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기본적으로 상황극판의 규칙을 따릅니다. 2. 모니터 뒤에 사람 있음을 알고 언행에 주의하도록 합니다. 3. 무언가 요구하거나 부탁을 할 때에는 그에 맞는 행동을 취하도록 합니다. 4. 15금 어장으로 도가 지나친 선정적, 잔인함을 유의하여 활동합니다. 5. 활동에 있어 밝히기 어려운 질문은 웹박수를, 그 외는 캡틴에게 질문하면 성심성의껏 안내드립니다. 6. 말하지 않고 참는 것을 상대방은 이해하지 못할 수 있습니다. 생긴 문제는 속에 담아두지 말고 말해야할 것은 말하도록 합니다. 7. 무조건적인 반응은 아니더라도 인사는 기본적으로 서로 주고받도록 합니다. 8. 모두 현생이 있는 사람들인 만큼 건강도 챙겨가며 즐기도록 합니다.
라클레시아의 이야기 잠자코 듣던 소녀가 혼잣말하듯 중얼인다. 때로는 유쾌하고, 때로는 감정적이고, 때로는 상냥하고... 때로는 이기적인 자들. 그것이 인간이었다. 모니터 너머에서 배운 것과 현실은 별반 다르지 않았다.
"으응..."
소녀가 고개 끄덕이며, 그제서야 음료를 홀짝인다. 쓰다듬는 손길이, 달짝지근한 음료의 맛이 썩 포근했다. 문득 이런 생각이 든다. 다윈이라는 자는 추락자들이 세계로의 추락을 반복한다고 했었다. 그리고 앞으로 추락하게 될 세계에서도, 주민들이 지금과 같은 반응 보이지 않으리란 보장 없다. 만약 그런 세계에 저 혼자 떨어진다면... 걱정 애써 떨쳐내려는 듯 소녀가 고개를 가로저었다.
"저기, 있잖아, 누가 그랬는데... 지금처럼, 추락자들이 같은 세계에 모이는 건 엄청 드문 일이래."
"하나 묻겠소. 그대는 지금 이 곳만큼이나 햇빛이 당연한 시대를 살았소?" "별들이 이치에 따라 정해진 궤도 위를 움직이며, 별자리가 있는 세상을 살았소?" "우리들의 세계에서 햇빛은 지난 시대의 전설이었소."
행커치프가 처덕 하고 얼굴에 붙었다가, 천천히, 거인의 옷깃을 거쳐 땅으로 툭 굴러떨어진다.
"세계석이 무너진 세계가 어떤 꼴로 전락하는지 그대는 본 적이 있소?" "언어나 생각을 통해 전염되는 역병은?" "우리가 알던 것과는 다른 방식으로 존재하는 이들과 전쟁해 보았소?" "금빛의 밀 대신 형용할 수 없는 색채로 뒤덮인 들판은?" "이대로 필멸자의 최후를 맞이하느냐, 아니면 그 최후마저 뒤로하고 원죄를 짊어지느냐에 대한 선택을 해본 적이 있소?"
"역병. 전쟁. 기근. 죽음." "그것이 우리 시대의 인간들의 원죄요. 비단 기사들만이 아닌, 모든 인간을 위한 단 하나의 죄." "그러니 우리가 할 수 있는 것은 단 하나. 계속 걸어가는 것뿐." "희망을 담아 타오르는 횃불 하나를 쥐고서."
"그러니 그대의 지금까지의 발언에 단 한 마디. 그 한 마디에만큼은, 십분 동의를 표하겠소. 그것이 희망의 교회의 교리이기에."
그 순간, 아델라이드는 얼굴에 와닿는 열기를 느낄 수 있었다. 무언가 저 앞에, 저 거인이 있는 곳에, 선명하고 따스한 빛을 띈 무언가가 타오르고 있다. 페일은 횃불을 꺼내어든 채로 아델라이데를 바라보고 있었다. 상아색의 횃불이 타오르는 그것은, 횃불이라기보단 철퇴에 더 가까웠다. 자루랄 것도 없는 나무몽둥이 끄트머리에 새장이나 감옥의 가시창살을 연상시키는 원형의 가시투성이 케이지가 비명처럼 씌워져 있었고, 그 케이지 안에서 상아색의 불길 한 줌이 애처롭게 타오르고 있었다.
"그러나 우리의 죄는 곧 우리의 사명." "그대는 지금 그것을 너무도 가볍게 괄시하고 있소." "그대의 세계에서 그대가 살아온 방식대로, 그대의 잣대에 입각해서."
철커덕. 갑자기 불기운이 사라지고, 그 자리를 쇠 부딪는 소리가... 아니, 쇠사슬 부딪는 소리가 대신하였다.
"희망의 교회의 성기사, 보복의 기사 페일이 아델라이데 세인트 바울 경의 대련 신청을 받아들이오."
모든 질서와 예의는 사내의 앞에 섬세하나 단단히 나열된다. 아델라이데의 그런 행동들은 물 흐르듯 자연스러워 아아루는 어떠한 기시감을 느낀다. 마치... 마치...
"어찌하여..."
그런 표정을 지으십니까. 그 표정은 누구를 위해 짓는 표정입니까. 그러나 내밀어진 모든 질문에 해답을 찾을 즈음엔 이미 그는 코앞으로 다가온 뒤다. 곧 내밀어진 손에서 얼굴로, 말소리를 따라 시선이 올라간다. 그제야 아아루는 두 번의 제스처ー 혹은 힌트에도 목도할 수 없었던 진실을 접하게 된다. 아아, 당신. 어찌 이리 잔혹할 수가! "어찌 그리 말씀하십니까."
구원을 바라는 자들이란 으레 간절함을 품고 있기 마련이다. 홀로 빠져나올 수 없는 고통에서... 그것이 병에서 비롯되었든 가난에서 비롯되었든 죄에게서 비롯되었든지 간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