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기본적으로 상황극판의 규칙을 따릅니다. 2. 모니터 뒤에 사람 있음을 알고 언행에 주의하도록 합니다. 3. 무언가 요구하거나 부탁을 할 때에는 그에 맞는 행동을 취하도록 합니다. 4. 15금 어장으로 도가 지나친 선정적, 잔인함을 유의하여 활동합니다. 5. 활동에 있어 밝히기 어려운 질문은 웹박수를, 그 외는 캡틴에게 질문하면 성심성의껏 안내드립니다. 6. 말하지 않고 참는 것을 상대방은 이해하지 못할 수 있습니다. 생긴 문제는 속에 담아두지 말고 말해야할 것은 말하도록 합니다. 7. 무조건적인 반응은 아니더라도 인사는 기본적으로 서로 주고받도록 합니다. 8. 모두 현생이 있는 사람들인 만큼 건강도 챙겨가며 즐기도록 합니다.
내가 신경 쓰고 있는 것을 알았는지 알레프가 뺨을 슥 훑는다. 그러자 상처는 언제 있었냐는듯이 말끔하게 없어지고 본래의 하얀 피부만이 남아있었다. 눈치 못챈 사이에 치유 마법이라도 쓴걸까? 아니, 그랬다면 이전에도 사용하는걸 본 적이 있었을 것이다. 그리고 그것이 붙는 것은 마치 뒤집어쓴 가죽을 수선하는듯한 느낌이-.
" 인간이란 원래 낯선 것에 대한 경계가 심하니까요. "
자신들과 다른 것들은 배척하는 것이 기본으로 깔려있는 종족들이었다. 모든 인간들이 그렇다는 것은 아니지만 대부분의 인간들이 취하는 태도는 그러했다. 인간들끼리도 서로 다르다는 이유로 내전이 일어난게 한두번이 아니니까. 그래서 몇번의 역사에선 연이은 내전으로 인간들의 공화국이 그대로 멸망해버린 일도 있을 정도였다.
" 우리는 그들에게 낯선 존재이고 마침 도시엔 불길한 일이 연이어 일어났으니까 ... 그들이 우리를 미워하는 것도 이해는 됩니다. "
하지만 그것이 너무 갑작스럽다는 것이 문제였다. 보통 그런 일이 있다면 징조라도 있기 마련인데 이번엔 그런 것도 없이 하루 아침에 이렇게 되어버렸으니 ... 자연스러운 현상이라기보단 누군가 뒤에서 조종하는 느낌이 들었다.
" 알레프가 잘못한건 없어요. 그냥 그들이 그런 존재일뿐. "
부드러운 미소와 함께 머리를 쓰다듬어준다. 눈앞의 소녀가 정말로 신이라면 나는 이렇게 평범하게 그녀를 대우할 수 없을텐데도 편안하게 머리를 쓰다듬어주고 있다. 어쩌면 이것도 나쁜 일이 아닐지도 모른다.
다만 신격의 존재까지는 아니라는 것이다. 실제로 신을 옆에서 돕고 영접까지 했던 나에겐 무언가 다르다는 것만 느껴졌다. 허나 그것은 나의 세계에 있는 신에게만 해당될뿐 영이 정말 신일수도 있었다. 그때는 신성모독이라고 처형이나 당하려나. 어떤 전개던지 재밌을 것 같다. 그리고 난 아델이 하는 말을 덤덤히 듣고 있었다.
" 신이라서 믿는 것이 아니라, 믿기에 신이라는 것인가요. "
나는 그 말에 살짝 웃어버렸다. 그것은 마치 비웃음에 가까운 것이었지만 소리는 나지 않았다. 표정은 금방 원래의 미소로 돌아왔고 이내 입술에 피가 난 것을 발견한 나는 손을 뻗어 치유마법을 사용해주려했다. 사용할때마다 무언가 뭉텅이로 빠져나가는 느낌은 영 익숙해지질 않는다.
" 축복을 앉힐 자리가 다 닳아버려서 깃들기도 전에 미끄러질 정도랍니다. 그러니 제 축복도 흘러버리기 전에 당신이 가져가세요. "
눈 앞의 사내가 어떤 이야기를 갖고 있는지는 모른다. 그도 어떤 사연이 있을테고 그것은 정말 가벼울수도 정말 무거울수도 있다. 하지만 축복은 그런 것을 가리지 않고 깃드는 법이다. 아직 그에겐 닳지 않은 어떤 곳이 있기를 바라며 축복을 빌어주는 것뿐이다.
" 아, 시간이 다 됐네요. 어디 물건을 가져다주기로해서. "
마침 마시가 날 부르는 소리가 들렸다. 테이블에서 일어난 나는 정중하게 인사를 하며 말했다.
" 그럼 다음에 또 뵐 수 있었으면 좋겠네요, 아델라이데 씨. "
그렇게 나는 부엌쪽으로 향했다. 경비원에게 도시락을 배달해달라는 마시의 심부름을 하기 위해서.
그가 그 말을 내어놓은 것은, 실로 존경스러울 따름입니다- 하는 아델라이데의 찬사가 끝나고 나서도 몇 초가 지나서였다. 실로 부끄러운 이야기이다만, 그렇다고 묵과하고 넘어가기에는 그것은 너무도, 너무도 잘못된 이야기였기 때문이다. 결국 이 말을 꺼내어놓고야 마는가. 그대가 그대의 이야기를 꺼내어놓았으니, 나 역시 상응하는 이야기를 해야 하겠지.
"운명이지."
문득, 바람이 멎는다. 새소리가 멎는다. 그들의 처지를 비웃듯 야속하게 내리쬐며 나뭇잎 사이로 부서져내리던 햇살이, 일순간 떠가던 구름에 가리어 그들의 사방으로 고요한 그늘이 드리운다. 그리고 그 순간, 마치 저주를 읊듯, 제문을 읊듯 하는 한 마디가, 아델라이데의 귀에 와닿는다.
"노예요, 우리는. 우리는 운명의 노예야."
나직한 말소리가 어떤 언령마냥 되울리는 것 같다. 정신을 차려보면 어느샌가 되울림이 끝나고, 햇살은 다시금 구름 너머로 고개를 내밀며 내리쬐고 있다.
"그에 반해 그대는 그대 스스로 택할 수 있지 않소."
"스스로 자신의 죄악을 마주보고 기꺼이 짊어지고 있지 않소. 도망치거나 내버리지 않고 품고 있지 않소."
"그대 스스로가 버린 이름이나 명예를 억지로 강요할 생각은 없소만, 그대에게는 아직 권리가 남아있소. 그대의 운명을 그대가 결정할 권리가."
페일은 문득 새삼스레 헛헛한 기분이 들었다. 자신이 왜 아델라이데를 부러워했는지 조금은 알 것 같았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