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기본적으로 상황극판의 규칙을 따릅니다. 2. 모니터 뒤에 사람 있음을 알고 언행에 주의하도록 합니다. 3. 무언가 요구하거나 부탁을 할 때에는 그에 맞는 행동을 취하도록 합니다. 4. 15금 어장으로 도가 지나친 선정적, 잔인함을 유의하여 활동합니다. 5. 활동에 있어 밝히기 어려운 질문은 웹박수를, 그 외는 캡틴에게 질문하면 성심성의껏 안내드립니다. 6. 말하지 않고 참는 것을 상대방은 이해하지 못할 수 있습니다. 생긴 문제는 속에 담아두지 말고 말해야할 것은 말하도록 합니다. 7. 무조건적인 반응은 아니더라도 인사는 기본적으로 서로 주고받도록 합니다. 8. 모두 현생이 있는 사람들인 만큼 건강도 챙겨가며 즐기도록 합니다.
사내는 그녀가 웃는 소리를 듣는다. 뭘 그리 심각해 하냐는 말에는, 미소로 대답한다. 그녀는 지금 어떤 표정을 짓고 있을까. 자신은 이런 상황이 닥칠때마다 조금씩 아쉬웠다. 표정을 볼 수 있더라면 좋았을 텐데. 때로 말로 전하지 못하는 것들은, 표정으로 드러난다고... 그리 전해들었기에.
"미하엘 양."
사내는 그녀를 부른다. 감은 눈 떠, 탁한 눈으로 바라보며.
"언젠가 저를 죽여야 할 때가 온다면, 망설이지 마십시오."
"신념이란 꺾이지 않는 것이기에 신념이지요. 그렇지 않습니까."
그녀에게 하는 말일까. 스스로에게 하는 말일까. 뱉은 소리는 의미없이 빗소리에 섞여 땅바닥으로 떨어진다. 그리고 곧이어 가벼운 터치가 이어지고.
그가 생각하는 엘프라는 종족은 아무래도 전통적인 엘프들을 상징하는듯 싶었다. 마법과 활, 자연과 정령이라는 키워드는 엘프들 중에서도 고리타분한 사람들이나 지키는 것으로 알려져있으니까 말이다. 물론 엘프라는 종족이 생길때는 그런 가치관이 주요했지만 시간이 지나고 국가가 생기며 그런 것보단 다른 것들을 우선시하기 시작했으니까 말이다.
" 다른건 몰라도 마법엔 익숙하긴 합니다. "
다만 이 사람은 엘프를 우호적으로 보고 있는듯하니 그 환상을 깰 필요는 없겠다고 생각이 든다. 그리고 실제로 마법엔 상당히 익숙한 편이니까 거짓말은 하지 않았다. 활은 써본적이 없고 정령은 본적이 없으니까 ... 친숙하다고 하면 거짓말이 되지만 말이다.
" 맹인의 삶은 불편하기 그지 없는줄 알았는데 그렇지만도 않은것 같습니다. "
물론 일반인에 비해선 상당히 불편하겠지만 내가 생각하는 것보다는 좀 덜한게 아닌가 싶었다. 그래도 누군가의 얼굴을 확실히 보지 못한다는 것은 슬픈 일이 아닐까 싶다. 거기에 내 시야가 확실하지 않다면 ... 나는 내 기억에 잡아먹혀서 그대로 죽어버렸을지도 모른다. 물론 그랬다면 애초에 '그들'의 눈에 들지도 않았겠지만.
" 아, 영에게? "
그에게 칼을 휘둘렀다니 어째서이지? 그가 누구에게도 적의를 드러내는 것을 본 적이 없는데 말이다. 갑자기 눈 앞의 남자에게 적의를 드러내고서 달려들었다곤 상상하기 힘들었다. 그나저나 그래서 어제 머리카락이 길어져있었구나. 머리카락도 길고 몸에 가득했던 상처가 하나도 없길래 무슨 일 생겼나 싶었는데 이런 일이 있었나보다.
“마법사시군요. 이거, 지혜로운 분을 만나뵙게 되어 기쁩니다. 엘프 분들의 마법은 조예가 깊어, 보는 것 만으로도 그 대단함을 알 수 있었죠.“
사내는 그리 말하며 다시금 음식을 한 입 떠 먹었다. 다 삼킨뒤에야 말 하는것을 잊지 않았고. 어느새 절반정도 먹었기에, 재킷 앞주머니에서 행커치프를 뽑아 입가를 닦으며 말을 이어갔다.
”일반적으로는 불편하겠지요. 어느 날 갑자기 시력을 잃는다던지. 허나 저는 날 때부터 눈이 보이지 않던 것도 있고, 감각이 잘 발달했기에... 다른 분들과는, 조금 다를지도 모릅니다.“
그리고 이어지는 반응에는 조금 곤란한듯 웃었다. 엘프 분들의 끝없는 지식욕에는 익숙하다고 생각했는데, 막상 직접 마주하니 곤란하기 짝이 없었다. 어디서부터 설명해야 할까. 길게 말을 잇고 싶지는 않은 주제였다. 스스로가 너무도 부끄러웠기에. 허나 묻는 말에 대답하지 않을 정도는 아니었고.
”...예, 정확히 그렇습니다.“
심장을 꿰뚫고, 몇번이고 조각내어 베었음에도 그분은 쓰러지지 않았다. 털썩 하고 주저앉는 소리조차 들리지 않고 태연히 내게 손 내밀어 주었다.
마법사라고 소개하기엔 지금 쓸 수 있는 마법은 치유마법이 전부라서 양심에 찔리는 것이었다. 본디 마법사라 함은 견습이라해도 여러가지의 마법을 다룰줄 알기 때문이다. 추락하기 전이라면 모든 마법을 자유자재로 사용했겠지만 지금은 그렇지 않으니까 ... 혹여 마법사라고 했다가 뭐라도 보여달라고 하면 곤란해질 것이다.
" 선천적인 시각장애라 ... "
그런 연구자료는 흥미 삼아 몇번 읽어본적이 있었다. 선천적인 시각장애를 가진 사람들은 후천적인 장애를 갖게 된 사람보다 다른 감각이 발달하는 정도가 더 크다는 것이었다. 우리 세계에서의 정보니까 여기선 정말 그런지는 알 수 없겠지만 그가 얘기하는 것을 보면 딱히 다를 것도 없어보이긴 했다.
" 그렇게까지 했는데도 멀쩡했다라. "
그가 말했것 그대로 되었다. 아무래도 나에게 거짓말을 한 것 같지는 않은데 ... 아무리 그래도 그렇게 할 수 있는 존재가 있다니 상식 수준을 넘어서는 것이었지만 세계를 옮긴다는 것부터 말이 안되는 것이라 일단 믿기로 했다. 다음엔 본인에게 어디까지가 한계인지 직접 물어보자고 생각하며 말했다.
" 근데 어째서 영을 공격하셨나요? 제가 알기로 그는 먼저 적대감을 가지는 경우가 없었습니다만. "
아까 생각했던 의문점을 물어보기로 했다. 내가 대화해보니 아델이라는 이 남자도 딱히 누군가를 먼저 공격할 것 같지는 않아보였기 때문이다. 오히려 행커치프를 사용하는 것이나 다른 행동들을 보면 상당히 고상한 것이 어딘가의 귀족이지 않았을까 싶을 정도였다.