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레 6층의 함정과 절벽으로 부상 투성이가 된 윤성은 휴식을 위해 1층으로 다시 내려왔다. 화상과 골절 그리고 출혈까지 걸어다니는 종합병원 꼴이 되어버린 지금 미리내로 다시 돌아가야겠다 라는 생각이 절실했다. 그러나 때 마침 하얀 머리카락을 살랑거리며 총총 다가오는 존재를 발견한 윤성은 평소와 같으면 의료키트라고 빌리기 위해 말을 걸었겠지만 그 대상이 하윤성 조차 감당하기 어려운 채여선이기에 잠시 망설였다.
"..."
메딕이면서 자신을 암살자라고 속인 수상쩍은 인물. 정말로 그녀에게 도움을 구하는게 맞을까라고 수십번 갈등하지만 윤성의 머릿속에서 끝내 승리를 쟁취한 것은 도움을 구하자 쪽이었다.
하지만 여선은 자신을 암살자라고 속인 적 없다고 주장할 것입니다... 객관적으로 여선은 메딕과 암살자의 공통점을 교묘하게 모호하게 말한 것이지.. 자기가 암살자다! 라는 말은 한마디도 안했는걸요?
"안녕하세요~" "1층에서 볼 법한 부상은 아닌데 말이지용?" 윤성을 발견한 여선은 눈을 깜박이면서 윤성이 앉아있다면 내려다보면서 캠프를 설치했을 거고요(*의료 캠프: 망념을 소모해 설치하는 스킬) 서 있었다면 눈 하나 깜박이지 않고 의료 캠프를 설치한 다음. 오금을 툭 건드려서 앉히려 시도했을 겁니다.
"도와달라는 것은 가능하지만 말이지요..." 어떤 쪽이라고 해도, 내려다보는 쪽으로 만드려 한 다음. 히히 웃는 듯한 표정으로 윤성을 내려다보려 시도하네요.
"에에. 그렇게 더듬어보셔도 기계여도 의념으로 돌아가니까 전혀 눈치 못챌 수 있다구요~" "물론 농담이긴 하지만요!" 근데 여선이 하는 걸 보면 농담... 맞..지? 라고 반응해도 이상한 일이 아닙니다. 가면이 산산조각난 걸 흥미롭게 바라봤었던 것 같은 여선입니다. 이 즐겁다는 듯한 발랄한 표정! 그 표정으로 홧병이 나게 해서 죽이는 것도 암살자의 롤이 아닐까(?)
"재미있기만 할까요~ 사실은 반쯤 농담인 거일지도 모르죵...?" 후후후.. 언제든 기폭시킬수 있는.. 이라는 생각을 하는 것처럼 사악한 미소를 지어보입니다.. 물론 진짜 농담입니다.
6층에서 고난을 겪은 끝에 비틀거리는 발걸음을 옮기며 7층으로 향한다. 윤성의 지금 몰골이 썩 좋은 편은 아니었지만 어느정도 치료를 한 덕에 그럭저럭 버틸만 하였다. 3층에서 과거의 자신과 마주하여 끈질기게 싸운 끝에 이겨냈고, 4층에선 바다의 거인을 만나 야만적인 놈에게 별 짓을 다하며 이겨냈다, 그리고 6층에선 함정과 하피가 기다리고 있는 절벽을 의념이 봉인당한체 기어 올라가야했다.
그런 시련들을 겪으며 먼지와 피로 더럽혀진 윤성이었으나, 지금의 기회를 놓치고 싶은건 아니었기에 자신의 육체가 허락하는 한 몸을 움직이기로 하였다. 철거덕 거리는 소리와 함께 계단을 오른 윤성이 7층의 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간다. 동시에 주변을 휘감은 어둠이 유성을 반기며 안으로 들어오라는 듯 손진했다.
"최악이네"
7층의 시련이 무엇인지도 확인 안된 지금 무턱대고 들어갈 순 없었지만, 이곳에서 멍하니 서있는 것도 조금 그랬기에 윤성은 발걸음을 옮겼다. 조금씩 전진할 때 마다, 칠흑같은 검은 천에 휘감기면서 숨이 턱 막히는 느낌과 함께, 지금 자신이 어딜 향해 걷고 있는지 착각하게 되는 방향감각의 상실이 뚜렷해졌다. 이런것들은 전부 뇌의 착각이라고들 하지만 이 상황을 이해하고 있는 윤성 조차도 정말로 착각인가 의심할만큼 선명하게 느껴지는 상실감이 점점 진해졌고. 이내 방향감각이 모조리 사라져 중력이 없는 것 마냥 둥실거리는 감각이 윤성을 사로 잡았다. /1
우주에 가면 이런 느낌일까? 따위의 생각을 하며 어떻게 나갈지 고민하며 윤성이 바닥을 가만히 바라보던 중, 필름이 차르륵 넘어가는 소리가 들렸고, 낡은 상영기로 필름을 돌리듯 흐릿한 빛과 함께 어떤 풍경이 재생되었다.
"?"
아이들이 뒤엉켜 장난감을 차지하기 위해 싸운다, 쓰레기장을 뒤져 찾은 잡지를 살펴본다 이 모든 것이 1인칭의 시점으로 펼쳐졌기에 무슨 장면인지 알아보기 힘들었지만, 윤성은 단숨에 그것이 자신의 기억임을 알아차렸다. 싸구려 사탕을 얻기 위해 싸우고 속이고, 정상적인 가정의 아이들에게 주어질 것 같은 환경은 아니었다.
"..."
그리고 그 말대로, 고아였던 윤성이 가장 끔직하게 생각하는 과거들이 계속 재생되고 반복되자, 참지못한 윤성은 방패를 쥐어 그 광경을 향해 집어 던졌다. 상영되는 기억을 향해 집어던져진 방패는 곧 어둠속으로 빨려들어가듯 사라졌고, 기억은 이내 다른 장면을 비추기 시작했다.
떨어진 자들의 추방된 낙원 - 그 게이트의 풍경이 보여진다. 똑똑히 보라는 듯, 멈추지 않고 세세하게 보여주자 윤성은 잠깐 멍하니 그것을 지켜보더니, 위에서 올라오는 쓴물을 견디지 못하고 토해냈다 /2
저것을 도저히 지켜보지 못하겠다. 그렇게 생각한 윤성이 눈을 질끈 감고 저 광경이 끝나기만을 기다리며, 손으로 귀를 틀어막은체 견딘다. 얼마 지나고 윤성이 다시 몸을 일으키자, 상영되던 게이트의 기억은 끝나 넘어간체 새로운 기억이 재생되고 있었다. 하지만 그것은 윤성이 봐왔던 기억이 아니었다.
"..."
윤성의 미래, 앞으로 겪을 일 들. 마음속의 불안으로 남아있지만 꼭꼭 숨겨뒀던 수 많은 실패의 예시들이 재생되고 있었다. 특별반이 끝내 해체되어버린 것, UHN의 기대를 충족하지 못한 것, 더이상 최고를 노리지 못하고 꺾여 자신을 배신하는 것. 윤성이 보고 싶어하지 않고 두려워하는 모든 광경들이 동시에 재생되었다.
게이트의 기억을 넘기자 이젠 일어나지도 않을 일들, 허나 윤성이 불안하게 생각하고 머릿속에 떠올렸던 일들이 재생되었고 윤성은 이젠 양손으로 얼굴을 감싸쥐고 잠시 서있다가 분노를 담은 눈을 뜬 체, 마구자비로 주먹을 휘둘러 그 광경들을 하나하나 으스러트렸다.
이것이 허세나 다름없고, 발악에 가까운 절규라는 것은 스스로가 제일 잘 알고 있었다. 이 모든 것들은 윤성이 두려워 하는 것들로 구성되어 있었다. 당장 구역질이 치밀어오르지만 벗어날 수 없기에 공포를 앞에 두고 보일 수 있는 가장 단순한 행위를 기계적으로 재생시키는 것이 어린 윤성이 보일 수 있는 대처법이었다.
미래에 대한 불안과 실패에 대한 두려움
막 헌터로서 나아가는 윤성에겐 이것들은 치명적인 공포였고, 단순히 그것들을 비춰주는 것 만으로도 벌써 어지러웠는지 화낼 힘도 떨어진 윤성은 휘청거리며 그 광경들로 부터 멀어지기 위해 이동했다.
그러나 그것들은 집요하게 윤성을 따라와 실패와 불안을 재생시켰다. 점점 구체적이게 변한 그것들이 보여주는 광경은 점점 자세해졌고 현실성을 품기 시작했다. 바이엘느마에 의해 정신력이 바닥나고 폭주하여 끝내 바이엘느마에 의해 파멸한 자신이 보여졌다. 자신을 잡아먹은 바이엘느마가 흑요석 처럼 날카로운 가시로 윤성을 잡아먹는 광경. 그것을 보던 윤성 자신도 갑옷 안쪽에서 자라나는 가시에 몸이 느리게 관통당하는 고통이 느껴지기 시작했고
"!"
황급히 바이엘느마를 벗기 위해 손을 뻗지만 갑옷을 벗는 부분이 사라진 체, 가시들만 서서히 자라나 윤성을 집어 찔렀다.
"...!"
윤성의 호흡이 불편해지고, 잔뜩 숨을 들이키고 내쉬기를 반복하지만 호전 될 기미가 조금 도 보이지 않았다. 오히려 과호흡 증세에 폐와 뇌가 타들어 가는 것 같았다. 갑옷의 이음새에서 부터 검은 피가 흘러내렸고, 폐를 찌르는 고통을 견디지 못한 윤성이 주저 앉아 쓰러지자 어둠속에서 부터 기어나온 사슬이 벌레 처럼 움직이며 윤성의 발목을 휘어감았다. /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