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기본적으로 상황극판의 규칙을 따릅니다. 2. 모니터 뒤에 사람 있음을 알고 언행에 주의하도록 합니다. 3. 무언가 요구하거나 부탁을 할 때에는 그에 맞는 행동을 취하도록 합니다. 4. 15금 어장으로 도가 지나친 선정적, 잔인함을 유의하여 활동합니다. 5. 활동에 있어 밝히기 어려운 질문은 웹박수를, 그 외는 캡틴에게 질문하면 성심성의껏 안내드립니다. 6. 말하지 않고 참는 것을 상대방은 이해하지 못할 수 있습니다. 생긴 문제는 속에 담아두지 말고 말해야할 것은 말하도록 합니다. 7. 무조건적인 반응은 아니더라도 인사는 기본적으로 서로 주고받도록 합니다. 8. 모두 현생이 있는 사람들인 만큼 건강도 챙겨가며 즐기도록 합니다.
>>236 다행히도 이름 모를 또 다른 추락자는 순순히 이끌려 함께 숨을 수 있었다. 철그럭거리는 소리가 바로 근처까지 왔을 때엔 미약한 숨소리마저도 저들에게 들킬 것 같아 냅다 숨을 참았다. 골목까지 계속 달려 도망쳐 온 탓에 안 그래도 부족한 숨이 빠르게 바닥나도 조금만 더, 조금만 더 멀리 가면 그 때, 얼굴이 새빨개질 때까지 참은 뒤에야 푸하, 하고 숨을 내쉴 수 있었다.
가, ..간 건가? 차마 골목 밖으로 나갈 용기는 아직 들지 않아서 쓰레기통 너머로 고개만 들어 저 밖을 살피기만 했다. 이대로 아무도 나를 못 찾고.. 차라리 밤이 되면 숨어다니기 좀 더 나을 텐데. 아직도 두려움에 세차게 뛰는 심장을 진정시키며 이런저런 것들을 생각하고 있을 때,
".....네?"
납치범? 대번에 어리둥절한 얼굴로 마주 눈을 깜빡인다. 이 사람, 추락자가.. 아닌가? 아니, 하지만 그 느낌은.. 안 그래도 복잡한 머릿속에 순간 제동이 걸려서 붉은 눈동자만 잠시 멍하니 쳐다볼 뿐이다. 다음 말을 꺼내기까진 제법 시간이 걸렸다.
"....아, 그, 그.. 추, 추락자들을.. 자, 자, 잡으러 다닌다고.."
모, ...모르시나요? 얼빠진 목소리로 되묻다가 입을 닫았다. 혹시 이 사람이 추락자가.. 아니면? 뒤늦게 떠오른 생각이 뇌리를 스치자 눈빛에 희미한 경계가 깃든다.
유난히 고요했다. 저 멀리서 바스락거리는 나뭇잎 소리마저도 들릴 것 같은 밤이었다. 하필이면 잠깐만 밖에 서 있어도 금방 코며 귀가 빨갛게 얼어버릴 정도로 추웠다. 앙상해진 나무 위에서 이따금씩 커다란 부엉이가 후, 하고 음산하게 운다. 낮 햇빛에 녹아서 질척해진 눈 위로 지저분하게 찍혀 언 발자국 몇 개가 작은 오두막으로 이어지고 있었다. 시리도록 맑아서 별 총총 뜬 밤하늘 아래 서 있으면 소리가, 소리가 들린다. 오두막 안에서 흘러나오는 작은 목소리다. 아니, 목소리들이다. 평소와는 달리 언 손을 녹이기 위해 불 지핀 화로도, 약초 우린 따듯한 차나 묽은 수프도 없이 그저 냉기만 감도는 그 안에서.
"이제.. 이 방법밖에 없어. 가야 해."
작지만 다급하고, 분명한 의지 담긴 목소리가 혼잣말처럼 중얼거린다. 또 다른 사람 그림자가 말리고 있었지만, 물건을 챙기는 손길은 이제 망설임 없이 분주하기만 하다. 좁은 방 안을 걸어다니는 소리가 자꾸만 날카롭게 고요함을 깬다. 유난히 큰 소리가 나면 그들 이따금씩 오두막 밖을 살폈다. 눈에 서린 것은 선명한 두려움이다. 궁지에 몰린 동물처럼 작은 소리에도 깜짝 놀라 어깨를 떨었다.
"가지 마, 제발, 응?"
설명하면 돼, 다들 알아 줄 거야. 반쯤 울음 섞인 목소리가 속삭이듯 흐느낀다. 그러나 그것마저도 떠나는 자의 발걸음을 막기엔 역부족이다. 끼이익, 하고. 낡은 오두막 문이 무거운 소리를 내며 열렸다. 차가운 칼바람이 옷깃 사이를 헤치고 파고든다. 잘 있어. 마지막 인사는 때마침 불어온 돌풍 소리에 파묻혀 희미하게 흩어져 버렸다. 남은 기름을 긁어모아 희미하게 지핀 랜턴 불빛만이 나무 사이를 가르고.
열린 문을 닫을 생각은 미처 못 하고, 숲 안쪽 어둠으로 그것이 사라질 때까지 바라보고만 있었다.
알 수 없는 사람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읽어낼래도 쉬이 읽어낼 수 없는, 어떤 생각을 하는지 전혀 알 방도 없는. 허공을 맴도는 시선을 따라가 뭔가를 찾으려 들었다가, 그 끝에 아무것도 없음을 깨닫고 궤적을 되돌아온다. 바로 옆에 함께 웅크리고 있지만, 여전히 아무것도 알 수 없는 옆얼굴만을 뚫어져라 보고 있다가. 한참 뒤에 튀어나온 작은 소리에 어깨를 들썩 떨었다. 경계한 게 무색하게 이어진 말은 또 다시 영문 모를 것들이다.
뭐라 덧붙일 말도 쉽사리 떠오르지 않아 계속 여자를 보고 있었다. 쓰레기통과 벽 사이 틈새에 박히듯 주저앉아서. 치마를 터는 손길, 새까만 머리카락 끝과 허리춤의 칼, ....칼? 역시 위험한 사람인가 싶어 조금 더 구석으로 몸을 우겨넣으려고 했을 때,
".....히,"
악의 없이 내민 손에 잔뜩 겁 먹어선 이상한 소리가 새어나왔다. 머릿속을 가득 채우고 사라질 기미 없는 무서운 상상들 탓이다. 몸을 잔뜩 웅크렸다가, 한참 아무 기미도 없자 조심스레 고개를 들었다. 잡으라는 듯이 눈 앞에 내밀어진 손, 상대의 얼굴과 손바닥 사이를 시선이 널뛰다가 조심스럽게 내민 손을 잡았다.
"....도, 도망.... 안, 치세요? ...언니는..."
손을 잡고 일어난 뒤, 한참을 우물쭈물하다 그렇게 말했다. 계속 여기에 있다간, 돌아온 경비병들에게 그대로 잡힐 지도 모르니까.
노암은 양을 세는 꿈을 꾸었다. 양 한 마리, 양 두 마리, 일흔 마리, 일백 마리…. 어디까지 세었는지 잊어버렸을 무렵 그의 눈이 뜨였다. 그리고 몸을 관통하는 거센 바람의 힘을 느낄 수 있었다. 높은 창공의 공기는 폐가 오그라들 만큼 차가웠고 닭살이 돋을 만큼 거칠었다. 어느 복잡한 생각을 할 겨를도 없이 순식간에 땅과 가까워지고 있다는 걸 깨달은 노암은 있는 힘껏 몸을 휘저어 봤지만, 떨어지는 속도를 조금도 더디 할 수 없었다. 하얀 이불처럼 하늘과 궁창 사이 가득히 깔린 구름을 뚫자 보이는 것은 광활한 크기의 녹림과 드문드문 보이는 산, 세상을 밝히 비추는 햇빛.
“아…….”
그 경치에 노암은 아주 잠깐, 떨어지고 있다는 사실도 잊고 탄성을 뱉었다. 그러나 변하지 않는 사실 하나.
노암, 당신 지금 떨어지고 있어요…!
“아, 아아아아아! 사람 살려요―!”
노암의 몸이 처음 닿은 곳은 다행히도 높게 자란 백향목의 잎 무성한 가지였다. 첫 가지에서 튕겨 나간 사람은 떨어지며 다른 가지에 긁히고, 부딪히며 계속 떨어진다. 이를 열댓 번 반복했을까. 노암은 드디어 풀이 무성한 땅에 철퍼덕 내리꽂혔다. 그는 쓰러져 버린 채 정신없이 뛰는 가슴을 움켜쥐고 숨을 가쁘게 내쉬었다. 나무가 충격을 받아주었기에 망정이지, 그저 땅에 부딪혔으면 매에 간 콩처럼 몸이 쪼개졌을 텐데. 노암은 이제야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나 아직도 살아있구나. 살아있는 거구나.
그러나 잠시 후 노암은 닭똥 같은 눈물을 뚝뚝 흘려냈다. 주인의 집이 송두리째 불타고 아무것도 해볼 겨를도 없이 언덕으로 도망쳤건만, 남은 이들도, 나를 죽이려 했던 우헬 족속도, 벗들도 모두 어디론가 사라졌다. 어쩌면 내가 그들을 놓치고 이탈했을지도 모르는 일이지. 내가 그만 풀뿌리에 걸려 넘어져서, 내가 남은 이들을 놓쳐 버린 거야. 노암은 그리 생각하면서도 누가 들을까 두려웠는지 숨을 죽이며 흐느꼈다.
몇 분의 시간이 지난 후 노암은 마음을 추스르고 일어났다. 주위를 둘러보니 보이는 건 빼곡하게 솟아오른 수많은 나무와 풀들이었다. 위에서 보았을 땐 큰 뭉텅이처럼 보였는데, 인제 보니 그 나무 한 그루 한 그루가 숲을 구성하는 큰 기둥이다. 향긋하고 개운한 숲에서 나오는 향기가 노암의 정신을 한결 더 환기했다. 노암은 두 손으로 차가워진 볼을 짝 두들겼다.
“이대로 있어봤자 아무것도 해결되지 않을 거야…. 주인님…, 주인님을 찾아야 해.”
다른 모두도. 더 이상 주저앉을 시간은 없다고 생각한 노암은 정보를 얻으려 도시로 향하고자 마음을 먹었다. 어느 길이든 따라가면 사람 거할 곳이 나오겠지. 그 길 또한 사람이 만든 것이니. 한데 왠지 등 뒤가 허전했다. 매고 있던 가죽가방이 사라지고 만 것이다.
“…내 가죽가방!”
그 안에 내가 쓸 물건 모두가 들어있을 텐데! 노암은 나무 주위를 샅샅이 돌아보았으나 허리띠에 매어 둔 나침반 외엔 찾지 못했다. 혹시나 해 맨 처음 떨어진 나무 쪽으로 고개를 돌리니 아니나 다를까. 나무 꼭대기에 대롱대롱 걸려 있는 저것이 자기 가방이다. 노암은 사뿐사뿐 가방이 있는 나무 쪽으로 걸었다.
그런데 노암의 발목을 무언가가 갑작스레 묶어 챘다. 그는 헉 소릴 내지도 못한 채 순식간에 옴짝달싹 못 하도록 제압당했다. 이후로 들리는 서늘한 목소리.
“너, 먹어도 돼-?”
이젠 붉은색 사람(저걸 사람이라 해야 할까? 하기야 사람처럼 보이긴 하다 마는) 이 자기를 잡아먹겠단다. 말투도, 행동거지도 사람과 비슷하긴 한데 무언가 어눌하고 싸늘하다. 마치 사람이란 것을 따라 하는 것처럼 보인다. 잡힌 발목에서 느껴지는 감촉은 틀림없는 식물의 느낌이다. 노암은 저것에서 강한 두려움을 느꼈다. 사람 하나를 손쉽게 싸맬 수 있는 악력을 가진 존재가 한입에 삼키지 못할 이유도 없었기 때문이다. 노암의 등줄기에선 소름이 오소소, 식은땀이 송골송골 맺힌다. 노암은 어찌할 바를 모르고 머릿속에서 가장 처음 떠오르는 말 한마디를 저 존재에게 던졌다.
situplay>1597049117>847 하마터면 회귀자는 당신에게 있어 상식이 통하지 않는 괴이로 판단될 뻔했지만, 가까스로 괴이에서는 벗어나게 되었다. 물론 회귀자 본인이 그 사실을 알 리는 없었다. 그저 당신이 놀란 게 왜지? 하고 생각했을 뿐이라는 거다. 다행이라면 다행이었다.
어찌되었건, 당신이 이런저런 생각을 하는 동안 회귀자도 많은 생각을 정리했다. 감히 말하건대, 저만큼 많이 추락한 자도 찾아보기 힘들 거다. 그런 자신이 당신 같은 추락자를 만난 건 또 처음이었다. 그러니까, 보통은 수인의 모습을 하거나, 동물의 모습을 하더라도 역관절의, 보통은 퍼리라고 불리는 모습들이었으니.
추락자의 형태가 자유롭고 다양하다는 건 알고 있었지만, 이쯤 되면 자신도 어디에 가서 나는 이만큼 압니다, 하고 말하는 것도 불가한 게 아닌지······.
“아, 예. 원한다면 직접 확인도 가능합니다. 하지만 적어도 이곳은 우리가 아는 만큼이 전부라고 할 수 있겠네요. 그게 굳이 따지면 물리적인 한도에 가깝지 않나 싶습니다만.”
당신의 질문에 헛생각을 하던 회귀자는 정신을 차리고 차분하게 답변했다. 당신이 말하는 두 조건(?) 중 가장 가까운 것을 이야기하면서, 떠오른 게 있다는 듯 덧붙인다.
청년이 제 뺨에 붙은 비늘을 긁적였다. 낯선 상대의 제안에 조금이라도 고민하는 투를 내는 것이다. 그래봤자 대답은 정해져 있었지만─
"─추락자?"
생전 처음 듣는 단어에 청년은 고개를 기울였다. 추락자, 추락자라─ "추락자라고 하는구나." 그가 두어 마디 덧붙였다. 어떤 연유에서 그렇게 부르는지 알 것 같았다. 말 그대로 떨어진 사람. 상대의 발언으로 미루어보건대 추락자는 여럿 있는 듯했다. 숲에서 만난 남자와 눈 앞의 인간 외에도. 그리고 그의 부연 설명이 이어졌다. 추락자들은 토착 원주민들에게 환영받지 못하고 있다고. 어느 곳이나 외부인을 배척하는 건 매한가지인 것 같았다. 사실 주민들의 행동은 현재로썬 지극히 극단적이었지만─ 방금 마악 추락한 청년에겐 어디에나 흔히 있는 반목처럼 들렸을 뿐이다.
"응, 같이 갈게."
청년은 고개를 끄덕였다. 이런 불청객도 맘 편히 머무를 곳이 있다면 가지 않을 이유가 없었다. 그리고 물도 있댔고─
나쁜 사람이 아니란 말에 무어라 반발하려고 했다가 말문이 턱 막혔다. 기억을 되짚어 보면 그들이 직접적으로 해를 끼친 적은 또 없는 것 같아서. 하지만 나쁜 사람들이 아니라면.. 왜 아무 일도 하지 않은 우리를 잡아가려고 해? 생각할수록 혼란스러움만 배로 늘어서 우물쭈물, 결국엔 작게 꿍얼거리는 소리만 입 밖으로 뱉는 게 전부였고.
"....네, 네?"
등골에 오소소 소름이 돋았다. 주변에, 까, 깔려.. 있다구요? 뭐가요? 미처 되물을 시간도 없이 쇠 찰그락거리는 소리에 진동하는 골목 공기. 도망갈 곳을 찾아 급히 시선을 돌리지만 이제.. 어디에도 도망칠 수 있는 곳은 없다. 포위당하는 와중에도 가까워지는 게 싫어서 이리저리 뒷걸음질을 쳐 보기만 할 뿐.
..우리의 주군이 그대들을 만나길 바랍니다.
또 같은 말을 반복하며 다가오는 모습이 제법 소름끼쳐서, 겁에 질린 비명이 새나왔다. 다행히 당장 공격할 것처럼 위협적인 분위기는 아니었으나, 무거운 공기에 꽉 짓눌려서 숨 쉬는 게 조금 답답해진 것 같기도 하다. 주위를 감싼 경비병 무리에게 이끌려 골목 밖으로 밀려나왔다. 거리를 지나다니던 인파의 시선이 쏠렸다. ...곱지 않다. 물론.
"어, 어, 어쩌죠..."
이, 이대로 도착하면 모, 모, 목이라도 잘리는 거, 아아아닌지, 경비병들이 아직 그 무엇도 알려 주지 않았는데 벌써 울상이 되어서 걱정 투성이다.
그는 여전히 피가 멎지 않는 뺨을 빤히 바라보았다. 긁힌 상처 정도는 내버려두거나 연고를 바르면 자연히 나아지는 것이 당연하지만, 안타깝게도 그에겐 그런 최저선의 상식마저도 존재하지 않았다. 그의 관점에서는 상처란 반드시 그 위를 덮거나 막는 등 어떤 식으로든 ‘처치’해야 하는 문제였던 것이다. 그나마 타인과 자신이 같지 않다는 것만은 인지하고 있어 다행이었다. 눈 가늘어지며 고개가 기운다. 고민하느라 작게 앓는 듯한 소리를 내던 그가 결국 물었다.
“사람들은 보통… 어느 정도로 다쳐야 위험해?”
이제 와 묻기엔 다소 늦은 감도 있지만─ 지금껏 비슷한 문제가 없지도 않았고, 이 세계의 바뀌어가는 분위기를 고려하면 알아 두어야 좋을 듯하니 말이다. 그리고는 자신의 부상을 묻자 “나도 괜찮아.”라는 짧은 말로 답을 마쳤다. 상처가 전혀 없는 것은 아니지만 크게 다쳤다고 할 만한 부상은 아니다.
문답이 돌아간 직후의 짧은 정적 사이, 불어오는 바람에 잠시 시선이 저편의 경치에 머물렀다. 어느샌가 풍경이 바뀌어 있었다. 그러고 보면 기온도 조금 달라진 것 같고, 꽤나 멀리까지 오게 되었다. 먼발치를 구경하는 동안 번쩍 뜨인 눈과 함께 인기척도 조금 가까워진다. 그는 고개를 끄덕이며 곧장 답했다.
“응. 도와준 사람도 있거든.”
그리 말하는 표정에서 뿌듯한 기색 훤히 엿보인다. 그러다 이어지는 말에 이번에는 고개를 저으며 말하는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