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기본적으로 상황극판의 규칙을 따릅니다. 2. 모니터 뒤에 사람 있음을 알고 언행에 주의하도록 합니다. 3. 무언가 요구하거나 부탁을 할 때에는 그에 맞는 행동을 취하도록 합니다. 4. 15금 어장으로 도가 지나친 선정적, 잔인함을 유의하여 활동합니다. 5. 활동에 있어 밝히기 어려운 질문은 웹박수를, 그 외는 캡틴에게 질문하면 성심성의껏 안내드립니다. 6. 말하지 않고 참는 것을 상대방은 이해하지 못할 수 있습니다. 생긴 문제는 속에 담아두지 말고 말해야할 것은 말하도록 합니다. 7. 무조건적인 반응은 아니더라도 인사는 기본적으로 서로 주고받도록 합니다. 8. 모두 현생이 있는 사람들인 만큼 건강도 챙겨가며 즐기도록 합니다.
처참하게 패배했다니, 나레이션 양반. 이거 너무한 거 아니오? 그러나 처참하게 진 건 명백한 사실이었기에 무어라 변명할 수 없었다.
주위를 둘러보니 자신과 같은 처지의 추락자들이 있었다. 만난 적도 있는 얼굴, 못 보던 얼굴 등... 이거야 원. 그러고보니, 주군이 기다린다 해놓고 나타나지를 않는군. 그렇게 생각하던 것도 잠시, 경비대원들이 요란한 소리를 내며 자세를 잡는 것에 드디어 여왕, 혹은 주군이 나타났음을 짐작했다.
...인데, 여전히 왕좌는 텅 비어있었다. 메구무는 황당한 얼굴로 아이리에게 말을 걸었다.
각양각색의 행색을 한 여러 사람들이 그곳에 있었다. 익숙한 얼굴 몇과 만나 보지 못한 낯선 면면 여럿이 무엇을 해야 하는지도 모르는 채 엉성하게 뒤섞인 모습이, 화려하고도 적막한 이 공간과는 어울리지 않는 듯했다. 추락자들은 여기에 있는 사람들이 전부일까? 만나길 원한다는 ‘주군’은 어디에도 보이지 않고 어수선한 침묵만 계속되었다. 그러나 그가 한 마디 꺼낸 순간, 쇠 부딪치는 소리들이 공간을 가득 울린다. 일제히 자세를 갖추며 정지한 경비병들.
그 모습 보았음에도 그는 여전히 영문을 모를 표정만 짓고 있을 뿐이었다. 가장 기본적인 예법에마저 무지한 그가 이 행동의 의미를 이해할 리는 만무했다.
음, 저런 자세를 취해야 나와 준다는 뜻인가?
나름대로의 추론이 완전히 틀려먹지는 않을 듯해 다행이다. 그는 대충 풀어져 있던 자세를 굳히고 경비병들을 따라 바르게 서 보았다.
알레프의 외침은 당당했지만 겁이 있었습니다. 니아 또한 겁을 먹은 눈치지요. 후지마 메구무가 여왕이 없음을 지적하지만, 자세를 잡은 경비대 모두는 세 사람에게 어떠한 해를 끼치고자 할 생각은 없어 보입니다. 그저 가만히 자세를
잡고
있을 뿐이죠.
★조건 충족.
https://youtu.be/NOvVErDogfU?si=gwxZUflBfvEv1cLr
상황이 변한 건 그때였습니다.
라클레시아 테시어가 엘프의 예법을 선보이고, 영이 다른 경비대를 따라 자세를 잡았을 때의 일입니다.
왕좌가 일그러진 듯이 지직거리더니 그 위에 홀로그램처럼 누군가의 모습이 비칩니다.
누군가는 소년이면서 소녀였고, 청년이었으며, 노인이자 어린아이였습니다. 불안정한 무언가처럼 지직거리던 것이 점차 안정되는가 싶더니 그레이톤의 낡은 사진과도 같은 색의 ‘무언가’가 모습을 드러냅니다.
그것은 여전히 소년이고 소녀였으며 청년이자 노인, 그리고 어린아이의 모습을 하고 있었지만 우리는 짐작했습니다. 저것이 ‘여왕’이라고요.
여왕은 우리의 모습을 보고 만족스러운 듯 웃습니다.
짐의 조각들아. 이곳에 온 것을 환영하니라. 솔직히 환영하고 싶진 않네만.
여왕이 입을 열자, 긴 이명과 함께 머릿속으로 중성적인 목소리가 흘러 들어옵니다. 여왕이 말을 잇습니다.
그래도 너희는 이것보단 예의가 있구나. 이것은 ■■■의 앞잡이, 짐의 세계를 망가뜨리러 왔느니라.
그렇게 말한 여왕이 손가락을 튕기자 왕좌의 양 옆에 두 사람의 모습이 드러납니다. 누군가들은 익히 알고 있는 추락자들, 다윈과 미하엘입니다. 새장 같은 철창 안에 갇힌 두 사람은 기절한 건지, 미동도 없이 바닥에 주저앉아 있습니다. 여왕은 이 두 사람에게 좋은 감정을 가지고 있지 않은 것 같습니다. 우리는 어떻게 해야할까요?
나름대로 용기내어 외친 말이건만 왕좌에서도, 경비대원들에게서도 별다른 반응이 돌아오지 않았다. 약간은 뻘쭘한 기분이 된 소녀, '무언가'의 갑작스런 등장에 화들짝 놀란다.
"...우왓!"
그건 홀로그램이었는데, 정확히 무어라 정의하기 어려운 모습을 하고 있었다. 저게... 여왕이야? 소녀는 저도 모르게 긴장했다. 뒤이어 들리는 이명과 곧바로 뇌리에 박히는 목소리에 눈살을 찌푸리고.
"짐의 조각...?"
의아스런 말이다. 여왕의 조각이라니? 그러나 더 깊게 생각할 틈도 없었다. 여왕의 곁에 나타난 두 추락자. 한 명은 낯선 고양이귀 소녀였고, 다른 한 명은 소녀도 만나보았던 선배 추락자─다윈이었다. 그제서야 소녀는 알 수 있었다. 여왕은 추락자들에게 좋은 감정 따윈 갖고 있지 않다고.
"왜 우릴 부른 거야?!"
소녀는 양 주먹 꾹 쥐고서 여왕을 향해 소리친다. 더 이상 겁낼 틈도 없었다. 자칫하면 다른 사람들도 위험해질지 몰라.
소년이면서 소녀, 청년이면서 노인이면서 어린아이, 그것은 무언가로 정의 내릴 수 없는 것이었다. 일단 형체는 사람이니까 사람이라고 해도 무방할지 모르지만 그것의 색채는 마치 ... 낡은 사진 속의 사람들과 같았다. 마치 어느날의 기억 속에 멈춰버린 것처럼. 일단 저것의 말을 들어보면 여왕이라고 생각해도 될 것 같았다.
" ... 추락자? "
그리고 그것의 손가락을 튕기자 아무 것도 없는 곳에서 철창이 나타났고 안에는 분홍색 머리의 소녀와 젊은 청년이 의식을 잃은 것처럼 미동도 없이 주저앉아 있었다. 그리고 나는 그들이 이번 중앙을 침범한 범인이라는 것을 깨닫고서는 얼굴을 찡그렸다. 어째서 이런 짓을?
" 일단 노여움을 푸시옵소서, 여왕 폐하시여. "
그들의 영역을 먼저 침범한 것은 저들이고 우리는 그들과 같은 추락자라는 신분이니까 이런 반응을 보이는 것도 당연하다고 생각이 들었다. 나는 일단 그들을 철창에서 꺼내는 것이 먼저라는 생각이 들어서 예를 표하고 있던 자세를 풀고선 앞으로 살짝 나아가며 말했다.
" 저희 태반은 이곳이 처음인 나그네일뿐입니다. 누군가는 낯선 마음에 두려움에 떨수도 있고 누군가는 대책을 찾아 앞으로 나갈 수도 있는 법이지요. "
하지만 어쨌든 그들이 금해뒀던 영역을 침범한 것은 자명한 사실이기에 결국은 그들의 동정에 호소할 수 밖에 없었다. 하지만 저 여왕이라는 작자는 ... 그런 동정심을 갖고 있을까.
안절부절 못 하는 사이에 테시어 씨를 비롯한 몇 명이 예를 갖추었다. 왕좌에... 무언가가 나타나기 시작했다. 그것은 난생 처음 보는 광경, 살아있는 사람이 아니라, 그래, 희끄무레한 유령같은. 아이인지 어른인지, 남자인지 여자인지도 잘 모를 그것이 마침내 모습을 드러냈다. 누군가 소리내어 행차를 알리는 일 따윈 없었지만 자연스레 알 수 있었다. 저것이 '여왕'임을.
멍하니 그것을 바라보고 있자니 다음에 찾아온 건 길게 귀를 울리는 이명이다. 관자놀이를 때리는 날카로운 소리에 반사적으로 귀를 막았다. 그러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기묘한 목소리는.. 들려오는 것이다. 아니, 듣는다기보다는 머릿속으로 흘러들어온다는 표현이 더 적절할지도 모른다.
...이것은 ■■■의 앞잡이, 짐의 세계를 망가뜨리러 왔느니라.
익숙한 소리가 흘러나왔다. ■■■, 여전히 온갖 소리를 섞어 일부러 듣지 못하게 하려는 것처럼 혼란스럽기만 한 소리가. 그것이 손가락을 튕기자 또 무언가가 나타났다. 철창 안에 갇혀 주저앉은 두 사람, 세계를 망가뜨려? 잘 이해되진 않았지만, 조용히 짐작하기만 했다. .....중앙에 침입했다는 범인들이 저들일까, 하고.
보기만 해도 답답해 보이는 꽉 막힌 공간, 왕좌만 덩그러니 앉혀있는 홀에 들어서니 고요 가득한 사방에서 기분 나쁜 시선들이 목을 죄여온다. 앞서 와있던 이들은 대부분 아는 얼굴이다. 분위기에 맞추어 입을 다물고 있으면 왕좌에 앳되어 보이는 소녀의 모습이 비친다. 귓속을 헤집는 이명에는 익숙해, 그가 하는 이야기를 잠자코 들었다. 그는 저희를 조각이라 불렀고, 그의 양옆에는 미하엘과 처음 보는 남성이 새장에 갇혀있었다. 별다른 생각은 들지 않았다. 상황이 그저 답답해서, 윈터는 한걸음 앞으로 나서며 입을 열었다.
"그래서, 하고 싶은 말이 뭔데? 본론부터 말하라고. 보아하니 네가 우릴 이 세계로 불러온 것 같진 않고, 너도 우리에 대해 아는 게 없는 것 같은데 말이야."
예전에 주민들의 말을 들었을 때처럼, 잘 들리지 않는 무언가의 단어가 여왕의 입에서 나온다. "그게 도대체 뭔데! 그리고 우리는 아무 짓도 안 했다니까!" 소녀는 한껏 격앙된 목소리로 외쳤다. 도무지 알 수 없는 일 투성이다. ■■■에 대해서도, 여왕의 추궁에 대해서도. 일순 공기가 짓눌린다. 소녀는 어떻게 저항해보지도 못한 채 끙끙대는 소리나 낼 뿐이다. 처형이라는 게 두렵진 않다. 다만 다른 추락자들에게도 피해가 갈 것은 자명하기에. 그러나 여왕의 제안을 섣불리 받아들이기도 그런 것이, 자신들은 ■■■라는 게 뭔지조차 몰랐으니까.
"..."
뒤이은 말엔 그저 씩씩거리며 여왕을 노려볼 뿐이었다. 예전 같았다면 감사는 커녕 추락 같은 거 하고 싶지 않았다 답했겠지만, 여태껏 만난 인연들을 생각하면 그게 또 나쁜 것만은 아닌 탓이었다.
여왕이 하는 말은 잘 알았다. 우리가 오고 나서부터 도시가 이상해졌고 그것의 원인은 ■■■인 것 같았다. 하지만 우리는 그것이 무엇인지, 우리랑 어떤 연관이 있는지도 알지 못했다. 애초에 어떤 발음인지도 들리지 않는 것이다. 마치 고의로 듣지 못하게 하는 것처럼.
" 그것의 이름을 찬미하던 그 요정들과도 연관이 있는겁니까? "
도서관에서 본 것은 요정이 용사를 맞이하는 그림, 그리고 그것들이 마왕을 물리치는 결과를 가진 동화책. 문득 그 동화책의 내용과 지금의 상황이 어딘가 비슷한 느낌이 들었다. 알지 못하는 이름을 찬미하는 요정들, 요정들과 힘을 합쳐서 마왕을 무찌르는 용사. 그 책의 마왕이 지금의 여왕이고 요정이 부르고 있는게 용사인 것일까. 하지만 그렇다면 어째서 그런 책을 도서관에서 소장하고 있는 것인지? 여왕을 섬기는 이 도시에서 그런 책은 금서가 되어도 이상할 것이 없었다.
뭐, 뭐라고?! 여왕의 말에 눈이 휘둥그레해진 메구무. 갑자기 모르는 곳에 떨어진 것도 억울한데, 이게 다 추락자 탓이라니? 아까 사람을 몇명 두들겨 패긴 했지만 그것 외엔 조용히(특히 퍽치기까지 당했던) 지냈던 메구무였기에 무척 억울한 일이었다. 아까까지만 해도 조용히 말을 듣고 있던 메구무는 발끈하여 소리쳤다.
"보소, 내가 널쩌지고 싶어서 널쩌진 줄 아는교?! 여기 와서 되는 일이 하나도 없었는...윽!"
여왕이 손을 휘두르자 무거운 무언가가 무릎을 꿇고 있던 메구무의 몸을 짓눌렀다. 겨우 상체를 들어 땅바닥에 이마가 닿지 않도록 한 메구무는 답도 없는 양자택일에 두손 두발 다 들었다는 듯이 이를 악물며 말했다.
"아, 알았소! 복구인지 뭔지, 도와드리면 되는거 아입니꺼!"
옘병, 유랑 좋아하네! 저 여자때문에 여기 떨어진 거였어? 메구무는 속으로 욕지거리를 늘어놓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