ...엘프?.. 그런 이름..이었는데."
제 종족을 무어라 소개했더라? 어떤 단어가 뭉실뭉실 떠오르는 것 같긴 한데, 정확하진 않은 것 같아서 확신 없는 말투로 대충 발음을.. 뭉개 버렸다. 그런데, 말하는 투가 영 친한 사이 같지는 않은 것 같은데.. 초조하게 눈치만 살핀다. 아뇨! 아, 아, 아니에요! 청소는 거, 거의.. 끝냈어요. 소, 손님이시기도 하, 하, 하고.. 황급히 빗자루를 등 뒤로 숨기며 얼버무리고.
"..저, 사, 사실은... 아무 것도, 기억이.. 안 나요. 과, 과거에 대한 것들.."
미하엘? 처음 듣는 이름에 의문을 표했다. 아직 만나지 못 한 테시어 씨의 일행 중 하나인지, 아니면 도시에 떨어진 또 다른 사람인지. 만나 본 적 있냐는 말에 아니요, 작은 목소리로 대답하며 고개를 저었다. ..그 사람도 곧 여관으로 오게 될까?
"네, 네, 그럼요, 게다가 손님께 여, 여관 일을 하게 하실 순 어, 어 없고.."
게다가 뭔가, 아델 씨가 낡은 빗자루를 든 그림은 영 어색할 것 같단 말이에요... 진솔한 속내는 꿀꺽 삼키고 대충 얼버무리기만. 뒤에 숨긴 싸리비 자루의 까슬한 부분을 손으로 더듬으며 초조함을 풀고 있는데, 사내가 주머니에서 꺼내 내민 무언가. 이전에 본 적 있는 물건과 닮았다. 사, 사탕이었나? 한 손을 내밀어 조심히 받았다. 껍질 새로 이전과는 다른 상큼한 냄새가 났다.
"아, 저.. 궁금한 게 있는데."
작은 손바닥에서 데굴데굴 구르는 사탕은 이따금식 바스락거리는 소리를 내고.
"......이거, 머, 먹는...건가요?"
생소하기만 했다. 가만히 맡아 보면 달달한 냄새가 나긴 했지만, 본래 살던 세계에선 설탕은 무척 비싼 재료였기 때문에 차마 시장을 뛰어다니는 어린아이가 손쉽게 내밀던 그것을 설탕 덩어리라곤 생각조차 하지 못 했던 것이다. 그저 달달한 냄새를 입힌 구슬이나 장식품같은 무언가겠거니 생각하고 말았을 뿐. 순수한 의문을 눈에 담고 멀거니 사내를 바라보다가 천천히 껍질을 깠다. ....근데, 역시 그냥.. 예쁜 구슬 아닐까? 영 의문스러운 얼굴.
"아델 씨가 살던, 세, 세계를요?"
듣고 보니 문득 호기심이 일었다. 그가 살던 세계는 어떤 세계였을지, 어떤 사람들이 살고 무슨 생활을 했는지. 그리고.. 어쩌다 이 세계에 떨어지게 됐는지. 듣다 보면 자신의 과거도 어쩌면 떠오를 지 모른다. 음...... 좋아요. 등 뒤로 숨겼던 싸리비를 계단 기둥 근처에 잘 기대어 놓고선, 나무상자에 다시 걸터앉았다.
잘 사는 집 자제였다면야 접할 기회가 있었을지도 모르겠지만 니아는... 그냥 시골마을 변두리 사는 처녀였는걸,,, ◔̯◔)
뻘소리지만 이런... 캐릭터가 사는 시대상이랑 달라서 얼타는 전개를 보는 거 즐겁지 않나요? 다른 분들 일상이나 독백에서도 종종 이런 게 나타나서 혼자 음습하게 즐거워하고 있다는 점 알려드리며.... 다들 이런 거 많이많이 넣어주세요... 니아주의 삶의 원동력이 됩니다....(??)
입맛에 대한 티엠아이를 풀자면.... 본래 있던 곳에선 다른 조미료도 구하기가 어려운 편이라 스튜 같은 것도 그냥 물이랑 감자, 곡식, 이런 걸 때려넣고 끓여먹기 일쑤였기 땜에...(운이 좋으면 우유나 질긴 고기같은 걸 넣고 끓일 순 있었겠죠) 칼질이나 불 다루기같은 요리솜씨는 있지만 니아의 요리는 맛이 있다고 보긴 어렵습니다. 맨 처음 마시의 스튜를 먹고 헉... 미미... < 하고 충격받아서 이런 밥을 먹을 수 있다니 이 여관에 뼈를 묻어야지 했다는 후문이.
>>845 니아네 세상은.... 엄청 현실적인 찐중세 같은 느낌이었군여..... 중세 요리 특: 맛없음....
>>846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앗 들켰다(??) 그치만 가끔씩 배민 후기 같은 데서 저런 조합으로 리뷰 남기는 사람도 보이긴 하더라고요...? 어떻게 드신거지 대체😮
영이 얘도... 맛이 너무 지나쳐서 한입 먹고 주르륵 하지 않을까요???ㅋㅋㅋㅋㅋㅋㅋㅋㅋ.......
무엇보다도 먹지 않아도 사는 몸+생물이 절멸한 아포칼립스 세계라 nnnn년 동안 아무런 음식도 입에 대지 않은 탓에... 풍부한 미각적 자극 자체를 낯설어할 것 같슴다 마시의 요리 같은 평범하게 맛있는 음식도 '?????? 이거 이상해'하고 떨떠름하게 느낄 것 같네요🤔🤔
>>848 !!!!!!!아니 어떻게 마시의 스튜마저도....!!! <ㅇ> 하지만 nnnn년동안 아무것도 안 먹고 살았으면 흔한 음료수 한 방울도 엄청난 미각적 자극이겠다 싶기도 하고..... 아니 그러면 영이가 맛있어할만한 음식은 대체 뭘까..... 슴슴한.. 최대한 슴슴하게 재료 본연의 맛을 느낄 수 있는 무언가..(???) (요리연구가가되)
영주 안녕히 주무세용~!
>>849 ㅋㅋㅋㅋㅋㅋㅋㅋㅋ아ㅋㅋㅋㅋ쥐엔장... 상상만 해도 귀여움 치사량으로 현실과 저승을 왔다갔다하고잇습니다.... 쿨피스 틀에 넣고 얼린 걸 하나씩 주면서 하나 줄 때마다 귀여운 얼굴 하나. < 약간 이런 거 하고 싶어요 이런 말 하지마까... 역시 키모오타쿠일까 나.......(알레프주 : 에반데요)
>>858 아아앗...o̴̶̷̤ ̫ o̴̶̷̤) 그렇다면.. 그렇다면 조금 더 상상해도 괜찮은건가요... (알레프주 : 진짜에반데요) 매워하는 알레프에게 바닐라 아이스크림같은 걸 주고 맛있게 먹는 모습을 흐뭇하게 지켜보고파,,,
>>859 아니!!!!! 유이주 왜 죽어가는 모습으로 오셨소!!!!!!!! 아이고.. 아이고... 아직 유언은 안됩니다 일어나세요 용사여,,,,,ᵕ_ᵕ̥̥) 우리... 우리 세계를 여행해야지, 다른 세계에도 떨어져 봐야지 적어도 그 때까진..(?) 고된 하루를 보내신 모양이에요.. 푹 쉬시길...◔̯◔
"그러시군요. 하긴, 제법 시간이 흘렀음에도 지금 만났으니... 서로 다른 시간을 보냈을만 합니다."
"쭉 여관에 계셨나 봅니다."
사내는 문득 떠올렸다. 자신의 판단을 믿지 말라는 말. 그리고, 언젠가 자신을 베어야 할 지도 모른다는, 미하엘 양의 말. 자신은 어린 아이가 좋았다. 어린 아이들의 뛰노는 소리를 듣고 있자면, 절로 웃음이 나왔다. 이전 세계에서는 봉급의 일부분을 고아원에 기부까지 하기도 했으니. 그렇기에 두려웠다.
미하엘 양. 당신이 이 아이를 만났더라면, 어떻게 하셨을 겁니까. 보이는 그 두 눈으로.
"여관에서 일 하며 지내고 계십니까?"
그리 묻다가, 싱긋 웃으면서. 머리를 쓰다듬고자 천천히 손을 뻗었다. 피하거나 거절하고자 한다면 충분히 할 수 있을 정도의 속도였다.
"남을 돕는 것은, 언제나 기쁜 법이죠. 나중에라도 힘드시면 불러주십시오."
그리 이야기하며 사내는 싱긋 미소지었다. 그리고는 사탕을 건네주었고.
"사탕은 처음 보십니까."
"그렇습니다. 한번 드셔 보십시오. 분명히 좋아하실겁니다."
그렇구나. 사탕을 본 적 없는걸까. 설탕은 확실히, 비싼 사치품이었으니까. 조금쯤은 기대되는구나. 처음으로 사탕을 먹는 반응이.
"그렇습니다."
그리 이야기하고, 나무 상자에 걸터앉는 소리를 듣다가. 앉으실래요? 라는 말에, 사내는 천천히 다가가 옆 나무상자에 걸터앉았다. 그렇다면 어디서부터 이야기해야 할까.
"제가 살던 세계는 다양한 분들이 모여 살던 세계였습니다."
그리고 사내는, 천천히 목을 가다듬다가, 노래하기 시작했다.
[ 신께서는 생명을 사랑하셨네
영생을 살며 마법과 활을 다루는 엘프, 자연의 수호자, 우리의 친구
자랑스런 멋진 수염, 용맹한 전사, 술을 사랑하는 대장장이 드워프, 우리의 친구
뛰어난 감각, 마법과 육체의 재능을 갖춘 수인, 우리의 친구
뻗어나가며 번성하라, 용사의 후예 인간, 우리의 친구
밭을 갈고 땅을 일구며 나라를 세우니
아아, 왕국과 제국에 번영 있으라 ]
짧은 노래를 마친 뒤에는 싱긋 웃으면서.
"엘프, 드워프, 수인, 인간... 그 밖에도 많은 분들이 계셨습니다. 드라이어드라는 식물 분들도 계셨지요."
"어찌 보면 이곳과 비슷하기도 했습니다. 생활 양식이나 풍경들, 왕국까지... 아아, 숲에 있는 빛나는 풀 같은 것은 없었습니다만."
그렇게 꽉 막힌 존재는 아니라는 사실에 일단 안도하며 감사인사를 하고서 나는 철창에서 벗어나 쓰러져있는 두 사람을 보았다. 내 입장에선 처음 보는 사람들이지만 주변 사람들의 반응을 보아 저들과 이미 아는 사이인 사람들도 존재하는듯 싶었다. 나는 초면이니까 일단 거리를 둘까싶어서 다른 사람들이 그들을 데려오는 것을 지켜보려 했다.
" 여왕이시여, 당신의 말에 의하면 저희는 ■■■를 쫓아가는 것이라 했습니다. "
제대로 발음조차 안되는 이 단어는 뭘 지칭하는 것일까. 할당되지 않은 단어라고 했으면 좀 할당해주면 어디 덧나는걸까. 어쨌든 상대방한텐 그 의미가 제대로 전달되었기를 바라면서 물었다.
" 그렇다면 우리는, 여기 있는 모든 사람들이 같은 세계로 다닌다는 뜻입니까? "
알레프에게 듣기론 추락자는 각자 다른 세계를 다닌다고 했었다. 그렇기에 같은 세계에 이렇게 많은 추락자가 모이는 일은 드물다고 했었는데 ... 이런 일도 누군가 의도한 일이라면 충분히 설명되는 일이다.
이어지는 여왕의 목소리에, 소녀는 당장이라도 퉁명스레 쏘아붙이고 싶은 심정이었다. 그 사람들이 '침입자'랑 관련 있다는 증거 있느냐고. 하지만 심기를 더 거슬렀다간 정말 어떻게 될 수도 있고, 명백한 증거가 있을 수도 있으니까. 정말 저 이름 모를 추락자와 다윈이 나쁜 마음을 먹었던 걸 수도 있다... 그새 두 추락자는 새장에서 풀려난다. 소녀는 주변 눈치를 살피다가, 그나마 안면이 있던 다윈에게 다가갔다. 그리고... 그 앞에 쪼그려앉아 그를 검지로 콕콕 찔러댔다.
대답해주기 싫은 걸까? 돌아오지 않는 반응과 불편한 듯한 반응에 더 캐묻지는 않기로 했다.
그사이 갇혀 있던 두 추락자는 풀려나고 그는 당장은 더 물을 말이 없었다. 대화에서 한 걸음 물러나 주변의 상황을 살피자, 몇몇이 쓰러진 사람들을 향해 다가가고 있었다. 그는 그 광경 가만히 지켜보다 한 박자 늦게 그리로 향했다.
“도와줄까?”
질문은 알레프를 향한 것이었다. 알레프가 직접 이 이름 모를 사람을 부축하거나 들기에는 힘이 드는 게 아닐까 싶어서. 물론 알레프도 어쩌면 저보다도 힘이 셀 수도 있겠지만, 그래도 겉보기에는 무리가 있어 보이니 말이다. 질문을 한 뒤에는 쓰러진 사람의 팔을 제 어깨 위에 얹으려다가…… 이 사람도 키가 크네. 지난번 아델라이데를 옮기며 그가 깨달은 바가 하나 있었다. 그는 이리저리 들었다가 내렸다가 자세를 바꾸며 의식 잃은 사람을 갖고 한참을 몸씨름을 하다…… 마침내 다윈을 어깨 위에 둘러 짊어지기에 성공했다!
그새 소녀는 의식 잃은 다윈을 부축하려고 시도해봤지만... 건장한 남성을 부축해 옮겨놓기엔 힘이 턱없이 모자랐다.
"부, 부탁해..."
때마침 도와주겠다는 네차흐에게 고개를 끄덕이고. 불현듯 추락자의 동질감이 느껴졌다. 소녀는 주변 둘러보며 다른 추락자가 끌려왔나, 살폈지만 그런 움직임은 없었고. 그 동질감이 여왕에게서 느껴지는 것(어쩌면)임은 뒤늦게 깨달았다. 여왕도 추락자인 걸까? 하지만 지금은 다시 말 걸어볼 용기가 나지 않았다. 수틀리면 그것이 무슨 행동을 할지 몰랐기에. 대신 소녀는, 네차흐의 어깨에 둘러메진 다윈을 계속 쿡쿡 찔러댔다... 일단은 깨우는 게 우선이라 생각되어서인지.
정신 잃은 사람을 깨우려면 어떻게 해야 하지? 묵직한 체구를 짊어지며 짧게 생각했다. 지치는 몸이 아니니만큼 그리 힘들지는 않다. 잠이 든 것과 비슷해 보이는데, 깰 때까지 기다리기만 하면 되려나. 그렇다면 이대로 두어도 되는 걸지도 모르겠다. 그대로 추락자들이 모인 자리에 돌아가려 하던 순간.
왜인지, 여왕에게서 이제까지는 느끼지 못했던 익숙한 동질감이 불현듯 느껴졌다. 설마 저 사람도 추락자였던 걸까. 혹은 추락자들과 여왕 사이에 ‘조각’이라는 연관이 있기 때문에?
그런 의문에 집중하기도 전, 곁에서 환자를 쿡쿡 찔러 대는 알레프를 보자 상황에 맞지 않게도 웃음이 새어 버리고 만다.
“조심해.”
알레프에게 그리 말해주고는 그가 자세를 고쳤다. 칼이 휘둘러지며 갑작스레 상황이 변했으니 말이다. 혹시라도 위험한 상황이 이어지게 된다면, 짊어지게 된 이 사람을 데리고 몸을 피해야 할 테니까.
아델라이데가 미하엘을, 영과 알레프가 다윈을 부축하는 순간에 아델라이데의 한 마디가 홀 내를 울립니다.
부웅, 뜨는 감각이 느껴지는 것도 잠시입니다. 순식간에 분위기가 급변합니다. 가라앉고 진중했던 분위기는 한순간에 날아간 것처럼 가벼워졌고, 아델라이데가 검을 휘두르는 순간에는,
“아휴, 쓰러진 척 하는 것도 힘들다니까~”
기절한 줄 알았던 미하엘에게서 전격이 튑니다.
조심하라는 영의 경고에 알레프는 어떤 반응을 보였나요? 라클레시아 테시어는 제때 반응할 수 있었을까요? 하지만 그보다도,
이것들이이이이이───!
여왕의 본 모습이 드러나는 것에 집중해야하지 않을까요.
여왕에게 입혀져 있던 홀로그램이 무너집니다. 녹아내리는 것처럼 무너져 내리는 홀로그램 속에서 30cm는 될까 싶은 곰 한 마리가 모습을 드러냅니다. 곰의 목소리가 머릿속에서 울리던 것과는 다르게 평범한 목소리로 들려옵니다. 아델라이데의 심검은 곰의 머리 바로 위, 홀로그램으로 치면 인간의 형태의 가슴 쪽을 베어나갔습니다. 곰이 머리를 웅크리더니 이윽고 큰 형체가 곰의 뒤에 나타납니다.
“감히! 감히! 감히이이이!”
곰은 굉장히 분노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것이 여왕의 실체라면, 생각보다 할만할지도 모릅니다. 곰의 뒤에 드러난 거대한 형체가 앞발을 휘두릅니다. 놀란 미하엘이 비명을 지르며 아델라이데를 이끌고 바닥으로 굴러 떨어집니다. 다시금 재차 곰이 앞발을 휘두르면, 영과 알레프에게로 향한다는 것을 라클레시아 테시어와 당사자들은 알 수 있습니다.
미하엘 양에게 말하면서, 다른 이들쪽으로 얼굴을 돌려 묻다가. 곧이어 두근거리는 심음을 듣는다. 한 척즈음 되는... 짐승인가. 저것이 추락자란 말이더냐. 사내는 의아한듯하면서도, 곧이어 분노하는 그것의 앞발 휘두름에, 미하엘의 비명과 함께 뒤섞여 바닥으로 굴러 떨어진다.
"...하아. 다시 한번 말씀드립니다, 미하엘 양."
"저는 더이상 망설이지 않을 것입니다. 전투가 끝난 뒤에, 또 다시 긴 물음에 대답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여왕 폐하께서도 마찬가지입니다. 대화가 필요하다고, 말씀드리지 않았습니까."
체력이 빨려나가는 기분이 든다. 여전히 자신의 모자람을 실감하고 있었다. 속전속결로 끝낸다.
사내는 다시금 빠르게, 달려들어 그것을 향해 미끄러트리듯 검을 휘두른다. 두근거리는 심장을 향해 일직선으로 찌르려 하며.
소녀는 네차흐의 말에 고개를 끄덕인다. 말과는 달리 전혀 조심하고 있지 않는 듯한데... 그러나 곧 소녀는 눈을 동그랗게 뜰 수밖에 없었다. 아델라이데가 여왕을 향해 검을 휘둘렀고─ 저 건방진 여왕한테 한 방 먹여줬다며 좋아하기도 잠시, 상황은 순식간에 급변했다. 여왕이 곰이었어? 아니, 그게 중요한 게 아니고... 사람 찢는 저 곰탱이가 이쪽으로 오고 있잖아!
"어, 어어..."
이대로라면 다윈은 물론 네차흐와 자신도 위험해진다. 둘은 불멸자기에 죽는다 하더라도 괜찮겠지만, 다윈마저 불멸자일 가능성은... 낮겠지. 뭐라도 해야 돼! 하지만 막상 극한 상황에 놓이니 머리도 안 돌아가고, 몸마저 움직이질 않았다... 소녀는 그대로 눈을 꾹 감았다.
무언가 상황이 크게 변하리라고 예상은 했지만, 그 상황이란 게 이렇게 돌아가리라고는 전혀 생각하지 못했다. 여왕의 형상이 털이 수북한 짐승의 형상으로 변모한다. 머릿속을 직접 찌르는 것만 같던 목소리도 이제는 그저 귀에만 들릴 뿐이다. 하지만 그렇단들 여왕이 우스워지는 것은 아니다. 그 육중한 덩치가 곧장 그의 눈앞으로 덮쳐들었으므로.
그 순간 스친 생각은 하나뿐이다. 들쳐멘 사람까지 안전하게 보호할 수 있을까?
그는 다윈을 떨어뜨리듯 내려두며 알레프에게로 밀쳤다. 그리고는 자연스레 그 둘의 앞으로 나서서―
소녀는 눈을 감았지만─ 둔탁한 소리만 날 뿐 뒤집어쓴 껍데기가 산산조각나는 감각은 느껴지지 않았다. 눈을 살며시 떠보니 제 앞엔 네차흐가, 그리고 그 앞엔 어디서 났는지 모를 방패 하나가 있었다.
"네차흐! 괜찮아?"
일단 급한 대로 앞의 사람 안부를 챙겨본다. 그리고 불현듯 떠오르는 생각. 아무래도 저 방패는... 제가 제 능력으로, 무의식적으로 만들어낸 것 같았다. 마침 피로가 옅게 느껴지는 것 같기도 했으니까. 어쨌든 셋 다 무사해서 다행이었지만, 곰은 여전히 지칠 기색도 없이 다른 추락자에게 덤벼들었다. 그 대상은 소녀도 익히 알고 있던 사람이었다.
"조, 조심해!"
그리고, 소녀는 다시금 능력 사용해 칼의 앞에 방패를 만들어내려 한다. 저 사람이 죽으면 안 돼, 나중에 디저트 카페에 방문해서 피자고 치킨이고 잔뜩 먹기로 했으니까!
부딪친다면 필시 몸이 조각나고 말리라. 그리 되더라도 큰일은 아닐 테니, 다가드는 앞발을 보고만 있던 때.
까앙!
……깡?
의문 가득한 눈으로 그가 앞을 보자, 눈앞에는 커다란 방패가 여왕을 막아세우고 있었다. 아무것도 없던 허공에 낯선 물건이 나타나는 것이라면 누구의 덕택인지는 명확했다. 그는 알레프를 돌아보며 활짝 웃어주었다.
”덕분에 괜찮네. 고마워.”
누군가를 해치고자 한다면 차라리 이쪽을 계속해서 공격하는 것이 나을 텐데도 여왕은 한 자리를 집요하게 노릴 생각은 없어 보였다. 알레프의 힘이 가진 제약을 모르는 탓이리라. 그 다음 목표는 갈색 머리의 추락자. 안타깝게도 그는 목숨이 질기다는 것 외의 재주는 없었던지라, 전력으로 질주하는 곰을 따라잡기란 불가능했다. 할 수 있는 일이라고는 잠시 바닥에 내동댕이를 쳤던 다윈을 다시 부축하며 몇 마디 말을 더하는 것밖에.
“그런데, 너는 요정이 말한 여왕이 맞아?”
여왕은 요정과 ■■■를 적대하는 듯했다. 하지만 요정이 그런 여왕을 지칭할 때 썼던 어휘들은, 분명 여왕을 높이 여기는 듯한 투였다. 그렇지만 지금의 모습을 보면 그들이 말했던 여왕과 저 여왕은 아주 딴판으로 달라 보이는지라. 처음의 모습이 가짜였다면─ 어쩌면 자신을 여왕이라 칭하는 지위마저도 거짓일지도 모른다. 그런 생각이 들었다.
소녀는 감사를 표하는 네차흐를 향해 웃어보이고선, 칼 쪽을 주시했다. 다행이도 방패가 제대로 먹혀들어간 듯했다. 곧 곰은 제대로 된 타격도 먹이지 못한 채 쓰러져버렸다. 소녀도 살그머니 곰을 향해 다가갔다. 언제 다시 기력을 회복할지 모르지만, 까짓거 다 막아내면... 곰이 쓰러지자마자 제 잇속 챙겨먹을 생각부터 하는 칼을 보며, 소녀는 "자, 잠깐!" 일단 목소리부터 높이고 본다. 정확히 어떻게 해야할지 대책은 없으면서도...
"...꼭 죽여야 돼?"
여왕이라 자칭하던 곰, 막상 그것이 쓰러지자 외려 걱정부터 되었다. 죽이는 것 말고도 다른 방법은 없을까? 그리고 게임에서 보면 몰살 엔딩도 안 좋은 거란 말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