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마금을 모티브로 하고있지만 잘 모르셔도 상관없습니다. ※상황극판의 기본 규칙과 매너를 따릅니다. ※서로를 존중하고, 먼저 배려하는 마음가짐을 가집시다. 모니터 너머의 이용자도 당신처럼 '즐겁고 싶기에' 상황극판을 찾았다는 것을 기억해주세요. ※오고 가는 이에게 인사를 하는 자세를 가집시다. ※상대를 지적할때에는 너무 날카롭게 이야기하지 않도록 주의해주세요. '아' 다르고 '어' 다릅니다. ※15세 이용가이며 그 이상의 높은 수위나 드립은 일체 금지합니다. ※특별한 공지가 없다면 스토리는 토요일과 일요일 오후 7시 30분~8시쯤부터 진행합니다. 이벤트나 스토리가 없거나 미뤄지는 경우는 그 전에 공지를 드리겠습니다. ※이벤트 도중 반응레스가 필요한 경우 >>0 을 달고 레스를 달아주세요. ※계수를 깎을 수 있는 훈련레스는 1일 1회로, 개인이 정산해서 뱅크에 반영하도록 합니다. 훈련레스는 >>0을 달고 적어주세요! 소수점은 버립니다. ※7일 연속으로 갱신이 없을 경우 동결, 14일 연속으로 갱신이 없을경우 해당시트 하차됩니다. 설사 연플이나 우플 등이 있어도 예외는 아닙니다. ※기존 모카고 시리즈와는 다른 흐름으로 흘러갑니다. 따라서 기존 시리즈에서 이런 설정이 있고 이런 학교가 있었다고 해서 여기서도 똑같이 그 설정이 적용되거나 하진 않습니다. R1과도 다른 스토리로 흘러갑니다. ※개인 이벤트는 일상 5회를 했다는 가정하에 챕터2부터 개방됩니다. 개인 이벤트를 열고자 하는 이는 사전에 웹박수를 이용해서 허가를 받아야 합니다. 이벤트를 진행하는 이는 계수 10%, 참여하는 이에겐 5%를 제공합니다.
정인이 보호자 면담을 하는 동안은 시간이 남는다. 덕분에 리라는 오랜만에 센터의 마당에서 아이들과 어울릴 수 있었다. 때마침 다미가 주도해서 벽화 그리기 활동을 하고 있었으니 끼어들기도 적절했다.
- 언니! 사탕 꽃 덩굴 그려주세요! - 야! 안 돼! 벌레 꼬여! - 아, 그런가... 벌레 안 꼬이게 할 수는 없어요? "흐음~ 글쎄. 한번 해볼까요? 대신 시간은 좀 걸리니까 가서 놀고 있어요. 완성되면 불러줄게요~"
머리를 묶고, 교복 소매를 걷어붙이고, 앞치마를 두르고. 그러나 이리저리 채비한 게 무색할 만큼 군데군데 물감을 묻힌 채 크고 작은 붓으로 벽화를 그려나가던 리라는 귀여운 리퀘스트에 살짝 웃으며 조금 전까지 그리고 있던 나무의 기둥과 가지를 타고 오르는 덩굴을 그려낸다. 연녹색 덩굴과 연녹색 잎. 붉은색, 분홍색, 노란색, 주황색인 꽃잎들. 모양은 장미. 맛은 각각 라즈베리, 복숭아, 레몬, 오렌지... 재질은 사탕. 꺾어 먹으면 이틀에 걸쳐 그 자리에서 다시 피어나고, 달콤하지만 벌레는 꼬이지 않는다.
머릿속으로 그려낸 설정이 충분히 구체화되면 그림 또한 실체화 시켜도 문제 없을 만큼 밀도가 쌓인다. 리라는 나뭇가지와 덩굴에 손을 대고 사탕 꽃 덩굴을 실체화 시켰다. 나무의 일부와 꽃이 피어난 덩굴이 현실로 끌려나와 달콤한 향을 내뿜는다.
"다 됐다! 자! 이렇게?" - 우와아아! 네! 얘들아 이것 봐 봐! - 와, 사탕! ...근데 벌레가 먹으면... "벌레가 못 먹게 만들었으니까 괜찮아요. 한번 맛볼래요?" - ...네! 그럼 전 복숭아요!
분홍색 꽃을 꺾어 아이의 손에 쥐여준 리라는 이윽고 한발짝 물러나 그림 도구를 정리하기 시작했다.
"리라야, 이 꽃잎 사탕 맛있다." "괜찮죠?" "응. 당 충전 제대로 되네. 근데 너 괜찮니?" "네? 뭐가요?"
노란색 꽃잎을 오독오독 씹어 삼킨 다미는 이윽고 제 눈가를 손끝으로 톡톡 두드린다.
"상담 막 끝났을 때는 완전 울상이었잖아. 눈가도 요렇게 붉어져서는." "아~ 이제 괜찮아요. 어쩌다 보니 좀 울어서." "그래...?" "......있잖아요 다미 쌤, 저 여기 상담 안 다녀도 가끔은 놀러와도 되죠?" "뭐? 당연하지! 새삼스럽게! 그나저나 상담을 안 다닌다니? 너 혹시 무슨 일 있어?"
무슨 일이라. 다미의 옅은 하늘색 눈동자를 응시하며 잠시 말을 고르던 리라는 문득 겉옷 주머니에서 울리는 진동음에 몸을 굳혔다.
(윤정인) <[주차장으로 와요.]
"쌤, 저 이제 가 봐야 돼요. 면담 끝났나 봐요." "벌써? 고작 사탕 덩굴이랑 병아리 하나밖에 안 그렸잖아. 꼭 같이 돌아가야 해? 나중에 따로 가면 안 되나?" "그러게요. 저도 더 있고 싶긴 한데, 아마 안 된다고 하실 것 같아요." "여태 혼자 다녔는데 이제 와서 안될 건 또 뭐람. 그냥 더 있고 싶다고 해! 아니면 내가 같이 가서 얘기해줄까?"
리라는 생글생글 웃어보이는 다미를 바라보다가 이내 마주 미소 짓는다. 과연 정인이 허락해줄지는 모르겠지만, 적어도 돌아가는 길이 막연히 불안하지만은 않게 되었으니까. 지금은 그것으로 족하다.
"네. 그럼 주차장까지만 같이 가주실래요?"
단체로 이동할 만한 일정이 없는 이상 아녜스 센터의 지하 주차장은 시현의 사무실 다음으로 아이들의 인적이 드물고 조용한 공간이었다. 언제나 따스하고 밝은 지상층과는 달리 제법 어둡고, 답답하고, 서늘한 곳. 그래서 다미는 평소 이곳에 자주 발을 들여놓지 않았다. 어둡고 답답하고 서늘한 데다 지하였으니까. 가장 싫어하는 공간의 조건을 모두 충족하는 곳에 일부러 발을 들여놓을 필요가 어디 있을까.
"연구원님, 저 왔어요." "좀 늦었......"
하지만 가끔은 거지 같은 공간에도 굳이 찾아올 만한 가치가 생기기 마련이다. 다미는 제 곁에 선 리라를 바라보다가 자신에게로 옮겨온 검은 눈동자 한 쌍이 명백히 흔들리는 모습을 가만히 마주보았다. 저 고리타분하고 빳빳한 스타일은 여전하구나. 그래도 그때보다는 조금 더 나이를 먹었나. 다미의 머릿속에 자잘한 감상이 드문드문 떠오르는 동안, 말을 잃었던 정인의 입이 서서히 열렸다.
"......이리라 학생이 왜 그것과 같이 있습니까?" "네? 그것이요?" "'그것' 이라니! 말이 심하네, 윤정인 연구생님. 나한테도 이름이 있어요?"
아, 아니지. 이젠 연구생이 아니라 연구원이랬던가? 리라의 어깨를 살짝 잡으며 활짝 웃어보인 다미는 이내 몇 발자국 더 나아가 정인의 앞에 선다.
"반갑습니다, 주다미에요. 선 아녜스 아동 청소년 복지 센터의 공동대표직을 맡고 있습니다." "...허?" "다미 쌤? 연구원님? 두 분 아는 사이셨어요?"
마주선 두 사람을 한 발자국 떨어져 바라보던 리라의 입에서 이윽고 의문 섞인 한마디가 흘러나온다. 그리고 정인은 당황을 금치 못하고 시선을 방황하는 리라를 쳐다보다가 짧은 한숨을 토해냈다.
"이리라 학생. 돌아갑시다. 차에 타요."
여전히 방황하는 시선. 정인은 두 사람 사이에서 좀처럼 갈피를 잡지 못하는 리라를 가만히 바라보다가 손을 뻗었다. 우선은 이 자리를 벗어나고 생각이든 추궁이든 해야겠다는 판단 하에 내린 결정이었다.
- 휘잉, 팅!
하지만 리라의 팔을 붙잡기 직전, 정인과 리라의 사이를 무언가가 막아선다. 그건 유형의 방패 같은 한편 무형의 바람 같기도 한 옅은 푸른색의 벽이다.
"...어? 이게 무슨? 난 아무것도 안 했는데?" "내가 한 거야, 리라야. 저기~ 미안한데 그렇게 막 잡으려고 하는 거 별로 좋게 보이지 않거든. 데려갈 거면 착하게 데려가, 착하게. 안 그러면 내가 안 좋았던 기억이 새록새록 나는 바람에 이걸로 그쪽 머리를 탕탕~ 쳐버릴지도 몰라?" "네... 네? 다미 쌤! 전에는 능력 못 쓴다고, 레벨 0이라고 하셨잖아요!" "아, 거짓말 했어! 미안! 이해해주라! 나도 사정이 좀 있어서."
뻔뻔스레 윙크까지 날리는 다미의 태도에 정인과 리라는 순간 할 말을 잃는다. 이윽고 정인이 손을 거두자 다미는 언제 그랬냐는 듯 두 사람 사이에 놓여 있던 공기의 방패를 거둬들였다. 아마 엄시현이 알면 난리 치겠지. 하지만 윤정인이 언제까지 여길 들락거릴지도 모르는 판국에 마냥 숨어다니는 것도 슬슬 지치던 중이었으니까.
"...프리드웬. 네가 왜 여기 있지?" "그쪽이 알 바인가? 볼일 끝났으면 빨리 차 빼요. 애는 냅두고." "내 담당 학생은 내가 관리한다. 네가 상관할 영역이 아니야." "우리 센터 학생이기도 해요."
정인의 표정이 순조롭게 찌푸려진다.
"저기요, 저기요!"
그러던 중, 문득 하얀 손이 번쩍 올라갔다. 두 사람의 시선이 곧장 리라에게로 돌아간다.
"저 그냥 제가 알아서 집에 갈게요." "응? 리라야, 더 놀다 가고 싶다며." "아니에요. 집에 가고 싶어졌어요." "그럼 내가..." "아뇨. 제가, 혼자, 알아서 갈게요. 딴 길로 안 새고 바로 집으로. 그럼 되죠?"
침묵이 흘렀다. 정인은 리라를, 다미를, 그리고 어느새 손에 빗자루를 꺼내 쥔 리라를 바라보다가 무거운 한숨을 뱉어낸다. 젠장. 피곤해서 돌아가실 것 같군.
"......내일 마저 얘기합시다." "네, 그럼 저 갈게요. 다미 쌤도 안녕. 나중에 다시 얘기해요." "어, 응. 그래그래. 조심해서 가아~... 에구, 벌써 갔네. 그럼 나도 이만 갈까..." "잠깐, 프리드웬. 멈ㅊ—"
주차장 출구를 타고 저공비행으로 사라지는 리라의 뒷모습을 응시하던 정인은 곧 은근슬쩍 사라지려는 다미를 목격하고 손을 뻗었다. 어떻게, 몇 년 전에 사라진 시즈의 피험자가 여기 있지. 그런 의문만이 머릿속을 가득 채운다.
- 탕!
그러나 조금 전과 같이 그의 손은 다미에게 닿지 못했다. 옅은 푸른색의 벽에 부딪힌 창백한 손이 충돌의 여파로 조금씩 붉게 달아오른다.
"윤정인. 손대지 말랬지. 아직도 내가 손바닥 만한 리모컨 하나로 쥐었다 폈다 할 수 있는 실험쥐로 보여?"
벽 뒤에서 돌아선 다미의 눈은 조금 전 마주했던 것보다 더 밝게 푸르렀다. 길게 뻗어 두 사람 사이를 온전히 단절한 벽을 사이에 둔 채 시선이 얽히고 섥힌다.
혜우의 답장은 오래지 않아 도착했다. 핸드폰을 들어 확인하자마자 한숨이 터져나왔다. 진짜로 그렇게 말했구나. 사실이 아니길 바랐는데.
화가 나지는 않았다. 그저 씁쓸하고 영문을 모르겠을 뿐. 내가 나를 챙기느라 애쓰던 그 몇년 동안 혜우는 전과는 많이 달라져버렸다는 사실이 새삼스럽게도 씁쓸했고, 능력도, 재력도, 권력도 남 부러울 것 없는 그 애가 가해자에게 법이 아닌 성희롱으로 대응했다는 사실이 어리둥절했다.
듣자 하니, 혜우와 가해자의 악연은 햇수단위로 오래된 모양이었다. 과거에야 어땠을 지 몰라도 레벨 5가 된 지금은 마음만 먹으면 사실적시든 허위사실적시든 명예훼손으로 고소해서 가해자를 응징하고, 뒷말하는 애들을 견제할 수도 있었을텐데, 왜 그런 저급한 방법으로 대응했을까.
왜 그랬냐고 물어볼까 하다가 그만뒀다. 세상에는 내가 이해할 수 있는 일만 일어나는 게 아니니까. 세상에 이해할 수 있는 일만 일어났다면, 박형오가 고작 1년밖에 못 견뎌서 인첨공을 세우는 데 앞장서고, 2대 대표이사가 여지껏 그림자들과 진상부리고, 박찬유가 이대론 안되겠으니 우리보고 지랑 다같이 죽자고 할까. 그래서 그냥 이렇게 보냈다.
@천혜우 [내가 널 너무 몰랐구나.] [지금도 모르고 있을 테고.] [알겠어, 솔직하게 대답해줘서 고마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