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마금을 모티브로 하고있지만 잘 모르셔도 상관없습니다. ※상황극판의 기본 규칙과 매너를 따릅니다. ※서로를 존중하고, 먼저 배려하는 마음가짐을 가집시다. 모니터 너머의 이용자도 당신처럼 '즐겁고 싶기에' 상황극판을 찾았다는 것을 기억해주세요. ※오고 가는 이에게 인사를 하는 자세를 가집시다. ※상대를 지적할때에는 너무 날카롭게 이야기하지 않도록 주의해주세요. '아' 다르고 '어' 다릅니다. ※15세 이용가이며 그 이상의 높은 수위나 드립은 일체 금지합니다. ※특별한 공지가 없다면 스토리는 토요일과 일요일 오후 7시 30분~8시쯤부터 진행합니다. 이벤트나 스토리가 없거나 미뤄지는 경우는 그 전에 공지를 드리겠습니다. ※이벤트 도중 반응레스가 필요한 경우 >>0 을 달고 레스를 달아주세요. ※계수를 깎을 수 있는 훈련레스는 1일 1회로, 개인이 정산해서 뱅크에 반영하도록 합니다. 훈련레스는 >>0을 달고 적어주세요! 소수점은 버립니다. ※7일 연속으로 갱신이 없을 경우 동결, 14일 연속으로 갱신이 없을경우 해당시트 하차됩니다. 설사 연플이나 우플 등이 있어도 예외는 아닙니다. ※기존 모카고 시리즈와는 다른 흐름으로 흘러갑니다. 따라서 기존 시리즈에서 이런 설정이 있고 이런 학교가 있었다고 해서 여기서도 똑같이 그 설정이 적용되거나 하진 않습니다. R1과도 다른 스토리로 흘러갑니다. ※개인 이벤트는 일상 5회를 했다는 가정하에 챕터2부터 개방됩니다. 개인 이벤트를 열고자 하는 이는 사전에 웹박수를 이용해서 허가를 받아야 합니다. 이벤트를 진행하는 이는 계수 10%, 참여하는 이에겐 5%를 제공합니다.
과거에 정하가 은우에게 메트로폴리스 관련 보고서 올렸을 때도 '지금 하는 일에 손 떼고 여기에 더 깊이 파고들지 말라'는 지시를 내렸을 정도로 에어버스터조차 예의주시하고 있는 것이 메트로폴리스고, 은우도 태오에게 들은 게 있어서 거기가 나리가 주축인 암부의 돈세탁 장소인걸 알아. 동시에 메트로폴리스는 위키에 나와있듯 '여러 위험한 스킬아웃과 상호 공존관계를 맺고있다' 라서, 도박장엔 질 나쁜 스킬아웃들이 득시글하지. 신호등에 사람 매단 블랙 크로우와 같은 위험도의 녀석들이야.😒
그런 위험하기 짝이 없는 곳에 학생이 드나들고, 저지먼트가 계속 드나들면 메트로폴리스 측에서도 민감하게 반응할 수밖에 없고, 경우에 따라선 '에어버스터' 당해서 메폴과 백서휘가 서사에서 사라질 수도 있다고 보거든, 나는.🤔
그리고 아마 서연이가 찾아가서 만난다 한들 나리 쪽에서는
"당돌한 제안이긴 하다마는 에어버스터가 그 애 부모니? 하지 말라고 주변에서 말렸고 나 또한 마지막 기회라 했단다. 하지만 스트레인지로 온 것도 그 아이, 하물며 본인이 직접 서명까지 하는 내부 대출 시스템으로 3억을 당겨 쓴 것도 그 아이. 미안하지만 학생, 저지먼트 일을 하고자 한다지만 모순적이구나. 지금 밑에서 도박에 흥청망청 인생 쏟아붓는 스킬아웃은 같은 미성년자라도 스킬아웃이라 신경 쓰지 않는 모습이."
하면서 녹취록 들려줄 거야
- 자, 지금부터 녹음 시작할 거란다. 마지막 기회야, 학생. 더 말하지 않아. 지금이라도 아르바이트로 갚으면 학생이 갚을 수 있는 한도에서 변제해줄 수 있어. - 아뇨, 할게요!!! 할 수 있어요, 딱 한 판이잖아요!! - 나는 분명 말렸어, 학생. (이후 패 섞는 소리) (패 내리치는 소리와 홍단, 고도리, 비삼광 등의 고스톱 용어.)
이런 녹취록. 그리고 녹취록 끄면서 눈 슬쩍 드러내고는
"여기는 스트레인지다. 다시는 내게 이런 양심있는 말 들리지 않게 하렴, 학생. 아무리 에어버스터가 여기를 박살낸들 이 자리에서 죽은 사람은 살아 돌아오지 않거든……. 목숨 귀히 여겨야지."
하더니 반응 보고 껄껄 웃으면서 초콜릿 가득 담긴 상자 밀어주지 않을까~
"농담이다 농담! 요즘 아이들은 놀려먹는 게 재밌어. 자, 먹으렴. 아저씨가 특히 좋아하는 건데 속에 커피가 좀 들어있어서. 카페인 민감하면 다른 걸 주마. 뭐, 이미 빚 변제해달란 요청이 들어왔거든." "성인까지 꾸준히 주 4일, 5시간씩 주휴수당 제외한 아르바이트 해야만 갚을 정도로 변제해줬지! 본인 잘못도 있다며 사정사정을 하기도 했고, 나도 에어버스터 얼굴 두 번은 보기 싫었으니 말이다. 눈빛도 살벌하거니와 젊은 애가 왜 인생이 그렇게 꼬였다니?"
>>53 태오주 으와와아 @ㅁ@ 이렇게까지 상세하게 풀어 주실 줄은 몰랐는데 감사해요 >< 이전에 메폴 관련 여러 일이 있었네요 👀👀👀 저런 얘기 들으면 스트레인지 얼씬도 못하고 살던 서연이는 이래저래 충공깽이겠어요 나리는 역시 무섭고(호달달) 이 참에 양아름이 도박은 백해무익하다는 걸 배울 수 있기나 바래야겠습니다...(먼눈)(옆눈)
보호자 면담은 내담자 상담이 끝난 후 이루어진다. 정인은 느릿하게 선경의 사무실에서 나오는 리라를 응시하다가 뒤이어 사무실 안으로 걸음했다. 따스한 햇살이 드는 방 안, 같지만 다른 백의를 걸치는 나이 든 여성이 그를 반긴다.
"어서 오세요, 정인 연구원님~ 전화로만 종종 말씀 나눴지 이렇게 제대로 만나뵙는 건 처음이네요." "안녕하십니까." "네, 앉으세요. 차 드릴까요?" "아뇨. 괜찮습니다. 금방 가 봐야 해서요."
부드럽게 웃어보인 선경은 이내 허리를 바로 세우고 정인을 마주보았다.
"네. 그럼 간단히 말씀드릴게요. 연구원님께서 리라 학생에 대해 가장 궁금한 건 무엇일까요?" "아뇨... 전 선생님께 말씀 드릴 게 있어서 온 겁니다." "어머, 그런가요? 어떤..." "이리라 학생이 얘기하지 않았나 봅니다. 상담소를 바꾸기로 했거든요." "아~"
연신 같은 표정을 고수하는 건 피차 마찬가지지만 정인은 변함없이 웃고 있는 저 얼굴에서 기묘함을 느낀다.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 거지. 온기 가득찬 방 안이 못내 껄끄럽다.
"그 이야기는 들었어요. 바꾸고 싶지 않다는 말도 들었고요. 실례되지 않는다면 반드시 상담소를 변경해야 할 이유가 있는지 여쭤봐도 될까요?" "상담 받는 장소와 약 처방을 받는 장소가 나뉘어져 있는 건 학생의 시간 관리에 비효율적이기 때문입니다." "네, 그렇군요. 그리고 또 다른 이유도 있나요?" "이것만으로도 충분한 이유가 된다고 생각합니다. 이리라 학생은 안 그래도 참여하는 활동이 많아서 언제나 시간이 모자라니까요." "그렇군요~ 하지만 리라 학생은 비효율을 감수하고서라도 이곳에서 상담받고 싶다는 입장이던데." "그건 학생이 정하는 게 아닙니다."
침묵.
"정인 연구원님. 상담을 받는 건 학생이에요. 그리고 센터는 내담자의 의견을 가장 최우선으로 둡니다." "괜찮습니다. 마지막 상담일에는 자발적으로 작별 인사를 하러 올 테니까요."
또다시 침묵. 그러나 이번에는 예상치 못한 말이 이어졌다.
"리라 학생 말에 따르면, 정인 연구원님과 저희 센터의 선생님 중 한 분이 사이가 좋지 않다고 하더라고요." "......상당히 갑작스러운 말이군요. 이 일과는 무관합니다. 그렇게까지 큰 문제도 아니고요." "아뇨. 큰 문제이지 않나요. 얼마 전 두 분이 대화하는 걸 우연히 들었답니다."
탁자 아래로 숨겨진 정인의 손끝이 꿈틀거린다. 밝은 갈색 눈동자는 그처럼 자연스러운, 커리큘럼을 받지 않았음이 명백한 색깔임에도 불구하고 어딘가 불쾌하다. 하여간 처음부터 지금까지 쭉 마음에 들지 않는 작자. 면대면으로 마주앉아 대화하면 아주 약간이라도 인상이 달라질까 싶었거늘, 대단한 착각이었다.
"저희 센터에서도 시즈 연구소에 대해서는 익히 알고 있어요. 그곳이 얼마나 잔혹한 곳이었는지도, 시작과 끝에 이르기까지 무슨 일이 있었는지도." "......그걸 그쪽이 어떻게." "정인 연구원님이 그곳의 가르침을 착실히 따르고자 하는 분이라는 것 또한 알고 있습니다." "이봐요." "하지만 선 아녜스 아동 청소년 복지 센터는 인첨공에 살아가는 아이들을 위해 존재하는 곳이에요. 모든 센터 소속 인원들은 아이들의 의견을 최우선으로 존중하고, 이 어려운 도시에서 보다 행복한 삶을 살 수 있게 도우려고 노력한답니다."
"그래서 저는 리라 학생의 의견을 되도록 존중해 줄 거고, 정인 연구원님의 일부 방식에도 동의할 수 없어요. 예전 약물 커리큘럼 때 그랬듯이요." "내 방식이 뭐가 어쨌다고, 그보다 다 알면서 엄시현을 고용했다는 겁니까? 그 인간도 나와 똑같은— 아니, 더한 인간인데요. 그걸 전부 알면서 아동복지를 표방하다니 너무 위선적인 것 아닙니까?"
위선이라. 선경은 정인을 가만히 바라보다가 다 마신 종이컵을 거둬들여 책상 아래의 쓰레기통에 버린다. 그리고 흔들림 없는 목소리로 말을 이어나갔다.
"반성 없이 악행을 계승하는 사람과 위선일지언정 선행하고 있는 사람 중 어느 쪽이 당장 고통받는 아이들에게 도움이 될까요." "......무례하군요. 당신은 이쪽 사람들이 하는 일을 마냥 악행으로만 보는 겁니까?" "아뇨. 연구원 또한 숭고한 직업이라고 생각해요. 하지만 학생의 몸과 마음을 갉아먹는 커리큘럼은 악행입니다."
더 들을 것도 없다. 정인은 의자를 박차고 일어났다.
"저번 통화 때 커리큘럼은 전적으로 연구원의 관할이라고 말했던 건 선경 선생님 본인이십니다. 그리고 커리큘럼을 떠나서 이리라 학생이 성인이 되기 전까지 인첨공 내부에서 법적 보호자 역할을 공식적으로 맡는 건 담당 연구원이고요. 여기에 한낱 외부인 상담사가 끼어들 구석은 없습니다." "알아요. 하지만 정인 연구원님께서 말씀하셨듯이 연구원님에게는 연구원님만의 지향점이, 저에게는 저만의 지향점이 있으니까요. 제가 지향하는 세상은 아이들이 행복한 세상이랍니다."
그리고 제 지향점은 곧 센터의 지향점과 맞닿아 있어요. 우리는 그것 하나로 모인 사람들이니까요. 가만히 읊조린 선경은 더 이상 눈높이가 맞지 않는 정인의 시선을 따라가며 미소짓는다.
"보호자로서 담당 학생을 살피고 보호해주세요. 이야기를 들어주고 소통을 해주세요. 그렇게만 해주신다면 한낱 외부인 상담사는 끼어들지 않아도 될 테니까요."
돌아오는 답변은 없었다. 이윽고 정인이 사무실을 나가자 선경은 짧은 한숨을 내쉬며 상담 차트를 두드렸다.
'센터' 는 정황이 보다 명확해야만 개입할 수 있다. 그러나 부디 그럴 만한 상황이 일어나지 않기를 바란다.
"이렇게 귀엽고 얌전한 이쁜이 담당인게 뭐 그렇게 어렵대- 쭌- 엄살이 너무 심하당-" "네가 한 번 겪어보면 다신 그 말 못 한다. 내 전재산 다 걸고 장담해." "또 또- 요 엄살쟁이! 하여간 못됐다니까!" "두고 보던가. 내가 정말 엄살인지, 현실은 더한지."
유준과 그런 대화를 나눴던게 얼마 되지도 않았건만 정말로 그 말을 체감하는 경험을 이리 빠르게 하게 될 줄은 천하의 이 진도, 감히 예상하지 못 했다.
이 정신 나간 인첨공에서 별별 사람을 다 겪고 온갖 일을 저지르며 살았다고 생각했는데 이 바닥 어딘가에서 그런 일이, 그리고 이런 사람이 있을 줄은...
고작해야 열일곱 소녀가.
목화고등학교에서 꽤나 논란이 될 법한 일이 일어났다고 진은 개인적인 인맥을 통해 전해들었다.
두 여학생이 서로 치고 받았다는, 아니, 한 명이 일방적으로 얻어맞고 계단에서 낙하까지 했다는 그 광경을 구경하던 학생들이 고스란히 보게 되는 충격적인 전개였다.
그리고 더 놀라운 사실은 일의 주체 중 한 명이 현재 진이 근무하는 연구소 소속이며 진이 일의 관할로 담당하고 있는 학생이었다.
"에- 또 귀찮게 되겠네-"
그 연락을 받은 진은 별 생각이 없었다.
자극과 스트레스에 예민한 애니까 또 한동안 컨디션 챙겨주는 것에 신경써야겠구나- 정도였다. 그러니 오늘 연구소에 온다면 일단 맛있는 거 먹이고 드라이브로 기분 전환이라도 시켜줄까 하고 있었는데.
"어? 진짜?" "그럼 가짜겠냐."
오늘 그 애가 안 온다고, 유준이 말했다. 오늘만이 아니라 내일도랬다. 등하교도 알아서 할 테니 안 와도 된다 했다. 거짓말 치지 말라고 했지만, 유준은 내가 왜 시간낭비 하겠나며 딱 잘랐다.
"흠- 그럼 나 뭐해?" "퇴근해. 내일은 오지 말고." "오옥케- 외로우면 연락해용 준쨩-" "X랄 그만 하고 가라, 좀."
뜻밖의 휴일을 얻은 진은 다음날까지도 별 생각 없이 본업에 집중했다. 직장동료 A와 B와 함께 새로운 영상 작업을 하고, 스튜디오에 쌓인 잡동사니를 정리하는 목적으로 가지고 놀고, 쓸데없는 물건들을 새롭게 쇼핑해서 기껏 비운 자리를 채우고...
"진진, 제발 청소를 하던지 정리를 하던지 하나만 해." "응- 나중에 청소- 악!" "제발 나잇값 좀 하자. 이것아."
간만에 직장동료들과 노는 시간도 가지며 평화로운 시간을 가졌다.
그렇게 만 하루가 지나고, 다음 날, 점심시간 쯤이었다.
"느엥?"
<[진 씨] <[이따 저녁에 시간 있어요? 4학구에 가고 싶은데]
그 애한테서 먼저 톡이 왔다. 진이 기억하기로 처음이었다. 항상 진이 먼저 스팸급으로 보내야 사무적인 단답 몇 개 받는게 고작이었다.
그런데 하루 안 본 사이, 선톡이 오고, 심지어 말투도 제법 평범했다. 진은 이게 무슨 일이냐고 생각하며 답장을 보냈다.
[시간 완전 차고 넘치지!]> [내 시간은 언제나 우리 이쁜이 거>.0]> <[그럼 이따 수업 끝날 시간에 맞춰서 정문으로 와주세요] <[4학구 미술관이랑 쇼핑 좀 하러 갈 거에요] <[같이 가요] [오키★도키]> [이따 봥 이쁜아ㅏㅏㅏㅏ!!!!!!!!!!!!!!!!!!!!!!!]> <[ㅋㅋㅋㅋ 네]
"와 머임? 이게 머임?"
그 이쁜이가 쇼핑을 하고 같이 가잔 소리를 하고 심지어 ㅋㅋㅋ까지 쓴다고? 대체 무슨 일이 있었길래?
진의 짐작에 걸리는 일은 최근의 그 일 밖에 없었다. 그래서 그 애의 수업이 끝날 때까지 시간이 남았으니 조금 더 조사해 보기로 했다.
"뇨로롱-"
오랜만에 진의 고오급 인맥 찬스를 쓸 때가 왔다. 개인 컴과 태블릿과 폰까지 연달아 늘어놓은 진이 손을 바쁘게 놀렸다. 인튜브부터 시작해 온갖 플랫폼들을 들락거리며 목화고 폭행 사건에 대한 정보를 수집했다.
수집하다보니 그 사건 말고도 요즘 자잘하게 일이 많았다. 아무래도 리버티니 뭐니 사회적으로 시끄럽기 때문인 듯 했다. 그러니 그 애의 사건도 그 연장선이겠거니 했는데 그랬는데.
"...이게, 지금..."
일의 진상과 그 뒤에 깔린 그늘을 알아버린 진은 차라리 모르는게 나았겠다고 생각했다. 적어도 이 정보를 수습할 수 있는 시간이 있었으면 좋았을 텐데 정신 차려보니 당장 준비하고 나가야만 했다.
처음으로, 못 가겠다 연락할까 했지만 왠지 그러면 안 될 것 같았다. 그 연락으로... 뭔가가 들킬 것 같았다. 그래서 급하게 준비를 하고 차를 몰아 목화고로 출발했다. 가는 내내 어떻게든 표정 관리를 해보는게 고작이었다.
어찌저찌 목화고 정문 앞에 도착하니 이제 막 종례가 끝났는지 학생들이 하나 둘 나오고 있었다. 늦은 건 아닌 듯 해서 다행이라 생각하며 차에서 내려 문에 기댄 채 나오는 학생들을 구경했다.
"음- 이쁘다 이뻐- 풋풋해-"
한창 파릇한 고등학생들을 보며 어느새 심란함을 잊은 진은 저멀리 그 애- 천혜우가 나오자 반갑게 다가갔다. 그 애가 교문을 넘기 무섭게 달려가서 끌어안고 호들갑스럽게 반겼다.
"이쁜아-! 오구구 보고싶었엉- 하루 안 봤는데 더 이뻐졌네에!"
주변 눈치 보지 않고 행동하는 건 진의 종특이었지만-
"킥킥... 저 봐..." "진짜인가 봐..."
어쩐지, 귀가 간지러웠다. 그 찝찝함의 출처를 찾기 전에 끌어안긴 그 애가 반응했다.
"갑자기 불러서 죄송해요. 진 씨. 오늘 바쁜 일 있었던 거 아니죠?" "응? 응? 아냐 아냐! 이쁜이가 언제 불러줄까 하고 오매불망 기다리고 있었지용?" "그랬어요? 다행이네요. 그럼 이제 갈까요?" "옥케- 에스콧 해드리겠습니당 아가씨-" "프흐흐, 네에 네에."
진은 처음 보는 그 애의 웃는 얼굴에 잠시 눈을 끔뻑였다. 어째서인지, 잊었던 심란함이 슬그머니 고개를 들 것 같아 더 느껴지기 전에 그 애를 데리고 차에 올랐다. 손수 조수석 문을 열어 그 애를 먼저 태우고 운전석에 탄 진은 네비를 4학구 미술관으로 지정하며 말했다.
"어디 보자- 미술관 갔다가 쇼핑? 저기 중심가로 갈 거지?" "아, 아뇨. 오늘은 4학구 쇼핑 센터에 가려구요." "응? 굳이? 아니다, 굳이는 아닌가? 그런데 왜?" "찾는 물건이 거기 있을 거 같아서요."
진은 대화를 이으며 차에 시동을 걸고 출발시켰다. 부드럽게 도로를 따라 주행하는 차 위로 오후의 햇살이 참 밝기도 했다.
"흐흥-뭐 찾는데엥? 누구 줄 선물이라두?" "어라, 어떻게 알았어요? 신세 진 사람에게 줄 것을 좀 찾고 있어요. 받을지는 모르지만." "에이! 우리 이쁜이가 주는 건데 당연히 받지! 누구야 누구 이쁜이 선물 안 받겠다는게! 말만 해- 내가 그냥 확!" "프흐, 앞 보고 운전에 집중이나 하세요. 안전운전 안 한다고 선생님한테 일러요?" "게엑 그건 안 돼- 그러면 월급 깎여-" "그러면 처신 잘 하시라구요- 어디 보자, 지금 제한 속도 살짝 넘은 거 같은데?" "악! 아님다! 시정하겠슴다!"
처음으로 그 애와 일상적인 대화를 하며 4학구로 향했다. 시간이 너무 늦진 않을까 싶었지만 미술관에 도착하니 제법 여유로웠다.
차를 주차하고, 그 애와 같이 내린 진은 미술관도 함께 들어갔다. 그 애는 들어가면서도 얘기를 했는데, 오늘 오자고 한 이유가 레이브의 신작을 보기 위해서라고 했다. 왜 공개된 첫 날 오지 않았냐고 되묻자 그 때는 사람이 많지 않냐며, 느긋하게 보고 싶었다는 대답이 돌아왔다.
"흐음- 나야 이쁜이랑 오니까 더 좋지만?" "진짜 말 하나는 잘 한다니까요. 진 씨는."
미술관에서의 동선은 온전히 그 애의 흐름을 따라갔다. 그 애는 거의 레이브의 작품만 보러다녀서, 지루한 동선은 아니었다. 화폭에 담긴 작품들부터 하나하나 찬찬히 감상하고 다음은 안드로이드 작품으로 향했다.
레이브의 안드로이드는 크게 인공지능이 있는 것과 없는 것으로 나뉘었다. 그 중 없는 쪽인 작품들을 순차적으로 돌아보는데, 왠일로 [Mare]를 가볍게 지나치더니 [상봉과 상실] 앞에 조금 머물렀다. 그 애의 시선은 잘린 머리를 지그시 바라보았다. 뭔가 생각하는게 분명한 시선이었지만, 감상을 방해하기 싫어 묻지 않았다. 머무른 시간은 길지 않았고, 자연스럽게 다른 안드로이드 작품에게 갔다.
"안녕. 오랜만이네."
다음은 보통 인공지능 쪽으로 갈 줄 알았는데 그 애는 감정 에디션 쪽으로 먼저 갔다. 가서 하나 하나 인사를 하고 간단한 대화를 나누었다. 진이 보기엔 전혀 대화가 이어지지 않는 작품도 있었지만 그 애는 뭐가 그리 즐거운지 키득이기도 하며 감상을 이어갔다.
그 행동은 보통 인공지능 쪽으로 가서도 똑같았다. 감정들에게 했듯 인사로 시작한 짤막한 대화를 나누며 작품 하나 하나를 사람 대하듯 했다.
전에도 같이 온 적이 있었지만, 그 때는 각자 감상하느라 몰랐던 모습이었다. 연주를 하는 사람이니 그 애도 나름 예술가의 기질이 있나보다 했다.
"안녕, 신데렐라. 오늘도 아름답네."
그 애는 신데렐라에겐 조금 다른 인사를 건네며 대화했다. 남성형에게 아름답다는 표현은 좀 아니지 않나 싶었지만 뭐, 감상이란 건 각자 다른 거니까, 그러려니 했다. 역시나 보통 사람 대하듯 평범하게 대화하는 걸 지켜보다가 그 다음에서야 레이브의 신작을 보러 갔다.
"그니까- 이름이 뭐랬드라?" "순수요." "아 맞당-"
[순수], 아이의 순수함을 표현한 듯 어린아이의 모습을 한 그 작품은 웃는 얼굴로 머리를 열어 내부를 보여주는 행동으로 엄청난 화제가 됐었다. 마침 그 타이밍이었는지 진과 그 애가 작품 앞으로 가자 머리 속 새빨간 근육을 드러낸 [순수]가 이 쪽을 보았다.
진은 그 모습이 아무래도 기괴해서 흠칫거렸지만 그 애는 유아형 안드로이드의 시선에 맞추듯 경계선 바깥에 수그려 앉더니 웃으며, 심지어 그 머리를 쓰다듬으려 하며 안드로이드에게 말을 걸었다.
"안녕. 넌 처음 보는 아이구나. 처음이니까- 이름을 선물해도 될까? 순수니까, 음, 이노스, 어때? 마음에 드니?"
한 발짝 떨어져서 그 애와 작품의 대화를 지켜보던 진은 어느새 미술관의 폐장 시간이 가까워졌음을 깨닫고 말했다.
"이쁜아- 오늘은 그만 놀고 가야해용- 우리 친구들 슬슬 잘 시간이랭-" "벌써 시간이 그래요? 아쉽네. 다음에 보자. 이노스야."
그렇게 [순수]의 감상을 끝으로 폐장 준비를 하는 미술관에서 퇴장했다. 만족스러운 감상을 했는지 표정이 좋은 그 애를 보고 진은 아까와 같은 기분이 들지 않으려 노력해야 했다. 그런 진을 아는지 모르는지, 한 발 앞서 가던 그 애가 빙글 돌아섰다.
"가볍게 쇼핑하고 저녁 먹으면 딱이겠네요. 얼른 가요." "우리 이쁜이 계획이 아주 철저한 걸? 쪼아! 여기서 제일 큰 쇼핑센터 가즈아-!" "와아 가자-"
또다시 처음으로 그 애의 리액션을 받으며 4학구에서 제일 큰 쇼핑센터로 갔다. 지하 2층에 지상 10층이라는, 층수도 층수지만 그 면적도 어마어마해서 마음만 먹으면 하루 종일 놀 수도 있는 장소였다.
"쇼핑하구- 꼭대기층 가자- 거기 파스타 끝내주게 하는 가게 있당!" "그래요? 기대되네요. 쇼핑이 잘 끝나면 밥맛도 좋겠죠." "당연한 소릴 하네 우리 이쁜이! 여기라면 찾는 거 무조건 있어! 없으면 내가 만든다!" "아하하, 진 씨는 정말 못 당한다니까요."
틈틈히 대화를 하며 에스컬레이터로 5층에 향했다. 5층은 온갖 편집샾과 캐주얼한 악세사리 전문점들이 모여 있었다. 입점한 가게 특성상, 학생들이 가장 많이 가는 층이기도 했다. 그 애도 역시 학생은 학생이구나 하며 따라갔다.
"근데 근데- 이쁜이가 찾는 건 모에요옹?" "음- 계절에 맞춘, 간단한 소품?" "소품? 향초 같은 거?" "아, 그것도 좋겠네요. 하나 넣을까. 진 씨도 하나 사줄까요?" "엣, 나도 선물이야? 꺄악 우리 이쁜이 최고-"
진열된 상품을 보며 얘기를 하던 중, 진이 또 호들갑을 떨며 그 애를 껴안았다. 그 애는 싫지 않은 듯 웃으면서 무거워요- 하고 말했다. 거부하지 않으니 내친김에 볼까지 부비며 조금 과하다시피 그러고 있는데.
"...야야, 저기..." "뭐야, 진짜였어?" "X발 역겨워..."
학교 정문에서 느꼈던 그 찝찝함이 다시 느껴졌다. 진은 곧장 주변을 둘러보았지만 이상한 수군거림은 그새 사라졌다. 그 애가 왜 그러냐는 얼굴로 보길래 태연히 웃으며 장난을 쳤다.
"기특한 이쁜이는 양갈래 형에 처한다!" "그게 뭐에요-푸흐흐."
그렇게, 지나간 순간일 줄 알았다. 정문에서처럼 그저 지나가는 낌새일 줄 알았으나...
그 뒤로 어느 매장을 들어가도, 뭘 보고 있어도,
"...미XX..." "이제 하다하다..." "여긴 왜 옴? X 같네..." "야야, 찍어, 찍어서 올려..."
찝찝함은 사라지지 않고 점점 더 커지기만 했다. 수많은 학생들 사이에서 보내지는 무형의 악의는 정확하게, 그 애에게 향해 있었다.
그걸 옆에서 간접적으로 느끼던 진은 어느 순간부터인가, 어떤 생각을 떨칠 수가 없어졌다. 생각의 갈무리를 할 수 없게 되자 자연스럽게 말도 줄었다. 자연스럽게 진과 그 애의 쇼핑은 묵언으로 진행되었다.
"...씨, 진 씨." "...에, 어, 어?! 어어 왜 그래 이쁜아?!" "저 살 거 다 샀어요. 이제 저녁 먹으러 가요." "그래? 으응 그러자- 데이트의 마무리는 역시 맛있는 저녁식사 아니겠어-"
말 뿐만 아니라 잠시 정신도 나가 있었는지 진은 그 애가 부르는 소리에 퍼뜩 정신을 차렸다. 제정신 잡고 보니, 품에 쇼핑백을 고이 안은 그 애가 있었다. 아무렇지 않은 얼굴로 저녁을 얘기하는 그 애를 잠시 바라보다가 가자 가자 하며 엘리베이터로 향했다.
"여기 엘베가 야경 보기 딱이다? 특히 꼭대기 층이 장관이야-" "그럼 안 볼 수가 없죠. 아, 왔다."
엘리베이터 앞에 도착하자 마침 빈 칸이 도착해 열렸다. 또 마침, 타는 사람이 진과 그 애 뿐이라 올라가는 동안 느긋하게 바깥 감상을 할 수 있을 듯 했다.
"캬- 이거지 이거지-" "와-"
예상대로 중간에 멈춤 없이 올라가는 엘리베이터에서 환히 보이는 바깥을 감상하며 최상층으로 올라갔다. 그렇게 아무 일 없이 올라가기만 하는 줄 알았다. 진은 그랬다.
"진 씨." "응응? 왜 불렁 이쁜아?" "할 말 있지 않아요? 나한테?" "으, 으응?!"
바깥면이 강화유리로 된 엘리베이터는 경치 감상을 위해 저속으로 운행되었다. 그만큼 느릿하게 흘러가는 시간 속에, 그 애가 돌을 던졌다. 그것도 꽉 찬 직구였다.
진은 당황을 감추지 못 하는 얼굴로 그 애를 보았다. 잠시 할 말마저 잃고 가만히 서 있자 마주 본 그 애가 싱긋 웃었다. 그 웃음에 진은 척추가 쭈뼛해졌다. 제발, 저 입이 움직이지 않았으면 했지만 그 애는 창백한 입술을 움직여 말을 했다...
"아까 교문에서부터 여기 5층에까지, 줄곧 알고 있었죠? 기분 나쁜 소리랑 시선 느껴진 거. 그거 왜 그런지, 그것도 알고 있죠? 진 씨. 어디서부터 어디까지 아는지는 모르겠지만, 적어도 내게 묻고 싶은게 있는 정도는 알 거라고 예상해요." "...그, 그게 무슨 소린지..." "에이, 왜 모른 척이에요. 진 씨는 어지간한 건 다 알 수 있잖아요. 스트레인지는 위험하니 안 건드는 거 같고." "그- 렇긴 한데-"
그 순간, 띵- 하는 소리와 함께 엘리베이터가 멈췄다. 스르륵 열린 문 너머는 식당들이 즐비한 10층이 아니었다. 그 위, 옥상 정원이 있는 층이었다.
"바람 쐬면서 마저 얘기할까요?"
그 애는 그렇게 말하며 먼저 내렸다. 진은 걸음이 선뜻 나서지 않았지만, 어떻게든 걸어서 그 뒤를 따라갔다.
시간이 딱 저녁 식사 시간이라 그런지 정원엔 사람이 없었다. 그 애는 정원을 가로질러 조명이 장식된 난간으로 다가갔다. 딱, 한 군데 조명이 망가진 곳이 있어, 거기에 등을 기대고 서서 주변 불빛에 역광을 드리운 채 진을 바라보았다. 하얀 얼굴이 어둠 속에 일렁거렸다.
"그래서- 어디부터 얘기할까. 솔직히 진 씨가 오늘 안 나올 거라고 생각했어요. 직전에라도 못 나가겠다 연락 올 거라고 생각했는데, 연락은 없었고 평소처럼 나와주었죠. 그래서 아무 것도 모르나? 했는데, 정문에서 바로 알아버렸네요. 그 때라도 돌아가지 그랬어요. 아, 그건 싫었으려나? 돌아가려면 나를 연구소로 데려다줘야 하니까." "...에, 에이, 모처럼 데이트 신청을 해줬는데 팽치기 싫어서-" "정말요?" "ㅇ,응?" "정말이냐구요. 그 말."
역광 속 검푸른 눈이 똑바로 진을 응시했다. 서서히 저물어가는 노을 뒤로, 깊은 바다와 같은 어둠이...
진은 어쩐지 숨쉬기가 답답해진다고 느꼈다. 지상에, 그것도 탁 트인 바깥에 있건만 점점 바다 속으로 끌려들어가듯이, 가슴이 답답해져왔다. 그 답답함을 쥐어짜 겨우 목소리를 냈다.
"그... 이쁜아, 무슨 말이, 듣고 싶은 거야...?" "음? 그런 거 없어요. 묻고 싶은 말이 있는 건 진 씨잖아요." "그런 거 없는..."
아니, 있었다. 하지만 그 말을 차마 입에 담을 수가 없었다. 그 말을 입에서 꺼내 묻는 순간, 온 화면을 꽉 채우던 그 익명 중 하나가 될 것만 같아서, 그건 싫어서. 그러니까.
"음- 직접 말하기 무서운 걸까요? 그럼 내가 대신 말해줄까요?"
하지 마. 하지만.
"그러니까, 진 씨가 나한테 묻고 싶은 말은-"
막아야 하는데. 막기 싫다.
"박유준 씨와 나 사이에 그렇고 그런 썸씽이 있었던 거 아니냐-"
그 말이 그 애의 입에서 나온 순간 진은 안도하며 동시에 심장이 철렁였다. 차마 할 수 없던 말을 대신 꺼내 준 것에 대한 안도와 진의 속내를 꿰뚫린 것에 대한 수치심이 동시에 치밀어 그 두 감정이 맞닿은 부분부터 새까맣게 뒤섞였다.
저기 서서 진을 보며 웃는 그 애를-
"대답, 해줄까요? 아니면, 진 씨'도' 원하는 대로 생각할래요?"
진은 선택할 수 없었다. 노을이 완전히 져서 세상이 어두워질 때까지, 아무 말도 못 하고 서 있다가, 그 애가 돌아가자고 하자 그 때에서야 움직였다.
그리고 쇼핑센터를 나와 3학구로 돌아오는 내내 차 안은 정적을 넘은 더한 침묵으로 가득했다.
진은 그 날 처음으로 유준의 말을 실감했다. 어째서 유준이 그 애를 대할 때, 미증유의 두려움을 가졌는지도.
4학구에서 곧장 거주하는 빌라로 돌아온 나는 집에 들러 짐만 내려놓고 다시 나왔다.
나오긴 했으나 빌라 밖으로 나가진 않았다. 다시 엘리베이터를 타고 옥상으로 올라갔다. 그 쇼핑센터처럼은 크고 화려하진 않지만 자그맣게 정원을 꾸며두어서 가끔 올라가서 쉬곤 했다.
"...Who gives a f*** about my..."
엘리베이터가 올라가는 동안, 문득 생각난 가사를 흥얼거렸다. 그대로 허밍 반 가사 반 흘리며 옥상에 도착했다.
시간은 이미 이른 밤이라, 옥상엔 아무도 없었다. 나는 들고 온 물건을 손에 들고 흔들며 그 안으로 발을 들였다. 텅 빈 정원을 사뿐거리며 조금 걷다가, 혼자 춤을 추듯 한 발끝을 세우고 빙그르르 돌다가, 그 짓거리가 웃겨서 혼자 킥킥대고 웃다가, 또 빙그르르 돌고, 웃고, 걷고, 노래하고, 그 끝에 난간 앞에 멈춰섰다.
"하-"
어느새 차오른 숨을 잠시 가다듬었다. 숨을 고르며 바라 본 난간 너머는 3학구의 야경이 멀리 보였다.
나와는 전혀 연관이 없을 것 같던 풍경, 예나 지금이나 마찬가지인 풍경, 그러나 지금은 더욱 멀어졌을.
보호 철조망 없는 난간 위에 올라갔다. 바깥을 향해 다리를 뻗고 걸터앉았다. 아래에서 위로 향하는 바람이 금방이라도 나를 끌어내릴 것 같았다. 그러거나 말거나 앉아서 가져온 물건을 들었다. 조잡한 손잡이를 열고 차칵차칵 흔들어 쭉 꺼낸 막대 끝을 후- 하고 불자-
포르르르-
오색 찬란한 비눗방울 한 무리가 밤공기에 흩어졌다. 서로 합쳐지고 나눠지던 비눗방울들이 사라지자 다시 불었다. 다시 흩어지는 풍경을 바라보고, 또 불었다.
몇 번이고 반복했다. 새 것이던 비눗방울의 액상이 반 이상 사라지고 더는 숨 불기도 힘들어질 때까지.
"...하하, 아하하! 하하하하하하!!!"
불어도 불어도 계속 사라지기만 하는 비눗방울을 보다가 뜬금없이 웃음을 터뜨렸다.
그냥, 그냥 웃음이 났다.
그래서 난간에 걸터앉은 몸을 들썩이며 웃고 또 웃었다. 또다시 숨이 차서 몸을 수그려야 할 정도로. 폭이 고작 50센치 정도는 될까 싶은 그 난간에 엎드려야 할 정도로.
"하아, 후..."
또다시 숨을 고르고, 남은 비눗방울 장난감을 닫아 옆에 내려놓았다. 그렇게 빈 손으로 난간을 짚고 일어섰다. 난간 위에 서서 그 너머를 보았다. 완전히 새까매진 하늘과, 멀디 먼 3학구의 풍경과, 아득히 높은 지상까지.
부감풍경이라는 말을 아는가? 있는 그대로 풀면, 높은 곳에서 바라본 풍경이란 의미다. 그리고 다른 의미론, 그 상황으로부터 오는 괴리감을 가리키기도 한다. 인간의 뇌는 처리 가능한 정보의 범주가 한없이 제한적이라서 느닷없이 높은 곳에서 아래를 내려다 보았을 때 그 높이감으로부터 오는 비현실성을 받아들이지 못 하고 감각을 현실성으로 되돌리기 위해 그 아래 존재하는 지상에 닿기를 추구하는
"...아."
그 순간, 밑에서 바람이 불어올라왔다. 위태로이 서 있던 내 몸은 속절없이 휘청였다. 어두운 밤풍경에 검푸른 머리카락이 물결쳤다. 허공을 휘젓는 다리는 인어의 지느러미를 닮았다. 비늘 없는 다리는 물 없는 수중을 몇 번인가 헤엄쳐 풀썩, 떨어졌다.
올려다 본 밤하늘이 너무나 검고 검었다.
"...But it's nothing you should worry yourself about..."
《백한결》 • 실은 녹색 눈을 가진, 겉보기엔 여린 사람이 취향이다. 남들 다 아는 소나무 취향을 본인은 모른다……. • 인천첨단대학 수석 입학 및 수석 졸업. 본인은 이 사실이 상당히 부끄럽다고. • 첫 담배는 중학생 때. 달동네 구석에서 나무젓가락 사이에 끼워서 피웠다. 물론 울면서 정신을 차리고 끊었지만 대학생활은 생각보다 험난했다. • 박 교수와 함께 바오 패밀리 팬이다. • 사소한 재주지만 길가에 핀 꽃과 나무를 보고 무엇인지 맞출 수 있다.
《현태오》 • 좋아하는 과일을 모두 포도로 알고 있지만 사과도 좋아한다. 하지만 사과맛 액상은 인생에서 가장 끔찍한 맛이었다. 참고로 음식 중에서는 미트볼이 들어간 크림 스파게티도 좋아한다. • 사시사철 덥지도 않나 싶을 정도로 꽁꽁 싸매고 다니는 이유는 본인의 상반신을 당당히 여기지 못하는 탓이다. • 한 번 본 건 어지간하면 잘 잊지 않는다. 그렇지만 이상하게 그날 뭘 먹었는지는 잊어버린다. • 요즘, 연인들 앞에서는 물러 터지는 것 같다. 이런 자기자신을 불안해한다. • 부모님이 보고 싶을 때면 네일 색이나 피어싱을 바꿨다. 유일하게 자기관리를 하던 부분이기도 하다.
《이화영》 • 크림소스와 미트볼을 잘 만든다. 태영이가 특히나 좋아한다. 어린 리라가 집에 초대를 받았더라면 해줬을지도? • 남편은 남편으로 존중 받아야 한다는 마인드가 있어, '태영이 아빠'로 부르지 않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이건 남편도 마찬가지다. • 사실 햄버거를 좋아한다. 젊었을 때 파파라치에게 밥 먹는 것까지 찍느라 고생이 많다며 한심하다는 듯 감자튀김을 준 적도 있다. • 닻별 촬영 도중에 대사를 까먹었지만 애드립으로 넘어간 적이 있다. • 남편과 집에서 뮤지컬 놀이를 하는 것이 요즘 삶의 낙. 태영이는 처음엔 싫어했지만 요즘엔 나서서 한다.
소문은 무섭다. 그건 다름아닌 동월이 잘 안다. 그 이유를 찾아보자면 과거로 조금 거슬러 올라가야 하지만, 지루한 등장인물의 회상 따위. 가볍게 넘기는 것이 동월의 특성이다. 자신의 머리 속으로만 회상을 마친 그는, 부실에 몰래 만들어둔 비밀 보관 공간(은우에겐 비밀이다)을 뒤져서, 엄청난 것을 꺼냈다.
그렇게 한 손에 엄청난 것을 들고 복도를 거닐다 보면, 최근들어 유행중인 소문이 속속들이 귀로 들어온다. 소문에 대해 이야기중인 그 무리들을 미소 띈 얼굴로 그윽하게 바라보고 있자니, 다들 따가운 시선에 동월을 바라보았다가, 그의 손으로 시선이 갔다가, 이내 경악하는 얼굴로 바뀐다.
[? 월이다.] " 소문이 무서운건 잘 아는데... " [어... 그냥 월이가 아니네...?] " 그건.... " [미친 또라이 월이다!!!!!!!!!!] " 통할때나 무서운거지!!!!!!!!!!!!!! " [다 튀어!!!!!!!!!!]
그의 손에 들린 최신식 강철 쇄빙기가 소문을 이야기하던 아이들 중앙 바닥에 꽂힌다. 그에게 소문따위 안통하니... 이미 그가 도라이이라는 소문은 일파만파 퍼져있지만, 동월은 전혀 개의치 않았다. 그러니 자연스럽게 그를 헐뜯던 목소리도 줄었다. 결국 다들 납득해버렸으니... 이런 짓을 해도 아주 잠깐 불타오르다가, 결국에는 '저 또라이가 그럼 그렇지' 라며 원래대로 돌아갈 것이다. 안돌아가도 신경 안쓰긴 하겠지만... ...은우야 미안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